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39)
438화
2014년 12월 1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제1 그라운드.
클린시트를 기록하며 2:0의 값진 승리를 챙기기는 했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다시 포백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 선수단의 상황으론, 전력의 극대화가 어렵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다온은 잘했어. 팀 전체가 영리해진 기분이 들더군.”
“그래.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
이틀 전 경기는 굉장히 안정적이기는 했다.
최종 수비라인의 높이 역시도 훌륭했고, 좋은 라인컨트롤로 헤르타 베를린에 7개의 오프사이드를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답답한 공격이 문제였다.
“프랑크가 도통 회복을 못 해.”
“몸이 문제일 수도 있어. 의료진을 믿을 수 없으니까.”
“다른 병원으로 보내보려고 하는데, 도통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아. 본인의 몸은 충분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해.”
“스스로 아픈 걸 감추는 것일 수도 있어.”
“그래. 하지만 우린, 검사를 할 수 없지.”
“빌어먹을.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쌓아 온 업적과 팀 내에서의 명성 및 연봉에 따라, 프랑크 리베리는 부상 복귀 후 자연스럽게 뮌헨의 왼쪽 윙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쳤던 부위가 치료보다 회복 과정이 더욱 중요한 슬개골이었다는 점에서, 부상 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떨어진 경기력을 우려해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치료 과정이 조금 더 길었어야 했을 수도 있다.
“다음 경기에서는 리베리를 뺄까 해.”
“베르나르두를 투입하려고? 나쁘지 않지.”
“그래. 그리고 로번도 말이야. 그의 몸도 100% 신뢰할 수 없어. 베르나르두와 토마스를 윙어로 투입하는 게 나아 보여.”
코칭스태프들과의 대화 속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자연스레 전술을 결정한다. 큰 틀을 확정해 두는 것은 그에게 무척이나 중요했고, 이제부터는 언제나처럼 분석에 몰두하면 됐다.
여전히 그는 새벽에 퇴근을 하고, 아내를 깨우고 싶지 않아 거실 소파에서 잠드는 생활을 이어 가는 중이다.
“중앙은 어떻게 하지?”
“사비, 괴체. 남은 한 자리는 고민이야.”
“피에르가 좋아 보여.”
“그래. 하지만 그는 곧 임대를 떠날 거야. 에이전시에서 선수가 조금 더 뛸 수 있도록 임대를 보내 달라고 했다더군.”
“자넨 그것을 수락했고?”
“남으면 더 불만만 쌓일 테니까. 그는 언젠가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거야. 하지만 그건 최소 5년은 걸릴 일이지. 선수의 미래를 막을 수는 없어.”
펩 과르디올라가 호이비에르의 임대 사실을 알린 것은, 그의 선발 출전을 거부한다는 말과도 같았다. 교체로야 뛸 수 있겠지만, 선발은 다른 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옳았다.
“바스티가 뛸 수 있을까?”
“아니. 난 여전히 그가 15분 이상은 뛸 수 없다고 생각해.”
“의료진의 생각은?”
“기묘하게도, 이번엔 의견이 일치하더군.”
관절낭과 슬개골이 동시에 다쳤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겨울 휴식기가 끝난 뒤에야 60분 정도를 소화할 만큼 몸이 올라올 것이다.
현재 그의 몸 상태는 프리시즌이 막 시작되었을 때라고 보는 게 옳았다.
결국 펩의 선택지에는 신입생인 제바스티안 로데와 어린 지안루카 가우디노 외에는 남지 않게 됐다.
실망스럽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온-!!”
짧은 미팅을 마친 펩 과르디올라는 몸을 풀고 있던 김다온을 따로 불러냈다.
“어제는 잘 쉬었나?”
“그럼요. 완전 푹 쉬었죠.”
“좋아, 좋아. 다음 경기는 포백이야.”
“어…… 혹시 제가 뭘 잘못했나요?”
“응? 파핫-! 큭큭큭큭큭.”
“???”
“미안하네. 하지만 너무 자네와 어울리는 반응이라서 말이야. 큭큭큭큭.”
올 시즌 김다온이 피치 위에서 뮌헨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결코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얼핏 누군가에겐 기량이 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눈에 띄게 높아진 평점이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김다온은 여전히 뮌헨 내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하나였고, 20경기에 출장해 3개의 골과 1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의 활약이 워낙 대단했다 보니, 본의 아니게 피해를 받고 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틀 전의 경기에서 역시, 김다온은 MoM으로 선정되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활약을 펼쳤다. 만약 자신에게 투표권이 있었다면, 펩은 그에게 표를 주었을 것이다.
“하아~ 축구란 잔인한 스포츠지. 마치, 현실과도 같아. 응당 행복하게 살아야 할 부지런한 이가 행복해지지 못하는 것과도 같은 거지.”
“그건 또 무슨 소리시죠?”
“자네가 하고 있는 일이 종종 과소평가되곤 한다는 걸세. 그리고 아무래도 본인 역시 그런 것 같군. 그게 아니라면, 자네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것일 수도 있고 말이야.”
“꿈과 목표는 클수록 좋으니까요.”
“큭큭. 그것도 옳은 말이야.”
항상 그래왔듯 즐거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 뒤,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에게 오늘 훈련 후 감독실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네. 언제나처럼 전술노트를 받아 가는 거죠?”
“그래.”
“네. 그럼, 전 돌아가 볼게요.”
“그러게나.”
돌아서서 달려가는 김다온을 보던 펩 과르디올라는, 그에게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1989년 5월 처음으로 FC 바르셀로나의 1군 무대를 밟기 전까지, 펩 과르디올라는 당시 A팀의 감독이던 요한 크라위프의 눈에 띄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함께한 이후엔, 계속해서 그의 선수로 남고자 늘 초조해하며 한마디 한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됐다.
스승을 가진 제자가 으레 그러하듯, 숙제를 검사받은 어린 학생이 되어 칭찬 한마디를 듣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스승은 절대 그 제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이러한 것을 볼 때면, 펩은 항상 본인이 더욱 나아져야 함을 느낀다. 축구에 존재하는 불확실한 요소를 없애고 확실한 것들을 선수에게 알려 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런 순간, 그는 항상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오랜 입버릇을 꺼내 들고 만다.
“감독 일이란, 절대 끝나는 법이 없지.”
그렇기에, 펩 과르디올라는 축구를 관둘 수 없었다.
***
공부란 아무리 반복해도 끝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또 다른 배울 것이 튀어나온다.
그렇기에, 축구에 끝은 없다.
“안 자?”
“응? 깨어 있었어?”
“깼어. 자기 뭐 해?”
“아, 배가 조금…….”
.
.
2014년 12월 3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이번 분데스리가 14라운드 경기는, 주말 경기 사이에 다른 일정이 없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심적으로 큰 여유를 얻었고, 그래서 약간은 다른 것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펩에게서 받은 노트를 읽으며, 노트북으로 영상을 함께 참고하던 중이었다.
침대의 곁에 있던 아영이는 어느새 잠이 들었었고, 조금 더 노트를 보고 싶었던 나는 그녀를 깨우고 싶지 않아 조용히 1층으로 내려왔었다.
하지만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아영이는 내가 있다 없어지면 30분도 지나지 않아 잠에서 깬다.
“절로 가. 내가 해 줄게.”
“……응.”
나를 밀어내며 가스레인지의 앞에 선 아영이가 데우고 있던 찌개를 보곤 먹어도 되냐며 말을 한다.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안 돼- 밤에 염분을 너무 먹으면, 내일 안 좋아. 조금 기다릴 수 있지?”
“지금 이 시간에 요리를 하게?”
“10분이면 돼. 파스타 해 줄게.”
“미안하게…….”
“미안하긴. 난 축구 선수 부인이거든요?”
“아- 유부녀였어요? 너무 예뻐서 아닌 줄 알았지. 누군지 몰라도 남편은 참 좋겠다아-”
나의 너스레에 혀를 날름한 아영이가 재료를 챙기기 위해 냉장고의 앞으로 갔다. 그리곤 다른 냄비의 물을 담고 약간의 소금을 넣어 면을 삶을 준비를 했다.
아마도 오일파스타가 될 것 같은데, 자극적이지 않고 또 에너지도 보충할 수 있어 좋은 음식이다.
찌개를 데워 밥을 먹는 것보단, 영양학적으로는 분명히 더 좋은 선택지다. 물론 가장 좋은 선택은 당장 침대로 가 잠을 청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식탁에 앉아 요리를 하는 아영이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뒤로 다가가 그녀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후흐흐흥-”
“요즘, 자기 덕분에 힘이 나.”
“진짜?”
“응. 챙겨 먹고 있는 약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올 시즌부터 나는 각종 보조제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정해진 순서로 복용 중이다. 아영이 몰래 볼파르트 박사님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가 없다는 것도 확인받았다.
더욱 놀라운 건, 볼파르트 박사님이 대체 누구에게서 이런 권유를 받았느냐고 물어보셨을 때였다.
[- 무척 훌륭해. 자네에게 틀림없이 도움이 될 걸세.]비록 레비의 부인인 안나의 조언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어깨가 정말로 으쓱해지는 순간이었다.
탁-
“이거 먹어. 나도 먹을 거야.”
“맥주 마시게?”
“응.”
치-익!
바로 옆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뜯은 아영이가 과자를 아삭거리며 휴대폰을 손에 쥔다.
“뭐 봐?”
“언니 연락 왔어.”
“누구? 형수?”
“자기 형수 많잖아.”
“아, 그러네. 그래도 지금 말한 건, 희진이 형수 말한 거야.”
요즘 부쩍 두 사람도 자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자기는 뭐 보고 있었어?”
“아, 숙제했어.”
“또?”
“응. 그래도 재미있어.”
“……참- 대단해 자기는.”
“뭐? 왜?”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축구가 질릴 법도 한데, 한결같이 열심인 모습이 대단하다고 했다.
“그리고. 멋있어. 우흐흥.”
“반했어?”
“응. 몰랐어?”
앞에 있는 여자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잠깐 입술을 삐쭉 내밀어 본다.
“음, 오일 맛 나.”
입맛을 다신 아영이가 맥주 캔을 입으로 가져가고, 파스타를 한가득 집어넣은 나도 펩의 노트를 읽어 내려갔다.
그의 말처럼 내용의 상당 부분은 아는 것이었지만, 철저히 공격하는 쪽의 입장에서 쓰인 내용을 읽다 보니 알고 있던 것도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상대를 알고 또 나를 아는 것.’
어쩌면 이것 역시, 그것의 일환인지도 모르겠다.
잠들었어야 할 늦은 밤, 나는 가장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 조금 다른 의미로 가장 사랑하는 축구를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난 이런 풍경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소소하지만, 동시에 가장 확실한 행복이다.
***
2014년 12월 5일.
까톡-
– 야, 너 내일 오른쪽이냐?
From. 손흥민
***
2014년 12월 6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1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레버쿠젠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3-3/4-4-2(D6)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베른트 레노
RB ? 김다온 / RB ? 틴 예드바이
CB ? 제롬 보아텡 / CB ? 외머 토프락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에미르 스파히치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웬델
DM ? 사비 알론소 / DM ? 라스 벤더
CM ? 제바스티안 로데 / DM ? 곤잘로 카스트로
CM ? 마리오 괴체 / RAM ? 카림 벨라라비
RW ? 토마스 뮐러 / LAM ? 손흥민
LW ? 베르나르두 실바 / ST ? 하칸 찰하노글루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슈테판 키슬링
.
.
형들을 만나는 건 늘 행복한 일이다.
그냥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것 같달까?
그리고 난 그것을 늘 장난으로 표현하곤 했다.
[여어-!!]오늘은 흥민이 형이 바로 그 대상이다.
[형한테 여어가 뭐냐? 여어가.] [왜? 나름 예의를 갖췄는데.] [그게?] [야라고는 안 했잖아.] [아우- 진짜.]흥민이 형은 현재까지, 분데스리가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멀티골을 기록하기도 했고, 환상적인 세트피스 득점도 보여 줬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꾸준한 활약의 이유를 A매치 주간 휴식에서 찾고 있다.
올 시즌 바이어 04 레버쿠젠은 슈테판 키슬링의 부진이 길어지는 중이고, 바로 그것 때문에 2선 자원들에게 팀 공격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게 되었다.
우리 뮌헨의 윙어들이 종종 로테이션 되는 것과는 달리, 레버쿠젠의 윙어들은 거의 전 경기에 출전 중이다.
실제로 그것 때문에 카림 벨라라비(Karim Bellarabi)나 하칸 찰하노글루(Hakan Calhanoglu)의 경기력이 많이 추락해 버리고 말았다.
둘은 이번 시즌 각자 터키와 독일의 A매치 경기를 소화하며, 휴식이 거의 없는 시간을 보냈다.
[살살 해라 진짜. 형이 드리블하면 길 좀 터 주고. 알지?] [오케이, 오케이.] [……안 그럴 거지?] [뭘 당연한 걸 물어. 대신 태클해 줄게.] [아이 씨, 꺼져.] [있다가 봐.] [그래-]웜업 전 짧게 복도에서 만난 흥민이 형과 헤어진 뒤, 나는 경기장으로 들어서서 동료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영이는 아마 경기가 시작할 때쯤 도착해 있을 것이다.
좌석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경기 전에 그쪽을 한 번 슬쩍 바라볼 생각이었다.
“마지막 5분-!!”
부에나벤투라가 정해 놓은 프로그램에 맞춰 웜업을 진행하는 사이, 어느덧 경기장은 거의 채워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곳은 만석이 될 텐데, 벌써 5년째라고 한다.
홈과 원정을 막론하고,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가 매진된 지가 말이다. 독일 축구팬이 70%가 뮌헨을 응원한다는 이야기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독일 언론들은 지난 시즌 초반,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클럽에서 뛰는 의미를 종종 묻곤 했다.
일단 팬들과 또 클럽을 위해 영광이라는 식으로 말하긴 했었지만, 확실한 속마음은 뮌헨에서 뛰는 것 자체는 좋지만 이미 그런 클럽에서 뛰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기록적인 매진 행렬 사례는 없긴 해도, 벤피카 역시 포르투갈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클럽이었다.
‘뭔가, 반대이기는 해.’
SL 벤피카는 밖에서 볼 때보다, 그들에게 속해 있었을 때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는 곳이었다.
클럽의 모든 것들이 철저히 선수를 위해 움직였고, 그들의 전통은 오로지 선수를 위한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셀링클럽이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어린 선수를 다루는 방법 역시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바스티를 검사 중인 볼파르트 박사님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 좋은 분인데 말이야…….’
웜업을 끝마치고, 나는 다시 라커룸 안으로 들어섰다.
펩이 들어서고, 볼파르트 박사님은 자리를 피한다.
이 역시 좋은 장면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바이에른 뮌헨이었고, 우리 역시 그것을 받아들이며 매일같이 승리를 쟁취 중이다.
“오늘 상대는 역습을 시도할 거다!”
“…….”
“볼을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패스. 패스. 패스. 패스! 하지만 그건 무척 정확해야 한다!”
클럽 전체가 하나 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과연 그것을 조만간에 볼 수 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
·전반 12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레버쿠젠
가벼운 탄식이 레버쿠젠의 벤치에서 울려 퍼지고,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리를 들은 로거 슈미트(Roger Schmidt)가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은 분명, 완벽한 역습 타이밍이었다.
‘……쏜보다 빠르다고?’
로거 슈미트의 축구 철학은 얼핏 위르겐 클롭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높은 위치에서의 즉각적인 압박과 볼을 탈취한 후 정교하게 진행되는 역습이 바로 그렇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의 뿌리가 같기 때문인데, 로거 슈미트는 사키이즘(Sacchism)’의 계승자인 랄프 랑니크(Ralph Rangnick)로부터 전술적 영감을 얻었다.
피치 위의 선수들을 가로세로 30m 정도 되는 영역에 밀어 두는 컴팩트 풋볼을 펼치게 된 이유다.
현재 레버쿠젠은 양쪽에 배치한 윙어들을 스트라이커와 두 명의 미드필드 사이에 놓아두고, 풀백을 전진시켜 윙어처럼 사용하는 전술을 택하고 있다.
그들을 좁은 영역에 집중시켜 빌드업을 진행하는 한편, 볼을 빼앗겼을 때는 다수의 선수를 한꺼번에 수비에 투입했다.
그리고 윙어와 풀백들은 상황에 따라 포지션의 구애를 받지 않고, 중앙과 측면을 자주 오가야 했다.
로거 슈미트의 축구에, ‘발이 빠르고 부지런한’ 측면 자원들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중에서도 손흥민은 특히 레버쿠젠에 있어 중요한 존재였고, 토트넘 이적설을 뿌리치고 잔류한 그는 팀 득점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 주었다.
하지만 전반 12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까지, 손흥민은 본인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중이다.
게다가.
파앙-!!
“이런!! 이봐아-!!”
김다온은 매우 독특한 위치에서 팀을 괴롭히고 있다.
뮌헨의 빌드업 상황에서 김다온은 측면보다 조금 안쪽으로 치우친 지역에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았고, 그곳에서 패스를 연결받아 기계처럼 반대편으로 축구공을 전달했다.
워낙 오프 더 볼의 과정이 좋다 보니, 그가 어떠한 위치에서 어떠한 플레이를 할지를 잘 알면서도 그것을 통제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컴팩트 축구의 특성상, 저런 식의 방향 전환은 단숨에 문제를 드러내게 된다.
볼이 머무는 곳과 그 주변 좁은 영역에 선수들을 대고 투입하기 때문에, 저렇게 크게 방향을 전환해 버리면 애써 만든 진형이 무너져 버린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빠르고 조직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로거 슈미트의 축구였지만, 김다온은 너무나도 쉽게 레버쿠젠의 압박을 벗어나고 있었다.
꼭 드리블로만 탈압박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귀찮은 녀석이야.’
수비를 탄탄하게 가져가며 동시에 레버쿠젠의 약점을 긁어 대고 있는 김다온은, 로거 슈미트에게는 마치 모기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탁-!!
괜히 허벅지가 간지러웠던 로거 슈미트가, 모기가 앉았다고 생각해 자신의 다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린 이유다.
분데스리가 4위에 올라 있는 레버쿠젠의 컴팩트 축구가, 전반 초반부터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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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종료
바이에른 뮌헨 1 : 0 레버쿠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