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40)
439화
2014년 12월 6일. 90402 뉘른베르크, 독일. 바트슈트라세. 키커 본사.
뮌헨과 레버쿠젠의 경기가 하프타임을 맞은 동안, FIFA가 홈페이지를 통해 2014 FIFA 발롱도르의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이제부터 약 3주 동안 전 세계 96개의 기자단과 이와 같은 국가의 대표팀 감독 또 주장이 각자 투표를 행사, 12월 27일 최종 3인 후보가 발표될 예정이다.
그리고 수상은 내년 1월 1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귀빈과 최종 후보자 3인 등을 초대해 이뤄지게 된다.
“난 솔직히 이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왜?”
“어차피 반쯤은 결정된 거잖아?”
“하하. 그렇기는 해.”
키커의 베테랑 기자인 한스 짐머는 2014 FIFA 발롱도르에 호의적이지 않는 사람 중에 하나다.
2007년 들어서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후보를 선정하기 시작한 발롱도르는, 그전까지는 사실상 세계 최고가 아닌 ‘유럽 최고’를 뽑는 성격의 상이었다.
물론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는 99%가 유럽 클럽에서 뛰기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긴 하지만, 애초부터 투표 과정 전반이 공정하지 않았다.
유럽 내에서 내로라하는 명성 높은 기자들이 전문적으로 심사를 맡았던 기존의 발롱도르와는 달리, 2010년부터 FIFA 올해의 선수상과 통합된 현재의 발롱도르는 객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기존 FIFA 올해의 선수상이 수상될 때부터 지적되어 왔던 문제점인 ‘감독과 선수가 투표를 하게 되면 실력 외의 것들이 개입한다.’는 단점이 발롱도르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2003년 발롱도르가 파벨 네드베드를 수상자로 선택하고 FIFA가 지네딘 지단을 선택한 일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클럽과 대표팀에서의 커리어는 파벨 네드베드가 압도적으로 뛰어났음에도, 상대적으로 유럽축구에 무지한 아시아/아메리카/아프리카 대륙의 대표팀 감독 및 선수들은 명성에 의존해 지네딘 지단을 선택했다.
물론 지단의 활약이 형편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자들 대부분은 네드베드/앙리/말디니가 2003년 최고의 선수들이었다고 입을 모았었다.
외에도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가 통합된 첫 번째 해인 2010년 리오넬 메시의 선정 역시도 논란이 되었었다.
“어차피 올해 수상자는 호날두 아니면 메시야. 대부분의 멍청이들은 이들 둘 외에는 투표조차 안 할 텐데 뭐.”
“다온이 있잖아?”
“모르겠어, 옌스. 분명한 건,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 중 하나는 반드시 최종 3인에 들어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렇게 한창 시끄러워지는 사이.
“…….”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용히 모니터를 쳐다보던 카를-하인츠 빌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본인에게 주어진 투표권에 이름을 기입했다.
타닥- 타닥- 타닥-
***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
1. 김다온(바이에른 뮌헨)
2.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
사실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카를-하인츠 빌트는 김다온을 발롱도르 1위 자리에 놓아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이어가 월드컵에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끌기까지의 활약과 시즌 초반의 폼이 결국 마음을 바꾸도록 만들었다.
2014년 전반기만 놓고 보았을 때는 김다온이 의심할 여지 없이 전 세계 최고의 선수였지만, 월드컵 우승이란 프리미엄을 외면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
타닥. 탁-!
***
1.
2.
3.
***
카를-하인츠 빌트는 본인의 판단을 조금 보류하기로 했다.
어차피 투표 마감까진, 시간이 넉넉했다.
“후우~”
한숨과 함께 의자에 몸을 파묻은 그는, 문 바깥으로 보이는 인영(人影) 여러 개를 발견하곤 몸을 돌리기로 했다.
사람들은 올해 FIFA 발롱도르의 독일 투표권을 지닌 빌트의 선택에 몹시 관심이 많았다.
블라터 회장의 비리를 취재하기 위해 떠난 후, 3년 만에 다시 키커로 돌아온 투표권이라 더더욱 그랬다.
똑똑똑-
“저어- 칼? 혹시 누구…….”
“아직 안 정했어-! 하지만 정하면 알려 주지.”
“네. 그리고 말하는데…… 한스는 뮌헨의 선수들이 최종 후보 3인 중 하나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건 그의 의견일 뿐이야.”
“네. 그냥…….”
“걱정은 고맙지만, 내 선택이야. 나가 보도록 해.”
소심한 직원 하나가 문을 닫은 뒤 사라지고, 뒤이어 밖으로 보이던 인영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누가 최고일까?”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은 카를-하인츠 빌트의 고민은 조금씩 깊어진다. 그 이유는 본인의 현재 판단이 순수 객관적인 지표에 근거한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어서였다.
자신은 축구계를 지배한 FIFA의 마피아들을 쫓는 일에 지난 10년을 매진해 왔다.
축구를 매개로 국가를 초월한 권력을 손에 쥔 FIFA의 고위 관계자들은 악취가 국경 몇 개를 넘어서도 날 만큼 부패한 인사들이었고, 그들에게 유착한 썩은 기업들도 많았다.
어느새 월드컵 개최국 선정은 ‘공정성’보다는 ‘로비’가 더 중요한 이슈가 됐고, FIFA의 관계자들은 이 기간 최소 수천만 유로를 그들의 통장에 쓸어 담는다.
이러한 것들을 취재하며 그는 허름하고 낡은 모텔의 화장실에서 몇 번이나 구역질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휴식 차 뒷조사를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 카를-하인츠 빌트는 여전히 피치 위에서는 순수한 열정이 살아 숨 쉰다고 믿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던 순수함을 다시 확인한 것과도 비슷했다.
‘그래서였을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 뛰어난 축구기자는 김다온이 지난 몇 년 동안 보여 준 행보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또 그의 축구에 대해서도.
“…….”
드르르르륵-
서랍을 연 카를-하인츠 빌트의 시선이, 새하얀 두터운 서류 봉투에 고정된다.
요제프 블라터만큼이나 탐욕적인 그의 연인에게서 받은 자료에서 출발한 서류 봉투의 안엔,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축구계의 이면계약서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수많은 축구선수가 에이전시와 클럽의 권유로, 밝혀지지 않은 돈을 챙겨 가고 세금을 횡령한 증거들이 말이다.
그리고 그곳엔 당연히, 김다온과 관련된 내용도 들어 있다. 세금 문제는 무척 깨끗했지만, 연봉을 대체하기 위해 받은 고액의 보너스 출처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게다가 그 출처가 바이에른 뮌헨의 스폰서 중 하나라는 점은, UEFA와 FFP의 규정 역시도 어기는 중범죄였다.
하지만 빌트는 약속했다.
[“하지만 안심해요. 말했듯이 지금 당장 어떻게 할 것도 아니고, 사실 당신에 관한 내용은 뺄 생각이니까.”] [“……왜죠?”]당시 김다온과 나눈 대화에서, 카를-하인츠 빌트는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이들로부터 얻은 정보인 데다 딱히 그가 잘못을 저지른 게 없어서 그런 판단을 내렸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난 정말 빌어먹을 머저리로군.’
카를-하인츠 빌트가 김다온의 내용을 삭제하기로 마음먹었던 건, 본인이 끔찍이 혐오하는 세계와 김다온을 연관 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더는 축구를 좋아할 수 없게 될 것만 같았다.
지칠 대로 지쳐 버린 베테랑 기자에겐, 김다온은 본인을 번아웃(Burn-Out)으로부터 막아 주는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김다온을 만나고 하루가 지났을 때, 그의 에이전트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었다.
[- 제 고객은 당신이 그 기사를 터트리길 원해요.] [“……뭐라고요?”] [- 단,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요.]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이 지난 후 본인으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카를-하인츠 빌트는 그렇게 마음에 지워진 죄책감을 덜어 버릴 수 있었다.
부정(不正)을 외면하지 않고 기사화하는 것은, 기자가 된 이후 본인의 삶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저널리즘(Journalism)’이란 단어로 요약하고는 한다.
[- 그리고 그때는 아마, 자신이 왜 뮌헨을 택하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후엔 어쩌면, 당신이 다온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도 있겠죠. 제가 할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네.”] [- 아, 마지막으로. Herr. 빌트?“] [“?”] [- 고맙습니다. 그를 지켜 주려고 해서요.]전화가 끊긴 후, 카를-하인츠 빌트는 요나스가 마지막으로 전한 이야기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얼핏 김다온을 지키려고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다.
“후우~”
이제 다시, 빌트는 고민한다.
자신을 지키려고 했던 행동들이, 발롱도르 선정에 있어 김다온에게 불리하게 작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현 선택은 키커의 스탠스와도 부합했다.
29일에 발표될 2014/15 겨울 랑리스테 발표에서, 김다온은 측면수비수 부분(Außenbahn defensiv)의 이케(IK)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이번 겨울 뷔케(WK)는 단 7명뿐이며, 이중 뮌헨에서 뛰지 않는 선수는 볼프스부르크의 케빈 데 브라위너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토니 크로스뿐이다.
그리고 김다온 역시, 측면수비수 부분의 이케로서 유일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시즌 초반의 부진에도 불구, 분데스리가 내에서 가장 훌륭한 측면수비수로 선정된 셈이다.
‘하지만 분명 월드컵까진…….’
쥐어뜯듯 머리를 감싸 쥐는 카를-하인츠 빌트의 뒤, 벽에 걸린 TV에서는 어느새 뮌헨과 레버쿠젠의 후반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
※ 2014 FIFA 발롱도르 최종 후보 23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 세르히오 라모스, 토니 크로스, 하메스 로드리게스(이상 레알 마드리드)
리오넬 메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네이마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에당 아자르, 디에고 코스타(이상 첼시)
앙헬 디 마리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야야 투레(맨체스터 시티)
즐라단 이브라히모비치(PSG)
폴 포그바(유벤투스)
마누엘 노이어,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마리오 괴체, 토마스 뮐러, 필리프 람, 아르연 로번, 김다온(이상 바이에른 뮌헨)
***
·후반 13분
바이에른 뮌헨 1 : 0 레버쿠젠
고작 한 경기였지만, 센터백 포지션에서 뛰었던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되고 있다. 하피냐의 플레이를 보며 아쉬워했던 것들이 플레이 도중 불현듯 떠올랐던 거다.
그러면서 나 역시, 펩의 기대를 100% 충족시켜 왔던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동료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상황에 좌절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팀에 합류했을 때 우리의 축구가 어떠한 식으로 작동될 수 있을지를 상상하진 않았다.
“후안!!”
거의 중앙미드필드처럼 보이는 위치까지 이동하여,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막혀 버린 베르나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패스를 보내왔고, 주변에 밀집되어 있던 레버쿠젠의 선수들이 빠르게 나를 압박해 왔다. 일단 가장 먼저 접근한 건, 레버쿠젠의 엔진인 라스 벤더다.
좋은 공수밸런스와 90분 내내 뛸 수 있는 체력, 또 거기에 보태어진 타고난 부지런함과 조금 아쉬운 투박한 기술까지.
손쉽게 지성이 형을 연상토록 만드는 이 미드필드는, 실제로도 지성이 형의 대체자로 작년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관심을 받았었다.
섣부르게 접근하지 않고 패스나 드리블의 경로만을 교묘하게 막아 내어, 상대로 만났을 땐 무척 피곤한 남자다.
그러니.
‘저기.’
파앙-!
빠르게 볼을 처리해 라스 벤더가 지연에 성공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후안 베르나트가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내내,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동료들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머릿속에 넣어 둔 이유다.
동료들의 현 위치를 파악해 두어야, 셀 수도 없이 많았던 연습 중에서 어떤 것을 적용해야 할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벤더의 옆을 스쳐지나 레버쿠젠의 최종 수비라인을 통과한 축구공은 레비의 발끝을 살짝 스쳐 지나며 베른트 레노 골키퍼의 품에 안겼다.
난 아쉬움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모처럼 침투 패스를 전해 받은 레비는 만족한 표정이다.
그는 내게 엄지를 치켜세워 줬고, 나도 같은 행동을 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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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Sports N 아나운서
“후반전 김다온 선수의 움직임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지금도 보면 일반적으로 우측 풀백이 있을 위치가 아니거든요? 지금은 거의 왼쪽 미드필드.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우리가 메짤라라 부르는 위치까지 움직인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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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백 전환에 따른 전술적인 익숙함을 떠나, 우리의 공격이 때때로 답답한 이유는 메짤라(Mezz`ala)의 부재에서 왔다.
작년까지 이 역할을 맡아 주던 토니는 레알로 떠났고, 그 자리를 차지해 줬어야 할 티아고는 부상으로 그 가능성조차 제대로 시험해 보지 못했다.
시즌 후 괴체와 베르나르두가 4-3-3이나 4-1-4-1의 왼쪽 미드필드 역할을 소화해 주곤 있지만, 본래 2선이 조금 더 적합한 이들은 메짤라보단 메짜푼타(Mezza Punta)에 가깝다.
그리고 이들의 차이는 ‘미드필드 지역에서 1선으로 볼을 배급’하는 것과 ‘1선 뒤에 머물면서 득점이나 어시스트를 노리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그럼 이 두 개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볼의 배급 위치다.
지금까지 우리의 가장 보편적인 득점 루트는 측면 수비수나 젝서(Sechser/DM)가 방향전환 패스를 보낸 후, 반대편 측면에서 기회를 잡은 윙어가 마무리를 하는 것이었다.
현재까지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단순한 패턴이 파훼되기까진 3개월이 채 걸리지 않는다.
대충 3개월이 지나면, 그것에 대응하는 팀 혹은 전술이 등장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팀은 최대한 많은 공격루트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상대가 우리의 전술을 특정 지을 수 없도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펩은 이것을 ‘Spielaufbau(첫 번째 수비 라인을 벗겨내기 위한 빌드업)’로 만회하려고 했지만, 하비냐와 베르나트로는 이것을 100% 실현시키기 어렵다.
알라바와 내가 쓰리백의 윙백이 되고, 하비가 쓰리백의 중앙에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거다.
‘아- 그거구나.’
시즌 시작 후 처음으로, 나는 어째서 펩이 쓰리백을 새롭게 가져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토니가 없는 상황에서 티아고라는 한 명의 메짤라로는 시즌을 충분히 소화할 수 없다고 보았을 것이다. 윙백이 2번과 4번 세로줄(하프스페이스)에 머물도록 한 것 역시 말이다.
그래서 센터백으로 출전을 했을 때, 하피냐의 위치가 아쉽게만 보였던 거였다.
‘제기랄.’
여기까지 깨달은 지금, 나의 고민은 명확했다.
너무 늦게 깨달은 건 아닐까?
펩은 프리시즌이 끝났을 때, 내가 이미 여기까지 생각을 했길 바랐을 수도 있다.
“윽-!!”
삐?익!!
내가 뻗은 발에 걸린 흥민이 형이 욱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 뒹굴고, 피치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나를 쳐다보는 형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얼굴이었다.
지금은 곧바로 대응하지 못해, 파울로 끊었어야만 했다.
[미안해-] [하아- 진짜.]양말을 끌어 올리는 흥민이 형의 등을 두드려 주며, 나는 빠르게 수비 자리로 돌아갔다.
저 멀리에서 보이는 펩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너무 늦은 건 아니겠죠. 그렇죠?’
겨울 휴식기가 존재한다는 게, 무척 다행이라 느껴지는 순간이 지나고 있다.
***
·후반 39분
바이에른 뮌헨 1 : 0 레버쿠젠
살얼음판을 걷는 것만 같은 1:0 경기에, 알리안츠 아레나는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후반 들어 한층 날카로워진 레버쿠젠의 반격이 가슴을 몇 번이나 철렁하게 만들었고, 2분 전에도 손흥민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두드렸다.
하지만.
“후후후후후.”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무척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제야 조금, 재미있어지겠어.’
만약 부상자의 복귀가 뮌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김다온을 쓰리백의 중앙으로 보내는 것이 펩 과르디올라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겨울 휴식기 이후 부상자의 복귀가 팀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다면, 굳이 김다온을 측면에서 빼낼 이유는 없다.
게다가 지금 김다온은 ‘굳이 선수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이해한 것 같은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로거 슈미트의 전술적 특성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지, 아니면 정말로 팀에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려 나온 움직임인지는 경기 후에 확인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펩은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겪은 김다온을 생각해 본다면, 분명 팀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한 데에서 나온 행동일 거라는 것을 말이다.
꾸준히 팀의 전술 노트를 김다온의 손에 쥐어 주고, 코칭스태프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했던 판단이 주효했던 셈이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 행복했다.
언젠가 일선에서 물러나 유망주나 육성하며 지내길 바라는 펩 과르디올라에게, 자신이 의도한 대로 성장해 가는 선수를 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선수 본인은 부지불식간에 영감을 얻었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영감에는 뮤즈(Muse)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내 차례였지.’
김다온이 자신의 뮤즈라는 사실은, 펩 과르디올라 본인과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일방적인 관계는 절대 성장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서로가 가진 장점과 에너지만을 좀먹을 뿐, 결국 그 끝엔 양쪽 모두 피폐해지고야 만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테크니컬에어리어 앞에서, 펩이 순간 움찔한다.
동공이 커진 그의 눈은 축구공이 움직이는 곳을 좇았고, 그곳에서는 베르나르두 실바의 컷백을 이어받은 마리오 괴체가 왼발 슈팅으로 레버쿠젠의 골문을 노렸다.
오늘 숱한 선방을 보인 베른트 레노가 몸을 날려가며 손을 뻗어 보지만, 축구 골대는 한 명의 골키퍼가 전부 커버하기에는 너무나도 컸다.
촤르르르륵-!
삑-! 삐?익!!
득점을 확인함과 동시에 뒤로 돌아선 펩 과르디올라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괴성을 내지른다.
그런 펩의 앞으로 코칭스태프들이 달려왔고, 이내 얼싸안은 그들은 깔끔했던 득점 과정에 가장 큰 만족감을 표현했다.
레버쿠젠에게서 볼을 빼앗은 후 득점이 있기까지, 뮌헨은 1분여 동안 피치를 완벽히 점유했다.
후방 빌드업에 이은 Spielaufbau가 레버쿠젠의 전방압박을 벗겨냈고, 빈 공간에서 패스를 받은 김다온이 반대편의 베르나르두를 겨냥한 것이 그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멋진 드리블을 선보인 베르나르두의 1:1 돌파와 완벽했던 컷백은 보너스였다.
“잘했다-!! 바로 그거야-!!”
지금까지 거둔 5:0이나 6:0의 대승보다, 오늘 2:0의 승리가 펩에게 더욱 값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정이 정말 좋았다!! 우리가 피치를 지배했다고!!”
연신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펩 과르디올라의 목소리가, 뮌헨 선수들의 귀로 들어가 그들의 자신감을 더욱 북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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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Bundesliga 14R)
바이에른 뮌헨 2 : 0 레버쿠젠
[골] 토마스 뮐러 : 전반 20분(사비 알론소)마리오 괴체 : 후반 41분(베르나르두 실바)
김다온 ? 95분 출전(평점 3.0)
MoM ? 베르나르두 실바(1어시스트/평점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