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43)
442화
[클럽월드컵 현장인 마라케시에 도착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 – 모로코월드뉴스(모로코)/2014.12.19.(오후)] [(사진) 사전 인터뷰장에 들어선 펩 과르디올라. – 맵뉴스(모로코)/2014.12.19.(오후)]***
2014년 12월 19일. 40000 마라케시, 모로코. 오우하 세이디 브라히마 1. 로즈 가든 리조트(Rose Garden Resort. Ouaha Sidi Brahim 1. 40000 Marrakech, Morocco).
마라케시 내에서 값비싸고 고급스러운 시설을 자랑하는 로즈 가든 리조트. 바이에른 뮌헨은 클럽월드컵에 참여한 선수단을 위해, 이 화려한 곳을 숙소로 대여했다.
오늘부터 23일까지 이곳에는 오직 뮌헨의 선수단만이 묵을 수 있으며, 그 비용만 해도 40만 유로 이상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펩 과르디올라가 미디어 앞에 섰다.
“발롱도르 최종 후보 발표가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동안 당신은 뮌헨의 선수를 특별히 지지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클럽월드컵을 치르면서, 펩은, 이곳에 모이는 기자들의 시각이 유럽 빅리그를 담당하는 이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발롱도르와 관련된 질문은 이미 한참 전에 끝났다고 여겼건만, 모로코의 기자는 어김없이 그것을 물어 온다.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는 과거에 답했던 지극히 당연하고 또 재미없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겐 7명의 발롱도르 후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 모두에게 수상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특정한 선수를 지목할 수 없습니다. 그건 거기에 앉아 있는 당신들과 전 세계 축구 감독 그리고 주장들의 몫이죠.”
빅리그에서 멀어질수록, 그들이 얻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다. 빠르게 갱신되어 가는 이슈가 멀리까지 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펩은 발롱도르와 관련된 대답을 해야만 했고, 금세 그는 조금 지쳐 버렸다.
인터뷰 현장에 동행한 마누엘 노이어에게로 질문이 넘어간 동안, 잠머로부터 물병을 전달받은 펩이 목을 축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한 동양인이 손을 들었다.
펩은 처음엔 그가 한국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질문을 받기 위해서는 통역이 필요했고, 이후 들려온 언어를 통해 펩은 기자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카타 히데토시를 아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네. 그를 압니다. 브레시아와 로마에서 있을 때, 몇 차례 상대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그의 인상은 어땠죠?”
“기술이 좋았고, 부지런했습니다.”
“그게 다인가요?”
“그렇습니다.”
조금 심드렁한 태도로 대답하는 펩 과르디올라의 모습에, 일본 기자의 눈매가 살짝 매섭게 변했다.
하지만 그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조금 뒤, 같은 기자가 다시 물었다.
“현재의 다온과 당시의 나카타를 비교해줄 수 있나요?”
“…….”
축구 외적인 것에 무관심한 펩 과르디올라는 한국과 일본의 얽힌 역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다만 지난 8월 광복절 이벤트 등. 클럽의 활동으로 인해, 한국이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으며 그로 인해 양국의 관계가 나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펩은, 지금 일본 기자의 질문도 그런 배경에 바탕을 뒀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건 무척 쉬운 질문이로군요.”
“?”
“제 기억에 나카타는 좋은 선수였습니다. 좋은 선수요. 하지만 다온은 위대한 선수입니다. 그게 둘을 비교하는 가장 쉬운 답변이죠. 로마에서 그는 백업이었고, 파르마에서도 활약이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에 다온은 뮌헨의 주전이고, 작년도 골든 보이이자, 월드컵에서 팀을 8강으로 이끌었습니다.”
“저, 그만…….”
“아니, 조금 더 말하겠습니다.”
나카타 히데토시(中田 英?)를 향한 펩의 평가가 예상보다 훨씬 더 야박하자, 일본 기자는 급하게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펩은 그럴 생각이 없었고, 내심 김다온을 응원하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팀에 발롱도르 후보가 7명이나 되어 김다온을 대놓고 지지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일본 기자의 질문이 펩 과르디올라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었던 셈이다.
“다온은 현시점에서 세계 Best 11을 뽑는다면, 반드시 오른쪽 풀백이 들어가야 할 친구입니다. 그는 어떠한 오른쪽 풀백보다 뛰어난 기량을 지녔고, 나이도 고작 21살이죠. 그는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고, 훌륭한 리더가 될 자질도 갖췄습니다. 나카타도 분명 괜찮은 선수였습니다만, 다온과의 비교는 메시와 평범한 공격수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당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했나요?”
“…….”
“만족스럽지 않은가 보군요. 하지만 그게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 줬으면 합니다. 이곳에 있는 기자들도 다들,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말이죠. 다음은요?”
본전도 챙기지 못한다는 말이 적합한 지금, 수치심과 분노로 붉게 달아오른 사커다이제스트의 오노 사카자키(大野 坂崎)는 푹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지켜보던 SPORTV의 김현우는, 내심 통쾌한 기분을 느끼며 키보드에 손을 가져갔다.
‘김다온과 나카타를 비교하는 건, 메시와 평범한 공격수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김현우는 오늘 하루, 이 내용으로 대한민국이 내내 떠들썩할 거라는 것을 장담할 수 있었다.
***
이른 오전 뮌헨에서 회복훈련을 진행 후 곧바로 이동을 해서인지, 몸 상태는 분명 100%는 아니었다.
하나의 경기가 끝나고 나면 최소 48시간은 지나야 충분한 회복을 하는데, 이틀이나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지금은 최소 일주일은 필요해 보인다.
“푸-핫!”
리조트 내의 수영장에서 한창 헤엄을 치던 나는, 물에서 빠져나와 썬베드가 있는 장소로 다가갔다.
휴식이라기보다는 휴가에 가까운 풍경 속에서, 수건을 어깨에 두르곤 태닝에 한창인 베르나르두의 옆으로 가 앉는다. 선글라스를 슬쩍 위로 올린 녀석이 피식하고 웃는다.
“젠장. 이건 진짜 마음에 들어.”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베르나르두가 깊은 만족감을 표현한다.
“이건 그러니까, 포상이지.”
“포상? 뭐에 대해?”
“얻는 거라곤 작은 영광밖에 없는 대회에 참석한 것에 대한 포상 말이야. 나는 이게 일종의 위로 수단이라고 생각해.”
“너한텐 이 대회가 아무 의미 없어?”
“아니. 그건 아니지.”
“그럼?”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클럽에서 뛴다는 건, 이 정도 수준의 대회는 기본적으로 챙겨 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클럽월드컵에서의 우승이란, 안도에 조금 더 가깝다고 본다.
망신을 당하지 않았고, 이 대회에 참가한 팀들 중 최고라는 당연한 사실을 증명한 것에 대한 안도 말이다.
“와-우. 그건 네게서 절대 나오지 않을 말 같았는데 말이야.”
“그럼 어떨 줄 알았는데?”
“당연히 최선을 다할 줄 알았지. 진지한 태도로,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어! 라는 식으로 말이야.”
“열심히 뛸 거거든?”
“큭큭큭. 어련하려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지금, 베르나르두와 나는 편안하게 포르투갈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선수단이 근처에 있었다면, 우린 아마 독일어를 썼을 것이다.
펩이 정한 강령이 바로 그것이니까.
뮌헨에 합류한 선수들은 가장 먼저, 독일어를 습득할 것을 가장 먼저 요구받는다.
유예기간이 존재하긴 하지만, 3개월 정도가 지나면 펩은 되도록 독일어를 쓸 것을 권하고 있다.
“아, 참. 내 친구가 이 말을 해 주더라.”
“응?”
“아 볼라가 네게 발롱도르 2위 표를 줬대.”
“어떻게 알았어?”
“걔 아버지가 아 볼라에 자금을 대 주거든. 광고 계약을 한 스폰서라나? 아무튼, 호날두에게 1위 표를 줬고 2위 표에는 네 이름을 적었다나 봐.”
“……그래.”
“뭐야? 이번에도 실망한 얼굴이 아닌데?”
“왜? 꼭 실망해야 돼?”
특별히 아쉬워하지 않는 내 태도를 보며, 선글라스를 벗고 몸을 일으킨 베르나르두가 넌 누구냐며 질문을 던져 왔다.
그래서 난 녀석을 살짝 밀쳐 내며,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클럽월드컵이 중요하지 않고, 발롱도르 1위 표를 받지 못한 게 분하지 않다고? 이런, 제기랄! 내가 아는 김다온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어깨를 으쓱하고 일어선 나는, 한 번 더 수영을 할 생각으로 베르나르두의 곁을 떠났다.
그러면서 생각을 한 것은, 아 볼라가 내게 1위 표를 주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논란이 될 거라는 거였다. 포르투갈의 신문이니, 당연히 포르투갈 선수를 응원하는 게 옳다.
저널리즘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앞서는 것은 애국심일 수밖에 없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르헨티나가 당연히 메시를 1위로 선정할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나도 최소 1위 표 세 개는 확보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후우~ 쓰-읍!”
첨벙-!
호흡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풀장 안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시작한다. 너무 과하게 하는 것만 아니라면, 오히려 이편이 체력을 회복하는 데에 좋을 것이다.
석양이 져가는 마라케시의 하늘은 불이라도 난 것처럼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다.
‘후우~ 애초부터, 힘든 싸움이었어.’
FIFA 발롱도르가 인기투표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것을 수상하지 못하는 일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 분야에선, 난 절대 메시와 호날두를 이길 수 없다.
왜냐하면 난 동양인이니까.
첨벙-! 첨벙-!
계속해서 물장구를 쳐 가며, 나는 지금까지 겪어온 수많은 일들을 떠올린다. 가장 최근엔 AS 로마의 홈구장에서 인종차별을 겪었지만, 그 일은 기사화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중계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고, 잘못이 공론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이 들춰지는 일은 유럽에선 늘 백인이나 흑인들의 몫이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황인종으로서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서려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위치에 올라서 있어야 한다.
아직 그러기엔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난 이번 발롱도르에 실망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푸우우–”
다시 짧은 수영을 끝마치고 수영장 끝에서 벽을 잡고 기대어, 어느새 수평선에 반쯤 걸쳐진 태양을 바라본다.
‘……결국 내 축구가 모든 것을 증명해 줄 거야.’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위치에 올라서는 날을 기약하며, 나는 수영장을 빠져나와 베르나르두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부터 준비를 해야, 저녁식사를 위해 리조트 로비에 모이는 시간에 늦지 않을 것이다.
“가자-!”
“어-! 지금 가-!”
마음 같아선 그냥 침대로 뛰어들어 이틀 정도는 잠만 푹 자고 싶지만, 클럽월드컵 우승이란 작은 이력 하나를 더 추가하려면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된다.
객실로 돌아와,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인다.
쏴아아아아-
역경으로 인해 커리어가 불충분할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 따윈, 누구도 알아 주지 않으며 패배자의 변명처럼 들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다.
***
2014년 12월 20일. 마라케시, 모로코. N9, 오우하 세이디 브라히마. 마라케시 경기장.
·경기 시작 2시간 전
크루즈 아줄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헤수스 코로나
RB ? 하피냐 / RB ? 헤라르도 플로레스
CB ? 제롬 보아텡 / CB ?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CB ? 단테 / CB ? 훌리오 도밍게스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파우스토 핀토
DM ?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CM ? 에르난 베르나데요
RAM ? 아르연 로번 / CM ? 헤라르도 토라도
CM ? 김다온 / RAM ? 호아오 로하스
CM ? 베르나르두 실바 / CAM ? 마우로 포르미카
LAM ? 프랑크 리베리 / LAM ? 크리스티안 히메네즈
ST ? 토마스 뮐러 / ST ? 마리아노 파본
.
.
수많은 축구 경기와 마찬가지로, 클럽월드컵 역시 많은 축구도박회사들의 주목을 받는다. 다만 승패가 뻔히 예측 가능하기에, 그들은 승패보단 핸디캡에 더욱 높은 배당을 준다.
‘Artfootball.com’ 역시 그런 회사 중 하나이며 그들은 뮌헨의 일반 승리에 1.01이란 최저의 배당을, 3득점 핸디캡 승리에도 1.22란 낮은 배당을 매겼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건, 크루즈 아줄의 핸디캡 승리와 핸디캡 무승부에 매겨진 배당이었다.
그들은 크루즈 아줄의 핸디캡 승리에는 4.80, 핸디캡 무승부엔 3.55의 배당을 매기며 돈을 손에 쥔 나방들이 거기로 달려들기를 바라고 있었다.
회사에서 많은 돈을 받고 분석을 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오늘 경기는 최소 0:4 게임이었다.
만약 이런 예상이 옳지 않다면, 회사는 손해 본 부분에 대한 책임을 분석을 한 이들에게 돌릴 것이다.
금액에 따라 방법은 달라질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회사를 관두는 것 정도에서 마무리될 거다.
“근처에서는 못 보던 분이시로군요. 여행 오셨나요?”
“뭐, 일종의 휴가라고 할 수 있겠죠.”
“?”
“취미를 즐기러 왔으니까 말입니다.”
“아-! 사하라 투어 말이로군요. 사막을 횡단하기엔, 지금만큼 좋은 계절이 없죠.”
마라케시 경기장이 훤히 보이는 야외의 간이 바(Bar)에 앉아, 선글라스를 뒤집어쓴 사내가 기계적인 미소로 바텐더가 내민 술잔을 받아 든다.
“오늘 축구도 보십니까?”
“그럴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숙소는 정하셨습니까? 괜찮다면, 저희 가족이 운영하는 리야드로…….”
“호의는 고맙지만, 이미 호텔을 정했습니다.”
“이런! 그렇군요.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잔돈은 가지세요.”
“오-! 이런 고마울 데가!”
후한 팁에 기분이 좋아진 바텐더가 물러나고, 귀찮지 않기 위한 비용으론 값쌌던 지출에 사내는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회장님.”
“…….”
FIFA의 관계자들을 만나러 떠났던 수행원이 금세 돌아왔기 때문이다.
5분만 더 홀로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 사내. 아니 제임스 그래험은,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붉은빛이 살짝 섞인 갈색 머리에 초록빛의 동공은, 언제나 그렇듯 신비한 느낌을 뿜어내고 있다.
“VIP 라운지를 내어 주겠다고 합니다.”
“당연하겠지. 그들에게 들인 돈이 얼만데.”
“네.”
“자네도 여기에서 한 잔 하게. 마티니를 시켰는데, 재주가 제법 괜찮군. 가게를 하나 가져도 손색없는 실력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제임스 그래험은 어제부터 오랜만의 외유에 나섰다.
지난 18개월 동안, 그는 토트넘 핫스퍼에 연줄을 만들기 위해 두문불출해 왔다. 그 목적은 물론, 토트넘 핫스퍼를 본인의 구단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림자’라는 별명을 가진 것처럼, 이번에도 제임스 그래험은 직접 일선으로 나설 생각이 없다.
언제나처럼 대리인을 내세워 자신을 대신하도록 만들고, 그를 뒤에서 조종을 할 생각이다.
“미디어 쪽은 어떻게 되고 있나?”
“포섭이 거의 끝났습니다. 내년 봄쯤이면, 조금씩 조 루이스에 대한 기사가 나올 겁니다.”
“멋지군. 나쁘지 않아.”
제임스 그래험은 토트넘의 회장인 조 루이스와는 굳이 인연을 쌓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와의 친분이 클럽 인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44억 달러의 자산 규모를 지닌 부호임에도 불구하고, 조 루이스는 본인 자산의 1/10을 지닌 구단주보다 클럽에 투자하는 일이 인색했다.
꽉 막힌 주급 체계 등이 그것을 증명하며, 그는 축구로 매년 수천만 유로의 수입을 거두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돈을 쓰지 않으니 자연히 돈이 벌리는 것인데, 이는 토트넘 핫스퍼가 최근 20년 동안 카라바오 컵 한 차례밖에 들어 올리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토트넘의 팬들은 그것에 불만이 있으며, 제임스 그래험은 우선 미디어를 통해 선동하는 것으로 인수 작업을 시작할 계획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엔 김다온의 영입전에 뛰어들고, 토트넘을 EPL 최고의 클럽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많은 돈이 들겠지만, 어차피 돈이야 다양한 방법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만큼 큰 문제가 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토트넘을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부차적인 이득을 더욱 기대해 볼 만했다.
지난 1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보인 ‘프레데터’를 한층 더 키울 수 있고, 조르제 멘데스가 한 것처럼 위성 에이전시를 만들어 써드파티 사업도 벌일 수 있다.
협력 관계에서 라이벌이 되기로 결정한 만수르 역시, 본인의 생각을 존중해 주었다.
만약 본격적인 인수 작전이 시작된다면, 맨체스터 시티로부터 비밀스러운 지원도 받을 수가 있다는 뜻이다.
제임스 그래험은 그날이 얼른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지고 싶었던 것을 손에 쥐는 데 이토록 많은 노력을 들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응?”
“왜 그러나?”
“저기, 사람들이 오는군요.”
“…….”
‘그림자’가 아닌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벌이자 스코틀랜드의 명망 있는 귀족으로서, 제임스 그래험의 이름과 영향력은 FIFA에도 깊이 관여되어 있다.
수행원을 통해 제임스 그래험의 방문 사실을 안 FIFA의 관계자들이, 그를 마중하기 위해 노천 바로 나선 것이다.
조용한 시간은 끝났음을 직감한 제임스 그래험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그는 한층 더 두터운 가면을 장착한 채 FIFA의 관계자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말입니다.”
“그럴 리가요! 당신의 아버님도 축구에 무척 관심이 많으셨죠. 따라오시죠. 최고의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하하.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여기 자신의 취미에 진심인 또 다른 남자가, 아주 오랜만에 본인의 최애를 지켜보기 위해 모로코를 찾았다.
***
작가의 말 ? 이건 진짜 여담입니다만, 제가 포르투갈에 좋은 인상이 남은 건 두 번 여행을 가서 단 한 번도 차별이나 차별 비슷한 대접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초기 때도 그랬지만, 이번 손흥민 사태를 보며 그네들의 차별의식이 얼마나 원초적인 곳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