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46)
445화
2014년 12월 23일. 마라케시, 모로코. N9, 오우하 세이디 브라히마. 마라케시 경기장.
·경기 시작 5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C.A 산 로렌조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세바스티안 토리코
RB ? 하피냐 / RB ? 훌리오 부파리니
CB ? 제롬 보아텡 / CB ? 마리오 예페스
CB ? 단테 / CB ? 월터 카네만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엠마누엘 마스
DM ?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DM ? 후안 메르시에
RAM ? 아르연 로번 / DM ? 네스토르 오르티고자
CM ? 김다온 / RAM ? 곤잘로 베론
CM ? 마리오 괴체 / CAM ? 엔초 칼린스키
LAM ? 베르나르두 실바 / LAM ? 파블로 바리엔토스
SS ? 토마스 뮐러 / ST ? 마르틴 카우테루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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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무대든 당연한 것 같다.
명성 높은 국제대항전이든 우승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런 대회든, 결승전은 늘 특별하다.
‘가자.’
찰싹-
선수 대기 복도로 들어서기 전, 나는 양 볼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설마 떨고 있는 건 아니겠지?”
“또 그렇게 선생님처럼 굴려고?”
“결승전이잖아. 난 망치고 싶을 뿐이야.”
큰 경기를 앞두고, 필리프는 항상 이런 식으로 단테를 챙기고는 했다.
간혹 중압감에 짓눌려 팀을 큰 위기로 빠트리는 실책을 범하기도 했기에, 이렇게 경기 전 한마디를 던져 줌으로써 진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같은 일을 했고, 단테의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한마디를 더 보탰다.
“넌 최고야, 단테. 자신감을 가져.”
“큭큭.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럴 수도. 그래도 내 말은 알아들었지?”
“응. 고마워.”
“별말을.”
고개를 끄덕이는 단테에게서 돌아선 나는, 똑바로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바로 옆 1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엔, 결승전 상대인 C.A 산 로렌조의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지난 시즌 남미의 챔피언스 리그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의 우승 팀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을 연출한 팀이기도 한데, 핵심 자원이었던 앙헬 코레아(Angel Correa)의 AT 마드리드 이적과 함께 성적이 뚝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작년 팀에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 트로피를 안긴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피찌(Juan Antonio Pizzi)까지 팀을 떠나면서, 카멜레온 같았던 전술도 무척 단순해졌다.
피찌가 주로 사용했던 4-2-3-1을 버리고 4-4-2 Double 6를 도입했지만, 선수단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게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다만 오늘은 4-3-3 혹은 4-2-3-1을 가져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관없어.’
상대가 어떠한 전술로 나왔건, 우리 같은 팀은 오늘 경기를 이겨 줘야 하니까 말이다.
[입장합니다-!!]FIFA 클럽 월드컵의 공식 주제가와 함께, 진행 요원이 목소리를 높이고 주심으로 시작으로 복도에서 대기하던 이들 전원이 통로 밖으로 나아갔다.
총 관중이 2만에도 미치지 못했던 준결승전과는 달리, 오늘은 관중석이 거의 꽉 들어찼다.
입장 후 도열해 바라보는 정면엔, 우리 뮌헨 선수단의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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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한 21살, 김다온의 모습이 보입니다. 유로파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고, 올림픽 은메달, 월드컵 4강, 소속 리그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FIFA 클럽 월드컵 2연패를 노립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차범근, 박지성에 이어 국제적으로 명성을 빠르게 얻어 가고 있죠?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한국 나이로도 22살. 며칠 있으면 23살입니다만, 유럽 기준으로는 일주일 전에 21살이 됐습니다. 앞으로 최소 12년에서 14년 정도를 더 뛴다고 가정했을 때, 어마어마한 커리어가 쌓여져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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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가 끝나고 나면, 팀 토크 후에 곧바로 선수단은 해산이 된다.
그래서 몇몇 동료들은 이미, 마라케시 시내의 가장 화려한 시설을 예약하여 파티를 계획해 두었다. 또 몇몇은 바로 공항으로 가, 임대한 개인 전용기로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나 같은 경우 대다수의 동료들처럼, 숙소로 돌아가 하루 휴식을 취한 뒤에 내일 휴가를 떠나려고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의 목적지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Dubrovnik)고, 우린 그곳에 5일 정도 머물면서 푸르른 아드리아 바다와 신비로운 가옥을 흠뻑 즐기려 한다.
그런 뒤에는 뮌헨으로 돌아와 아영이의 가족들을 맞아, 남은 겨울 휴식기를 보내게 될 거다.
1월 3일부터는 개인 훈련도 시작하려고 하는데, 마티아스 잠머의 소개로 알게 된 니클라스 디트리히(Nicklas Dietrich)와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해 볼 생각이다.
삐?익!!
산 로렌조의 선축으로 클럽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되고, 언제나 그렇듯 초반은 탐색전이었다.
상대의 압박 강도는 어떤지 또 어떠한 위치에 선수가 있으며, 특정 공간으로 볼을 보내었을 때 상대는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해 본다.
전반 4분이 지난 지금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오른쪽 풀백의 위치가 높다는 것. 그에 반해 왼쪽 풀백은 수비에 집중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그리고.
“마리오!”
“?”
“…….”
괴체를 큰 목소리로 부르며, 나는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들을 그에게 전달한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 바스티에게 라인을 올리라고 손짓했다.
이유는 산 로렌조의 4-2-3-1이 변화하는 모습 때문이었는데, 두 명의 젝서(Sechser/DM)와 그 위 2선 사이의 공간이 굉장히 넓었다.
젝서가 포백 앞에서 대기하면서 언제든 6명의 수비수를 페널타 박스 안으로 넣으려고 한 판단 때문인 것 같다.
그렇지만 말했듯, 우리가 고전한 경기들은 상대방이 실점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방위로 압박을 가해 점유율 싸움을 하려고 할 때였다.
지금처럼 수세적으로 나오며 많은 숫자를 페널티박스 주변에 밀집시키면, 우린 우리가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선수에게 볼을 전달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라인을 높일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오늘처럼 상대가 대놓고 버스를 세워 두고 있는 상태라면, 마리오 괴체를 체너(Zehner/AM)로 올리고 바스티를 끌어 올려 내 파트너로 두는 게 가장 좋다.
즉흥적인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동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내 목소리에 따라 준다.
경기 전, 펩이 했던 말 때문이다.
[“일단 시작은 4-1-4-1이지만, 이게 상대하는 데 있어 최선이 아닐 수도 있어. 그래서 다온? 네가 주변 동료들의 위치를 조절해도 좋다.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동료들을 옮겨 주도록. 단, 전반 10분까지는 확정을 지어 줘야 한다.”]어제 저녁을 먹기 전 따로 호출을 받았던 나는, 펩에게서 미리 언질을 받았었다. 테스트를 하기에 좋은 기회라며, 내게 숙제를 내주겠다고 말이다.
이것은 일종의 퀴즈였다.
펩은 마리오와 베르나르두만을 바꾸고 똑같은 전술을 결승전에도 쓰겠다고 했고, 그것이 옳을지 아니면 자신이 일부러 틀린 답을 내었는지를 맞혀 보라고 했다.
정답은 이미 적어 두었다면서, 곱게 세 번 접혀 있던 종이를 내게 건넸다.
[“그걸 보든, 아니든. 판단은 자네의 몫이야.”]그는 틀림없이, 내가 정답을 확인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던 것 같다.
컨닝 따위를 하고 얻은 성적으로 으스대는 건, 스스로에게 구역질이 날 만한 짓이다. 그건 정당하지도 않고, 거짓으로 스스로를 포장하는 것에 불과했다.
‘난 그런 인간이 아니야.’
전반 9분, 전형을 바꾼 효과가 곧바로 피치 위에서 드러난다. 괴체의 위치가 높아지면서, 그와 뮐러의 조합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페널티박스 주변에서 발생한 것이다.
“바스티!”
뮐러가 슬금슬금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며, 난 바스티에게 소리치고 손짓해 축구공을 왼쪽으로 보내게끔 했다.
왜냐하면 앞으로 30초.
‘아니, 25초. ……20초?’
아무튼 대강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뮐러가 두 명의 수비수를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괴체가 그 공간을 이용하는 장면이 펼쳐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뮐러는 늘 수비수보다 두 수 정도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는 단순히 볼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비를 움직이도록 하고 수비가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까지를 계산하여 오프-더-볼을 했다.
반면, 괴체는 훨씬 더 직관적이다.
뮐러처럼 피치 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그림으로 그리며 계산하는 능력은 없지만, 조금 더 단순한 방법으로 공간이라는 개념을 인식한다.
괴체의 가장 큰 장점은 절대 고개가 한 곳에 2초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는 건데, 바로 그게 저 친구를 특별하게 만든다.
짐작일 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면 곧 뮐러가 공간을 만들고 괴체가 그걸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다만 유일한 걸림돌이라면.
‘제발, 후안. 침착하게 해. 각도를 열어 둬.’
베르나트의 저돌적인 공격성이, 뮐러가 현재 그리고 있는 상황을 전개할 수 없도록 축구공을 코너플랫 부근까지 운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드리블 돌파를 택하는 대신, 수비 간격을 벌려 주는 선에서 사이드라인 앞쪽에서 볼을 잡아 두었다가 도로 바스티에게 전달만 해 주면 된다.
왜냐하면 그래야 뮐러가 그리는 그림의 밑바탕이 완성되고, 내가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
‘고민하지 마, 후안. 드리블은 고민하는 순간 늦다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플레이를 지켜보던 중, 몇 차례 수비수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리려 상체를 움찔거린 베르나트가 드리블을 포기하곤 볼을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고, 베르나트에서 바스티로 시선이 옮겨 가는 과정의 사각에서 움직이는 뮐러를 확인했다.
조금 전까지, 뮐러는 산 로렌조의 오른쪽 풀백 훌리오 부파리니(Julio Buffarini)와 주변에 모인 마리오 예페스(Mario Yepes), 후안 메르시에(Juan Mercier)의 정 가운데에 서 있었다.
베르나트가 볼을 쥔 상황에서는 예페스의 시선에 뮐러가 닿아 있었지만, 바스티에게 볼이 전해지면서 아주 잠깐이지만 그는 사라질 수 있었다.
마치 범죄 영화에서 CCTV의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것처럼, 뮐러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성립될 때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정확히 거기까지.
이후 뮐러가 어떠한 생각으로 다음 동작을 이어 갈지까지는 알지 못한다.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말이다.
‘음, 땡기기는 해.’
가끔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할 때마다, 나는 종종 뮐러의 머리를 갈라 뇌 구조를 확인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문화의 차이로도, 설명이 불가능했던 일이 많았다.
하지만 전혀 끼어들지 않고 싶은 그런 상황들과는 달리, 지금 나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뮐러를 도와주려고 한다.
현재 바스티에게 쏠린 시선은, 곧 있으면 다시 뮐러에게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부파리니와 예페스는 모르겠지만, 센터백인 예페스는 본인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려는 건, 그런 예페스의 시선을 아주 잠깐이나마 조금 더 빼앗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상대가 날 보도록 해야 한다.
방법이야 아주 간단하다.
“바스티-!!”
바스티가 볼을 받자마자, 곧바로 내게 패스를 보내도록 하면 된다. 그럼 상대는 자연스럽게 다시, 볼이 움직이는 곳에다가 눈을 둘 수밖에 없다.
물론 세계적인 기량의 센터백이라면, 이런 것들까지 전부 예상하고 뮐러를 찾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가 우리보다 전력이 뒤떨어진다고 믿고, 이런 보이지 않는 실수가 발생하도록 상대를 끊임없이 기만하는 일이 중요했다.
설사 이것이 실패한다고 해도, 우리가 잃는 것은 전혀 없으니까 말이다.
반대로 성공을 한다면?
‘……저기.’
파앙-!
Low Risk, High Return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뮐러가 뛰어들고, 난 자유로운 상황의 괴체를 찾았다.
뒤늦게 뮐러를 발견한 산 로렌조의 수비수들은 그의 움직임에 경고음을 울려, 그를 좇느라 본래 수성을 했어야만 했던 라인을 포기했다.
예페스는 물론이거니와 후안 메르시에 역시 뒤따른 탓에, 오른쪽 센터백 포지션이 움푹 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앞으로, 괴체가 나타났다.
“마리오-!!”
다시 한번 말을 하지만, 괴체의 가장 큰 장점은 직관적인 공간 탐색이다. 그리고 또 그의 큰 장점 중에 하나는, 레비만큼이나 연계하는 것에 능숙하다는 것이다.
뮐러가 수비수의 사각을 찾고 그 뒤에 움직임으로써 공간을 만든다면, 괴체는 주변의 동료를 통해 패스를 보내고 그에 따라 수비가 반응했을 때를 확인하고 다시 공간을 찾는다.
왼쪽에서 머물렀던 볼과 다시 페널티박스 왼쪽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공격 작업.
이럴 때 +1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만약 이 질문을 받은 사람이 지금까지 펩의 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면, 대답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올 거다.
‘오른쪽.’
공간을 창출하거나 이해하는 능력이 워낙 탁월한 뮐러와 괴체 탓에 비교가 되긴 하지만, 아르연 로번도 평균 이상으로 공간을 찾아 쇄도하는 능력을 지녔다.
지금처럼 연속해서 패스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특히, 로번은 이 플레이의 일원이 되고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본인의 가장 큰 자부심인 횡(橫)드리블 후 zd 슛이 오히려 ‘그것밖에 못 하는 선수’라는 인식을 심어 주자, 로번은 이후부터 다른 것도 잘 할 수 있음을 어필하려 노력했었다.
베테랑이 된 지금은 그러한 목소리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로번은 자신이 다른 플레이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괴체가 다시 굴려 보낸 축구공에 논스톱으로 오른쪽 발 안쪽을 가져다 댄다.
팡-!
짧고 강하게 반동하여 떠난 축구공이 월터 카네만(Walter Kannemann)의 이동으로 생겨난 공간으로 굴러 들어간다.
뮐러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다 보니, 카네만은 같은 센터백 파트너의 실수를 외면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본인이 자리를 이탈하며 생긴 공간을, 다른 동료가 채워 주진 못했다.
선수의 개인 기량. 혹은 팀적인 완성도.
이러한 것들로 지금과 같은 실수들을 충분히 가릴 수도 있겠지만, 산 로렌조에겐 애석하게도 그들의 기량이나 팀 완성도보다 우리가 훨씬 더 나은 팀이었다.
오른발로 가볍게 볼을 받아둔 로번이 골키퍼를 정확히 확인 후, 왼발을 휘둘러 정확히 골대 안쪽으로 볼을 보낸다.
그렇게 축구공은 그물을 갈랐고, 득점을 확인한 로번은 뒤로 돌아 코너플랫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로번의 뒤를 쫓았다.
‘꼭 나쁘지만은 않았을 수도 있어.’
지난 15일 프라이부르크 경기에서 세 명의 동료를 부상으로 잃었을 때에만 해도, 난 짜증으로 가득 차 클럽월드컵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챔피언스리그였고, 그다음인 분데스리가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르나르두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번 대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을 했었던 거다.
그러나 지금, 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우리에게 있어 이 대회가 가지는 의미 자체에 대한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영광 외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대회는 아닌 것 같다.
‘틀리지 않았어.’
클럽 내 정치 및 의료진 문제로 선수단 바깥은 조금 뒤숭숭하고 또 월드컵으로 인한 후유증에 전술 변화. 그리고 부상자까지 속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전반기에 이룩한 무패 기록과 14경기 연속 클린시트. 또 이를 바탕으로 한 ‘Der Herbstmeister(전반기 우승)’와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진출도, 따지고 보면 현재 뮌헨의 전력으로는 당연히 거뒀어야 할 성과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클럽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 역시 당연히 해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말이다.
지금 내 생각은 이렇다.
과연 세상에서 그 당연함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만약 삶이 당연한 대로만 흘러갔더라면, 세상은 절대 지금과 같지는 못했을 거다.
그렇기에 이 당연한 일들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조금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또 현재 우리가 클럽월드컵에서 하고 있는 축구를 보면, 분명 지난 시즌과는 또 달랐다. 펩의 철학은 훨씬 더 깊이 스며들었고, 피치에서의 과정이 그걸 증명했다.
그러니.
“잘했어!! 이 대머리!!”
찰싹-!!
“윽-!!”
조금 솔직히 기뻐해도 되지 않을까?
로번이 동료들의 틈에 둘러싸인 틈을 타, 그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치며 마음껏 기뻐하기로 결정한다.
나는 그가 범인을 찾지 못하도록 얼른 목을 감싸 안았고, 이후 등을 두드리며 골을 넣은 것을 축하했다.
“……너.”
“응? 뭐가?”
다행히도 로번은 그냥 넘어갔고,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뒤늦게 다가온 베르나르두가 내게 손짓을 하며 이렇게 말을 한다.
“별 의미가 없는 대회라며?”
“아- 꺼져.”
“말해 봐. 솔직히 기분 좋잖아?”
“아닌데? 별로 기분 안 좋아.”
“하-! 언제까지 거짓말을 하는지 두고 보자.”
“그러든가.”
전반 10분경에 나눈 지금의 이 대화.
한심하게도 대회가 끝난 후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찍힌 사진 때문에, 나는 베르나르두의 앞에서 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린 이번에도 손쉽게, 승리를 쟁취하며 2년 연속 FIFA 클럽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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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14 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
바이에른 뮌헨 4 : 0 산 로렌조
[골] 아르연 로번 : 전반 9분(김다온), 후반 17분(토마스 뮐러)마리오 괴체 : 전반 22분(베르나르두 실바)
제롬 보아텡 : 후반 30분(아르연 로번)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
대회 MVP ? 아르연 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