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50)
449화
2015년 1월 30일. 38446 볼프스부르크, 독일. 인 덴 알레르비이젠 1. 폴크스바겐 아레나(Volkswagen Arena. In den Alerwiesen 1. 38446 Wolfsburg, Germany).
·전반 27분
볼프스부르크 1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디에고 베나글리오
RB ? 김다온 / RB – 비에이리냐
CB ? 제롬 보아텡 / CB – 나우두
CB ? 단테 / CB ? 로빈 크노헤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DM ? 사비 알론소 / CM ? 막시밀리안 아놀트
RAM ? 아르연 로번 / CM ? 루이즈 구스타보
CM ?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RAM ? 다니엘 칼리지우리
CM ? 데이비드 알라바 / CAM ? 케빈 데 브라위너
LAM ? 토마스 뮐러 / LAM ? 이반 페리시치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바스 도스트
.
.
볼프스부르크는 전반기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놀라움을 선사한 클럽이었다. 첫 다섯 경기를 1승 2무 2패로 시작했지만, 이후 12경기에서 9승 2무 1패를 기록했다.
리그 2위에 오른 볼프스부르크는 현재 어떠한 클럽과도 맞붙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고, 시즌 홈경기 무패 기록 역시 그들에겐 힘이 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오늘, 볼프스부르크는 경기 시작부터 바이에른 뮌헨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전반 3분 레반도프스키의 패스미스를 틈타 진행한 역습에서 단번에 득점을 기록했고, 이후에는 수비를 공고하게 세워 공세를 쉽게 차단해 냈다.
한두 차례의 세트피스에서 뮌헨이 기회를 만들기는 했지만, 상대에게 위협을 안겨다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
테크니컬 에어리어의 앞에 서서, 펩 과르디올라는 다시 한번 김다온의 시선을 받는다. 언제부터인가, 경기 중 그의 시선을 자주 받는다는 것은 실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 됐다.
처음 펩 과르디올라는 그러한 상황이 무척 싫었고, 거기에서 큰 좌절감 역시도 느껴야만 했다.
선수가 그러한 것들을 신경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자, 자신이 가장 잘 해내야 하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써 1년 하고도 6개월이 더 흐른 지금, 펩 과르디올라는 스스로의 오기를 억누르는 방법을 배웠다.
김다온의 시선이 자주 벤치에 머문다면 반드시 전술적 변화를 고려해야 했다. 그리고 과정에서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그는 팀의 전술 보고서를 매일 전달하는 방법도 택했다.
무엇보다 피치 위의 상황이 현실을 말해 주고 있었기에, 펩 과르디올라는 조금 전부터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궁리하던 중이었다.
삐?익!!
또 한 차례 볼프스부르크의 날카로운 역습이 진행되었고, 그것을 급하게 끊는 과정에서 사비 알론소가 비신사적인 행위로 경고를 받았다.
그것을 보며 펩 과르디올라는 오늘, 저 스페인 출신의 뛰어난 미드필드가 피치 위에서 몇 번이나 보였는지를 생각한다.
‘역할이 겹치고 있었어.’
4-1-4-1 카드를 꺼내 든 펩 과르디올라는 팀의 중원 구성을 지극히 보편적인 방식으로 구성했다.
포백을 보호하는 젝서(Sechser/DM)와 그 위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소화하는 두 명의 미드필드 말이다.
전방압박에 기여할 수 있고 팀 전체의 윤활유가 되어 줄 수 있는 슈바인슈타이거가 박스-투-박스를 맡았고, 부상에서 복귀한 알라바에게 메짤라(Mezz`ala) 역할을 주었다.
왼쪽 윙어로 출전한 토마스 뮐러가 자유롭게 움직일 것이기에, 알라바에게 메짤라를 맡겨 왼쪽 측면을 커버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중원 구성이 뮌헨의 공격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함께한 시간이 부족한 사비 알론소와 슈바인슈타이거는 비슷한 성향 탓에 계속해서 동선이 겹쳤고, 데이비드 알라바는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집중했다.
전반 초반의 실점 상황도 보면, 알라바가 불필요하게 왼쪽 윙어 포지션으로 움직여 자리를 비워 두었던 게 원인이 되어 역습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런, 빌어먹을.’
조금만 더 고민했더라면 저지르지 않았을 실수였다는 생각에, 펩 과르디올라는 잠깐 스스로를 탓해 본다.
이마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인 그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털어 버리기로 한다.
후회하기엔, 경기가 너무 많이 남았다.
‘지금 당장 바꿔야 할까?’
빠르게 다음 단계로 나아간 그가 이번에는 선수교체의 시점을 고민한다. 만약 전반전이 0:1에서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하프타임 때 변화를 주는 것이 옳았다.
교체되어 나올 선수 개인의 사기라든가 팀 전체의 케미스트리를 위해서는 올바른 판단이다.
그러나 상황이 워낙 좋지 못하다 보니, 추가로 실점하는 것 역시도 고려해야만 했다.
볼프스부르크의 공격수인 바스 도스트(Bas Dost)가 그리 빠른 선수가 아니라 단테를 투입했다 보니, 역습을 허용할 때마다 결정적인 위기 장면이 펼쳐졌다.
두 차례의 놀라운 선방을 보여 준 마누엘 노이어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경기는 훨씬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후우~”
감독으로서 가장 괴로운 순간이 눈앞에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양손을 모아 입가를 가린 펩 과르디올라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 위를 바라본다.
금요일 밤 아레나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환한 조명에 가려져 까맣기만 하다.
‘아니야. 전반은 이대로 끝내야 해.’
당장 오늘 경기만 본다면 교체하는 것이 옳았지만, 시즌이 겨우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전반전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된 선수는 분명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불만을 밖으로 표출해 잡음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본인의 선수단 장악 능력에 관한 의심도 뒤따를 것이며, 이것이 무엇보다 펩 과르디올라를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
{“와아아아아-!!!”}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전반 46분, 경기는 0:2가 되어 버린다.
.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아- 바스 도스트 선수가 뮌헨을 굉장히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갑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레반도프스키 선수가 헤더로 클리어를 해낸 볼이 바스 도스트의 앞으로 향했고, 기가 막힌 발리슛으로 오늘 경기 두 번째 득점을 올렸습니다.”
(이용광) – KBS Sports N 아나운서
“네, 그렇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후반기 시작과 동시부터 위기가 찾아오죠? 아직 리그에서는 패배가 없습니다만, 전반전 만에 패배의 위기에 몰립니다.”
(한희준)
“리그에서의 첫 2실점 경기입니다.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랍습니다만, 그만큼 오늘 바스 도스트 선수와 볼프스부르크의 컨디션이 좋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하프타임
볼프스부르크 2 : 0 바이에른 뮌헨
@바이에른 뮌헨의 라커룸
우리는 전반전을 반드시 0:1로 끝냈어야만 했다.
하지만 굳이 파울을 할 필요가 없던 위치에서 단테가 칼리지우리의 몸을 잡아끌었을 때부터 뭔가 불길해지더니, 결국 이어진 프리킥 상황에서 추가 실점을 허락하고 말았다.
리그 2위인 볼프스부르크. 게다가 우리의 홈이 아닌 원정에서 0:2가 되어 버렸다는 건 많은 것들을 의미한다.
“우리는 조금 더 잘했어야 한다.”
“…….”
“당연히 그랬지. 그렇지만 나도 또 너희들도 각자 많은 실수를 범했다. 실망스럽고 후회가 되지만, 그런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남은 45분, 우리는 정말로 잘해야만 한다.
진짜 빌어먹도록 잘해야 한다.
특히 몇몇 친구들은 정신도 차려야 했다.
“레비!!”
“?!”
“의기소침해할 것 없다. 두 개의 상황 모두, 축구를 하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본의 아니게 두 차례의 실점 상황에서 결정적인 공헌(?)을 한 레반도프스키는 처음 보는 얼굴이 되어 반쯤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우리는 오늘 상대방의 오른쪽 공간에서 너무 쉽게 공격을 허락했다! 위기의 상황 전부 그쪽에서 문제가 있었어! 후안! 넌 수비수다! 그걸 절대 잊어서는 안 돼!”
펩이 지금은 후안의 플레이를 지적했지만, 나는 실은 그것이 돌려서 말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풀백의 입장에서 말하는데, 수비는 혼자서 할 수 없다.
센터백, 미드필드 때때론 윙어들까지 수비에 가담해 측면을 단단히 하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
그렇지만 전반전 내내 후안은 팀의 왼쪽 영역을 전부 혼자서 도맡아야 했다. 뮐러는 거의 스트라이커처럼 뛰느라 수비 진영까지 내려서기엔 부담이 많았다.
그렇다면 알라바가 후안을 도와야 했지만, 녀석은 전반전 내내 미드필드가 아닌 왼쪽 윙어였다.
차라리 왼쪽에 리베리나 베르나르두가 뛰었다면 상황이 달랐겠지만, 뮐러가 왼쪽 윙어로 들어선 오늘 알라바는 조금 더 영리하게 뛰어 줬어야 했다.
가뜩이나 나 역시도 페리시치와 데 브라위너를 동시에 신경 쓰느라 공격에 가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왼쪽의 밸런스가 저렇게 무너지자 공격을 풀어 나갈 수가 없었다.
볼을 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중원은 비었다.
포백 앞에 머무는 사비와 본래 같은 임무에 익숙한 바스티가 지속적으로 충돌했다는 점 역시도, 아흐터(Achter/CM)와 체너(Zehner/AM)를 아우르는 큰 영역이 비게 된 이유였다.
즉, 우리의 전반은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그래서 난 이것이 옳다고 본다.
팀은 우선 실종된 메디아푼타(Mediapunta/AM) 지역에서의 장점을 되찾아와야 한다. 현재 벤치에서 가용 가능한 자원 중, 이런 일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는 두 명이다.
먼저 한 사람은 괴체인데, 개인적으론 그의 오프 더 볼이 오늘 경기에서는 딱히 도움이 될 거라고 믿지 않는다.
차라리 토마스 뮐러의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옳다.
그렇기에 만약 내가 펩이라면 선택은…….
“베르나르두. 후반전에는 네가 사비 대신 뛴다.”
베르나르두와 괴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드리블이다. 오프 더 볼은 다소 떨어지지만, 좁은 공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만큼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또 전방에 레비와 토마스가 있다는 점 역시, 베르나르두의 장점을 극대화하기에 좋다.
“그리고 다음. 전술을 바꾼다.”
교체를 알린 후 화이트보드의 앞으로 걸어간 펩 과르디올라가 경기 전에 만들어 둔 4-1-4-1의 전형을 바꾸기 시작한다.
“데이비드! 네가 여기로 간다.”
펩은 알라바와 필리프의 부상 전, 우리의 가장 좋았던 축구를 다시 시도하려고 했다.
알라바를 센터백의 가운데로 보내어 라볼피아나(Lavolpiana)를 맡기는 것 말이다.
“다온, 후안. 너희는 후반전에 윙백이고. 중앙에는 바스티와 베르나르두. 전방은 전반전과 동일하게 간다.”
사실 나는 처음에, 펩이 당연히 쓰리백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마놀라스와 바트슈투버가 복귀했고, 또 알라바 역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훈련 과정에서 펩은 줄곧 포백을 사용했었다.
“우린 아직 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상황이 썩 좋지는 않지만, 이것보다 더 힘든 것도 극복해 왔다. 너희를 믿어라. 우린 훌륭한 클럽이고, 전반전의 실수를 얼마든지 다잡을 수 있다. 좋아. 준비하고, 나중에 피치에서 보도록 하지.”
전술적 변화가 주됐던 팀 토크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교체된 사비의 앞으로 다가가 그를 위로했다.
“괜찮아요?”
“실은, 아니. 기분이 별로야.”
너무 당연한 반응이기에, 나는 사비의 어깨를 꼭 잡아 준 뒤에 다른 말을 보태지 않고 자리로 돌아왔다. 지금은 어떠한 말도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실 사비와 바스티 중 누가 교체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전반전이지만, 펩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쪽은 아무래도 저 독일 친구였다.
부상으로 빠진 기간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을 때를 뺀다면, 바스티는 늘 펩의 우선 옵션이었다.
“이봐.”
“?”
사비에게서 돌아선 난, 다음 목적지인 베르나르두의 앞에 도착했다.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해. 넌 최고라고.”
“지금 칭찬하는 거야?”
“대체 그 반응은 뭔데?”
“아니, 뭐. 네가 참 급하긴 한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날 칭찬했을 리 있어?”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베르나르두의 뒤통수를 후려쳐 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라커룸의 분위기가 살벌한지라 욕망을 억누르곤 말없이 돌아섰다.
나는 아직도 맨시티 전에서 패배하고 돌아오던 날의 모든 것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라커룸, 버스, 비행기 안.
적막이 비워 낸 공간에 부정적인 에너지가 차올랐고, 그건 정말 짜증 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 패배감을 견디기 힘들었다.
마치, 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후우~ 이겨 내야 해.]아까도 말했지만 남은 후반전, 우린 축구 X같이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잘해야 한다.
***
·후반 07분
볼프스부르크 2 : 0 바이에른 뮌헨
후반전 시작 후, 나는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다.
그래서일까?
자꾸 촉이 왔다.
‘위험해. 위험해. 진짜? 진짜??’
우리는 두 골의 차이를 만회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라인을 높인 상태다. 최종 수비라인 모두 하프라인 위로 전진을 한 상태고, 노이어를 뺀 21명 전원이 볼프스부르크 진영에 있었다.
그리고 현재 반대편에서 공격이 한창 진행 중인데, 뭔가 볼을 돌리는 것 자체가 위태위태했다.
후안 베르나트야 본래 퍼스트터치가 썩 좋지만은 않았고, 전반전 실책을 아직 떨쳐 내지 못한 레비와 컨디션이 떨어져 보이는 뮐러 역시 볼 컨트롤이 어설프다.
아니나 다를까, 뮐러가 다소 투박하게 보낸 패스가 베르나트의 발을 맞고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곧, 비에이리냐(Vieirinha)에게 향해 버렸다.
볼의 소유권이 넘어간 순간, 난 바로 후방을 확인했다.
메디오 센트로(Medio Centro/CM)와 메디아푼타의 경계선 위치까지 전진한 제롬과 단테의 뒤로, 우리의 골라인까지 60m가 넘는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 공간으로 지금 한 남자가 뛰어들었고, 나는 새하얀 피부와 금발 머리카락으로 그것이 데 브라위너임을 알아챘다.
“저기-!!!!”
루이즈 구스타보가 막시밀리안 아놀트를 향해 볼을 보내야 할 곳을 목청 높여 알리고, 수비 뒷공간을 향한 정확한 패스가 스프린트 중인 데 브라위너 앞에 떨어진다.
이미 제롬과 단테는 데 브라위너보다 15m 이상 뒤쳐졌고, 넓게 펼쳐진 광활한 피치를 벨기에의 신성(新星)이 내달린다.
절망적인 상황에 수비하라는 말조차 제대로 들려오지 않는 지금, 후방을 확인한 직후부터 달리기 시작했던 나는 데 브라위너의 뒤편 왼쪽 대각선 방향에서 접근한다.
하프라인과 페널티박스의 중간 지점에서 나는 제롬보다 더 데 브라위너에 가까워졌고, 전진하려는 노이어에게 왼손을 휘저어 나오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각도를 좁히려고 앞으로 움직이던 노이어가 덜컥 멈추더니 두 다리를 착 붙였다.
쿵-! 쿵-! 쿵-! 쿵-!
온 힘을 다 두 다리에 집중시키고 있는 터라, 한 발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지축이 흔들린다.
그리고 발바닥이 닿을 때의 충격보다 더 거세게 뛰고 있는 심장은, 당장 입 밖으로 튀어나오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듯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며 계속해서 달렸고, 마침내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데 브라위너를 사정권에 두었다.
완벽한 1:1 상황이었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그 스스로도 50m 이상을 주파해서인지, 데 브라위너는 내가 접근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두 발 정도를 더 내디딘 뒤, 나는 몸을 날리면서 오른쪽 다리를 축구공이 움직이는 곳의 앞쪽으로 들이밀었다.
피치와 맞닿은 오른쪽 허벅지가 뜨겁게 타오르고.
촤아아아악-!!!
발끝에 닿은 축구공이 멀어짐과 동시에, 휘청거린 데 브라위너가 그대로 넘어진다.
{“이봐아아아-!!!!”}
{“헤에이-!!!”}
그것과 동시에 관중석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심을 바라보지만, 그는 왼손을 휘저으며 경기의 속개를 알린다.
이마를 피치에 맞대고 엎어진 데 브라위너가 손바닥으로 피치를 두어 차례 두들기자, 마침내 주변은 고요해졌고 나 역시 비로소 안도감을 느끼며 피치에 드러누웠다.
“후우우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고 있는 지금, 두근대는 심장 탓에 몸이 마치 들썩이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잠시 뒤, 드러누워 있는 내 시야에 노이어가 나타났고 벌겋게 변한 얼굴의 그가 장갑 낀 그 두꺼운 손으로 내 가슴팍을 사정없이 두들겨 왔다.
“이런 미친 새끼!!! 넌 정말 엄청난 새끼야!!!”
.
(한희준)
“지금은 정말 엄청난 수비였습니다-!! 거의 60여 미터를 달려 케빈 데 브라위너를 막아 냈거든요? 뛴 거리와 엄청난 스피드! 이게 바로 김다온 선수의 진가입니다!!”
(이용광)
“느린 장면으로 다시 봤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뛰어났던 수비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김다온! 놀라운 수비로 바이에른 뮌헨의 위기를 막아 냅니다.”
.
0:2의 경기를 따라잡는 방법 자체는 무척 간단하다.
골을 넣을 것. 그리고 실점하지 않을 것.
물론 농담처럼 한 말이지만, 나는 지금의 이 장면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팀 전체에 큰 자극이 되어 주길 바라고 있다. 기뻐하던 노이어 역시 그것을 원했던 것 같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나의 등 뒤에서, 전방을 향해 노이어가 이렇게 소리를 내질렀다.
“이 빌어먹을 게으름뱅이들아!! 얘가 한 것을 좀 봐!!”
볼프스부르크의 코너킥이 이어지고 있는 후반전 9분, 지금 느끼고 있는 작은 뿌듯함은 잠깐 뒤로 미뤄 둘까 한다.
왜냐하면 저기, 케빈 데 브라위너가 띄워 올린 코너킥이 바스 도스트의 머리를 맞고 골포스트 옆에 선 내 앞으로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앙-!!!
나는 다시, 팀의 실점을 막아 냈다.
퍽-!!
“윽-!”
“이런, 미친놈!!”
과격한 노이어의 애정 표현도, 여전히 내 기분을 나아지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