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58)
457화
※ Bundesliga 25R 경기 후 인터뷰
펩 과르디올라
From. ARD
On. 데이비 젤케의 태클
“터무니없고 끔찍했다. 다온은 최대 한 달을 결장하게 되었다. 피치 위의 모든 선수들은 보호되어야 한다. 리그의 제도와 심판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들끼리도 서로를 보호해 줘야 한다. 승부욕이야 인정하지만, 그 상황은 경기의 결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From. 키커
On. 김다온의 몸 상태
“발목이 꺾였다. 최초의 진단으로는 인대 부위의 손상이라고 했다. 일단 곧장 인근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정확한 내용은 나중에 그를 다시 만나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From. zt
On. 지난 시즌부터 부상자가 많은 것에 대해
“무척 불행한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완전체의 뮌헨 스쿼트를 활용해 보지 못했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하비, 바스티, 필리프, 티아고, 데이비드와 같은 선수들이 최소 두 달 이상 클럽을 떠났다. 몇몇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은, 대체가 불가능한 선수를 잃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데이비 젤케의 태클은 끔찍했다. 리그는 그 태클에 대한 합당한 조처를 해야 한다.”
***
2015년 3월 14일. 28205 브레멘, 독일. 프란츠-뵈흐머트-슈트라세 1. 베저슈타디온(Weserstadion. Franz-Bohmert-Straße 1. 28205 Bremen, Germany).
일종의 뺑소니였다.
베르더 브레멘의 강력한 전방 압박을 벗겨 낸 로데의 패스가 발밑에 도달했을 땐, 나는 전방을 살피며 볼을 보낼 곳을 찾던 중이었다.
레빈 외즈투날르(Levin Oztunalı)는 꽤 먼 곳에 있었고, 즐라트코 유누조비치 역시 압박 후에 조금 지쳤는지 천천히 움직이며 포지션만을 채우려고 했다.
주변에서 접근이 가능한 두 남자가 멀리에 있었기에, 뒤에서 들어오는 태클을 더더욱 예상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지금까지도 난 궁금했다.
왜?
“그 빌어먹을 녀석은 뭐래?”
“나도 몰라. 다친 데는 어때?”
“보다시피.”
내 왼쪽 발목을 망가뜨린 데이비 젤케(Davie Selke)는 태클 직후에 곧바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사전에 누적된 경고가 없는 다이렉트 퇴장 말이다.
그리고 난 응급조치를 받은 뒤 경기장을 떠났었다.
프레디 빈더와 마넬 에스티아르테가 나와 동행했고, 경기장을 빠져나온 후 브레멘의 지정 병원으로 가 조금 더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게 되었다.
나의 병명은 ALR(Ankle Ligament Rubture).
쉽게 말해, 발목 인대 파열이다.
회복까지는 약 3주가 필요하고, 정상적으로 경기에 뛰기까지는 한 달에서 5주 정도가 걸릴 거라고 했다.
집에 돌아갈 준비를 마친 베르나르두와 잠깐 대화를 나눈 나는, 뒤이어 다가오는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감독실을 향해 휠체어를 굴렸다.
이것 역시, 의사의 권고로 목발 대신 선택한 것이다. 생전 처음 타 보는 휠체어였고, 기분은 썩 좋지 못하다.
“펩?”
“……들어오게.”
펩은 한창 감독실에 놓아둔 본인의 물건들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경기가 종료되고 인터뷰를 하고 또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기까지 얼추 2시간이 걸린다.
안으로 들어서며 흘끗 바라본 시계 역시, 거의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휠체어를 탄 나를 서글프게 바라보던 펩이, 표정을 고치며 진단 결과를 묻는다.
그래서 난 대답 대신, 병원에서 가져온 진단서와 소견서가 담긴 봉투를 건넸다.
“이러다 버릇이 될 것 같아요.”
“응?”
“봄에 다치는 거요. 작년보다 한 달은 빠르긴 하지만, 그때보다 더 심하게 다쳤네요.”
“…….”
“죄송해요, 펩.”
“왜 자네가 미안하지? 이건 자네의 잘못이 아니야.”
“네. 하지만, 또 중요할 때 팀을 떠나게 됐죠.”
“…….”
실은 지금,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중이다. 만약 데이비 젤케를 보게 된다면, 주먹을 날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내 부주의였다든가 플레이 도중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또 모를까, 이건 승패와도 무관하고 의도조차 알 수 없는 태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너무 실망스럽다.
“자네의 기분은 충분히 이해해. 나도 현역 때는 제법 자주 다치던 사람이었지. 중요한 시기에 팀을 빠진다는 건,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야.”
“네, 정말 그래요.”
“그래. 하지만 그거 아나?”
“?”
“이럴 때일수록, 자네는 자네 스스로와 주변 동료들을 믿어야만 하네. 쉽진 않겠지만, 당분간은 주변에 맡기고 회복하는 것만을 신경 쓰도록.”
어차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내 몸뚱이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니 펩의 말처럼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쏟지 말고 나를 위해 온전히 아껴 두는 게 옳다.
분명 그것을 잘 알고는 있지만…….
“이보게.”
“?”
좀처럼 부정적인 기분을 떨쳐 내지 못하는 나를 다시 부른 펩이, 깜빡하고 있던 중요한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자네의 부인에게 전화해야 하지 않나?”
“아-!”
“이봐-!!”
문밖의 스태프를 부른 펩이 나를 돕도록 만들고, 얼른 휠체어의 바퀴를 돌려 라커룸으로 돌아온 나는 가방을 뒤적여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메시지와 부재중 통화가 가득이다.
얼른 화면을 만져, 전화를 건다.
신호가 두 번이 채 울리기도 전에, 통화음이 멈추곤 거의 울 것만 같은 아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자기?!
[응, 자기야.]– 어떻게 된 거야?! 응? 많이 다쳤어?
[조금. 아마 한 달 정도 쉬어야 할 것 같아.]참으로 신기한 건, 아영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였다. 가능하다면 당장 집으로 가, 그녀의 품에 안겨 그냥 잠만 자고 싶었다.
– 얼른 와. 내가 데리러 갈게.
[아냐. 클럽에서 택시를 잡아 줄 거야.]– 알겠어. 기다리고 있을게.
전화를 끊고, 나는 라커를 정리해 준 베르나르두를 찾아 고마움을 표한다. 그러자 녀석은 무릎에 얹어 둔 내 가방 위에 자신의 것을 올리며, 휠체어의 손잡이를 직접 잡았다.
그러곤 버스로 향하는 내내, 나를 대신하여 데이비 젤케를 욕해 주었다.
“베르나르두.”
“응?”
“고마워.”
“……뭘.”
좋은 연인과 좋은 친구 덕분에, 버스에 도착했을 때 나의 기분은 많이 괜찮아져 있었다.
***
[데이비 젤케의 살인태클. 한 달을 결장하게 된 김다온. – OSEM(한국)/2015.03.15.] [김다온을 대신해 이용을 대표팀으로 부른 호르헤 삼파올리. – 풋볼베스트일레븐(한국)/2015.03.15.]***
2015년 3월 18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김다온의 부상으로 바이에른 뮌헨은 잔뜩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는 물론이고, 단장과 회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들은 클럽의 주치의인 한스-빌헬름 뮐러-볼파르트가 전한 의료 보고 내용을 전해 듣고 있다.
“잠깐.”
킬리안 뮐러-볼파르트가 한창 이야기를 하던 중, 의아함을 느낀 루메니게가 이야기를 끊는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프랑크는 단순 염좌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아직 훈련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그야, 회복이 더디거든요.”
“왜지?”
“생각해 보세요. 그는 서른둘이라고요.”
“…….”
무성의한 대답에 루메니게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 가자, 머쓱함에 얼굴을 긁적인 킬리안이 다급히 파일을 뒤적여 다른 내용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하지만 거기엔 본인이 말한 것처럼, 회복 속도가 더딘 관계로 훈련을 소화할 수 없다는 내용만이 적혀져 있었다.
킬리안이 침묵하는 사이, 다시 루메니게가 말을 꺼내 든다.
“다른 걸 묻지. 자네와 한스는 지금 프랑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네? 그라면…….”
“그라면?”
“모, 모르겠네요. 집에서 TV라도 보고 있지 않을까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펩이 허탈하게 웃으며 머리에 양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곁에 마티아스 잠머 역시,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얼굴이 빨갛게 바뀌기 시작한 킬리안이 뭔가 잘못되어 가는 것을 느끼는 가운데, 냉담한 얼굴로 주머니를 뒤적인 루메니게가 본인의 휴대폰을 앞으로 들이밀었다.
그러곤 자신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킬리안에게, 당장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으로 오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아버지라면 지금, 중요 고객을 받고 계신데요?”
“그 말은 우린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
“아니, 그게 아니라…….”
“한스는 바이에른 뮌헨의 수석 주치의지. 그게 그의 공식적인 직함이고, 그 대가로 우리에게서 매주 45만 유로(약 6억 원)의 돈을 받아 가고 있어. 그리고 그중 일부는 자네의 주머니로도 가지. 그러니 내가 명령하면, 자네 둘은 거기에 따라야 하네!! 지금 내 말을 이해하는가?!?!”
쾅-!!!
“!!”
루메니게가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치며 분노를 표현한다. 그리고 이런 루메니게의 모습이 낯설었던 킬리안은, 바짝 얼어붙어 결국 전화를 거는 것을 택한다.
하지만 한스-빌헬름은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러자 더욱 당황한 킬리안은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말을 했다.
이러한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루메니게가 맥이 풀려 주저앉으며, 괴로운 듯 손을 이마로 가져가 얼굴을 가린다.
‘이게…… 정녕 뮌헨의 모습이었다는 말인가?’
단순 허리 타박과 신경통이라던 아르연 로번은 치료 과정에서 복부의 통증을 호소 중이고, 단순 염좌라던 리베리는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훈련을 소화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의료진은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지만, 로번은 어제부터 프레디 빈더가 맡고 있었고 프랑크 리베리는 훈련장에 출근을 했다 집으로 그냥 돌아가 버렸다.
게다가 정작 선수들을 신경 써야 할 클럽의 주치의란 작자는, 본인의 개인 고객을 진료하느라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선수들이 치료를 받거나 재활하는 공간이 클럽하우스와 별개로 분리되었다 보니 그 과정을 감독은 항상 서류로만 전달받아야 한다는 점도, 루메니게는 도저히 참고 견딜 수 없었다.
어째서 지금까지 자신이 이런 당연한 것을 모르고 지나쳤는지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울리. 그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컸어.’
생각을 해 보면 위르겐 클린스만 시절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 역시 선수의 부상 및 재활과 치료 과정의 전권을 감독이 쥘 수 없는 것에 분노했었다.
물론 그는 전술적으로 역량이 아예 없다시피 했고 선수단 장악에도 역시 실패를 했지만, 최소 볼파르트 클리닉의 문제점만큼은 정확히 짚었던 거다.
이때 모욕을 당한 한스-빌헬름은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사임을 발표했지만, 울리 회네스가 간곡하게 설득을 하여 클린스만의 해임과 동시에 클럽에 복귀했다.
그리고 이후, 뮌헨 내부에서 볼파르트 클리닉의 입지는 더욱 공고하게 바뀌었다.
누구도 그 방식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었고, 불만이 생기려고 하면 울리 회네스가 앞장서서 한스-빌헬름을 변호했다.
‘하지만 이젠, 바꿀 때야.’
이미 굳혔던 결심을 더욱 공고히 가져가며, 이마에 얹었던 손을 뗀 루메니게가 다시 킬리안을 바라본다.
“아직인가?”
“그, 그게…….”
“환상적이로군! 자넨 이곳에 남아서 마저 설명하게. 내가 직접 클리닉으로 가겠네.”
“네, 네? 그, 그건 안 되는…….”
“펩? 그럼 실례하지.”
“네. 이해합니다.”
펩 과르디올라와 마티아스 잠머를 남겨 둔 루메니게가 감독실을 떠나고, 곧바로 주차장으로 향한 그는 본인의 차량에 올라타 클리닉으로 핸들을 돌렸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던 뮌헨의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
2015년 3월 20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어젯밤 잠이 들기 전, 마티아스 잠머가 보낸 단체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그것은 현재 클럽 내에서 재활군에 속한 선수들에게 보내는 것이었고, 내일부터는 볼파르트 클리닉이 아닌 클럽하우스에서 재활을 할 수 있을 거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무척 의아했던지라 곧장 단체 채팅방에 접속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를 물었지만, 누구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 재활 시간에 맞춰 클럽하우스에 도착한 나는 무척 익숙한 장비들을 보게 되었다.
‘어라? 이거?’
귀찮음을 이겨 내고 꽤 부지런을 떨었었기 때문에, 지금 보고 있는 이 장비가 볼파르트 클리닉에 있던 것이라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바로 어제까지 보던 것들이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글쎄. 나도 정확히 들은 건 없어서 말이야.”
“응? 다른 사람들은요?”
“그것도 잘…….”
현재 내부에 있던 사람은 클럽하우스의 관리자 중 하나였다. 외에 우리의 재활을 도와줘야 할 의료진이나 물리치료사들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일찍 도착했나 싶어 슬쩍 시계를 확인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응?”
갑자기 뒤쪽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앉은 채 고개를 뒤로 돌리자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나타났다.
“할로-! 언제 왔어?”
“금방이요. 대체 어디에 있었어요?”
“그게, 미팅을 조금 했어.”
“미팅? 어떤 미팅이요?”
“곧 너도 알게 될 거야.”
“?”
도와줄 스태프들이 도착했으니, 일단 프로세스대로 재활을 시작할 때였다.
다친 부위는 휴식이 최우선이지만, 회복 속도를 높이고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면 이 힘들고 고통스럽고 또 지루한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볼파르트 박사님이 직접 설계한 프로그램 자체야, 수많은 축구 클럽에서 모방할 정도로 모범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타의 모범이 된다고 하여 재활이라는 게 쉬워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옷은 금세 땀으로 축축하게 변했고, 약 100분의 과정을 끝내고서야 비로소 차가운 물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다. 지금 옆에는 따뜻한 물이 받아지는 중이다.
“혼자서 일어날 생각은 말고.”
“네.”
“어제처럼 또 멋대로 혼자 하려고 하다간, 네가 아니라 내 목이 날아간다고. 알겠지?”
“넵. 명심할게요.”
“하여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사실은 어제 바로 옆에 놓인 텁으로 움직이려고 하다, 발을 헛디뎌 머리를 모서리에 찧을 뻔한 일이 있었다. 간신히 손을 뻗어 균형을 잡긴 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으— 귀차나. 힘드러.]축구공 없이 평소와 다른 운동만을 하고 있으려니, 고작 6일 만에 내 직업이 궁금해졌다.
어쩐지 저 바깥의 소리도 들려오는 것만 같았는데, 다들 피치 위에서 한창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경기일이 모레니, 오늘은 전술 훈련을 할 때다.
‘그리고 오후엔 미팅을 하고, 세트피스 수비겠네.’
팀의 훈련 일정이 몽땅 머릿속에 있다는 게, 나를 더욱 괴롭게 하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저 밖으로 나가, 동료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이러고 있으니 외톨이가 된 것만 같고, 그래서 기분도 무척 우울했다.
고개를 슬쩍 내려, 남은 시간을 확인한다.
‘71초. 조금 남았네.’
다시 고개를 들어 목을 편안하게 만든 후,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래 가사를 흥얼거린다.
[외톨이야~ 외톨이야~ 뚜비뚜비 따라뚜우~]부상에 슬퍼하고, 부상에 눈물짓는 외톨이.
멋대로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난 이렇게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
2015년 3월 21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아우프바흐라움.
오늘, 재활 일정이 한 친구와 겹쳤다.
그 주인공은 티아고다.
“뭐? 진짜?”
“응. 어제부터 온통 그 이야기뿐이야.”
“이런, 제기랄! 왜 나만 몰랐지?”
“그야, 넌 여기에 있으니까.”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맞지?”
“큭큭큭. 응. 맞았어.”
“젠장!”
현재 티아고는 재활을 끝내고 복귀 수순을 밟아 가는 중이다. 지난번 브레멘전에서 필리프가 교체 명단에 들었으니, 아마 내일 경기에는 이 친구도 포함이 될 것 같다.
꼭 뛰지는 않더라도, 벤치에 앉아 감각을 익히고 함께 몸을 푸는 것 자체가 경기력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내일 묀헨글라트바흐를 알리안츠 아레나로 불러들여 리그 26라운드를 가진다.
“그럼, 내일은?”
“지금 당장은 달라지는 건 없을 거야.”
“그래?”
“응. 그렇게 합의가 된 것 같더라고.”
“…….”
금방 티아고가 내게 전한 소식은, 올 시즌을 끝으로 박사님이 뮌헨 주치의를 관둔다는 것이었다.
겉으론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였지만, 며칠 전 클리닉에 나타난 루메니게가 개인 고객 진료 중인 박사님의 사무실로 쳐들어가 한바탕 뒤집었단다.
“그게, 그 자리에서 정말 엄청난 일이 있었다고 해.”
“어떤?”
주변이 소란스러워짐을 느낀 박사님은 진료를 잠깐 멈추고 밖으로 나서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문 바로 앞에서 마주하게 됐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무슨 짓? 그건 제가 할 말이죠, 한스.”]루메니게는 그 자리에서, 어째서 뮌헨의 주치의가 프랑크 리베리나 내가 아닌 국회의원의 조카를 치료해 주고 있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물었다.
[“당신은 오늘 클럽하우스에 와 있어야 했습니다! 이제 더는 킬리안에게 보고를 맡기지 않기로 했죠. 그게 우리가 지난번에 한 약속입니다! 아닙니까?”] [“흥분했군. 잠깐 화를 삭이고 있게…….”] [“이런, 제기랄! 한스!!”]티아고의 묘사는 꽤 생생했기에, 나는 이후 루메니게가 한 행동에 놀라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주먹으로?”
“응. 그래서 손에 깁스를 하고 있어.”
루메니가가 잔뜩 분노해 진료실의 문을 주먹으로 쳤다는 이야기는, 정말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소란이 벌어지자 사람들이 튀어나왔고, 간호사 중 하나는 경찰을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박사님이 그것을 막았고, 루메니게에게 10분만 달라는 말을 한 뒤에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제기랄. 그거 별론데?”
“응. 그러니까.”
누누이 말했듯, 볼파르트 박사님의 실력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분에게서 진료를 받길 원하는 개인 고객들의 명성이라든가 성과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볼파르트 박사님은 남들은 잡아내지 못하는 부상들을 잡는다. 그래서 유럽의 수많은 클럽이 볼파르트 클리닉 내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를 원한다.
실제로 매년 이적 시장이 열리면, 볼파르트 클리닉은 이적생들로 붐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PSG, PSV, 심지어 분데스리가 내의 도르트문트나 레버쿠젠 등.
비싼 돈을 주고 영입한 선수일수록, 그들은 최고에게서 선수를 검증받고 싶어 한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건, 이때 볼파르트 박사님은 바이에른 뮌헨의 관계자가 아닌 볼파르트 클리닉의 대표로서 그들을 기꺼이 점검해 주고 있다는 거다.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뮌헨과 박시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종종 뮌헨이 영입한 선수들의 메디컬 테스트 일정이 밀리기도 했다. 박사님은 우리를 최우선으로 처리한다고 말하지만, 글쎄다 싶은 순간도 있다.
그리고 그럴 때면 우린, 조금 혼란스럽다.
분명 박사님은 우리의 주치의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 뒤에는?”
“이후는 둘이서만 이야기해서 잘 몰라. 공개된 건 여기까지거든.”
“…….”
내 생각에 루메니게가 박사님에게 올 시즌 말까지 유예 기간을 준 것은, 그분의 명성과 지금까지 뮌헨에 공로한 부분을 감안했기 때문일 거다.
만약 평범한 경우였다면, 해고는 훨씬 더 오래전에 이뤄졌을 테니까.
그리고 티아고의 이야기는, 어째서 이 재활 기구들이 클럽하우스로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줬다.
본래부터 뮌헨의 것이니, 클리닉과의 관계가 끝난 이상 가져오는 게 옳다.
‘정말 이렇게 끝인 거야?’
처음부터 정상적인 클럽과 클럽주치의의 관계를 맺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지 않을까? 하지만 한편으론 만약 그랬다면 박사님의 부와 명성은 덜했을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예전부터 떠나려고 했던 것을 우리가 붙잡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뭐가 어찌 되었건, 지금의 이런 시스템은 현대 축구에서는 통용될 수 없다는 거다.
클럽은 선수단과 함께 상주하는 주치의가 필요하고, 클럽하우스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여 선수들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줄여 주는 게 옳다.
그게 설령 힘든 이별이라고 해도.
요즘 들어 자주 내리고 있는 빗줄기가, 다시 한번 클럽하우스 재활실의 창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
.2015.03.22.(Bundesliga 26R)
바이에른 뮌헨 0 : 2 묀헨글라트바흐
[시즌 첫 패! 뮌헨. – ARD] [충격적이고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경기력. 무기력했던 뮌헨에게는 패배가 당연하다. – Z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