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6)
45화
Institut national du football de Clairefontaine.
혹은, INF 클레르퐁텐.
1990년대 이후, 프랑스 축구가 세계의 중심이 된 데에는 1985년에 기공된 이 국립축구기술단지가 배경에 있었다.
1976년. 당시 프랑스 축구 협회장이었던 페르낭 사스트르(Fernand Sastre)의 강력한 의지 아래 6년간의 준비와 3년간의 건설 과정 끝에 개설된 이 시설은 현재, 프랑스 축구의 산실로서 수많은 월드클래스급 선수를 배출해왔다.
그러나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클레르퐁텐은 유소년의 육성에만 치우쳐진 아카데미의 개념은 아니었다.
이곳은 아카데미 외에도, 지도자 라이센스를 위한 강습과 심판교육, 그리고 각종 세미나를 개최해 지도자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실무를 쌓는 일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된 비디오분석과 피지컬 트레이닝에 있어서도, 클레르퐁텐은 많은 투자를 통해 훌륭한 스태프들을 양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대한민국.
이곳에도 프랑스의 클레르퐁텐을 본받은 시설이 존재한다.
파주 NFC.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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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2011년 9월 18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트레이닝센터.
#오전 10 : 10
“하나- 두울-, 하나- 두울-”
선두에 나선 이의 구령에 맞춰 구보가 한창이다.
사흘 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오만과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1차전을 치른다.
그리고 그 경기에 유럽파는 없다.
올림픽 예선은 선수차출에 의무가 있는 대회가 아니었고, AFC가 정한 규정에 따라 아시아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만이 소집되어 팀을 구성한 상태다.
홍정호, 윤빛가람, 홍철, 고무열과 같은 K-리그 선수들과 김보경, 조영철, 김민우, 배천석처럼 일본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현 올림픽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어느 상대든 만만히 볼 수 없었지만, 강찬일 감독은 이번 시합이 유독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근래, 워낙 주변이 소란스러워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하기 무척 어려웠다.
훈련을 주시하는 강찬일.
그런데 이때 저 멀리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등장했다.
“강감독-!”
“잠깐, 다녀오지.”
훈련을 맡긴 강찬일이 손을 흔드는 이에게로 향한다.
현재, KFA는 파행의 위기를 간신히 극복한 뒤였다.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은 장철주를 음해하는 기사들을 언론을 통해 흘려보내는 한편, 부회장과 이사 그룹을 포섭해 업무를 보이콧했다.
오만방자한 새로운 축구협회장에게 누가 KFA를 이끄는지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판이었다.
그들은 장철주가 미래 그룹의 CEO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미래 그룹을 일으켰는지도.
장철주는 보이콧 즉시,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수석스카우트였던 게르발트 볼프(Gerwald Wolf)를 새로운 기술협회의 이사로 선임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그리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부진 이후 KFA와 인연이 없었던 차범근을 부이사로 임명하며, 보이콧한 이들의 업무를 기술위원회로 이관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축구계에서 야인으로 취급받았던 이들 중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사람들을 대거 고용하며 변혁에 박차를 가해갔다.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건, 언론들이 전혀 기존의 기득권층을 돕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대한민국의 언론사들은 KFA의 회장이기 전에, 가장 큰 후원기업의 CEO이기도 한 장철주의 심기를 거스르기 싫어했다.
그리하여 기존의 세력들은 힘을 잃게 되었고, 이젠 반대로 장철주에게 힘을 실어주는 기사들이 나오는 분위기였다.
늘 책임회피와 꼬리 자르기로만 일관해오던 KFA에 진정한 변화의 바람이 일자, 한국의 축구팬들은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그리고 여기에 모든 정신이 팔린 사이, 기술위원회 중 한 사람인 전태수가 극비리에 해외를 다녀왔다.
지난 8월 일본에 0 : 3 으로 패배하며 신뢰를 잃게 된, 조광래 감독의 후임을 물색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축구협회에 보고를 마친 전태수는, 그 길로 곧장 파주까지 날아와 강찬일에게도 결과를 알렸다.
“받아들여요?”
“그래, 이 양반아-! 이번엔 사고초려 오고초려를 하지 않아도 돼서 어찌나 좋던지.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대도?”
“하하하하.”
한양대학교를 거쳐 지난해까지 제주 유나이티드 FC의 부회장직을 역임한 전태수는 무척이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다.
눈치와 요령이 없고 직언을 서슴지 않아 늘 야인으로만 평가받았는데, 이번엔 마음껏 그 재능을 발휘하는 중이다.
전태수는 일어와 영어, 중국어. 보태어 스페인과 불어에도 능숙해 국제전을 치르는 데 무척이나 중요한 자원이었다.
그리고 눈치와 요령이 없다는 말은 반대로 말해 솔직하단 의미인지라, 사람들에게 호감을 심어주기에도 적합했다.
그래서 장철주는 전태수에게 마르셀로 비엘사(Marcelo Bielsa)를 만나도록 지시했다.
이는 올해 5월의 일로, 당시부터 장철주와 기술위원회는 조광래 식의 축구가 전술적으로 대표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한일전 참패는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고, 현재는 조광래 감독에게 올해 말까지만 대표팀을 지휘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를 마쳐두었다.
고집이 세고 현 한국대표팀에 어울리지 않는 전술을 선호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안목이 있고 한국축구 지도자들에게 부족한 개인 기량을 존중한다는 장점도 있었기에, 장철주는 조광래를 다시 기술위원회로 부르려고 했다.
시종일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던 것도, 다 이러한 큰 그림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태수가 한국을 떠나고 나흘 뒤, 장철주와 강찬일은 비엘사가 이미 아틀레틱 빌바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하고야 말았다.
비엘사가 칠레대표팀에서 보여준 축구를 좋아했던 두 사람에겐, 그를 영입할 수 없다는 건 좌절감을 안겨다 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섰던 비엘사는 호텔 방을 나서기 전, 뒤를 돌아보며 한 남자를 추천했다.
[호르헤. 호르헤 삼파올리.]호르헤 삼파올리(Jorge Sampaoli)는 대한민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지도자였다.
19살이 되던 해 다리뼈가 완전히 부서지면서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고, 32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감독지휘봉을 잡았으나 그마저도 신통치 못했다.
다만 작년부터 조금씩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칠레 최고의 명문 클럽인 우니베르시다드 데 칠레의 감독을 맡아 팀을 리그 최고의 위치까지 끌어올려 놓았다.
“처음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엄청 당황하더라고. 그래서 비엘사의 전화를 바꿔줬더니 깜짝 놀라는데. 이야- 역시 비엘사는 비엘사인가 봐.”
“바로 수락을 하던가요?”
“뭐, 전부 돈 덕분이지.”
“훗. 역시 돈이 좋긴 좋네요.”
“아무렴. 그게 어디 말이야?”
현재 축구팬과 언론은 조광래의 후임으로 유명한 감독을 원하지만, 세계 축구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어지간한 감독들은 전부 EURO 2012에 출전할 유럽대표팀의 감독을 맡고 있고, 남은 자원들은 매력이 없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거스 히딩크(Guus Hiddink)나 세뇰 귀네슈(?enol Gune?)도 나쁠 것은 없지만, 기왕이면 좀 더 나은 대안을 원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이, 얼마 전 칠레대표팀을 관둔 비엘사였다.
하지만, 접촉 시점이 좋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귀결된 삼파올리의 임명은 팬들을 이해시키기에 부족해 보일 수도 있으나, 비엘사의 추천 후 면밀히 관찰한 결과 ‘비엘사시슴’의 계승자로 명확한 전술적 비전이 있었다.
장기전.
이 말을 듣는 사람 중 백에 아흔아홉은 싫어하겠지만, 현 KFA의 핵심인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처음부터 한국축구를 세공하는 것이었다.
3개월 안에, 기존의 기득권 세력 중 80% 이상이 횡령과 각종 비리를 이유로 고소를 당할 예정이다.
증거와 증인은 이미 확보되었고, 그것을 기점으로 장철주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포부를 밝힐 것이다.
그리고 런던 올림픽을 끝낸 강찬일은 감독이 아닌 행정가로서, 장철주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필할 예정이었다.
축구인이 아닌 사업가이기에 가질 수 있는 약점들을, 옆에서 보완해주게 될 것이다.
그렇게 10년이 더 지나게 되면.
“긴 여행일 겁니다, 형님.”
“이미 길게 싸워왔어, 강 감독. 아니, 강 부회장.”
“지금은 감독입니다.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요.”
“하하하. 요즘은 말이야, 정말 이 나라의 축구가 기대돼.”
“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까마득한 2022 월드컵.
명칭이 정해지지 않은 대한민국의 10년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한 축구선수들이 뛸 무대는, 지금부터 준비에 돌입했다.
***
·2011.09.18. 경기결과(Superligaen 9R)
FC 노르셸란 2 : 0 브뢴비 IF
[골] 안드레아스 그란스코프 : 후반 3분(미켈 베크만)요레스 오코레 : 후반 9분(니콜라이 스톡홀름)
김다온 ? 63분 출전(평점 7.0/팀 내 6위)
[7승. 쾨벤하운을 끌어내리고 수페르리가엔의 선두자리에 선 FC 노르셸란. – SPORT MASTER]·2011.09.21. 경기결과(DBU Pokalen)
FC 예링 1 : 0 FC 노르셸란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2011.09.24. 경기결과(Superligaen 10R)
오르후스 GF 1 : 1 FC 노르셸란
[골] 아담 에커슬리 : 후반 38분(자책골)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로테이션 멤버를 대거 투입한 대가를 치른 FC 노르셸란. 승격팀에게 가까스로 무승부를 기록하다. – NordSport]***
2011년 9월 28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FC 노르셸란 클럽하우스.
#오전 11 : 20
지난주 수요일, 우리는 컵대회를 포기했다.
그 날 경기의 라인업은 A팀의 후보들과 B팀의 주전 선수들로 채워졌었다.
리그와 유로파 조별리그를 소화하는 것만으로, 로테이션이 한계가 느껴진 데에서 온 결정이었다.
우린 3개의 대회를 소화할 만큼 로테이션이 두텁지 못했다.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로부터 현명한 판단이었다며 칭찬을 받았던 이유였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SS 라치오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D조의 시드팀이기도 한 SS 라치오는 선수단의 몸값 총액만 1억 1,550만 유로(약 1,626억 원)에 달하는 빅-클럽이다.
하지만 15일에 있었던 1차전에서, SS 라치오는 FC 바슬루이와 2 : 2로 비기며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따라서, 내일 경기에서는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할 것으로 생각되는 중이다.
“좋은 팀이네.”
“그러게.”
비디오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SS 라치오의 전력은 확실히 매서웠다.
그들은 이탈리아팀답게, 다이아몬드 4-4-2를 전술로 택했다.
그런 만큼 중앙이 무척이나 두터웠는데, 반대로 측면이 취약하다는 단점 역시도 보유하고 있었다.
핵심플레이어는 공격형 미드필드를 맡은 에르나네스(Hernanes)와 수비형 미드필드인 크리스티안 레데스마(Christian Ledesma). 마지막으로 최전방에선 미로슬라프 클로제(Miroslav Klose)다.
FC 취리히는 물론이고, 스포르팅 CP에서 뛰던 선수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개개인으로도 또 전술적으로도 약점은 분명히 존재했기에, 우린 계속해서 좋은 흐름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이미 팀 전체엔 자신감이 넘쳐난다.
“좋아, 여기까지! 보았다시피, 실점 상황에서 측면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좀 더 사이드라인 위주로 플레이하고, 라치오의 중앙이 넓어지면 거길 이용하게 될 거야.”
중요한 것은 볼 소유권이 될 전망인데, 스포르팅 CP나 FC 취리히와는 다르게 역습은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할 것 같다.
결국, 중앙미드필드의 활약이 중요하단 의미다.
비디오분석 후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난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 로렌첸에게 농담을 걸었다.
“너무 쫄아 있는 것 아니에요?”
“뭐?!”
“긴장한 것처럼 보여서 말이에요. 경기가 시작되려면 이틀이나 남았는데, 벌써 긴장했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거라고요.”
“설마 나를 위로하는 거야?”
“아뇨. 당신이 스파인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거라고요.”
“이놈이! HEJ! 거기 안 서?”
“열 받으면 잡아보시던지요!! 메-롱!!”
어이없어하는 캐스퍼 로렌첸에게 동료들이 말 한마디씩을 보태는 동안, 난 멀찌감치 와있었던 올루프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야, 명단에 못 들어서 슬퍼?”
“지금 내 앞에서 잘난 척하기야?”
“실수는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리고 결과적으로 1 : 1로 비겼어. 원정에서 승점을 챙긴 게 어디야? 그런데 네가 며칠째 이러고 있으니까 이 형님이 기운이 안 나잖냐.”
“형님? 하-! 얼어 죽을!”
오르후스와의 경기에서 뼈아픈 실책을 저지른 올루프는, 이후 지금까지 시무룩해 하고 있었다.
나름의 위로를 해보고는 있지만, 이 녀석이 괜찮아지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2011/12시즌도 벌써 석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우린 리그와 유로파에서 모두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오직 축구만을 하고.
또 축구만 보인다.
겨울 휴식기가 오면 나는 다시 잉글랜드로 가 박지성 선수를 만날 생각이다.
이번엔 그쪽에서 직접 초대가 왔다.
이미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단, 빈손으로 가진 않을 거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지금 내가 박지성 선수에게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은 작년을 통해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난 그것을, 조별 스테이지 통과라는 결과물로 보여주고 싶다.
[이야- 너, 진짜 잘하더라.]며칠 전 통화에서 들었던 그 말을, 12월에도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난 올루프와 나란히 식당으로 들어섰다.
***
작가의 말 ? 비단 제 소설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작가님들의 스포츠 소설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현실을 바탕으로 두지만, 주인공이 등장한 이상 그 내용은 허구입니다.
단지 저는 항상, 평행우주 어딘가에선 일어날법한 그럴듯한 일들을 그리고 싶습니다.
한국과 관련된 내용은 그런 시각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