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61)
460화 Underrated
특정 선수의 유무에 따라 팀 전체의 경기력에 차이가 생기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축구란 11명 모두가 자신의 몫을 해 줘야 하는 스포츠라서, 개인의 지배력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설령 위대한 공격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한다고 해도 수비가 허술해 세 골을 허락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위대한 골키퍼가 모든 슈팅을 막아 내도 공격수들이 득점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절대 승리를 거둘 수 없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축구를 ‘팀 스포츠’의 범주에 놓아두려고 한다.
하나, 레녹스 베이커의 생각은 이런 통념과는 조금 달랐다.
그의 생각에 축구는, 한 개인에 의해 좌우되기도 한다.
펠레와 마라도나는 물론이거니와 프랑스 축구 자체를 몇 단계나 끌어올린 지네딘 지단과 같은 선수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차이를 만들고는 했다.
부상으로 꾸준한 커리어를 남기지 못한 브라질의 호나우두와 어쩌면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재능이었던 호나우지뉴 역시도, 특정한 시기에선 마찬가지로 그런 이들이었다.
또 로타어 마테우스와 차비 에르난데스 역시, 이견의 여지가 조금 많기는 해도 차이를 만든 선수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선수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수비수가 아니라는 것.
축구 역사에 존재했던 위대한 수비수로 불리는 프란츠 베켄바워, 파올로 말디니, 카푸 등등.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은 이들이 훌륭한 수비수라는 것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앞서 거론된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차이를 만드는 존재로는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어째서?’
레녹스 베이커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러한 부분에 의문을 가져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를 논할 때 이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이들이 클럽과 조국에 가져다준 영광에 관해서는 이야기하려고 들지 않았다.
수비 그 자체와 선수의 개인 기량에만 초점을 맞출 뿐, 이들이 저지해 낸 결정적인 상황들과 상대 공격수를 막아 냄으로써 승리에 기여한 부분은 외면받았다는 거다.
그 이유는 무척 간단했다.
수비수는 돈이 되지 않는다.
FIFA가 출범된 1904년부터 축구는 흥행과 자본에 목말라했고, 국제 대회의 기틀이 현재와 비슷하게 바뀐 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는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바뀌었다.
동시에 그들은 펠레와 마라도나에 열광하는 축구팬들을 보며, 공격수가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앙 아벨란제의 시대로 와 이러한 성향은 극대화되었고, FIFA와 각국의 FA와 유착하기 시작한 미디어들은 그들의 충실한 개가 되어 상품성 좋은 선수를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는 ‘누가 최고의 선수인가?’가 아닌, ‘누가 가장 많은 돈이 되는가?’를 선언하는 자리가 되었고, 매년 연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정되는 Best 11 역시 공격수와 스타성이 뛰어난 미드필드 위주로 조명됐다.
그래서 더더욱, 2013년의 김다온이 대단했던 것이다.
폴 포그바로부터 ‘골든 보이’를 빼앗아 낸 것은, 단순히 아시아 출신 선수의 영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2003년 첫해부터 미드필드와 공격수가 독점해 온 상을 수비 영역으로 확장시켰고,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수비수 최초 몸값 1억 유로를 책정받았다.
잠깐이나마, 스포트라이트를 수비수에게 가져간 거다.
‘그는 여전히 저평가받고 있어.’
호펜하임의 홈 경기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2014/15 분데스리가 29라운드.
후반 40분이 지나가고 있는 현재, 레녹스 베이커가 먼 쪽 코너플랫으로 달려가 양팔을 뻗고 선 김다온을 바라본다. 조금 전의 프리킥은 정말 벼락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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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0분
호펜하임 0 : 2 바이에른 뮌헨
“이봐, 저 친구 몇 번째 골이지?”
“여덟.”
“뭐? 진짜? 젠장! 저 친구 올 시즌 죽을 쑤고 있었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렇게 알았어.”
“휘이- 정말 놀랍군 그래.”
김다온의 득점 숫자를 확인한 후 서로 감탄을 토해 내는 사람들을 보며, 레녹스 베이커가 속으로 조금 더 정확한 수치로 정정을 해 준다.
여덟 골은 분데스리가에 한정된 득점 숫자고, 챔피언스 리그와 각종 컵 대회를 종합하면 정확히 열 골이 된다.
어시스트의 숫자도 20개였고, 이로써 김다온은 2012/13 시즌 벤피카 소속일 때부터 이어 온 시즌 총합 10골-20어시스트 기록을 3연속으로 늘려 갔다.
그리고 이는 오직, 김다온만이 이어 가고 있는 기록이었다. 호날두는 커리어 동안 20어시스트를 넘은 시즌이 없고, 메시는 지난 시즌 14어시스트에 그쳤다.
물론 득점은 두 사람이 훨씬 더 많이 기록했지만, 김다온은 이 기록을 무려 풀백으로서 해내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월드컵 후유증에 시달리던 시즌 초반 가혹할 정도로 쏟아졌던 비난과 폄하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전혀 공정하지 않은 일이었다.
‘안 될 말이지.’
빌트로 이직한 후, 레녹스 베이커는 ‘Goal.com’에서의 경험을 살리기 위해 해외 리그의 소식을 전달해 왔었다.
그리고 첫 번째 원고를 본 디렉터가 그 즉시 상부에 보고해 만든 ‘베이커의 시선(Baker`s Gaze)’은, 빌트 독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칼럼이 됐다.
최근에 기고된 리오넬 메시에 관한 글도 큰 호평을 받았고, 이제 그는 예고했던 대로 김다온을 다루려고 한다.
후반전에 투입된 김다온을 지켜보며 떠오른 단어들을 마구잡이로 랩톱에 적어 내려간 레녹스 베이커의 머릿속엔, 그것들을 연결시켜 만들 문장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마도.
‘우리는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점점 추락해 가는 유럽 내에서의 축구 위상과 자본주의에 물든 축구계 전체를 향한 한마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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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Bundesliga 29R)
호펜하임 0 : 3 바이에른 뮌헨
[골] 제바스티안 로데 : 전반 38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김다온 : 후반 40분(F.K)
안드레아스 벡(O.G) : 후반 48분(토마스 뮐러)
김다온 ? 47분 출전(1골/평점 2.0)
MoM ? 제바스티안 로데(1골/평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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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다섯 번째, 클럽 통산 네 번째 3회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거둔 바이에른 뮌헨. – ARD] [펩 과르디올라, “클럽엔 부상자가 많고 챔피언스 리그 일정을 고려하면, 리그 경기에서는 여유를 둘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 빌트]***
※ 2015.04.19.(오전) 기준 바이에른 뮌헨 부상자 명단.
프랑크 리베리(LW) : 2015.03.11.(발목 인대 복합 손상)
-> 9~10개월 결장 예상
-> 시즌 아웃
아르연 로번(RW) : 2015.03.23.(복사근 부상)
-> 4~5주 결장 예상
-> 2015년 5월 복귀 혹은 시즌 아웃
데이비드 알라바(LB/CM) : 2015.04.02.(십자인대 손상)
-> 3-5개월 결장 예상
-> 시즌 아웃
베르나르두 실바(W/AMLRC) : 2015.04.03.(발목 인대 손상)
-> 3~4주 결장 예상
-> 2015년 5월 복귀 혹은 시즌 아웃
코스타스 마놀라스(CB) : 2015.03.08.(발목 인대 파열)
-> 2-3개월 결장 예상
-> 시즌 아웃
***
2015년 4월 20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제1 연습구장.
내일은 어쩌면, 이번 2014/15 시즌 중 가장 중요한 날일 수도 있다.
우리는 FC 포르투를 알리안츠 아레나로 불러들여 챔피언스 리그 8강전 두 번째 경기를 치를 것이며, 우리의 3회 연속 트레블의 가능성 역시 시험받을 것이다.
“이봐-!”
“!!”
“오-!!!!”
“우와아아아악-!! 이겼어! 이겼다고오옼!!”
그리고 다행히도 클럽의 분위기는 무척 좋은 편이다. 이틀 전 분데스리가 우승을 결정지으면서, 마음속에 있던 부담감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클럽하우스를 떠나 있었던 이들이 합류하게 된 것 역시도 좋았다.
티아고와 필리프는 이제 컨디션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었고,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던 하비도 다음 주부터는 교체명단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의 훈련을 한쪽 귀퉁이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다.
“이봐아-!! 우리 것도 있는 거지??”
“Vamos, Amigo! 공짜로 얻어먹겠다는 거야?”
“서운하게 왜 그래?! 우린 동료잖아!”
“큭큭큭큭.”
볼파르트 클리닉과의 관계가 끊어지게 되면서, 클럽의 운영 방식에도 굉장한 변화가 생겼다. 부상자들의 재활 일정이 팀 훈련과 맞춰졌고, 덩달아 식사 역시 함께하게 됐다.
식당으로 가기 전 내기를 하던 우리를 향해, 베르나르두가 소리를 질렀던 이유다.
또 그의 곁엔 펩의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아르연 로번이 함께하고 있다. 저 둘은 잘하면 5월 초 복귀가 가능하고, 클럽은 그것을 위해 노력 중이다.
만약 우리가 내일 종합전적을 뒤집으며 승리를 거둔다면, 5월 6일과 12일 챔피언스 리그 4강전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클럽 내에서 윙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 전체가 부상을 입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틀 전 나와 교체되었던 베르나트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후안은 응급처치 후에 곧바로 컨디션을 회복했고, 이후 팀 훈련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좋아-! 이제 끝이다!!”
부에나벤투라가 큰 목소리로 오전 훈련의 종료를 알리고, 난 내기에 패배한 그룹을 향해 약속대로 모레 오후에 피자를 사 두라고 소리쳤다.
펩은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은 방법으로, 4강전 진출 시 하루 식단 제한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 메뉴도 걸걸 그랬나 봐.”
“아, 그거?”
“응?”
“그건 내가 준비하려고.”
“오-! 진짜?”
“응.”
최근에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큰돈이 들어왔다. 그것으로 나는 2015 페라리 458 스페시알레 아페르타 리미티드 에디션을 구매키로 했고, 요나스가 이에 수완을 발휘해 줬다.
또 아영이에게도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잔뜩 사도 된다고 말을 해 뒀다.
어제 펩이 식단 제한을 풀겠다고 말을 했을 때, 동료들을 환호하게 만들 어떤 아이디어를 궁리한 것 역시도 번 만큼 인심 좋게 써 보자는 의도 때문이었다.
나는 동료들에게 그들의 차종에 맞는 키링과 값비싼 넥타이, 헤드셋, 그리고 뮌헨 시내의 유명 빵가게에 부탁해 오전 케이터링 서비스를 부탁할 생각이다.
앞의 두 가지는 현재 쇼핑을 나선 아영이가 요나스가 보내준 에이전시 직원과 함께 해결해 줄 것이고, 뒤의 것은 아까 직접 전화로 이야기를 마쳤다.
만약 내일 4강 진출을 확정 짓는다면, 모레는 어느 때보다도 달콤한 하루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니까 내일 잘 뛰라고. 알겠지?”
“에이, 제기랄. 그 잔소리가 돌아왔잖아.”
“대체 ‘그’는 뭐야?”
“몰라서 물어?”
“모르겠는데?”
진절머리를 내는 단테를 슬쩍 밀쳐 내면서, 나는 깁스한 발로 일어서는 베르나르두의 앞으로 걸어갔다.
“통증은 없어?”
“이제는 거의 없어.”
“언제 푸는데?”
“아마도 내일 아침?”
“조심하라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응.”
베르나르두의 걷는 속도에 맞춰 클럽하우스로 들어서며, 나는 지금쯤 공항에 도착했을 FC 포르투의 선수들을 떠올렸다.
내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난 그들에서 승리를 거두길 염원하고 있다.
***
※ 2014/15 챔피언스 리그 8강 사전인터뷰
펩 과르디올라
From. Sky Sports(독일)
On. 1:3의 열세
“썩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90분이 있고, 축구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From. ARD(독일)
On. 스쿼드의 상태와 전술적 준비에 대해
“음, 분명한 건 스쿼드의 상태가 100%는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충분히 준비를 했고, 선수들 역시 다음 단계를 향한 열망이 가득하다. 오늘 훈련을 하면서도 분위기가 좋았고, 완벽하진 않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팀엔 동기부여를 해 주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On. 그게 누구인지?
“필리프와 바스티는 좋은 리더다. 그리고 제롬과 다온이 늘 다른 사람들에게 열정을 불어넣는다.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팀은 준비가 훨씬 더 잘 되고는 한다.
From. BBC(잉글랜드)
On.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이적 소문
“내가 아는 한, 그는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다.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관심이 없다.”
From. Goal.com(잉글랜드)
On. 쓰리백과 포백 중 어떤 것을 쓸 생각인지?
“밝힐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양쪽 모두 가능성이 있지만, FC 포르투에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술을 택했다고만 말해 두겠다.”
From. A Bola(포르투갈)
On. 다온의 출전 여부에 대해
“그는 출전한다.”
***
80538 뮌헨, 독일. 암 투헤르파르크 7. 힐튼 뮌헨(Hilton Munchen Park. Am Tucherpark 7. 80538 Munchen, Germany).
2013년 여름, FC 포르투는 써드파티의 독단적인 행보 속에 주력 선수들의 이탈을 넋 놓고 지켜봐야만 했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 주앙 무티뉴,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클럽을 떠났고, 오랜 기간 피치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 줬던 루초 곤잘레스 역시 노후를 위해 중동으로 향한 것이다.
멕시코의 유망주인 디에고 레예스와 헥토르 에레라를 영입하고 포르투갈의 국가대표 윙어인 콰레스마 역시 자유계약으로 데려왔지만, 전력의 약화는 명백해 보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FC 포르투의 시즌은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았다.
스포르팅에게마저 밀리며 리그 3위에 그친 데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벤피카에 패배하며 포르투갈 내 컵대회에서도 매번 고배를 삼켰다.
챔피언스 리그 탈락 후 유로파에서 8강까지는 올랐지만, 결국 그들은 시즌 중 단 하나의 트로피도 손에 쥐지 못했다.
이후 2014년 여름.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FC 포르투의 회장 호르헤 누누 핀투 다 코스타는, 클럽에 스페인의 철학을 접목시키고자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2013년 UEFA U-21 대회에서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끈 줄렌 로페테기(Julen Lopetegui)를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하는 한편, 스페인 선수를 중심으로 총 13명의 선수를 영입하며 스쿼드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리그에서는 여전히 벤피카에 밀려 2위에 그치고는 있었지만, 허니문 기간임을 감안했을 땐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적이었다.
“좋은 인터뷰였네. 배짱이 좋더군.”
“하하. 감사합니다. 저는 그럼.”
“그래. 그러게나.”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 진출한다는 꿈만 같은 현실이 이뤄지기 직전인 지금, FC 포르투의 회장은 선수단과 함께 독일을 찾은 상태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그는 본인의 스위트룸에서 로페테기 감독의 사전 인터뷰를 지켜봤었다.
거기에서 로페테기는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밝히는 한편, 세련되면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FC 포르투 감독으로서의 품위를 보여 주었다.
굳이 호텔 로비까지 나와 로페테기를 마중한 것 역시, 그런 모습이 모두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우리가 기적의 팀이 될 거야.’
즐거운 미래를 상상하며 웃기 시작한 호르헤 코스타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드러나고 있었다.
사실 그에게 있어서도 지난 1차전 3:1의 승리는 놀라운 것이었다. 당시 누구도 포르투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고, 도박사들 역시 포르투의 승리에 5.70이란 높은 배당을 매겼었다.
하지만 로페테기는 전술적으로 완전히 뮌헨의 허점을 찔렀고, 그들의 수비진에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며 올 시즌 뮌헨의 최다실점 타이기록을 떠안겼다.
선수 개인 기량의 열세를 뒤엎은 승리에, 지난 일주일 포르투갈 현지에서는 로페테기를 향한 찬사도 이어졌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의 참담한 실패로 비난의 중심이 되었지만, 2013 UEFA U-21 대회로 멋지게 상황을 역전시킨 로페테기는 제2의 펩 과르디올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FC 바르셀로나 방식의 4-3-3을 주요 전술로 삼고 있으며, 현역 은퇴 후 스페인 연령별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의 유스팀 감독을 소화하며 여기에 다양성을 접목시켰다.
펩 과르디올라 전술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완하는 한편, 스페인 축구의 장점인 점유율 역시도 챙겨 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포르투갈 리그에 적합했다.
로페테기는 젊고 어린 선수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방법을 알았고, 그들의 재능을 찾아내어 키워내는 역량에 있어서도 탁월하다는 말을 듣는다.
현시점에서 가장 떠오르는 젊은 감독 중 하나로 평가받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게다가 뮌헨엔, 그 빌어먹을 꼬맹이가 있지.’
김다온의 시대를 기점으로 SL 벤피카에 완전히 주도권을 내어 준 FC 포르투기에, 호르헤 코스타에겐 내일 경기에서의 승리가 무엇보다도 간절하다.
만약 내일 4강에 오른다면, 지난 몇 년의 수모를 한꺼번에 되갚아 주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이제는 몰락할 때도 됐어. 2년 연속 트레블이라고? 하-! 3년은 아니지. 오- 그래. 절대로 아니야.’
표정을 고치며 테이블 위의 커피 잔을 집어 드는 호르헤 코스타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욕심과 복수심이 잔뜩 드러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