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62)
461화 Underrated (2)
2015년 4월 21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20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FC 포르투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4-2(Flat)/4-3-3(A)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파비아누
RB ? 김다온 / RB ? 다닐루
CB ? 제롬 보아텡 / CB ? 마이콩
CB ? 홀거 바트슈투버 / CB ? 브루누 마르팅스-인디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알렉스 산드루
RM ? 필리프 람 / DM ? 카세미루
CM ? 티아고 / CM ? 헥토르 에레라
CM ? 사비 알론소 / CM ? 올리버 토레스
LM ? 마리오 괴체 / RW ? 히카르두 콰레스마
ST ? 토마스 뮐러 / LW ? 야친 브라히미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잭슨 마르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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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펜하임과의 경기를 준비하면서도.
그리고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도.
펩 과르디올라는 수시로 우리에게 바르셀로나의 예전 축구를 보여 주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FC 포르투가 구사하는 축구이자, EPL과 스페인 라 리가 다수의 클럽이 사용하고 있는 현대 축구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달랐다.
우리는.
“보았다시피, 우리의 축구는 바르셀로나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조금도 닮지 않았어.”
“…….”
지금까지 우리 자신의 경기를 지켜봤다.
대략 4분 정도로 편집된 영상의 99%는 피치 전체를 붙잡은 각도에서 촬영된 것이었고, 상대가 바뀔 때마다 오늘 경기에서 뛰게 된 이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펩은 현재 뮌헨의 축구와 예전 FC 바르셀로나를 비교할 수 없으며, 현시점에서 우리가 훨씬 더 좋은 축구를 하고 있다고 말을 했다.
누구보다 카탈루냐 네트워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펩이었기에, 지금의 말은 의외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그만큼 우리를 믿는다는 거니까.
“너희 자신을 믿어라! 우리는 사람들을 위해 승리를 거둘 것이다! 가족! 친구! 동료! 너희 중 누구도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너희들이 더 높은 곳에서 뛸 자격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우리는 이곳에서 상대가 파티를 벌이게 두지 않을 거다! 난 그러기 싫고! 너희 역시 나와 마찬가지일 거라고 믿는다! 이건 우리의 삶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 챔피언스 리그 8강전 탈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팬들을 위해서 싸우자! 왜냐하면 우린 빌어먹게 저평가된 팀이니까!”
이번 시즌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금 펩의 모습을 보며 새삼스럽게 깨달았다고나 할까?
저 남자는 동기부여의 1인자이자,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를 깨우쳐 주는 사람이다. 펩의 팀 토크가 끝난 지금, 라커룸의 열기는 몇 배는 더 높아졌다.
하나에서 열까지, 금방 펩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와 문장들 모두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다.
우린 우리를 믿어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이들을 위해.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 FC 포르투가 이곳에서 기뻐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펩이 말한 대로 이것(축구)는 우리의 삶이었고, 우리(바이에른 뮌헨)의 삶 속에서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여 상대가 축배를 들도록 하는 일은 벌어져선 안 된다.
마지막에 외친 ‘kampfe fur Fans!’라는 외침 역시도 좋았다. 우리는 항상 팬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
내가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인 이상, 축구가 간절했던 평범한 청년들이 힘을 모아 만든 클럽의 역사와 전통을 더럽혀서는 안 될 것이다.
‘다녀올게.’
늘 똑같은 루틴을 마치고 라커룸을 빠져나온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복도에 그려진 클럽의 역사였다.
난 그것들을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피치로 나가는 계단에는 선수들이 차례대로 늘어서 있었고, 가장 아래에 있는 노이어의 바로 다음이 내가 향해야 할 곳이었다.
호흡을 한 차례 가다듬고 다시 발을 내딛자, 이쪽을 돌아본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고정된다.
그들은 전부 나와 얽힌 일들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저마다 눈빛을 빛내며 말을 해 오고 있었다.
실제로 대화를 주고받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들의 눈을 통해 오늘 경기가 저들에겐 단순한 챔피언스 리그 8강전이 아니라 복수전의 성격을 담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른 포르투의 남자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그중 내 눈길을 끈 사람은 벌써 승리를 확정 지은 것처럼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 콰레스마였다.
[Ay, Amigo!] [?] [너무 일러.] [뭐??]좀 더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자세한 대화는 피치 위에서 나눠야 한다는 것을 알았던 나는 그대로 콰레스마를 지나쳐 아래로 내려섰다.
자리를 찾아 들어가자, 뒤쪽의 티아고가 말을 걸어온다.
“잘했어. 나도 막 꼴 보기 싫었던 참이거든.”
“그럼 직접 말하지 그랬어?”
“에이 설마- 내가 그런 타입이 아니라는 것쯤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래- 너 참 잘났다.”
“큭큭. 그리고 무엇보다.”
“응?”
“다들 네가 한마디를 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
“…….”
고개를 조금 더 들어 올려 티아고의 뒤쪽을 바라보자, 정말로 다른 동료들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제롬까지 내게 이런 책임을 미룰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는 클럽의 에너자이저이자, 느슨해졌을 때 허리끈을 꽉 조여 매 줄 사람이었다.
‘뭐, 얼추 내가 하는 일이기는 해.’
가끔 동료들은, 내가 주장이 되는 클럽에서 뛰는 것을 악몽처럼 이야기하고는 했다. 보나 마나 시도 때도 없이 눈치를 줄 거라며, 숨이 막혀 버릴지도 모른댔다.
그러면 나는 당연히, 잘못한 것을 알면서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느냐고 말할 것이다.
“입장합니다-!!”
곧 있어 목소리가 들려오고, 난 고개를 든 김에 몸을 돌리기 전 다들 들으라고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가자-!!! 상대를 완전 박살 내는 거야!!!”
부디, FC 포르투의 남자들 중 누군가는 내 독일어를 알아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전반 03분
바이에른 뮌헨 0 : 0 FC 포르투
나는 일주일 전의 패배를 선명하기 기억하고 있다. 오히려 현장에 있지 않았던 것이, 당시의 경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억에 따르자면, 우리가 허무하게 1:3 패배를 당한 이유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첫 번째, 100% 지점에서의 불 간수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
첫 실점 상황도 보면, 센터백 사이로 내려선 사비가 트래핑을 어설프게 가져가며 잭슨 마르티네스의 갑작스러운 압박에 볼을 빼앗겨 페널티 킥을 허용한 게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단테가 사비에게 패스를 보내는 상황을 한 템포 늦췄어야 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패스를 받을 때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의 영역을 반경 5m 정도로 본다.
패스를 받는 선수가 축구공을 발아래로 가져다 두고 다음 플레이를 결정할 때까지, 5m 안에 상대 선수가 있다면 그곳을 100% 지점으로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일주일 전 첫 실점 때가 바로 그랬다.
당시 상황에서 처음 단테가 패스를 결정했을 땐 잭슨 마르티네스는 5m 영역 밖에 있었지만, 직전 사비의 움직임 때 상대는 이미 볼의 흐름을 파악한 상태였다.
그래서 패스를 보냈을 때 마르티네스는 이미 스프린트 중이었고, 사비의 발밑에 축구공이 도달했을 때는 두 사람의 거리가 2m도 채 되지 않았었다.
당황했던 사비는 결국 볼을 흘렸고, 이를 가로챈 잭슨 마르티네스가 P.K를 얻어 내 첫 득점을 가져갔다.
미디어와 팬들은 그 장면에서 볼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사비를 탓했지만, 우리는. 아니, 최소한 펩과 나는 단테가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펩의 계획은, 그 순간부터 꼬여 버렸는지도 모른다. 너무 이른 시간의 실점이었던지라, 멘탈부터 시작하여 많은 것들이 망가져 버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보면, FC 포르투는 전반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가져가고 있다.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난 마음에 안 들거든.’
마치 우리가 당시와 같은 방법에 공략당할 것처럼 구는 꼬락서니가, 심히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나였다.
“이봐-!!”
“…….”
그래서 지금 티아고의 볼을 달라는 요청에도, 일단 한 번 참으면서 FC 포르투의 진형 변화를 지켜본 것이다. 아마도 로페테기는 공략법을 아예 결정한 것 같았다.
상대도 바보가 아닌 이상 계속해서 분석을 해 왔을 것이고, 좋은 방법이라 믿었던 플레이를 이어 가려고 할 거다.
현재 내가 생각하는 그 방법이란, 전방압박을 하는 선수들에게 볼을 가진 선수에게 달라붙지 말고 패스의 방향을 예측해 움직이란 지시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볼은 뒤가 아닌 앞으로 돌았고, 생각보다 꽤 널찍한 공간을 확보한 토마스 뮐러가 올리버 토레스로부터 파울을 획득해 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곧바로 움직여 티아고와 사비를 가까이로 불러들였다.
“쟤넨 패스 경로를 예측하고 있어.”
“그래?”
“진짜?”
“응. 날 믿어.”
티아고와 사비는 무척 영리한 이들이었기에, 난 이들을 믿고 핵심만을 짚어 나가기로 했다.
“볼을 잡고 한 템포 죽여. 어차피 쟤들은 접근 안 해.”
“독일식이 아니라, 스페인식인 거네.”
“응. 펩이 말했잖아. 기억하지?”
“물론이야.”
“그래. 바로 그거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EPL과 라리가 상위권 팀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같은 철학이라고 해도 어떠한 나라에 속했느냐에 따라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한 사람을 두고 누군가는 개새끼라 말하고 누군가는 좋은 사람이라 말하는 것처럼, 축구에서 역시 그렇다는 거다.
후방라인을 극도로 끌어 올리는 것이 ‘비엘사시즘’이라면, 분데스리가의 게겐프레싱은 ‘사키이즘’에 근간을 두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 피치 전역에서의 강한 압박은 필수적인 것이지만, ‘압박에 대항하는 압박(게겐프레싱)’과 ‘압박을 벗겨 내는 방법을 찾고, 더 나아가 그 방법을 공략하는 방법(빌드업)’에 중점을 둔 축구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패스의 경로가 아닌 볼을 가진 선수에게 즉각적으로 달라붙는(게겐프레싱)’ 축구에 익숙한 우린, 오랜만에 만나는 색다른 유형에 고전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유럽대항전이라 말하지만, 난 그냥 ‘멍청했다’는 것 정도로 표현하고 싶다.
지금이야 속 편히 이렇게 말하지만, 만약 내가 1차전에서 뛴 멤버였다면 나 역시도 그 멍청한 범주 안에 속했을 사람이었을 거다.
피치 바깥에서 팀이 실패하는 과정을 똑바로 지켜볼 수 있었기에, 오히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이래서야…….’
마치 홈&어웨이로 펼쳐지는 1차전에서는 항상 쉬어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순간 불쾌해졌고, 대략 40m 정도 되는 지점에서의 프리킥을 직접 걷어차기로 결정했다. 무모하다는 거야 알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꽤 오래전부터 무모했다.
퍼억-!!!!
먼 거리에서 곧바로 골대를 노린 슈팅이 매섭게 골대를 향해 날아들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던 파비아누가 축구공을 보며 손을 뻗는다.
퍼엉-!!!
{“우오오오-!!”}
파비아누의 오른손에 맞은 축구공이 골대 밖으로 빠져나가고, 아쉬웠던 나는 머리에 양손을 가져갔다.
참 제대로 맞았는데.
[에이, 씨부럴.]아쉬움을 삼키려 크게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코너킥 상황을 준비하려고 돌아섰을 때, FC 포르투의 벤치에서 구급상자를 들고 뛰어나오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엥?’
그들은 곧바로 FC 포르투의 골대 쪽으로 향했고, 내 슈팅을 막아 낸 후 그대로 드러누운 파비아누의 곁에 앉았다.
워낙에 먼 거리라 정확한 상황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달려갔던 사람 중에 하나가 곧바로 포르투 벤치로 사인을 보내는 걸로 봐선 교체가 되려는 것 같았다.
설마 지금 내 슈팅 때문에?
‘에이, 설마. 잘못 떨어진 거겠지.’
벤피카에 있을 때 스포르팅의 후이 파트리시우가 [“네 슈팅을 막다가 장갑이 찢어졌어.”]라고 말했던 적이 있긴 했지만, 난 지금까지도 그게 과장이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당시 후이가 말한 장면은 내가 노르셸란 소속일 때의 이야기였고, 그때 나는 고작 17살이었다.
[……에이, 설마.]한참을 치료받다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가는 파비아누가 어쩐지 나를 보는 것 같은 건, 그냥 나의 착각이라고 해 두고 싶은 기분이었다.
***
전반전 9분 토마스 뮐러의 날카로운 역습에 이어진 레반도프스키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두들겼을 때에만 하더라도, 호르헤 코스타는 포르투에 운이 따른다고 생각했었다.
종합전적 1:3으로 뒤진 바이에른 뮌헨에게 있어, 그 결정적이었던 기회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갈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3분이 지난 지금, FC 포르투의 회장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그는 멍한 표정이 되어, 반쯤 입을 벌린 채 전광판에 찍힌 점수를 확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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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2분
바이에른 뮌헨 3 : 0 FC 포르투
골대를 맞춘 일이 바이에른 뮌헨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할 거란 호르헤 코스타의 생각은 절반은 옳았지만 남은 절반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바이에른 뮌헨은 FC 포르투를 두들기지 않으면 안 되는 일에 트라우마가 있는 것처럼 뛰었고, 전반전 14분부터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반대편을 바라본 김다온이 후안 베르나트의 오버랩을 정확히 찾았고, 측면에서 측면으로 이어졌던 패스는 포르투의 수비 간격을 넓혔다.
그리고 그 공간으로 영리하게 파고든 티아고가, 베르나트의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하며 첫 골을 신고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호르헤 코스타는 지금부터라도 팀이 정신을 차린다면 얼마든지 승리를 굳힐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뮌헨이 한 골을 넣었다지만 종합 전적은 여전히 포르투의 리드였고, 1차전처럼 수비라인을 높인 뮌헨의 뒷공간은 무척 넓어 보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정확히 3분 후, 필리프 람이 얻어낸 28m 지역에서의 프리킥을 김다온이 직접 슈팅으로 마무리를 하면서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됐다.
마치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슈팅을 보는 것처럼 날아간 김다온의 슈팅은 번개처럼 그물 사이에 처박혔고, 시리즈도 3:3 동점 뮌헨의 원정 득점 우세가 적용되게 되었다.
3:1의 리드를 17분 만에 잃어버린 FC 포르투는 크게 흔들렸고,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 허용한 코너킥 상황에서 제롬 보아텡에게 다시 실점을 허락했다.
종합전적 3:4.
할 말을 잃어버린 호르헤 코스타와 마찬가지로, 피치 위에서 뛰는 FC 포르투의 선수들 역시 자신들이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 최고의 팀에 속한 이들이란 걸 잊어버린 것 같았다.
수비. 수비. 그리고 다시 수비.
FC 포르투의 축구에 공격이란 없는 것처럼 이어지던 경기가 5분이 더 흘렀을 때, 마치 족구를 하듯 중앙(티아고)-오른쪽 측면(필리프 람)-페널티 박스 안(토마스 뮐러)을 오간 뮌헨의 패싱 플레이가 레반도프스키의 헤더로 마무리된다.
경기 시작 후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3:1이던 경기가 3:5로 뒤집혔고, 락(Rock)스타의 콘서트 현장과도 같은 알리안츠 아레나의 분위기는 조금 남은 FC 포르투의 전의마저도 앗아 가려 하고 있었다.
희망으로 가득했던 미래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바뀌고, 망연자실했던 호르헤 코스타는 결국 눈을 질끈 감는다.
전반전 31분.
빌드업에 참여했던 히카르두 콰레스마로부터 볼을 가로챈 김다온이 허허벌판을 달리는 것처럼 FC 포르투의 진영을 휘저은 뒤, 레반도프스키에게 다시 득점 기회를 선물했다.
통 빈 골대로 축구공을 집어넣는 일은 폴란드 출신의 뛰어난 스트라이커에겐 너무나도 쉬웠고, 그렇게 전반 31분 만에 다섯 골을 만들어 낸 뮌헨은 포르투의 위에 군림한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로페테기가 선수들을 독려해 뮌헨의 뒷공간을 노리도록 하지만, 오늘 뮌헨의 포백은 그들의 뒤를 전혀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오 하느님, 맙소사.’
깊은 좌절감을 맛보고 있는 호르헤 코스타의 귓가에 다시 뮌헨 팬들의 함성 소리가 전해지고,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상황을 확인한 포르투의 회장은 고개를 들지 않는다.
다행히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더는 상대에 저항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34분.
FC 포르투의 회장이, 자신이 지난 일주일 꾸었던 꿈이 일장춘몽(一場春夢)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
·전반전 38분
FC 바이에른 뮌헨 6 : 0 FC 포르투
많이 늦었기는 하지만 우리가 FC 포르투에게 1차전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두 번째 요인은, 하프스페이스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풀백으로 나선 하피냐와 베르나트, 그리고 중원의 사비 모두 하프스페이스를 커버하는 유형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도 윙어가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인지라, 펩은 당시 필리프와 티아고를 다이아몬드 4-4-2의 중앙미드필드로 두어 하프스페이스를 맡기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당시 윙어의 부재에 압박을 느끼는 것 같았고, 불필요하게 측면으로 넓혀 서면서 FC 포르투가 손쉽게 중원을 장악하도록 만들었다.
이따금 전방으로 공격이 전개는 되었지만, 하프스페이스에서 보내는 대각선 패스가 사라지다 보니 위협적이진 못했다.
그래서 난 오늘 의도적으로 전방으로의 오버랩을 극도로 자제하며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채우는 일에 집중했다.
앞쪽에 필리프 람이라는 월드클래스 선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했지만, 이곳을 채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어서 택한 일이었다.
오늘 난 이곳에서 많은 패스를 보냈고.
파앙-!
또 많은 것을 깨달았다.
경기 전 펩이 한 팀 토크가 지닌 의미라든가, 어째서 빅리그에서 뛰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들 말이다.
FC 포르투는 정말로 우리가 영상 속에서 본 FC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표방했다. 하지만 그들은 펩이 이후에 깨달은 하프스페이스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이 위치는 2010년대 초반의 축구에선 중요하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하프스페이스의 의미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축구가 몇 배는 쉬워지는 기분을 받았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서부터 시작해 퍼지는 것처럼, 축구에서의 정보 역시 빅리그에서부터 비롯된다.
리그 내에서의 경쟁력이 강하다는 것.
그것은 결국 차이를 만들고, 변방 최고를 표방하는 PSG와 같은 클럽들이 성공하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대각선으로 멀리 날아간 패스가 티아고를 거쳐 레비의 골로 연결되는 장면을 지켜보며, 나는 절대 빅리그 외의 클럽으로는 향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설령 그들이 내게 더 많은 돈을 쥐어 주더라도.
또 그곳에서 손쉬운 성공이 보장되었다 해도.
내가 앞으로 속할 곳은 매주 최신의 정보를 다룬 축구가 있는 곳이자, 전력의 차이를 전술로 만회할 수 있는 감독들이 득실거리는 리그라고 생각을 해 본다.
6:0.
빠르게 결정된 결과를 확인하며, 난 세계 최고의 축구를 경험하고 있음에 전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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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C.L Quarter-Final 2nd Leg)
바이에른 뮌헨 8 : 0 FC 포르투
종합전적 9 : 3 뮌헨 승리
[골] 티아고 : 전반 14분(후안 베르나트)김다온 : 전반 17분(F.K)
제롬 보아텡 : 전반 22분(홀거 바트슈투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27분(토마스 뮐러), 전반 40분(토마스 뮐러)
토마스 뮐러 : 전반 36분(티아고)
마리오 괴체 : 후반 15분(김다온)
사비 알론소 : 후반 43분(김다온)
김다온 ? 95분 출전(1골 2어시스트/평점 1.5)
MoM ? 토마스 뮐러(1골 2어시스트/평점 1.0)
***
작가의 말 ? 소제목을 짓기로 했습니다. 주말마다 이전 에피소드를 다시 읽어 보고, 최근 화부터 이름을 다시 지어가 일주일 간격으로 하나씩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TMI를 조금 풀겠습니다.
TMI 1. 실제 경기에서의 스코어는 6:1이었다.
TMI 2. 다온은 어느 글보다 필자와 가깝다.
TMI 3. 필자는 RH-AB형, 쌍둥이자리, MBTI INTJ다.
TMI 4. 이 말은 필자가 돌+아이라는 뜻이다.
TMI 5. 차마 양심이 있어 다온이는 쌍둥이좌는 벗겨 냈다.
TMI 6. 앞으로도 다온이는 AB형 INTJ일 것이다.
그럼 내일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