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65)
464화 Underrated (5)
2015년 4월 27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알리안츠 메인 홀, 컨퍼런스 룸.
처음엔 화가 났다.
그러다, 슬퍼졌다.
어제 오전 훈련이 끝난 뒤, 감독실을 찾아 펩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사전인터뷰 자리에 날 추천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몇몇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루메니게가 감독실로 찾아왔고, 내게 양해를 구한 그는 펩과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나는 알겠다고 말한 뒤에 자리를 비켰고, 감독실의 문이 닫히기 무섭게 루메니게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들었다.
[“이런 빌어먹을 인간들 같으니라고!!”]처음엔 루메니게가 펩에게 화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깜짝 놀라 다시 감독실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 지금?! 그들이 제정신인지 모르겠네!!”]엿듣게 된 자리에서 나는 루메니게의 입에서 나온 그들이란 단어에 주목했고, 그가 펩이 아닌 다른 이들 때문에 화를 내는 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필리프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휴대폰을 꺼냈었는데, 화면 속에서 단체 채팅방이 불타고 있었다.
펩의 훈련 방식과 과도한 양의 트레이닝이 팀을 망치고 있다던 에펜베르크의 인터뷰. 그는 선수단의 일부 역시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직접 당사자에게 들었다고 했다.
외에도 킬리안 역시 펩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인터뷰를 했는데, ‘SID’에 적힌 말은 몽땅 거짓말이었다.
읽지 않은 채팅이 400여 개나 됐던 이유다.
“펩. 어제 에펜베르크와 킬리안이…….”
내일 있을 DFB-포칼 준결승을 준비하는 것만 해도 모자란 시간, 인터뷰를 위해 들어선 펩과 나는 예상대로 어제의 일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진실이 아닌 일을 해명하기 위해 무언가 설명을 해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피곤한 일이다.
가장 첫 번째로 질문할 순서였던 ‘ARD’의 기자에서부터 시작해 ‘빌트’, ‘쥐트도이체 차이퉁’, ‘Sky Sports’에 이르기까지, 네 명의 기자 모두 어제의 일에 대해 설명을 듣길 원했다.
곁에서 본 펩은 벌써부터 지친 얼굴이었고, 테이블에 양쪽 팔꿈치를 얹은 그는 침착하고 또렷한 어조로 설명을 이었다.
결국, 마티아스 잠머가 펩에게 쉬는 시간을 준다.
인터뷰를 끊어 간 그가 답변하는 대상을 바꿨다.
그래.
바로 나.
“다온? 준비는 됐나?”
“그럼요.”
펩의 건너편에서 날 바라보는 마티아스 잠머는 걱정이 잔뜩 섞인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아침 내게 다가온 그는 어제 너무 정신이 없었다며, 사전 인터뷰에 나서는 이를 필리프로 바꿨어야 한다고 사과를 해 왔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보통 클럽의 주장이 나서 줘야 하기에, 괜히 내가 애꿎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난 정말로 괜찮다.
스트레스야 당연히 받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어야만 했다면 더 힘들었을 거라고 본다.
참지 못하고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에 일갈을 날린 제롬 보아텡처럼 맨션을 남겼을 수도 있고, 아니면 티아고처럼 모국의 언론에게 전화를 걸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둘처럼 신사적으로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클럽하우스에 남아 있던 동료들과 카페테리아에서 만난 나는 무척 분노한 상태였었고, 내부에서 가해지는 총질을 견딜 수 없다고 소리쳤었다.
“선수로서, 펩의 훈련은 어떻죠?”
예상대로 첫 질문은, 어제의 일을 끌어오는 것이었다.
질문자는 바이에른 기반 미디어의 기자였다.
이름이 아마 오르틀레프일 거다.
Sport 1이었던가?
아마 그럴 거다.
“완벽해요.”
“그게 다인가요?”
“한마디로 간단하게? 네, 완벽해요. 그게 다죠. 하지만 여러분은 아마 긴 버전을 좋아하실 거예요.”
“…….”
지금까지 나는 총 세 개의 프로 클럽에서 뛰었다.
노르셸란, 벤피카, 뮌헨.
그리고 이중 훈련량이 가장 많았던 곳은 SL 벤피카였다. 훈련 시간 자체는 뮌헨과 비슷하지만, 그 안에서 소화해 내야 하는 프로그램은 훨씬 더 많았다.
“제 말은 그러니까, 펩의 훈련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거예요. 그는 우리를 혹사시키지도 않습니다. 만약 훈련을 하다 조금만 몸이 이상하면 곧바로 프레디를 찾아가 보라고 말하죠.”
“…….”
“펩은 누구보다 우리의 몸 상태에 예민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더 많은 시간 일을 하죠.”
일주일에 한 경기씩 있다는 전제하에, 펩은 토요일 경기를 위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최소 16시간을 클럽하우스에 머무른다.
괜히 우리가 감독실을 리오(RIO)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게 아니다.
정확한 발음은 리외에 더 가깝기는 했지만, 리오가 사람의 이름처럼 들렸기에 RIO를 리오라는 방식으로 불렀다.
그리고 RIO의 뜻은 ‘Raum Immer Offnen’.
즉,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이라는 거다.
펩이 얼마나 오랫동안 클럽하우스에 머무르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축구에 쏟는지 알려 주는 가장 좋은 말이 아닌가 싶었다.
“오히려 몸을 아껴야 하는 사람은 펩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훈련 수준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
“저는 어제 인터뷰를 확인하고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제 동료들이요. 필리프가 주장 자격으로 동료들에게 개인적으로 질문을 던졌고, 제롬 역시 본인의 방법대로 내부의 분위기를 읽으려고 했죠. 그리고 저녁쯤에 답이 나왔는데, 어떨 것 같습니까?”
당연하게도, 펩의 훈련이 과도하다고 느끼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에펜베르크의 이야기가 틀렸다는 건가요?”
“네.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그런 이야기는 선수들 사이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부상자들이 많잖아요?”
“…….”
대답을 하기 전,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펩과 잠머를 바라봤다. 이것은 무척 예민한 문제이기에, 두 사람이 말린다면 난 말을 삼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둘은 그냥 날 쳐다보았고, 그들의 눈빛에서 믿고 있다는 신호를 읽어 낼 수 있었다.
할 말은 하되, 조절을 하라는 신호 말이다.
그래서 난, 한 차례 말을 삼켰다.
대신 다른 이야기들을 꺼내 들었다.
“부상과 훈련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건 그냥 운이 없었던 거예요. 그리고 제가 아는 한, 펩은 단 한 번도 스페인의 의사가 최고라고 우리에게 강요한 적은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간 있었던 일을 전부 다 말하고 싶었다. 특히 볼파르트 박사님이 미국의 고객들이나 독일의 정치인들에게 시간을 빼앗긴 동안, 킬리안이 한 짓에 대해서 말이다.
애초에 펩이 티아고의 수술을 FC 바르셀로나 시절의 주치의에게 맡긴 것도, 당시 볼파르트 클리닉에 박사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펩은 볼파르트 박사님이 아닌 다른 이에게 수술을 맡기고 싶지 않았고, 볼파르트 박사님은 자신이 신뢰하는 다른 의사 역시 본인과 비슷하다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리고 그게, 킬리안의 입을 통해 ‘펩이 스페인 의사를 선호했다’로 바뀐 것이다.
이후로도 이어지는 질문에서도 난, 계속해서 같은 논조를 지켜 나갔다.
펩의 훈련 방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훈련과 부상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 킬리안 볼파르트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며, 외부에서 팀을 흔들지 말라고 했다.
DFB가 허락한 40분의 사전인터뷰 시간 중에서, 거의 25분을 쓸데없는 일을 해명하는 데 낭비했다.
이후 준결승전에 관한 질문들이 나왔지만, 이미 기삿거리를 전부 뽑아낸 미디어의 질문은 매우 형식적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스트레스가 컸던 인터뷰가 끝나고, 밖으로 빠져나온 나를 잠머와 펩이 격려한다.
“수고했네. 정말 잘해 줬어.”
“네. 멍청한 질문에 멍청한 답을 하는 제 자신이 한심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후후.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걸세.”
“그랬으면 좋겠어요.”
잠머와 대화를 주고받는 내내 곁에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던 펩에게, 난 이런 말을 했다.
“저기, 펩.”
“?”
“저는 오히려 그들이 고마웠어요.”
“고맙다고?”
“네. 그들 덕분에 제가 오늘 별다른 말을 안 해도 됐거든요. 어제 마크에게 제안을 받았을 땐, 어떻게 해야 동료들을 열심히 뛰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었죠.”
나는 이번의 일이 우리가 펩을 얼마나 지지하고 있는지를 일깨워 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에펜베르크의 인터뷰는, 준결승전 결과에 다른 의미도 부여했다.
내일 경기의 승패가 곧, 펩의 방식에 대한 옳고 그름을 나타내는 자리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특별히 노력하지 않더라도, 내일 피치에 나섰을 때 팀 전체가 동기부여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더블의 가능성 먼저 높여 놓자고요.”
“후후. 그래. 그러자고.”
“네. 그럼 저는 가 볼게요.”
“그러게나.”
올 시즌을 거치며 깨닫고 있는 건, 잘나가는 팀도 잘나가는 팀 나름대로 고민거리가 존재한다는 거다.
적이 없기 때문일까?
스스로 허들을 높이고 있다.
‘우스워, 진짜.’
작년 트레블을 거두었을 때만 해도, 뮌헨에서 오랫동안 성공 기록을 써 내려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미국 투어 때 펩의 모습에 실망도 했었지만, 아마도 펩은 나보다 더 일찍 이런 것들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건 과연 무엇 때문일까?
뮌헨을 위해?
그건 아닐 거다.
‘펩도 나처럼 그럴까?’
마음이 떠난 클럽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패배하는 것이 더욱 싫어서. 태업이 가져올 본인의 축구에 대한 의심을 견딜 수 없어서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믿어 본다.
나 역시도 내일, 같은 것을 위해 뛰어 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끝의 결과가 승리라면 무척 기쁠 거다.
특히나 이번엔, 우리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꺾을 수 있어 더욱 승리가 달콤할 것 같다.
***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선수단을 포함한 클럽 전체는 펩 과르디올라를 굳게 지지하고 있다.” – ARD/2015.04.27.(오후)]***
2015년 4월 28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05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도르트문트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미첼 랑거락
RB ? 김다온 / RB ? 에릭 두름
CB ? 제롬 보아텡 / CB ?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
CB ? 홀거 바트슈투버 / CB ? 마츠 훔멜스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마르셀 슈멜처
DM ? 사비 알론소 / DM ? 일카이 귄도안
RAM ? 토마스 뮐러 / DM ? 스벤 벤더
CM ? 필리프 람 / RAM ? 야쿠프 부와슈치코프스키
CM ? 티아고 / CAM ? 카가와 신지
LAM ? 마리오 괴체 / LAM ? 마르코 로이스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피에르-에밀 오바메양
.
.
한쪽은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된 그들의 감독을 위해. 다른 한쪽은 그들이 신뢰하는 감독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경기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먼저 전자의 경우.
‘……예상 밖이로군.’
위르겐 클롭은 길게 도열한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살피며, 조금 의외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유프 하인케스의 마지막 해부터 이어져 온 끊임없는 성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어나온 최근의 이야기들이 뮌헨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누구보다 독일 축구 전반에 걸친 폐쇄적인 문화를 잘 알고 있었던 클롭이기에, 펩의 부임 때부터 어쩌면 그가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늘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이번 일 역시 의외는 아니었으나, 생각 밖으로 뮌헨의 선수단은 동요가 없어 보였다.
‘믿는 거로군. 그들의 감독을.’
클롭은 이것이 무척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뮌헨이 흔들릴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걸고 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부임 후 첫 대회였던 2013/14 DFL-슈퍼컵에서의 준우승을 제외한다면, 펩 과르디올라는 이후 참여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이란 성적을 남겼다.
승리가 전부인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그것을 가장 잘 해내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이번 일이 저들에게 도움이 됐군.’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위르겐 클롭이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작은 자기혐오에 빠진다.
올 시즌 전반기를 17위로 마친 도르트문트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고, 후반기에 들어 가까스로 순위를 9위까지 끌어 올렸지만 유럽대항전 티켓을 따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물론 위르겐 클롭에게도 핑곗거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도르트문트는 2013년 여름부터 팀에 가장 중요한 선수를 속속 바이에른 뮌헨에 빼앗겼다. 그리고 그 대체자로 영입된 선수들은 영 신통치가 못했다.
거기에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큰 공백이 생겼지만, 결국 그것은 핑계밖에는 되지 않았다.
전반기와 후반기 각각 10명의 인원이 빠지면서 반쪽짜리 스쿼드로 싸운 바이에른 뮌헨이야말로 어떠한 클럽보다 부상에 고전했지만, 결국 그들은 승리를 거뒀다.
‘……내가 부족했던 탓이야.’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연속된 성공 역시, 위르겐 클롭에겐 도르트문트 감독직 사임을 재촉하는 하나의 이유였다.
여러 한계를 명확히 느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4승 무패 13득점 1실점을 기록하는 동안, 리그에서는 2승 1무 7패를 13득점 17 실점이란 지표를 남겼다.
이 같은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명확했고, 클롭은 전반기를 마쳤을 때 자신의 축구가 간파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당시 클롭이 느낀 깊은 자괴감은 감독직에 대한 의지를 앗아 갔고, 번아웃(Burnout)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던 전부였다.
독일 내에서 큰 반향을 이끌어 냈던 게겐프레싱의 대명사로 불리며 크게 칭송을 받았었기에, 추락 후의 고통이 더욱 심했던 것이다.
‘나도 진작, 자네처럼 변화를 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피치 위에서 양 팀의 주장이 동전으로 선축과 골대를 정하는 동안, 고개를 다시 들어 올린 위르겐 클롭은 반대편의 펩 과르디올라를 바라봤다.
최근 10년 동안 축구계에서 가장 큰 혁명을 일으킨 감독이 저 남자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FC 바르셀로나에서의 성공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숱하게 밝혀왔다.
미디어들이 숱하게 입에 올린 ‘티키타카’ 역시 자신이 고안한 전술이 아닌 바르셀로나 고유의 것이며, 본인이 한 일은 그것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정도에 불과했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한 겸손이라 생각했고 클롭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펩의 뮌헨 부임 이후 축구를 지켜본 결과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펩의 축구는 계속 성장 중이었던 거다.
바르셀로나 B팀에서 함께하던 부스케츠를 전격 A팀으로 끌어 올리며 다시 현대 축구로 가져온 라볼피아나(Lavolpiana).
메시를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윙어의 성격이 짙었던 토마스 뮐러의 플레이 폭을 크게 넓힌 펄스나인(False 9).
그리고 어느 누구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피치의 영역을 수많은 감독들이 연구하도록 만든 하프스페이스(Half Space)에 이르기까지.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가 FC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스스로 끊임없이 축구에 빠져들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에 자신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현상 유지를 하는 것에만 만족해 버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저 녀석.’
위르겐 클롭은 자신이 선 곳의 정 반대편으로 달려 나가고 있는 검은색 머리카락의 풀백을 바라봤다.
SL 벤피카에서 뛰던 플레이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부터, 그 역시 펩 과르디올라처럼 김다온의 역량을 누구보다 인정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피치 위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능키였고, 그의 플레이가 하프스페이스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축구 감독으로서 스스로의 역량을 갈고닦는 것만큼이나, 본인의 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줄 수 있는 선수를 만나는 일 역시 무척 중요했다.
한때 클롭도 그런 선수를 가졌었지만, 도르트문트는 그것을 지킬 만큼의 힘이 없었다.
물론, 클롭은 그걸 원망하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조금.
‘부럽기야 하군.’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에서 감독을 했을 때, 자신의 축구가 어디까지 보여 줄 수 있을지가 궁금하긴 했다.
클롭 역시 지독한, 축구 중독자 중에 하나다.
***
위르겐 클롭이 많은 감상 속에서 정리를 하나둘 이어 가는 동안, 벤치로 돌아와 앉은 펩 과르디올라는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오늘 정통적인 윙어가 없다는 약점을 풀백의 적극적인 전진으로 만회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하비 마르티네스를 포백의 앞에 배치시켰고, 볼을 지키는 능력이 탁월한 람과 티아고를 중원에 두었다.
그리고 전반 3분이 지난 현재까지, 펩 과르디올라의 의도는 제대로 드러나는 듯 보였다.
특별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지만, 전형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순간적으로 하프스페이스의 여섯 명의 선수를 두게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무척 긍정적인 신호였다.
“바로 이게 내가 바라던 거야. 필리프와 티아고만 시즌 내내 건강했어도, 우린 1패도 당하지 않았을걸?”
필리프 람과 티아고는 김다온처럼 하프스페이스를 머리로 이해하는 유형은 아니었다.
람은 그냥 천부적으로 축구를 이해하는 사람일 뿐이었고, 티아고의 경우 바르셀로나 B팀일 때부터 펩과 함께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이드백의 전진은 무척 쉬워진다.
“오늘 저 둘을 봐. 특히 다온. 전진이 무척 편해 보이지 않나? 만약 시즌 초반부터 저랬다면, 부진이니 뭐니 하는 말은 없었을 거야. 저 친구는 수비수라고. 팀이 정상적이지 않은데, 무턱대고 공격을 나설 수는 없어.”
실제로도 김다온은 피치 위에서 위협적인 침투와 크로스를 자주 보여 주고 있었다. 올 시즌 그 어느 때보다 공격 영역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레 볼을 잡는 빈도도 늘었다.
이와 같은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어떻게 잡힐지 잘 알았기에, 펩 과르디올라는 모든 평가를 허상이라고 말했다.
“저 친구가 내겐 발롱도르였어. 처음부터 쭉 그랬지.”
“신이 나 보이는군.”
“그런가? 뭐, 그럴 수도. 어쨌든. 내가 장담하지. 오늘은 저 녀석이 가장 빛나는 하루가 될 거야.”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찬 어조로,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의 활약을 예고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머릿속엔, 하루 전 김다온이 자신을 위해 싸워 준 모습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분명한 건, 제가 펩을 믿는다는 거예요.”]‘훗…… 건방진 녀석.’
현재,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 사이의 유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끈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