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66)
465화 Underrated (6)
위르겐 클롭의 사임을 슬퍼하는 모든 도르트문트의 팬들은 입을 모아, 2014/15 시즌이 불행했다고 말을 했다.
단순 허리 통증인 줄로만 알았던 일카이 귄도안의 장기적인 이탈과 괴체와 레반도프스키가 없는 팀의 공격에서 가장 중요한 퍼즐인 마르코 로이스가 줄곧 부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둘의 복귀와 동시에 도르트문트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일부 팬들은 클롭의 선택을 더욱 안타까워하며 클럽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마르코 로이스의 복귀는 ‘1인분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도르트문트의 공격진엔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더군다나 마르코 로이스의 빠른 발과 탁월한 공간 이해능력을 바탕으로 한 드리블은, 라인을 극단적으로 끌어 올리는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팀엔 재앙과도 같았다.
하지만 오늘.
투웅-!!
“크윽-!
승리에 대한 염원을 안고 알리안츠 아레나를 찾은 도르트문트의 원정 팬들은, 뭔가 초반부터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볼을 키핑함과 동시에 몸싸움에서 밀린 마르코 로이스가 피치 위에 쓰러지고, 이에 발끈한 ‘Die Borussen(보루시아 사람)’들은 주심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이봐아아-!!!”}
.
.
·전반 09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도르트문트
마르코 로이스가 넘어진 순간, 나는 주심을 곧장 돌아보며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좌우로 움직였다.
아무리 내가 파울에 떳떳하더라도, 주심들이 이런 리액션에 종종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은 정상적인 몸싸움 과정이었고, 생각보다 너무 볼품없이 로이스가 나자빠져서 나도 당황스러웠다. 조금은 버텨 줄 줄 알았는데, 얼추 5m는 밀려나 버렸다.
다행히, 페테르 가겔만(Peter Gagelmann/주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로이스를 향해 손을 뻗어 일어서란 제스쳐를 보냈다.
.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지금은…… 네에- 정상적인 몸싸움처럼 보이죠? 저도 로이스 선수의 동작이 워낙 과격하여 파울이 아닌가 했지만, 느린 그림으로만 보면 정상적인 수비로 보입니다.”
.
스로인 상황. 나는 의도적으로 경기를 약간 지연시키면서 팀 전체를 향해 억누르라는 동작을 취해 보였다.
볼을 점유하는 상황에서 템포를 높여가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그것이 너무 과했던 탓에 몇몇의 의도를 남은 다수가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해했다는 듯 티아고가 윙크와 함께 엄지를 치켜세워 왔고, 난 그 후 토마스 뮐러를 돌아보았다.
‘야, 왜 넌 대답 안 해?’
직전 상황에서 패스미스를 범해 역습 위기를 제공한 장본인인 주제에, 녀석은 지금 태연하게 피치를 걸으며 나를 못 본 체하고 있었다.
당장은 봐주겠지만, 나중에 가까이 갈 기회가 생긴다면 뒤통수를 후려칠 결심을 한다.
삑-!
내가 조금 늦장을 피우자, 주심이 휘슬을 불어 얼른 경기를 진행하도록 재촉했다. 0:0 상황이라 경고를 받지 않을 거라 믿고 늦장을 피웠지만, 이젠 조금 민첩하게 해야 할 때다.
스로인을 던져 축구공을 노이어에게 굴려 보내고, 사비가 내려서면서 쓰리백을 갖춘 이들에게 수비를 맡겨두고 난 얼른 하프라인 부근까지 전진했다.
오늘 펩은 하프 스페이스의 효율을 극도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술을 사용했다.
괴체와 뮐러는 표면적으론 측면 미드필드지만, 실제 플레이상으로는 프리롤을 받은 메디아푼타(Mediapunta/AM)라고 보는 게 옳다.
엄밀히 말해, 오늘 우린 3-4-2-1인 것이다.
그런데도 펩이 굳이 우리에게 전술을 4-1-4-1이라 설명한 이유는, 이편이 많은 설명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둘의 세부적인 역할을 지시할 때의 설명만 듣는다면 둘은 프리롤의 메디아푼타지만, 포메이션상으로 측면 미드필드로 둠으로써 그들의 수비 위치를 인지시킬 수 있다.
처음부터 메디아푼타로 배치가 되었다면 해당 선수는 수비 시에 중앙을 커버하겠지만, 측면 미드필드로 두었기에 둘은 수비 때 사이드로 움직여 준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건, 펩의 설명을 들을 때는 결코 이것이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진 않다는 거다.
‘뭐, 조삼모사인 거지.’
만약 감독이 어떠한 선수에게, [“넌 측면 미드필드로 설 거야. 그런데 공격 때는 중앙 미드필드 역할을 해 줘. 하지만 수비 때에는 풀백을 도와줘야 해.”]라는 말을 했다고 해 보자.
그럼 그 선수는 속으로, [‘와-! 할 일 X나게 많네.’]라고 생각하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한데 펩은 이렇게 말을 한다.
[“우린 내일 4-1-4-1을 설 거다. 토마스! 네 역할은 중앙으로 침투해 이 위치를 커버하는 거야.”]이게 끝이다.
펩은 기본적으로 포메이션과 포지션이 가지는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자면, 현대 축구에서 포지션은 곧 역할로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제는 그 누구도, 특정 포지션을 말했을 때 그가 피치 위에서 하는 일을 특정 짓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 축구에서 윙어는 사이드라인을 파고들어 크로스만 날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골대를 향해 쇄도하여 득점을 직접 노린다.
그리고 중앙수비수는 빌드업도 해야 한다.
과거에는 덕목(德目)이라 여겨졌던 개념들은 이제 더는 통용되기 힘들고, 그것들은 ‘필수적인 능력’이 아닌 ‘당연하게 갖추어야 할 기본’이 되어 버렸다.
이는 즉, 모든 축구 선수가 본인의 위치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특정한 분야가 특출하다면야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이제 다재다능(多才多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분명 조금 전까지 최후방에서 수비하던 내가 어느새 인테리오(Interio/IF)에 서 있는 것 역시, 지금의 축구가 이러한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를 잠깐 떠나 레비의 바로 아래에 잡은 뮐러에게 소리를 지르자, 녀석은 내게 패스를 보내왔다.
애초부터 뮐러와 나의 위치가 이렇게 되었다는 건 우리가 오른쪽 측면을 포기했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한 남자가 더 있기에 난 그런 통념을 뒤집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오른쪽 윙어가 중앙에 서고 풀백이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 서 있다면, 당연히 그 오른쪽 측면은 텅텅 비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면, 상대가 다음을 어떻게 가져가려고 할지는 무척 간단하게 변한다.
반대편으로 길게 전환하는 패스를 보내거나, 아니면 볼이 머무는 지역을 중심으로 짧고 간결한 플레이를 이어가 좁은 공간에 균열을 일으키는 일이다.
그러나.
“…….”
툭-
현재 피치의 형태를 이해할 수 있는. 혹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태생이 너무나도 똑똑해서 그냥 모든 걸 다 알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면, 우린 +1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피치 위 특정 영역에 ‘선수가 갑자기 더 늘어난 것 같은’ +1을 말해 왔다면, 지금 말한 +1은 ‘수비수가 예측하는 옵션 외의 +1’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건.
‘이거지.’
길었던 부상 후 돌아와, 이제야 조금 본연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 필리프였다.
그는 보통의 중앙 미드필드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해 오른쪽 빈 공간으로 뛰어 들어가는 선택을 했고, 나는 그런 필리프에게 패스를 보냈다.
상식적으로 저건, 축구에서 말도 되지 않는 선택이다.
만약 공격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해 볼을 빼앗긴다면, 중앙 미드필드가 위치를 이탈하여 오른쪽 측면으로 향한 선택은 수비적으로 문제 있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리프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는 선택을 했고, 그것은 곧 도르트문트 수비에 큰 혼란을 제공했다.
조금 전까지 마르셀 슈멜처(LB)는 포지션을 비우고 날 마크하고 있었고, 그래서 현재 필리프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그가 아닌 마츠 훔멜스가 됐다.
같은 풀백의 입장에서 말하는데, 과정이 어찌 되었던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우리가 하는 생각은 하나다.
‘X됐다.’
분명 크게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풀백으로서 지켜야 할 위치를 버렸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문제가 되어 버리는 상황에 놓여 버린다는 거다.
그럼 수비수는 패닉이 오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기회를 상실해 버리고야 만다.
실제로 슈멜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필리프가 있는 곳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를 향해 움직이려던 훔멜스는 박스 안 상황을 고려해 멈춰 섰다.
현재 그에겐 토마스 뮐러를 전담 마크해야 할 의무가 생겨났고, 파파스타토풀로스는 레비의 곁에 있었다.
이렇다는 말은 곧, 내가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피치 위 선수들의 모든 시선이 필리프에게 향한 지금, 나는 +1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난 이쯤에서, 전술적인 역할만이 아닌 나 자신의 개인적 역량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나?
그리고 무얼 좋아하나?
지금 어설프게 숫자를 보태려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하는 것은 팀 공격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런 행동은 수비를 더욱 하기 쉽게 만든다.
그럴 바에야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에 자리를 잡음으로써, 내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옳았다.
더구나 지금 볼을 잡고 있는 사람이 필리프라면, 그는 분명 이런 나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펩의 전술을 이해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원래 사람 자체가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파앙-
‘역시!’
패스를 한 번 발 앞에 놓아두었던 필리프가, 박스 안을 바라보는 척을 하다 내가 움직인 방향을 향해 정확히 축구공을 빠르게 굴려 왔다.
그래서 난 그것을 살짝 거칠게 받아 두었고.
퉁-
약간 위로 떠오른 축구공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골대가 있다고 믿는 곳을 향해 강하게 발을 휘둘렀다.
퍼억-!!!
조금의 지체도 없이 부드럽게 이어간 동작.
피치의 사정을 생각하면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서둘렀던 것은 오른쪽 측면으로 볼이 전개되었을 때 골키퍼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알고 있어서였다.
크로스를 조금 더 잘 보기 위해, 볼이 머무는 곳 포스트로 이동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을 거다.
그러니까 내 생각엔, 랑거락은 니어포스트에 있어야 했다.
만약 내가 여기에서 빠르게 볼을 처리하지 않았다면, 랑거락은 골대 전체를 커버하기 좋은 위치로 이동할 만큼의 시간을 충분히 벌었을 수 있다.
하지만 내 가정이 맞았다면, 굳이 코너를 노리지 않았어도 반대편을 보는 것만으로 찬 슈팅은…….
.
(이용광) – KBS Sports N 아나운서
“뮐러. 김다온에게 패스를 보냅니다. 그리고 김다온. 넓은 공간으로 패스를 보냅니다. 람. 박스 안쪽을 흘끗 바라봅니다만…… 다시 김다온에게. 그리고 김다온. ?! 슈우우웃-?!?!”
.
촤르르르르륵-!!!
“!”
랑거락은 내 생각대로 (도르트문트 기준)왼쪽 골포스트 주변에 머물렀었고, 가운데에 서 있었다면 충분히 막아 냈을 수도 있는 슈팅에 골라인 뒤의 영역을 허락했다.
득점을 확인한 나는 ‘ZDF’의 중계 카메라가 있는 곳의 앞으로 곧장 다가갔고, 화면을 향해 손가락을 좌우로 흔든 뒤에 양쪽 귀에 손을 대는 셀레브레이션을 했다.
이는 오늘 경기에서 해설하고 있을 에펜베르크의 이야기가 틀렸다는 것과 얼마든지 더 우리를 흔들기 위한 말을 떠들어 보라는 의미가 동시에 담긴 동작이었다.
물론 그들이 이것을 이해했을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으아아아아아-!!!!!!”
“덤벼어-!!! 우린 뮌헨이야!!!”
없는 말로 우리를 흔들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을 반박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리란 것을 알려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뒤에서 뛰어든 동료들에 파묻히며, 나는 한참 뒤에야 비로소 득점을 만든 것에 대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지금 내 앞엔, 환호하는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과 두 손을 모으고 기뻐하는 아영이가 보였다.
***
@중계석
태연하게 웃으며 중계를 이어 나가고 있었지만, 슈테판 에펜베르크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FC 포르투 원정에서 1:3 패배를 당했을 때만 하더라도, 펩 과르디올라 체재를 반대하는 세력들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한때 펩 과르디올라의 영입에 찬성이었던 울리 회네스가 돌아선 것도, 이들에겐 무척 힘이 되는 이야기였다.
감옥 속의 울리 회네스는 ‘본인이 일궈 낸 바이에른 뮌헨의 영광을 스페인에서 온 대머리 감독이 빼앗아 가려 한다.’는 베켄바워의 설득에 너무나도 쉽게 넘어갔다.
물론 회네스가 베켄바워의 편에 선 것은 이보다 더 전의 일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에서 무려 8:0 승리를 거두면서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망가져 버렸다.
그래서 급하게 그들은 DFB-포칼이라도 저지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조급했던 게 화근이 된 것 같았다.
“최근의 바이에른 뮌헨 그대로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제가 우려를 표했던 것도 분데스리가 우승 뒤에 선수들이 너무 그것에 취해 버릴까 걱정했기 때문이었죠, 그것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만, 선수들이 이렇게 제가 틀렸다고 말해 줘서 정말로 기쁩니다.”
전반 13분 김다온의 그림 같았던 슈팅에 이어, 바이에른 뮌헨은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땅볼 크로스에 오른발 슈팅을 가져가며 30분이 되기도 전에 경기를 2:0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에 에펜베르크는 아나운서의 이야기에 동조했지만, 솔직한 그의 심정은 마지못해서 한 것에 불과했다.
‘이런 빌어먹을.’
프란츠 베켄바워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펩 과르디올라를 밀어내려고 하는 이유는 무척 간단했다.
지금까지 뮌헨 소속으로서 누구도 독점한 적이 없었던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기 직전의 순간에 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뮌헨의 전통을 숱하게 파괴했다.
훈련 때 케이크를 마음껏 먹는다는 것이라든가, 유스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펩 과르디올라는 입을 대 왔다.
클럽의 역사 그 자체라 부를 수 있는 4-1-4-1도 쓰리백으로 대체하려 했고, 급기야 근래에는 볼파르트 클리닉마저 클럽의 밖으로 몰아냈다.
Mia san mia.
클럽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 세상의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하는 이들에겐, 펩 과르디올라의 부임 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너무 감당하기 벅찬 것이었다.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뮌헨은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였고, 적당히 타협해도 얼마든지 결과는 만들 수 있었다.
어느새 타성(惰性)에 젖어 있던 이들에겐 펩 과르디올라는 급진주의자이자, 언젠간 현재의 뮌헨 시스템을 무너뜨려 본인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펩 과르디올라와의 재계약을 저지하기 위해 울리 회네스를 끌어들였던 거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효과를 발휘했다.
펩 과르디올라는 2015/16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 거다.
하지만 그러한 소식이 발표되었을 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이들이 있었다.
팬(Fan).
리그의 성격 자체가 폐쇄적인 독일의 축구는 연고의 팬들에게 절대적인 기대를 하고 있었고, DFB(독일 축구협회)는 아예 리그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으로 홈 경기에서의 일정 관중 숫자 유지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만큼 분데스리가 클럽에게 있어 팬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펩 과르디올라가 성공을 거두면 거둘수록 그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을 때의 반발은 심해질 게 분명했다.
물론 한 해 정도는 ‘다음 감독도 잘할 거다.’라는 말로 진정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했을 땐 엄청난 비난과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의 유임을 바라지 않는 이들에겐, 그의 부임 때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를 위해 프란츠 베켄바워는 ‘SID’의 한 멍청한 프리랜서 기자(아킴 하우쉬카)를 섭외했고, 슈테판 에펜베르크는 본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펩 과르디올라 체재 아래의 바이에른 뮌헨은 이런 모든 악조건을 뒤집고 강인함을 뽐내고 있었다.
“우-! 골대! 골대를 맞춥니다!!”
전반 43분 골키퍼를 얼어붙게 만든 김다온의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간 순간, 슈테판 에펜베르크는 전(前) 뮌헨 주장이란 신분도 잊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중계에 집중하고 있는 파트너는 그것을 전혀 알아채고 있지 못했지만 말이다.
인간의 가장 추한 부분은 항상, 그들의 기득권(旣得權)을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나오는 법이었다.
***
【같은 시각】 바르셀로네, 스페인. 08860 가스테드데펠스. 파세이지 데 라 크레우.
리오넬 메시에겐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무척 슬픈 대회였다.
월드컵 결승에 올랐음에도 모국에 우승을 안기지 못했다는 것과 처음부터 본인의 문을 휘어잡았던 거칠고 재미있는 도전자에게 미움을 받았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처음 생각과는 달리, 메시는 의외로 후자의 일을 더욱 오랫동안 후회하고 있었다.
‘넌 여전하네. 밝고, 또 빛나고 있어.’
내일 헤타페와의 리그 34라운드 경기를 앞둔 리오넬 메시는 지금, 유료로 신청한 ‘EURO SPORTS’를 통해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DFB-포칼 준결승을 시청 중이었다.
러닝머신을 탈 때에도 본인의 경기를 틀어 둘 만큼 타인의 플레이엔 관심이 없는 그였지만, 김다온만큼은 달랐다.
“쟤를 좀 봐. 엄청 잘해.”
“나는 쟤 싫어.”
“하하하. 전에 그 일 때문이지?
“응. 너무 건방져.”
메시의 부인인 안토넬라는 예의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에겐, 이름 모를 애송이에게 남편이 모욕당한 순간으로 남아 있었다.
“자기의 말에 토를 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쟤는 더 이상 그때의 애송이가 아니야. 펩이 바라는 이상적인 선수가 됐다고. 아마 지금 풀백 중에서는 제일 잘할걸?”
“진짜?”
“응. 나는 그렇게 생각해. 월드컵이 끝나고 내년이나 내후년에 쟤를 데려와 달라고 부탁도 해 뒀어.”
FC 바르셀로나는 작년부터 다가올 5월 32살이 되는 다니 아우베스의 후계자를 물색 중이었다.
후베닐을 포함한 ‘라 마시아’ 출신의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살피는 한편, 저비용 고효율로 키워 낼 수 있는 젊은 선수들 다수에게도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하지만 리오넬 메시와 당사자인 다니 아우베스는, 바르셀로나가 지금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는 김다온 외의 대안은 없을 거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벌써 2년도 훌쩍 넘은 만남이었건만, 지금까지도 바르셀로나 선수 다수는 김다온을 기억하고 있었다.
“쟤가 내 뒤에 있다면, 난 정말 든든할 거야.”
“하지만 그가 당신을 미워하게 되었다며?”
“하하하. 응. 그건 무척 슬프지만 말이야.”
아내와 모든 것을 공유하는 메시였기에, 안토넬라 역시 브라질에서의 일을 알고 있었다.
“나는 쟤 싫어. 자기를 미워하잖아.”
“하하. 그래. 너무 고마워.”
사랑스러운 아내의 이마에 입을 맞춘 리오넬 메시가, 비타민 음료를 조금 더 가져오겠다며 냉장고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는 음료를 꺼낸 후, 소파의 뒤로 다가와 TV 화면에서 나오는 전반전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지켜보았다.
모니터 속에서 김다온은 지금, 메시의 눈을 휘둥그레지도록 만든 멋진 슈팅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넌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
월드컵에서의 만남 이후 줄곧 변명하고 싶었다는 생각을 하며, 메시는 조만간 있을 김다온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며칠 뒤에 보자고.’
월드컵 이후 잠깐 멀어졌던 두 사람의 인연은, 챔피언스 리그를 통해 다시 가까워지려 하고 있다.
***
·전반 종료
바이에른 뮌헨 2 : 0 도르트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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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한지 플릭 해임 후 율리안 나겔스만 영입은 개인적으론, 유프 하인케스 은퇴 후 펩 과르디올라 영입과 무척 닮아 보입니다.
물론 2020년부터 올리버 칸이 본격적으로 .e.V에 합류하며 루메니게에게 힘이 실렸지만, 현실 속에서는 루메니게도 뮌헨 꼰대 중 하나고 조금 부정적입니다.
펩 과르디올라처럼 3년~4년 부임 후 다른 클럽으로 나겔스만이 떠난다는 게 제 예상인데…….
나겔스만은 투헬의 철학을 닮았고, 투헬은 펩 과르디올라의 철학의 상당 부분 모방했습니다. 한지 플릭 체재 아래에서 사용한 뮌헨 전통 전술은, 나겔스만 체재 아래에서는 제가 현재 그리고 있는 뮌헨처럼 쓰리백과 포백을 자주 오갈 것 같네요.
그걸 뮌헨 꼰대들이 가만히 보고 있을까가……
암튼, 내일 이번 주 마지막 화들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