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67)
466화 Underrated (7)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메이저 스포츠에서 ‘통계’는 점차 중요한 위치로 발돋움했다.
‘세이버매트릭스’로 대표되는 야구에서의 통계와 ‘2차 스탯’으로 불리는 농구에서의 통계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점차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런 세부 지표를 먼저 도입하기 시작한 팀들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2000년대 중반 사람들은 ‘축구에도 같은 법칙이 적용되지 않을까?’란 궁금증에 도달하게 되었다.
하나 야심 차게 축구계에 뛰어든 분석가들은 뜻하지 않은 난관에 처하게 되는데, 이는 통계에 가장 필수적인 ‘플레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지표가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포상(골)이 극도로 제한적이기에, 평가할 수 있는 표본이 부족하다는 것 역시도 다른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게다가 축구는, 기존의 세부 지표를 온몸으로 거부한다.
만약 누군가 숫자로만 축구를 본다고 가정했을 때 특정 선수의 패스 성공률이 98%(98/100)라고 가정을 해 보자.
그럼 일반적으로 나오게 되는 반응은, [“와-! 얘 좀 봐! 완전 쩔었는데?”]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성공한 98개의 패스가 후방의 동료에게 볼을 돌리는 것이었고, 전방을 향해 보낸 패스 두 개가 모두 실패했다면 어떨까?
이렇듯 축구에서 수치화할 수 있는 부분에 허상이 많이 끼어 있으며, 애석하게도 아직 우리는 이런 허상들을 벗겨 낼 만한 잣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무엇보다 축구는 연속성이 가장 큰 스포츠여서, 맥락이 없는 단순 통계는 그 무엇도 설명할 수 없다.
그래도 단 하나.
축구에 의미 있는 지표가 있다.
그건 바로…… (이하 생략)
– Underrated : We only know half of the football.
– Written By ? Lennox Baker
***
·후반 14분
바이에른 뮌헨 2 : 0 도르트문트
‘저 녀석이 또?’
위르겐 클롭으로부터 ‘가장 완벽한 미드필드 중 하나’라 평가받은 일카이 귄도안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오늘 경기 내내, 김다온이 패스를 전달받는 위치와 다음 플레이가 몹시도 거슬렸었다. 수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하프스페이스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최근 미디어들이 뮌헨의 축구를 말할 때마다 하프스페이스를 자주 언급하긴 했지만, 정확히 그 영역이 어떤 상황을 야기하는지를 모르고 있다.
그래도 영리한 선수답게, 귄도안은 경기 시작 후 60분이 지나서야 저 영역을 넘겨줘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 여전히 방법은 모르고 있다.
파앙-!
‘이런!’
패스를 받아들자마자 박스 안을 확인한 김다온이 오른발을 휘둘러 패스를 보내온다. 마치 얼리크로스처럼 날아왔지만, 보통은 크로스가 시도되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도르트문트의 센터백 둘은 낯선 궤적과도 상대해야 했다.
다급한 몸짓의 파파스타토풀로스가 날아오르고.
투웅-!!
레반도프스키에게 패스가 도달하기 전 간신히 머리를 가져가 축구공을 골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실은 의도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인 것의 결과물일 뿐이었지만, 귄도안은 팀이 실점 위기를 맞이하기 전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것에 안도하기로 했다.
“스벤!!”
그리고 귄도안은 다시 스벤 벤더를 불러, 김다온이 너무 자주 자유로운 상황에 놓인다는 불만을 토해낸다.
전반전이 끝난 이후의 팀 토크에서, 위르겐 클롭은 스벤 벤더에게 오른쪽 하프스페이스 영역을 커버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곳에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스벤 벤더 역시 귄도안과 마찬가지다.
‘이런, 빌어먹을. 분명 가까이 있었는데, 뭐야?’
축구에서 오프-더-볼은 공격수에게 특히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김다온은 꾸준히 자신의 재능을 일반적이지 않은 위치에서 발휘해 오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가 강조해 온 ‘%영역’을 완벽히 이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그는 끊임없이 ‘패스를 받았을 때 볼을 지킬 확률을 높이기 위해’ 움직인다.
그래서 스벤 벤더는 분명 몇 초 전까지 위치를 확인하고 있던 김다온을 놓쳐 버린 거다.
왼쪽 측면에서 돈 패스가 알론소에게 도달한 순간 그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하프라인 부근에 두었고, 중앙으로 이동한 괴체에게 볼이 연결되자 습관대로 좌우의 간격을 좁혔다.
하지만 그런 사이, 김다온은 본인의 포지션을 벗어나 어느새 벤더의 뒤로 와있었다.
‘Zone 14’와 ‘Zone 15’의 경계면 조금 아래에 자리를 잡았던 그는 괴체로부터 패스를 다시 연결받았고, 스벤 벤더가 수비할 틈도 없이 다음 플레이로 이어졌다.
덕분에 지금 그는, 마치 2명의 김다온이 피치 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런 팀의 가장 중요한 미드필드의 혼란을 지켜보고 있던 위르겐 클롭은, 0:2로 뒤지고 있음에도 수비만 하고 있는 상황을 바꿀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중이었다.
팀의 공격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현재 가장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조치는 카가와 신지를 교체하는 것이었다.
분명 몇 년 전까지 카가와 신지는 분데스리가 최고의 체너(Zehner/AM)였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생활하는 동안 전혀 다른 선수가 되어 버렸다.
물론 후반기에 폼을 많이 끌어 올리면서 예의 그 날카로움을 조금은 더 보여 주고 있었지만,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뭔가를 해 보기엔 여전히 부족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클롭이 5분 가까이 교체를 고민 중인 건,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인 헨리흐 므히타랸 역시 폼이 썩 좋지 못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
모자챙 아래로 손을 가져가 이마를 긁적거린 클롭의 근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오히려 바이에른 뮌헨 쪽에서 먼저 선수 교체가 진행된다.
‘응?’
현재 피치 위의 한쪽에서는 티아고가 가슴팍을 부여잡고 넘어져 있었고, 재빨리 접근한 필리프 람이 벤치에 손짓을 해 의료진을 호출했다.
분위기로 보아 부상은 꽤 심각해 보였으며, 예상대로 폴커 브라운은 티아고가 뛸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그래서 준비되고 있는 선수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였는데, 그를 대기심 쪽으로 보낸 펩 과르디올라 역시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과 함께 몸을 돌려세웠다.
곧이어 눈이 마주친 두 사람.
“…….”
“…….”
올 시즌 부상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 두 감독은, 잠시나마 서로의 처지에 동병상련을 품는다.
***
·후반 27분
바이에른 뮌헨 2 : 0 도르트문트
티아고의 부상이 팀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켰지만, 그래도 우린 해야 할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볼을 점유하며, 의도하는 방향으로 경기의 양상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공격력이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2:0의 리드라 별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만큼 확실히 도르트문트에 조금 더 기회를 내어주게 됐고, 경기 내내 보이지 않았던 카가와 신지 대신 투입된 므히타랸도 우리에게는 거슬리는 존재였다.
지금만 하더라도, 바스티를 빠르게 압박한 므히타랸이 볼을 빼앗아 내어 후방의 귄도안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러자 그 즉시, 머릿속에서는 어떤 그림이 그려졌다.
현재 나의 위치.
또 라인의 높이.
그리고.
‘……이런!’
자연스럽게 뒤로 고개를 돌리며 오바메양의 위치를 확인한 순간, 나는 그의 앞쪽으로 넓게 펼쳐진 피치로 축구공이 떨어질 거란 예감이 왔다.
본능적으로 내 다리는 움직였고, 그렇게 두 걸음 정도 나아갔을 때 곳곳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야-!!”
“뒤-!!”
“돌아와-!!”
도르트문트와 우리 쪽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이며 주변이 잠깐 시끄러워졌고, 그것들이 가라앉던 타이밍에 맞춰 나는 제롬을 지나치게 되었다.
예상대로 귄도안의 패스는 우리의 빈 공간에 떨어졌고, 살짝 움찔했던 노이어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뛰쳐나오지 마!’
특별히 말을 내뱉은 것도 아니건만, 노이어는 내 바람대로 뒤로 물러난 것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그 전에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의아함에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금세 나는 중요한 부분으로 다시 돌아왔다.
있는 힘껏 스프린트를 할 때면 늘 그렇듯, 스터드가 피치에 닿는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시야 역시 상하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렸지만, 초점은 똑바로 축구공에 고정되어 있다.
아마도 도르트문트에서 가장 빠른 오바메양은 쉽게 거리를 좁히는 것을 허락하고 있지 않았지만, 퍼스트터치를 가져가는 순간 슬쩍 속도를 늦춘 게 그에겐 화근이 됐다.
계속해서 최고 속도로 달리던 나는 족히 5m 이상을 좁혔고, 이제 그와 나의 거리는 팔 하나 뻗으면 닿을 정도다.
하지만 어깨를 잡아채면 그 순간, 다음에 벌어진 일은 명백하다. 페테르 가겔만은 내게 빨간색 카드를 들이밀 것이고, 난 결승전을 뛸 수 없게 될 거다.
경고 정도를 받을 정도로 파울을 조절할 수 있다면야 참 좋겠지만, 신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더 있는 힘껏 달려 오바메양과 어깨를 나란히 한 다음에, 지금까지 연습해 온 것을 믿고 축구공의 앞으로 내 발을 내밀어야 했다.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나도 축구공이 먼저 떠나고, 그 뒤에 오바메양의 발을 거는 모양새가 될 거다.
그래서 드리블의 템포를 수비하기 쉽도록 조절하려면, 가장 먼저 어깨와 어깨를 부딪쳐야 한다.
오바메양은 자신의 어깨보다 앞설 수 없도록 필사적으로 팔로 방해할 것이기에,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 될 거다.
‘감는 동작도 안 돼.’
사고 회로가 평소보다 몇십 배는 더 빠르게 회전하는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핸디캡이 하나씩 추가되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잡아채서도 안 되고, 뒤에서 볼 때 어깨를 휘감는 것처럼 보여서도 안 되게끔 교묘하고 영리하게 어깨를 나란히 가져가야 한다.
자신의 뒤에 선수가 있다고 판단이 들자, 예상대로 오바메양은 본능적으로 왼팔을 뻗어 왔다.
결정의 순간.
나는.
‘씨팔. 일단 질러 보자.’
고개를 꾸벅 숙이며, 오바메양의 팔에 정수리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의 팔이 뒤통수 쪽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자연스럽게 왼쪽 겨드랑이가 열린 오바메양은 중심이 오른쪽으로 크게 쏠리며 비틀거렸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몸과 몸을 나란히 가졌다.
이젠 우리 둘 모두 페널티박스 안에 진입했고,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오바메양은 어떻게든 마무리를 하려 들 것 같다.
그러려면 디딤발을 일단 가져다 두어야 할 것인데, 그 전에 먼저 축구공을 완벽히 컨트롤해 두어야 한다.
즉.
‘발에서 가깝게.’
톡-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오른발을 어떻게든 가져다 댄 오바메양의 집중력은 분명 칭찬해야 할 부분이었다. 게다가 꽤 훌륭하게도,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 쉬운 위치로 볼을 굴렸다.
다음에 내디딜 왼발이 축구공의 옆쪽에 놓이게 되면, 그는 일단 오른발을 휘둘러 슈팅을 시도할 거다.
그렇지만 이는 오히려, 내겐 반가운 일이다.
타이밍을 잡기 무척 쉬우니 말이다.
잠깐 이야기를 넓은 영역으로 돌려보면, 하프스페이스가 전술적으로 효과적인 이유는 단순히 패스를 보내고 받는 ‘%영역’뿐만이 아니라 수비 선택지가 강제되기 때문이다.
팀이 적절히 하프스페이스 활용에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곳에서는 늘 중앙과 측면 모두를 선택지에 둘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에서 측면 또 측면에서 중앙으로 옵션이 한정된 것과는 달리, 축구의 태초부터 항상 중요했던 중앙과 현대축구에서 중요해진 측면 모두가 옵션이 된다는 거다.
이를 수비에 적용하면, ‘가장 중요하지 않은 위치에서 가장 위협적인 위치로 향할 패스’를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그 방향은 ‘전통’이 됐든 ‘새로운 트렌드’가 됐든, 어쨌든 수비하기 가장 껄끄럽고 실점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그러니 어찌, 껄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펩은 정말 놀라운 남자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이야기를 하자면, 반대로 수비가 쉬워지는 순간은 공격수의 선택지가 하나밖에 놓이지 않았을 때가 된다.
다음을 예측할 수 있으니 그에 대처할 방범을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 보일 수 있고, 지연과 차단 사이에서 명확한 결정을 내리는 것 역시 쉬워진다.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지연이 아닌 차단에 온 포커스를 맞출 수 있었는데, 이런 집중력의 쏠림 현상은 어려운 플레이도 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바로.
펑-!
투웅-!!
“!!!”
‘그렇지-!’
이번에 내가 오바메양의 스프린트와 슈팅을 막아 낸 것처럼 말이다.
상황을 빠르게 인지해 스프린트를 2초 정도 빠르게 가져갔던 순간부터, 사실상 오바메양을 따라잡는 일은 시간상의 문제일 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난 ‘오바메양을 잡지 못한다’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있었고, 오히려 머리를 굴려 오바메양이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예상하기까지 한 것이다.
이후 내가 했던 일들 모두는 오바메양의 앞에 열린 가능성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었고, 그에게 유일한 희망이 남도록 만들어 그것마저도 없애 버린 거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순간은, 길게 뻗은 오른쪽 발등에 오바메양의 슈팅이 맞고 튕김과 동시에 끝나 버렸다.
난 태클 후 누운 채 왼쪽 코너플랫 바로 옆 사이드라인으로 벗어나는 축구공을 확인했고, 그 뒤엔 편안하게 누우며 가쁜 호흡을 조절했다.
또 하나 짐작해 보건대, 2초 안에 마누엘 노이어가 눈앞에 나타나 괴성을 질러 댈 것이다.
‘하나…….’
그리고 둘.
“야 이 미친 새끼야아-!!!”
말했지?
내가 분명 이럴 거라고 했잖아.
내 가슴팍 바로 위에서 멈춘 주먹질을 연신 해 가며, 마누엘 노이어는 크게 흥분해 침을 튀겨 대고 있었다.
‘아, 오늘 비가 왔었던가?’
침으로 세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난 환히 웃으며 노이어에게 일으켜 달라고 손을 뻗었다.
.
(제이 해리스) – EURO SPORTS 코멘테이터
“환상적인 태클이었습니다-!!! ……Da-On!! ……Who From South Korea. 그는 어쩌면 현시점 가장 훌륭한 수비수 주에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젠슨 손더스) – EURO SPORTS 해설위원
“지금 저 태클은 한 골을 막아 낸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그의 속도. 와-우! 환상적인 스프린트였습니다. 느린 장면이 나오면, 그의 위치가 어디였는지를 확인해 보세요.”
(제이 해리스)
“오늘 단연코 다온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골. 어시스트. 그리고 이번엔 팀의 가장 위협적인 상황을 온몸을 날려 막아 내는군요. 공격. 수비. 그는 피치 위 모든 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
오바메양의 득점 기회가 무산된 순간, 모자를 벗고 주저앉은 위르겐 클롭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모처럼 게겐프레싱의 장점이 발휘되어 하프라인 부근에서 빠르게 볼을 되찾아 왔다. 그리고 이어진 귄도안의 패스 역시, 후반기 도르트문트의 득점 패턴 그대로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오바메양을 추격하는 김다온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후는 꼭, 즐겨 보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바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물을 헤집는 포식자인 줄로만 알았던 존재가 알고 보니 쫓기고 있는 영양에 불과했고, 진짜 포식자는 정작 그 뒤에 있었던 것이다.
“진짜야?”
벤치를 향해 되물은 위르겐 클롭의 목소리는 미세하지만 또렷한 떨림이 묻어나 있었다.
***
·후반 38분
바이에른 뮌헨 2 : 0 도르트문트
다행히도 아까 티아고의 부상은 일시적인 통증 때문이었던 것 같다. 후반 25분이 지나고 나서 그가 다시 벤치로 돌아온 것을 보았고, 웃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괜찮아 보였다.
정말이지 아찔했다고나 할까.
‘하여간, 마지막까지 쉽게 가지 않아요.’
그리고 후반 30분쯤, 펩은 폴커 브라운 박사에 의해 20-25분 출전 허락을 받은 로번을 피치에 투입했다.
그건 우리의 두 번째 교체였고, 지금은 하피냐가 펩의 곁에 서서 지시사항을 전해 듣고 있다.
아마, 나를 교체할 생각인 것 같다.
내키지는 않지만, 받아들이려 한다.
“으아악-!!”
“응?!”
그런데 갑자기 저 앞쪽에서, 불과 조금 전에 투입된 로번이 비명을 내지르면서 쓰러졌다. 그는 최근에 계속 다쳤던 복부를 부여잡고 있었고, 난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뭐야? 괜찮았던 것 아니었어?
들려온 비명이 워낙 끔찍했던지라, 뒤지고 있는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조차 볼을 바깥쪽으로 걷어 내고 걱정 어린 얼굴로 로번의 곁에 모였다.
나 역시 얼른 발을 옮겼고, 로번의 곁에 자리 잡은 폴커 브라운 박사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런! 좋지 않군.”
“우으으으…….”
“교체를 해야 되겠어. 들것을 부르게.”
“여기이-!!!”
“…….”
사실 이번에 로번이 고생하고 있는 복부 부상은, 다루기가 무척 까다로운 부위다. 통증이 굉장히 쉽게 사라지다 보니, 정확한 회복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통증 여부와는 상관없이 3-5주 정도 무조건 쉬게끔 하는데, 이번엔 조금 일렀던 것 같다.
그리고 더 큰 우려는, 단순히 인대 한두 개가 아니라 다발로 찢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복사근이 손상된 것에 이 정도로 고통스러워한다면, 그럴 확률이 99.9%다.
들것이 들어와 로번을 피치 밖으로 나르고, 그는 의료진과 함께 그대로 곧장 복도로 향했다. 난 그것을 걱정스럽게 보다, 펩에게 의사를 표할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다.
계속 뛰겠다는 손짓이었고, 고개를 끄덕인 펩은 그래도 하피냐를 하프라인으로 보냈다.
아마, 남은 시간 나를 로번의 위치로 보내려는 것 같았다.
[후우…… 에이, 씨팔.]조용히 욕을 내뱉으며, 난 침을 피치에 뱉었다.
분명 오늘은 좋은 날이어야 했다.
펩의 방식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경기 결과로 증명할 수 있었는데, 티아고와 로번이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우리를 비난했던 이들에게 변명거리가 생겨 버렸다.
결국, 평행선을 그어 버렸다는 거다.
기껏 90분을 노력했는데.
삑-!! 삐?익!! 삐—익!!!
완벽한 경기력으로 도르트문트를 2:0으로 제압했음에도, 우리 모두가 환히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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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DFB-Pokal Semi-Final)
바이에른 뮌헨 2 : 0 도르트문트
[골] 김다온 : 전반 13분(필리프 람)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29분(김다온)
김다온 ? 94분 출전(1골 1어시스트/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