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68)
467화 Underrated (8)
[복사근다발 파열로 시즌 아웃이 확정된 아르연 로번. – zt/2015.04.28.(오후)] [슈테판 에펜베르크, “굳이 로번을 교체로 투입한 의도가 궁금하다. 나라면 그에게 휴식을 조금 더 주고, FC 바르셀로나전에 투입했을 것. 성급한 부상 복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팬들이 짊어지게 되었다.” – ZDF/2015.04.28.(오후)] [펩 과르디올라, “나는 멍청이가 아니다. 의료진이 뛸 수 있다고 했기에 교체명단에 올린 것.” – ARD/2015.04.28.(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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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하인츠 루메니게, “에펜베르크. 제발 그 입을 좀 닥쳐라!!” – 키커/2015.04.29.(오전)]***
2015년 4월 29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회장실.
김다온과 마찬가지로,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역시 로번의 부상이 어떠한 이들에겐 좋은 핑곗거리가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곤 하나, DFB-포칼 준결승전이 끝난 후 슈테판 에펜베르크의 발언은 참고 넘어가기 힘든 것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13대 주장이라고 하는 이가, 끊임없이 클럽을 뒤흔들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명의 원로가 회장실을 찾았을 때, 그들을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없었다.
하지만 4대 주장 제프 마이어와 6대 주장 한스-게오르그 슈바르첸벡은, 자신들이 방문한 목적이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를 지지하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파울도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네.”
“정말인가?”
“그래. 자네도 그가 울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 않나.”
“…….”
바이에른 뮌헨의 클럽대표직을 역임 중인 파울 브라이트너는, 오래전부터 울리 회네스가 언젠가 클럽을 망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사적으로 친분이 깊은 프란츠 베켄바워에 대해서도, [“사리사욕이 아닌 뮌헨을 위해 성실했던 친구가 그립다.”]는 말로 우회적인 비판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인 색을 띠었다고 하기보단, 야인(野人)의 입장에서 오직 클럽만을 생각해 행동했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브라이트너는 클럽 내부의 권력 다툼에서 자유로웠고, 회네스 역시 귀찮기는 해도 정치적인 욕심이 없는 그를 중요한 직책인 클럽대표직에 임명했다.
괜히 적에게 빼앗기는 것보다는 나았기 때문이다.
“곧 있으면 클라우스도 베켄바워와 회네스를 향한 지지를 철회할 거야. 하지만 우리 편이 되지도 않을 걸세.”
“그렇지. 그는…….”
“그래. 울리와 인연이 깊지.”
원로들로부터 지지를 얻게 된 루메니게는 기분이 훨씬 더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두 사람과 파울 브라이트너가 자신을 지지하고 아우겐탈러가 중립이 된다면, 사실상 클럽 내에서의 세력은 5:5의 구도가 되어 버린다.
울리 회네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긴 하나, 그는 여전히 죄수 신분이고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일 수는 없다.
결국 회네스의 심복이 되어 활동 중인 사람을 프란츠 베켄바워로 봐야 했는데, 그가 이토록 오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원로들의 지지를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젠, 상황이 동등해졌다.
“그리고 오늘 저녁엔 슈테판을 만나기로 했지.”
“어째서?”
“입을 다물라고 잘 설득해 볼 생각일세.”
“만약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렇지는 않을 걸세.”
“어떻게 확신을 하나.”
“슈테판은 늘 피치로 돌아오고 싶어 했지. 그 멍청한 머리를 오랫동안 굴려서 결국 라이선스도 따냈지 않나.”
“큭큭큭큭. 그 일 말이군.”
슈테판 에펜베르크는 선수 시절에도 또 그 이후에도 많은 사건사고와 이야깃거리를 남긴 남자였다.
현역 황혼기에는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을 폭행하기도 했고, 당시 바이에른 뮌헨은 클럽의 명성을 지켜 내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합의를 이뤄 냈다.
게다가 팀 동료의 아내와 놀아난 것으로도 유명했다.
뮌헨을 떠나 슈투트가르트에서 뛰다 다시 클럽으로 돌아온 토마스 슈트룬츠(Thomas Strunz)의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집요한 구애 끝에 밀애를 나누는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아내의 휴대폰에 남겨진 불륜의 증거를 확인한 슈트룬츠는 곧바로 이 사실을 미디어에 폭로했고, 한동안 떠들썩하게 가십지 1면을 장식했던 이 불륜극의 결말은 각자의 이혼과 불륜남녀의 재혼이란 우스꽝스러운 결과물을 낳았다.
외에도 수많은 어록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내게 있어 동료들은 주변의 소품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였다.
당시는 미디어의 역할인 제한적이었던 데다가 운동선수를 향한 도덕적 잣대가 훨씬 더 너그러웠던지라, 이런 만행을 저지르고도 클럽의 전설로 남을 수 있었던 거다.
게다가 해설위원 데뷔 이후 성질을 많이 억누르면서, 최근에는 신사적이기까지 하다는 평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리고 이런 에펜베르크에게는 오랜 꿈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언젠가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이 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필사적으로 뮌헨 내부 정치에 발을 내디뎠고, 평소 사이가 나빴던 루메니게를 대신해 프란츠 베켄바워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본래라면 몇 년 전에 감독이 될 수 있었음에도 해설위원으로 남았던 건, 남들보다 배 이상으로 오래 걸린 라이선스 취득 기간 때문이었다.
머리가 썩 좋지는 못했던 에펜베르크다보니, 벌써 몇 번이나 시험에서 떨어졌던 거다.
“그는 내게 아부하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 중이지. 내가 아는 사람이 좀 있지 않은가?”
“그렇지.”
“어차피 녀석도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 지금은 그냥 너무 흥분한 것뿐이지. 내가 현실을 알려 줄 걸세.”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정말 고맙네. 자네도.”
지금 당장 많은 변화를 바랄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 에펜베르크의 입만 다물어져도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을 것이란 생각을 하는 루메니게다.
그리고 다가올 여름 프란츠 베켄바워가 세력 구도를 확인한다면, 그는 더더욱 울리 회네스의 조기석방을 위해 노력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횡령에 관한 독일의 헌법 규정상, 그 최소 시점은 2016년 2월이 될 전망이다.
만약 그 기회를 놓친다면 영락없이 8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회네스가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설 수 있는 확률은 사라져 버린다.
결국, 최소한 다음 시즌은 외부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인 것이다.
회장실을 찾았던 원로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난 후, 루메니게는 펩에게 약속한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사실에 크게 안도한다.
물론 그는 2015/16 시즌이 끝난 뒤에 뮌헨을 떠나겠지만, 클럽의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시즌을 대비한 프리시즌 일정을 잡는 것이라든가, 여름 이적 시장, 그리고 같은 기간 동안에 차릴 주요 선수들과의 협상 테이블이 바로 그것이다.
루메니게의 최우선 목표는 우선, 슈바인슈타이거와 김다온의 계약을 연장하는 일이다. 쉽지 않을 것이기에, 외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건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미 오래전, 루메니게는 두 사람의 에이전시에 다가올 여름 협상 테이블을 차리자고 의견을 전달해 두었다.
‘후우~ 이제야 조금 살겠군.’
볼파르트 클리닉과의 이별과 원로들의 지지로 인해 숨통이 트인 지금, 창밖을 내려다보는 중인 루메니게는 비로소 클럽의 미래가 보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2015년 5월 1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선수전용 식당/카페테리아.
내일 우리는 레버쿠젠 원정 경기를 소화할 예정이었지만,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계속 뮌헨을 떠나지 않는다.
분데스리가 31라운드가 끝나고 사흘 뒤인 5일, 2014/15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을 위해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명단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쉬게 되는 이들은 부에나벤투라로부터 넌지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상태다.
일단은 나와 레비 또 토마스 뮐러가 쉬기로 했고, 제롬 역시도 선수단과 함께하지 않고 이곳에 남게 되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승리를 향한 열망은 평소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다들 몸을 사리려 했고, 승리보단 다치지 않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또 로번의 부상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다치면 죽여 버릴 거야. 알지?”
“큭큭큭. 날 걱정하는 거야?”
“내가 너 사랑하는 거 알면서.”
“오- 알고말고. 내일 밤 깨끗하게 씻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기대할게.”
“큭큭큭큭큭.”
지금 나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은 이는 당연히 베르나르두다.
이 녀석은 내일 교체로 출전할 것 같다.
출전 시간은 15분 정도?
본래는 30분을 계획했던 펩이었지만, 말했듯 로번의 부상이 영향을 미쳤다.
“그나저나, 너 너무 괜찮아 보인다?”
“뭐가?”
“곧 메시랑 상대하잖아?”
“……그게 왜?”
“뭐?! 이봐-! 넌 대체 누구야? 그리고 내가 아는 다온은 대체 어디에 있는데? 말해 봐! 넌 외계인이고 걔를 납치했지? 오-! 알았다! 걔의 정자가 필요…… 켁-!!”
[파악- 씨!!]손날로 목젖을 맞은 베르나르두가 켁켁거리는 사이, 근처에서 지나가던 바스티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난, 맞을 짓을 해서 때렸다고 답했다.
“이해했어.”
“켁-! 켈룩! 아, 아니. 왜 이게 이해가 되는 건데?”
“몰라서 묻는 거야?”
“전혀???”
정글 한복판에 떨어트려 놔도 끝내 식인종을 친구로 만들 사교성을 지닌 베르나르두는 현재, 클럽 내에서 가장 시끄럽고 말이 많은 남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난 가끔 이 녀석이 억울해할 때면, 자신의 행동을 진지하게 돌아보라고 권유를 한다.
물론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지만 말이다.
하여간 문제아다.
“아무튼 알겠지? 다치고 돌아오면 죽여 버릴 거야.”
“리체가 슬퍼할 건데?”
“내가 대신 위로해 줄게. 좋은 남자도 소개해 주고.”
“……개새끼.”
[반사.]“쯧.”
“큭큭큭큭.”
참고로, 베르나르두는 한국어로 말하는 ‘반사’가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그것을 나한테 써먹으려고 하지만, 어떨 때는 단어가 정확히 떠오르지 않아 엉뚱한 말을 내뱉고는 혼자서 억울해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도 나름대로 무척 귀엽달까?
얘는 절대 미워할 수 없는 놈이다.
“그런데 진짜로, 말해 봐. 무슨 일이야?”
“그냥. 선수보다는 팀에 초점을 맞추려고.”
“설마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말인 거야?”
“……아니.”
“그럼?”
나는 결코 진짜 속내를 남들 앞에서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 나의 사교적인 모습은, 일종의 페르소나라고 보는 것이 옳다.
어릴 때 부모님을 걱정시켜 드리지 않으려고 집에서 늘 쾌활한 가면을 쓰고 지냈던 것이, 덴마크에서 뛰면서 아예 나의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다행히 지금까지 좋은 팀메이트들만을 만나왔기에, 이제는 나도 뭐가 진짜인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진짜 속내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과 아영이 외에는 단 두 사람뿐이라는 거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베르나르두다.
“월드컵 이후로는 영 흥미가 안 생겨.”
“아, 그 일 때문에?”
“응. 뭔가, 무시당했다는 기분이랄까? 나를 존중해 주지 않는데, 굳이 내가 무작정 동경할 이유는 없잖아?”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치욕적인 순간은 메시가 프리킥을 허공으로 날려 버리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공평한 승부를 해 보고 싶었을 수도 있잖아.”
“월드컵에서?”
“……아마, 그렇지 않았을까?”
“이봐, 친구야.”
“??”
나 역시 메시가 오심으로 얻은 프리킥에 진심을 쏟기 싫었을 거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오심 역시 축구의 일부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 프로다운 태도이며 세계 최고의 선수가 보여 줘야 하는 모습이라고 믿고 있다.
“있잖아? 만약 나한테 그런 기회가 왔다면 있지?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을 넣으려고 최선을 다했을 거야.”
“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가 아니거든?! 이게 맞는 말이라고!”
“그래, 그래. 어련하겠어.”
“Amigo!!”
음식을 조금 더 가져오겠다고 말한 베르나르두가 뷔페가 차려진 곳을 향해 걸어갔고, 테이블에 홀로 남겨진 나는 포크를 가져가 샐러드를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와삭- 와삭-
‘후우~ 하여간, 이놈이나 저놈이나.’
베르나르드뿐만이 아니라 벤피카 시절 함께 뛰었던 동료들도, 4강 대진이 확정된 이후 DM을 많이 보내왔다.
이번에는 꼭 메시에게 이기기를 바란다며, 응원을 하겠다고 말을 해 온 것이다.
일단 전부 고맙다고 하나하나 답을 했지만, 나는 챔피언스 리그 4강전을 FC 바르셀로나 VS 바이에른 뮌헨이 아닌 리오넬 메시 VS 김다온으로 몰고 가는 게 싫었다.
‘이건 그냥 중요한 경기일 뿐이야. 그게 다야.’
지금 내 머릿속엔 온통, 남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몽땅 승리한다는 생각뿐이었다.
***
.2015.05.02. 경기결과(Bundesliga 31R)
레버쿠젠 2 : 0 바이에른 뮌헨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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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2. 경기결과(La Liga 35R)
코르도바 0 : 8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 ? 94분 출전(2골)
[리오넬 메시, “컨디션은 최상이다.” – 엘 문도 데포르티보]***
[Pep Guardiola Derby. 캄노우에 쏟아지는 관심. – BBC(잉글랜드)/2015.05.03.(오전)] [FC 바르셀로나의 ‘전(前)’ 감독이자 바이에른 뮌헨의 ‘현(現)’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의 존재가, 반대편 시드의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 Goal.com(INT)/2015.05.03.(오전)] [축구 역사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클럽에서 트레블을 만든 펩 과르디올라가 그의 고향 클럽 팀 앞에서 3회 연속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진출 가능성을 시험받게 되었다. – Sky Sports U.K/2015.05.03.(오후)] [유일한 ‘멀티-클럽 트레블’을 이룩한 남자를 위한 더비. 이보다 더 완벽한 시나리오는 없다. – 레퀴프(프랑스)/2015.05.03.(오후)] [자신이 남긴 유산의 앞에서, 현재를 평가받게 될 펩 과르디올라. – 마르카(스페인)/2015.05.03.(오후)] [양쪽 날개가 꺾여 버린 뮌헨. 쉽지는 않겠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승리를 꿈꾸고 있다. – 키커(독일)/2015.05.03.(오후)] [당신은 어떠한 경기를 시청하시겠습니까? – BBC 설문조사/2015.05.03. AM 10:00 ~ PM 05:00 진행]? FC 바르셀로나 VS 바이에른 뮌헨 : 84%
? 유벤투스 FC VS 레알 마드리드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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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4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한참 전에 잠들었어야 할 시간이지만,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아 침실 앞 테라스로 나섰다.
모기와 벌레들이 나를 괴롭혔지만, 한국에서 공수한 살충제를 주변에 뿌리자 지금은 조금 잠잠해졌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지금 휴대폰도 없이 멍하니 하늘 위에 떠오른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진, 달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완전한 보름달은 아니지만, 거의 원형에 가까운 게 마음에 들었다.
만약 메시가 나처럼 잠을 이루고 있지 못하다면, 그도 분명 같은 달을 보고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고 잡다한 지식이 많은 레비의 말에 따르면, 달은 항상 지구에 같은 모습만을 보여 준댔다.
‘왜? 왜 그런 거야?’
시즌에 접어들고는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아 왔지만, 요즘은 가끔 그날의 일을 떠올려보고는 한다.
대체 어째서, 메시는 그랬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강자의 오만으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만약 아르헨티나의 전력이 우리보다 열세였다거나 스코어에서 뒤지는 상황이었다면, 과연 그때도 메시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
장담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을 거다.
나만큼이나 지는 걸 싫어하니까.
프리킥을 허공으로 날려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여겼기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거다.
공정한 승부?
핸디캡을 원치 않아?
‘하-! 웃기는 소리.’
이것 역시, 오만이다.
“후우우우~”
끼익- 끼이이익-
등받이에 몸을 기대자, 기름칠이 필요한 의자의 관절이 요란스럽게 비명을 내질렀다.
행여 아영이가 깰까 싶어 고개를 돌려보지만, 침대 위의 굴곡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
문득, 오늘 저녁때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감정은 정리됐어?”] [“뭐가?”] [“알잖아, 자기.”] [“응?”]아영이는 나도 몰랐던 버릇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끔씩 저 앞에서 멍하니 보고만 있잖아. 내가 불러도 바로 대답하지도 못하고.”] [“내가 그랬어?”] [“응. 진짜 몰랐어?”] [“음- 그랬던 것 같기도?”]아영이의 말에 따르면 난, 뭔가 고민이 있을 때면 메시의 유니폼을 넣어 둔 장식장의 앞에 멍하니 서서 한참을 있다 돌아서곤 했단다.
솔직히 난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집착을 하는 걸까? 아직도?’
내가 메시에게 집착을 했던 이유는, 처음 그를 챔피언스 리그에서 만났던 날 때문이었다. 그날이 내 축구 인생에서 두 번째로 치욕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둘 다 그러네.’
나는 이후부터 메시라는 유령을 쫓았다.
어차피 그와 자주 만날 길은 없었기에, 그를 만나기 위해 리그에서 열심히 뛰었고 그와 만나기 위해 챔피언스 리그에서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고 했다.
물론 패배하기 싫다는 게 원초적인 이유였지만, FC 바르셀로나라는 그림자가 어렴풋 보이기 시작하게 되면 집착을 하게 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를 만남으로써, 내가 축구 선수로서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를 가늠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그렇지 않다.
그런데 왜?
‘왜 난 너를 떨쳐 버릴 수 없지?’
눈을 감을 때마다, 최근에 본 메시의 플레이가 떠올랐다.
드르르륵-
“엥? 으- 으왓!”
갑자기 뒤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몸을 잔뜩 기대고 있던 나는 하마터면 자빠질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고, 졸린 눈을 부비며 얇은 슬립 가운을 여민 아영이가 잠을 자지 않고 뭐 하느냐며 얼른 곁에 오라고 재촉했다.
“빨리이이이~”
“아, 알았어. 바로 가.”
허겁지겁 테라스를 떠나, 나는 침대에 눕기 전 손과 발을 씻는다. 그러곤 몸을 일으킨 채 반쯤 졸며 꾸벅대고 있던 아영이 눕히며,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 주었다.
“가지 마아~ 없어서 놀랬잖아~”
“꿈꿨어?”
“응. 자기가 없었어.”
“왜?”
“몰라. 그냥 없었어. 킥킥킥킥.”
“…….”
하여간에 사랑스러운 내 여자가 얼굴을 부비며 품에 더욱 안겨 왔고, 나 역시 그녀를 안은 손에 힘을 주며 눈을 감았다.
다행히도 이번엔, 메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이러면 잘 수 있을지도.
“자기야아~”
“응? 나 불렀어?”
“다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응. 나도 알아.”
“…….”
“자기? 자?”
“…….”
대답이 없는 걸로 보아, 금방의 말조차 잠꼬대였나 보다.
‘그래.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야.’
내 삶의 절반을 항상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고민할 이유는 많이 사라져 버린다.
지는 것도 싫지만, 사랑하는 이가 걱정하게 만드는 것 역시 싫으니까 말이다. 축구는 내 삶이지만, 내가 모르는 곳에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러니.
‘자자.’
생각을 떨쳐 버리기로 결정한 내가 잠들기까진, 채 30초도 필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