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7)
46화
2011년 9월 29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라이트 투 드림 파크.
·전반 00분
FC 노르셸란 0 : 0 SS 라치오
& Match-Up`s Best Eleven(노르셸란/상대팀)
& Match-Up`s Tactics(노르셸란/상대팀) : 3-3-3-1/4-4-2
GK ? 에스퍼 한센 / GK ? 페데리코 마르케티
CB ? 요레스 오코레 / RB ? 압둘레이 콘코
CB ? 안드레아스 비엘란 / CB ? 모디보 디아키테
CB ? 마이클 파크허스트 / CB ? 안드레 디아스
RWB ? 김다온 / LB ? 세나드 룰리치
LWB ? 파트릭 음틸리가 / DM ? 로리크 차나
DM ? 에녹 아두 / CM ? 알바로 곤잘레스
CM ? 안드레아스 라우드럽 / CM ? 크리스티앙 브로키
CM ? 쇠렌 크리스텐센 / AM – 헤르나네스
LM ? 캐스퍼 로렌첸 / ST ? 톰마쏘 로키
ST ? 토비아스 미켈센 / ST ? 미로슬라프 클로제
.
.
Cane pazzo albanese.
영어로는 Albanian Crazy Dog.
이것은 알바니아 출신의 미드필드, 로리크 차나(Lorik Cana)를 두고 빗대는 표현이다.
어제 경기를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차나의 거친 플레이에 말려들지 말라고 말하던 것이 생각난다.
어지간해서는 축구선수에게 미친개라는 별명을 붙이지도 않고, 심지어 본인이 그것을 즐길 뿐만 아니라 자청하는 경우는 더더욱 흔치 않았기에, 어렴풋이 각오한 상태이긴 했다.
그런데, 진짜로 미친놈이었네.
“괜찮아? 삼류 도발이야. 신경 쓸 것 없어.”
“네.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좋아. 모두 여기에 모여.”
로릭 차나는 날 보자마자 눈을 길게 찢으면서 욕설임이 분명한 문장들을 내뱉어왔다.
이탈리아어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가 유스 시절부터 오랫동안 뛴 프랑스의 불어도 아닌 언어였다.
아마도 알바니아어인 것 같았는데, 내 생각엔 일부러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택한 것 같다.
솔직히,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그다음이다.
지금까지 덴마크/포르투갈/잉글랜드를 다니면서,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었던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 인종차별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는 것.
둘째, 그 이유는 상상외로 무지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셋째, 국적이 영미나 유럽권이라도 외모가 동양인인 이들은 늘 차별과 편견에 시달린다는 것.
마지막으로 넷째, 동양인은 늘 소극적이라고 오해한다는 것.
FC 노르셸란의 유스팀에서와 수페르리가엔을 뛰면서도 몇 차례 겪었었던 일인지라, 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려고 했다.
무시하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갑자기 차나가 내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그것도, 엄청 아프게 느껴질 만큼.
[!@%&%!!!$#!!]차나는 어째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인 것처럼 보였다.
이에 당황한 난 팔을 뿌리쳤고, 그러자 차나는 이번엔 가운뎃손가락을 올리고 이어 이탈리아인에겐 모욕적으로 느껴진다는 제스처를 보내왔다.
그러자 발끈한 팀원들이 날 보호하기 위해 나서는 찰나, 뒤늦게 나타난 주심들이 우리를 뜯어말리면서 자초지종을 알려고 했다.
그리고 얼마 뒤.
로릭 차나의 앞으로 다가간 주심이 심각한 표정으로 뭐라고 했지만, 차나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윙크를 보내왔다.
넓은 범주에서는 신경전의 일환이라 볼 수도 있는 일이고, 또 좋게 넘어가면 해프닝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론 그건 분명한 모욕이다.
아- 이걸, 어떻게 갚아주지?
아쉽게도, 일단은 시합에 집중하는 게 먼저다.
삐익-!!
주심의 호각소리와 함께 전반전이 시작되고, 간 크게도 로릭 차나는 우리의 홈에서 추반부터 거친 플레이로 일관했다.
차나의 깊은 태클이 로렌첸의 발을 휘감았는데, 바로 그 순간부터 그는 특유의 뻔뻔함을 시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바로 저거.
저 억울해 죽겠다는 얼굴.
주심은 또 그냥 넘어간다.
[아우- 썅.]절로 한국비속어가 튀어나오는 가운데, 예상대로 SS 라치오가 조금씩 주도권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중원을 완전히 점유한 그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지만, 애초부터 라치오의 다이아몬드 4-4-2를 저격한 전술을 들고나온 우린 견고하게 잘 버텼다.
이탈리아에서 다이아몬드 4-4-2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세리에 A의 많은 팀이 플랫 4-4-2를 사용하며 두 줄 수비를 세우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4-4-2에선 공격형 미드필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법인데, SS 라치오는 에르나네스라는 좋은 자원이 있어 미드필드와 최종 수비라인의 사이에서 흔드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서 우리도 에르나네스의 공격력과 창의성을 견제하는 훈련을 해왔는데, 그 조치가 바로 에녹 아두의 기용이다.
아두는 수비 시에 본래의 자리에서 언제든 벗어나, 에르나네스를 쫓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볼을 쥐었든 아니든, 어디든지 함께한다.
이는 박지성 선수가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피를로(Pirlo)를 전담할 때 쓰였던 모습과 같은데, 브레인스토밍하는 과정에서 내가 팀 전체에 낸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그 결과, SS 라치오는 볼을 점유하고서도 키패스를 찔러 보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에르나네스의 봉쇄는 다른 두 명의 중앙미드필드와 SS 라치오의 좌우 사이드백들에게 좀 더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게 됐다.
어차피 우린 전반을 버릴 생각이었고, 약팀의 입장에서 상대의 체력이 떨어지길 기다려 역습을 노린다는 전형적인 작전을 들고나왔기에 이런 라치오의 변화는 긍정적인 것이었다.
본래 수비에서 휘둘리는 것이 훨씬 더 체력적으로 소모가 큰 법이지만, 전술적인 목표가 분명히 존재한다면 정신력으로 체력을 극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축구도 어쨌든 정신력 싸움이니까.
그리고 이건, 우리가 좀 잘했다.
파앙-!
반대쪽 측면에서 올라온 압둘레이 콘코(Abdulay Konko)의 크로스에 이어, 클로제의 헤더가 첫 번째 유효슈팅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비엘란이 잘 경합해준 덕분에, 클로제의 슈팅은 힘을 잃은 채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했다.
[Verdammt······, IDIOT!!!]흘러가는 상황이 답답했는지, 클로제가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거친 기세로 단어들을 내뱉고 있었다.
저것도 욕이긴 한 것 같은데.
“휴우-.”
고개를 들어 확인하니, 어느새 전반 27분이 넘어있었다.
아직 이렇다 할 공격작업조차 해보지 못한 우리지만, SS 라치오의 창을 무디게 만들었으니 전략의 성공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경기가 잘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촤——–악!!!
“아아악-!!!”
삐익-!!!
한센의 골킥에서 시작된 빌드업 과정에서 에녹 아두에게 패스가 향하는 순간, 차나의 강한 태클이 다시 한번 들어왔다.
경기 시작 전과 전반 초반의 일도 있고 하여 주심이 곧장 옐로카드를 꺼내 들지만, 저걸로는 부족하다.
레드카드를 줘야 하지 않냐며 항의를 시작하는 베테랑선수들을 지나쳐, 얼른 아두에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발목을 붙잡고 있는 표정이 어째 심상치가 않다.
“아두, 괜찮아?”
“으으으- 아, 아파아-”
“······.”
평소 아두가 엄살이 심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얼른 그라운드로 달려 나온 디틀레우스도 아두를 살피더니, 이내 굳은 표정으로 벤치를 돌아보며 크게 양팔을 교차시켰다.
오늘 팀 전술의 핵심적인 자원이 이탈하게 됐다.
설마, 차나는 그걸 노렸던 걸까?
.
(박성문)
“차나가 거칠기는 하지만, 저래 보여도 굉장히 영리한 선수거든요. 커리어를 보면 옐로카드 수집 기계라 봐도 좋지만, 퇴장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없거든요. 그건 그만큼 주심의 성향과 상황을 잘 파악한다는 뜻입니다.”
(배정세)
“아······ FC 노르셸란으로서는 전반전 31분 만에 교체카드를 꺼내 들게 됩니다. 에녹 아두 선수가 나가고, 올루프 뫼르크 선수가 경기장에 투입됩니다.”
.
긴장한 얼굴로 경기장에 들어선 올루프를 향해, 난 편하게 뛰라면서 격려를 보냈다.
아두와 같은 포지션에 서는 만큼, 주요한 임무는 이미 벤치에서 지시를 받았을 것이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아두에게 많은 박수가 쏟아지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리로 돌아가던 난 매섭게 차나를 바라보았다.
거친 태클로 아두를 다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나는 히죽거리면서 곁에 있는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이지, 분통이 터진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EPL을 잠깐 거쳐, 세리아 A에 정착했다.
‘대단하신’ 리그에서만 뛰어서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거칠기로는 우리 수페르리가엔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주변의 다른 나라들처럼 덴마크도 바이킹의 후예를 자처하고 있기에, 누구보다 남자다움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민감하다.
그리고 그런 덴마크의 시각으로 봤을 땐, 로릭 차나는 미친개가 아니라 꼬동 드 툴레아(Coton de Tulear)였다.
꼬동 드 툴레아는 말티즈와 삽살개를 섞어놓은 것만 같은 품종의 귀여운 강아지다.
미친개와는 거리가 먼, 그런 품종이란 의미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난 전혀 차나가 두렵지 않다.
“꼬마!! 압박이야!!”
“!!”
아두의 이탈 후, SS 라치오의 공세가 더욱 매서워졌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라인을 잔뜩 끌어올려 공격진영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가해온 것이다.
지금도 내 곁으로 톰마쏘 로키(Tommaso Rocchi)와 크리스티앙 브로키(Christian Brocchi)가 볼을 빼앗기 위해 덤벼들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패스를 보낼만한 몇몇 곳이 보였지만, 만약 이들 둘 사이를 돌파해낼 수 있다면 더 좋은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질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패스 대신 드리블을 택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냐.’
로키와 브로키가 충분히 가까워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
“!!”
“?”
{오오오오-!!}
지금 막, 관중들이 탄성을 자아내도록 만든 돌파를 선보였다.
그렇지만 내게는 딱히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일은 아니었다.
말했던 것처럼, 수비수라서 오히려 더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게 더 용이했다.
보통 수비 상황에서는, 동료가 돕기 위해 접근을 해왔을 땐 늘 그쪽이 약점이 되는 일이 빈번하게 존재한다.
지원군에 생겼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동료가 있는 쪽에 대한 경계와 판단이 느슨해지는데, 그건 뒤늦게 접근해 온 쪽도 마찬가지일 때가 많았다.
반대편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 기존의 동료가 선 방향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은 채 접근을 해온다.
즉, 아이러니하게도 두 명의 수비수 사이가 가장 취약한 곳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격을 하는 쪽에서는 가운데를 택해 돌파를 선택하는 게 가장 좋은 해답이 된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읏-!!”
“!!”
하지만 이번에 내가 옳았다.
[대체 왜 뚫린 거야?!?!]등 뒤에서 어떠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거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난 금방 왼발로 슬쩍 볼을 띄워 올려 둘의 사이로 보냈고, 곧바로 거기로 달려 압박을 탈출했다.
그러자.
“여기야아-!!”
반대편에서 달리기 시작한 음틸리가가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선택은 끝났고, 난 저기로 패스를 보내기로 한다.
그런데, 어떻게?
패스를 보냄에 있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두 가지 요소.
난 어디에 있고, 또 지금은 무슨 상황인가?
‘앞으로.’
지금이 좋은 역습 상황이라고 판단한 나는 오른발을 휘둘러 음틀리가가 콘코와 속도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본래라면 콘코가 조금 더 빨랐을 테지만, 몸을 돌린 뒤에 가속을 붙여나가야 했던 그는 금세 뒤처지게 되었다.
그러다 최고속력이 되어 음틸리가를 따라붙을 수 있게 되었을 땐, 이미 크로스를 보낼 수 있는 위치까지 움직인 뒤였다.
역습을 허용하게 된 SS 라치오.
그들의 관심은 미켈센에게 쏠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난 미켈센이 아닌, 그 뒤에서 쇄도 중인 로렌첸을 바라보는 중이다.
저곳이, 음틸리가의 패스가 향해야 할 곳이다.
‘저기야, 파트릭.’
만약 나였다면, 컷백을 통해 2선에서 쇄도한 로렌첸에게 패스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파트릭은 정직하게 미켈센을 향해 크로스를 띄워 올렸고, 우리에게 주어졌던 좋은 역습 기회는 모디보 디아키테(Modibo Diakite)의 클리어로 허무하게 끝나버리고야 말았다.
아쉬워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나.
아니, 뒤로 줬어야지!!
그런데 바로 이때, 차나가 내게 다가오더니 뒤통수를 슬쩍 후려쳤다.
찰싹-!
“이크!”
아니, 이 새끼가?
화들짝 놀란 내가 몸을 움츠렸다 펴며, 로릭 차나를 어이없게 쳐다봤다.
하지만 이 선택적 분노 장애 녀석은, 내가 귀엽다는 듯 윙크를 보내오면서 동시에 손 키스를 보내고 있었다.
아, 열 받네?
[뭐? 이 씨발라마.]“??”
[루저 새끼. 레알 돋네, 진짜. 내가 너 옥수수 좀 털어도 되겠냐?]아니 진짜, 가족들이 보고 있어서 어지간하면 욕을 안 하려고 하는데 꼭 건드리는 새끼들이 있어요.
환하게 웃으며 한국어 욕을 속사포처럼 내뱉던 나를 보던 차나는 잠깐 당황했는지, 눈을 크게 떴다가 어설픈 발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이, 예스?”
오냐, 이놈아.
내가 너 옥수수 좀 털어줄게.
물론, 축구선수다운 방법으로.
똑같은 놈이 되긴 싫으니까.
“삑-!! 삐익-!! 삐익-!!”
0 : 0 으로 끝나버린 전반.
후반전을 앞둔 하프타임에서, 난 로릭 차나에게 복수할 방법을 다시 한번 고민했다.
***
작가의 말 ? 제가 아재라서가 아닙니다.
나이상 아재는 분명 맞긴 하지만, 2011년 기준 다온이가 쓴 단어들은 전부 최신 유행어가 맞습니다.
(누가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