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72)
471화 Underrated (12)
(아브릴 산후에자) – Barca TV 코멘테이터
“빠르게, 빠르게 올라옵니다. 다니 아우베스. 속도를 붙입니다. 빨라요, 빨라. 네이마르. 몸을 돌립니다. 직접 드리블. 돌파되는 베르나트. 하나. 둘. 네이마르. 네이마르. 계속 간다. 네이마르. 세 명째. 피날레를 해야 할 때. 네이마~~~~~~르!!! 아이- 야이- 야이-! 떠올랐다- 너무 높았다-! 그렇지만 ¡Que guay(정말로 멋졌다)! 계속해서 득점을 노리는 바르셀로나! 힘을 내고 있는 바르셀로나! 약간의 힘이 부족하군요!”
.
·후반 11분
바르셀로나 0 : 1 바이에른 뮌헨
후반전 들어, MSN이 완벽하게 살아났다.
네이마르가 오른쪽 진영에서 활개 치기 시작했고, 루이스 수아레즈는 여전히 바르셀로나 ‘펄스 나인’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그들의 앞에서, 우리는 전반전보다도 더욱 수비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믿을 수 있는가?
단 세 명의 선수 때문에 바이에른 뮌헨 전체가 출렁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번은 내 차례다.
‘온다.’
메시에게 가장 집착했던 2012년 10월부터 12월까지, 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 남자의 영상을 돌려 봤었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이따금 난 메시의 경기 하이라이트가 편집된 영상을 보며 잠들었고, 월드컵 전까지 그것은 나의 취미 활동과도 같은 것이 돼 버렸다.
그것 덕분에, 한 가지 알 수 있었던 게 있다.
‘!! 이런, 빌어먹을! 뚫렸어!’
리오넬 메시를 공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 말이다. 영상을 분석하며 그의 약점이나 습관 같은 것을 찾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거다.
당시의 난 무척 혼란스러웠다.
포르투갈에서 상대했던 윙어들 모두 각자만의 특징과 버릇이 존재했고, 영상을 통해 이를 알아내는 일은 나의 다음 경기들을 무척 편하게 만들어 줬다.
하지만 아무리 열 번, 스무 번, 그 이상을 돌려 봐도 메시가 차이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메시와 더불어 현세대 최고의 윙어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경우, 두세 가지 정도의 습관과도 같은 동작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수비가 한쪽으로 중심이 쏠리게 될 경우, 호날두는 높은 확률로 백숏을 통해 볼을 반대 방향으로 차 넣으려고 한다. 물론 그에게도 사전에 이를 눈치챌 만한 버릇은 없다.
호날두의 백숏은 드리블 상황일 수도 있고, 루즈볼을 향해 다툼을 벌였을 때 첫 번째 터치로 나올 수도 있다.
또 어떨 때는 연속해서 쓰이기도 하고 왼쪽과 오른쪽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양발로 모두 가능한 데다가 속도마저도 마음대로 조절한다.
그러나 수비수의 입장에서는, 호날두가 백숏을 사용할 만한 상황은 유도할 수 있다.
작년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에서 내가 호날두의 백숏을 예측하고 막아선 것 역시도, 어디까지나 확률에 근거해서 내린 판단이었다.
피치의 상황이라든가 공격수가 선 위치 또 볼의 흐름 등을 살펴 확률을 높이는 일 역시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많은 수비수들은 호날두를 막는 일을 버거워한다. 그 이유는 탁월한 신체조건과 뮐러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은 오프-더-볼 능력이다.
달리 말해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고 오프-더-볼을 견제할 수 있다면, 호날두를 막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작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호날두는 선택지를 좁히는 일이 쉬웠던 윙어였다.
그런데, 메시는 전혀 다르다.
예측이라는 게 불가능하다.
드리블을 하는 템포, 리듬. 오른발을 쓸 것인지, 아니면 왼발을 쓸 것인지. 돌파인가? 아니면 패스? 슛?
사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조차, 메시가 진정으로 피치 위에서 보여 주고 있는 플레이의 반의반도 담아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게 사실이니까.
그의 드리블은 발밑에 곧장 멈추기도 하고, 계속 흐르기도 한다.
단순히 상체만 사용하는 것으로 수비수를 떨어트려 놓고, 볼은 그 자리에 가만히 놓아두어 상대를 바보로 만든다. 그것에 속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는 어느새 치고 나가 버린다.
결국 수비 반응이 평소보다 느릴 수밖에 없기에, 한두 번 메시에게 속기 시작하면 불리한 패를 쥐고 싸우는 셈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메시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을 두고, ‘동료를 부르는 것’이라고 말을 한다.
누가 그랬냐고?
수도 없다.
주제 무리뉴, 디에고 시메오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리오 퍼디난드, 존 테리, 야야 투레, 티아고 실바 등등.
수많은 이들이 애초부터 ‘메시를 1:1로 막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전제 조건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만 난 거기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있다. 지금도 난 메시를 놓쳤지만, 제롬의 백업을 틈타 달라붙은 뒤에 볼을 되찾아왔다.
하지만 내가 다음 할 수 있었던 행동은 하나다.
바로.
파앙-!!
축구공을 멀리 걷어 내는 것.
사이드라인 밖으로 멀리 벗어나며 스로인이 선언되고, 멍하니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내 머리를 제롬이 가볍게 두드렸다.
“잘했어.”
“잘해? 뭐가?”
“메시의 발밑에서 볼을 빼냈잖아.”
“…….”
하마터면 그게 뭐 대수야?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난 그것을 잘 참아 낼 수 있었다.
잘했다고 칭찬을 받기엔, 내가 한 행동은 고작 발밑에서 볼을 빼내어 허겁지겁 걷어 낸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참 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오늘의 메시는 월드컵 때 만난 메시와는 달랐다. 아르헨티나와 바르셀로나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컨디션의 문제라고 본다.
오늘 메시는 내가 그를 처음 만난 2012년과 비슷했다. 365일 동안 무려 91개의 득점을 기록한 년도 말이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오늘이 더 매서웠다.
뭔가, 나를 안다는 느낌이 들었다.
“휴우~”
어느새 내 머릿속엔, 하프스페이스라든가 빌드업에 가담한다든가 하는 것들은 새하얗게 사라져 있었다.
현재 나는 오직 메시를 막을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메시는 무척 영리하게 행동한다.
그는 자신이 최고의 상태일 때만 나와의 1:1을 시도해 왔다. 그렇지 않다고 판단이 되면, 어김없이 주변으로 패스를 돌렸고 그곳에서도 위협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메시는 다시 오른쪽으로 이동해 있었고, 네이마르가 최전방에 또 루이스 수아레즈가 왼쪽에 선 형태의 포지션이 되어 버렸다.
바르셀로나의 후방부터 시작된 빌드업이 오버랩해 뛰어 들어간 다니 아우베스에게로 이어지고, 뭔가 인원 배치가 이상하다 싶었던 순간 메시가 공간을 찾아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패스.
볼을 받아든 메시가 몸을 돌리고.
‘안 돼.’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한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이봐아-!! 막아-!!!!!”
페널티 바로 바깥 부분, 메시는 자유롭게 홀로 있었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재빨리 사비가 달라붙으려고 하지만, 메시는 그 전에 슈팅 준비를 모두 끝마쳐 두었다.
왼발로 걷어찬 슈팅이 니어포스트를 향해 날아가고, 노이어의 바로 앞에서 튕긴 축구공은 그대로 그의 손을 지나쳐 그물을 출렁거리게 만들었다.
코너플랫을 달려 나간 메시가 주먹을 휘두르며 환호하는 가운데, 가까스로 막혔던 호흡을 틔우며 숨을 크게 내어 쉰 나는 멍한 얼굴로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대형 스크린에 메시의 모습이 잡히고, 그 옆의 경기 시계는 후반 1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우리는 이 일을 30분이나 더해야 했다.
***
득점이 만들어진 후, 환호하는 팬들의 앞에서 멋진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인 메시. 그는 잠시 뒤 몸을 돌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동료들을 환한 얼굴로 맞이했다.
“에-이!!
“역시- 믿고 있었다고!!”
바이에른 뮌헨과 김다온이 최고의 영광을 맞이했던 2013/14 시즌.
리오넬 메시는 반대로 커리어 중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클럽과 대표팀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 정치적 놀음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고, 두 단체의 회장을 위해 승리를 강요받으며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야 했다.
축구 외적인 부분에 관심이 덜했던 메시였기에, 감정에 호소하고 책임감을 앞세운 정치인들의 술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산드로 로셀 회장이 네이마르 이적 과정에서의 횡령 혐의로 사임하게 되고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메시는 정신적 압박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예전처럼 다시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의욕적으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리고 그 효과는 분명했다.
현재 메시는 그 스스로도, 2012/13 시즌 이후 최고의 컨디션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특히 월드컵 본선 조별예선에서 김다온을 상대하며, 한동안 전혀 느끼지 못했던 축구의 재미를 되찾은 부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김다온이 자신과의 1:1 상황에서 지연을 완벽하게 해내며 자신에게 볼을 돌리도록 만들었을 땐, 이례적으로 솔직한 감탄을 내뱉기도 했었던 그다.
그리고 그때 메시는 앞으로도 종종 김다온과 그런 축구를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메시의 생각에 김다온은 자신과 같은 생각으로 축구를 하고 자신과 비슷한 것을 볼 줄 아는 유일한 존재였다.
가끔이기는 했지만, 메시는 간혹 피치 위에서 외롭게 홀로 서 있다는 감정이 밀려들 때도 있었다.
훈련 중인지 아니면 경기 중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런 감정이 밀려들 때면, 견뎌 내기 힘든 외로움과 약간의 회의감에 몸을 맡긴 채 마치 분노한 것처럼 피치 위에서 뛰어다녔다.
물론 그런 분노에 대한 결과는 어떤 날은 좋았고 또 어떤 날은 좋지 못했다.
‘넌 멈춰 섰구나. 그렇지?’
하프라인에서 경기 재개가 준비되는 사이, 다시 왼쪽 윙어 포지션으로 이동한 메시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허리춤에 손을 짚고 선 김다온을 바라본다.
‘아마, 그건 내 문제일 거야. 내가 널 멈춰 서게 했으니까. 하지만 난, 그날 네가 날 멈춰 서게 만든 플레이를 셀 수도 없이 돌려 봤어. 그리고 더 나아지려고 했지. 실제로도 그랬고.’
메시는 지금, 김다온의 성장이 멈췄다고 생각한다.
피치 위에서 보여 주는 노련함이라든가 전술이해도의 발전은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괴롭히는 수비수가 되어 나타났을 때와 같은 느낌은 없었다.
반면 자신은 김다온이 자신을 막아 섰던 방법을 분석하며 연구해 왔고, 그래서 현재 손쉽게 그를 공략 중이었다.
스스로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음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재미있는 승부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을 스스로 망쳐 버렸다는 것에 좌절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다시 김다온과의 거리를 좁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월드컵 때의 일들이 가시가 되어 서로의 몸을 찔러 대겠지만, 고슴도치들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예전처럼 적절한 거리를 다시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러려면, 메시는 승리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난 최선을 다할 거야. 넌 어떤데?’
삐?익!!
경기가 재개되고, 뮌헨이 축구공을 최후방으로 보냄과 동시에 피치 위 22명의 선수가 다시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아브릴 산후에자)
“다온이 넘어집니다. 하지만 파울은 아닙니다. 라키티치. 메시에게 볼을 연결합니다. 메시. 메시. 앞에는 보아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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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어째서?
모처럼 하프스페이스로 움직여 패스를 받았던 나는, 루이스 수아레즈의 거친 몸싸움에 밀려 바닥을 굴렀었다.
당연히 파울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휘슬은 없었다.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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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릴 산후에자)
“오-! 그가 넘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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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을 치며 후퇴하던 보아텡이 본인이 예상하던 각도를 가볍게 빗겨 난 메시의 페인팅 동작에 속아 목각 인형처럼 뒤로 나자빠진다.
무게중심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도 그것을 버티려고 온 힘을 주다 보니, 저런 부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온 거다.
그만큼, 저 상황이 절박했다는 거다.
왜냐하면 저긴.
‘월드컵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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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릴 산후에자)
“계속 나아가는 메시! 나오는 노이어! 각은 없습니다! 오른발! 오른발! 메시이이이이이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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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면서 짚은 양손에서 작지만 명확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96,000명이 넘는 캄노우의 관중 90%가, 기뻐서 날뛰고 있기 때문일 거다.
이 느낌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 나였지만, 난 진동을 느끼는 표면적을 양 손바닥에서 등으로 넓힐 수밖에 없었다.
털썩-
피치에 드러누워서 바라보는 바르셀로나의 하늘은, 칠흑처럼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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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릴 산후에자)
“레오 메시입니다!! 그가 홀로 경기를 뒤집습니다!! 그가 바로 세계 최고의 선수입니다!! 레오 메시!! 그는 언제나처럼, 바르셀로나의 메시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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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1분
바르셀로나 2 : 1 바이에른 뮌헨
1:1 동점이 된 이후, 펩은 아예 대놓고 비기자는 전술을 택했다. 필리프가 아래로 내려서면서 내가 있던 오른쪽 풀백을 맡았고, 난 중앙으로 이동해 센터백 포지션을 채웠다.
그리고 사비를 빼고 하비를. 또 레비 대신 베르나르두를 투입해 선(先)수비 후(後)역습을 택한 것이다.
내가 뮌헨으로 온 이후 처음으로 택한 전술적 접근임과 동시에, 처음으로 펩이 무승부에 집착하는 것을 본 순간이었다.
이후, 우리는 무척 잘 버텼다고 본다.
파이브 백의 정 중앙에 자리 잡은 나는 볼이 머무는 곳에 따라 팀의 라인과 내 스스로의 위치를 조절하며 움직였고, 메시를 제외한 MSN의 남은 둘을 잘 막아 냈다.
팀이 수비적인 전형으로 바뀌면서 숫자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기에, SN(수아레즈-네이마르)을 막는 것 자체는 솔직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메시는 세 명 네 명으로 둘러싸 보았지만, 그래도 돌파를 당하거나 파울을 범할 때가 반반이었다.
오히려 우리의 전술 전환 이후 본격적인 오버랩을 시작한 두 풀백과 이니에스타의 번뜩임이 우릴 가장 힘들게 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막아 내는 과정 속에서 바르셀로나의 공세가 조금씩 무뎌졌고, 3분 전부터 조금씩 라인을 높일 수 있었던 우린 이번에 뭔가를 해 보고자 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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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아, 지금은…… 파울이 맞는 것 같죠? 루이스 수아레즈 선수의 저 행동은 수비를 하는 거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김다온의 등 뒤에서 덮쳤습니다.”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도 맡았던 니콜라 리쫄리 주심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공정하고 실수가 없는 심판으로 꼽히는데요. 그렇지만 지금의 판정은 무척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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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화가 너무 나면 허탈해진다고 하던데, 허탈함이 너무 크니 또 쉽게 포기하게 된다.
축구란 게 이런 거다.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90분 동안에 몇 번이나 보여 주고, 우리는 그 속에서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노력한다.
주심 역시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일 뿐, 이제 와 그에게 화를 내어 봤자 바뀌는 것은 없다.
[하아~ 에이 씨팔. 퉤-!]욕과 함께 침을 한 번 피치 위에 내뱉으며, 지금의 이 기억을 털어 버리려고 한다. 막상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무척 화가 날 것도 같지만, 아직 경기 시간은 남아 있다.
추가 시간이 얼마이려나?
‘……3분? 4분?’
확실히 4분은 넘지 않을 테니, 남은 정규 시간까지 합치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6분에서 7분 정도일 것 같았다.
교체카드는 이미 전부 사용했고, 이제는 오히려 바르셀로나가 남은 두 장을 쓰려고 한다.
시간도 허비할 겸,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다.
보이는 선수는 하피냐와 바르트라다.
우리 팀의 하피냐가 아니라, 티아고의 동생인 하피냐 알칸타라와 수비수 마르크 바르트라(Marc Bartra).
“후우우–”
절로 나오는 한숨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재개를 알릴 휘슬을 기다리다 볼이 움직이는 것에 맞춰 앞으로 움직인다. 역전과 동시에, 팀 전형은 다시 포백으로 바뀌었다.
필리프도 중원으로 돌아가 하비-바스티와 함께 미드필드를 구성했고, 뮐러를 원톱으로 그 아래 베르나르두와 티아고가 자리를 잡은 형태였다.
2:1를 리드를 잡은 바르셀로나는 이제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빌드업을 진행했는데, 괜히 무리하게 세 번째 득점을 노리기보단 남은 시간을 이대로 보내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펩 역시, 2:1에 만족한 듯 센터백 라인을 올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양 팀 최후방 라인의 간격이 멀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중원에는 공간이 많이 발생했고 오늘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팀의 장점도 발휘됐다.
바르셀로나의 ‘세 얼간이’도 세계 최고이지만, 바스타와 필리프 역시 세계를 대표하는 미드필드다.
두 사람은 능숙하게 되찾아온 볼을 관리하며 조금씩 라인을 전진시켰고, 하비가 자연스럽게 라볼피아나가 되면서 측면 풀백들 역시 하프라인 부근까지 전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수비는 견고해 보였다.
다니 아우베스와 조르디 알바가 뒤로 꾹 내려앉고 부스케츠가 센터백의 앞에 서면서, 항상 다섯 명의 수비수를 페널티 박스 주변에 모아 둔 것이다.
거기다 MSN이 호시탐탐 역습을 노리고 있었기에, 전방에 둘 수 있는 인원에 제한이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어느새 정규시간이 끝나고, 3분이 선언된 추가시간도 절반이 흘러간다.
승리를 예감한 바르셀로나의 팬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잠깐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들의 얼굴엔, 강한 확신과 숨길 수 없는 기쁨이 공존했다.
반면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많이 초조하고 또 조금 슬픈 얼굴로 간절한 시선을 보내는 중이었다.
“이봐-!!”
“?”
그리고 이때, 패스만 돌뿐 쉽게 전진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베르나르두가 필리프를 향해 볼을 달라고 손짓했다.
지금까지 공간을 찾아 움직이기만 했던 녀석이었는데,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했는지 조금 아래로 내려온 지점에서 패스를 연결받은 것이다.
그런 베르나르두에게 차비가 달라붙지만, 여유 있게 몸을 돌린 녀석은 돌파에 성공한다.
이후 녀석은 약 5m 정도를 움직였고, 막아선 부스케츠의 옆으로 볼을 차 낸 후에 몸을 밀어 넣었다.
월등히 키가 큰 부스케츠가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것만 같은 장면이 연출되고, 허리를 굽힌 채 휘청거리던 베르나르두가 피치에 넘어짐과 동시에 휘슬이 울려 퍼졌다.
삐?익!!
‘뭐야? 파울?’
베르나르두가 넘어진 지점을 가리키며 달려가는 주심. 부스케츠는 억울해하지만, 리쫄리는 양손을 휘저으며 단호하게 그의 목소리를 거부했다.
그리고 어느새 일어난 베르나르두는 축구공을 옆구리에 끼워서 든 채, 나를 향해 손짓을 보내오고 있었다.
퍼뜩 정신이 들어, 얼른 그쪽으로 달렸다.
가까이 서자, 녀석에 내게 공을 들이민다.
“이건 지금 너만 할 수 있는 일인 거 알지?”
“……응.”
“이 형님이 가까스로 얻어 낸 마지막 기회거든? 시간을 봐. 이게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야.”
“…….”
전광판의 시계는 한참 전에 멎었고, 베르나르두의 말대로 이 프리킥이 끝나면 주심이 경기를 종료시킬 것 같았다.
“해 보자. 이건 정말 좋은 기회잖아.”
고개를 끄덕이고 나자, 베르나르두 외에도 주변에 많은 동료들이 와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동료들은 하나같이 내 가슴팍이나 어깨 혹은 머리를 두드리면서, 프리킥을 맡기고는 주변으로 흩어졌다. 외에 딱히 별다른 말은 없었다.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것 같았고, 난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휴우~”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축구공을 정성스럽게 피치에 놓아두고, 발을 내디딜 최종 지점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허리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바르셀로나의 벤치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상대는 벽을 세우는 데 한창 열중하고 있다.
그 앞에서 베르나르두와 뮐러가 열심히 신경전을 펼치고는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신경을 꺼 버릴까 한다.
‘얼마나 될까? 30? 29?’
30m이거나 그보다 조금 못되어 보이는 지점.
골대가 있는 쪽을 바라보던 나는, 신중히 발을 뒤로 움직이면서 정확한 보폭을 조절했다.
그러곤.
“…….”
“…….”
센터서클 바로 아래에선 메시와 눈을 마주쳤다.
‘그거 알아? 난 이걸 제대로 해낼 거야.’
정심이었든, 오심이든.
패배에서 팀을 구해 낼 수 있거나 승리를 거둘 수만 있다면, 난 그것이 모든 이들의 눈을 속이는 방법이라고 할지라도 기꺼이 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메시가 나보다 더 축구를 잘할 수도 있겠지만, 나보다 더 패배가 싫지는 않을 것이다.
“후우우~”
다시 고개를 돌려, 골대의 위치를 확실하게 눈에 담는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내려 축구공에 시선을 고정했다.
머릿속엔 금방 확인한 골대의 이미지가 펼쳐졌고, 찰 곳을 이미 정해 두었던 나는 이곳에서 목적지까지 날아가는 축구공의 궤적을 상상한다.
이런 내 귀에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삐—익!!
“후우-”
마지막으로 짧게 숨을 내뱉으며 호흡을 정돈한 나는, 천천히 한 발씩 앞으로 내디뎠다.
‘하나아- 두울-’
그리고 셋.
퍼억-!!!!
오른쪽 아웃프런트로 강하게 후려 찬 축구공이, 상상으로 놓아둔 레일을 따라 정확히 움직여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