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73)
472화 Underrated (13)
기자는 패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 이길 수는 없었다는 뜻이다.
무승부를 말하는 또 다른 표현에, 기자회견실에 들어선 펩 과르디올라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건 무척 중요한 지적이군요.”
“…….”
“네,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상대는 지금쯤, 어째서 그들이 승리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죠. 오늘은 지금까지 뮌헨에서 겪은 경기 중에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단순히 올 시즌만이 아니라, 제가 뮌헨의 감독이 된 이후를 통틀어서 말입니다. 바르셀로나는 강력했습니다. 그리고 여긴 캄노우죠.”
피치 위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100%일 수는 없다.
그저 완벽에 가까워지려 노력할 뿐이다.
오늘 바이에른 뮌헨은 모든 숫자에서 밀렸다.
점유율, 슈팅, 세트피스 등등.
기록지가 가리키는 모든 신호는 바이에른 뮌헨의 일방적인 패배를 의미하고 있었다.
하지만, 축구는 그렇지 않다.
“피치 위에서는 늘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것을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가 승부에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모든 것을 손에 쥘 수는 없습니다. 어떠한 것은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잠시.”
잠깐 말을 멈춘 펩 과르디올라가 목을 축이기 위해 물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액체를 입 안으로 흘려 넣는 동안, 그는 경기가 끝나기 직전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래서 물병을 내렸을 때, 펩 과르디올라는 다시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운 좋게도, 오늘은 그것들이 우리를 도왔습니다.”
“…….”
“한 명의 선수에 의해서요.”
기자회견장에 모인 기자들은 전부, 펩이 말하는 한 명의 선수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를 알 수 있었다.
***
#20분 전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우우우워어어어어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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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달려가는지조차 모른 채 한참 동안 발을 움직이던 나는, 목이 쉬어라 내지르던 괴성과 함께 있는 힘껏 점프하여 주먹을 휘둘렀다.
“VAMOS!!!!!”
어째서 독일어가 아닌 포르투갈어가 튀어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머리를 감싸 쥐거나 한 채로 절망하는 사람들의 앞에서, 난 쫙 벌린 두 손의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한번 소리를 있는 힘껏 내질렀다.
“Das ist Fußball(이게 바로 축구라는 거야)!!”
솔직히 말해, 하루 종일 두들겨 맞은 기억밖에는 없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겨울 만큼, 많은 펀치였다.
하지만 비틀대면서 날린 펀치에 바르셀로나가 휘청거렸고, 시간이란 이름의 심판은 무승부 판정을 내렸다.
물론 아직 시간은 남아 있지만, 지금의 이 커다란 환희가 잦아들고 나면 다음으로 찾아올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으아아아아아-!!!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미친 새끼!!!”
“말했지!! 내가 말했잖아!!!”
모여드는 동료들에 파묻히며, 나는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우린 뮌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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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타일데슬리) – U.K ITV 코멘테이터
“이 경기가 끝나면, 너무나도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DA-ON! From the South Korea. 이 친구가 경기의 시작과 끝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 득점 전체를 만들어 냅니다! 2:2! 그리고 뮌헨의 유효슈팅은 단 두 개! 하지만 그 두 개가, 전부 득점으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마이클 오웬) – U.K ITV 공동-코멘테이터
“지금의 이 프리킥은 올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나온 골들 중에서 가장 환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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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y 코멘테이터
“다온에 의해 만들어진 또 하나의 환상적인 순간이로군요! 모두가 바이에른 뮌헨의 패배를 예상했을 때, 번개보다도 빨랐던 프리킥으로 팀을 살려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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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역시 김다온입니다! 큰 경기에 강했던 김다온! 그리고 그 큰 경기에서 항상 바이에른 뮌헨의 구세주가 되어 왔던 김다온이, 이번에도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구해 냈습니다!”
(정지현)
“이야~ 지금은 정말 말문이 턱 막힐 만큼 놀라운 프리킥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벽을 세우지 않은. 테어 슈테겐 골키퍼와 가까운 쪽 상단 구석으로 향했습니다만, 저런 슈팅은 막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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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8분
바르셀로나 2 : 2 바이에른 뮌헨
조금 전까지 종료 휘슬을 얼른 불라고 재촉했던 쿨레스(Cule/작자 주 : 꾸레의 카탈루냐식 발음)들은 지금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다.
오직 저 멀리에서 울려 퍼지는 독일어로 된 작은 응원가가, 이곳 캄노우에서 들을 수 있는 전부였다.
곧바로 축구공을 뒤로 보낸 바르셀로나가 길게 걷어차 마지막 공격을 시도하려고 하지만, 부스케츠의 발끝에서 볼이 떠나자마자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왔다.
삑-!! 삐?익!! 삐—익!!
“이야아아아-!!!”
“이거지!! 바로 이거라고!!”
감정은 늘 상대적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현실을 인지하게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가 승리한 팀이고 바르셀로나가 패배한 팀처럼 느껴지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원정에서 두 골을 넣으며 2:2로 비겼으니, 규칙상 우리가 3:2로 이긴 것일 수도 있다.
원정에서의 한 골은 1.5의 가치를 가지니까.
이렇게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리와! 이 귀여운 녀석!!”
“워-우!”
어느새 가까이로 온 보아텡이 나를 과격하게 끌어안았고, 그에게서 떨어지기 무섭게 이번에는 노이어가 다가와 한 팔을 뻗어 왔다.
“이 쥐새끼 같은 녀석!”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독일에서 쥐와 돼지는 연인을 사랑스럽게 부를 때 쓰는 표현이다.
“우리가 힘들 때일수록 널 믿어야 한다는 걸 알았지.”
“하하. 누가 그런 말을 하는데?”
“이 몸이지. 그리고 프랑크. 또 바스티도.”
“진짜?”
“응. 몰랐어?”
“알았을 것 같아?”
“큭큭. 그나저나, 그거 알아?”
“?”
“이 몸이라면 절대 네가 프리킥을 차거나 하는 상황에서 골문 앞에 서 있고 싶지 않을 거야.”
이것은 노이어 방식의 가장 후한 칭찬이었고, 이번에 나는 멀리에서 걸어온 람과 포옹을 나누었다.
“아~ 느낌이 왔지.”
“설마요.”
“진짜로. 베르나르두가 프리킥을 얻자마자 바로 공을 챙겨서 널 찾더라니까? 그런데 왜 너는 얼을 타고 있었던 거야?”
“…….”
패배를 받아들이기 위해 관중들의 표정을 보며, 한껏 슬퍼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비밀이다.
그건 내가 먼저 경기를 포기했다는 뜻이니까.
이제 와 생각하니, 무척 부끄러웠다.
“그런데, 베르나르두는 어디에 있어요?”
“응?”
분명 있어야 했을 위치에서 사라진 베르나르두는, 람과 함께 한참을 두리번거린 뒤에야 한쪽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나타났다.
“뭐야? 얼굴이 왜 그래?”
“아, 그게.”
“??”
“거절당했거든.”
“거절? 무슨?”
“메시한테 유니폼을 달라고 했단 말이야. 그게 안 된다면 DM을 보내도 되냐고 물어보려고 했지. 그런데 날 그냥 보더니 몸을 돌려서…….”
찰싹-!!
“윽-!!”
베르나르두의 설명을 듣는 도중,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러자 무슨 짓이냐며 발끈했지만, 곁에 있던 람이 거들었다.
“아직 시리즈도 끝나지 않았는데, 유니폼을 교환하자 했다고? 넌 맞아도 싸.”
“왜요? 경기가 끝났잖아요?”
“하아- 다온?”
“네. 제 친구니까,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해결이라니! 마치 내가 무슨 문제아 같잖아?”
“문제아 맞거든?”
한마디를 던진 뒤에, 난 베르나르두를 끌어안았다.
“고마워.”
“……갑자기?”
“응. 사실 난 그때, 경기가 이대로 끝난다 생각하고 반쯤 포기한 상태였거든.”
“…….”
아마도 그것은 이런 마음이었을 거다.
아직 2차전이 남았고, 그것은 우리의 홈에서 열린다.
그리고 원정에서의 한 골.
“그거면 충분하다고 여겼나 봐.”
“너답지 않네.”
“그래. 나답지 않았어.”
정말이지 부끄러운 일이었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아이 씨, 옮았나?’
겨울 휴식기 장인어른과 잔뜩 어울리며 부장님 개그가 옮은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는 찰나, 곁에 있던 베르나르두가 조용히 이런 말을 던져 왔다.
“이해해.”
“뭐?”
“이해한다고. 생각해 봐. 넌 전반전에 네이마르를 꽁꽁 묶었잖아. 그리고 후반전엔? MSN 전체와 상대했지. 그리고 그중 절반은 메시였어. 걔도 참 집요하더라니까? 몇 번이나 포지션 스위치를 거절하고 왼쪽에 있었거든.”
“진짜? 난 몰랐어.”
“그야, 넌 오늘 완전히 몰입해 있었으니까.”
“…….”
수비에 애를 먹었던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분데스리가와 이전까지 치른 챔피언스 리그는 물론, 월드컵 8강전에서 독일에 패배했을 때도 오늘처럼 정신없이 매달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은 50점짜리야.”
“뭐?”
“메시를 막느라 후반전에는 아무것도 못 했어. 프리킥도 결국은 네가 만들어 준 거고, 난 거기에 숟가락만 얹은 거야.”
“하-! 그것참 큰 숟가락이네.”
“진심이야. 정말 고마워.”
“……우린 친구잖아.”
“응.”
서로의 어깨를 한 차례씩 두들겨 준 우린, 서로가 너무 닭살스러운 행동을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쳐 헛기침을 하면서 급하게 멀어졌다.
다른 사람의 앞에서 베르나르두를 칭찬하라면 100개도 더할 수 있지만, 녀석의 면전에선 도저히 불가능했다.
‘으- 쪽팔려.’
그렇게 떨어져 따로 피치를 빠져나가는 길.
“응?”
저 멀리, 우리 한 명 한 명을 기다리고 있던 펩 과르디올라를 본다. 그는 곧바로 떠나는 대신, 사이드라인의 앞에 남아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곧 펩의 앞으로 다가갔다.
“오늘 정말 잘해 줬어. 자네가 팀을 구했네.”
“네- 그런데, 펩.”
“응?”
“너무 자주 이러고 계시지 마요. 당신의 특별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조금 이상하니까요.”
“하하하하하.”
지금 한 이야기는 물론 농담이다.
펩 역시 그것을 알아들었고, 난 그와 간단히 포옹을 나눈 후 뒤를 베르나르두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이 내내, 이번 챔피언스 리그의 공식 촬영사인 ITV의 카메라가 나를 쫓고 있었다.
***
·경기 종료(C.L Semi-Final 1st Leg)
바르셀로나 2 : 2 바이에른 뮌헨
[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11분(김다온)김다온 : 후반 47분(F.K)
김다온 ? 93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1.5/MoM)
***
[DA-ON, BIG Game Killer!!! – BBC(U.K)/2015.05.06.(밤)] [올해의 프리킥! 뮌헨을 구하다! – ITV(U.K)/2015.05.06.(밤)] [펩 과르디올라, “한 명의 선수가 바이에른 뮌헨을 구했다.” – 엘 문도 데포르티보(스페인)/2015.05.06.(밤)] [Noche Coreana(한국인의 밤). 캄노우를 물들이다. – 마르카(스페인)/2015.05.06.(밤)] [시즌 초반 부진했던 다온은, 결국 뮌헨이 필요할 때 누구보다 빼어난 활약으로 클럽에 가장 중요한 득점과 어시스트를 제공했다. – ZDF(독일)/2015.05.06.(밤)] [오늘 경기를 통해 김다온은, 오래전에 스스로 경신한 단일 시즌 챔피언스 리그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12개까지 확장시켰다. – ESPN(미국)/2015.05.06.(밤)] [세 줄 요약 : 펩 과르디올라가 판을 깔고. 리오넬 메시가 환호성을 만들고. 다온이 모든 영광을 독차지했다. – Lennox Baker Via Twitter/2015.05.06.(밤)]***
※ 경기 후 인터뷰 모음
루이스 엔리케(경기가 끝난 후)
From. 엘 문도 데포르티보(스페인)
On. 무승부로 끝났다
“우리는 모든 부분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압도했다. 특히 후반전 마지막까진,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허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거의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마지막에 그것을 놓쳐 버렸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게 축구다.”
From. BBC(잉글랜드)
On. 김다온의 마지막 프리킥
“그렇다. 그게 결정적이었다. 그게 우리의 승리를 빼앗아 갔고,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서 알리안츠 아레나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즉, 그게 결정적이었다.”
From. 마르카(스페인)
On. 많은 득점 기회를 놓쳤다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전체 슈팅 숫자를 생각하면 말이다. 하지만 뮌헨의 수비 역시 좋았다. 특히 노이어는 눈부셨다. 그의 선방 역시, 우리에겐 불운한 일이었다.”
From. Sky Sports U.K
On. 2차전 준비
“일주일 동안 많은 것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정 경기인 만큼, 오늘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뮌헨에 실점을 허용한 상황들을 보고, 준비를 철저히 해서 2차전에 나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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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오 부스케츠(경기 후 믹스드존)
From. 마르카(스페인)
On. 마지막 1분을 넘기지 못했다
“그렇다. 그래서 무척 실망스럽다. 축구가 이래서 어렵다. 다 잡은 것 같지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진 그렇지 않다.”
On. 프리킥 상황
“다온이 킥을 찰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리가 조금 멀었고, 그가 예전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몇 번이고 득점을 올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슈팅이 정말 훌륭했다. 경기가 끝나고 들었는데,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고 하더라.”
On. 파울 여부
“난 파울이 아니라고 믿었다. 하지만 피치 위에서는 주심의 판정을 따라야 한다. 실망스럽지만, 그것으로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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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 람(경기 후 믹스드존)
From. 키커(독일)
On. 극적인 경기였다
“그렇다. 정말 짜릿했다.”
On. 김다온의 프리킥
“정말 놀라웠다.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그런 장면이 만들어질 줄은 몰랐다. 득점을 확인한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그런 득점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On. 결과는 거뒀지만, 과정은 나빴다
“바르셀로나와 같은 팀을 상대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얼마나 준비가 잘 되어있느냐다. 그리고 불행히도, 우린 세 명의 훌륭한 선수 없이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원정이었으니 만큼, 결과를 챙긴 것에 더 만족하고 싶다.”
***
2015년 5월 7일. 바르셀로나, 스페인. 08860 가스테드데펠스. 파세이지 데 라 크레우.
많은 사람들이 잠든 늦은 새벽, 잠을 이루지 못한 리오넬 메시가 홀로 정원으로 나와 수영장 옆 벤치에 몸을 기댄다.
지금으로부터 약 네 시간 전, 그는 자신을 돌아보는 김다온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그건 제대로 해낸다는 눈빛이었어.’
족히 20m 가까이 떨어져 있었지만, 메시는 김다온의 눈빛을 단번에 이해했다.
‘그리고 넌 그렇게 했지.’
만약 김다온의 프리킥이 경기의 승리와 무관한 것이었다면, 1등석에서 이를 지켜본 메시는 솔직히 그에 대한 감탄을 가감 없이 표현했을 것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 프리킥은 정말이지 놀라웠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바르셀로나의 승리를 빼앗아 갔고, 남은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 경기를 몇 배는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래서 메시는 솔직히 감탄하기보단, 슬퍼하고 또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해야 될 일이 참 많아. 그거 알지?’
사실 월드컵 때 리오넬 메시는 김다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가 머잖아 세계 최고가 될 것이며, 다시 축구를 향한 열정에 불을 붙여 줘서 고맙다는 말 등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꼭, 같은 팀에서 뛰자는 이야기 역시 직접 해 주고 싶었다.
클럽의 유니폼이 아닌 A팀의 대표팀을 입고 그런 말을 한다면, 훨씬 더 김다온에게 잘 와닿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후우~”
그렇지만 프리킥을 고의로 날려 버린 사건으로 인해, 메시는 그 날의 이야기를 여전히 담아 두어야 했다.
오히려 오늘을 통해, 더 많은 과제가 주어졌다.
김다온은 이번 프리킥을 제대로 처리함으로써, 월드컵에서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행동을 했는지를 한 번 더 깨닫게 만들어 버렸다.
메시는 그것을 반드시 갚아야 했고, 1차전에서 그러려고 했지만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의 프리킥 기회가 없었다.
‘이게 끝이 아니야.’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다시금 김다온이 자신을 쫓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훨씬 더 재미있는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팀이 된다면 더 좋고 말이다.
실전과 같은 긴장감이야 없겠지만, 같은 팀이 된다면 연습을 할 때마다 몇 번이고 1:1을 해 볼 수 있었다.
‘어떻게 하지?’
눈앞에 주어진 과제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 메시가 벤치에 그대로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봤다.
오늘 경기를 비김으로써 바르셀로나는 원정에서 2:2 스코어 이상으로 비기거나 아니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김다온과 해결해야 될 문제도 문제지만, 메시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기왕이면, 모든 일을 한꺼번에 해결하고 싶었다. 승리를 거둠과 동시에, 벌써 1년 가까이 묵혀 오고 있는 감정 역시도 풀어내길 원했던 것이다.
‘더는 미움 받고 싶지 않아.’
적(敵)이 아닌 친구가 되기 위한 메시의 고민은, 실망스러운 무승부를 거두고 돌아온 날 늦은 새벽까지 한참이고 이어졌다.
***
[김다온, “메시가 우리를 고전하게 만든 것은 맞다. 하지만 그 개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견이 없다. 그는 분명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로 바르셀로나를 박살 내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다.” – 빌트(독일)/2015.05.07.(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