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76)
475화 Underrated (16)
(개리 리네커) – BT Sports Pre Game Show 호스트
“좋은 밤입니다. 2014/15 챔피언스 리그 4강전 두 번째 경기. 바이에른 뮌헨과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곧 펼쳐집니다. 저는 개리 리네커입니다. 바로 시작하죠. 1차전은 2:2였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승리를 거의 붙잡았습니다만, 마지막 순간 빼앗겨 버렸죠. 어떻게 보십니까?”
(스티브 맥마나만) – BT Sports Pre Game Show 패널
“경기의 내용 그 자체로만 보면, 바르셀로나가 압도했던 경기였습니다. 분명하죠. 모든 지표가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뮌헨이 강팀인 이유가 여기에서 나옵니다. 유효슈팅이 단 둘뿐이었는데, 그게 전부 득점으로 이어졌습니다.”
(개리 리네커)
“마지막 그 프리킥은 정말 굉장했죠.”
(스티브 맥마나만)
“네. 이번에도 다온이었습니다. 와-우. 저는 이 친구를 유로파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부터 지켜봤었죠. 그때는 벤피카 소속이었는데, 그때도 뭔가 특별했습니다.”
(개리 리네커)
“어떤 점이 그렇죠?”
(스티브 맥마나만)
“재능이 있었어요. 물론 바이에른 뮌헨 정도 되는 클럽에서 뛰는 선수니 재능이 있다는 건 무척 당연한 이야기일 겁니다. 하지만 제 말은, 달랐다는 거예요. 그는 그러니까…… 글쎄요. 무척 보기 드문 유형입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뛰는 풀백은 제 경험상은 본 적이 없어요. 매 시즌 10개의 골과 배 이상의 어시스트를 남기죠. 그렇다고 수비가 나쁘냐? 우린 지난 1차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는 현시점 최고의 측면 수비수예요.”
(개리 리네커)
“오웬?”
(오웬 하그리브스) – BT Sports Pre Game Show 패널
“그는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죠. 다온은 축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그런 선수입니다. 스트라이커나 윙어들에게 당당하게 말하죠. 그거 내놔. 나도 주목받을 자격이 있어.”
(글렌 호들) – BT Sports Pre Game Show 패널
“전술적으로 매우 유용한 선수죠. 작년 4월에, 저는 다니엘 레비와 안드레 빌라스보아스를 만났었습니다. 다른 이유 때문이긴 합니다만, 빌라스보아스가 떠나고 레비와 둘만 남았을 때 다온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말했죠. 토트넘이 그를 영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만, 만약 우리가 큰돈을 쓸 수 있게 된다면 가장 먼저 그를 타겟으로 삼아야 한다고요.”
(개리 리네커)
“그거 조금 재미있는 말이네요. 왜냐하면, 맨시티나 맨유가 아니라 토트넘이 그런 말을 했으니까요. (웃음)”
(글렌 호들)
“(웃음) 맞아요. 애석하게도, 토트넘이 다온을 영입할 수 있는 방법은 현 상태로는 없겠죠. 어쨌든 제가 말하려는 건, 현재 그가 모든 축구 감독이 가장 원하는 선수가 되었다는 겁니다. 훌륭한 클럽을 만들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성과를 거두고 싶을 때,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선수 중 하나로 말이에요.”
(오웬 하그리브스)
“개리 네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요.”
(개리 리네커)“
“개리가요?”
(오웬 하그리브스)
“네. 현재 맨유에 가장 필요한 선수라면서 말이죠. 단순히 축구 선수로서의 재능만이 아니라, 그 밖에서의 모습이 더 훌륭하다고 했죠. 듣기론 다온은 훈련장에 가장 먼저 들어서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죠. 알다시피, 뮌헨에는 훌륭한 베테랑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의 경기를 보면, 다온의 목소리가 누구보다도 더 큽니다.”
(개리 리네커)
“실력과 태도 모든 부분에서 완벽에 가깝다고 봐야한다는 말이로군요. 지난 1차전이 끝난 뒤, 데일리미러는 다온의 이름을 따 ‘The One’으로 그를 칭했습니다. 그만큼 압도적인 활약이었죠. 일단 지난 첫 번째 경기 영상을……. (이하 생략)”
***
2015년 5월 12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70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바르셀로나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4-2/4-3-3(A)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RB ? 김다온 / RB ? 다니 아우베스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CB ? 제롬 보아텡 / CB ? 헤라르드 피케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조르디 알바
DM ? 사비 알론소 / DM ? 세르히오 부스케츠
CM ? 필리프 람 / CM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CM ? 베르나르두 실바 / CM ? 이반 라키티치
AM ?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RW ? 네이마르
ST ? 토마스 뮐러 / LW ? 리오넬 메시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루이스 수아레즈
.
.
“이봐-! 누구 그 광고 본 사람 없어?”
“당연히 봤지, 마르셀! 우리가 자네처럼 놀고먹는 줄 알아?”
“X까!! 넌 그냥 닥치고 있어!!”
“낄낄낄낄.”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기자석, 입이 거칠기로 소문난 ‘ARD’의 마르셀 슈바르츠(Marcell Schwarz)는 이틀 전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번 경기를 중계할 ‘Sky Sports German’의 2차전 공식 광고였다.
“그건 메시 VS 다온이었어-!!”
“우리도 알아!!”
“꺼져, 이 빌어먹을 벌레야! 너 같은 병신 새끼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라는 걸 몰라?!”
1984년부터 기자 생활을 해 온 마르셀에게, 메시와 동등한 위치에 선 주인공이 수비수라는 것은 원시인이 처음으로 불을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이었다.
물론 다온이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 봤자 수비수고 그래 봤자 동양인이었다.
비록 그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몸에 밴 백인우월사상은 저변에 깔려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라고-!!”
“우리도 안다고!! 다온이 전 세계 몸값 3위라는 것은 알고 하는 말이지? 아, 그랬나?! 당신 몸값 확인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어?? 구단에 전화해서 물어보는 거야!!”
“와하하하하-!!”
“다 뒤지기나 해!! 나도 아이폰을 쓰거든?!”
“오-!!!”
“하하하하하!!”
꼰대로 유명한 마르셀 슈바르츠를 놀리기는 했지만, 실은 다른 사람들도 ‘Sky Sports German’의 광고를 처음 접했을 땐 당연하다기보다는 놀랍다는 생각을 한 게 사실이다.
비록 독일 내에 한정된 것이기는 했지만, 동양인이 챔피언스 리그 4강전 광고의 메인모델로 발탁되었다는 것은 나름 열린 이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자들은 당연히 이런 전례가 있었는지를 조사했고, 이틀 전인 10일 오후부터 각 미디어의 홈페이지엔 ‘최초’라는 단어가 타이틀을 도배했다.
지난 시즌부터 월드컵까지 이어온 영광이 무색하리만치 비판을 받아 온 김다온이었기에, 이런 식의 반전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누가 내게 설명 좀 해 봐!! 정말 저 녀석이 전반기 뷔케를 탈 정도로 잘했어?! 정말 키커가 실수를 한 거냐고!!”
“아- 이제는 그냥 좀 닥쳐!”
“누구 설명해 주면, 20유로를 주지!!”
“하-! 우리를 푼돈에 넘어간 창녀로 만들려고?”
“싫으면 빠지고 그냥 조용히 있기나 해! 누구 없어?! 앙? 남은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줄 누구 없냐고! 5분 만에 20유로를 버는 건 너희도 나쁜 장사는 아니잖아?”
마르셀 슈바르츠가 열심히 지폐를 흔들지만, 그것이 자신의 수중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던 다른 기자들은 그의 외침을 무시할 뿐이었다.
결국, 아무도 자신을 상대해 주지 않을 거라는 데에 생각이 미친 마르셀이 지폐를 도로 집어넣으려고 할 때.
탁-!
“응?”
갑자기 마르셀의 손에서 지폐가 빠져나갔고, 비어 있던 옆자리를 붉은 기가 섞인 갈색 머리의 사내가 차지해 버렸다.
그리고 그의 손엔 조금 전 마르셀의 지갑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20유로짜리 지폐가 쥐어져 있었다.
“제가 설명하죠.”
“자넨…….”
“레녹스. 레녹스 베이커입니다. 빌트에서 일하고 있죠.”
“기억나네. 우린 몇 번 만난 적이 있었지.”
“네. 마지막은 맨체스터였죠. EPL을 담당하고 계신 걸로 알았는데, 아니었습니까?”
“돌아왔네. 건강 때문이지.”
“이런! 건강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법이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20유로를 빼앗겨 본 적이 없었던 마르셀은 대답을 하는 내내 레녹스 베이커의 손에 쥐어진 지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왜냐하면 저것은 벌써 5년 동안이나 지갑에 있던 물건인 데다가, 고집의 상징과도 같은 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킷 주머니에 20유로를 넣어 버린 레녹스 베이커가 진지한 얼굴로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제 생각이긴 하지만, 다온은 뷔케를 탈만 했습니다. 아니, 타야 했죠. 반드시 그랬어야 했어요. 왜냐하면 모든 지표들이 그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말해 주거든요. 응? 마르셀? 듣고 계세요?”
“어? 아- 아. 그, 그래. 듣고 있네.”
“네. 그럼 계속 설명할게요. 20유로의 값어치는 해야 하니까. 일단 시즌 초반엔 부진했던 것은 맞아요. 그렇지만 그건 공격에 한정된 것이고, 전술적인 부분도 컸죠. 하지만 수비에서는 단 한 번도…….”
청산유수처럼 쏟아지는 레녹스 베이커의 설명에는 조금의 막힘도 없었다.
그는 마르셀은 자료를 참고하지 않으면 모르는 분데스리가의 경기일과 상대 또 매치업 대상에 관한 모든 것들을 아무것도 보지 않은 채로 이야기했다.
어느새 마르셀은 이런 레녹스 베이커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잠깐 정신을 차렸을 땐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난 완전히 퇴물이 됐군.’
동양인 최초 챔피언스 리그 4강 메인 모델 발탁.
그리고 현재 쏟아지는 수많은 찬사와 관심.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기 조금 버거웠던 베테랑 기자는, 그저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흐름일 뿐이라 생각하기로 결정한다.
자신의 눈앞에서 본인에게 낯선 통계와 지표를 끊임없이 말하는 이 젊은 기자처럼 말이다.
‘이제, 새로운 20유로가 필요하겠어.’
물론 그렇다고 은퇴를 할 생각은 없었던 마르셀 슈바르츠는, 당장 내일부터 사용할 새로운 20유로를 지갑 안에 넣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그것은 얼마나 갈지를 예상하면서.
‘이 녀석도 크게 되겠군.’
11년 전 처음으로 20유로를 가져간 카를-하인츠 빌트.
5년 전의 파브리지오 로마노(Fabrizio Romano).
그리고 이번엔 레녹스 베이커였다.
“저는 다온이 동양인이었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였다고 봐요. 그가 만약 독일인이었다면, 키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뷔케를 주었을…….”
자신의 20유로를 가져갈 자격이 있는 남자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 마르셀 슈바르츠는, 기쁜 마음으로 조용히 레녹스 베이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5분이 지나 거의 10분 동안 이어진 말이었지만, 그는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양 팀의 선수들이 웜업을 위해 피치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계단을 내려서는 길, 난 조금 앞에서 먼저 내려가고 있던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그는 정확한 타이밍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
“…….”
늘 가장 마지막에 라커룸을 나서기에, 지금 계단 주변에 다른 선수들은 없었다.
챔피언스 리그의 진행 요원 몇몇과 중계 카메라가 뭔가 재미있는 상황이라 생각하고 이쪽을 가리킨 것이 전부다.
“…….”
“…….”
잠깐 나를 물끄러미 보다 돌아서는 메시.
어째서인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 말을 안 걸어서? 웃지 않아서?’
생각하면 할수록, 이건 참으로 우스운 감정이었다.
경험은 한 번뿐이지만, 마치 헤어진 여자 친구를 만난 것과도 비슷했다.
“휴우~~”
다시 길게 숨을 내어 쉬며, 난 멈췄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늦었네.”
“미안.”
“? 의외로 순순하게 인정하는데?”
“언제는 안 그런 적 있어?”
“틀렸어. 매번 그랬냐고 말해야지.”
“아, 시끄러워.”
“큭큭큭큭.”
농담을 걸어온 바스티를 밀쳐 내고 난 뒤에, 난 본격적으로 웜업에 돌입했다.
“…….”
하지만 몸에 밴 동작들을 이어 가는 내내, 조금 전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분명 우린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또 그의 눈빛에서 역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어째서 난 많은 이야기를 한 기분이 드는 것일까?
그는 나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과 정확히 같은 말을 말이다.
“…….”
난 바르셀로나에.
또 메시에게.
‘이길 거야.’
바로 이게, 내가 계단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네, 이제.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입장합니다. 바이에른 뮌헨과 FC 바르셀로나. FC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의 2014/15 챔피언스 리그 4강, 두 번째 경기입니다. 그리고 김다온은 아시아 최초 2회 챔피언스 리그 우승 그리고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게 되면,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 경기 승자와 결승전에서 대결을…….”
.
·전반 00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바르셀로나
“후우-”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 필리프 람은, 라커룸을 나서기 전 선수들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정말로 잘해 온 것은 맞지만, 이 단계에서 탈락하면 반쪽뿐인 성공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 팀은 대단한 팀이야.’
2002/03 시즌을 시작으로, 필리프 람은 벌써 12시즌째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로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항상, 자신이 지금까지 12개의 다른 팀에서 뛰어왔다는 것으로 새로움을 찾았다. 매년 선수의 구성이 다르고, 가끔은 감독이 달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감독이 바뀌게 되면,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들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문화에 익숙한 유프 하인케스에서 펩 과르디올라로 바뀐 2013/14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클럽의 시각에서 보기에 펩 과르디올라는 ‘급진주의자’였고, 뮌헨에 낯선 철학과 사고방식을 주입하려는 일종의 전도사(傳道師)와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첫 프리시즌 뮌헨 선수들의 경기 준비 과정을 보며 식단을 개선할 필요를 느꼈고, 곧바로 보드진에 요청해 몸에 나쁜 음식을 치워 버리고 영양사를 고용했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먹는 간식은 설탕과 밀가루가 가득한 것들에서 야채와 견과류가 되었다.
그리고 식단 역시, 소시지나 피자 같은 것에서 흰살생선이나 닭가슴살 위주의 저염식으로 바뀌었다.
그뿐만 아니라, 펩 과르디올라는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하는 훈련을 체계화했고 선수 개개인의 잠자리와 사소한 습관 같은 것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만약 선수들이 집에서 쓰는 침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며칠 뒤 직접 사비를 털어 구매한 침대를 집으로 배송 후 교체한 사진을 자신에게 찍어 보내도록 만들었다.
외에도 소파에 앉을 때의 자세에 관해 말을 한다거나, 되도록 계단을 오르내리지 말라고도 지시했다.
이렇게 하나에서 열까지 참견하는 감독이 처음이었던 뮌헨의 선수들은 처음에 무척 혼란스러워했지만, 그것이 옳다는 것을 알았기에 귀찮아하면서도 과르디올라의 말을 따랐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은 단순히 선수단을 손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쉬는 날 개인 시간을 보내거나 1군 선수들과 따로 시간을 보낸 이전 감독들과는 달리, 그는 쉬는 날에도 클럽하우스에 출근해 전술을 연구하고 유스팀을 돌아봤다.
[“아주 혼이 났지 뭔가?”]유스 시스템에 나름 자부심이 있었던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펩이 처음으로 유스팀을 돌아본 후 가진 미팅 뒤에 필리프 람에게 했던 말이다.
[“5점이라더군.”] [“10점 만점에요?”] [“아니. 100점 만점에.”] [“…….”]당연히 라 마시아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뮌헨의 유스 시스템 역시 나름 훌륭하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을 해 보면, 뮌헨 유스 소속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필리프 람 본인 혼자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전부 다른 클럽에서 왔다.
그렇게 펩 과르디올라는 조금씩 뮌헨의 문화를 바꾸기 시작했다.
얼핏 ‘Mia san Mia(Wir sind Wir)’라는 뮌헨의 철학에 반하는 행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지만, 최소한 루메니게와 필리프 람은 펩 과르디올라를 지지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올바른 일이자, 모르는 새 고여 버린 클럽의 썩은 부분을 도려낼 수 있는 용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볼파르트 클리닉에 관해서만큼은, 필리프 람 역시 무조건적으로 펩 과르디올라의 편에 설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킬리안 볼파르트를 중심으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은 분명 실망스러웠고, 한스-빌헬름마저도 미국 등으로 외유(外遊)를 떠나면서 시즌 중에 클리닉을 비웠다.
게다가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고 재활을 하는 과정에서, 클리닉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 역시도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마리오 만주키치가 AT 마드리드로 이적한 후, 선수단 내에는 그들의 감독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만이 남았다.
그래서 이런 모든 변화들 속에서도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고 펩 과르디올라의 곁을 지켰던 것이다.
‘그리고.’
주심의 좌우로 선수단이 길게 도열되기 전, 고개를 조금 내려 옆을 바라본 필리프 람이 어떠한 일을 바라보았다.
‘너도.’
사실 2012/13 시즌 유프 하인케스와 함께 트레블을 들어 올렸을 때, 필리프 람은 알 수 없는 공허감과 축구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
다행히 월드컵이 지근에 있어 금세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었지만,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였던 것은 아니다.
당시 트레블의 주역이었던 많은 이들이 예년보다 자기관리에 소홀했었고, 급기야 보아텡과 알라바는 자신으로부터 너무 나태한 것 아니냐는 잔소리까지 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가 부임하며 느슨했던 뭔가가 조금 조여졌고, 2014년 7월 김다온이 훈련에 합류한 뒤로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오히려 김다온이 처음부터 함께했던 것이 아니기에, 그게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흡수하며 성장하는 속도는 지난 시즌 초반 모든 뮌헨 선수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실제 피치에서도 매번 놀라운 활약을 펼치게 되자, 그의 모범적인 행동은 팀 전체에 영감을 주었다.
현재 뮌헨의 선수단 전체가 김다온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 발을 멈추고 귀를 쫑긋하는 것 역시, 이런 과정을 생각해 보면 무척 당연한 일이었다.
‘넌 대단한 녀석이야. 그거 알지?’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
이 두 사람이 2013년 여름 뮌헨으로 오지 않았다면, 작년의 트레블은 없었을 것이다.
‘둘 중 하나만 있었어도 불가능했을 거야.’
필리프 람이 보기에도,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은 서로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하며 주변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과 2시즌 연속으로 함께하는 데다, 월드컵 우승 주역 멤버 다수가 포함된 뮌헨은 당연히 현시점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보는 게 옳았다.
‘널 믿어. 나를 믿는 것만큼이나.’
김다온을 향한 강한 신뢰.
필리프 람을 포함한 뮌헨 선수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이 공통된 감정은, 어쩌면 올 시즌 가장 중요할 경기를 앞두고 뮌헨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
작가의 말 ?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당.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니, 휴재는 없습니다.
손목 터널은 원게임 때부터 왔는데, 최근 심해져서요.
운동을 과하게 하게 원인인 것도 같고 그르네요.
한창 아팠을 때를 빼면, 헬스는 헬창 수준으로 하고 있으니 너무 염려는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직업적인 병들이 많아서 문제죠 ㅠ
요즘 온도 차가 심합니다.
고뿔 조심하세요~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