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77)
476화 Underrated (17)
.전반 01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바르셀로나
삐?익!!
바르셀로나가 두 줄의 플랫을 세우고, 굉장히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해 올 것이라던 펩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지금만 하더라도 보면, 다니 아우베스가 굉장히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었다. 명백한 파울이긴 했지만, 볼을 빼앗길 경우 굉장히 위험한 위치라는 것은 분명했다.
상대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손쉽게 파악됐다.
우리의 후방 빌드업 저지다.
“……베르나르두!”
“?”
입모양과 손짓을 통해, 난 베르나르두에게 낮은 위치까지 내려서 줄 것을 요구했다.
비록 펩이 바르셀로나의 플랫 사이에 선수 숫자를 보충하려는 것은 알지만, 일단 계획대로 움직이기에 앞서 바르셀로나의 예기(銳氣)를 꺾어야 했다.
우리는 오늘 다이아몬드 형태의 4-4-2로 나섰지만, 움직임에 따라 얼마든지 포지션 교체가 가능했다.
지금처럼 베르나르두를 후방으로 당기게 되면 바스티가 왼쪽으로 빠져 주고, 필리프가 오른쪽으로 넓게 펼쳐서면서 두 명의 젝서(Sechser/DM)를 둔 4-4-2가 되는 식이다.
또 토마스 뮐러가 오른쪽 측면을 채워주게 되면, 필리프가 중앙 미드필드 역할을 소화하면서 4-2-3-1의 형태로 다시 전형이 바뀔 수도 있다.
나처럼 모두가 전술적으로 소화해 주어야 할 각자의 역할이 있기에, 포메이션이 어찌 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만, 동료가 어디에 있을지만큼은 알아야 한다.
베르나르두가 후방으로 내려와 수아레즈와 첫 번째 플랫 사이에 위치를 하면서, 전방으로 볼을 보급해야 하는 나의 임무가 엄청나게 수월해졌다.
녀석의 움직임으로 나는 100% 지점을 만들었고, 동시에 필리프가 오른쪽으로 넓혀 주며 다른 100% 지점이 됐다.
그렇게 두 차례 볼이 연결되자, 가운데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주는 뮐러에게 패스를 보내어 공격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이뤄졌다.
뮐러에게 패스 후 안쪽으로 잘라 들어가는 람에게 볼이 이어지지만, 다소 강하게 구른 축구공은 그대로 라인을 벗어났다.
삐빅-!!
“에-이!!”
람은 코너킥이었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심은 반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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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네에- 지금은…… 골킥이 맞죠? 라인을 벗어나고 나서 테어 슈테겐 골키퍼의 발에 닿았습니다.”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네. 그렇지만 확실히, 바이에른 뮌헨의 몸놀림이 가벼워 보입니다. 1차전에서는 이런 식의 공격 전개도 쉽지 않았는데, 비록 초반입니다만 좋은 패스플레이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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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
전방으로 냅다 차려고 했던 제롬을 말리며, 난 뒤쪽으로 쭉 후퇴해서 패스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곧바로 노이어에게 보낸 뒤에, 다시 더 내려섰다.
‘볼을 오래 점유하는 게 중요해.’
펩의 철학이 깊이 스며들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몇몇 상황에서 동료들은 너무 쉽게 상대에게 볼을 주려고 한다. 지금도 만약 제롬이 볼을 찼다면, 점유권이 넘어갔을 거다.
물론 패스를 통해 볼을 전방으로 연결하는 게 팀의 최우선과제기는 하지만, 너무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이것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상대에게 볼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고집하는 대신, 백패스로 돌아 나갈 줄 아는 요령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말했듯, 여전히 동료들은 몇몇 상황에서 너무 쉽게 상대에게 볼을 주려고 한다.
‘이런!’
펩이 게임플랜을 설명한 순간부터, 빌드업의 시작 지점에서 보내는 첫 패스가 가장 어렵고 또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임무를 수행하기에 앞서, 왜 펩이 이런 선택을 했을까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2:2 동점으로 끝난 1차전.
원정다득점상 우리의 우위.
아무리 원점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하라고 말을 했다지만, 그거야 마음가짐에 관한 문제고 우리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플랫과 플랫사이에 상대 선수들이 잔뜩 모여 있게 되면, 자연히 미드필드들은 전진에 소극적이 된다.
만약 전방압박을 위해 나섰다가 뚫려버리기라도 한다면, 더 큰 위기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상대는 포지션을 지킬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전방압박의 숫자는 줄어든다. 달리 말해, 우리가 바라는 리듬으로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오늘의 경기가 0:0으로 흘러간다면, 결국 조급해지는 것은 바르셀로나가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우린, 영리해야 한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온다. 메시.’
전방으로 패스를 보낼 방법이 보이지 않자, 지금은 마놀라스가 참지 못하고 드리블 전진을 해 버렸다.
하지만 그의 전진은 정확히 바르셀로나의 첫 번째 플랫 앞까지였고, 갑자기 나타난 벽 앞에서 보낸 패스는 이니에스타에 의해 차단되었다.
이후 재빨리 주변 선수들이 압박을 가해 보지만, 이니에스타-라키티치-부스케츠로 이어지는 패스로 바르셀로나는 너무나도 쉽게 이를 벗어났다.
부스케츠가 몸의 방향 정면에 선 다니 아우베스에게 패스를 보냈고, 정확히 그 타이밍에 나는 근처에 있는 리오넬 메시를 찾기 시작했다.
오늘은 경기 초반부터, 메시가 왼쪽에 섰다.
볼을 한 차례 트래핑한 다니 아우베스가 내가 있는 쪽을 슬쩍 바라보다,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패스를 포기하곤 테어 슈테겐에게로 볼을 돌렸다.
약간 허탈한 몸짓의 메시가 스프린트를 하려다 멈춰 서고, 그에게서 시선을 돌린 나는 마놀라스를 향해 소리 질렀다.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생각하고 뛰어!!!”
“…….”
본인의 실수를 알았는지, 마놀라스가 내게 손을 들어 보이며 잘못을 인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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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어호-! 정말 사정없이 소리를 지르는군요. 저게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다온의 스피릿인 것 같습니다. 21살의 젊은 풀백이 바이에른 뮌헨의 리더가 되고 있죠.”
(대런 플레처) – BT Sports 해설위원
“실제로 뮌헨의 세 번째 주장입니다. 저런 모습을 알고 있었기에, 펩 과르디올라가 젊은 친구에게 뮌헨의 주장직을 맡긴 거겠죠. 또 그것에 관해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는 건, 모두가 인정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매우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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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조르디 알바가 길게 오버랩을 하고, 리오넬 메시가 아래에서 볼을 배급하는 역할이었다.
수비가담을 도운 필리프가 메시를 막아서며 내게 알바를 막도록 지시했고, 난 당연히 거기에 따랐다. 이쪽을 흘끔 바라본 메시는 패스를 뒤로 보낸다.
그리고 알바가 전진하며 생긴 왼쪽 측면의 빈 공간을 맡은 이니에스타.
그는 길게 방향전환을 한다.
‘나이-스.’
확실히 이니에스타는 게임을 풀어 나가는 방법을 안다.
내 생각엔 지금 저게, 가장 완벽한 선택이었다.
우리가 오른쪽에 수비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을 떠나, 저 위치로 패스를 보내면 조르디 알바가 후퇴할 시간을 벌 수 있음과 동시에 모여 있는 우리 수비를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
그럼 어딘가에서 균열이 발생할 테고.
그건.
‘……저기다.’
공격에 가담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바르셀로나의 +1을 찾아 시선을 돌리던 나는, 어느새 메디아푼타(Mediapunta/AM)에 자리를 잡고 선 라키티치를 보게 되었다.
그의 곁을 사비가 지키고 있었지만, 왼쪽에서 연결되는 패스를 막아서는 위치였기에 라키티치가 전방으로 달리게 되면 오히려 뒤에 선 모양새가 된다.
더구나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서 Zone 14의 앞쪽을 향해 패스를 찔러 넣는 일은 무척 쉬운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니 아우베스가 하프라인 바로 앞에서 조금의 지체도 없이 라키티치를 확인한다.
파앙-!
“…….”
마놀라스가 앞에서 차단하려고 해보지만, 다니 아우베스의 패스가 워낙에 절묘한 높이로 날아왔다.
마지막 순간까지 헤더로 차단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안겨다 준 것인데, 그럼 수비수는 뒷걸음질을 쳐야 하다 보니 사실상 뒤로 빠져나가는 공격수를 놓치게 된다.
그리고 사비는 여전히 뒤에 있다.
“…….”
다니 아우베스의 패스가 결국 마놀라스의 머리 위를 통과하고, 완벽하게 뒷공간을 파고든 라키티치가 오른쪽 45도 정도 되는 지점에서 노이어와 1:1 상황을 마주한다.
트래핑의 타이밍.
그러나.
‘흘렸어.’
볼이 한 차례 피치에 튕기도록 내버려 둔 라키티치가 보폭을 조절하고, 피치에 튕긴 축구공은 역회전이 걸린 채로 튀어 올라 라키티치와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지금은 플레이 그 자체로도 좋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기술 때문에라도 절로 감탄이 나왔다.
처음부터 다니 아우베스는 라키티치가 곧바로 슈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역회전을 걸어 패스를 보낸 거다. 동료의 달려가는 속도와 피치의 컨디션 등을 모두 고려했을 게 틀림없다.
등을 돌린 채 축구공에 시선을 고정한 라키티치가 흐르는 볼에 그대로 오른발을 가져가고.
파앙-!
“흡-!”
다니 아우베스에게 패스가 도착했을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던 나는 숨을 참으면서 몸을 날렸다.
파앙-!!
“!!!”
‘……좋았어.’
길게 뻗은 오른발에 라키티치의 슈팅이 닿으며 축구공은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났다.
비록 상대에게 코너킥은 내주었지만, 완벽했던 1:1 기회를 막아 낸 것에 만족하고 싶다.
“후우~”
전반 4분 만에 찾아온 위기를 빠르게 넘긴 지금, 내게로 오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며 주먹을 휘두른 노이어가 팀 전체를 향해 소리를 내지른다.
“새끼들아-!! 이따위로 뛸 거야?!”
저건 분명 나를 향해 외치는 소리는 아니다.
오늘 난, 집중력과 컨디션 모두 최고조이다.
***
(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마놀라스으으-!! 훌륭한 헤더입니다!! 바이에른 뮌헨!! 1:0! 종합전적 3:2! ……전반 7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전반 초반 바르셀로나가 바이에른 뮌헨을 밀어붙이는 모양새였습니다만, 첫 번째 코너킥에서 바로 일이 터집니다!”
.
.
(정지현)
“수비 실수네요. 지금은 바르셀로나의 세트피스 수비가 정말 좋지 못했습니다. 앞쪽으로 너무 많은 선수들이 몰려가는 바람에, 마놀라스를 자유롭게 놓아뒀죠?”
(배정세)
“네, 그렇습니다! 1:0, 앞서나가는 바이에른 뮌헨! 예상하지 못했던 득점입니다!”
.
.전반 07분
바이에른 뮌헨 1 : 0 바르셀로나
루이스 엔리케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출발이었다.
이른 시간의 실점.
그리고 뜻밖의 선수.
달갑지 않은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지금의 이 득점은, 바이에른 뮌헨에 커다란 자신감을 안겨 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괜찮아-! 시간은 많이 남았어!”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루이스 엔리케가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힘든 상황이 된 것은 분명했지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응?”
그리고 바로 그때, 루이스 엔리케의 눈에 뭔가 묘한 모습이 포착됐다.
그것은 아직 볼이 전달되지 않은 센터스팟에 서서 경기의 재개를 기다리는 리오넬 메시였고, 소름 끼칠 정도로 침착한 그의 표정에서는 어떤 결의 같은 것도 느껴졌다.
‘리오. 자네 대체…….’
이번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 리그 4강전 내내, FC 바르셀로나의 감독은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습과 전혀 다른 세계 최고의 선수를 바라본다.
***
(야고 칸테로) – Mediapro 코멘테이터
“메시. 오-! 이거 정말 엄청난 패스입니다! 수아레즈! 네이마르! 네이마르으으으으-!!!!”
.
.
.전반 15분
바이에른 뮌헨 1 : 1 바르셀로나
정확히 8분 만에, 경기는 다시 균형을 되찾았다. 사실 지금은 빌드업 과정에서는 딱히 위협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왼쪽으로 움직인 네이마르가 1:1을 하려다 볼을 뒤로 돌렸고, 이후 메시가 패스를 연결받았을 때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었다.
그래서 난 오프사이드라인을 맞추고자 움직였고, 결국은 그게 패착(敗着)이 되어 버렸다.
전방에 있는 선수 중 공격적으로 위협적인 선수가 수아레즈 한 명뿐이라 여겼기에, 당연히 메시가 템포를 조절하려고 들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시는 공간이 없어 보였던 베르나트와 제롬의 사이로 축구공을 굴렸고, 센터백 사이에서 뒷공간으로 파고든 루이스 수아레즈에게 절묘하게 연결됐다.
수비 라인이 완전히 갖춰져 있던 상황이었는데, 단 한 번의 패스로 모든 게 무너져 버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수아레즈를 뒤쫓으려 센터백이 움직이자 가운데 오프사이드라인 앞쪽에 있었던 네이마르는 자연스럽게 온(On)사이드 상대로 바뀌었다.
각도를 좁히려고 나온 노이어가 좋은 타이밍에 전진을 했지만, 놀랍게도 수아레즈는 골 욕심을 버리고 축구공을 왼쪽으로 굴려 버렸다.
텅 비어 버린 골문.
네이마르 정도 되는 선수에게 그곳으로 볼을 밀어 넣는 일은 숨을 쉬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었을 수도 있다.
‘후우~ 그래. 이렇게 나오셔야지.’
지금의 실점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실점 자체도 자체지만, 나 때문에 그랬다.
습관대로 오프사이드 라인을 맞추려고 움직이지 말고, 메시가 볼을 잡았으니 어떠한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믿고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했어야 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가 미드필드나 풀백의 지원 없이도 얼마든지 골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MSN은 MSN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해.’
정신을 번쩍 차리게 만든 장면을 보고 나니, 어쩌면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생각했든 그 이상을 봐야 했는데.
삐?익!!
다시 경기가 재개되고, 길게 돌아온 볼을 붙잡은 나는 어느새 근처로 움직인 메시를 본다.
‘……대체, 뭐야?’
지금까지 알던 것에 비해 어느 때보다 좌우의 이동이 많은 모습에, 나는 아주 작은 의문을 가졌다.
***
김다온과 마찬가지로, 리오넬 메시의 집중력과 컨디션 역시 최고조에 있다.
‘조르디.’
팡-!
“!”
올 시즌 바르셀로나의 가장 좋은 공격패턴 중에 하나는, 메시가 왼쪽으로 이동했을 때 볼을 잡아 두는 역할을 해 주고 그 사이 조르디 알바가 오버랩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최소 두 명 이상의 수비수가 달라붙어 있을 때가 많기에, 이런 식의 전개는 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탁-!
“?!”
“!!”
메시가 발뒤꿈치로 보내려던 패스를 김다온이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커트를 해냈다.
예측을 거의 할 수 없을 만큼 사전 동작이 없었음에도, 김다온은 무척 편안하게 경로를 막아섰다. 그리고 더 나아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은 메시로부터 파울을 획득했다.
삐?익!!
“…….”
살짝 삐딱하게 선 메시가 미소를 감추기 위해 왼손을 입가로 가져간다. 만약 바르셀로나에 유리한 상황이었다면, 그는 굳이 표정을 감추지 않았을 것이다.
1차전에도 그랬지만, 리오넬 메시에게 김다온은 지금까지 해 왔던 플레이 외의 것들을 해야 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혹은 같은 동작과 과정이라고 해도, 평소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하거나 말이다.
그리고 메시는 이러한 노력들이, 라 리가 경력 초반 이후로 처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의 자신은 지금보다 훨씬 더 볼을 자주 빼앗겼고, 또 드리블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기도 하여서 다이브로 심판의 눈을 속이려고 든 적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다이브를 할 이유도 없고, 억지로 넘어지기보다는 계속 볼을 가지고 더 나아가는 게 골을 집어넣을 확률을 높여 주는 일이 됐다.
그런 메시에게 김다온은,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걔는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래?”] [“네. 함께한 건 얼마 되지 않지만, 걔는 끊임없이 저를 자극해요. 수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와-우! 저 수비를 내가 이겨 낼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되죠.”]리오넬 메시는 잠깐, 몇 달 전 대표팀에서 처음 만난 제로니모 베가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네 말이 맞았어. 얘는 확실히, 그런 유형이야.’
기쁨으로 인한 전율.
온몸에 닭살이 살짝 돋아나는 것을 느낀 메시가 프리킥이 이뤄지는 지점에서 멀어지며, 표정을 다시 평소의 것으로 되돌린다.
***
@기자석
오늘 경기의 득점은 모두 뜻밖의 상황에서 터져 나왔다.
그래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이목은 경기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상황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레녹스 베이커는 달랐다.
그 역시, 약간의 소름을 느꼈다.
‘굉장해.’
바이에른 뮌헨의 기준으로 오른쪽 수비 진영에서 만들어지는 장면은 말 그대로 수준 높은 축구를 보여 주고 있었다.
흔히 알려진 대로 메시가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이라면, 김다온은 오늘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세상의 유일한 방패처럼 느껴졌다.
메시에게 패스가 연결되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포지셔닝을 보여 주는 한편, 때로는 교묘한 파울로 메시가 무언가를 해 보기도 전에 끊어 버리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야 했던 메시를 뒤에서 슬쩍 밀쳤고, 파울을 순순히 인정하며 다시 수비 위치를 찾아서 움직였다.
“하-! 저 녀석 좀 봐. 비겁하게 나오는데?”
“메시를 막으려면 저렇게라도 해야지.”
“교묘하고 약삭빠른 녀석 같으니.”
주변 기자석에서 나온 이야기에, 레녹스 베이커가 무표정으로 콧방귀를 뀐다.
물론 그들의 말은 칭찬의 의미를 담은 것이었지만, 단순히 교묘하고 약삭빠르다는 말로는 김다온의 수비를 1/10도 설명할 수 없었다.
단순히 포지셔닝만으로 메시를 답답하게 만들어 하프라인까지 낮출 수 있는 풀백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같은 팀의 다니 아우베스라고 해도, 지금과 같은 수비를 보여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저런 메시는…….’
펩 과르디올라 체재에서 펄스나인으로 뛴 메시는, 자주 하프라인으로 내려와 빌드업을 돕고 공격을 이어 주는 플레이를 펼쳤었다.
하지만 MSN이 갖춰진 뒤에는, 메시는 굳이 체력을 소모할 이유가 없게 바뀌었다.
‘오랜만이야.’
이번에는 아예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볼을 연결받는 메시를 보면서, 레녹스 베이커는 오늘의 경기가 어떤 식으로 더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 줄지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