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79)
478화 Underrated (19)
.하프타임
@바르셀로나의 라커룸
‘사색의 길’을 걸어 감독실로 우선 향하는 내내, 바르셀로나의 감독 루이스 엔리케는 많은 고민을 이어 갔다.
전반전은 전술적으로 패배한 45분이었다.
1차전과 같은 두 줄의 플랫 수비를 가져 나온 자신의 전략을 펩 과르디올라가 완전히 공략해 버린 것이다.
메시의 놀라운 활약 속에 네이마르의 두 골로 앞서 나가게 된 바르셀로나였지만, 남은 절반의 시간 동안 바르셀로나가 경기를 주도하려면 전술적 변화는 필수처럼 느껴졌다.
“루이스.”
“……그래.”
선수들이 모두 라커룸에 입장한 것을 전해 들은 루이스 엔리케가 결심을 굳히곤 걸음을 옮긴다.
“후반전, 약간 전술을 바꾸겠다.”
“…….”
루이스 엔리케가 고려 중이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우선 첫 번째, 수비 시에 4-4-2의 형태이던 것을 4-1-4-1로 바꿔 플랫 사이에 한 명의 선수를 추가로 두는 방법이다. 이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흔한 선택지가 된다.
부스케츠를 포백의 앞에 둠으로써, 바르셀로나는 플랫 사이로 향하는 패스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측면 윙어들의 수비 부담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애초에 두 줄의 플랫을 수비 방법으로 택한 것도, 메시를 비롯한 MSN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메시의 요구 사항도 고려해야 했다.
“후반전, 우린 펄스 나인으로 간다. 이유는 상대의 공격 방법 때문이야. 저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수비 라인 사이를 공략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걸 방해하려면, 두 개의 플랫 사이에 한 명의 선수가 더 추가로 있어 줘야만 해.”
자신의 전술적 선택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엔리케는 화이트보드 위에 있는 동그란 자석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눈앞엔, 루이스 수아레즈가 오른쪽 윙어로 포지션을 변경하고 최전방 자리에 메시가 서는 형태의 대형이 만들어졌다.
“리오. 넌 네가 뛰고 싶은 곳에서 뛰면 된다. 그리고 네이마르와 루이스. 너희 둘이 그걸 보고 반응을 해 줬으면 해. 평소와 같다. 전혀 달라지는 것은 없어.”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적 의도를 받아치려면, 포백 앞에 선수를 채우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메시의 수비 부담을 줄이고 그가 원하는 대로 뛸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메시를 펄스나인으로 뛰게 해 프리롤을 부여하고, 네이마르와 수아레즈의 수비 부담을 조금 늘리는 것이었다.
공격의 속도를 평소처럼 가져가지는 못하겠지만, 메시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그건 별로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오늘 같은 메시는 누구도 막을 수 없으니 말이다.
소름 끼칠 정도의 차분한 모습으로 후반전을 준비하는 메시를 보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그가 알고 있는 유일한 세계 최고를 믿기로 한다.
‘설령, 축구의 신이라도 쟤는 막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오히려, 세르히오 부스케츠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쟤가 바로 축구의 신이야. 그러니, 질 리가 없잖아?’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에서 리드를 붙잡은 바르셀로나의 라커룸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
@바이에른 뮌헨의 라커룸
선수들의 앞에 서기 전, 펩 과르디올라는 감독실 안을 서성이며 많은 고민을 했다.
화를 내야 할까?
실수를 질책할까?
하지만 그건 너무 가혹한 건 아닐까?
사실 전반전은, 이보다 더 잘할 수 없다 싶을 만큼 잘 뛰어 주었던 45분이었다.
그렇지만 분명 몇몇 실책들은 있었고, 그것은 실점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만약 평소였다면, 펩 과르디올라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런 부분들을 지적했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망설여졌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점수를 제외하고 본다면, 올 시즌 중 카탈루냐의 클럽이 가장 고전한 45분을 선물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펩 과르디올라는 선수들을 질책하는 일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
“…….”
분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김다온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펩 과르디올라는 마지막 결심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무언가를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팀의 좋지 못했던 부분을 알면서도 그것을 넘어간다는 건, 달리 말해 상대의 전력이 좀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행위였다.
아무리 더 완벽하게 해 봤자,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표현 말이다.
한데 지금 김다온이 보내오는 눈빛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나빴기 때문이 아닌, 강팀이 약팀을 상대하다 실수로 리드를 허용했을 때의 바로 그런 것이었다.
특히 수비수의 입장에서는 실점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고, 그는 전반전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았다.
많은 의미를 내포한 바로 그 눈빛 때문에, 펩 과르디올라는 선수들의 앞에 서서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그러곤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패배가 두려운가?”
“?”
“난 그렇다.”
“…….”
라 마시아 시절 펩 과르디올라는 유스팀 경기에서 패배하고 돌아온 날이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기숙사 방의 창가에 서서, 달빛에 비추어진 어두운 피치를 지칠 때까지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울분은 정식 프로의 세계에 접어든 이후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 바뀌었다.
패배 이후 자신의 모습과 밀려들 감정들을 잘 알고 있기에, 그것에서 어떻게든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도망쳐도 펩 과르디올라는 숱한 패배를 겪어야 했고, 그중 일부는 쉽게 견디기 힘든 참혹한 현실을 가져다주었다.
“이 감정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더군. 패배란, 정말이지 개똥 같은 것이다.”
“…….”
“우리는 잘했다. 전반전에 아주 잘했다고. 하지만 충분하지는 못했지. 바르셀로나에 우위를 점하기엔 충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1:2의 스코어가 그걸 알려 주고 있군.”
감춰 두려고 했던 솔직한 기분을 말하는 것을 시작으로, 펩 과르디올라는 제대로 된 피드백을 가하기로 한다.
전반전에 나온 두 개의 실점 과정에서 나온 실수와 뒤진 이후 남은 십여 분 동안 바르셀로나에 전혀 위협을 주지 못한 모습들을 질타한 것이다.
특히 전반 마지막 15분은 가장 신랄했다.
“메시가 너희를 겁먹게 만들었더군. 내 눈엔 마치, 겁에 질린 다섯 살 꼬마 같았다.”
1:2가 된 이후 바이에른 뮌헨은 쉽게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다. 분명 앞으로 볼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러지 못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
전반 33분 볼을 소유하며 총 11차례의 패스를 보낸 빌드업과 전반 41분 총 13번 패스를 돌렸음에도 하프라인을 넘지 못한 것이 그것을 증명했다.
또 전반 45분에는 김다온이 높이 전진해 패스를 보내라고 손을 들어 올렸지만, 당시 볼을 잡았던 슈바인슈타이거는 센터백에게 패스를 돌리는 선택을 했다.
결국 그대로 전반전은 끝나 버렸고, 화가 난 김다온은 오른발을 강하게 구르며 동료에게 불만을 토해 냈었다.
“전반전 피치 위에서 개새끼는 다온 혼자뿐이었다.”
“…….”
“모든 축구 경기가 그렇다. 승리하려면 기꺼이 개새끼가 될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너희는 마지막 순간에는 싸우려고 들지 않았다. 1:2로 끝나면 우리에게 뭐가 남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패배라는 녀석이 달려와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을 빼앗아 가겠지.”
“…….”
“결과를 만들지 못해도 좋다. 패배해도 좋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것을 빼앗는 동안, 멍청하게 손을 놓고 있지는 말자. 우린 싸워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우리에게 박수를 쳐 줄 거니까. 우린 전반전 7만의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TV로 보는 사람들까지 더하면 그 몇천 배는 되겠지…… 슬프군.”
슬프다는 말을 끝으로 과르디올라가 라커룸을 떠나자, 내부엔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그들의 감독이 팀 토크에서 전술이 아닌 감정을 말할 때면, 항상 묵직한 메시지와 여운이 긴 울림이 뒤따랐다.
오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전반전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믿은 선수들 중 몇몇은, 부끄러움으로 인해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겁먹었음을 인정했다.
‘병신 같아.’
전반전 마지막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김다온이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외면해 버렸다.
당시의 생각은 이대로 전반을 끝내면, 하프타임 때 펩 과르디올라가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을 말해 줄 것 같았다. 실점이야 아쉬웠지만, 1:2는 나쁘지 않은 점수였다.
후반전에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스코어였고, 팀의 경기력은 오늘 무척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전반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후우~”
슈바인슈타이거가 숙였던 고개를 들며, 땀으로 젖은 머리를 손으로 쓸어 올린다.
지금 그의 시선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유니폼을 갈아입는 김다온에게 닿아 있다.
Mia san Mia.
슈바인슈타이거는 김다온을 보며, 우리는 우리라는 바이에른 뮌헨의 철학을 떠올린다.
‘그걸 보여 주고 있었던 건, 결국 너 혼자뿐이었네. 그래. 네가 바이에른 뮌헨이었어. 부끄럽게도, 나나 다른 사람들은 이 유니폼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충분히 뛰지 못했어.’
곁에 놓인 새 유니폼을 내려다보는 독일의 캡틴.
그는 다시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낀다.
2년 연속 트레블과 월드컵 우승이라는 위업. 그리고 새로운 여자 친구와의 미래를 계획하는 과정 속에서 사라져 버린 투지(鬪志)가 다시금 생겨난 것이다.
‘너에게만 맡길 순 없지.’
과르디올라의 팀 토크와 그로 인해 다시 보게 된 김다온의 활약이, 그로 하여금 기꺼이 개새끼가 되겠다는 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는, 슈바인슈타이거처럼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다른 뮌헨 선수들에게서도 나타난다.
‘겁을 먹었다고? 대체 누가?’
‘난 꼬마가 아니야.’
‘우린 더 잘해야 해.’
이제 승패는, 양 팀 선수가 모든 것을 토해 낼 마지막 45분에 달리게 되었다.
***
·후반 02분
바이에른 뮌헨 1 : 2 바르셀로나
하프라인 부근에서의 헤더 경합 상황.
네이마르가 갑자기 비명을 내지른다.
“으아아악-!!!”
삐—익!!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몸 어디에도 닿는 느낌이 없었던 나는 클라텐버그에게로 다가가며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No, no, no, no! 안 맞았다고요.”
“…….”
“엥?”
하지만 엉뚱하게도, 클라텐버그가 향한 곳은 바스티 쪽이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고, 그제야 나는 넘어진 네이마르를 보았다.
‘뭐야? 피?’
코피가 난 것인지, 얼굴을 감싸 쥔 네이마르의 손가락 사이로 붉은빛이 흘러내리고 있다.
바스티는 클라텐버그에게 고의가 아니었다는 말을 했지만, 파울이라는 것은 인정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후로도 계속, 바스티는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을 넘어뜨리고 그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몇몇은 같은 동료인 내가 보기에도 눈살이 살짝 찌푸려질 만한 행동이었지만, 우려가 되기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조금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저런 바스티는 정말 오랜만에 본다.
쿵-!
‘우~ 저건 좀 아프겠다.’
지금도 이니에스타가 공중 볼을 경합하다 떨어졌고,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크게 분노하며 마크 클라텐버그 주심에게 바스티의 행동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금방의 플레이를 정상적인 범주라 규정했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스로인을 재차 확인할 뿐이었다.
주심의 곁에서 양말을 끌어 올리며 눈치를 살피던 바스티가, 괜찮다 싶었는지 수비 진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왜?”
“아니, 그냥.”
“??”
“나는 네가 아나를 만나면서 합법적으로 거세가 된 줄 알았거든. 그런데 오해였나 봐.”
“하-! 꺼져.”
“큭큭큭큭.”
후반전 완전히 달라진 바스티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니, 나빴었던 기분이 많이 괜찮아졌다.
아무래도, 펩의 팀 토크가 주요했나 보다.
‘하여간, 대단한 사람이라니까?’
이제 동료들이 자기 몫을 하기 시작했으니, 나도 전처럼 내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담은 건, 전반전 두 차례의 환상적인 플레이로 우리 모두를 겁먹은 꼬마 아이로 만든 바르셀로나의 10번이다.
‘펄스나인인가?’
후반 5분까지 지켜본 결과, 리오넬 메시는 후반전 윙어가 아닌 펄스나인으로 뛰는 것 같았다.
‘전반부터 그랬으니까, 뭐.’
사실, 메시가 그런 식으로 뛸 줄은 전혀 몰랐다.
물론 3년 전까지만 해도 윙어보다 세컨드스트라이커에 더 가까운 모습이기야 했지만, 펩이 떠난 후의 메시는 체력을 좀 더 보존할 수 있는 쪽으로 스타일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지금도 보면, 메시는 볼을 받기 위해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가 있다.
‘바로, 그거라고.’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지만, 난 오늘의 메시가 월드컵이나 지난 1차전 때의 그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1:1로 정면승부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면 그것대로 즐겁겠지만, 지금처럼 존재 그 자체로 위협이 되는 모습이 벤피카 시절 나를 박살 내고, 어수룩한 도발에 플레이로 답하던 메시에 훨씬 더 가깝다.
그리고 나는 그런 리오넬 메시를 좇았던 거다.
‘당신은 부디 늘 최고로 있어 줬으면 해.’
이런 생각을 끝으로 메시에게서 눈을 돌린 나는 전반전보다 훨씬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바르셀로나의 빌드업을 추적했다.
낮아진 부스케츠의 위치가 그 이유인 것 같다.
‘……이래서 당하면 안 좋은 거야.’
종합 전적 3:4의 우위를 점한 바르셀로나이기에, 전술적으로 훨씬 더 여유 있는 상황이 됐다. 전반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이다.
부스케츠를 내렸을 때 발생할 단점들을 감내하게 된 것도, 이런 여유가 밑바탕이 되었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거기까지.’
루이스 엔리케가 택한 변화는 현재의 리드를 지키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수비적이 되었다는 뜻이며, 이는 반대로 우리가 라인을 높여도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MSN를 두고 뒷공간을 열어 둔다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겠지만, 이미 1차전에서도 그랬는데 못 할 건 또 뭔가 싶다.
후반전 7분.
다소 부정확했던 마스체라노의 패스가 그대로 바스티에게 도착한 순간, 나는 사이드라인으로 벌리면서 달려 나갔다.
그러자 이를 본 람이 오른쪽 공격 진영 하프스페이스로 움직였다. 바스티는 센터서클 주변으로 이동한 베르나르두를 찾았고, 축구공은 그를 거쳐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베르나르두를 압박하기 위해 부스케츠가 잠깐 전진을 하면서, 필리프를 향해 달려들 수 있는 수비수는 둘이 되었다.
수비에 가담한 네이마르와 왼쪽 풀백 조르디 알바.
그리고 이 둘은 날 견제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상대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 있는 위치.
람은 바로 내게 패스를 보내는 대신 영리하게 볼을 끌며 수비가 좁혀 들도록 만들었고, 그래서 내 쪽으로 볼이 돌았을 땐 주변 공간이 처음보다 훨씬 더 넓었다.
전반전 몇 번이나 나는 이 위치에서 얼리크로스를 시도했었고, 그때마다 바르셀로나의 수비는 크게 흔들렸었다.
‘쫄기는.’
패스를 받자마자 크로스를 시도할 포지션으로 축구공을 가져다 두자, 다급히 리커버리를 왔던 조르디 알바의 발이 멈췄다.
얼리를 보낼 거라고 생각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크로스가 뻗어 나갈 수 있는 진로를 막아서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난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
지금 이렇게 포지션을 가져간 건, 조르디 알바가 이렇게 반응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비수가 달려오다 발을 멈춘 순간, 뒤를 돌아 다시 달려 나가는 일은 몇 배는 더 힘들어진다. 특히 지금처럼 크로스를 예상 중이라면, 드리블에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기가 어렵다.
슬쩍 박스 안을 바라보는 것으로 한 번 더 속임수 동작을 주었던 난, 왼발을 축구공 옆으로 가져간 뒤에 뒤따르는 오른발을 부드럽게 스윽 밀어 버렸다.
툭-
“!”
오른발 안쪽으로 축구공을 앞으로 밀어 내며, 바르셀로나의 왼쪽 진영으로 파고 들어간다.
예상대로 조르디 알바의 반응은 한참이 늦었고, 덕분에 난 한 차례 사이드라인을 따라 축구공을 밀어 넣은 후 다음 경로를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어느새 흰색 라인이 눈에 들어오고, 그것을 지나치는 순간 왼쪽 앞에서 피케가 등장했다.
좋은 포지셔닝.
좋은 커버.
‘예상했던 거잖아.’
알바를 따돌리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나는 피케의 커버까지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긴 다리를 잘 활용한 훌륭한 태클 능력과 공격수의 다음 선택지를 잘 예측할 정도로 뛰어난 머리도 지녔다. 거기에 빌드업까지 최상급이라, 단점이란 것을 사실상 찾기 어렵다.
종종 경기에 집중을 못 하는 모습을 보이며 폼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것만 빼면, 축구가 요하는 거의 완벽한 센터백이다.
지금도 그는 섣부르게 접근을 하는 대신, 컷백을 보낼 수 있는 경로를 막는 선에서 내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위치를 정확히 찾아냈다.
물론 내가 더 골대에 접근을 한다면 달려들겠지만, 이 정도 위치에서는 가장 완벽한 포지셔닝이다.
어차피 열어 놓은 곳은 테어 슈테겐이 막고 있고, 슈팅을 하기에 썩 좋은 각도도 아니긴 했다.
‘이럴 거라고 생각했어.’
수비만 잘한다는 편견과는 달리, 파올로 말디니는 과거 몇 번의 득점을 만들어 낸 후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나라면 그렇게 수비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수비를 공략하는 일이 쉬웠다.”]그는 수비수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공격 영역에서 발휘, 공격 상황에서도 놀라운 기술과 판단 능력으로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을 몇 번이나 보여 줬다.
말디니의 영상과 플레이를 보며 많은 참고를 했었던 나도, 그런 식으로 공격을 풀어 나가고 있다.
개성이야 각기 다르다지만, 어쨌든 수비수가 특정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정해져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행동은 많은 이들에게 더욱 의외로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골대를 슬쩍 확인한 뒤, 오른발을 가볍게 움직여 축구공의 아랫부분에 가져간다.
툭-
빠르지 않은 속도로 떠오른 축구공이 반대편 골포스트의 앞쪽을 향해 날아가고, 순간 얼음이 되어 버린 피케는 놀란 눈이 되어 볼의 궤적을 쫓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급히 가까운 쪽 골포스트에서 벗어난 테어 슈테겐이 위치를 찾아 움직였을 때, 볼이 떨어지는 곳에서 나타난 레반도프스키가 홀로 붕 떠올라 이마를 축구공에 가져갔다.
모두가 컷백 혹은 강한 슈팅이나 패스를 예상했을 때, 오직 레비만이 이런 내 의도를 눈치채고 있었다.
어째서냐고?
‘그야.’
깔끔하게 헤더를 성공시킨 후 내게 달려드는 레비를 안아 들며, 나는 후반 시작 전에 나눈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
작가의 말 ? 거의 8시간을 매달렸는데, 글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뽑히지를 않네요.
요즘 스스로 나태해진 것 같아 채찍질을 좀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사죄의 의미로 스스로 통조림에 들어갈까 합니다.
16일과 23일도 2연재 하겠습니다.
보름 정도 쭉 달리면서 글 페이스를 좀 올리겠습니다.
사식(애정) 많이 넣어 주세요.
그럼.
정신 잡고 내일 다시 2연재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