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80)
479화 Underrated (20)
후반전을 앞두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복도에 하나둘 양 팀의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이봐.”] [“?”]2013/14 시즌, 분데스리가 입성 후 처음으로 득점왕이 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바이에른 뮌헨 이적 당시 굉장한 기대를 받았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도 충분히 좋은 클럽이지만, 뮌헨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뮌헨에서 재회하게 된 마리오 괴체는 오직 디터 뮐러(Dieter Muller)만이 보유하고 있는 ‘단일 시즌 분데스리가 30골’을 올해 넘어설 수 있을 거라고 호언장담하며 레반도프스키에 대한 믿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레반도프스키의 뮌헨 데뷔 시즌은 절반 정도의 성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기마다 커다란 기복을 보여 주며 손쉬운 득점 기회를 수차례 놓치는가 하면, 존재감도 없이 사라져 아예 피치 위에서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나마 로베리(로벤+리베리)의 이탈 후 집중적인 지원을 받아 빠르게 득점을 쌓아 나가기는 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관계자와 팬들이 기대했던 모습과는 분명 거리가 멀었다.
레반도프스키 스스로도, 자신의 뮌헨 데뷔 시즌 성적을 50점 정도라 말한 이유다.
[“헤딩할 수 있겠어?”] [“뭐? 그게 무슨 뜻이야?”] [“아니, 그냥. 마스크가 헤더를 방해할까 봐.”] [“……지금 날 놀리는 건 아니지?”] [“설마-.”]그렇지만 레반도프스키는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삶을 충분히 즐기는 중이었다.
다양한 이유로 자신을 홀대했던 보드진도 없고, 위르겐 클롭에 이어 펩 과르디올라에게 축구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무척 기쁜 일이었다.
또한 217,895유로(약 2억 9천만 원)에 달하는 주급 역시, 도르트문트에서 받던 금액의 약 2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세계 최고라 말할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르트문트에서 함께한 동료들 역시 뛰어난 축구선수지만, 그들과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 사이에는 분명한 격차가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로 다가와 이야기를 거는 이만 하더라도, 21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의 실력자였다.
그. 아니, 김다온은 레반도프스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자신이 박스 안으로 침투했을 때의 동선을 말하고 있었다.
[“멀리 돌아 뛰라고?”] [“응. 컷백 위치에서 반대편으로 뛰어 줬으면 해.”] [“…….”]내일 아침 해는 동쪽에서 뜰 것이라는 것처럼 말하는 김다온을 보며, 레반도프스키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많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자신감에 의문을 가지거나, 아니면 그게 실제 일어날 일이든 아니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답하는 것이 전부였다.
짧은 순간의 망설임이 레반도프스키의 입을 다물게 만든 순간, 어깨에 얹었던 손을 가슴팍으로 가져가 두드린 김다온이 뒤를 돌아 계단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결국 레반도프스키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필리프 람으로부터 패스를 받은 김다온이 박스 안으로 침투한 순간 그는 홀린 것처럼 하프타임 때 들은 말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레반도프스키는 경기를 다시 동점으로 이끈 팀의 두 번째 득점을 기록해 버렸다.
득점 후 김다온을 가리키며 달려 나간 레반도프스키가, 동료의 어깨를 짚고 올라타며 크게 소리를 내지른다.
“이야아아아아-!!!”
.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Oh- What a goal!! Would you believe it?!?! 레반도프스키의 헤더!! 앞서나갔던 바르셀로나! 하지만 후반 6분! 바이에른 뮌헨이 다시 동점을 만듭니다! 이제 양 팀의 스코어는 4:4입니다! 완벽한 균형을 이뤘군요!”
(대런 플레처) – BT Sports 해설위원
“멋진 기술의 향연이었습니다. 특히 다온이요. 드리블을 시작하기 전, 조르디 알바를 완벽히 속였습니다. 크로스를 올릴 거라 생각하도록 만들었죠.”
(이안 다크)
“13번째 어시스트입니다! 그것도 챔피언스 리그에서만이요. 저 친구는 기계입니다!”
(대런 플레처)
“마지막의 저 패스. 저 패스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발을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오직 레반도프스키만이 거기에 반응했죠. 서로가 통한 겁니다. Great Play. And Beautiful Goal.”
***
·후반 14분
바이에른 뮌헨 2 : 2 바르셀로나
축구선수들은 9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그것들은 개인의 퍼포먼스와 특정 상황에서의 판단 능력 등에 종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오오-!!”}
그리고 이는 축구가 ‘멘탈 스포츠’이자, 축구팬들이 이것을 [“흐름이 가장 중요한 경기.”]라 설명하는 이유다.
전형을 4-1-4-1로 바꾼 이유가 빠르게 사라져 버린 바르셀로나는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전방 압박에 고전하며, MSN에게로의 볼 연결이 잘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앞쪽에서 볼을 끊어 낸 바스티가 드리블을 조금 이어 가다,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비록 득점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현재의 흐름이 어떤지를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후우- 어서 추가골을 넣어야 해.’
전광판의 시계를 잠깐 쳐다보았던 나는, 네이마르와 메시의 위치를 눈에 담은 뒤에 골킥이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분위기상, 평소처럼 짧은 패스는 힘들 것이다.
파앙-!!
‘역시.’
전방 압박이 부담스러운 테어 슈테겐이 길게 볼을 보내고, (바르셀로나 기준)오른쪽 측면의 수아레즈를 겨냥했던 골킥은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나 버린다.
곧바로 경기장 내에서는 박수와 함성이 울려 퍼졌고, 이어지는 응원가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데 목적이 있다.
{“Auf geht’s bayern! / 가자 바이에른!
Schieß ein Tor~ / 골을 넣자~
Schieß ein Tor~ / 골을 넣자~
Schieß ein Tor~ / 골을 넣자~”}
그리고 그 리듬에 맞춰, 팀 전체도 조금씩 더 활기를 찾아가는 중이다.
“여기-!!”
2:2 동점이 된 이후 가장 활약이 좋은 사람을 말하라면, 아무래도 그건 베르나르두다.
녀석은 활동 범위를 조금 더 넓혀 아래쪽까지 내려서는가 하면, 금세 또 바르셀로나의 플랫(Flat) 사이로 들어가 펩이 바라는 플레이를 수행했다.
라볼피아나(Lavolpiana)가 된 부스케츠와 가장 자주 부딪히는 것도 저 녀석인데, 간결한 드리블과 좋은 위치로 몸을 가져가는 것으로 볼을 빼앗기지 않고 있다.
과장을 많이 섞어서 말하자면, 좁은 공간에서 드리블로 볼을 지켜 내는 건 메시와 동급이다.
펩이 저 녀석을 영입했던 이유랄까?
만약 토니가 클럽에 남아 있었다면, 베르나르두와 함께 ‘볼을 빼앗기지 않는 듀오’로 평가받았을 수도 있다.
흐름을 읽고 길을 터 주는 토니와 그것보다 훨씬 더 좁은 갈래의 플레이를 펼칠 줄 아는 베르나르두의 조합은, 다른 사람들의 축구를 몇 배나 더 쉽게 만들어 줬을 게 틀림없다.
“베르나르두!!”
“!”
베르나르두가 저렇게 중앙에서 두세 명의 수비수를 달고 볼을 지키게 되면, 해당 공간을 중심으로 주변 어딘가에는 틀림없이 비는 곳이 생긴다.
그것은 때론 한 군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처럼 두세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베르나르두의 부담이 덜해질 수 있도록 측면으로 벌려선 람이 시선을 끌어 주는 사이, 녀석의 뒤쪽으로 접근한 나는 하프라인 바로 앞으로 전진해 패스를 요청했다.
현재 이 주변엔 나 혼자뿐이다.
파앙-
베르나르두의 백패스가 나의 발밑에 도달하고, 트래핑 때 의도적으로 축구공을 살짝 떨어트려 둔 나는 반대편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오른발을 휘둘러 길게 패스를 보냈다.
그곳엔 다니 아우베스와 경쟁하고 있는 레비가 있었고, 체격의 우위를 앞세운 그의 헤더는 뮐러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좋은 경합으로 슈팅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페널티박스 안 왼쪽 골라인 앞쪽에서 볼을 잡은 뮐러는 다양한 옵션을 확인한다.
다시 레비에게 패스를 보내면 뒤로 크게 돌 수밖에 없으니, 딱히 좋은 선택이라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가까운 쪽 박스 바깥에서 접근하는 바스티에게 볼을 연결해 중거리 슈팅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일단 반대편에서 달려드는 베르나르두와 필리프를 겨냥하는 게 좋다.
그것도 아니라면.
‘오-!’
{“우오오오-!!”}
자신감 있게 1:1 돌파를 시도한 뮐러가 마스체라노를 벗겨 내고, 니어포스트를 겨냥한 슈팅을 날리지만 그물이 출렁인 이유는 옆쪽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먼 쪽을 겨냥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가도, 뮐러의 상황에서는 최선이 아니었을까 싶어 상황을 납득해 본다.
또 한 번 바르셀로나의 골킥으로 경기가 이어지고, 이번엔 피케를 겨냥해 짧게 볼을 보내지만 우리의 전방압박에 바르셀로나의 라인은 후퇴하고 있다.
부스케츠가 어찌 레비를 따돌리며 메시에게 패스를 보내지만, 근처에 있던 사비가 파울로 미리 차단을 해 버린다.
넘어져 뒹구는 메시.
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
(야고 칸테로) – 스페인 Mediapro 코멘테이터
“메시가 바닥을 뒹굽니다. 파울. 사비 알론소. 확실히 이 남자는 메시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부터 숱하게 만나 왔을 테니까요.”
(산드로 카날레스) – Mediapro 해설위원
“바이에른 뮌헨이 경기를 다시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에 이어질 골이 정말 중요해졌고, 그게 만약 뮌헨 쪽에서 나온다면 결정적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야고 칸테로)
“3시즌 연속 트레블에 도전 중인 바이에른 뮌헨입니다. 이건 정말 엄청난 기록이죠.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이를 저지하길 바랍니다. 그렇지만 1차전 90분에 이어 2차전도 60분이 지나가는 현재, 양 팀은 여전히 팽팽합니다.”
***
{“—-!!!!”}
{“—!!!”}
“…….”
“…….”
지축이 들썩거린다고 느껴질 만큼, 피치는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함성으로 뒤덮인 알리안츠 아레나는 이제 막 TV를 켠 사람들에게도, 현재 누가 우위를 점했으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말해 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형광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 대부분은 고개를 푹 숙였다.
믿기지 않는 현실.
이제 그들은.
‘이겼어야 했어.’
지난 1차전 마지막 1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
.
·후반 36분
바이에른 뮌헨 3 : 2 바르셀로나
(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뮐러어어어-!!! 역전!! 다시 앞서나가는 바이에른 뮌헨!! 5:4!! 오-! 이건 정말이지 명승부입니다!! 후반전 완전히 주도권을 손에 쥔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이번에도!! 다온의 발끝에서 골이 만들어집니다!! 파고드는 토마스 뮐러를 정확히 찾아내 패스를 보냈죠. 14어시스트!! 이 기록은,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겁니다!!”
(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 해설위원
“그는 정말이지 놀랍습니다. 네이마르를 틀어막았고. 공격에서는 오늘만 벌써 두 개의 어시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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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챔피언스 리그 결승까지 한 걸음을 남겨 둔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21살 청년 김다온이 있습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이야~ 이렇게 되면,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 리그 4강 득점 중 80%가 김다온의 발끝에서 만들어졌죠? 첫 번째 경기에서 1골 1개의 어시스트. 그리고 오늘은 어시스트만 두 개째입니다.”
(배정세)
“지난 시즌에 이미, 대한민국 역대 최다 챔피언스 리그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던 김다온입니다. 그리고 올 시즌에만 벌써 챔피언스 리그 14번째 어시스트입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김다온! 아니 어쩌면,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선수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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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의 세 번째 득점이 바르셀로나의 남자들을 침묵시킨 가운데, 멍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루이스 엔리케는 자신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올 시즌 현재까지, 바르셀로나는 리그와 국제무대 등을 통틀어 총 4번의 패배를 경험했다.
그리고 그중 단연코 가장 힘들었던 승부는, 레알 마드리드와 가진 2014/15 시즌의 첫 ‘엘 클라시코’였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원정에서 1:3으로 패배했다.
선발로 출장한 세 명의 공격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카림 벤제마/제로니모 베가에게 차례대로 실점하며,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완패를 당했던 것이다.
‘그때도 이랬던가?’
자신을 향한 회의론이 고개를 틀기 시작한 계기가 된 경기를 회상하며, 루이스 엔리케는 잠깐 인상을 찌푸렸다.
‘아냐. 그때도 이러지는 않았어.’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엔리케가 앞으로 나아가, 침울해진 선수들을 향해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다행히도, 선수들은 거기에 응했다.
“아직 경기는 한참 남았어!! 힘을 내라!!”
“그래-!! 아직 할 수 있어!!”
반응이 만족스러웠던 루이스 엔리케가 벤치로 돌아왔고, 그는 바닥에 놓인 물병을 하나 집어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꿀꺽-
목을 축인 후, 엔리케는 곁에 앉은 이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어.”
“……왼쪽 말이로군.”
“그래.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
딱히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던 조안 바르바라(Joan Barbara)가 침묵하는 사이, 바르셀로나의 감독은 혼잣말과 비슷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뱉었다.
“네이마르. 메시. 수아레즈. 누구도 오늘 저쪽에서 기회를 만들지 못했지. 돌파는 해냈지만, 결정적인 장면으로는 연결하지 못했어. 대체 이런 경기가 얼마 만이지? 이전에도 난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챙겨 봤네. 펩의 시절부터는 거의 매 경기를 보았지. 하지만 어떤 경기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어.”
오늘 바르셀로나의 왼쪽 라인 성적은 1차전보다도 훨씬 더 처참했다. 방송사들이 기록한 공격 비중에 있어서도 17%에 불과했고, 이는 평소보다 40%가량 낮은 수치였다.
메시를 펄스나인으로 내린 것이 실수였다고 판단해 후반 18분부터는 다시 전반전과 같은 전술로 바꿨지만, 이후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새 네이마르는 김다온의 앞에서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조르디 알바 역시 공격이 차단되었을 때를 우려해 전진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나마 메시가 6:4 정도로 김다온을 뚫어 내는 것에 성공했지만, 막상 박스 주변에서는 4:6 정도의 느낌이었다.
코스타스 마놀라스와 사비 알론소의 백업 역시도 뛰어났기에, 김다온을 돌파하더라도 다음 과정으로 연결하는 일이 그리 수월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가 비기거나 패했던 패턴과는 확연히 달랐지만, 그래서 더 엔리케는 당혹스러웠다.
“…….”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어느새 후반전도 정규시간 5분을 남겨 두게 되자 조급해진 바르셀로나 선수들 쪽에서 실수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손쉬운 패스가 엉뚱한 곳으로 빗나가는가 하면, 불필요한 파울로 상대가 시간을 버는 것을 허락했다.
지금만 하더라도 다니 아우베스의 패스가 부정확했고, 어떻게든 볼을 살리려던 메시가 제롬 보아텡에게 파울을 범한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다시 또 흘러가는 시간.
무엇이든 해야 했던 루이스 엔리케가 필사적으로 소리치며 힘을 불어넣어 보려고 했으나, 이제 흐름은 온전히 바이에른 뮌헨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에게 믿을 건 메시밖에 없었다. 그러나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거리를 뛴 그는 지쳐 보인다.
리오넬 메시의 가장 큰 단점인 체력과 집중력의 빠른 고갈이, 지금 그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 역시, 메시가 지닌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팀원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다면, 리더는 표정을 숨길 줄도 알아야 했다.
하지만, 메시는 지친 얼굴로 굳게 입을 다물고만 있다.
‘빌어먹을.’
패배를 예감하고 있는 11명의 선수 모두에게 힘을 불어넣기엔, 루이스 엔리케 혼자만의 힘은 많이 모자라 보인다.
잠시 뒤, 다시 한번 불려오는 휘슬.
삐—익!!
김다온의 뒤꿈치를 밟은 네이마르에게 경고 카드가 주어지자, 짙은 패배감이 엔리케의 어깨에 내려앉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