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84)
483화 Underrated (24)
.2015.05.23. 경기결과(Bundesliga 34R)
바이에른 뮌헨 4 : 0 마인츠
[골] 토마스 뮐러 : 전반 15분(김다온)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22분(베르나르두 실바)
제롬 보아텡 : 전반 37분(사비 알론소)
김다온 : 후반 46분(F.K)
김다온 ? 94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1.5/MoM)
***
2015년 5월 30일. 14053 베를린, 독일. 올림피셔 플라츠 3.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
·경기 시작 5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볼프스부르크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디에고 베날리오
RB ? 김다온 / RB ? 비에이리냐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티모 클로제
CB ? 제롬 보아텡 / CB ? 나우두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DM ? 사비 알론소 / CM ? 막시밀리안 아르놀트
CM ? 필리프 람 / CM ? 루이즈 구스타보
CM ? 티아고 / RAM ? 다니엘 칼리지우리
RW ? 토마스 뮐러 / CAM ? 케빈 데 브라위너
LW ? 베르나르두 실바 / LAM ? 이반 페리시치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바스 도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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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다가도, 불현듯 불쑥 하나씩 튀어나오고는 했다.
아쉬움이라는 녀석 말이다.
오늘 오후 베를린에 도착한 뒤 호텔에 짐을 풀 때, 나는 완벽한 시즌의 마무리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2014/15 시즌을 정리하는 상대인 볼프스부르크는 시즌 첫 번째 상대였고, 이곳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은 6월 6일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펼쳐질 장소였다.
만약 우리가 바르셀로나에 승리를 거뒀다면, 바로 이 장소에서 트레블을 위한 마지막 두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도 있었다.
꽤나 감성적인 일이자, 두고두고 동료들과 이야깃거리로 써먹을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입장합니다-!!!”
“후우~~”
우리는 ‘트레블’이 아닌 ‘더블’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오늘을 끝으로 당분간, 축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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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렌 한케) – ZDF 코멘테이터
“대장정의 마지막입니다.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볼프스부르크. 이 두 개의 팀이 DFB-포칼 마지막 단계에서 만났습니다. 지난 12일 바르셀로나에 패배한 바이에른 뮌헨. 이후 포칼 우승에 대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특히 다온은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하겠다고 약속했죠. 그리고 볼프스부르크. 놀랍도록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습니다. 분데스리가 2위. 시즌 전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죠. 케빈 데 브라위너. 이 친구가 볼프스부르크의 핵심입니다.”
(마르쿠스 노이만) – ZDF 해설
“현시점 가장 강력한 Fußballer des Jahres의 후보입니다. 다온이 후반기에 강하게 치고 올라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케빈 데 브라위너가 조금 앞서 있습니다.”
(쇠렌 한케)
“올 시즌 분데스리가 어시스트 1위입니다. 그리고 2위가 바로 상대팀의 다온입니다. 독일 리그에서 가장 젊고 뛰어난 재능 둘이 오늘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에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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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권위 있는 대회의 결승전답게, 무대는 무척 화려하게 꾸며졌다.
양 팀 클럽의 심벌을 본뜬 거대한 크기의 걸개를 대규모의 인원이 펼쳐 들었고, 그 사이엔 더욱 큰 사이즈의 DFB 로고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위치를 찾아서 늘어섰을 때, 군악대가 독일의 국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곧 올림피아슈타디온은 거대한 합창으로 가득해졌다.
{“Einigkeit und Recht und Freiheit…….”}
(통일과 정의와 자유를…….)
분데스리가가 끝난 뒤의 일주일, 우리는 정말 심혈을 기울여 오늘의 경기를 준비했다.
독일 내에서 가장 강한 경쟁자이자 시즌 내내 가장 좋은 전력을 보인 클럽이었기에, 챔피언스 리그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임해 왔다.
그리고 또.
‘깜짝 이벤트도 있거든.’
{“Bluhe, deutsches Vaterland!”}
(피어나라 독일, 조국이여!)
국가의 연주가 끝나고, 앞에 놓여 있던 DFB-포칼 트로피가 한 아이의 손을 거쳐 DFB(독일축구협회)의 관계자에게로 전달되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근사한 몸매의 여성이 달라붙는 드레스를 입고 저 위치에 서 있었다.
다들 그녀의 엉덩이에 정신이 팔려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이, 이제 와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크큭. 병신들.”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가자.”
“어? 아- 그, 그래.”
사전행사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경기 준비에 나선다.
우선 그 시작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심과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는 일이다.
어제 각자의 홈그라운드에서 있었던 사전 인터뷰 때, 볼프스부르크의 감독 디터 헤킹과 주장 디에고 베날리오가 엄청난 의욕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했다.
클럽 역사상 첫 번째 포칼 우승을 볼프스부르크의 시민들을 위해 반드시 따내겠다고 말한 것이다.
반면에 펩과 필리프는 상대적으로는 의욕이 덜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보다 더 승리를 바랄 수는 없다는 걸 말이다.
패배 당시만큼 괴롭지는 않지만, 포칼이라도 들어 올려야 가까스로 다음을 기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린 상처받았고.
그래서 아프다.
삐?익!!
주심 펠릭스 브리히(Felix Brych)의 휘슬과 함께 DFB-포칼 결승전의 막이 오른다.
선축은 볼프스부르크였고, 벤치를 한 번 흘끗 쳐다본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펩을 확인한 뒤에 포지션을 이탈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몇몇의 위치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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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아, 지금은…… 김다온 선수가 중앙 지역에 있죠?”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아, 네. 그렇습니다.”
(한희준)
“휘슬이 울리기 전만 해도 분명 오른쪽 수비 진영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면 김다온 선수가 사비 알론소 선수의 위치에 있고, 사비 알론소 선수의 위치가 평소보다 조금 높습니다. 그리고 필리프 람 선수 역시, 중앙 미드필드가 아니라 오른쪽 미드필드 쪽으로 움직였거든요. 이렇게 되면, 바이에른 뮌헨의 전술은 3-2-3-2 혹은 3-2-2-3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역시 이번에도 승부수를 준비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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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스부르크가 올해 독일 내에서 두 번째로 강한 팀이 된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케빈 데 브라위너다.
현재 그는 작년 겨울부터 맨체스터 시티와 강한 링크가 떴다. 거의 하루에 한 번꼴로 이적 뉴스가 생성되었고, 감독과 단장은 부인하고 선수는 침묵 중인 상태다.
뒤쪽에서 도는 말로는 볼프스부르크가 8천만 유로를 불렀고, 최초 5,500만 유로를 제안한 맨체스터 시티는 자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아마도 다음 시즌엔, 케빈 데 브라위너와 분데스리가에서 상대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온다.’
케빈 데 브라위너가 빌드업의 진행 방향을 따라 몸을 움직이고, 나 역시 재빨리 포지션을 포기하고 그를 쫓아 함께 오른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비게 된 위치는 일단 생각하지 않을 생각인데, 볼이 머무는 위치라든가 경기의 템포에 따라 비게 되는 저 자리를 채워 주는 사람이 달랐다.
경기를 준비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도 이 부분이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했다.
“…….”
역시.
내가 하프라인 주변까지 움직여 케빈 데 브라위너를 1:1로 막아서자, 후방에서부터 시작된 볼프스부르크의 빌드업은 덜컹거리며 부자연스러운 선택지로 이어진다.
전방이 아닌 후방으로 돈 볼이 루이즈 구스타보를 거쳐 왼쪽 윙어인 이반 페리시치에게로 향한 것이다.
하지만 람이 빠르게 압박을 해 볼을 빼앗았고, 역습이 전개될 위기에 처하자 페리시치가 그대로 손을 뻗어 뒤쪽에서 유니폼을 잡아끌었다.
“에에-이!!”
삐?익!!
휘슬 소리가 곧바로 불려 오고, 페리시치를 불러낸 주심이 단호한 몸동작으로 구두 경고를 준다.
옐로카드로 이어졌다면 참 좋았겠지만, 아직 전반 2분도 채 되지 않았기에 만족하려고 한다.
볼프스부르크가 어떻게 반응을 할지 모르나, 일단 펩의 전략은 주효하고 있는 듯하다.
처음부터 나를 중앙으로 보내고 람을 오른쪽 풀백으로 넣는 대신, 이런 방법으로 수비가 작동하도록 만든 이유 말이다.
일단 케빈 데 브라위너가 집중견제를 받게 되면, 볼프스부르크는 높은 확률로 이반 페리시치를 하프라인 부근까지 끌어내려 수비 집중을 분산시키려고 했다.
오른쪽의 다니엘 칼리지우리는 좌우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쓰리백 시스템의 윙백으로도 뛰는 게 가능하지만, 빌드업 능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케빈 데 브라위너가 압박을 받을 경우, 볼프스부르크가 공격을 전개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는 거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페리시치를 낮춰야 했는데, 펩은 필리프를 풀백이 아닌 오른쪽 측면 미드필드처럼 뛰게 함으로써 공격이 아닌 수비가 포지션 우위를 점하도록 했다.
만약 람이 풀백으로 뛴다면 페리시치가 내려서는 상황에서 그의 뒤에 서게 되지만, 오른쪽 미드필드로 있을 경우 반대로 페리시치가 접근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렇게 되면 페리시치는 람이 막아서는 패스 경로를 피해 움직여야 하고, 그는 이럴 때면 높은 확률로 중앙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위치엔 내가 젝서(Sechser/DM)로 이동하면서 전진한 사비가 도사리고 있다.
이렇게 세 명의 위치와 역할을 바꾼 것만으로, 볼프스부르크는 몇 배나 큰 압박을 받을 거라고 본다.
“후우-”
페리시치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은 하프라인 앞 5m 정도 지점이었다. 그리고 키커로 나선 나는, 먼 거리지만 세트피스를 완성하기 위해 손을 들어 사인을 보냈다.
지금은 먼 포스트로 볼을 보내어 센터백들의 헤더를 노린 뒤, 이후 이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
득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지만, 행운이 우리에게로 따른다면 디터 헤킹이 꾸렸을 게임 플랜을 완벽하게 망가뜨릴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삑-!!
“후-”
프리킥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끝나고, 난 한 번 더 손으로 사인을 보낸 뒤에 낮고 빠르게 축구공을 띄워 보냈다.
대략 40도 정도로 떠오른 축구공은 점점 높게 날다, 페널티박스라인 앞에서부터 중력에게 뒤처졌다.
그렇게 떨어지는 축구공이 있는 곳에서 마놀라스가 높이 점프를 했고, 그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은 다시 높게 떠올랐다가 미묘한 위치에서 떨어져 내렸다.
클리어를 위해서 튀어나온 디에고 베날리오가 점프를 해 손을 뻗지만, 뭔가 어설펐던 그의 펀칭은 축구공을 마음먹은 만큼 멀리 보내지는 못했다.
페널티 박스 바깥쪽엔 베르나르두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녀석은 볼을 트래핑한 후 가운데로 곧장 파고들어 갔다.
그리고.
“헤에에에-이!!!”
아까보다 더욱 큰 외침과.
삐—익!!
마찬가지로 더욱 큰 휘슬 소리.
정확히 골라인 한복판을 짚은 주심은 이번엔, 참지 않고 비에이리냐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리는 훨씬 더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의 기회를 잡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겨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동료들은 당연하다는 듯, 내게 킥을 양보한 뒤에 도움이 필요하냐고 질문을 던져 왔다.
“아니. 괜찮아.”
“그래? 그럼 옆에 서 있을게.”
“응.”
벽이 세워지는 곳에서 주심과 볼프스부르크 선수들 사이에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난 뭐가 어떻게 되었든 딱히 개의치 않고 있다.
달려올 때부터, 찰 곳은 정해져 있었다.
‘어서 서 보기나 해.’
특별히 방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볼프스부르크는 연습한 것에 맞춰 벽을 세울 것이다.
베날리오가 선호하는 위치에 벽을 놓아두고, 킥의 위치를 한쪽으로 강제하려고 들 게 틀림없다.
그런 방식이 축구에선 가장 교과서적인 플레이고, 현재까지는 가장 실점 확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후우-”
삐-익!!
치열했던 눈치싸움 끝에 간신히 벽을 세우는 작업이 끝나고, 끝까지 벽에서 눈을 떼지 않는 주심은 뒷걸음질해 달려가며 휘슬을 불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준비를 끝마쳤던 나는, 한 번 더 숨을 내뱉은 후에 발을 앞으로 떼었다.
한껏 긴장한 볼프스부루크의 선수들은 저마다 낭심에 손을 얹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그렇지만 개중엔 용감한 이들도 있었고, 그들은 눈을 부릅떴다.
바로 저들이다.
용감한 이들.
‘저곳이야.’
탁-
슈팅을 차기 전 마지막 한 발을 내디딘 나는 평소보다 오른발의 각도를 더욱 곧게 가져갔다.
지면과 거의 수직이 되어 움직인 오른발은 축구공의 위쪽을 향했고, 쐐기뼈가 축구공의 정중앙을 강타한 순간 볼프스부르크의 선수 중 몇몇이 힘껏 점프를 했다.
“!!”
내가 벽의 위치를 신경 쓰는 대신, 볼프스부르크 선수들의 얼굴을 세심하게 살핀 이유다.
두려움이 있는 선수들은 고통을 피하고자 소극적으로 몸을 움츠릴 것이고,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들은 다쳐도 좋으니 몸을 띄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벽의 위가 아닌 그 ‘아래’를 프리킥이 향할 장소로 정한 것이다.
이런 나의 판단은 완벽히 맞아떨어졌고, 케빈 데 브라위너의 발밑을 통과한 축구공은 디에고 베날리오의 몸을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며 그대로 그물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난 그것을 확인한 후, 착지한 자리에서 몸을 돌리며 주먹을 강하게 휘둘렀다.
당연히.
“바로 이거였다고-!!!!!”
강한 자신감을 담아,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이런 내 주변으로 동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날 얼싸안으며 소리를 내질렀고, 전반전 5분 만에 나온 첫 번째 득점을 기뻐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완벽한 출발.
우린, 완전히 기선을 제압했다.
***
@기자석
김다온의 득점은 올림피아슈타디온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기자석 역시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다.
멀리에서 보기에, 김다온의 슈팅은 점처럼 움직여 영상의 프레임을 재생하듯 순식간이 피치 위를 통과했다.
“몇 KM/H나 나왔을까?”
“그러고 보니, 저 친구가 신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래, 맞아. 190KM/H 이상 아니었어?”
“이런, 젠장!”
실제로 지금의 슈팅은, 속도가 얼마인지 궁금할 정도로 빠르게 날아갔다. 정확한 것은 영상을 봐야 알 것 같았지만, 골이 들어간 뒤에 골키퍼의 고개가 움직였었다.
득점이 선언되고 주심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재개시킨 지금도, 장내의 술렁임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리고 조용히 홀로 전율을 느꼈던 레녹스 베이커는, 2주 전 칼럼을 기고하지 않은 것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크게 후회할 뻔했어.’
마지막 순간 원고를 다른 것으로 바꾸었던 건, 제출을 정확히 5분 남겨 둔 시점이었다.
그는 담당의 메일에 첨부해 놓은 파일을 빠르게 지워 버린 후, 혹시 몰라 예비용으로 적어 두었던 다른 내용이 담긴 칼럼을 첨부해 송신해 버렸다.
탁- 타다닥- 타닥-
미소와 함께 빠르게 레녹스 베이커의 손이 움직이고, 본래 14페이지 정도였던 분량이 20페이지까지 늘어난 글에 계속해서 단어들을 보탰다.
이것은 내일 오전 8시 ‘빌트’의 홈페이지를 통해 업로드될 것이고, 레녹스 베이커가 기자 인생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칼럼이 될 예정이었다.
분량은 딱히 정해 두지 않았는데, 레녹스 베이커는 대략 25페이지에서 내용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화면에만 몰두하던 레녹스 베이커.
어느 순간, 다시 또 그라운드가 들썩인다.
‘응?’
고개를 든 그는 축구공이 있는 곳을 찾아 시선을 돌렸고, 그곳에서 레녹스 베이커는 넘어져 있는 김다온과 바로 곁에서 고개를 숙인 케빈 데 브라위너를 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지?’
빠르게 달려온 펠릭스 브라이히가, 오늘 경기 볼프스부르크의 두 번째 경고 카드를 높이 꺼내 들고 있다.
***
PV(Possession Value)다.
이는 아직 누구도 집계를 하고 있지 않지만, 내 생각에 이것보다 축구에서 더 ‘저평가되는 선수’를 잘 찾아낼 수 있는 수치는 없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는 PV란 ‘특정팀이 볼을 10초 이상 보유했을 때, 득점할 확률’을 뜻한다.
그러니까 만약 A라는 미드필드가 센터서클에서 볼을 10초 동안 홀로 보유하고 있을 때, 해당하는 위치에서 득점할 수 있는 확률은 하염없이 0에 수렴할 것이다.
하지만 A가 ‘Zone 14’에 있는 B에게로 패스를 연결하고 B의 ‘Zone 14’에서 득점할 확률이 5%(0.05)라면, A는 PV에서 +0.05의 포인트를 얻게 된다.
그리고 다시 B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C에게 패스를 보냈고, C가 득점할 확률이 16%라면, B는 +0.11의 PV 포인트를 얻는다.
바로 이런 식이다.
아마도 우린 이런 방식의 집계를 통해, 누가 더욱 득점에 많이 공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내가 많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계산한 후반기 PV에 따르면 분데스리가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바로, 다온.
그는 PV에서 무려 +17.47을 기록했고, 이것은 팀 내 2위인 토마스 뮐러의 +7.06과 분데스리가 2위 케빈 데 브라위너의 +8.16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즉 나의 불완전한 가설에 따르면, 김다온은 바이에른 뮌헨이 분데스리가 후반기에서 기록한 55골 중 17.5골만큼의 지분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분이란 물론, 팀의 득점 확률을 높여 준 부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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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생략)
– Underrated : We only know half of the football
– Written By ? Lennox B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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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PV는 2019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점차 그 개념이 적립되어 가는 단계입니다.
이것이 만약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면, 야구의 세이버매트릭스만큼이나 혁명을 불러올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적어 둔 레녹스 베이커의 칼럼은, 466화(본 에피스도 7번째)의 서두에 나온 부분의 연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