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85)
484화 Underrated (25)
볼프스부르크의 감독 디터 헤킹에게 있어, DFB-포칼 결승은 시즌 막바지부터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클럽 역사상 첫 번째 우승 도전이라는 것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내년 시즌 같은 성적을 기록할 거란 보장이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볼프스부르크는 내부적으로 케빈 데 브라위너와 이반 페리시치의 판매를 결정했다.
겉으론 판매 불가라는 원칙을 내세웠긴 하지만, 보드진은 이미 주판알을 퉁기고 있다.
‘폭스바겐’이란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다곤 하나, 큰돈을 벌 기회는 늘 볼프스부르크와 같은 규모의 축구 클럽에겐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었다.
“…….”
.
.
·후반 07분
바이에른 뮌헨 2 : 0 볼프스부르크
피치에서 몸을 돌린 디터 헤킹이 몸을 풀고 있던 안드레 쉬를레를 가까이로 불러들인다.
다소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그는 조기에 승부수를 던져 보기로 한다.
“오른쪽에서 뛰게 될 거야.”
“네.”
전술노트를 건네받아 설명을 시작한 디터 헤킹은, 본래 왼쪽이 더 익숙한 안드레 쉬를레가 오른쪽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빌드업이 전혀 되지 않아. 자네가 그걸 도와줘야겠어. 케빈과 이반의 짐을 조금 덜어 주었으면 해.”
디터 헤킹이 전술적으로 허를 찔렸다는 것을 깨달았던 건, 전반전 첫 번째 공격 포제션(Possession)에서 케빈 데 브라위너에게 볼이 연결되지 않았을 때부터였다.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으로 하여금, 과거 박지성이 안드레아 피를로를 막았을 때와 같은 일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헤킹은 완벽히 허를 찔렸다.
왜냐하면 현재 볼프스부르크의 선수들 중에서, ‘하프스페이스’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뛸 수 있는 선수는 케빈 데 브라위너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선구자의 전유물’인 하프스페이스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받아들이기엔 낯선 개념이었다.
그래서 헤킹은 케빈 데 브라위너를 뺀 나머지 선수들이 기계적으로 하프스페이스를 점유하도록 만들었다.
“후우~”
안드레 쉬를레를 대기심에게로 보낸 뒤, 팔짱을 낀 디터 헤킹이 다시 테크니컬에어리어 앞으로 걸어간다.
여전히 볼프스부르크는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이렇다 할 공격 작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놀랍군. 정말이지 놀라워.’
오늘의 바이에른 뮌헨은 감독의 전술과 선수들의 역량이 완벽히 조화된 축구를 선보이는 중이었다.
말로 오늘 뮌헨의 축구를 눈으로 보고 설명하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이런 전술을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걸 수행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김다온과 필리프 람. 여기에 후하게 쳐주어 사비 알론소까지 더한 세 사람이, 볼프스부르크가 지금까지 해 온 축구를 몽땅 부정하고 있었다.
케빈 데 브라위너를 맨마킹하는 김다온이야 말할 것도 없고, 필리프 람 역시 이반 페리시치를 견제하는 한편 볼프스부르크가 노려볼 수 있는 역습을 차단했다.
왼쪽 풀백을 공격으로 올린다는 매우 단순한 파훼법이 있는 것도 같았지만, 이럴 때면 뮌헨은 마놀라스를 오른쪽으로 보내면서 수비라인 구성 자체를 바꿨다.
오른쪽부터 마놀라스-보아텡-베르나트-실바가 순서대로 자리를 잡으면서, 팀 전형 전체가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케빈 데 브라위너에게 붙은 김다온과 뮌헨의 빈 곳에 어김없이 자리 잡은 필리프 람의 임무는 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티아고와 사비 알론소는, 이 두 사람이 없는 곳에 귀신처럼 자리를 잡고 빈틈을 채웠다.
최전방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토마스 뮐러 역시, 둘만의 힘으로 몇 번이나 볼프스부르크의 골문을 위협했다.
생각을 정리하면 할수록, 디터 헤킹은 부인할 수 없는 격차에 탈력(脫力)을 느꼈다.
디터 헤킹은 지금의 두 골 차가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며, 추격하는 점수 없이 추가 실점을 허락하면 사실상 결과는 결정된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삐?익!!
사이드라인 밖으로 축구공이 빠져나간 후, 펠릭스 브라이히가 경기를 멈추곤 볼프스부르크의 교체를 알린다.
경기의 양상을 반전시켜달라는 중책을 맡은 안드레 쉬를레가, 다니엘 칼리지우리와 교체되어 피치에 들어선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애써 전의를 불태워 보는 디터 헤킹이지만, 지금 그가 피워 올린 불꽃은 뮌헨이란 태풍 앞에서는 너무나도 초라하기만 했다.
***
·후반 15분
바이에른 뮌헨 2 : 0 볼프스부르크
안드레 쉬를레가 교체로 들어선 후, 오늘 경기 볼프스부르크에게 가장 좋았던 장면들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난, 베르나르두에게 손짓했다.
“베르나르두!! 내려와!!”
우리가 지난 5분 동안 위험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 건, 쉬를레의 투입으로 볼프스부르크의 오른쪽 진영에서 볼을 점유하고 연결할 선수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베르나르두를 내려 쉬를레와 거리를 좁히도록 만들면, 왼쪽에서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베르나르두가 만족스러울 만큼 후퇴할 때까지, 난 몇 번이고 녀석에게 손짓을 보냈다.
***
‘이런! 내가 나설 자리가 없군.’
조금 전까지 벤치에 앉아 코치들과 열심히 대화를 나눴던 펩 과르디올라가, 조금 머쓱한 얼굴로 몸을 뒤로 돌려 맨들맨들한 머리를 긁적였다.
짧은 대화를 통해 결정한 팀 전형의 변화를 김다온이 한 발 앞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팀의 전술은 기존 3-2-3-2에서, 왼쪽으로 조금 치우친 형태의 3-3-2-2로 바뀌게 되었다.
코치들과 눈을 맞췄던 펩 과르디올라가 다시 몸을 돌려 김다온을 바라본다.
‘많은 감독들이 자네의 이런 능력에 유혹을 느끼겠지.’
펩 과르디올라는 항상,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축구 감독들 대부분이 모순(矛盾)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수많은 감독들은 풀백이 축구에서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뛰어난 풀백들을 다른 포지션에서 뛰게끔 했다.
이는 프로가 되어 자신의 포지션에 애착을 가지게 된 수준의 선수들을 지도하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 아닌, 현재 유망주 수준의 선수들을 가르치는 감독을 말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어린 유망주들이, 풀백 포지션에서 재능을 보여 중앙 미드필드나 윙어로 포지션을 바꾸고는 했다.
그리고 반대로, 윙어나 미드필드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은 항상 풀백으로 밀려났다.
‘왜냐하면, 자네는 너무나도 뛰어나거든.’
하지만 김다온의 경우, 유스를 가르치는 감독들이 느낄 법한 욕구를 프로 레벨의 감독에게도 충분히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실제로 자신 역시 김다온을 몇 번이나 다른 포지션에 기용했으며, A팀의 호르헤 삼파올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그건, 축구를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야.’
하프스페이스.
그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 펩 과르디올라가 추구할 축구에 있어, 김다온은 반드시 풀백으로 있어 줘야 했다.
물론 오늘처럼 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다른 포지션에 뛰게 하겠지만, 자원만 갖춰진다면 김다온은 항상 오른쪽 풀백에서 뛸 것이다.
‘자넨, 앞으로 나와 함께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베르나르두 실바의 이동으로 볼프스부르크의 빌드업이 눈에 띄게 정체된 순간, 경기 내내 김다온에 의해 압박을 받았던 케빈 데 브라위너가 그답지 않은 실수를 범한다.
김다온이 잠깐 근처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루이즈 구스타보의 패스를 흘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필이면, 오늘 경기 몇 없는 실수를 범했던 김다온의 앞으로 굴러갔다.
‘오-!’
빠르게 집중력을 회복한 김다온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축구공을 앞으로 밀어내며, 특유의 빠른 가속도를 살려 볼프스부르크 진영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마치 혼자 성능 좋은 모터를 장착한 것처럼, 김다온은 눈 깜빡할 사이에 페널티박스로 움직여 들어갔다.
“막아-!!!! 막으라고-!!!!!”
절규에 가까운 디터 헤킹의 목소리가 지척에서 울려 퍼지지만, 이미 혼란이 찾아든 볼프스부르크의 수비는 라인을 유지하는 것만 해도 벅차게 느껴졌다.
또 역습의 시작과 함께 왼쪽으로 크게 벌린 레반도프스키와 언제나처럼 공간을 찾아 움직인 뮐러가, 지금 그들에겐 드리블 중인 김다온보다 더 위협적인 상대다.
그러나.
“!!”
이 모두는 볼프스부르크 수비진 전체의 착각이었다.
그들은 김다온을 막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퍼억-!!!!
관중석 가장 상단에서도 들릴 만큼 커다란 파열음과 함께 날아간 축구공이, 번개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볼프스부르크 골문의 빈 곳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예에에에에에-!!!”
득점을 확인한 순간, 선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상체를 꼿꼿하게 세운 펩 과르디올라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커다랗게 포효를 한다.
쉽게 볼 수 없는 격렬한 감정 표현에, ‘ZDF’의 카메라맨은 이 장면을 담으면서 바삐 신호를 보냈다.
“여기!! 날 잡아 줘!!!”
그리고 자신이 TV 화면에 클로즈업된다는 것을 알았는지, 펩 과르디올라는 ‘ZDF’ 카메라맨의 바람대로 조금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기쁨에 찬 표정을 띄웠다.
“됐어. 이만하면 충분해.”
노련한 카메라맨은 이제, 흥미 있는 장면을 충분히 담았으니 오늘 경기의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잠깐 파인더에서 눈을 떼어, 저 먼 코너플랫에 서서 당당히 두 팔을 벌리고 선 동양인을 쳐다봤다.
‘오- 저것도 참 멋진 장면이야.’
다시 파인더에 눈을 대고 카메라의 방향을 튼 그는, 잔뜩 렌즈를 확대하여 김다온의 등 번호와 그의 이름을 화면에 가득 채웠다.
“THE ONE.”
지금 그는 자신도 모르게, 지난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 후 미디어가 가져다 붙인 김다온의 별명을 조용히 읊조리고 있었다.
***
드디어 시즌은 끝이 났고, 다행히도 나는 허탈함보다는 조금 더 큰 기쁨을 가진 채로 웃을 수 있었다.
준우승 클럽인 볼프스부르크의 선수들이 단상에 올라 메달을 전달받는 시간이 끝나고, 마누엘 노이어를 시작으로 선수단 전체가 새하얀 계단을 밟아 올라간다.
“뭔 말을 할지는 생각했어?”
“지금부터 생각해야지.”
“멍청한 소리나 하지 마.”
“누가 보면 내가 매번 그러는 줄 알겠다.”
“어? 아니었어?”
“이봐아-!”
“와하하하하!!”
.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이로써 김다온 선수는, 벤피카 시절부터 이어 온 세 시즌 연속 최소 더블이란 기록을 계속해서 이어 가게 되었습니다.”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네, 그렇습니다. 2012/13 시즌 포르투갈 리그 우승과 유로파 리그 우승. 2013/14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트레블. 그리고 올 시즌에도, 챔피언스 리그를 제외한 전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한희준)
“김다온 선수의 활약에 관해 한국에서도 의견이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제 생각에 그건, 김다온 선수의 포지션이 풀백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김다온 선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유럽 최고. 아니, 전 세계 최고의 풀백이거든요? 이미 박지성 선수의 커리어를 뛰어넘었고, 차범근 선수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앞으로 3년 후면 그마저도 뛰어넘어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지 않을까 합니다.”
(이후재)
“더욱 놀라운 건, 3년 뒤에도 김다온 선수의 나이가 24살이라는 겁니다. 이제 바이에른 뮌헨이 DFB-포칼의 트로피를 들어 올립니다. 포칼이라는 단어 자체가 컵이기 때문에, 이 DFB-포칼 뒤에는 컵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습니다.”
.
비록 올해는 바르셀로나와 유벤투스에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무대를 양보했지만, 나는 내년 이맘때에는 우리가 주인공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지막 순서로 펩 과르디올라와 주장 필리프를 따로 호명하는 작은 이벤트가 끝난 뒤, 우리는 눈앞에 한가득 있는 카메라맨들의 앞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려고 한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탈락을 했기에, 더욱 각별하고 더욱 애착이 가는 포칼 트로피다.
“자, 자! 준비! 준비해!!”
뒤에서 바삐 인사를 마친 필리프가 앞으로 다가오고, DFB(독일축구연맹) 회장으로부터 트로피를 건네받은 그가 그것을 아래로 잔뜩 내렸다 가장 높이 치켜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린 환호했고, 좌우에서 금빛 꽃가루가 휘날리면서 하늘을 수놓았다.
웅장한 노랫소리가 올림피아슈타디온을 가득 채운 가운데, 우린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세 번째 정도로 트로피를 쥐었던 나는 베르나르두에게 그것을 넘겼고, 녀석이 다음 사람에게 건네기를 기다린 뒤에 녀석의 어깨를 붙잡아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런, 제기랄 베르나르두. 앞으로 넌 평생 나랑 같이 뛰는 거야?”
“평생? 난 35살에는 은퇴할 건데.”
“시끄러워, 멍청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큭큭큭큭.”
토마스 뮐러가 장난기를 잔뜩 발휘하며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동안에도, 베르나르두와 나는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끈끈한 우애를 발휘했다.
솔직히 이 정도로 기쁠 줄은 몰랐지만,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나고 곁에 가장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게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후 단상을 내려선 우리는, 추가적인 포토타임을 갖기 위해 ‘DFB-POKLASIEGER 2015’라는 글귀가 새겨진 간이 아치를 향해 걸어갔다.
‘SIEGER’는 ‘우승자’를 뜻하는 독일어다.
“이것도 두 개 준비했겠지. 안 그래?”
“그래- 하나는 폐기처분 되겠지만 말이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의 이 아치는 붉은색과 검푸른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이는 우리 바이에른 뮌헨의 팀 컬러였다.
어느새 루메니게와 잠머도 우리의 사이에 끼어 있었고, 승리의 요정이라고 할 수 있는 필리프의 아들이 귀여운 발걸음으로 걸어와 정중앙을 차지했다.
그리고 우린 아치를 배경으로 잔뜩 기뻐하다가, 필리프의 아이디어로 트로피를 들고 골대 뒤로 달려갔다.
이 앞에는 온통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뿐이었고, 우리는 그들의 앞에 포칼 트로피를 내려 둔 후에 단상에서 보인 셀레브레이션을 함께했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손이 하늘로 올라갔고, 환호성이 채웠던 곳은 이내 익숙한 노래가 차지하게 되었다.
바로.
***
뜨거운 열기 뒤에 여운이 남아 있는 올림피아 슈타디온 베를린에서, 한 노래가 도돌이표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Welche Munchner Fußballmannschaft kennt man auf der ganzen Welt? Wie heißt dieser Klub, der hier zu Lande die Rekorde halt? Wer hat schon gewonnen, was es jemals zu gewinnen gab? Wer bringt seit Jahrzehnten unsere Bundesliga voll auf Trap?”}
(전 세계가 아는 뮌헨의 축구팀은 어디인가? 이 땅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클럽은 어디인가? 승리하기 위한 모든 요소를 가진 자는 누구인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리그를 지배한 사람은 또 누구란 말인가?)
바로 바이에른 뮌헨의 공식 응원가이자, 독일 축구팬에게 가장 익숙한 노래인 ‘남쪽의 별’이다.
그리고 정리가 시작된 기자석에서, 홀로 우뚝 선 채 가만히 있는 레녹스 베이커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열기가 끝나면.’
지금의 이 비정상적인 열기가 끝나고 나면, 분명히 사람들은 다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들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만약 FC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해 트레블을 차지한다면, 6월과 7월 미디어들이 쏟아부을 수 있는 찬사의 지분 90%를 메시가 독점할 것이 분명했다.
여기에서 심심한 이들은 제2의 리오넬 메시와 제2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찾으려고 할 것이고 말이다.
또 약간 더 시간이 남는 사람들은 제2의 지네딘 지단이라든가 제2의 안드레아 피를로도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김다온의 이름은 없을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었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레녹스 베이커는 지난 월드컵을 떠올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던 건,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최고의 골 10개 중 2개를 만들어 낸 김다온의 힘이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영광을 차지할 것처럼 칭송받았으나, 겨우 두 달의 부진으로 그것들을 몽땅 빼앗겨야 했다.
‘운명이겠지. 그가 아닌, 축구의.’
아마도 김다온은 앞으로도, ‘챔피언스 우승을 노리는 클럽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위치를 고수할 것이다.
또 현명한 축구 관계자들은, 김다온을 영입하는 일이 메시나 호날두를 영입하는 것. 혹은 그 이상으로 훌륭한 선택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디어와 팬들은, 실제 김다온의 활약을 끊임없이 ‘저평가(Underrated)’할 수밖에 없다.
레녹스 베이커는 이것이, 김다온이 짊어진 슬픈 숙명이라고 생각을 했다.
태초부터 축구가 쌓아 온, 길고 오래된 업보를 짊어진 이유 때문이다.
‘과연, 자네가.’
그렇기에 레녹스 베이커는 더더욱 김다온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미 사람들이 믿고 있던 풀백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더 위의 영역을 보여 주고 있다.
지금도 이미 충분했기에 김다온은 수비수 역대 최초로 몸값 평가 1억 유로를 넘어서고, 현재도 9,500만 유로란 세계 3위의 순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김다온 스스로 짊어진 저평가의 숙명을 벗겨 내기는 부족했다.
‘앞으로 더 나아간다면 말이야.’
레녹스 베이커는 김다온이 언젠가, 사람들이 아무리 저평가를 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되는 날을 상상하고 있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어쩌면 지구가 종말하는 날까지도 바뀌지 않을 역사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저평가를 해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를 부정할 수 없다는 건, 그 시대 최고임이 분명함에도 끊임없이 라이벌을 요구받아 온 스타들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최초.
바로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레녹스 베이커는 김다온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보여 주게나. 제발.’
이제 그는 고개를 숙여, 랩톱의 엔터키를 눌렀다.
탁-
DFB-포칼 종료 휘슬과 함께 완성된 레녹스 베이커의 칼럼. 이것은 이제 담당자에게 송신되었고, 내일 오전 ‘빌트’ 홈페이지에 올라 그 가치를 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장담컨대, 본인 스스로 최고의 역작이라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지금까지 모두가 알고 있던 축구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곧.’
가까운 시일에, 그것이 제대로 평가될 것임을.
있던 자리를 말끔하게 정돈하고 일어선 잉글랜드 출신의 뛰어난 기자의 얼굴엔, 그 어느 때보다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며들어 있었다.
.
.
·경기 결과(DFB-POKAL FINALE)
바이에른 뮌헨 4 : 0 볼프스부르크
[골] 김다온 : 전반 5분(F.K), 후반 18분베르나르두 실바 : 전반 36분(김다온)
토마스 뮐러 : 후반 41분(김다온)
김다온 ? 94분 출전(2골 2어시스트/MoM)
***
작가의 말 ? POKAL은 본래 평점이 없습니다.
다음 화 도입부에 시즌 정리.
그리고 바로 오프 시즌 이야기입니다.
이로써, 2014/15 시즌은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