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88)
487화 Crossroads (3)
[보스먼 룰을 통해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한 미첼 바이저. – 디 차이트/2015.06.20.(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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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레이나의 이적으로 생긴 백업 골키퍼를 채우기 위해, 바이에른 뮌헨은 슈투트가르트의 골키퍼 스벤 울라이히를 350만 유로에 영입했다. – BBC/2015.06.22.(오후)]***
※ 2015 Sommer Kicker Rangliste(2015.06.25.발표)
-> WeltKlasse(월드클래스)
-> 언급되지 않은 포지션엔 선정자 없음
Außenbahn defensiv(측면수비수)
: 김다온(바이에른 뮌헨)
Außenbahn offensiv(측면공격수)
: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Mittelfeld offensiv(공격형미드필드)
: 케빈 데 브라위너(볼프스부르크)
***
2015년 6월 28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이비자에서의 짧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아영이와 나는 몇 시간 전 뮌헨에 도착했다.
“신혼여행은 어땠어?”
“좋았어요.”
“하하. 일단, 보고할 게 몇 가지 있어.”
“네.”
짐을 정리 후 피곤에 지친 아영이는 현재 침실에서 잠들어 있다. 나도 약간 피곤하긴 했지만, 요나스가 집을 방문하기로 했기에 가벼운 운동을 하며 졸음을 쫓았다.
결혼식에 참석했던 요나스는, 그동안의 일을 전한다.
“뮌헨 쪽은 완전히 이해한 것 같아.”
“별 이야기가 없었나요?”
“응. 대신에 네게, 함께하고 싶은 감독이 있는지는 묻더라고. 내가 나중에 전하겠다고 했지.”
“그야, 펩이죠. 당연한 질문이에요.”
“그러니까 그들의 말은······.”
“네. 저도 알아요.”
아마도 클럽은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대면, 그를 진지하게 고려를 할 생각인 것 같다.
설사 감독으로 임명이 되지 않더라도, 노력했다는 것 자체를 어필하려는 것이다.
“제 조건은 단 하나뿐이라고 전해 주세요.”
“응.”
더 나은 축구를 내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감독.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치 않다.
“그건 내가 잘 전달할게.”
“네. 믿어요.”
“그리고 또 다음이 있어.”
이번 여름, 난 축구 외적인 활동을 모두 쉬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어떠한 추가 광고도 찍지 않았고, 한국에 갔을 때 1년 전에 잡힌 ‘아디다스’ 행사를 참여했던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젠, 내 개인적인 사정을 이해해 주었던 다른 스폰서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할 때다.
당장 사흘 뒤부터 다음 달 12일부터 시작될 ‘2015 Telekom Cup’등을 위한 프리시즌이 시작되긴 하지만, 난 거기엔 출전하지 않을 예정이라 조금 여유가 있다.
나의 시즌 첫 번째 경기는 중국 투어 때 치르는 발렌시아와의 경기가 될 것이며, 중국으로 떠날 15일 전까진 독일에서의 스케줄을 전부 끝내 둬야 한다.
일을 미뤄 뒀던 만큼, 바쁜 나날들이 기다리는 중이다.
“대충 이야기는 끝났어.”
“와-우. 쉬는 날이 거의 없는데요?”
“말을 정정해야지.”
“네?”
“운동을 하는 날이라고 말이야. 아영이 굉장히 너를 걱정했어. 내게 이것저것들을 많이 부탁하더라고.”
“그래요?”
간단하게 답을 한 후 고개를 위쪽 2층으로 들었다.
이런 내 귀에, 요나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신이 하는 일이 네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묻기도 했어. 너에게 물으면 항상 좋은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이야. 정말 네 걱정이 많아.”
“······좋은 여자죠.”
“나도 동감이야. 넌 정말 훌륭한 부인을 얻었어.”
“네.”
아영이가 하루 종일 내 생각만 한다는 것은 애써 알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너무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을 하지만, 그럴 때면 상심한 표정을 지으며 시무룩해하는 게 아영이다. 어쩔 땐, 내가 쩔쩔매면서 달래 주기도 한다.
전에는 한 번 그냥 너무 미안해서 그랬다고 말을 하자, 아영이는 내게 이렇게 답을 했다.
[“대신 고맙다고 해 줘.”]본래부터 사소한 것에도 고맙다는 말을 잘하곤 했지만, 그날 이후로는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부모님께서도 말하길 원만한 부부관계란, 사랑보다는 사소함을 챙기는 배려가 일상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오라고 한 이유는 뭐야?”
“아-! 맞다.”
“?”
지금 나누었던 대화는 통화나 메신저로 얼마든지 주고받을 수도 있었지만, 난 이것 때문에 요나스의 방문을 요청했었다.
어차피 지금은 바이에른 주(州)에 거주하고 있어, 집이 그렇게 멀지도 않다.
“선물이에요.”
“선물?”
“네. 결혼식에 참석해 주기도 했고, 여행지에서 이것을 보는데 어쩐지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나는 이비자의 한 부티크에서, 요나스에게 어울려 보이는 근사한 서류 가방을 하나 구매했다.
‘버버리’의 것으로, 검은색 가죽에 브랜드의 로고가 작게 박힌 심플한 제품이었다.
“와-우! 이거 진짜 나 주는 거야?”
“네. 그리고 이건, 가족분들에게 주세요.”
“하하! 이런, 세상에나. 정말 고마워 잘 받을게.”
“뭘요. 올해도 잘 부탁해요.”
“응.”
환한 얼굴로 선물을 옆에다 놓아둔 요나스가, 다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요? 다른 할 말이 남았어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어?”
“네?”
“그러니까. 음, 이건 에이전트로서 묻는 게 아니야. 개인적인 네 팬으로서 묻는 거라고 봐줬으면 해.”
“힘들겠지만, 그럴게요.”
“이런! 아무튼. 넌 어떻게 할 건데?”
“뭐가요?”
“펩 과르디올라가 뮌헨을 떠나면 그다음은? 짐작은 하고 있어. 너도 이적을 요청하겠지. 그냥 내게 부탁해서 전화를 걸라고 할 거야? 아니면, 네가 직접 회장실로 걸어 들어갈 거야?”
“······.”
요나스는 내가 손에 쥔 패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한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계약 기간은 2년이 남게 돼. 그러면 네가 무척 유리한 위치에 서긴 할 거야. 하지만 그럼 클럽대로, 어떠한 행동을 할 수도 있어.”
“네. 저도 알아요.”
“알고 있다고?”
“그럼요.”
만약 내년 여름 내가 재계약을 거부한다면, 바이에른 뮌헨은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괘씸죄를 적용해 곧바로 풀어주지 않고, 어떠한 종류의 페널티든 가하는 것 말이다. 그러면 난 선발로 자주 뛰지 못할 수도 있고, 이런저런 루머에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뮌헨도 대체자가 있어야 한다.
다시 예전처럼 필리프와 하피냐의 체재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이 세 명을 돌아가며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한다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인 일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펩 다음 감독의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으로는, 바스티와 마찬가지로 이적료를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판매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 이것도 아니라고 봐요.”
“아니라고? 왜?”
“이곳에 있어 봤거든요.”
“??”
이미 바이에른 뮌헨은 토니 크로스라는 남자를 펩 과르디올라 때문에 떠나보냈다.
그리고 그 일은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줬다.
“토니의 일은 언젠가 알려질 거예요. 누군가는 토니가 뮌헨을 떠나게 된 이유를 제대로 들으려고 해 볼 수도 있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게 펩 때문임을 알게 되겠죠.”
“거기에 너까지.”
“네.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예요. 전 바이에른 뮌헨을 존중하고 팬들을 사랑하지만, 단 한 순간도 이 클럽이 벤피카처럼 느껴진 적은 없어요.”
물론 어떠한 클럽도 벤피카와 같을 수는 없다.
내가 말하는 건, 일종의 애사(愛社)심이다.
나는 많은 돈을 받는 프로선수로서, 그 돈을 지불해 주는 서포터와 동고동락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욕심이고 말이다.
“저는 뮌헨을 사랑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곳이, 제대로 일을 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죠. 조금 이상하지만, 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요.”
개인, 장소, 물건 등등.
한 사람이 어떠한 것에 애착을 가지는 과정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경험이 동반된다고 했다.
뮌헨에서 나는 생에 첫 트레블을 경험하고 또 놀라운 수준의 축구를 했지만, 여기에는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의 몫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내게 이 긍정적인 경험들은 클럽의 수고와 나의 노력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반대로 지난 시즌 내내 겪은 부정적인 경험들로 인해, 난 펩 과르디올라 없이는 이곳에서 더 뛰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말했듯이 난 뮌헨을 사랑하지 않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잇는다.
“아무튼, 뮌헨은 자신들이 쌓아올린 역사가 한 사람 때문에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을 거예요. 그들의 명성에 흠집이 나는 것 역시도요. 생각해 봐요. 만약 펩이 어딘가로 떠나고 제가 곧바로 이적하면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할까요?”
“······이해했어.”
“네. 바로 그거예요.”
만약 내가 내년 여름에도 지금과 같거나 혹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사람들은 뮌헨의 보드진에게 어째서 펩 과르디올라를 붙잡지 않았느냐고 캐물을 것이다.
그럼 아까 말한 토니 크로스의 이적과 또 다른 뮌헨의 이적들에 관해서도 파헤치려고 들 거다.
만약 이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이 펩 과르디올라와의 재계약이 불발되어 떠났다는 게 밝혀진다면, 바이에른 뮌헨이란 클럽의 위상이 한 축구 감독보다 못하다는 게 되어 버린다.
이들엔, 죽음과도 맞바꿀 만큼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절대 내년 여름에 저를 팔지는 않을 거예요.”
“그럼 2017년 겨울에?”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그 외의 것들도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적당한 때가 필요하죠. 그리고 그때가 되면, 꼭 당신에게 먼저 말한다고 약속할게요.”
“······그래. 알겠어.”
“네.”
요나스를 배웅한 후, 다시 집 안으로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향했다.
침실의 아영이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긴 대화로 피곤함이 더해진 나 역시 간단하게 샤워를 한 이후에 조심스럽게 이불로 들어갔다.
그러자 귀신처럼, 아영이가 몸을 돌려서 안겨 왔다.
대체 어떻게 안 걸까?
“안 잤어?”
“우웅~ 아니. 자써어~”
“나 때문에 깼어?”
“웅? 무슨 말인지 모르게써어~”
온몸을 한 번 비틀었던 아영이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훑더니 품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난 그렇게 그녀를 안았고, 노곤함과 적막이라는 최고의 자장가를 친구 삼아 눈을 감았다.
***
2015년 7월 1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선수전용 식당/카페테리아.
드디어 시작된 프리시즌.
7월 1일 소집이 내게는 무척 낯설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할로오-!! 내가 왔다아-!!!”
토마스 뮐러가 자기 자신이라는 요소를 끼얹어,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아침을 떠들썩하게 바꾼다.
“잰 어김없네.”
“고작 한 달 안 본 걸로? 한 10년은 안 봐야 할 거야.”
“10년 뒤의 토마스는 어떨까?”
“똑같을걸? 장담해.”
“하긴.”
하나둘 클럽하우스 식당의 자리가 채워지고, 우린 새로운 영입생인 요주아 키미히와 스벤 울라이히를 맞았다.
둘은 살짝 긴장한 얼굴로 어색하게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주장 필리프의 의견에 따라 키미히가 내가 앉은 테이블에 합류했고 울라이히는 노이어가 있는 곳으로 갔다.
“반가워.”
“으, 응.”
“전부 들었어. 펩이 거의 1년 동안 쫓아다녔다면서?”
쑥스럽게 웃는 요주아 키미히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월 갓 20살이 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10대 시절부터 펩의 타깃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키미히의 축구 실력을 궁금해했는데, 작년까지 2부 리그에서 뛰었다 보니 정확히 어떤 선수인지는 알지 못한다.
“널 많이 참고했어.”
“뭐? 진짜?”
“펩이 그러더라고.”
“그래?”
“응. 그게 적응에 도움이 될 거라더라.”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이로부터 칭찬을 들은 기분이라,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억누르기가 무척 힘들었다.
탁-
“응?”
비어 있던 옆 좌석 앞에 접시가 내려져서 고개를 돌리자, 아직 조금은 졸린 것 같은 베르나르두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면서 등장했다.
평소보다 출근 시간이 다소 늦었던 이유는, 공항 사정으로 오늘 새벽에야 뮌헨에 도착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하루 일찍 오라고 했잖아.”
“응? 아- 어쩔 수 없었어.”
“베아트리스?”
“응.”
“넌 퍽이나 잡혀 사는구나.”
“그게 편해. 흐아아-”
다시 하품을 하는 베르나르두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을까 하다, 이내 곧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서울에서 물린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얘는 나를 너무 잘 알아.’
뭐, 반대로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응?”
“바스티는 어디에 있어?”
“······.”
베르나르두는 예리하게도, 현재 부재중인 한 남자를 곧바로 찾아냈다.
곁에 키미히만 없었어도 제대로 말을 해 줬겠지만, 지금은 그냥 입을 다물면서 모르겠다는 듯 어깨만 으쓱했다.
아마 바스티는 팀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다.
‘후우- 리더십이 더 중요해졌어.’
파주 NFC에서 훈련을 하고 있을 때, 바스티가 자신이 신뢰하는 그룹에만 따로 메시지를 보냈었다.
그는 자신이 당분간 연락이 되지 않을 것이며, 무척 미안하고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감성적인 문구로 표현을 해 왔었다.
우리는 그걸 본 순간, 바스티가 우려대로 클럽을 떠날 거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외에도 작년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를 잡아 주던 두 명의 훌륭한 베테랑 역시도 팀을 떠났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안 보이는데?”
“아, 그들이라면 위층에.”
“위층?”
“응. 너도 알잖아. 브라질 녀석 말이야.”
“아- 그랬지.”
지금쯤 루메니게와 잠머가 위층에서 더글라스 계약서와 사인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까 사람이 별로 없었을 때, 식당 밖 클럽하우스 입구가 소란스러워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이 높은 이적료 때문에 여전히 시끄러운 더글라스 코스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팀이 젊어졌어, 베르나르두.”
“응. 아, 인사가 늦었네. 반가워.”
“어, 그래. 반가워.”
베르나르두가 키미히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고개를 돌리면서 식당 내의 풍경을 살폈다.
아직까진, 다른 사람들의 동요는 없어 보인다.
‘후우- 그래도 조금 뒤에는 알게 될 거야.’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지금이야 프리 시즌의 첫날이니 늦는 것쯤으로 생각을 하겠지만, 펩이 나타나 더글라스 코스타를 소개할 쯤이 되면 눈치를 챌 것이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우리와 함께하지 않을 것이며, 따로 보내는 연락 역시도 닿지 않을 거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몇몇은 혼란스러워할 것이고, 이유를 찾으려 들 것이다.
‘2015 Telekom Cup’까지 남은 11일.
클럽의 시즌 초반 최우선 과제는 뛰어난 베테랑들의 공백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있는 것 같다.
과연 나는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은 대화가 필요했다.
“나 잠깐.”
“그래.”
자리에서 일어나, 필리프의 곁으로 다가선다.
그도 내가 오는 걸 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따라와.”
“네.”
식당 밖으로 걸어가는 그가 제롬과 사비도 따로 일으켜 세웠고, 그렇게 조용한 곳을 찾아 움직인 우리들은 2015/16 시즌의 주장과 부주장들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펩이 나중에 밝힐 거야.”
“바스티가 떠난다는 걸?”
“응.”
“이런! 난리가 나겠네.”
먼저 따로 언질을 받은 것 같은 필리프의 말에, 제롬이 인상을 찌푸리며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사비와 나는 그 대화들을 묵묵히 들었고, 이후 우리를 돌아본 필리프가 호흡을 한 번 크게 고르며 말을 했다.
“당분간은 프랑크도 없어. 이런 남자들의 빈 자리는 분명 어딘가에서 나타날 거야. 제롬? 네가 데이비드를 좀 챙겨 주겠어? 걔도 부상이었고, 프랑크를 잘 따랐으니까.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래도 네가 챙겨 주면 좋을 것 같아.”
“좋아. 맡겨 둬.”
“고마워. 그리고 다온?”
“네.”
“네가 신입생들을 좀 맡아 줄래? 베르나르두도 있고, 너희 둘이면 누구든 이곳에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할게요.”
“응. 마지막으로, 사비?”
“스페인 녀석들을 맡을게.”
“고마워요.”
각자의 임무가 정해졌고, 필리프는 이 중간에서 조율하는 일을 맡았다. 시즌 출발이 중요하다는 거야 말할 것도 없기에, 다들 잘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식당으로 들어왔을 때, 어느새 펩이 식당 한쪽에 서 있었다.
“응? 자네들 뭐 하나?”
“아뇨. 잠깐 이야기 좀.”
“그렇군. 다들 자리로 돌아가게.”
식당 안에서 흩어진 우리가 자리로 돌아가고, 모두가 모인 것을 확인한 펩이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너희 중 아마 눈치채고 있는 녀석도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이번 시즌 우리와 함께하지는 못할 것 같다.”
“······.”
“?!”
놀라움과 침묵이 공존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하는 펩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즌 첫 번째 날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한 펩이 새로운 식구를 우리에게 소개했다.
조금 전의 일을 알지 못하는 더글라스 코스타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우리의 앞에 섰고, 열심히 연습한 것이 분명한 어설픈 독일어로 이렇게 말을 했다.
“어······ 반갑고, 내 이름은 더글라스 코스타야. 바이에른 뮌헨 최고. 나도 최고. 그리고 토마스 뮐러는 바보똥구멍.”
“풉-!”
“푸핫-! 지금 저 녀석 뭐라고 한 거야?”
“?????”
분명 저 마지막 문장은, 우리들 중에 한 사람이 가르쳐 준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턱이 없는 더글라스 코스타는, 발칵 뒤집어진 식당 안을 보며 어리둥절하고 있을 뿐이다.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웃고 나니, 괜히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거 알아 바스티? 여긴 너 없이도 괜찮을 거야.’
또 아마, 나 없이도.
매년 여름, 유럽의 축구 리그에서 뛰는 우리들은 항상 수없이 많은 분기점(Crossroads)을 마주하고 또 다음 분기점을 만날 때까지 정신없이 달리는 것을 반복한다.
그리고 우리는 절대, 스스로 택한 길이 어떠한 결말을 가져올지를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하는 것이다.
후회와 미련을 남겨 두지 않으려면.
나 역시 그러고자 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현재 내가 택한 분기점의 길.
이는 올 시즌 트레블을 다시 노리는 길이자, 나의 축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또 나의 미래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만드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