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90)
489화 Internationaler (2)
【중국시간】 2015년 7월 15일. 베이징, 중국. 차오양구, 슌이 지구.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B?ij?ng Sh?ud? International Air-Port. Chaoyang Q?, Shunyi district. B?ij?ng, China).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이번 투어의 공식 명칭은 ‘Audi Summer Tour in China’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클럽의 공식 스폰서인 아우디의 주도 아래 만들어진 일정이다.
현재 중국은 모든 산업에서 가장 각광받는 시장이었기에, ‘아우디’는 다양한 회사와 손을 잡고 투어를 계획했다.
{“꺄아아아아악-!!!”}
전용기에서 내려 게이트 밖으로 나서자마자, 공항 실내를 가득 채운 엄청난 인파가 귀가 따갑도록 소리를 내질렀다.
마치 콘서트 현장에 온 것만 같다.
“와-우! 정신이 하나도 없어.”
“나도 그래.”
공안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우리는 트여진 길로 걸어가며 끊임없이 소리를 내지르는 중국 팬들에게 손짓했다.
간신히 공항 내부를 빠져나와 밖으로 나서자, 커다란 흰색 버스와 붉은색으로 칠해진 수십여 대의 아우디 차량이 우리를 맞이했다.
차량의 보닛 한가운데에는 우리 뮌헨의 로고가 있었고, 좌우에도 클럽의 철학인 ‘Mia san Mia’가 흰색 글자로 새겨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우리가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 동안 뒤를 따를 거라고 들었는데, 동행한 클럽 관계자들이 탑승할 거랬다.
“후우-! 정말 굉장했어!”
“정말 놀랐다니까?”
엄청났던 열기에 동료들이 감상을 표하는 사이, 나는 자리에 앉아 잘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아영이에게 보냈다.
그녀도 내가 중국에 있는 동안, 크리스티나와 함께 마드리드로 떠나 별개의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새롭게 오픈한 크리스티나의 브랜드 매장을 둘러보고, 많은 패션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스페인에는 오래전에 도착했을 거고, 아마도 지금은 호텔에서 잠을 자고 있을 거다. 그래서 나는 답장을 기대하지 않으며 곧바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동료들에게는 이국적이게 느껴질 동양의 풍경이겠지만, 내게는 조금 마음이 편해질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 밖 어디를 보더라도, 검은색 머리카락 노란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뭐, 나쁘지는 않네.’
창밖에서 펄쩍펄쩍 뛰며 손을 흔드는 소녀들을 향해, 난 가볍게 미소 지으며 화답을 해 주었다.
감격했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로막으며 눈을 크게 뜬 그녀들에게, 나는 그 정도까지 감격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하고 싶었다.
내가 뭐라고.
난 그냥, 축구선수일 뿐이다.
***
【스페인시간】 7월 15일. 28013 마드리드, 스페인. C/ 그랑 비아, 31. 하얏트 센트릭 그랑 비아 마드리드(Hyatt Centric Gran Via Madrid. C/ Gran Via, 31. 28013 Madrid, Spain).
“흐흐흐흐흐.”
“뭐, 좋은 일 있어?”
“이걸 좀 봐요. 너무 귀여운 것 있죠.”
“이런. 너 또 시작인 거 알아?”
“그럼요.”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권아영을 보며, 크리스티나는 참으로 못 말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나 같아.’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역시, 크리스티나 세라는 펩 과르디올라에게 푹 빠져 있었다.
그녀는 늘, 남편을 만나게 된 것을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둘의 첫 만남은 크리스티나 세라가 부모님의 부띠끄인 ‘Serra`s Claret’에서 일을 하던 때에 일어났다. 그곳은 ‘D Squared’나 ‘Armani’와 같은 명품들을 팔던 하이엔드 숍이었다.
크리스티나 세라는 펩 과르디올라를 보자마자 호감을 느꼈고, 그건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야?”
“전부 다요. 보고 있기만 해도 좋아요.”
“그것 참 멋진 말인데?”
권아영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럽 축구에 익숙한 편이었다. 소속사에서 하루 휴가를 얻어 주말 집으로 돌아오는 날엔, 배달 음식을 놓아두고 축구를 보았다.
전문적인 지식은 없었지만,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축구장을 다녀온 이후로 축구는 늘 그녀의 삶과 가까이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권아영은 같은 그룹 멤버 중에 하나가 축구선수 사진을 휴대폰의 배경화면으로 선택한 것에 호기심을 느꼈다.
자신이 알기론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그것 자체로 의아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사실 별 관심이 없었어요. 또, 애인도 있었고요.”
“너가?”
“저 말고요.”
“그래?”
“네. 구단주의 딸이었나? 아마 그럴 거예요.”
“와-우! 걔 참 거물급으로 노는데?”
“하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게 그룹 멤버의 배경화면도 김다온에서 다른 사람으로 세 번이나 바뀔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권아영은 다시 김다온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연습실에서 안무를 끝내고 바닥에 편히 앉아, 멍하니 TV의 채널을 돌리고 있을 때였다.
“몰랐는데, 제가 멍하니 보고 있었나 봐요.”
“후후. 반한 거야?”
“그때는 몰랐는데, 네. 지금은 그런 것 같아요.”
볼펜 사건 때만 해도, 사실 권아영은 심장이 쿵쾅거려 참기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떨어트린 것인지, 아니면 손이 떨려 힘이 풀린 것인지조차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어린 마음이 더해지며 어느새 그녀에겐 김다온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남지 않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마음먹은 일은 밀어붙여야 한다고 배웠던 그녀였기에, 권아영은 자신의 삶을 김다온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이끌기로 결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어리다고 말을 했고 또 실수하는 거라고도 했지만, 그녀는 보란 듯이 살 자신이 있었다.
“너는 잘할 거야. 그거 알지?”
“네. 노력하고 있어요.”
“다온과 똑같은 말을 하네.”
“많이 보고 배우고 있거든요.”
“그건 좋은 거야. 걔도 그랬으면 좋겠네.”
대화를 끝낸 두 사람이 다시 조식에 집중하고, 권아영은 한 번 더 김다온의 사진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뒀다.
이번 마드리드에서의 일정 동안, 권아영은 세라 가문의 새로운 부띠끄를 확인하고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디자이너들에게 보여 주기로 했다.
현재 그녀의 꿈은 김다온의 부인이자 유럽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로서 살아가는 것이었다.
‘나 파이팅할게.’
비록 지금 함께이진 않았지만, 그녀에게 있어 김다온은 늘 힘이 되는 존재였다.
스페인의 아침, 권아영은 햇살이 참 따스하다고 생각했다.
***
【중국시간】 2015년 7월 18일. 차오양, 중국. 1 내셔널 스타디움 사우스 로드. 베이징 경기장(B?ij?ng Stadium. 1 National Stadium S Rd. Chaoyang, China).
.경기 시작 70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발렌시아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3-3/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매튜 라이언
RB ? 김다온 / RB ? 안토니오 바라간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후벤 베주
CB ? 제롬 보아텡 / CB ? 슈코드란 무스타피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호세 가야
DM ? 사비 알론소 / DM ? 엔초 페레즈
CM ? 필리프 람 / DM ? 다니 파레호
CM ? 티아고 / RAM ? 소피앙 페굴리
RW ? 토마스 뮐러 / CAM ? 로드리구 데 파울
LW ? 마리오 괴체 / LAM ? 호드리구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파코 알카세르
.
.
중국에서의 첫 48시간은 무척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때론 선수단과 움직이고 또 때론 e.V.와 동행하며, 정말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난 거기에서 급하게 외운 중국어로 인사를 던지면서, 질문에 답을 한다거나 별 관심 없는 중국의 문화유산에 흥미가 있는 척하는 연기 따위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어제 겨우 하루 훈련을 할 시간이 주어졌고, 우린 베이징에 있는 한 클럽의 시설을 빌려 몸을 풀었다.
듣기론 발렌시아는 이틀 전부터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하던데, 준비라는 면에서는 상대가 우리보다 조금 더 낫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오이(Oi)-!!!] [에-이!! 이게 누구야?! 하하하하!!]이건 이거다.
지금 나는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복도에서, 정말 반가운 옛 동료들을 마주했다.
엔초는 지난 1월 겨울 이적 시장에서 발렌시아로 2,500만 유로에 이적했고, 호드리구는 임대로 1년을 뛰다 지난 7월 3천만 유로의 완전 이적 조항으로 클럽을 옮기게 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룸메이트이기도 했던 주앙 칸셀루도 등장했다.
[이런, 젠장! 대체 그 머리는 뭐야?] [이발을 못했어.] [싹 밀어 버리라고. 덥수룩한 게 꼭 멍청이 같잖아?] [뭐?] [큭큭큭. 농담이야. 아무튼, 오랜만이야.] [그래.]주앙 역시, 호드리구와 함께 1,500만 유로의 이적료로 발렌시아에 합류한 상태다.
[그나저나, 베르디는?] [베르나르두?] [응. 너가 떠나고 벤피카에서 다 그렇게 불렀어.] [그래? 아무튼, 걔라면 화장실에 있어.] [화장실?] [응. 중국 음식이 맞지 않았나 봐.]베르나르두는 가벼운 배탈 증세로 오늘 경기에서 아예 뛸 수 없다.
펩은 의료진과 함께 호텔에 남으라고 지시했지만, 낯선 곳에 혼자 있기를 거부한 녀석은 본인이 알아서 잘 하겠다며 기를 쓰고 선수단과 동행한 상태다.
[꼭.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네.] [내 말이.]조금 서둘러 10분 일찍 라커룸을 떠나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더 자주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는 팀 훈련에 합류하고자 밖으로 나섰다.
우리가 수다에 한참 빠졌던 동안, 다른 사람들은 먼저 피치로 나선 상태다.
그런데 통로 밖으로 한 발을 내디디는 순간.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
“으왓-! 깜짝이야.”
공항에서 들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큰 환호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어,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한국의 신동!! 아시아의 자랑!! 그의 다리는 무려 1억 유로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나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알았느냐면,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경기장 안의 대형 스크린에 내 얼굴이 비춰지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면 안의 내 표정은.
‘병신 같잖아.’
일단 얼른, 벌린 입부터 다물어야 할 것 같았다.
합-
***
(시안 펑) – 중국 CCTV 아나운서
“바로 이 사내입니다! 수비수 몸값 최초 1억 유로의 사나이! 다온! 고작 21살의 나이입니다만, 벌써 두 차례나 챔피언스 리그 Best 11에 선정되었습니다.”
(웨이 지하오) – 중국 CCTV 해설위원
“이 선수가 뛰는 것을 보면, 왜 그런 평가가 매겨졌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모든 어린 선수들이 이 친구의 플레이를 보면서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시안 펑)
“중국 내에서도 인기가 상당합니다. 얼마 전에 중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온과 장린펑 중 누가 더 좋은 선수인가를 묻는 기사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만…….”
(웨이 지하오)
“아이야~ 그건 조금 말이 안 됩니다. 물론 장린펑도 훌륭한 선수이고 유럽에서 뛸 수 있는 기량을 지녔습니다만, 그렇다고 그가 1억 유로 평가를 받진 못할 겁니다.”
(시안 펑)
“아, 경기 시작됩니다. 발렌시아의 선축입니다.”
.
.전반 01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발렌시아
큰 의미를 두기 힘든 투어 도중의 친선경기일 뿐이지만, 그렇다고 대충 뛸 생각은 추호도 없다.
“!!”
“…….”
[에-이! 처음부터 너무 힘쓰는 거 아니야?]탐색전 단계라고 판단해 느슨하게 패스를 받으려던 호드리구가, 나의 강한 압박에 당황해 황급히 볼을 뒤로 돌리고는 엄살을 피워 온 이유다.
그래서 난 녀석에게 윙크를 한 번 찡긋 보내 줬다.
‘하여간에, 엄살은 변한 게 없어요.’
그러곤 볼이 머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약간 가운데로 치우친 티아고의 위치를 소리를 내질러 조정한다.
“이봐아-!! 반대!!”
.
(박성문) – SBS 해설위원
“지난 A매치 경기에서도 김다온 선수가 굉장한 투지와 리더십을 보여 주지 않았습니까? 지금처럼 티아고, 람, 괴체와 같은 선수들에게 주저하지 않고 소리를 지를 수 있는 사람은 뮌헨 내에서도 김다온밖에 없습니다.”
(배정세) – SBS 아나운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사전 인터뷰에서, 김다온의 리더십이 팀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을 했습니다.”
.
티아고가 반응을 해 위치를 왼쪽으로 움직여 주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발렌시아의 오른쪽 빌드업 과정을 삐걱거리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올해 발렌시아도 꽤 많은 선수가 바뀌었기에, 우리는 아직 그들의 축구가 어떠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11월 전까지의 축구는 체력이나 분석보다는 실력과 준비가 더욱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비록 우린 준비에서 발렌시아보다 조금 못할 수도 있겠지만, 실력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하게 앞선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연결되던 패스를 필리프가 끊어 냈고, 그러자 관중석에서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치, 한국에서 A매치를 치르는 것 같다.
.
(배정세)
“람, 끊어 냅니다! 아- 지금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볼을 끊어 내자마자 베이징 경기장이 함성으로 가득해졌습니다.”
(박성문)
“사실상 바이에른 뮌헨의 홈이에요. 이미 뉴스를 통해서 잘 아시겠지만, 현재 중국 내에서 바이에른 뮌헨 더 나아가 김다온의 인기가 상당하거든요? 2015년 6월까지, 김다온의 유니폼이 메시와 호날두보다도 더 많이 팔렸어요. 이건 정말 굉장한 겁니다.”
(배정세)
“그렇습니다-! 패스를 받아 든 김다온. 반대편을 바라봅니다. 멀리 롱킥! 그리고 파울을 얻어 냅니다! 좋은 위치에서의 프리킥! 김다온 선수의 활약이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
프리킥을 얻어낸 지점은 직접 슈팅보다는 세트피스가 더 나아 보였고, 그래서 나는 몸을 돌려 하프라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선택을 했다.
팀 내 센터백들을 박스 안으로 보내기 위함이었는데, 그러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튀어나왔다.
{“에에에에에에—–!!”}
아마도, 이곳에 모인 팬들 대부분은 나의 프리킥을 기대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했다.
‘그래도 그건 다음 기회에.’
지금은 팀 전체가 새롭게 호흡을 맞춰 나가는 단계여서 무리하게 프리킥 욕심을 내고 싶진 않았다.
오늘은 승리보다, 준비한 것을 얼마나 더욱 잘하느냐가 중요한 날이다.
그렇게 티아고가 직접 박스 안으로 프리킥을 차 넣었고, 괜찮게 날아가는가 싶었던 축구공은 좋은 위치 선정을 보인 슈코드란 무스타피(Shkodran Mustafi)에 의해 한발 앞서 클리어되어 버린다.
킥 자체는 괜찮았지만, 방향이 조금만 더 가까운 쪽으로 향했다면 훨씬 더 좋은 장면이 나왔을 것이다.
왼쪽에서 괴체가 스로인을 보내고, 이를 받아든 티아고가 잠깐 박스 안을 보다 여의치 않는지 뒤로 볼을 돌렸다.
나와 마찬가지로 후방에 있던 베르나트가 이를 받아 들어, 내게로 다시 패스를 보냈다.
다시 앞쪽을 살피는 나.
“…….”
현재 팀의 센터백들은 자리로 돌아오는 중이었고, 발렌시아의 선수들 역시 박스 밖으로 넓게 퍼져 나오면서 수비 때 움츠러들었던 라인을 높이고자 했다.
보통이라면 다시 베르나트에게 준다거나 아니면 노이어에게 볼을 돌려 라인을 정비할 시간을 버는 것이 옳다.
그렇지만, 나는 짧았던 여름 동안 새롭게 배워 온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또 실전에서 동료들을 깜짝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연습 때에 하지 않았던 플레이였기도 했다.
‘보였다.’
주시하고 있던 전방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나.
정확히는 누군가라고 말을 하는 게 옳다.
[“뭘 알려 달라고?”] [“롱패스. 형 잘하잖아.”] [“너도 잘하잖아.”] [“에-이. 결이 조금 다르지. 결이.”]지난번 파주에서, 나는 성용이 형을 졸라 직선으로 보내는 롱패스를 전수받으려고 했다.
대각으로 찔러 주는 것은 익숙하기도 하고 자신도 있었는데, 앞으로 곧게 보내는 긴 패스는 어쩐지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용이 형은 대각이든 직선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정확한 곳에 축구공을 보낼 줄 알았다.
물론 클럽에 사비 알론소가 있지 않느냐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대각선으로 보내는 롱패스를 과연 누구로부터 배웠다고 생각하는가?
그는 이미 나의 스승이었지만, 완벽히 만족스럽지는 않았기에 성용이 형에게 물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후우-”
우선, 하나.
[“일단 나는, 패스보다는 가볍게 슈팅을 한다는 생각으로 보내거든.”]가볍게 슈팅을 한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둘.
[“패스를 받을 애가 그럼 앞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을 것 아니야. 일단 방향은 거기에 맞추는데, 너무 거기에 집착하지는 마. 아, 이쯤이면 슈팅하기 좋겠구나 하는 위치 알지?”]정확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방향과 거리를 대강 파악하는 선에서.
슈팅을 하기 좋은 위치로.
마지막.
[“야, 근데 뭐 이건 비결도 아니다. 그냥.”] [“그냥?”]성용이 형이 말하길.
‘잘 차면 된댔어.’
너무나도 할 말이 없던 것인지라, 나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가끔 사람들은 우리에게 특정 장면에서의 플레이를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를 묻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냥 잘했다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
전술을 이해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영역이지만, 그 이해한 것을 행동으로 이끌려면 잘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파앙-!!
가볍게 휘두른 오른쪽 발등에 맞은 축구공은 별로 높지 않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다.
기껏해야 최고 3m 정도?
있는 힘껏 점프해 손을 뻗으면 닿을 수도 있는 높이였지만, 축구에서 그랬다간 경고나 퇴장을 받을 것이다.
자신들이 라인을 높이 차례라 예상했던 발렌시아의 선수들이 덜컹거리며 멈춰 서고, 이런 상대의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든 뮐러가 오른발을 높이 뻗어 트래핑을 시도한다.
제대로 된 위치에 떨어진 축구공은 곧 뮐러의 오른발에 안착했고, 한 번 스텝을 고른 그는 왼발을 휘둘러 발렌시아의 골문 안으로 축구공을 보내 버렸다.
‘그렇지-!!’
뒤늦게 발렌시아의 선수들이 오프사이드를 어필해 보지만, 지금 부심의 기는 전혀 올라가 있지 않았다.
주심 역시 아까 분 휘슬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고, 나는 패스를 보낸 자리에 멈춰 서서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돌아오는 뮐러를 향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바보 녀석. 셀레브레이션이 그게 뭐야?’
그러자 비록 셀레브레이션 실력은 꽝이었지만, 축구만큼은 확실한 토마스 뮐러가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 올려 엄지를 치켜세워 왔다.
전반 3분.
새로운 시즌의 출발은 정말이지 무척 상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