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92)
491화 Internationaler (4)
【이탈리아시간】 2015년 7월 18일. 175-10151 토리노, 이탈리아. 비아 드루엔또. 유벤투스 트레이닝 센터(Juventus Training Center. Via Druento. 175-10151 Torino, Italia).
과거 ‘데일리 텔레그라프’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The Times’에 속한 스포츠 기자 겸 축구 작가인 헨리 윈터(Henry Winter)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건 바로, 축구에서의 이적은 도미노 현상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 선수가 클럽을 옮기는 일은 대부분 ‘우승’, ‘챔피언스리그’, ‘돈’, ‘명성’과 같은 것들에 의해 결정되지만, 어떠한 경우에는 복잡한 인과 관계가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15년 겨울, 클럽의 미래가 자신이 아닌 폴 포그바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한 아르투로 비달의 이적이 바로 그랬다.
“금액은 적당하군.”
“네. 그렇습니다.”
유벤투스의 단장 주세페 마로타(Giuseppe Marotta)는 이탈리아 축구계에서 입지전(立志傳)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21살이라는 어린 나이 때부터 축구 행정가로서의 삶을 살았고, 베네치아와 아탈란타를 거쳐 부임한 삼프도리아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을 보는 눈이 탁월한 데다가 클럽을 위해 돈을 아끼면서도 선수들에게서 나오는 잡음마저 최소화했던 그는, 부임 당시 2부 리그 소속이던 삼프도리아를 승승장구하게 만들며 클럽을 챔피언스 리그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문제아로 유명했던 안토니오 카사노(Antonio Cassano)를 다시 영입해 개과천선시킨 부분은, 마로타의 능력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또한 마로타가 유벤투스로 떠난 이듬해 구단주의 횡포로 삼프도리아가 다시 2부 리그로 강등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는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받아들이지. 아그넬리에겐 내가 말하겠어.”
“따로 전할 말은요?”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 달라고 하게. 아르투로까지 내보낸다는 소식이 일찍 알려져 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말이야.”
2010/11 시즌부터 유벤투스의 단장이 된 마로티는, 클럽에 부임하자마자 클럽의 가장 큰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었다.
그는 정확한 기준이 없는 클럽의 주급 체계가 클럽 내의 파벌을 만들고 있다 판단했으며, 그래서 실패를 어느 정도 감내하고 주요 선수들이 정리에 들어갔다.
부임 첫해와 이듬해,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많은 주급만을 받던 이들을 대거 방출한 것이다.
동시에 그는 당시까지만 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안토니오 콘테(Antonio Conte)를 감독으로 영입하고, 하향세라던 안드레아 피를로마저 자유계약으로 데려오는 탁월한 혜안도 발휘했다.
콘테와 피를로는 유벤투스의 부활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고, 마로티는 이후로도 이적 시장에서 비슷한 성공을 거두며 현재의 유벤투스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마로티는 현재, 폴 포그바를 중심으로 클럽을 한 번 더 개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현재의 유벤투스도 분명 강한 팀이었지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하기엔 힘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6일, 유벤투스는 바르셀로나에 1:3으로 패배하며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이와 같은 일을 1년 전부터 예견했던 마로티는, 작년 여름 폴 포그바와 재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클럽의 미래가 누구에게 달렸는지를 명확하게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폴 포그바가 자신보다 주급이 높아진 것에 분노한 비달이 이적을 요청하는 일이 있었다.
“그럼, 그의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하겠습니다.”
“그래 주게나.”
“네. 다른 용무가 있다면 언제든지 부르십시오.”
“그러지.”
딸깍-
“후우~”
사실 처음, 마로티는 아르투로 비달을 붙잡으려고 했었다. 그는 현시점 세계 최고의 박스-투-박스 미드필드 중 하나였고, 대체가 힘든 자원이었다.
비달의 반년 치 주급의 세금을 클럽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불만이 외부로 번져 나가는 것을 막아보려고도 했었지만, 끝내 그를 설득시키지는 못했다.
바로 이런 부분이다.
선수 재계약에 결정권을 쥔 대부분의 관계자는, 아르투로 비달과 같은 위치에 있는 선수들의 조건을 어지간하면 들어주려고 한다.
그러나 재정적 압박을 받는 클럽만을 맡아 왔던 마로티에겐, 팀 내 주급 시스템은 무엇으로도 건드릴 수 없는 것이었다.
만약 불만을 달래려 선수의 요구 조건을 들어준다면, 당사자의 불만이야 잠재울 수 있겠지만 그 외 나머지가 너 나 할 것 없이 연봉 인상을 요구해 올 수 있었다.
클럽은 그런 요구 조건을 전부 들어줄 수 없고, 재계약을 거부당한 이들은 그 즉시 통제에서 벗어나 문제를 일으킨다.
재계약을 공개적인 논쟁거리로 만든다거나,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눈에 띄는 태업을 하거나 하는 식이다.
그래서 마로티는 비달을 방출하기로 한 거다.
뼈아팠지만, 클럽에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한 가지 의외였던 점은, 행선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닌 바이에른 뮌헨이었다는 것이었다.
작년 여름부터 맨유는 아르투로 비달을 향한 열렬한 러브콜을 보내왔고, 지난겨울 이적 시장 때에는 합의가 거의 이뤄질 뻔했던 것을 가까스로 막았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미끼로 한 것인데, 비달 역시 그것을 받아들였었다.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군.’
마로티는 비달의 뮌헨 이적과 슈바인슈타이거의 맨유 이적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생각을 해 보기에도, 슈바인슈타이거를 영입한 맨유에겐 더 이상 비달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 이적은 무척 뜬금없으면서도 놀라운 것이었고, 마로티는 이면에 알려지지 않은 뭔가가 있다는 걸 알았다.
‘뭐,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겠지. 우린 제값을 받았고, 결국은 그게 가장 중요한 거야.’
자신의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프란츠 베켄바워가 루이 판할에게 걸었던 한 통의 전화.
그 전화 한 통이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맨유 이적으로 이어져, 그것이 다시 또 아르투로 비달의 뮌헨 이적으로 연결되었다.
하나 그것을 알 턱이 없었던 유벤투스의 유능한 단장에겐, 비달의 이탈을 대비해 사미 케디라를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한 것에 만족하기로 한다.
그리고 또, 2년에 걸쳐 지급될 3,700만 유로와 성적에 따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최대 300만 유로도 말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완벽히 폴 포그바에게 팀의 미래를 맡길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포그바는 우리와 10년을 더 함께할 거야.’
마로티가 그리고 있는 유벤투스의 미래는, 당분간 클럽의 새로운 10번과 함께할 것 같았다.
***
【중국시간】 2015년 7월 19일. 상하이, 중국. 288 린인 뉴 로드, 송지앙 지구. 서산 골프 클럽(Sheshan Golf Club. 288 Linyin New Rd, Songjiang District. Shanghai, China).
발렌시아와의 경기를 끝으로 베이징 일정을 정리한 우린, 이튿날 곧장 상하이로 날아왔다.
어제는 주최 측이 준비한 장소에서 많은 팬들을 만났고, 일부는 프란츠 베켄바워와 함께 상하이의 유소년 클럽을 방문하여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난, 정해진 것에 맞춰 인터뷰 현장으로 나갔었다.
[“한국에 당신이 차린 재단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뜻밖에도, 중국의 한 기자는 권준형과 함께 만든 재단에 관한 질문을 던져 왔었다.
그는 재단에 한국인만 들어갈 수 있는지, 만약 중국의 어린 선수 입단이 불가능하다면 제휴나 연계를 통해 중국 어린 선수들의 유럽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대답을 하기 굉장히 미묘했단 질문이었던지라,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무척 신중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었다.
투어를 온 상태에서 괜히 중국인들을 화나게라도 만든다면, 클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시기상조라는 말과 혹시나 오해할까 싶어 빠르게 덧붙인 설명을 통해, 이제 겨우 한국의 유망주들도 처음으로 테스트를 받기 시작했다고 말하면서 당장은 제 앞가림을 하기에도 어렵다고 답한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기회가 되어 중국의 어린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된다면, 참 특별한 일이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이에 회견장의 중국 기자들은 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곁에서 잘했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펩과 시선을 맞췄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아찔했었던 순간이었다.
보태어서 또 말하는데, 나는 절대 재단에 한국인 외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생각이 없다. 그리고 그들이 말한 제휴 역시, 좋게 거절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애초부터 재단의 목적은 ‘축구 실력 외적인 이유로 힘들어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고, 내가 쌓아 온 것들을 남과 나누기도 싫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더더욱 안 된다.
어쨌거나.
“풉-!! 푸핫-!”
“아- 시끄러워. 이런 건 딱 질색이라고.”
“크하하하하하.”
현재 나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상하이 서산(?山)에 자리한 고급 골프 클럽에 입장한 상태다.
펩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들과 많은 동료들이 가장 기대했던 스케줄로, 이곳은 2004년에 지어진 상하이 최초의 프리미어 프라이빗 골프 클럽이었다.
쉽게 말해 부자들만 출입하는 곳이라는 건데, 한국에서도 꽤 인기 있는 곳이라 연예인 등이 찾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곳은 오늘, 우리를 위해 골프 클럽의 일정 전체를 하루 동안 비워 두었다.
잠시 뒤부터 열리게 될 ‘Audi Golf Tournament’ 때문인데, 1등 상품으로는 무려(?) 2015년 형(型) 아우디 R8이 풀옵션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1등 상품은 그리 구미가 당기는 것은 아니다.
“난 아닌데? 난 저거 없어.”
“뭐? 진짜?”
“응.”
하지만 제바스티안 로데는 아닌 것 같다.
그는 상품으로 인해, 의욕에 불타고 있다.
“그래- 너가 1등 해라.”
“왜? 밀어주게?”
“그게 가능한지나 모르겠어.”
“응?”
“골프는 몇 번 스윙을 휘둘러 본 게 전부야. 전에 몇 번 필드로 따라 나가 봤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어.”
“큭큭큭. 그거 재미있네.”
“재미있는 건 네 옷차림이지.”
“이봐-!!”
각자 멋들어진 골프복을 갖춰 입은 펩, 람, 노이어, 뮐러와는 달리, 나와 로데는 골프복이 없었다.
그래서 골프 클럽에서 복장을 따로 준비해 줬는데, 하나는 무난한 흰색과 회색의 조합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 하면 딱 떠오르는 불타오르는 빨간색과 핑크색이었다.
죽어도 후자가 싫었던 로데와 나는 가위바위보로 골프복을 결정하기로 했고, 당연하게도 내가 승리를 거뒀다.
바이에른 뮌헨 공식(公式), 가위바위보 20연승에 빛났던 나다. 비록 반칙을 쓴 리베리에 의해 기록이 깨어지긴 했지만, 그건 뮌헨 역대 최장 기록이었다.
어째서 가위바위보 연승 기록이 클럽에 남아 있었는지는 지금까지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젠장. 하루 종일 웃음거리가 되겠어.”
“이따 사진 한 번만 찍자.”
“하아~”
좌절하는 로데를 위로한 뒤, 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물의 로비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래라면 나는 지금쯤 ‘상하이 국제서킷’에 있었어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인 운전을 마음껏 할 수 있었을 거다.
‘Audi Driving Experience’라는 명칭의 이벤트인데, 레이싱에 참여하는 차량을 직접 서킷에서 운전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여기로 오게 된 이유는, 펩이 나를 원했기 때문이다.
“늦었잖아! 빨랑 와!”
“조용히 해, 토마스. 넌 지금 그냥 허여멀건한 기다란 마시멜로처럼 보여.”
“오-! 그럼 달콤해 보인다는 거야?”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데?”
“네가 날 좋아한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니까.”
“우웩-!”
“킥킥킥킥.”
현재 우리가 가는 곳 어디에나, ‘바이에른 뮌헨 TV’가 따라붙고 있다.
루메니게와 잠머가 추진하는 클럽의 국제화를 위한 일환으로, 이들은 투어 전체를 우리와 동행하며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의 공식 계정에 업로드할 예정이다.
로비에서 동료들과 먼저 만나 조금을 더 기다리자, 계단 위에서 펩이 투어의 중요 관계자들과 함께 등장했다.
“오-! 생각보다 더 잘 어울리는군.”
“당신이 미워요, 펩.”
“큭큭큭큭. 그러지 말라고.”
나의 원망을 잘 알고 있었던 펩이 가까이로 다가와 어깨에 친근하게 손을 얹어 왔다. 여전히 서킷에 가지 못한 것은 화가 났지만, 지금 이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하아- 베르나르두만 실컷 즐기겠어.’
지금쯤 차량에 올라타 실컷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을 베르나르두가 내지르는 비명이, 어쩐지 귓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
201800 상하이, 중국. 2000 이닝 로드, 자딩 지구.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Shanghai International Circuit. 2000 Yining Rd, Jiading District. 201800 Shanghai, China).
“이얏호우-!!!!!!!!”
김다온의 생각대로, 차량의 속도를 잔뜩 높인 베르나르두가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서킷 가득 울려 퍼지고 있다.
***
상하이, 중국. 18 쫑산 동쪽 도로, 난징 동 루, 황포지구. 바 루지 상하이(Bar Rouge Shanghai. 18 Zhongsan East Rd. Nanjing Dong Lu, Huangpu District. Shanghai, China).
축구가 아닌 공식 일정의 마지막.
바로, ‘Audi Night’다.
상하이 시내의 스카이라인이 훤히 보이는 근사한 배경의 바 루지에서, 우린 주최 측이 준비한 음식을 즐기며 정신없었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좋았어? 좋았지? 좋았잖아?”
“젠장- Amigo.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제기랄! 내가 거기에 있었어야 했다고!”
“큭큭큭. 어쩌겠어? 넌 펩의 총애를 받잖아.”
“하아~”
예상대로 베르나르두는 서킷에서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지금 저기에 보면, 알라바도 잔뜩 신나 하며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골프장에서 보낸 시간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서킷을 놓친 것은 정말 아쉬웠다.
“아, 그런데 상품은?”
“필리프가 따고, 로데한테 줬어.”
“뭐? 진짜?”
“응. 로데가 진짜 상품에 탐을 냈거든. 그래서 저 녀석이 어떤 짓까지 했는지 알아?”
“?”
골프 필드에서의 로데는 말 그대로 박쥐였다.
18홀 코스를 치는 동안, 몇 번이나 편을 바꿨다.
물론, 내 편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난 진짜 골프는 안 맞는다니까.”
“그래- 넌 몸을 쓰는 게 더 낫기는 해.”
“응. 다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난 재미있던데 왜.”
“뭐?! 너 골프 쳐?”
“응. 리스가 같이하자고 해서.”
리스(Reece)는 베르나르두가 연인 베아트리스 리마를 부르는 애칭이었다.
“배신자 같으니.”
“봐 달라니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시끄러워.”
화려한 조명과 DJ가 트는 시끄러운 음악.
여긴 말 그대로 클럽이었다.
벌써부터 분위기에 취한 토마스 뮐러는, 무대 한복판에서 눈 뜨고는 보기 힘든 춤을 추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
“쟤는 진짜 축구선수를 하길 잘했어.”
“큭큭큭큭.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지?”
“응.”
이곳에는 우리 뮌헨과 아우디의 관계자들 외에도, 중국 측이 섭외한 이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랑랑(郞郞)이라는 피아니스트였는데, 이미 그와 함께 오후를 보낸 친구들은 꽤나 친근하게 굴고 있었다.
외에도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저마다 환한 얼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응?’
나는 한쪽에 모인 한 무리에 눈길이 갔다.
펩과 루메니게, 그리고 잠머다.
‘저건…….’
우연찮게 모였다고 하기엔, 현재 세 사람의 표정이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렇다면 저건 축구와 관련되었다는 것이었고, 종일 외적인 것들을 하느라 갈증을 느꼈던 나는 세 사람의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고개를 끄덕인 펩이 기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루메니게와 악수를 나눴다.
이후에는 잠머와도 손을 맞잡았고, 건배를 나눈 세 사람은 잔을 비워 내곤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잠깐만 다녀올게.”
“그렇게 해.”
내가 떠난 자리는 더글라스 코스타와 티아고가 채웠다. 아무래도 포르투갈어가 원활하게 가능한 무리끼리 친하게 지내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친구가 외롭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만족하며, 나는 홀로 샴페인을 홀짝이던 펩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한테 빚을 지신 것 알죠?”
“응? 이런! 아직도 그 소린가?”
“당연하죠. 베르나르두가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이대로라면 분해서 잠도 오지 않을 것 같아요.”
“하하하. 그럼 내가 어쩌면 되겠나?”
“간단해요.”
“?”
“금방 무슨 대화를 하셨죠? 극비 사항이라면 더 캐묻지 않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듣고 싶어요.”
“…….”
눈에 잠깐 커진 펩이 이채를 담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제발요- 어제랑 오늘 축구공이라곤 태극권을 배울 때 만져 본 게 전부라고요. 그러니 말할 수 없는 게 아니라면, 제 갈증을 좀 풀어주세요.”
“……파핫-!”
“응?”
“하하핫-! 고작 이틀인데? 그리고 꽤 재미있는 시간이었지 않나? 자네도 즐기는 것 같던데.”
“네- 그건 인정해요. 재미있었죠.”
하지만, 축구만큼은 아니었다.
“하아- 자네의 부인이 걱정되기 시작하는군.”
“그거 당신을 두고 사람들이 제게 하던 말이랑 같네요.”
“이런! 한 방 먹었군.”
“그래서요? 말할 수 없는 비밀인가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펩이 다시 샴페인을 홀짝였다.
뭐, 이 정도쯤이야.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그렇지만 내 인내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참지 못하고, 난 다시 펩을 재촉한다.
“축구와 관련된 것 맞죠? 그렇죠?”
“후후후후, 자네는 참 구제불능이야. 그래, 맞아. 축구와 관련된 것이었지. 그리고 영입에 관한 거야.”
“오-! 뭐죠?”
“쓰으으읍-”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펩이 주변을 둘러보며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없는지를 확인했다.
덩달아 나도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가 손을 까닥해서 얼굴을 가까이 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난 거기에 따랐다.
“…….”
“아르투로 비달이 클럽에 합류할 걸세.”
“오-?”
“그는 최고 중 하나지. 이 이야기는 비밀로 하도록.”
“네. 그야 물론이죠.”
아르투로 비달이라면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상대해 본 경험은 없지만, 훌륭한 선수라는 것쯤은 안다.
그리고 내 생각인데 아마, 비달은 바스티의 대체자인 것 같다.
“무슨 일이야?”
“응? 아-”
자리로 돌아와, 베르나르두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을 하며 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대화를 섞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비달이란 새로운 세계적인 선수와 호흡을 맞춘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두근대거나 기쁜 것은 아니고, 그냥 또 다른 세계적인 레벨의 동료와 호흡을 맞추는 일이 나를 어떠한 세계로 이끌지가 궁금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축구를 해 오면서 만난 모든 동료들이 내게 영향을 주었다.
물론 거기엔 좋은 것도 또 나쁜 것도 있었지만, 다행이라면 좋은 경우가 더 많았다는 부분이다.
‘휴우~ 이제 투어도 곧 끝나.’
독일로 돌아가 새로운 동료를 만나는 것은, 내겐 눈앞의 호화로운 파티보다도 더 흥분되는 일이었다.
***
[뮌헨이 비달의 협상을 위해, 유벤투스와 테이블을 차릴 예정이다. – Gianluca Di Marzio via Twitter/2015.07.18.(오후)].
.
[바이에른 뮌헨이 아르투로 비달을 영입하는 데 거의 근접했으며, 유벤투스는 4천만 유로에 달하는 이적 제안을 받아들였다. – BBC/2015.07.19.(오전)]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떠나보낸 바이에른 뮌헨이, 유벤투스의 월드클래스 미드필드를 영입하는 것으로 출혈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 Sky Sports/2015.07.19.(오전)] [Done Deal. 아르투로 비달의 이적을 위해 남은 건 오직 메디컬 테스트뿐이며, 그의 휴가가 끝나는 22일에 맞춰 볼파르트 클리닉에서 이적을 위한 마지막 단계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 키커/2015.07.19.(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