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96)
495화 De amigos a rivais
2015년 8월 3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대략 3개월 전, 한가로이 웹서핑을 하던 나는 레알 마드리드가 기존의 디렉터와 스카우트 그룹 전체를 몽땅 해고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인원을 일괄적으로 해고하는 일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기에, 난 호기심을 못 이기고 화면으로 손을 가져갔었다.
그리고 그 기사엔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화가 났으며, 그 이유가 두 건의 실패한 영입 때문이라는 말 등이 적혀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은 제로니모 베가, 다닐루 영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그랬다.
내 친구 제로니모 베가에겐, ‘실패’라는 이름의 딱지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추진한 영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치에 나갔을 때의 플레이가 워낙에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언제부터인가, 제로니모는 나의 연락도 받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오-!!”
“우와-우!”
녀석은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며 피치 위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었다.
지금만 해도 그는.
.
(에밀 슈미터링) – ZDF 코멘테이터
“토트넘 핫스퍼. 너무 무기력합니다.”
(슈테판 에펜베르크) – ZDF 해설위원
“정말 놀랍습니다. 저는 이 친구가 이렇게까지 잘하는 선수일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히 오늘 하루 컨디션이 좋다고 하기엔, 플레이의 수준이 무척 높습니다.”
(에밀 슈미터링)
“제로니모 베가. 아르헨티나 출신의 1993년생 윙어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이적 전에는 SL 벤피카 소속이었죠. 다온과 같은 나이 그리고 같은 동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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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모에 대해서 잘 몰랐던 몇몇 동료들은, 에밀 슈미터링(Emil Schmidterling)의 말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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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에펜베르크)
“SL 벤피카의 황금세대 주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벨라 구트만의 저주를 깨트린 친구들이죠. 다온, 제로니모 베가, 그리고 베르나르두 실바도 벤피카가 유로파 리그 우승을 차지할 때의 주역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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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이라고?”
“진정해, 베르나르두. 별 의미 없으니까.”
“쳇.”
아무래도 베르나르두는 우리 세 명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이름이 불려 심통이 난 것 같았다. 난 그런 친구를 위해 어깨를 두드려 줬고, 다시 눈을 TV에 두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왼쪽에서 패스를 받아 든 제로니모가, 토트넘의 오른쪽 풀백인 카일 워커(Kyle Walker)를 다시 한번 무너뜨린다.
오늘 경기를 치르는 동안, 카일 워커가 넘어진 횟수가 과연 몇 번이나 될까?
“젠장. 한 열 번은 된 것 같아.”
넋을 놓아 버린 채 중얼거리는 괴체의 말에, 나는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반 36분인 지금까지 내가 계산한 숫자만 7번이니, 전반까지 포함하면 두 자릿수는 가뿐히 채울 것이다. 어쩌면 15번이 넘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이건 거의 모든 1:1 대치 상황에서 풀백이 패배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우오-!”
카일 워커를 따돌리며 골대를 향해 쇄도해 들어간 제로니모가, 얀 페르통언(Jan Vertonghen)의 태클에 걸려서 그라운드 위에 넘어졌다.
몇 차례 피치를 데굴데굴 구른 제로니모가 벌떡 일어나 주심을 바라보았고, 그를 향해 손바닥을 보이며 팔을 뻗은 바스티안 당케르트(Bastian Dankert)가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P.K는 아니지만, 전반전에 경고를 받은 얀 페르통언은 이로써 피치를 떠나게 되었다.
가뜩이나 0:3으로 뒤진 토트넘의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가 되는 것이다.
“잘하네. 약점이 안 보여.”
“…….”
지금까지 제로니모가 우리의 시선을 가장 많이 빼앗기는 했지만, 화면 속 레알 마드리드는 굉장히 강한 팀이었다.
굳이 제로니모가 아니더라도, 가레스 베일과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활약 역시 무척 눈부셨다. 또 중요한 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오늘은 뛰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와 함께 경기를 보고 있는 펩은, 사비를 곁에 앉혀 두고 진지한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그가 지닌 생각이 궁금했던 것 같다.
“응?”
“왜?”
“저걸 봐. 니모가 차고 있어.”
“??”
잠깐 펩을 보느라 화면에서 눈을 돌리고 있었던 나는, 베르나르두의 말을 듣곤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화면 속 누군가가, 바로 오른발을 휘둘렀다.
‘니모.’
기억 속에 선명한 익숙한 동작.
우리가 벤피카에서 함께할 때의 그 모습 그대로, 제로니모는 프리킥을 직접 슈팅으로 연결하여 오늘 경기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 냈다.
경기는 이제 0:4가 되었고, 홈팀 자격으로 경기를 시작한 토트넘 핫스퍼는 끔찍한 하루를 경험하고 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에릭 라멜라(Erik Lamela)와 교체된 흥민이 형도, 무릎에다 양손을 얹은 구부정한 자세로 멍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또 긍정적인 형이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형은 위기에서 팀을 구해 내는 타입은 아니었다.
‘휴우- 그게 약점이기는 해.’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고 성용이 형과 통화를 할 때마다, 형은 내가 얼른 A팀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강찬일 감독님을 시작으로 지성이 형과 성용이 형이 이어 온,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에 관한 것이었다.
만약 내가 그것을 거부하게 되면 흥민이 형 정도가 현재로서는 차기 주장감인데, 성용이 형과 삼파올리 감독님 모두 그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라며 입을 모았다.
상대를 베는 날카로운 무기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아우르기엔 너무 감성적이란다.
나 역시,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다.
‘힘내 형.’
그래도, 이런 장면을 보는 것은 늘 마음이 아팠다.
어느 정도 결과를 예감한 양 팀의 선수들이 빠르게 기어를 낮추고, 많이 느슨해진 경기는 이렇다 할 장면 없이 진행되어 가다 점수 그대로 종료가 된다.
그리고 동시에.
“준비하도록! 이젠 우리 차례다!”
우리는 약 90분 동안 그라운드가 정비되는 사이, 버스에 올라타 클럽하우스를 떠나 경기장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웜업을 시작할 때쯤이면 정돈이 끝날 텐데, 그런 뒤에 AC 밀란과 경기를 치른다.
‘Audi Summer Cup’에서 인테르를 만난 후, 같은 연고를 사용하는 원조인 ‘아소차치오네 칼초(Associazione Calcio)’ 밀란을 만나는 것이다.
나는 이게 꽤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친선전의 성격이 짙은 대회였다지만, 독일의 클럽이 한 시즌에 두 개의 밀란 클럽을 박살 내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질 생각은 하지 않냐고?
‘에이, 왜 이러셔.’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복도를 떠나면서 크게 외치는 이 목소리가, 부디 동료들에게도 전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Fur die Bayern(바이에른을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경기장을 가득 채울 바이에른의 팬들을 위해, 나는 절대 패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1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AC 밀란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3-1-2
GK ? 마누엘 노이어 /GK ? 디에고 로페즈
RB ? 김다온 / RB ? 마티아 데 실리오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호드리구 엘리
CB ? 제롬 보아텡 / CB ? 알렉스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루카 안토넬리
DM ? 사비 알론소 / RDM ? 자코모 보나벤투라
RAM ? 아르연 로번 / CDM ? 나이젤 더 용
CM ? 아르투로 비달 / LDM ? 안드레아 베르톨라치
CM ? 마리오 괴체 / CAM ? 혼다 케이스케
LAM ? 더글라스 코스타 / ST ? 카를로스 바카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루이즈 아드리아누
.
.
오래전부터 FIFA가 내걸어 온 ‘축구와 정치의 분리’. 이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이들은 대부분, 이탈리아 세리에 A의 클럽 AC 밀란의 경우를 예시로 들었다.
클럽의 소유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 현대 정치 역사에서 가장 부패한 총리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를루스코니는 AC 밀란의 수입 상당수를 본인의 정치자금으로 사용했고, 정치적 위기를 선수 영입으로 극복하는 등, 축구를 본인의 정치 생명을 계속해서 연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그렇게 정치와 돈, 그리고 미디어까지 장악한 베를루스코니의 기세는 영원할 것 같았지만, 2011년 사임 이후 추잡한 스캔들이 터지면서 크게 꺾여 버린 상태다.
AC 밀란이, ‘Audi Cup’ 참가를 결정한 이유다.
“오-! 울리! 나의 형제여! 클클클클.”
“실비오. 반갑습니다.”
49세 연하의 새로운 부인과 독일로 외유를 할 좋은 기회라 여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그는 최근 3년 동안 탈세와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불법 도청과 정치인 매수, 권력 남용과 공공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사회봉사 1년 형을 최종 선고 받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자신을 고발한 미성년자 모델에게 막대한 돈을 지불하며, 단 17시간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이 처벌의 전부가 되었다.
이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에게 형제라는 말을 하자, 울리 회네스는 겉으론 웃으면서도 속으론 잔뜩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빌어먹을 인간 말종 같으니.’
회네스 역시 탈세 등의 혐의로 법정 형량을 선고받았지만, 그는 최소한 그것을 피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베를루스코니는 몇 달 전, 홀로코스트(Holocaust) 피해자를 추모하는 자리에서 베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를 옹호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나치의 역사를 수치스러워하는 독일인 다수에겐, 베를루스코니가 했던 말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울리 회네스는 전(前)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이자, 호스트인 뮌헨의 오랜 원로로서 베를루스코니를 반갑게 맞이해야만 했다.
하지만 대번에 정이 뚝 떨어져 버린 첫인사와 더불어, 안하무인 한 태도가 회네스의 마음을 바뀌게 했다.
“필요한 게 있다면, 말씀하시죠.”
“필요한 거? 예쁜 미성년자는 있소? 하하핫-!”
“농담이 심하시군요. 그럼.”
“하핫-!”
49살이나 어린 아내를 바로 곁에 두고서도 다른 미성년자 모델을 찾는 베를루스코니의 말에, 울리 회네스는 조금 남은 미안함마저도 지워 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는 상종해서는 안 될 인물이었고, 앞으로 뮌헨은 호스트로서의 도리 외의 어떠한 호의도 베풀지 말아야 했다.
“이보게, 카를.”
“네, 울리. 이해했습니다.”
“그래. 정말이지 역겨워지는 인간이야.”
“인간 말종이죠.”
“휴우- 중국인들을 어서 붙여 주는 게 낫겠군.”
“서둘러 보겠습니다.”
울리 회네스는 본인의 형량이 모두 끝날 때까진, 뮌헨 내부에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공식 행사에 모습을 비출 때면,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나와 현(現) 회장을 부하 직원처럼 다루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비록 프란츠 베켄바워와 한배를 탔다고는 하나, 울리 회네스는 여전히 루메니게를 아끼고 있었다.
베켄바워가 루메니게의 완전한 퇴출을 바랐음에도, 끝까지 그럴 수 없다고 말한 것도 회네스였다.
“멋지군. 자네가 참 잘해 줬어.”
“과찬입니다, 울리.”
“아니야. 이런 것들은 내가 생각할 수 없는 분야지.”
“…….”
바이에른 뮌헨의 국제화는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체재 아래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지난 ‘Audi Summer Tour’를 통해, 많은 중국의 재벌들을 초대할 수 있었다는 게 그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중 ‘유럽의 축구 구단주’가 되길 바라는 이들이 있었는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바로 이 부분을 노리고 ‘Audi Cup’ 참여를 최종 결정했다.
자금줄이 완벽히 막혀 버린 베릴루스코니는 AC 밀란을 운영하는 것만 해도 벅찬 상태였고, 그는 클럽의 부채를 해결해 주고 선수 영입을 위한 자금을 대어 줄 이를 필요로 했다.
사람들은 AC 밀란의 지분이 비 타에차우볼(Bee Taechaubol)이라는 태국의 한 사모펀드 CEO에게 팔린다고 알고 있지만, 실은 그것 역시 베를루스코니의 권모술수에 지나지 않았다.
베를루스코니는 타에차우볼이 밀란의 지분 절반가량을 인수할 거란 소문을 냄으로써, 스폰서를 유치하고 은행의 대출을 받아 이적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다.
일이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진행이 되었던 건, 베를루스코니에게 필요한 것이 시간뿐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AC 밀란의 판매를 원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당국의 압박 수사로 활용이 어려워진 자금줄의 숨통이 트일 때까지, 임시로 돈을 가져다 쓸 명분만이 필요했다.
이런 베를루스코니에게 2014년 ‘Legend VS Legend’ 매치의 주최권을 따낸 태국의 순진한 사모펀드 CEO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다.
지금만 해도 AC 밀란의 회장은, 중국인 재벌들에게 접근해 끊임없이 클럽을 홍보하고 있었다.
“저걸 보게나.”
“…….”
“축구가 정치에 개입이 되면 저렇게 되는 거야.”
“……그렇습니다.”
“Mia san Mia. 우린 절대 저렇게 되지 않아.”
축구에 정치를 개입시킬 수 없다 주장하는 울리 회네스의 말에, 루메니게가 남모르게 서글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바이에른 뮌헨이 처한 현재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Mia san Mia(Wir sind Wir)’라는 슬로건에 너무 몰입을 해 버린 나머지,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조자 잊어버린 클럽의 회장을 두고 있는 것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루메니게가 우려하는 건, 이번 법정 판결 이후 바뀐 울리 회네스의 성향이었다.
본래는 클럽을 가장 중요시하고 선수와 감독을 철저히 보호해 주는 사람이었으나, 펩 과르디올라를 적대시하고 클럽을 떠난 토니 크로스를 말할 때는 전혀 달랐다.
마치 본인이 받은 상처를 클럽에 대입하여 감정을 풀어내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오늘은 이겨야 하네, 카를.”
“네. 준비가 잘 되었을 겁니다.”
“그래야지. 아무리 내가 펩을 싫어한다지만, 그래도 지금은 뮌헨의 감독이 아닌가? AC 밀란과 같은 클럽에 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
“믿으시죠, 울리. 그…… 아니. 우리는 좋은 팀입니다.”
그는 좋은 감독입니다 라고 말하려던 루메니게였지만, 빠르게 말을 바꾸면서 울리 회네스를 진정시켰다.
피치로 나선 양 팀의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는 가운데, 전 경기 때 절반밖에 차지 않았던 관중석은 수용할 수 있는 70,500석을 가득 채웠다.
‘휴우- 이 얼마나 멋진 팬들인가. 그런데…….’
클럽에 충성하는 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부패해 가는 현실이, 새로운 뮌헨을 원했던 루메니게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루메니게 역시, 승리로써 위안을 받고자 한다.
그것도 압도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자네를 믿고 있네, 펩. 난 항상 그랬어.’
이제 경기까진, 한 시간도 채 남아 있지 않았다.
***
.경기 시작 20분 전
@바이에른 뮌헨의 라커룸
지난해 우리가 그룹 스테이지에서 AS 로마를 만났을 때, 펩 과르디올라는 상대를 가리켜 [“이탈리아답지 않은 축구를 하는 클럽”]이라는 말을 했었다.
물론 기본적인 틀은 이탈리아의 축구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세리에 A에서 가장 보편적인 흐름에 부합하는 클럽이랬다.
실제로 로마는 FC 바르셀로나를 연상케 하는 4-3-3을 사용했고, 당시에 나는 그것에 별 특색을 느끼지 못했다.
어른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꼬마의 축구 같았다고나 할까? AS 로마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룹스테이지 2경기 합산 12:0의 스코어가 그것을 증명했다.
반면 ‘Audi Summer Cup’에서 만났던 인테르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그들의 4-3-1-2 전술은 내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축구들의 단편적인 조각들을 이어다 붙인 것만 같았고, 어렵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색다르기는 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AC 밀란의 전술에도, 나는 살짝 기대를 하고 이 자리에 앉아 있다.
“아마도 상대는 4-3-1-2일 거다. 포지션은 이런 식이겠지.”
“…….”
펩이 화이트보드의 자석을 옮겨, 본인이 생각하는 AC 밀란의 전형을 만든다.
인테르가 사용한 것과 같은 초반 배치였는데, 펩 역시 지난 중국에서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었다.
“하지만 많이 다르다. AC 밀란은 미드필드에 다이아몬드를 세운다고 보는 게 옳아. 여기 좌우에 있는 녀석들이 위로 올라설 거다. 앞에서부터 그렇게 막으려고 들겠지.”
그러면서 펩은 AC 밀란이 공격 시에 바뀌는 모습을 설명해 주었다.
꽤 유니크한 것으로, 전에 이미 들었던 것이긴 했다.
“이상. 나머지는 준비한 대로 간다.”
언제나처럼 짧고 간결한 팀 토크가 끝나고, 새로운 선수들의 합류로 조금 바뀐 라커룸의 분위기는 확실히 작년보다는 파이팅이 넘쳤다.
바스티의 공백이 비달로 채워지면서, 자연스레 그의 성격이 스며든 탓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식으로 작용할지는, 시간이 흘러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오늘 이 경기를 기다려 왔던 이유 중엔 아르투로 비달이라는 뛰어난 중앙 미드필드와 실전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것도 있다는 거다.
훈련장에서 함께 발을 맞춘 첫날부터, 난 이미 우리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실제로도 그랬다.
“이봐. 넌 가장 마지막에 나간다며?”
“응. 맞아.”
“그래- 그런 건 또 지켜 줘야지. 그럼, 이따가 봐.”
“그래.”
비달과 주먹을 맞댄 후, 나는 언제나와 같은 루틴을 수행했다.
‘다녀올게.’
이벤트성 매치가 아닌, 각 클럽의 자존심을 건 진검 승부.
물론 리그나 국제대항전만큼의 치열함은 없겠지만, 그래도 무척 수준 높은 공방전을 기대하고 있다.
‘좋았어. 그럼, 가 볼까?’
내게는 오늘이, 2015/16 시즌의 첫 번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