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97)
496화 De amigos a rivais (2)
.전반 16분
바이에른 뮌헨 0 : 0 AC 밀란
AC 밀란의 수비수 루카 안토넬리(Luca Antonelli)는 크게 난 자존심의 상처로 인해 잔뜩 좌절해 있는 상태였다.
오늘 경기는 그에겐, 무척 중요한 시합이었다.
‘……빌어먹을.’
밀라노 북동부의 작은 도시인 몬차(Monza)에서 태어난 안토넬리에겐, 로쏘네리(Rossoneri/빨강-검정)의 일원이 되는 것은 오랜 꿈과도 같은 일이었다.
지역의 유스 클럽인 SS 몬차를 거쳐 18살의 나이로 AC 밀란에 입단하게 되었을 땐,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선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기까지 했던 그다.
하나, 이런 안토넬리의 꿈은 쉽게 풀리지는 못했다.
2006/07 시즌 처음 1군 팀으로 호출은 되었으나, 로쏘네리에서 주기적으로 출전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했던 기량으로 고작 3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2경기는 컵 대회였으며, 세리에 A무대에서는 경기가 끝나기 전 교체로 들어가 단 3분만을 뛰었다.
물론 당시 AC 밀란의 왼쪽 수비수 자리엔 파올로 말디니와 마렉 얀쿨로프스키(Marek Jankulovski)가 있어, 어린 안토넬리가 끼어들 틈은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결국 그는 이듬해부터 임대생 신분이 되었고, 무려 8시즌 동안 밀란을 떠나 SSC 바리, 파르마 칼치오 1913, 제노아 CFC와 같은 클럽에서 뛰어야만 했다.
위대했던 말디니의 시대가 저물고 나면 자신이 제2의 말디니가 될 거라 자신했던 안토넬리의 꿈도, 그렇게 길어지는 임대 생활과 함께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여름.
보나 마나 임대 소식일 거라 생각을 하며, 에이전시의 전화를 받아 든 안토넬리에게 반전이 찾아들었다.
제노아에서의 플레이에 감명을 받은 AC 밀란이 더는 임대를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3년의 재계약과 함께 새로운 시즌 주전으로 쓰고 싶단 의사를 표현해 온 것이다.
당연히 안토넬리는 뛸 듯이 기뻐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미소와 함께 새로운 계약서에 사인한 뒤 당당히 AC 밀란의 여름 훈련에 참가했다.
과거의 영광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AC 밀란의 사정은 절망적이었지만, 안토넬리에겐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일으키면 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꿈에 그리던 클럽을 스스로의 손으로 부활시키는 것.
낭만적이기까지 한 이 목표는 안토넬리의 밤잠을 설치게까지 만들었다.
실제로도 그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했고.
누구보다 성공을 간절히 원했다.
알치오네(Alcione)와의 프리시즌 첫 번째 경기에서 만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고, 중국 선전에서 열린 ‘2015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이하 2015 ICC)’에서는 경쟁력도 입증했다.
인테르나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강팀의 선수들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오히려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운 오버랩을 통해, 몇 번이나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랬다.
열정.
속도.
이 두 가지는 루카 안토넬리에게 있어, 자신이 가장 자신할 수 있고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믿던 무기였다.
하지만 경기의 1/6이 갓 넘은 지금, 안토넬리의 이런 열정과 자신감은 몽땅 사라져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온다.’
아르투로 비달의 패스가 향하는 지점으로 달려오고 있는, 검은색 머리의 동양인 때문이었다.
평소였다면 당연히 볼이 떨어지는 곳으로 달려들었을 안토넬리가, 주춤거리며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는다.
***
‘바보는 아니네.’
처음 몇 번, 루카 안토넬리는 자신의 발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내게 보여 주려고 했다.
1:1 상황에서 볼을 길게 차 두고 속도를 붙여 달려 나가거나, 자신이 먼저 패스가 떨어지는 곳에 도달할 거라 믿고 무작정 달려들거나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빠르기만 할 뿐인 안토넬리의 기술은 내겐 통하지 않았다.
속도 경쟁이라면, 내가 더 나았으니까.
그는 뭔가 다른 것을 보여줘야 했다.
과연 지금은 할 수 있을까?
안토넬리는 내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정확히 같은 거리를 물러나며 일정한 간격을 유지 중이다.
마치, 자석의 같은 극이 된 것만 같다.
그리고 안토넬리는 양손을 낮게 뻗고, 어떤 방향이든 반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선은 축구공과 내 발이 있는 곳에 고정되었고, 놀라운 집중력이 여기에서도 느껴졌다.
만약 처음부터 이랬다면 나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긴장을 했을 테지만.
‘어설퍼.’
나는 이미 이 남자가 이탈리아의 풀백치고는 수비를 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이탈리아 풀백은 최소 수비에서 평타는 친다는 선입견을 깨어 줬다고나 할까?
어쨌든 지금 안토넬리는 간격을 유지한다는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자신이 어디쯤에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럼.’
파앙-!
“!!”
안토넬리가 손쉽게 물러서 준 덕분에, 나는 크로스를 보낼 수 있는 위치까지 충분히 접근한 상태였다.
때마침 레비와 눈이 맞기도 했고, 오른발을 휘둘러 박스 안으로 보낸 축구공은 그의 머리에 정확히 맞고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이곳에서 보기엔 골이 되는 것만 같았지만, 디에고 로페즈 골키퍼가 몸을 날려 헤더를 막아냈다.
아쉬움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 순간.
지금은 경합이 좋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짝짝짝짝짝짝-
골이라고 생각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던 팬들이, 좋은 플레이를 선보였다며 우리를 향해 박수를 보내어 온다.
.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중국에서 있던 컵 대회 때와 흡사한 장면입니다. 김다온 선수가 측면 라인 전체를 지배하고 있거든요? 지난 시즌 후반기. 조금 더 정확히는 FC 바르셀로나에게 골득실에서 밀려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에 실패한 이후부터, 김다온 선수의 플레이는 정말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이대길) – KBS Sports N 아나운서
“오늘도 AC 밀란은 왼쪽 측면에서 무언가를 하는 데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코너킥! 사비 알론소 선수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수비 진영으로 돌아와 코너킥을 기다리며, 난 눈에 띄는 모히칸 스타일을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르투로 비달은 훈련 때, 자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본인이 선호하는 포지션이나 플레이보다는 팀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뛰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팀으로서야 무척 반가운 이야기지만, 사실 그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누구나 제 몸에 맞는 옷이 있듯, 축구선수에게도 가장 어울리는 포지션과 역할이 존재한다.
나 역시 펩이 원한다면 어떠한 포지션에서든 뛸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가 인정하듯 내 스스로도 오른쪽 풀백 자리에서 가장 잘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과연 비달이 실전에서도, 자신이 호언장담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지켜보려고 했다.
“응?”
사비가 띄워 올린 코너킥이 향하는 곳으로 비달이 움직여 들어가고, 많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낸 그가 방향만 바꾼 절묘한 헤더를 성공시킨다.
하지만 이번에도 디에고 로페스가 놀라운 반사 신경을 발휘했고, 손바닥에 막힌 축구공이 앞쪽으로 흘렀다.
이렇게 또 기회 하나를 날려 보내는가 싶었던 찰나, 여러 사람에 가려진 시야 사이로 축구공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날아 빈 골대로 가 꽂힌다.
“그렇지이-!!”
득점이라 생각을 한 내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주심의 휘슬과 시그널을 확인한 뒤에는 앞을 향해 달렸다.
정확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제롬이 흘러나온 공을 걷어차 득점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코너플랫으로 달려가 주먹을 휘두른 그가 커다랗게 포효했고, 얼른 다가간 나는 제롬을 안으며 머리를 가볍게 두들겼다.
“살살해. 그물 찢어지겠어.”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않아?”
“아니. 모르겠는데?”
“큭큭큭큭. 병신.”
“시끄러워. 그래도. 잘했어, 정말.”
“그래- 계속 골이 안 나왔으면, 말렸을 거야.”
“그러니까.”
전반 18분에 터진 득점으로 우리가 앞서 나가게 되고, 실망한 표정의 AC 밀란 선수들은 약간은 난처해하는 듯한 얼굴로 경기를 다시 준비하고 있었다.
‘제발. 벌써 포기하려고?’
AC 밀란이나 되는 클럽이 쉽게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고 믿었기에, 난 상대가 얼른 전의를 되찾기를 원했다.
빠르게 백기를 들어 올리는 상대는, 두드릴 마음도 들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삐?익!!
경기의 재개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축구공이 저 멀리로 움직였다.
그리고 빠르게 라인을 높이기 시작한 나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의 빌드업을 기다렸다.
AC 밀란의 오른쪽을 담당하는 자코모 보나벤투라(Giacomo Bonaventura)가 내가 있는 곳을 흘끔 쳐다봤고, 그와 동시에 스프린트를 해 나가는 루카 안토넬리를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 지치지도 않네.’
AC 밀란의 우직함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중원에서 볼을 연결해 혼다에게 볼을 쥐여 주고, 수비를 중앙으로 모은 뒤에 측면에 열린 공간으로 패스를 뿌려 기회를 만들려던 게 지금까지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플레이가 몇 번이나 내게 막히게 되자, 아예 후방에서 앞으로 단숨에 연결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
이건 아마도 그만큼 루카 안토넬리의 스피드를 믿는다는 뜻일 텐데, 말했던 것처럼 속도 경쟁이라면 이미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가 한참 전에 증명되었다.
몸을 돌려 달려 나가야 했던 나는 최초 속도와 위치에서 안토넬리에게 뒤처졌지만, 금세 회복하여 동률을 이룬 뒤에 어렵지 않게 앞서 달려 나갈 수 있었다.
‘그러게 무리라니…… 어?’
그런데 이번엔, 안토넬리가 내 어깨를 거칠게 잡아챘다.
자연히 난 바닥을 뒹굴었고.
{“이봐아아아아-!!!!”}
{“야이, 미친 새끼야!!”}
{“죽여!! 파시스트 종자들 같으니!!”}
관중들이 내지르는 고함을 들으면서 주저앉아, 주심을 향해 양손을 들어 올렸다.
파울이 선언된 거야 당연했고, 난 늘어난 유니폼의 왼쪽 어깨 부분을 보여 주며 안토넬리가 강하게 잡아당겼다는 것을 어필해 보였다.
하지만 웃기만 하는 플로리안 마이어는, 딱히 경고를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나중에 리그에서도 이러실 건 아니죠?”
“어서. 일어서기나 해.”
“혹시 성향이 바뀌신 거라면 꼭 말해 주세요. 왜냐하면 저도 그걸 알아야 하니까요. 그래야 잘 써먹죠.”
“큭큭큭. 어서. 일어나래도.”
다가온 마놀라스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킨 후, 나는 엉덩이를 털며 주위를 벗어났다.
‘휴우- 조금 더 어려웠으면 했는데.’
72시간 뒤 다시 이곳에서 치를 결승전을 위해서라도, 나는 오늘이 충분한 웜업이 될 만큼의 난이도이기를 원했다.
그런데 안토넬리는 생각 없이 돌진만 하는 불도저였고, 혼다는 조금만 강하게 어깨싸움만 해도 떨어져 나갔으며, 루이즈 아드리아누(Luiz Adriano)는 부지런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물론 그렇다고 방심을 한다거나 하진 않겠지만, 조금 더 어려웠다면 훨씬 더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었을 거다.
제롬이 노이어에게 보낸 프리킥이 오른쪽으로 넓게 벌려선 내 발아래에 도착하고, 전방을 주시하던 나는 가까이 접근하는 비달을 보며 패스를 보냈다.
파앙-
부디 남은 시간은, 뭔가 더 재미있는 일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래서야, 비달이 어떤 선수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
***
.하프타임
바이에른 뮌헨 3 : 0 AC 밀란
전반전은 로쏘네리 모두에게 있어 무척 힘겨운 시간이었다. 선제골이 들어간 후, 바이에른 뮌헨이 AC 밀란을 가둬둔 채 일방적으로 두들겨 댄 것이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부상자마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골키퍼 디에고 로페즈다.
“상태가 어떻지?”
“통증이 있어요.”
“?”
응급 치료중인 로페즈를 살피러 간 AC 밀란의 감독 시니샤 미하일로비치(Sini?a Mihajlovi?).
그는 선수 본인과 팀 닥터로부터, 후반전 출전은 하지 않는 게 더 나을 거란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세리에 A 개막이 코앞인 만큼, 무리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하일로비치는 라커룸으로 돌아오자마자 교체를 알렸다.
그 대상은 오래전부터 월반의 월반을 거듭하여 온, 1999년생의 어린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Gianluigi Donnaruma)다.
4살 때부터 지역 유스클럽에서 축구를 해 온 돈나룸마는, 14살이 되던 해 이중계약 논란이 남은 과정을 거쳐 AC 밀란으로 향하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위대한 골키퍼를 배출해 온 이탈리아 축구 역사 내에서도, 재능에 있어서만큼은 단연 최고란 소리를 들을 만큼 촉망받는 유망주다.
이미 지난 ‘2015 ICC’에서도,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며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당시 돈나룸마의 활약에 수많은 레알 마드리드의 스타 선수들이 감탄을 표했고, 플로렌티노 페레스 또한 [“군침을 흘리게 만들었다.”]는 말로 재능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16살에 불과했던 만큼, AC 밀란은 돈나룸마의 출전을 크게 서두르지 않았었다.
그러나 디에고 로페스가 뛸 수 없게 된 지금은 사정이 완전 달라졌다.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건 안다. 의미가 있건 없건, 전반전에 이런 스코어는 실망스럽지.”
“…….”
교체를 알린 직후에 시작한 팀 토크에서, 미하일로비치는 가라앉은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최근 성적이 나빴던 와중에도, 오늘처럼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경기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후반 45분을 뛸 마음가짐을 만든 뒤에, 잠깐 감독실로 돌아온 미하일로비치는 어쩔 수 없는 선수단의 격차에 약간의 상실감을 겪었다.
카를로스 바카(Carlos Bacca)와 자코모 보나벤투라는 현재 AC 밀란 내 최고의 선수로 평가를 받지만, 그들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갔을 땐 벤치행이 분명했다.
이는 1부 리그의 팀과 2부 리그의 팀을 비교할 때나 나올 수 있는 일이었다.
“후우~ 어렵군. 어려워.”
스스로도 마음을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시니샤 미하일로비치가, 애써 힘찬 걸음걸이로 그라운드로 나선다.
지금 그가 바라는 건 오직,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만은 피하는 것이었다.
***
.후반 28분
바이에른 뮌헨 3 : 0 AC 밀란
이번 시합을 준비하면서, 나는 AC 밀란에 굉장한 어린 선수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16살의 어린 골키퍼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와 같은 선수들의 강한 슈팅을 몇 번이고 막아 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 명단에는 그의 이름이 없었고, 조금이나마 기대를 했었던 나는 금세 마음을 접었었다.
그런데.
파앙-!!!!
{“우오오오-!!”}
“…….”
후반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등번호 99번을 단 거대한 녀석이 등장해 우리가 쏘아 대는 슈팅을 족족 막아 내기 시작했다.
바로 저 녀석이다.
잔루이지 돈나룸마.
.
(한희준)
“지금은 정말 놀라운 선방입니다. 김다온 선수의 킥이 굉장히 강했고 또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날아갔거든요? 저는 득점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했는데, 돈나룸마 선수가 이번에도 몸을 날려 저지를 해냈습니다!”
(이대길)
“정말 놀라운 건, 돈나룸마 골키퍼의 나이가 16살이라는 겁니다.”
(한희준)
“정확히는 1999년 2월 태생이거든요? 밀란의 두 클럽이 돈나룸마 선수를 데려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이중계약 논란 끝에 결국 AC 밀란이 품에 안았고요.”
.
지금 나는 입을 동글게 만 채로, 양손을 머리카락 사이로 집어넣어 살짝 당기고 있었다.
꽤나 잘 맞았던 프리킥이었던지라, 임팩트가 온 순간 골이라고 직감했었기 때문이다.
전반전 골대를 맞춘 것에 이어, 지금도 프리킥의 선방에 막혀 버리자 약간은 호승심 같은 게 생겨났다. 기회가 된다면 꼭, 저 녀석을 꺾고 싶은 마음 말이다
그리고 그건 약간의 실망감으로 잔잔해졌던 가슴속의 호수에 불길을 지폈다.
촤—악!!
“윽-!”
윽은 무슨.
작은 소리와 함께 쓰러진 혼다 케이스케를 남겨 두고, 나는 빼앗았던 볼을 비달에게 건넸다.
전반전이 끝난 직후 펩은 사비와 로번을 불러들이고 람과 베르나르두를 투입해 변화를 꾀했고, 조금 전에는 알라바 대신 베르나트도 출전시켰다.
그래서 비달이 현재는 젝서(Sechser/DM)로 뛰고 있다.
또 이번 대회의 교체 한도는 총 4장이기에, 아직 한 명 더 교체를 할 여유가 남아 있다.
본래라면 후반 35분쯤 내가 빠지고 토마스 뮐러가 출전해 람을 오른쪽 풀백 위치로 보낼 예정이었지만, 피치를 떠나기 싫었던 나는 수시로 펩에게 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돈나룸마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또 그를 상대로 골을 노리는 것 자체가 즐거웠기에, 조금 더 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삐—익!
“……하아–”
펩은 예정된 수순대로 교체를 진행한다.
대기심이 들어 올린 보드에, 내 등번호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아, 이제 막 재미있어지려고 했는데.’
피치를 떠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저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못 이긴 척 발을 떼어 움직였고, 사이드라인을 향해 걸어가며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이것은 펩을 향한 작은 투정이었는데, 뮐러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후 다가온 그가 내 머리를 가볍게 두들겼다.
“처음부터 그렇게 뛰었어야지.”
“하지만 그땐…….”
“그땐?”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수고했네. 어서 들어가 봐.”
“네.”
내가 삼킨 이야기는, 현재의 돈나룸마 투입 전 AC 밀란에는 자극을 받을 만한 어떠한 요소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거만한 이야기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흥미가 덜했다는 것은 진짜였다.
4-3-1-2의 전술도 무척 평범했고, 수비하기에 급급한 그들을 상대로는 딱히 어떠한 전술적인 재미를 맛보는 것 역시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아르투로 비달과 호흡을 조금이나마 확인해볼 수 있었다는 점과 피치에서 뛰는 동안 클린시트를 기록했다는 것 정도였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기는 했지만, 우리가 지닌 모든 것을 끄집어내기에 AC 밀란은 조금 부족한 상대였다고 본다.
그래서 다들 약간은 느슨하다.
팡-!!
“엥?”
“으아아악-!!!”
“뭐, 뭐야?”
텅 빈 골문이 눈앞에 있던 상황에서, 토마스 뮐러가 축구공을 하늘로 멀리 날려 보냈다.
터무니없는 실수를 범한 뮐러는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고, 간신히 위기를 넘긴 돈나룸마는 다행이라는 듯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금은 AC 밀란의 수비 실책으로 주어졌던, 떠먹기만 하면 되는 그런 기회였다.
그런데, 저 녀석이 바보같이 날려 버린 거다.
황당하리만치 쉬운 득점 기회가 무산이 되자 팬들과 뮐러는 크게 좌절했고.
“큽-”
“안 돼. 참아야 해.”
우리는 좌우에 앉은 이들의 팔이나 몸을 붙잡은 채, 필사적으로 웃음이 터지는 것을 참아야 했다.
나 역시, 고개를 숙인 채 남모르게 웃었다.
“큭큭큭큭. 하여간에…….”
감정을 가라앉힌 후 다시 고개를 들어 바라본 피치 위에서는, 눈에 띄게 얼굴이 붉어진 토마스 뮐러가 몸 여기저기가 가려운 듯 손으로 긁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
.
.경기 결과(2015 Audi-Cup Semi-Final)
바이에른 뮌헨 3 : 0 AC 밀란
[골] 제롬 보아텡 : 전반 19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31분(마리오 괴체)
더글라스 코스타 : 전반 46분(마리오 괴체)
***
작가의 말 ? 전화 제목이 바뀌었어야 하는데, 제 실수로 이후 수정이 되었습니다.
또 돈나룸마와의 만남이 짧게 그려진 건, 나중을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