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99)
498화 De amigos a rivais (4)
“응?”
웜업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려던 내가 보게 된 건, 계단 아래에서 다시 위로 올라가는 제로니모와 그 앞에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던 베르나르두였다.
뭔가, 분위기가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이봐.”
“에이. 그게 있지…….”
“?”
빠르게 계단을 내려서 베르나르두의 곁으로 향하자, 녀석이 방금 전에 있었던 일들을 말해 주었다.
언제나처럼 축구화의 끈을 푼 상태로 라커룸을 나섰던 베르나르두가 계단 아래에서 몸을 숙였다 일으켰을 때, 뒤쪽에서 걸어 내려오던 제로니모를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니모-!!”] [“…….”] [“에-이! 왜 모른 체하는 거야?”]베르나르두는 냉담한 태도에 당황해 녀석의 어깨를 붙잡았으나, 팔을 휘두르며 손길을 떨쳐 낸 제로니모는 냉랭한 눈길을 보내다 그대로 돌아섰다.
바로 그 타이밍을 내가 목격했던 것이고, 지금도 베르나르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
“넌 뭐 아는 거라도 있어?”
“아니. 전혀.”
일단은 짐짓 모르는 체하며, 베르나르두를 다독여 그라운드로 나서 본다.
{“와아-!!”}
아직 웜업을 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은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듣자 하니, 오늘 이 경기가 중계될 국가의 숫자만 60여에 달한다고 했다.
당연히 ‘아우디’는 행복한 비명을 내지르는 중이고, 우리 바이에른 뮌헨 역시 큰 홍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간격을 벌리고-! 오른쪽부터!”
웜업을 하는 내내, 나는 수시로 하프라인 너머를 바라보며 제로니모를 살폈다.
몸을 풀면서도 수다를 떠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제로니모는 헤드셋을 착용한 채 혼자서 묵묵히 팀의 프로그램을 따랐다. 다른 이들도 특별히 말을 걸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제로니모와 비슷한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헤드셋을 쓰고 다른 이들과 동떨어진 분위기를 연출 중이었다.
제로니모는 그런 호날두를 흘끗흘끗 바라보며, 잠깐 멍하니 있다가 다시 웜업에 들어갔다.
‘……설마.’
지성이 형에게 듣기로, 호날두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 아니라고 했다.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친밀함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오직 경기장에서 결과로만 모든 것을 보여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토니도 어제 카페테리아에서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지 1년이 다 되었지만 호날두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눠 본 건 몇 번이 채 되지 않는댔다.
몇 번은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직접 나서서 리더가 되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본인이 그것을 거부했을 정도로 호날두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진정으로 축구밖에 모르는 남자인 것이지만, 이건 팀 스포츠다.
‘아니라고 말해 줘, 니모.’
만약 니모가 호날두를 닮아가기 위해 이런 행동들을 하고 있는 거라면, 나는 당장 그것을 멈추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말을 해 주고 싶었다.
결과가 가장 중요하고 또 결과로 많은 것을 말하기는 하지만, 결과가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스스로가 쌓아 놓은 벽 안에 갇혀, 오해로 인해 생겨난 많은 일들로 인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린 축구 선수이지만 그 전에 누군가의 가족이고 또 누군가의 친구이며, 지금은 누군가의 동료이자 남편으로서 다른 것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항상 축구가 최우선이긴 하겠지만, 이건 나의 직업이기 때문이지 삶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되고 말이다.
“이봐-!”
“엥?”
“대체 아까부터 뭘 그리 보고 있는 거야?”
“아- 죄송해요. 다시 시작할게요.”
“이런-!”
허리를 굽혀 스트레칭을 시작하며, 나는 한 번 더 하프라인 반대편을 바라봤다.
여전히, 니모와 호날두는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다.
***
‘2015 Audi Cup’ 결승전 대진이 확정된 순간, 많은 미디어들은 이 경기에 이런 별칭을 붙였다.
바로, [미리 보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이번 대회의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던 ZDF는 즐거운 비명을 내지르며 방송 영상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꽤 짭짤한 수입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경기를 중계하게 된 슈테판 에펜베르크는, 상황에 따라 펩 과르디올라를 비판해 주기를 바란 프란츠 베켄바워의 명령을 간단하게 거부했다.
– 뭐라고?
“이제 더는 꼭두각시 노릇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프란츠. 저는 앞으로, 공정한 중계진의 입장에서 사실만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슈테판 에펜베르크는 지난여름, 프란츠 베켄바워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을 조건으로 2016년 이내에 최소 2. 분데스리가 클럽의 감독직 부임을 약속받았다.
현역 시절 워낙에 악명이 높았던 터라 어떠한 클럽도 손을 뻗지 않았던 그였기에, 뮌헨 원로의 이런 보장은 그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이었다.
애초에 프란츠 베켄바워의 편에 섰던 것도, 추후 감독직을 맡는 것에 유리할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베켄바워에게서 얻을 것이 사라진 지금, 더는 그의 곁에서 다른 이들의 미움을 살 필요가 없었다.
– 자넨 지금 실수를 하는 거야.
“그렇습니까? 전 아닌 것 같군요.”
– 뭐라고?
“묻겠습니다, 프란츠. 당신의 뜻대로 일이 풀렸을 때, 제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종사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하물며 2군이나 유스에서라도요.”
– …….
과거 팀 동료였던 토마스 스트룬츠의 부인과 불륜을 저지르고 급기야 이혼 후 그녀와 다시 재혼을 했던 일로, 에펜베르크는 뮌헨에서 일을 하기 어려워졌다.
현역 시절 막바지에 세대교체라는 명목으로 볼프스부르크로 팔려 나간 것 역시, 실제로는 팀 동료의 아내와 놀아난 것에 대한 처벌이었다.
하지만 사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에펜베르크는 여전히 뮌헨을 사랑했으며, 베칸바워는 그런 마음을 이용해 왔다.
“이야기가 끝난 것 같군요. 전 중계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럼. 당신의 계획대로 일을 진행해, 얼마든지 바이에른 뮌헨을 망쳐 놓아 보시죠. 끊겠습니다.”
– 자네!……
-딸깍-
“휴우~”
어려웠던 통화를 끝마친 후, 에펜베르크는 매우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중계 박스로 들어섰다.
지난 시즌 초반 뮌헨과 김다온 전체를 비난했던 일로, 팬들에게 많은 항의와 조롱을 받는 한편 가족들의 안전에도 위협을 받았었다.
물론 가족까지 건드리는 무지한 이들이 잘못한 것이지만, 오랜 기간 축구계에 몸을 담아 온 만큼 이해할 수 있는 부분 역시 존재했다.
“통화가 길었군.”
“아- 귀찮은 전화여서 말일세. 준비는 됐나?”
“…….”
“응? 왜 그러지?”
“아니, 뭐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싶어서.”
오랜 파트너인 쇠렌 한케(Soren Hanke)의 말에, 에펜베르크가 보기 드문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답했다.
“아무렴. 좋은 일이고말고.”
“?”
“광고 시간이 30초 남았네. 자네도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중에 꼭 이야기를 해 줘야 할 거야.”
“쿡쿡쿡쿡. 꿈도 크시지.”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울려 퍼지는 웅장한 음악과 함께, 자료를 확인하기 시작한 슈테판 에펜베르크가 곁에서 중계를 시작하는 쇠렌 한케의 목소리를 들었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2015 아우디 컵 결승전.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의…….”
***
·전반 00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레알 마드리드
(슈테판 에펜베르크) – ZDF 해설위원
“아까 전에 말씀드렸듯이, 오늘의 이 매치업을 보며 가장 뿌듯해할 이들은 SL 벤피카의 관계자들일 겁니다. 그러니까, 포르투갈의 클럽 말이죠. 오늘 양 팀엔 불과 몇 년 전까지 벤피카에서 뛰던 선수들이 많습니다.”
(쇠렌 한케) – ZDF 아나운서
“레알 마드리드의 제로니모 베가. 뮌헨의 베르나르두 실바. 그리고 모두가 잘 알고 계실 다온입니다. 이 셋 모두 같은 시기에 벤피카에서 뛰었고, 2013년 5월 벤피카의 오랜 저주를 깨트리는 일등 공신들이었습니다.”
.
킥오프를 기다리는 가운데, 주심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정확한 경기 시간을 체크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뒤.
삐?익!!
힘찬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레알 마드리드가 선축을 가져가며 ‘2015 Audi Cup’의 결승전이 시작됐다.
.
(이안 다크) – 잉글랜드 BT Sports 코멘테이터
“마치 챔피언스 리그 같군요. 엄청난 열기가 내려앉은 알리앝츠 아레나입니다.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이들에겐 우승 상금보다 서로의 자존심을 챙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할 겁니다.”
(대런 플레처) – BT Sports 해설위원
“레알 마드리드에겐 갚아야 할 빚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양 팀 모두 나란히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탈락하며 맞대결이 이뤄지지 못했죠. 비록 컵 대회라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반드시 승리하고 싶을 겁니다.”
.
“윽-!”
{“이봐아-!!!”}
다분한 의도가 있었던 니모의 스탠딩태클에 걸려, 난 피치에 그대로 엎드리게 되었다.
지금은 상당히 늦은 태클이었고, 정상적이라면 굳이 발을 휘두를 필요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느끼기엔, 애초부터 이럴 목적이었던 것 같다.
“괜찮나?”
“네. 조금 아픈 정도예요.”
“이런-! 자네 둘 친구 아니었나?”
“그러게요.”
“?”
“전 괜찮아요. 바로 일어설게요.”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키며, 사이드라인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 번 더 나의 발목을 살핀 폴커 브라운 박사님은 벤치에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 뒤 돌아갔고, 나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피치로 들어설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니모와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난 굳게 입을 다문 녀석의 얼굴을 살폈다.
분명히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 텐데, 녀석은 볼이 있는 곳만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
“…….”
그래서 나 역시, 시선을 돌려 축구공이 머무는 곳에 집중했다. 왼쪽에서 벌어진 경합으로 볼을 가로챈 더글라스 코스타가 뒤쪽으로 패스를 보냈다.
후방에서부터 새로이 시작되는 빌드업.
능숙하게 라볼피아나(Lavolpiana)를 소화하고 있는 비달이 볼을 발밑에 둔다.
그는 몸을 돌려 베르나르두를 바라봤고, 긴 패스가 향할 거라고 예상한 나는 곧바로 스프린트를 시작해 오른쪽 엑스트레모(Extremo derecho/RW)의 위치로 이동했다.
가슴으로 가볍게 볼을 받아 둔 베르나르두에게 마르셀루가 곧바로 달라붙는다.
내 쪽으로 패스가 도달하기만 한다면, 사이드라인을 돌파하여 크로스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난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높였고.
“베르나르두!!”
앞쪽 아래로 손을 뻗으며 베르나르두가 패스를 보내야 할 위치를 알려 주었다.
왼팔과 왼쪽 어깨를 능숙하게 사용한 베르나르두가 몸을 돌렸고, 녀석이 밀어 보낸 패스는 내가 바라던 지점으로 정확하게 굴러 들어왔다.
‘그렇지.’
퍼스트터치를 다음 동작으로 연결하기 쉬운 곳으로 가져갔던 나는, 박스 안을 흘끗 바라본 뒤에 지체하지 않고 오른발을 휘둘렀다.
오늘은 최전방에 레비가 아닌 뮐러가 섰기에, 머리가 아닌 침투를 생각하고 보낸 낮고 빠른 크로스다.
하지만 축구공은 지척에서 굴절되며, 골라인 바깥으로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흰색 유니폼 하나가 눈앞을 스쳐 지났는데, 어느새 수비까지 가담한 제로니모가 몸을 날려 크로스를 막아 낸 것 같았다.
앞으로 달려갈 준비를 했던 뮐러가 움찔하며 아쉬워했고, 나는 사이드라인 밖을 쳐다보고 있던 니모에게 잠시 눈길을 주다 곧 고개를 숙이곤 수비 진영으로 돌아섰다.
어차피 어떠한 말을 해도, 녀석에게서 답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아- 두 선수 사이에 불꽃이 튀고 있습니다. 친한 친구인 만큼 더더욱 지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요? 김다온의 크로스를 제로니모 베가가 몸을 날려서 잘 막아 냈습니다.”
(박성문) – SBS Sports 해설위원
“제아무리 프리시즌 도중의 컵 대회라지만, 이건 자존심 문제거든요? 본래 친구에게 패배할수록 더욱 억울한 것 아니겠습니까? 경기가 끝나면 다시 또 본래의 친한 모습으로 되돌아갈 겁니다.”
.
센터라인까지 내려와 확인한 전광판의 시계는 전반 0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전히 탐색전의 단계였고, 제로니모를 향한 생각을 떨쳐 버리기로 결정한 나는 레알 마드리드 전체로 시선을 돌리며 항상 해 왔던 일을 시작했다.
‘휴우- 쉽지 않은 팀이야.’
당연하겠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약점을 찾기가 썩 쉬운 팀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니엘 카르바할이 버티는 오른쪽 풀백 위치가 취약 지점이지만, 상대도 그것을 잘 알고 있을 테니 어떠한 식으로든 대비를 해 왔을 거다.
그래도 그게 무엇인지를 아는 게 중요했기에, 일단 저쪽으로 패스를 보냈을 때 레알의 대처를 봐야 할 것 같다.
베르나르두가 띄운 코너킥은 페페의 머리를 맞고 크게 튕겨 나왔고, 티아고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제로니모의 헤더는 곧바로 토니에게 연결이 됐다.
전방을 흘끗 바라본 토니는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러자 킥을 포기하곤 뒤로 볼을 돌려 템포를 조절했다.
녀석은 중앙에 자리 잡은 베일을 겨냥한 것 같았는데, 만약 롱패스를 보냈다면 우리가 빠르게 볼을 되찾아왔을 거다.
다시 고개를 돌린 토니가 씨익 하고 웃더니, 내게 엄지를 치켜세워 온다.
그래서 나도 비슷한 미소를 보냈다.
“비달!”
“?”
그리고 이후, 아까 생각한 부분을 비달에게 전달했다.
손짓으로만 표현을 했지만, 비달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다음은?’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사람은 제로니모와 하메스 그리고 이스코까지 총 세 명이었다.
가레스 베일은 아직 폼이 덜 올라온 것 같았고, 헤세는 펄스 나인처럼 뛰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베일과 동선이 겹쳐 딱히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뭔가 확실히 덜 정돈된 듯한 느낌을 받고 있는데, 그건 아직 8월이라서 그럴 것이다.
몸이 덜 올라온 것도 있고, 새로운 시즌에 대한 꿈과 포부 역시 정돈되지 않다 보니 팀보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더욱 많은 영향을 미치는 시기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컨디션이 좋은 사람들을 신경 써야 했다.
중원에서 티아고가 이스코와 경합을 펼쳐 보지만, 능숙한 동작으로 마크를 따돌린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드가 전진을 시작하며 우리를 수세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상대에겐 불행히도, 베일과 헤세의 동선이 또 한 번 겹치고야 말았다.
제롬과 베르나트의 사이 공간으로, 두 사람이 동시에 파고들어 간 것이다.
저곳으로 패스를 보내려던 이스코는 주춤거렸고, 그러는 사이 수비로 복귀한 티아고가 다시 달라붙었다.
결국 패스는 뒤로 돌았고, 이번에 볼을 받아 든 토니는 아까처럼 망설이지 않았다.
파앙-!
토니의 멋진 방향 전환 패스가 약간 낮은 위치에 있던 제로니모에게 정확히 떨어졌다.
‘온다-’
레알 마드리드 공격 진행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비 간격을 좁혀 둔 상태였기에, 나는 빠르게 본래의 위치를 찾아 움직이며 약간 전진에 성공한 니모의 앞에 섰다.
그는 축구공을 아래에 둔 채 나의 발을 쳐다보았고, 전진도 후퇴도 하지 않았던 나는 녀석이 먼저 움직이길 기다렸다.
잠깐 망설이는 듯했던 제로니모의 드리블이 조금씩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
제로니모의 드리블은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것을 닮지 않았다.
그만의 독특한 호흡이 있고, 양발 모두를 능숙하게 쓸 줄 안다는 장점이 더해지면서 수비가 반응하기 어려운 템포로 전진을 해 온다.
물론 나는 녀석의 버릇과 습관을 잘 알고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2년 전의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머릿속에서 기억하고 있는 것들은 몽땅 비우고 경기장에 나섰다.
‘해 봐, 니모.’
이 녀석이 나나 베르나르두와 대화하지 않기로 결정했든 어쨌든, 그건 스스로의 판단일 것이니 가타부타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물론 서운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화를 거부하는 이 녀석에겐 오직 축구로만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Vamos!!!] [!!]덤비라는 손짓과 함께 소리를 내지르자, 마치 그것이 신호탄이 된 것처럼 니모가 정면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짧은 거리였음에도 바로 스텝오버를 시도해왔고, 오른쪽으로 살짝 상체를 움직인 뒤에 왼발로 축구공을 차 넣으며 페널티 박스 안을 노렸다.
그리고 처음부터 좌우가 아닌 앞뒤에 중점을 두었던 나는, 한 발 정도 뒤로 물러난 후 니모의 드리블에 반응했다.
굳이 무리하게 좌우에 반응을 하려기보단, 조금 뒤로 물러났다가 드리블 방향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훨씬 더 수비가 편하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내게 이것을 알려 준 사람은 람이었다.
또 이건.
‘내 거야.’
탁-!
“!!”
‘좋았어-!’
축구에서 수비수가 드리블 돌파를 허용하는 상황 대부분은 기량에서 뒤처져서다.
하지만 실력이 대등하거나 더 위에 있는 수비수라고 할지라도, 공격수의 모든 드리블 돌파를 막아 낼 수는 없다.
어른과 꼬마 아이의 차이 정도 된다면야 모를까, 그것이 아닌 이상 최소 100번 중에 1번은 뚫리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축구엔 파울이라는 게 존재하고, 능숙한 수비수는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는 의식적으로 파울을 범하지 않으려는 행동이 몸에 배게 된다.
그러나 이런 좋은 습관도 때론 단점으로 작용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런닝에서 스탠딩으로의 전환이다.
아무래도 달리기를 하는 상황에서는, 발을 가져가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비수들은 발을 뻗기 직전, 순간적으로 속도를 늦춘다.
하지만 세계적인 공격수들은 의도적으로 수비가 먼저 발을 뻗도록 만드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리오넬 메시다.
그는 수비수가 똑바로 섰을 때와 발을 뻗었을 때의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고, 이를 이용하여 엄청난 장면들을 숱하게 연출해 냈다.
나 역시 그것에 숱하게 당했고, 지난 시즌에도 같은 부분으로 크게 고전했다.
때문에 나는 이번 오프시즌 내내, 런닝 디펜스를 가다듬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 왔다.
지금도 보면 볼을 차 두고 달려 나가던 제로니모가 속임수를 주고자 속도를 늦추려 했으나, 계속해서 달렸던 나는 어렵지 않게 그의 발밑에서 축구공을 걷어 낼 수 있었다.
이렇게 수비수가 속도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만 있다면, 공격수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그리 많지 않다.
‘또 할 거야?’
자존심이 상한 듯, 스로인을 건네받은 제로니모가 다시 1:1을 시도해 온다.
이번에도 녀석은 상체로 속임수 동작을 준 후에 한쪽을 정해 달렸고, 마찬가지로 속도를 붙였던 나는 녀석의 보폭이 약간 벌어진 순간 발에 잔뜩 힘을 주고 멈춰 섰다.
그리고.
툭-!
“!”
오른발을 뻗어, 다시 한번 축구공을 사이드라인 바깥쪽으로 걷어 냈다.
말했듯 수비수가 속도를 붙여 수비를 할 수 있게 되면, 공격수는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다. 그리고 그 선택은 보통,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일 때가 많다.
지금도 제로니모는 호날두의 백숏을 따라 했지만, 난 손쉽게 그것을 막아 내었다.
허탈해하며 하늘을 쳐다본 제로니모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고, 난 녀석의 곁을 스쳐 지나며 이렇게 말을 했다.
[그게 다야?] […….]이런 도발에도, 제로니모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그럼 뭐, 더 해 봐야지.’
아직은 경기 초반, 하지만 어느새 나는 지금의 이런 1:1에 완전히 몰두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