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
5화
그것은 마치 하나의 궤적을 그리는 빛줄기 같았다.
-입 크로그 Via 김다온의 데뷔골을 그리는 인터뷰에서.
삑- 삐익- 삑!
간신히 호각에 입을 가져다 댄 에른스트 율(Ernst Juul).
그는 경기를 끝낸 뒤에도 한 소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
크으- 바로 이 맛이지.
이 맛에 축구를 하는 거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한 축구선수에 대해서 말씀하곤 하셨다.
전라남도 화순군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TV를 가리키면서, 저 사람이 같은 동향 출신이라고 했다.
몇 년 전까지 K-리그에서 활약했던 이기형 선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캐논슈터로 명성을 떨쳤었다.
‘아들아.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야. 그러려면 슈팅을 해야 하는데,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슛을 한다면 어떻겠니? 마치, 총알 슛처럼 말이다.’
‘우-와! 슛이 총알처럼 나가요?’
‘하하하. 그래. 정말 그렇단다.’
난 어렸을 때부터 늘 강한 슈팅을 하는 훈련을 해왔다.
비록 똥-볼을 찰 때가 훨씬 더 많았긴 하지만, 어쩌다 제대로 발등에 걸리는 날이면 소름이 돋았다.
지금 내 온몸에 닭살이 돋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야-! 너 뭐야! 그런 건 어떻게 했어?]“못 알아듣는대도?”
[진짜 굉장했어! 너 몇 살이랬지? 열다섯? 그냥 배짱만 있는 녀석인 줄 알았더니, 이런 무기가 있었잖아?]몇 번이나 말을 해도, 모르크는 잔뜩 흥분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에 바빴다.
[아, 내 이름은 뫼르크야. 올루프. 뫼르크.]뭐지 이 녀석.
지금 이름을 말한 건가?
“뫼르크?”
[그래. 뫼르크. 뫼-르-크.]암만 느리게 발음을 해봤자, 내가 제대로 된 발음을 보여줄 턱이 없었다.
그래도 경기 내내 나를 가장 잘 챙겨줬던 녀석이었던지라, 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소개를 했다.
한국에서 왔으며, 이름은 김다온이라고.
[다음?]“아?니! 다음 말고! 다! 온!”
[다······ 음!]“아니 그게 아니라······ 하아- 포기하자. 그래, 다온이든 다음이든 네 마음대로 불러.”
[하하하-! 다음! 반가웠어! 저기 널 부르네?]“응?”
뫼르크가 가리키는 곳엔, 조금 상기되어 보이는 얼굴의 감독님이 계셨다.
그리고 그 옆에서 제철이 형이 내게 손짓하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적잖이 놀란 모습이다.
지금은 내가 쫌 있어 보이긴 했어.
감독님에게로 가는 길, 나와 눈이 마주친 몇몇 선수들이 미소와 함께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특히 톰센은 내게 어깨동무를 해오면서, 쉴 새 없이 입을 놀려댔다.
아마, 잘했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고맙다고 했다.
“땡큐! 땡큐 베리 머치!”
[하하하. 행운을 빌어, 꼬마야. 즐거웠어.]감독님의 앞까지 다가섰을 때, 톰센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선수들이 모인 곳으로 움직였다.
그곳엔 수석코치로 보이는 분들이 선수들을 모아두고,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도 저기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감독님이 여기에 있으니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가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거, 뭐.
그렇게 난, 뒷짐을 하고 섰다.
[번역해 주게. 정말 15살이 맞냐고.]“야, 너 정말 15살이냐고 물어. 아까 그 슈팅 때문에 감독님도 깜짝 놀란 것 같은데?”
“당연히 15살 맞죠.”
[흐음- 이렇게도 말해 주게. 지금 네 슈팅이 우연이 아니라면, 그건 네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그러니, 앞으로 좀 더 제대로 된 배움을 가져보자고.]당연히 나는 제대로 된 배움을 갖기 위해 이 먼 나라로 온 것이다.
축구선수로서 성공해서, 빅리그에 뛰는 슈퍼-스타들처럼 떵떵거리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우리 가족을 멸시하던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도 만들어 주고 싶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어머니에게 무례하게 굴던 친구의 엄마라든가 하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좋아, 그럼. 일단 오늘은 돌아가 쉬라고 해주게나. 내일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30분까지이고, B팀과 함께 훈련을 시작할 거라고 말이야. 일단 거기에서 적응 기간을 가지도록 하지. 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 지루할 수도 있을 거야.]“······그렇다는데?”
“문제없어요. 제대로 약속만 지켜진다면, 어떤 지루함도 견딜 수 있으니까요.”
가족들이 일하기 시작하면, 꽤 많은 것들이 바뀌리라 생각하고 있다.
나도 근심 걱정을 덜고, 좀 더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고, 이후에는 클럽하우스로 가 관리도 받았다.
이러한 것들은 익숙한 것이라 전혀 특별할 것이 없었는데, 감명 깊었던 것은 너무나도 훌륭한 팀 클럽하우스의 시설이었다.
중, 고등학교와 정식 프로클럽의 비교이니 당연하기도 했지만, 몇 번 방문했던 수원 블루윙즈의 클럽하우스만큼이나 깨끗하고 훌륭했다.
잠시 뒤, 난 말끔한 모습으로 집으로 향했다.
물론 제철이 형의 차를 타고 함께이다.
“야.”
“왜요?”
“왜가 뭐냐, 형한테. 왜 그러세요오-, 해봐.”
“왜요?”
“야 이 새끼가······ 쯧. 됐다. 넌 싸가지는 없지만, 그래도 솔직해 보이긴 해. 아무튼. 아까는 대체 뭐냐? 난 그런 슈팅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축구 안 본다면서요?”
“그래도 뭐······ 남자 아니냐.”
학창시절에도 나의 슈팅에 관해서는 꽤 소문이 나 있었다.
그래 봤자 수도권 수준이고, 감독님들의 요구사항 때문에 슈팅을 자주 시도할 기회는 없었다.
기껏해야 몇 경기에서 하나 시도하는 것 정도?
철저하게 사이드라인을 위주로 뛰어왔기 때문에, 제대로 된 슈팅을 시도할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오늘 감독님이 내게 프리킥을 차보라고 했던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얼른 집에 가서 얘기해야지.
“야? 대답 안 하고 뭐 해?”
“아, 맞다. 음······ 아버지가 그랬어요. 소싯적에 아버지, 씨름도 잘하고 등산을 좀 다니셨다고요.”
“그게 뭔 상관이냐?”
“하체 말이에요. 하체. 에이- 형 허벅지 좀 봐요. 그거 두 개 합쳐도 나보다 얇겠네.”
“칵-! 이놈이 진짜!”
“히히. 형.”
“왜?”
바로 앞에 내가 놀려서 그런지, 제철이 형은 약간 뾰로통해 있었다.
오늘이 세 번째로 대화해 보는 것이지만, 첫인상과는 달리 좋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나중에 우리 집에서 같이 밥 먹어요.”
“뭐? 내가 왜?”
“에이- 그러지 말고요. 나중에 짐도 풀고 월급도 받고 하면, 먹을 수 있는 게 좀 많아질 거니까.”
“됐다, 야. 고작 3,500크로네 받는 집에 내가 얻어먹을까? 하아- 나중에 나랑 장이나 보러 가자. 내가 살게.”
“오-! 역시! 형님!”
“이럴 때만 형님이냐?”
“왜-요! 아, 그리고 우리 누나도 있어요!”
사실 나보다 누나에게 친구가 필요할 것 같아 제철이 형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
아버지의 실직 후 지난 3년 동안, 집안에서 가장 많이 희생하고 힘들었던 게 바로 누나였으니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 가족에게 소개해 줘도 상관없을 거로 생각했다.
“야.”
“왜요?”
“누나 예쁘냐?”
“······.”
솔직히 말하면 우리 누나. 어렸을 때부터 꽤 인기가 많았다.
내겐 그저 가족이었지만, 주위에서는 연예인을 해보면 어떠냐는 소리도 제법 들었었다.
그럴 때마다 당연히, 금전적인 부분이 발목을 붙잡았다.
재능을 키우려면 연기나 노래를 공부해야 하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돈이 엄청났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제철이 형을 바라보면서, 난 짓궂게 미소지으면서 대답했다.
“아뇨, 오크에요!”
“뭐?! 야! 나 안 가!”
“아- 왜요! 그러지 말고요!”
“아- 안 간대도?! 내가 왜 오크를 만나러 가야 하냐?”
장담하는데, 제철이 형은 지금의 이 말을 후회할 거다.
실제로 며칠 뒤.
“······.”
“형! 뭐해요? 어서 인사하지 않고.”
“······어? 어?”
제철이 형은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을 거다.
누나 앞에서 완전히 얼어붙은 형.
그런데 어쩌나.
누나는 관심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야, 야, 야.”
“왜요?”
“너희 누나 좋아하는 게 뭐냐?”
“······.”
씨익하고 웃어보이는 나.
그리고 이런 날 보며 움찔하는 형.
지금 이 순간, 제철이 형과 나의 위치는 완전히 역전됐다.
***
2009년 10월 6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라이트 투 드림 파크.
#오전 10 : 00
#F.C 노르셸란 B팀 연습구장
어느덧 덴마크에 온 지도 3개월이 흘렀다.
이젠 어느 정도 이쪽 생활에도 익숙해진 상태다.
이는 다행히도, 친절한 이웃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구단 측에서도 약속했던 것들을 잘 지켜줬다.
아버지는 F.C 노르셸란 내부의 일자리를 얻었고, 누나는 개인 교사와 함께 언어 및 다양한 과목들을 공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철이 형은 요즘 완전히 상사병에 빠졌다.
여전히 무신경한 누나 때문에, 가끔은 형이 불쌍해 보일 정도다.
또 나도······.
“고 모언!”
많이 달라졌다.
고 모언(God morgen)은 좋은 아침의 덴마크식 표현이다.
B팀과 함께 훈련하며 꽤 많은 친구를 사귀었기에, 나도 이젠 덴마크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역시 서양이라 그런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이 점 또한, 적응하는 것에 있어 수월한 부분이었다.
역시 양놈들은 쿨하다니까.
물론 덴마크 역시 나이 많은 사람들을 존경하긴 했지만, 나이에서 오는 서열이나 꼰대 같은 문화가 없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야-! 비켜!]대부분과 친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핼리 갤을 포함한 무리는 여전히 날 고까워하고 있다.
어쩌면, F.C 노르셸란 최초 아시아 선수에게 쏟아지는 관심들을 배 아파하는 것도 같다.
지난 3개월 동안, 나는 이 도시의 지역 언론들과 무척이나 많은 인터뷰를 했다.
그들은 한국이란 나라와 동양의 문화에 대해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한 날은 나를 대대적으로 조명하는 특집 기사를 그들의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에도 핼리 갤과 그 무리는 괜히 내게 시비를 걸었다.
연습경기에서 일부러 거칠게 한다거나, 물건을 감추는 등의 같잖은 장난을 해온 것이다.
그래서 한 날은 대판 싸움이 붙기도 했는데, 결과는 나의 승리였고 구단은 나와 오베 하머(Ove Hammer) 녀석에게 일주일 근신처분을 내렸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핼리 갤의 무리는 기껏해야 어설픈 시비를 거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덴마크로 와 3cm 정도 키가 크긴 했다지만, 여전히 난 팀 내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막상 싸움이 붙으니 장난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다는 거겠지.
마-! 이게 한국인이라는 거다, 야 이 새끼야!
참고로 이건, 내가 그때 진짜 했던 말이다.
어디 한국인을 우습게 보고 있어, 콱!
어쨌거나, 필드에 모인 우리는 구호와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밤새 굳은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 끝나고 나면, 그라운드를 도는 런닝이 이어질 것이다.
아직 난 실전에 나서지는 못했는데, 그건 전혀 다른 일정에서 온 마일리지를 고려한 구단의 배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몸이 근질거렸음에도, 아무런 불만도 표출하지 않은 거다.
아니면 충분히 쉬는 것에 대한 훈계를 몇 시간이나 들었기 때문인지도.
뭐, 이런 거다.
이곳 노르셸란 B팀은 철저히 하루 4시간의 훈련 일정을 고집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난, 추가적인 개인훈련을 진행하다 몇 번이나 혼이 났었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쏙 빠질 지경이다.
“응?”
“응?”
한창 몸을 풀던 도중, 맞은편에 있던 뫼르크의 눈이 커지는 게 보였다.
그래서 나 역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걸어오고 있는 모르텐 비그호스트가 있었다.
그래. F.C 노르셸란 A팀의 감독님 말이다.
현재까지, A팀은 리그에서 3승 5무 2패로 고전 중이다.
빈약한 득점력이 팀의 발목을 붙잡는 모양새다.
어쨌든 감독님이 B팀 연습장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새로운 변화가 있을 거란 의미였다.
자연스레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고, 난 상대적으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B팀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은 내가, A팀에 합류한다는 건 사실상 꿈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무엇보다 팀은 여전히 나를 어린 선수로 규정하고, 철저히 육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킴!”
저 멀리에서 B팀 감독님이 나를 호출했다.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하는 분위기.
몇몇은 시샘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다.
“Ja?”
사람들이 모인 곁에 선 나를, 모르텐 감독님이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그러고는 곧.
“A팀 훈련에 합류하래.”
“에?!”
어느새 나타난 제철이 형이 내게 감독님들이 나눈 대화를 통역해 줬다.
정말 뜬금없는 A팀 훈련의 합류. 이게 물론 실전 데뷔를 의미하진 않겠지만, 적잖이 놀라웠다.
“어서 짐을 싸. 지금 당장 이동할 거니까.”
“당장······ 이요?”
“응. 당장.”
재촉하는 제철이 형의 목소리에, 난 얼른 뒤를 돌아 달렸다.
가끔 A팀과 함께 훈련할 거라고는 했지만, 그게 진짜일 거라곤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이곳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부족한 것이 느껴졌으니까.
그런데······.
***
#F.C 노르셸란 A팀 연습구장
·2009.10.17. VS Odense BK 출전 후보 명단
No. 92 김다온 ? POS : RB
클럽하우스에 떡하니 붙어 있는 내 이름.
이건 대체 무슨 일?
누군가 내게, 설명을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