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01)
500화 Uberwaltigend
.2015.08.09. 경기 결과(DFB-Pokal 1R)
FC 뇌팅언 1 : 3 바이에른 뮌헨
[골] 아르투로 비달 : 전반 05분(P.K)마리오 괴체 : 전반 17분(아르투로 비달)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26분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MoM ? 아르투로 비달(1골 1어시스트)
***
2015년 8월 10일. D-80331 뮌헨, 독일. 디이나슈트라세 12, 알터 호프. 프락시스 퓌어 오르토피디 & 슈포르트메디친.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가 끝난 지도 벌써 나흘이 됐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몽땅 뒤에다 남겨둔 채, 나는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시즌 준비를 하며 루틴을 유지하는 것.
좋은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것.
그리고.
똑똑똑-
“들어오세요-!!”
[에-이. 조금 어때?] [이런-! 어제도 왔다 가지 않았어?] [그래서? 어떤데?] [하아- 똑같아. 하루 만에 뭐가 달라질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기는 해.]하루의 일과를 끝낸 후,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집으로 가기 전에 볼파르트 클리닉을 찾았다.
이유는 당연히 베르나르두를 보기 위함이다.
이 녀석은 현재, 갈비뼈에 금이 간 상태다.
[아직 화가 나 있는 거야?] [글쎄. 생각해 본 적 없어.] [걔한테도 사정은 있을 거라니까.] [하-! 그 사정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널 다치게 한 사정이라면 틀림없이 근사해야 할 거야.]난 베르나르두에게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러자 녀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주제를 바꿨다.
[첫 번째 경기는 뛰는 거지?] [응. 그래서 어제 쉬었잖아.] [으아-] [왜? 아파?] [응. 조금.]몸을 살짝 뒤척거리는 것뿐인데, 베르나르두는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간호사를 부를까라는 나의 말에, 녀석은 고개를 저으며 일일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다.
[아무튼, 그거 알지?] [응?] [이 몸이 가기 전까지 제대로 하고 있으라고.] [……그래. 그럴 거야.] […….] [왜?] [아니, 그냥. 조금 슬퍼 보여서.] [내가? 아닌데?]베르나르두는 나의 상태를 염려하고 있었지만, 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녀석의 시선을 피하며 병실을 둘러보니, 인근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선물 보따리들이 보였다. 워낙 친화력이 좋은지라, 꽤 많은 이로부터 걱정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똑똑똑-
[응? 또 손님이 있었어?]“나도 몰라. 들어오세요-!!”
포르투갈어로 된 내 질문에 베르나르두가 독일어로 대답했고, 이것은 나로 하여금 잠깐 기묘한 기분이 들도록 만들었다.
병실 입구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볼파르트 박사님이다.
“내가 방해했나?”
“아뇨. 아니에요.”
“그거 다행이군. 잠깐 좀 볼까?”
좋지 못한 모양새로 헤어지기는 했지만, 볼파르트 박사님과 클럽은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 중이다.
듣자 하니 원로들 몇몇이 직접 나서서, 관계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 루메니게도 못 이긴 척 다시 손을 내밀었고, 그래서 다시 교류가 시작되었다.
아르투로 비달의 메디컬 테스트도 이곳에서 진행이 됐었고, 베르나르두도 박사님이 직접 상태를 돌봐주고 계셨다.
“통증은 어떻지?”
“비슷해요. 그래도 숨을 쉴 땐 약간 편해졌어요.”
“괜찮군. 차도가 보여.”
베르나르두를 진료한 후 볼파르트 박사님이 나를 돌아보며, 환자를 너무 자주 찾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난 죄송하다고 말한 뒤, 베르나르두에게 푹 쉬란 말을 남기곤 병실을 나섰다.
하지만 몇 걸음을 채 옮기기도 전, 뒤에서 나타난 박사님이 잠깐 나를 불러 세웠다.
“이야기 좀 할까?”
“??”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걸세.”
“……네. 알겠어요.”
볼파르트 박사님이 향한 곳은 본인의 사무실이 아닌, 클리닉 뒤쪽에 마련된 작은 쉼터였다.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은 투박함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시골 마당 같았고, 우리는 이곳을 잠시 걷다 두꺼운 나무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따뜻한 뮌헨의 8월은 오늘도 어김없이 햇살을 대지 가득 비추고 있다.
바람이 살랑거리는 나무가 만들어 주는 그늘 아래에 앉아, 나는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잠시 뒤, 멍하니 고개를 들고 있던 내 곁에서 볼파르트 박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괜찮나?”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아세요?”
“…….”
“제가 괜찮냐는 거예요.”
‘2015 Audi Cup’ 결승전이 끝난 후, 많은 미디어들이 우리와 제로니모의 관계를 재조명했다.
여기에서 말한 우리란, 나와 베르나르두다.
“일단 거기에 대해 답하자면, 네. 저는 괜찮아요.”
“그런가?”
“네. 당연히 슬프죠. 또 궁금한 것도 많고요. 하지만 아무리 제가 원한다고 해도, 녀석이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그래서 기다리려고 해요.”
“기다린다라. 어떤 의미지?”
“음, 저도 잘은 몰라요.”
제로니모와의 일을 지난 며칠 아영이와 대화를 해 봤다. 그녀는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내가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또 제로니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몽땅 들은 아영이는 내게, 어쩌면 그에게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저는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벽이 더 생긴다고 생각했군.”
“정확해요.”
오해가 생겼다면, 그걸 빠르게 푸는 것이 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때때론, 반작용이 심하게 나타난다.
“누군가는 벽을 세워야 안심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지.”
“네. 벽이 충분히 세워지고 난 뒤에, 그 스스로 문이나 창문을 만들기를 기다리라고 했죠. 그때까진, 제가 받은 상처를 치료하는 게 먼저라고 했어요. 자신이 돕겠다고요.”
“현명한 아내로군.”
“정말로 운이 좋지 뭐예요.”
“큭큭큭큭.”
“응? 박사님?”
내 곁의 박사님은 오랫동안 똑같은 단발머리 아래로 웃고 계셨다.
그러다 잠시 후,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내 기운을 조금 북돋아 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면서 말이다.
“그녀에게 잘해 주게나.”
“네. 최선을 다하곤 있는데, 가끔은 부족할까 걱정이 돼요.”
“그거면 충분하네.”
“그런가요?”
“물론. 어느 한쪽이 충분하게 여긴다는 건, 그쪽에서 노력을 멈춘다는 뜻이니까. 자네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하자면, 축구와 같아.”
스스로 여전히 부족하고 더 나아지고 싶다고 여기기 때문에, 훈련에 매진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거란다.
그리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만약 자네가 아내에게 해 준 것이 충분하다고 느낀다면? 자넨 노력을 멈추겠지. 난 이미 충분히 했는데, 대체 뭐가 더 불만이냐고 생각하게 될 거야. 내게도 힘든 부분이 있고, 나도 상처가 있다 말하겠지.”
“혹시 그거 경험이세요?”
“응? 하핫-! 이런! 이거 한 방 먹었군! 크크크큭. 그래- 내 경험일 수도 있겠어.”
다시 한번 크게 웃은 볼파르트 박사님이,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손을 내 어깨에 얹어 왔다.
늘 그랬지만, 박사님의 제스처는 늘 따뜻했다.
내게만 그러는 것 같았긴 하지만 말이다.
왜 그런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어쨌든, 자넨 괜찮은 것 같군.”
“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하하. 그래. 괜한 시간을 빼앗았어.”
“아뇨. 그건 아니에요.”
“응?”
“이 정원이 무척 마음에 들거든요. 누가 꾸몄는지는 모르지만, 꼭 박사님 같아요.”
“뭐라고?”
“투박하지만 따스하죠. 박사님도 남들에게 조금 표현하는 방법을 바꾸실 필요가 있어요. 투박함은 걷어 내고, 내면의 따스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세요.”
“……새겨듣겠네.”
“네.”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를 집어 들었다.
그러곤 그것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은 뒤, 뒤로 돌아섰다.
“저는 이만 가 볼게요.”
“그러게나.”
“네. 그리고 기왕이면, 금연 표시도 붙이세요. 이런 멋진 곳에서 담배라니. 누군지는 몰라도 참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 그렇지.”
볼파르트 박사님이 담배를 태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난 이런 말을 했었던 거다.
인사를 한 번 더 건넨 후 나는 정원을 빠져나갔고, 클리닉 건물을 통과하여 정문 바깥의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다 클리닉의 입구로 나섰을 때, 한쪽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킬리안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내 시선을 곧바로 외면했고, 딱히 인사를 건네고픈 생각이 없었던 나 역시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돌려 주차해 둔 차량으로 다가갔다.
탁-!
“후우~”
시동을 걸고, 휴대폰을 꺼내 든다.
최근 아영이는 크리스티나의 마드리드 부띠끄에 들어설 본인의 첫 컬렉션을 위해 매일같이 야근 중이다.
유럽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연일 미팅을 하고, 1층에 따로 만들어 둔 작업실에서 만든 옷들을 밤마다 내게 보여 주며 평가를 요청하고 있다.
아마추어의 시선인데 도움이 될까도 싶었지만, 워낙 열심인지라 차마 그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건, 본인의 일을 하면서도 나를 챙기는 일 역시도 평소와 다름없이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피곤할 테니 혼자서 하겠다고 말을 해도, 끝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할 일을 빼앗지 말라고 했다.
“후후후후.”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졸린 눈을 억지로 떠 가며 내게 말하던 아영이가 떠올라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난 그래서 곧장 집으로 가려다가, 그대로 방향을 틀어 시내로 향하기로 했다.
시내의 꽃집으로 가 꽃을 한가득 사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군것질거리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포장해서 가 오늘 하루를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함이다.
운전을 하는 내내 내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고, 그건 이것저것을 구매하는 도중에도 마찬가지였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하하. 그래 보여요?”
“네. 정말 행복한 얼굴이에요.”
“……네. 전 지금 행복해요.”
“부러워라. 그럼, 꽃은 어떻게 하죠?”
“아, 그건…….”
나는 축구 선수다. 그리고 내 삶에서 축구는 계속해서 첫 번째 순위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별개다.
축구만큼, 그들 역시도 중요하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이후부터 줄곧 생각해 오고 있었던 것이지만, 이번 제로니모와의 만남을 통해 나는 그것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녀석이 변했듯, 나 역시도 변한 것 같다.
그렇기에 더더욱, 난 그를 탓할 수 없다.
그저, 아영이의 말대로 기다려 보려고 한다.
항상 그녀는 나보다 현명했으니까.
“그럼, 다음에 또 봬요.”
“아내분 정말 행복하겠는데요?”
“하하- 그랬으면 좋겠네요.”
“틀림없이 그럴 거예요.”
차에 짐을 한가득 싣고 돌아가는 길.
이제 난, 완전히 괜찮았다.
***
2015년 8월 12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뮌헨 부임 후 가장 선수단과 함께하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민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지난 4월 부상 후 폼이 완전히 내려앉은 아르연 로번과 데이비드 알라바. 12월 복귀 예정이긴 하지만 9개월 가까이 피치를 떠나있던 프랑크 리베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현재 과르디올라의 고민은 조금 다른 방향이다.
‘쓰리백? 포백? 휴우- 쉽지 않군.’
한참을 쓰고 있었던 안경을 테이블 위에 내려두며, 깍지 낀 손을 뒤통수로 가져간 펩 과르디올라가 의자에 몸을 묻는다.
‘아우디’로 시작해 ‘아우디’로 끝난 프리시즌을 거치면서, 펩 과르디올라는 주전으로 나설 이들을 대강 결정해 두었다.
그러나 그들을 어떤 식으로 조합해야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문제는 미드필드인가?’
현재, 펩 과르디올라에게 있어서 가장 첫 번째로 고려되는 부분은 김다온을 오른쪽 수비수 위치에 기용하는 것이었다. 이는 포백이든 쓰리백이든 변하지 않는다.
다만 김다온의 포지션이 고정되다 보니, 쓰리백 시스템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술에 제약이 따랐다.
좌우에 윙백을 둘 수 있는 3-5-2/3-6-1/3-4-3은 가능하지만, 3-3-3-1을 쓰자니 클럽 내에 낭비가 되는 자원이 너무 많아지고 만다.
그렇다고 김다온을 중원으로 끌어 올리자니, 뮌헨의 수비수들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도가 차이가 났다.
여전히 바깥의 사람들은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 컬러를 ‘공격’으로 여기지만, 지난 2시즌 동안의 결과에서 나타나듯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수비’에 있었다.
FC 바르셀로나 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과르디올라의 훈련은 수비가 80%의 지분을 차지한다.
똑똑똑-
“응?”
노크 소리가 들어와 고개를 돌리자, 손에 종이봉투를 잔뜩 든 마넬 에스티아르테가 보였다.
과르디올라는 마넬이 손에 쥐고 있는 봉투가 음식이라는 것을 알았고, 환한 미소와 함께 테이블 위를 정리하며 맞은편에 앉도록 권했다.
“대충 정해는 졌나?”
“어떤? 함부르크? 아니면 다른 것?”
“둘 다.”
“함부르크라면 그래. 정했네. 포백으로 갈 생각이야.”
“쓰리백이 아니고?”
“휴우- 베르나르두가 빠졌지 않나. 지금 쓰리백을 쓰게 되면 로번을 오른쪽에 기용해야 하는데, 거기에 확신이 없어.”
조금 전까지 펩 과르디올라가 하던 고민은, 챔피언스 리그를 병행한 이후에 관한 것이었다.
필연적으로 로테이션을 쓰게 되었을 때, 팀의 전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어떤 감독들에겐 나중의 일이지만, 과르디올라에겐 이것이 일상이었다.
축구에 투자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자연히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괜찮아 보이더군.”
“응? 그게 무슨 말인가?”
“다온 말일세. 레알 마드리드 경기 이후, 침체되면 어쩌나 걱정했거든.”
“풉- 쿡쿡쿡쿡.”
“? 내가 뭐 이상한 이야기라도 한 건가?”
“아니. 그게 아니야. 큭큭큭.”
“그럼 같이 웃자고.”
“하아~ 참, 사랑받는 녀석이로군.”
펩 과르디올라는 레알 마드리드 경기 이후, 자신에게 면담을 요청해 온 선수들의 숫자가 두 자리 수를 넘어간다고 했다.
“자네가 요청한 게 아니고?”
“그래. 마치 이곳에서 상담을 주 업무로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았지. 한 사람이 나가면 다른 한 사람이 들어오고, 또 그게 계속해서 반복됐어.”
그들은 하나같이, 김다온의 상태를 염려하는 질문을 던져 왔다. 자신들이 보기에도, 그날 제로니모 베가가 보여 준 행동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동료나 친구에서 적이 되는 경험을 해 본 이들은, 자신의 노하우를 펩 과르디올라에게 말하기까지 했다.
“굳이? 자네에게?”
“나도 궁금해서 그걸 물었어.”
“그래서? 대답은?”
자신에게 굳이 말을 하지 말고 직접 김다온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자, 선수들은 그가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되레 말하기 더 어렵다고 답했다.
“당사자는 괜찮은데, 괜히 들쑤시긴 싫다더군.”
“자기들은 나쁜 사람이 되긴 싫다는 것 아닌가?”
“큭큭큭. 바로 그거야.”
“이런-!”
미팅이 얼추 끝난 후,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을 다시 한번 면밀하게 살폈다.
하지만 그가 볼 때에도, 김다온의 모습은 평소와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매일 가장 일찍 출근해 두 번째로 늦게 퇴근했고, 클럽하우스에 머무는 내내 가장 시끄러운 사람 중에 하나로서 선수단을 웃게 만들고 그들이 힘을 내도록 해 주었다.
그리고 또 어느새, 새롭게 이적해 온 더글라스 코스타와 아르투로 비달과 가장 친한 사이도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젠, 자네까지 걱정을 하는군.”
“팀에서 가장 중요한 녀석이지 않은가.”
“그렇지.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될 수는 없어. 축구를 잘하는 것과 주변으로부터 사랑받는 건 다른 이야기니까.”
“다른 유형이야.”
“완전히 다르지.”
지금 마넬과 과르디올라가 이야기는,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를 두고 한 말이었다.
리오넬 메시는 누구나 인정하는 FC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중요한 축구 선수였고 가장 큰 존경을 받는 선수였지만, 김다온이 사랑받는 모습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비교야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부터, 훈련장에서나 해 오던 행동들을 피치 위에서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패스하지 않고 득점 기회를 날린 동료들을 향해 짜증을 내고, 스스로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땐 뻔뻔하게 주변을 외면하는 식이었다.
“나도 가끔은 깜빡하곤 하네.”
“뭘?”
“녀석이 아직 21살이라는 거.”
“…….”
“노르셸란, 벤피카, 그리고 여기 뮌헨에 이르기까지. 녀석은 벌써 6년째 자신의 기량을 끊임없이 높여 가고 있네. 더 놀라운 건, 이 기간 동안 매번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들과 부딪혔다는 거야.”
99%의 선수들이 유스에 소속되어 있을 나이일 때, 김다온은 계속해서 1군 스케줄을 소화하며 현재의 이런 생활에 익숙해졌다.
17살의 나이에 유럽 대항전 무대를 밟았으며, 19살과 20살에 각각 유로파와 챔피언스 리그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바로 이런 경험들이 가끔 김다온의 나이를 잊게끔 하고, 그의 현재가 커리어 중 가장 최고일 거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축구선수는 23살까지는 성장을 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렇게 따지자면 2년이 더 남았네. 그리고 달리 말한다면, 앞으로 2년은 더, 그 녀석이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는 의미야. 아마 올해도 마찬가지겠지.”
“즐거워 보이는군.”
“즐겁네. 아-주 즐거워. 녀석은 내가 상상으로만 하던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네. 그러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나?”
마넬 에스티아르테는 지금 과르디올라의 말이, 자신의 축구 역시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는 것처럼 들렸다.
김다온이 성장한 만큼, 감독으로서의 자신 역시도 성장했다는 말로 말이다.
선수와는 달리 감독의 성장에는 딱히 한계가 없다. 스스로 선을 긋거나 축구계를 떠나지 않는 이상, 축구 감독은 60이나 70이 되어서도 늘 새로운 축구를 보여 준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알렉스 퍼거슨이다.
“나는 올 시즌이 정말 기대되네.”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가? 하지만 나만큼은 아닐 거야. 날 믿게 마넬. 우리는 다시 트레블을 차지할 거야. 무척 빠르게 달려 나갈 테니, 안전벨트를 꽉 매고 잘 쫓아오게.”
“……그러지.”
완벽주의자였던 펩 과르디올라에게서, 이 정도의 자신감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마넬 역시도, 이런 과르디올라는 처음이었다.
‘이거, 놀랍군.’
어느 때보다도 준비가 잘된 모습으로, 분데스리가 개막을 코앞에 둔 뮌헨은 대승을 노리고 있다.
어쩌면 이들은 시즌 개막전 경기부터, 사실상 리그에서의 우승 경쟁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선언해 버릴 수도 있다.
‘틀림없이 그럴 거야. 이런 자신감이라면…….’
음식에 집중하는 펩 과르디올라와 그를 바라보는 마넬 에스티아르테.
또 하나의 단짝인 두 사람의 저녁 식사는, 무척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
작가의 말 ? 아이고, 어느새 500화네요.
독자님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사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