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02)
501화 Uberwaltigend (2)
2015년 8월 14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05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함부르크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3-3/4-1-4-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레네 아들러
RB ? 김다온 / RB ? 데니스 디크마이어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에미르 스파히치
CB ? 제롬 보아텡 / CB ? 요한 주루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마티아스 오스트르촐렉
DM ? 사비 알론소 / DM ? 기데온 융
CM ? 필리프 람 / RAM ? 미하엘 그레고리취
CM ? 아르투로 비달 / CM ? 루이스 홀트비
RW ? 토마스 뮐러 / CM ? 알빈 에크달
LW ? 더글라스 코스타 / LAM ? 이보 일리체비치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스벤 쉬플록
.
.
새로운 시즌을 맞아 단장을 한 계단 위에 서서, 나는 차분히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봐-”
“응?”
뒤에서 다가온 요한 주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 오고, 나 역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완전 이적 후 함부르크의 주장을 맡게 된 주루는, 환한 미소가 인상적인 사교적인 남자다.
레네 아들러(Rene Adler)의 바로 뒤에 자리 잡은 그가 성호를 긋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자마자, 경기장 입장을 알리는 진행 요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경기장 내에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고, 밖으로 나서자 경기장 한쪽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Weil wir dich leben / 우리는 너를 통해 살아가고
und dich lieben / 너를 사랑하기에
Sind wir treu, oh FCB / 늘 충성을 다할 거야, 오- FCB”}
‘Stern des Sudens(남쪽의 별)’가 경기가 끝날 때 나오는 곡이라면, 지금의 이 ‘Tage voller Sonne(태양 가득한 날들)’는 가장 자주 쓰이는 입장곡이다.
이 노래가 울려 퍼질 때면, 어김없이 알리안츠 아레나 한쪽에서는 카드 섹션이 펼쳐졌다.
그리고 오늘은.
“…….”
.
(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Fur Da-On.”
(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 해설위원
“그렇죠. 바이에른 뮌헨 역사상 최초로, 리그 개막전 경기에서 남한의 국기가 카드 섹션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내일이 무척 특별한 날이거든요.”
(노르베르트 카이텔)
“남한의 독립기념일입니다. 그들은 20년 넘는 기간 동안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었죠. 위대했던 독립 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일궈 낸 독립입니다.”
(야니크 코른베르크)
“스포츠의 멋진 부분이죠. 한 사람으로 인해, 한 나라의 역사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그리고 또 이 친구가 뮌헨에서 얼마나 사랑받는지도 보여 줍니다.”
.
작년 알리안츠 아레나의 외벽 전체가 태극기를 만들었던 것에 이어, 올해는 팬들이 직접 카드섹션을 보여 주었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또 감사했던지라, 나는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두드린 뒤에 위로 손을 뻗어 팬들이 나와 한국을 위해 준비해 준 깜짝 이벤트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이런 순간이면, 축구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답을 받는 것만 같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팬을 지닌 클럽에서 뛴다는 걸 실감하기도 한다.
이런 날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팬들이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완벽한 경기를 보여 주는 것이다.
짝짝짝짝짝-
개막전인 만큼 꽤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것들을 전부 끝낸 뒤에야 비로소 각자의 진영을 찾아 움직였다.
자리로 향한 뒤, 다시 한번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정말 고마워요.’
단지 축구선수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많은 이들에게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삐?익!!
바스티안 당케르트의 힘찬 휘슬 소리와 함께, 2015/16 분데스리가가 시작되었다.
***
.전반 03분
바이에른 뮌헨 0 : 0 함부르크
분데스리가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강등되지 않은 함부르크 SV. 그들의 이런 기록은 지난 시즌 거의 끊길 뻔 했다.
나름 알찬 여름 이적 시장을 보냈다는 평가에도 불구, 승격 팀을 상대로 승점을 챙기는 일에 실패하며 감독을 교체하는 등 초반부터 삐걱거린 것이다.
급기야 21라운드 경기에서는 뮌헨에 0:9로 패배하며, 클럽 역사상 최다 실점/득점 차를 기록하는 등. 결국에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러야만 했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2014/15 시즌 후, 함부르크는 개혁의 의지를 밝히며 과감한 활동에 나섰다.
FC 바젤과 스위스 국가대표팀의 기술이사를 역임했던 페터 크네벨(Peter Knabel)을 새로운 단장으로 임명하는 한편, 감독을 바꾸고 고연봉자 다수를 떠나보냈다.
동시에 젊은 재능들을 다수 영입하며, 지난 시즌과 같은 실패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파앙-!!!
{“우오-!”}
함부르크의 이런 노력은 바로 피치 위에서 나타나지는 못했다.
8월 9일에 있었던 DFB-포칼 1라운드 경기에서 4부 리그 클럽인 FC 카를 차이스 예나를 상대로 졸전 끝에 2:3으로 패배해 버리고야 만 것이다.
영입한 선수들을 포함해 주전들을 몽땅 내보냈던 경기였음에도, 4부 리그 클럽을 압도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흘 만에 치러지는 분데스리가 개막전.
하필 상대는 바이에른 뮌헨이다.
그것도 원정.
태앵-!!
{“아-!”}
전반 4분 만에, 함부르크는 세 개의 유효슈팅을 허용한 데다 금방 크로스바를 강타한 또 하나의 슈팅 역시도 허락했다.
완벽한 기회를 잡았었던 코스타스 마놀라스가 아쉬워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고, 이를 본 함부르크의 감독 브루노 라바디아(Bruno Labbadia)는 목청을 높여 선수들을 독려했다.
벌써부터, 선수들의 전의가 많이 사라진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정해-!! 우리의 경기를 해야 해!!”
독일 축구 역사상 유일한 ‘1부와 2부 리그 각각 100골’의 기록을 가진 브루노 라바디아는, 2010/11시즌부터 약 2년 반 동안 슈투트가르트의 감독직을 수행했다.
독일 클럽에 가장 흔한 포메이션인 4-1-4-1과 4-3-3을 선호했지만, 이따금 변화를 주기도 하는 유연한 감독이었다.
측면 공격수들의 중앙쇄도를 통한 강한 전방압박과 센터백의 롱패스로부터 시작되는 후방 빌드업 역시, 라바디아의 축구를 대표적으로 설명해 주는 요소였다.
그러나 현재, 함부르크는 단순히 볼을 점유하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있었다.
축구공을 발아래에 둔 이들은 그저 걷어 내기에만 급급했고, 제대로 된 목적지를 지니지 못한 킥은 바이에른 뮌헨에게 쉽게 넘겨주는 이유가 됐다.
특히 측면 자원들이 뮌헨의 선수들을 전혀 감당해 내지 못했는데, 왼쪽에서 공격을 진행해 줘야 할 이보 일리체비치(Ivo Ili?evi?)도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지금의 그는 거의 수비수처럼 보인다.
‘이런.’
토마스 뮐러의 강한 압박을 받은 요한 주루의 롱패스가 그대로 제롬 보아텡의 품에 안기고, 바로 앞쪽 사비 알론소에게로 연결된 축구공은 바로 방향을 바꿔 움직여 나간다.
오른쪽 사이드라인 앞쪽에 자리를 잡은 김다온이 볼을 발밑에 받아 둔 순간, 함부르크 진영에 악몽이 찾아든다.
***
함부르크의 좌우간격 밸런스가 나쁘다는 건, 한두 차례 공격을 진행했을 때 바로 알 수 있었다.
시즌 첫 번째 경기라 아직 충분히 폼이 올라오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거야 우리 역시 마찬가지고 결국은 저런 것 역시도 준비와 실력이 영역이다.
그러니, 그것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필리프.’
사비에게 볼을 전달받은 후, 내가 가장 먼저 찾았던 사람은 필리프 람이었다.
이보 일리체비치와 그 옆 알빈 에크달(Albin Ekdal) 사이에 공간이 많았기 때문인데, 저렇게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비워 둔다는 건 우리를 상대로는 치명적인 실수다.
굴려 보낸 패스를 받아들며 몸을 정면으로 돌린 람이 뮐러를 찾았고, 난 그것을 확인한 후에 사이드라인을 따라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서 페널티 박스 앞으로.
그리고 토마스 뮐러는 교묘한 속임수를 쓴다.
왼발의 바깥 부분을 이용해 방향을 바꿈과 동시에 몸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 마치 자신이 골대 정면으로 달려 나가는 것만 같은 혼란을 준 것이다.
이에, 마티아스 오스트르촐렉(Mattias Ostrzolek)은 간단히 걸려든다.
‘월척일세.’
왼쪽 수비수가 저렇게 가운데로 잘라 움직이려는 공격수에게 걸려들었다는 건, 축구공이 향하고 있는 내 앞쪽이 텅텅 비어 버렸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난 완전히 허물어진 함부르크의 왼쪽 진영을 내달리며, 크로스타이밍을 잡기 위해 박스 안을 바라보았다.
레비가 가운데에서 위치를 잡곤 있지만, 요한 주루와 에미르 스파히치가 앞뒤에서 달라붙어 있다.
빠르게 크로스를 포기해버린 나는 축구공을 안쪽으로 차 넣으면서 스프린트를 계속해서 이어 갔고, 내 선택지가 돌파라는 것을 확인한 이들은 각자 나름의 반응을 보였다.
헤더와 쇄도를 염두 했던 레비가 슬쩍 뒤로 빠졌고, 시간을 번 코스타와 뮐러는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었다.
그리고 함부르크의 선수들 역시 거기에 충실히 반응하며, 뮐러에 속았던 오스트르촐렉이 내게 달려들었다.
스파이크가 피치를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접근한 오스트르촐렉이 어깨를 내밀어 오고, 이것을 기다렸던 나는 재고 있던 보폭을 빠르게 좁히면서 왼발을 축구공의 앞쪽에 놓았다.
그다음은.
탁-!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또 얼마 전에는 제로니모가 날 상대로 펼쳤던 백숏을 가져가는 일이었다.
휘청거린 오스트르촐렉이 비틀대다 넘어지고, 왼발로 축구공을 컨트롤했던 나는 먼 쪽 포스트 앞에 있던 더글라스 코스타를 바라봤다.
현재 그는 무척 자유로워 보인다.
‘결정했어.’
툭-!
최종 선택지를 결정한 뒤, 나는 오른발을 휘둘러서 크로스를 보냈다. 왼발을 사용하기 훨씬 더 좋은 상황이었기에, 아웃프런트를 활용해 밀어내듯이 보낸 패스다.
충분히 회전이 먹은 축구공은 골대 정면을 지나면서 방향을 안쪽으로 틀어 떨어졌고, 낙구지점으로 정확히 달려든 코스타가 거기에 정확히 오른발을 가져다댔다.
지금은 왼발이 더 좋지 않았던가?
게다가 주발도 아니면서.
하지만 뭐 어떤가 싶다.
{“이야아아아아아아-!!!!”}
{“부우와아아아악-!!”}
75,024명의 팬들이 알리안츠 아레나에 지진을 일으켰고, 분데스리가 데뷔전 데뷔 골을 기록한 코스타가 골포스트를 붙들며 방향을 틀어 반대편 코너플랫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런 그의 뒤로 사람들이 달려갔고, 나 역시 뒤를 따르던 중 묘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필리프를 만나게 됐다.
“백숏? 진짜야?”
“왜요?”
“미친 녀석. 가자.”
“네.”
더글라스 코스타는 뮌헨 입단 후 꿈에 그리던 클럽이니 뭐니 했지만, 사실 저 녀석은 EPL 이적에 거의 근접해 있었다.
첼시와 메디컬 테스트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우리가 더 좋은 조건으로 코스타에게 접근했고, 여기에 마티아스 잠머의 정성이 곁들여져 뮌헨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 우리의 판단은 옳았던 것 같다.
프리시즌 때부터 코스타는 리베리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네가 거기에 있는 걸 봤다니까.] [포르투갈어로 말해도 돼?] [뭐 어때, 다들 듣지도 않을 건데.] [하하. 진짜 환상적인 패스였다니까. 발만 갖다 대면 됐어.] [그랬지. 근데 왜 오른발이었는데?] [아, 그거? 조금 당황해서.]솔직하게 대답하는 코스타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난 뒤로 돌아서서 수비 진영을 향해 달려 나갔다.
들려오는 ‘Seven Nation Army’의 리믹스에 맞춰, 뮌헨의 팬들은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고 있다.
‘아- 바로 이거지.’
프리 시즌, 우리는 정말 대단한 팀들과 좋은 경험을 쌓는 경기들을 치렀다.
이탈리아의 두 밀란 클럽과 스페인의 강호인 발렌시아 또 전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일 레알 마드리드 말이다.
그 경기들은 분명 치열했고 또 관중들의 성원 역시도 대단했지만, 지금의 이런 분위기는 당시와는 차원을 달리할 만큼의 뭔가가 있었다.
난 이것을 몹시도 사랑하기에 이런 무대에 매일 밤 서길 원하고, 하나의 시즌을 끝낸 후 다음을 기다리며 축구에 성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금의 이 풍경과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 이는 어떠한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할 만큼 벅차오르는 것이었다.
어찌 이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음악이 끝난 후,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리의 새로운 가족입니다! 우리의 리그 첫 번째 득점! 전반전 5분! 그 득점의 주인공! 더글라스!!”】
{“코스타-!!”}
【“더글라스!!!”】
{“코스타아-!!!”}
【“더글라스!!!”】
{“코스타아-!!!”}
【“그리고 현재 스코어입니다! FC Bayern!!”】
{“EIN-!!!”}
【“함부르크!”】
{“Null-!!!”}
【“Danke(감사합니다)!”】
{“Bitte(천만에요)!”}
독일어가 들리기 시작한 뒤부터 항상 느껴왔지만, 이런 장내 아나운서와 팬들이 주고받는 대화들 역시도 사랑스럽다.
마치, 만담(漫談)을 보는 것 같다.
0:1이 된 후, 함부르크가 실점에서 오는 감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 잠깐 우리를 압박해 오려고 한다.
오늘 경기 후 가장 오래 볼을 점유한 그들은, 함부르크의 팬들이 ‘Messi von Kroatien(크로아티아의 메시)’라 부르고 있는 이보 일리체비치에게로 패스를 전달했다.
굉장한 기대를 받으며 함부르크에 합류했지만, 단 한 차례도 건강한 상태로 3개월 이상을 뛴 적이 없을 만큼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만약 기대대로 성장했다면 지금쯤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왼쪽을 맡고 있었을 테지만, 어느새 29살을 앞둔 나이가 된 일리체비치는 딱히 위협적인 선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특유의 적극성을 앞세워, 현란한 발재간을 보여 주며 나를 따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투웅-!
“?!”
드리블 방향으로 먼저 몸을 밀어 넣었던 나는 가볍게 어깨싸움에서 승리하며 축구공을 되찾아왔다.
관중석에서 다시 박수가 나왔고, 마놀라스에게 패스를 보낸 나는 노이에게까지 볼이 연결되도록 만들면서 팀 전체의 템포를 약간 떨어트리고자 했다.
함부르크가 기세를 올린다고 해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하겠지만, 지금 내가 바라는 건 보다 더 확실한 것이다.
매 경기 상대에게 끔찍한 기억을 심어 주는 것을 목표로 삼은 올 시즌, 작은 실수로 실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비달에게 소리도 지르는 것이다.
“비다알-!! 누르라고!!”
“…….”
잔뜩 든 자신감으로 전진을 하려다 볼을 빼앗긴 비달이 손을 들어 올렸고, 코스타의 적극적인 압박으로 볼이 사이드라인 아웃된 뒤에는 박수와 함께 팀 전체를 향해 외쳤다.
“경기 끝났어?!?! 집중해!!!”
물론 이런 내 목소리에 억울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을 배려하기 위해 입을 다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아직 우린 아무것도 이뤄 내지 못했다.
그러니, 그때까진.
‘90분 내내 이 짓을 할 수도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난 승리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
알리안츠 아레나가 거대한 축제의 장이 되기 시작한 건, 한동안 잠잠했던 바이에른 뮌헨의 득점포가 김다온의 프리킥으로 인해 다시 작동하면서부터였다.
전반전을 2:0으로 끝마친 뮌헨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전형을 3-3-3-1로 바꾸면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후반 03분에 더글라스 코스타가 파울을 당하며 얻어 낸 프리킥 상황에서 곧바로 득점이 터졌고, 다시 4분 뒤에는 레반도프스키가 상대의 실책을 이용해 직접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이후는 완벽한 하프코트 게임이었다.
“잔인해. 보기 끔찍할 정도야.”
“대체 뭐가 맞을까? 함부르크가 약한 걸까? 아니면 뮌헨이 그렇게 강한가?”
“과정 차이일 수도 있겠지.”
“과정?”
“그래. 뮌헨은 프리 시즌에서 수준 높은 팀들과 겨뤘잖아. 그것들이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리도록 해 줬을 거야. 대신, 그만큼 쉽게 지칠 수도 있겠지.”
“젠장. 정말 엄청나.”
“…….”
기자석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카를-하인츠 빌트가 조용히 랩톱을 내려다봤다.
꽤나 많은 글자가 채워진 화면엔, 오늘 경기에 대한 간략한 스케치가 적혀져 있다.
카를-하인츠 빌트는 단순히 경기 결과만을 알리는 기자와는 거리가 멀었고, 이런 내용들을 종합하여 모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칼럼을 적었다.
그리고 특유의 넉살을 발휘하여, 클럽 내부의 정보를 알아내는 일에도 능숙했다.
‘저런 펩 과르디올라를 정말 내보낸다고?’
당연히 들려올 거라고 생각한 재계약 소식이 뜸하면서, 카를-하인츠 빌트는 펩 과르디올라가 뮌헨을 떠날 거란 확신을 품은 상태였다.
아직 제대로 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해 공식화할 수는 없었지만, 이를 결론으로 삼고 취재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평범한 취재를 나온 것처럼 보였지만, 카를-하인츠 빌트는 경기가 끝난 후 뮌헨의 한 내부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다.
그 역시 이번 만남이 평범한 취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교묘하게 섞은 질문으로 진짜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독일 내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기자는 순수한 축구 그 자체에 감탄하고 있다.
‘소름이 돋을 정도야. 마치,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같은 축구로군.’
후반 28분, 다시 토마스 뮐러의 두 번째 득점이 기록되고 이제 점수는 6:0이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함부르크의 선수들은 작년의 치욕에 짓눌려 전의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라면, 대부분은 우세에 있는 팀 역시 나사를 풀고 결기를 느슨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때면 어김없이, 김다온이 있는 힘껏 소리쳐 고삐를 단단히 붙들고 있다.
“마리오-!!!”
지금도 그의 목소리는 기자석에서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랬고, 괴체를 향해 연신 손짓을 보내는 김다온을 보며 기자들끼리 빠르게 의견을 나눴다.
“허-! 또?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앞으로 볼을 보내지 않았잖아. 속도를 늦추는 바람에 뮌헨의 템포가 끊어졌어.”
“이런, 제길. 6:0이잖아!”
“만족스럽지 않은가 보지.”
“뭐라고?”
“그냥 그렇다는 거야.”
‘……정확하군.’
한 기자는 대충 던진 말이었지만, 빌트는 그것이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김다온은 피치 위에서 단 한 순간도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21살…… 정말인가?’
과르디올라와 마찬가지로, 빌트 역시 김다온의 현재 나이를 생각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1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3년이나 4년 후의 김다온은 어떨까?
“후우-”
작게 숨을 내쉰 빌트는, 느긋한 마음으로 그것을 기다리기로 한다.
삑-!! 삐?익!!
후반 42분.
이제 스코어는 7:0이 된다.
.
.
.경기 결과(Bundesliga 1R)
바이에른 뮌헨 7 : 0 함부르크
[골] 더글라스 코스타 : 전반 05분(김다온), 후반 42분(김다온)코스타스 마놀라스 : 전잔 27분(사비 알론소)
김다온 : 후반 03분(F.K)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후반 08분
토마스 뮐러 : 후반 24분(더글라스 코스타), 후반 29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김다온 ? 94분 출전(1골 2어시스트/평점 1.0/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