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06)
505화 Uberwaltigend (6)
2015년 8월 22일. 74889 진스하임, 독일. 디트마르-호프-슈트라세 1. 라인 네카어 아레나.
·전반 31분
호펜하임 1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3-3-1/4-4-2(D)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올리버 바우만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RB ? 파벨 카데라벡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니클라스 쥘레
CB ? 제롬 보아텡 / CB ? 파비안 셰어
RDM ? 김다온 / LB ? 김진수
CDM ? 필리프 람 / DM ? 피르민 슈베글러
LDM ? 아르투로 비달 / CM ? 조내텅 슈미드
RAM ? 토마스 뮐러 / CM ? 오이겐 폴란스키
CAM ? 마리오 괴체 / AM ? 슈테벤 추버
LAM ? 더글라스 코스타 / ST ? 케빈 폴란트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케빈 쿠라니
.
.
전반전 단 9초 만에, 알라바가 적인 케빈 폴란트에게 패스를 하면서 순식간에 실점한 채로 경기를 지속하게 되었다.
선수들 대부분이 포지션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을 정도로 극초반부였고, 심지어 누군가는 실점을 한 상황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순간 머리가 띵해짐을 느꼈던 난, 불같이 화를 내는 노이어를 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기로 했었다.
만약 노이어가 침묵했었다면, 내가 알라바를 향해 길길이 날뛰었을 거다.
그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였으니까.
하지만 우린 곧바로 감정을 추스르며, 호펜하임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볼을 점유한 상태에서 많은 슈팅을 날렸고, 그중 두 개는 크로스바와 부딪혔다. 득점이 되었다면 참으로 좋았겠지만, 실망할 단계는 아니기에 계속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해 왔다.
그러나 전반 31분.
“괜찮아?”
“아으으으-”
헤더 후 착지 과정에서 허벅지를 붙잡은 마놀라스가, 옆으로 드러누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피치를 몇 번 두드린 그는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고, 그를 살피던 폴커 브라운 박사는 벤치를 향해 교체 신호를 보냈다.
지난 시즌의 악몽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다.
.
(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부상이로군요. 바이에른 뮌헨. 지난 시즌 부상으로 누구보다 고통을 받았었습니다. 코스타스 마놀라스. 그리스 출신의 센터백은 경기를 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 해설위원
“한 발로 착지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의식적으로라도 양발로 착지하는 버릇을 익혀야 해요.”
(노르베르트 카이텔)
“펩 과르디올라. 아마,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사비 알론소가 투입될 준비를 하는군요. 바이에른 뮌헨의 명단에는 중앙수비수가 없습니다.”
.
펩은 사비를 투입할 준비를 하는 한편, 필리프를 지난 DFL 슈퍼컵처럼 센터백으로 돌리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알라바도 왼쪽으로 향할 거다.
‘하필이면 이럴 때.’
클럽은 어제 오전, 단테를 2군으로 보냈다. 물론 진짜로 2군에 합류한 것은 아니고, 이적을 준비하는 수순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1군 스쿼드에서 빠진 단테는 굳이 훈련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고, 이사를 준비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현재 분데스리가 3개의 팀과 개인 협상조건을 조율하는 중이며, 클럽은 이미 이들의 이적 제안을 전부 다 받아들였다.
펩은 바트슈투버가 복귀할 때까지 두 명의 센터백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오늘 이제 그 숫자는 하나가 되어 버렸다.
삐?익!!
볼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간 사이, 사비가 그라운드로 투입이 되었다.
숫자가 부족해 조금 아래로 처져 있던 나는 다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갔고, 데이비드 알라바를 라볼피아나(Lavolpiana)로 쓰려던 플랜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정통 센터백이 한 명밖에 없는 관계로, 나를 포함한 수비 라인에 있는 세 명의 미드필드가 수시로 아래로 내려서 주어야 할 것 같다.
“휴우- 빌어먹을.”
베르나르두를 빼면, 부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던 프리시즌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고 나서, 8월 이전 3개월 이상 부상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리베리나 바트슈투버야, 지난 시즌 부상자다.
그렇기에 우린 어느 때보다 확신이 있었다.
‘모두가 건강하기만 하다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막전 7:0 승리와 슈퍼컵 4:0 승리는, 이런 자신감을 보여 주는 좋은 예였다고 생각한다.
‘누가 꺾일까 봐.’
부상이란 녀석이 가져온 감정을 떨쳐 내며, 나는 다시 한번 굳은 의지를 다진다. 그리고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팀원 전체가 느끼고 있던 생각인 것 같았다.
굳게 입을 다물고 전방 압박을 하는 동료들의 얼굴에서, 나와 같은 결의를 느낄 수 있었다.
패스보단 클리어에 가까웠던 오에겐 폴란스키의 낮고 강한 킥이 곧장 내게 날아왔고, 난 점프를 하며 가슴을 내밀어 축구공의 속도를 죽였다.
높이 떠올랐던 축구공을 발등으로 받아 피치에 내려놓은 후, 반대편을 겨냥하며 곧바로 오른발을 휘두른다.
하프라인 아래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서 뻗어 나간 축구공이 왼쪽 넓게 벌린 코스타에게 향하고, 가까이 접근한 비달을 확인한 그는 패스를 굴리며 2:1 플레이를 시도한다.
축구공에 왼발을 가볍게 가져다 대는 비달.
그의 패스는 정확한 방향을 찾아 움직인다.
파벨 카데라벡(Pavel Kaderabek)을 달고 달리며, 코스타는 계속해서 속도를 붙여 나간다.
어느새, 코스타는 골라인의 바로 앞에 있다.
크로스일까?
감아차기를 시도하다가는 자칫, 그대로 골라인이 될 수도 있는 위치다.
그런데 이때, 코스타가 내가 선 방향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무언의 메시지.
난 그걸 해석했다.
‘보낼 거야?’
앞으로 천천히 움직이던 발을 멈추자, 고개를 아래로 숙인 코스타가 축구공을 바라보며 왼발을 휘둘렀다.
골대로 향하는 방향을 막고 있던 파벨 카데라벡의 왼쪽을 통과하는 패스였고, 페널티 박스 바깥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한 축구공은 내 앞에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그것에다 두 눈을 고정한 채, 반보 정도 살짝 왼쪽으로 움직여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 편하게 만들었다.
제자리걸음을 조금 하며 리듬과 스텝을 맞추고, 왼발을 땅바닥에 고정시킨 후 몸을 살짝 기울이며 오른쪽 발등을 축구공에 가져다 댔다.
강하게 휘두르지 않고, 정확도에 초점을 둔 가벼운 킥이다.
그러나 축구공은 결코 가볍지 않은 속도로 날아, 멋진 궤적을 남기며 골대의 왼쪽 상단 구석을 그대로 꿰뚫었다.
“!!”
득점의 확인 후, 나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을 품은 채로 코너플랫을 향해 달려 나갔다. 뮐러가 이런 나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를 가볍게 피해 내며 계속해서 달렸다.
그리곤 있는 힘껏 뛰어올라, 오른손을 강하게 휘두르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엿 먹어 이 개자식아아아아-!!!!”
이는, 올 시즌에도 우리를 괴롭히려는 부상이라는 빌어먹을 녀석을 향해 던지는 나의 외침이었다.
또 좌절시키겠다고?
그럼 어디 한번 해 봐.
어떠한 종류의 장벽도, 우리는 뛰어넘을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
“이야아아아아아-!!”
“이 새끼-!! 지금 건 또 뭐야?”
“널 봤다고, Amigo. 금방은 나랑 눈이 마주친 것 맞지?”
고작 이 정도의 좌절 때문에, 경기를 망치는 바보 같은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다.
『김다온의 동점골』
***
·후반 31분
호펜하임 1 : 2 바이에른 뮌헨
마르쿠스 기스돌의 호펜하임은, 2015/16 시즌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던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리버풀에 4,100만 유로(옵션포함)에 팔려 나간 반면, 그를 대체할 영입은 요원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나폴리에서 뛰던 칠레의 2선 자원 에두아르도 바르가스(Eduardo Vargas)를 600만 유로에 영입하며 기대를 걸어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에두아르도 바르가스는 유망주라기엔 나이가 너무 많았고, 유럽 진출 이후에는 전혀 실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과거 ‘칠레 올해의 선수상’과 ‘올해의 남미 선수상 2위’에 오르는 등 많은 기대를 받았었지만, 임대를 떠났던 스페인의 중하위권 클럽에서도 벤치를 달구던 인물이다.
결국 피르미누의 공백은 고스란히 클럽에 남은 셈이었고, 호펜하임의 시즌 출발은 우려대로 절망적이었다.
“응? 이봐아-!!”
DFB-포칼 1라운드 1860 뮌헨 원정에서 주전 대부분을 투입하고도 0:2로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는 전반 5분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레버쿠젠에 역전승을 허용하고 말았다.
피르미누의 공백은 너무 커 보였고, 이를 만회하려 선택한 기스돌의 투톱 전술 역시도 아직은 효과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오늘.
삐—-익!!
“이봐-!! 저건 고의라고!!”
마르쿠스 기스돌은 침체된 초반 분위기에 반전을 이끌어 낼 기회를 붙잡는다.
1:2로 뒤처진 후반 31분, 조금 전 호펜하임의 공격을 끊는 상황에서 파울을 범해 경고를 받은 제롬 보아텡이 프리킥을 막다가 다시 핸들링 파울을 범한 것이다.
지금은 축구공이 와 맞은 것이 아닌 선수가 의도적으로 손을 뻗은 것이었고, 고의라는 것을 강조한 기스돌은 대기심에게로 다가가 어필을 시작했다.
“경고를 줘야 해! 지금 건 경고 누적 퇴장감이라고!”
불과 1분 전 경고를 받았기에, 주심이 이번엔 카드를 아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다행히도, 토비아스 슈티일러(Tobias Stieler)는 원칙을 따르는 남자였다.
고의적인 핸들링 파울에 그는 다시 카드를 꺼내 들었고, 재차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이번엔 빨간색 카드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렸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
(노르베르트 카이텔)
“퇴장입니다! 제롬 보아텡! 너무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습니다! 지금은 굳이 손을 저렇게 쓸 이유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뒤에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야니크 코른베르크)
“전반전 데이비드 알라바의 실책도 그렇고, 확실히 오늘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 중 일부는 경기에 집중하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노르베르트 카이텔)
“바이에른 뮌헨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 건, 이제 남은 시간을 센터백 없이 치러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마놀라스의 부상 정도에 따라, 다음 경기까지도 센터백 없이 경기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
“오이겐-! 오이겐-!!”
퇴장을 확인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던 기스돌이, P.K 키커를 직접 지정한다.
본래부터 오이겐 폴란스키가 처리를 해야 했지만, 경기를 치르다 보면 과열된 선수가 순서를 지키려고 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폴란스키가 페널티 스팟으로 가 축구공을 집어 드는 것까지 확인을 했고, 이후엔 뒤로 돌아서서 한숨과 함께 손바닥을 열심히 비볐다.
‘좋아. 기회가 왔어.’
뮌헨에게 있어, 오늘은 100번 중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경기였다. 전력대로라면 무난하게 승리했어야 할 경기가,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부상 등으로 잔뜩 꼬여 버렸기 때문이다.
반대로 호펜하임에겐, 전력의 열세를 뒤엎고 승리를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뜻이었다.
조금 전 바이에른 뮌헨은 마리오 괴체 대신 티아고를 투입하면서 교체 카드를 전부 사용했다.
그나마 센터백으로 뛸 수 있는 하비 마르티네스를 투입할 수 없다.
‘이런 경기는 꼭 잡아야 해.’
경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돌발 변수가, 호펜하임에게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한 점을 뒤졌고 경기 시간은 20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마르쿠스 기스돌은 승리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품고 P.K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삐?익!!
동점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는 상황.
그러나.
티잉-!!
{“!!”}
“!!!”
축구의 신은 아주 오래전부터, 변덕이 심하고 장난이 심한 성격이었다.
노이어를 완전히 속였던 폴란스키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높이 튀어 올라 골라인 밖으로 벗어나고 있다.
***
·후반 36분
호펜하임 1 : 2 바이에른 뮌헨
P.K를 놓친 후, 호펜하임은 아예 노골적으로 거친 행동을 해 오고 있었다.
“윽-!!”
“이봐아-!!!”
지금은 수비에 가담한 토마스 뮐러를 향해, 진수 형이 굉장히 더러운 행동을 했다.
옆구리에 그대로 이단 옆차기를 박아 버린 것만 같은 동작이 나온 것인데, 나는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도 잊고 빠르게 달려가 동료를 보호하고자 진수 형을 밀쳐 냈다.
퉁-!
[!!]그대로 밀려 나간 진수 형이 피치 위에 쓰러지고, 그게 나라는 것을 확인한 형이 재빨리 일어나 한국어로 욕설을 해 온다.
[이 개새끼가!!] [네가 먼저 했잖아!!] [뭐?! 너?! 말 다 했어?] [X같이 하지 마!] [야-!! 이리 안 와?! 야-!! 김다온!!] [왜?! 가면 어쩔 건데? 뭐? 뭐어-?!]가까이 온 주심이 진수 형과 내게 나란히 경고를 주었고, 우리는 서로에게서 떼어 놓으려는 동료들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야 했다.
가뜩이나 부상과 퇴장으로 기분이 언짢은데, 금방의 플레이를 보니 순간 눈이 돌았다.
그리고 또, 아까부터 하는 호펜하임 선수들의 행동이 실력의 갭(Gap)을 감정적인 플레이로 만회하려고 하는 것 같아 계속 신경이 쓰였다.
엄청난 야유 소리가 경기장 내에서 들려왔고, 난 갖은 욕을 해오는 그들을 향해 더 해 보라며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이번엔, 노이어가 나를 말렸다.
굳이 자극을 할 필요는 없단다.
“후우- 빌어먹을. 다들 닥치게 하고 싶어.”
“그래- 이기면 그렇게 될 거야.”
“10분도 넘게 남았잖아.”
“안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너, 나를 잘 보고 있어.”
“??”
노이어의 가슴팍을 두드린 후, 나는 크게 호흡을 내쉬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다행히 금세 몸을 일으킨 뮐러는 뛸 수 있는 상태였고, 난 인상을 찌푸린 녀석에게 다가가 괜찮은지를 물었다.
“괜찮아?”
“젠장. 갈비뼈가 나간 줄 알았네.”
“미안해. 원래 조금 그런 사람이야.”
“왜 네가 사과하는데? 잘못은 쟤가 했거든?”
“그래. 그건 맞아.”
“모든 한국인이 잘못할 때마다 네가 대신 사과할 게 아니라면, 굳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어.”
“응. 그럴게.”
“그래야지.”
억지로 몸을 쭉 편 뮐러는 아직까지 통증이 남은 것 같다.
.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아, 지금은 한국인 선수들끼리 정말 불꽃이 튀었습니다. 조만간 A매치 때 함께 소집이 될 것 같은데, 김다온 선수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김진수 선수에게 화를 냈습니다.”
.
삐?익!!
한차례 소란이 휩쓸고 간 뒤, 우린 뒤쪽으로 프리킥을 보냈고 호펜하임은 계속해서 강한 전방 압박을 해 왔다.
최종라인이 하프라인에 걸쳐 있을 정도다.
우린 그 뒷공간을 공략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레비까지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서 수비에 힘을 쓸 수밖에 없다.
상대의 기세가 워낙에 드높은 데다, 센터백이 없다는 사실이 공격으로 전환하는 일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코스타만 조금 이런 상황이 답답해 보인다.
‘온다.’
볼을 가져간 호펜하임이 센터라인 부근에서부터 빌드업을 시작했고, 그들은 전방의 케빈 폴란트를 겨냥한 긴 패스를 보냈다.
다소 성급한 판단이었는데, 금방 P.K를 놓친 것이 이런 선택을 하게 한 이유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내게는 기회였다.
“마누엘-!!”
“?”
“여기-!”
조금 전 진수 형의 거친 파울이 있을 때부터, 나는 수비 진영에 눌러앉는 것을 포기하고 전진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록 펩의 지시를 어기는 일이었지만, 진수 형을 포함한 호펜하임의 선수들이 너무 기고만장해지는 것이 꼴사나웠기 때문이다.
난 그것을 더 볼 수 없었고, 노이어의 품에 볼이 안긴 순간 오른쪽 측면으로 길게 벌려 나가며 패스를 요구했다.
목소리에 반응해 나를 발견한 노이어가, 곧장 반응을 해 강한 스로인으로 패스를 보내온다.
저 녀석도 성깔이 있는 만큼, 보아텡의 퇴장 이후 이어지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다.
‘잘 봐. 다녀오겠어.’
축구공을 발아래에 내려다 둔 뒤, 필리프 오흐스(Phillip Ochs)가 달려오는 방향으로 어깨와 몸을 밀어 넣었다.
투웅-!
“큭-!”
이를 악물며 상대의 접근을 버텨 낸 후, 왼팔을 뿌리쳐 오흐스를 떨어트리며 앞으로 드리블을 시작했다.
하프라인 바로 뒤에서 진수 형이 나를 기다렸고, 오이겐 폴란스키 역시 이쪽으로 접근을 하며 협력수비와 백업 모두가 가능한 위치로 몸을 이동시켰다.
‘다 덤벼 봐.’
주춤거리며 물러나기 시작한 진수 형을 앞에다 두고,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축구공을 길게 차 넣는 선택을 했다.
그러곤 곧바로 진수형의 어깨를 붙잡았다.
“?!”
‘비켜.’
몸을 돌려 나와 속도 경쟁을 하려던 진수 형이 힘없이 쓰러지고, 이 모습에 마르쿠스 기스돌이 파울이라 어필을 하지만 휘슬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아마도 지금은 주심의 위치가 좋지 않았을 거다.
또 부심도 이쪽이 아닌 반대편에 있다.
그렇게 진수 형을 넘어뜨린 후, 나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폴란스키와 속도 경쟁을 했다.
조금 전 P.K를 놓친 폴란스키의 얼굴에선 어떠한 열의까지도 느껴지고 있다.
분명 그는 많은 책임을 느끼고 있을 거다.
어떻게든 실수를 만회하고도 싶을 거다.
‘어림없지.’
탁-
촤—-악!!
“…….”
“?!”
속도 경쟁에서 승리에 축구공에 먼저 도달한 것은 나였고, 가볍게 차 놓은 축구공이 머물던 자리로 폴란스키가 깊은 태클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난 그것마저도 뛰어넘으면서 계속해서 달렸고, 이제 더는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박스 안으로 뛰어들었다.
잠깐 고개를 들어 바라본 곳에는 눈을 부릅뜬 올리버 바우만(Oliver Baumann)이 있었고, 흘끗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푸른색 유니폼 사이 붉은 유니폼 하나가 보였다.
‘저기.’
팡-!
오른발을 휘둘러, 레비가 달려오고 있는 방향의 앞쪽으로 축구공을 굴려 보낸다.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로 굴러간 축구공은 그대로 레비의 오른발에 닿았고, 출렁인 그물과 함께 양손을 머리 위로 가져가는 호펜하임의 팬들을 보며 난 양손을 귓가로 가져갔다.
조금 전 내가 진수 형을 밀쳤을 때, 내게 쏟아진 욕설의 80%는 인종에 관한 것이었다.
비록 벨기에만큼 인종차별 쓰레기들이 판을 치는 나라는 아니어도, 이곳에도 엄연히 차별은 존재했다. 특히 동양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캣콜링은 꽤나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전범국가’라는 과거로 인해 감추고 사는 독일인들에겐, 축구는 제법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이런 행동은 아까 내게 보낸 모든 야유에 대한 대답이자, 어디 조금 더 인종차별적인 야유로 나를 더 자극해 보라는 의미였다.
한데 이제는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고 있다.
“…….”
귀에서 손을 떼고 오른손 검지를 입에다 가져가는 것으로, 나는 호펜하임 팬들의 하루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또 말하는 건데, 이건 꽤 기분이 좋다.
축구로 대답을 한 셈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4분 뒤.
“으아아아아아-!!!”
“그거지!! 바로 그거야!!”
“VAMOS!!!”
다시 한번 진수 형을 무너뜨린 더글라스 코스타가 멋진 개인기를 앞세워 팀의 네 번째 득점을 만들어 냈다.
11명이건.
10명이건.
센터백이 있건.
혹은 없건.
우린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압도적인(Uberwaltigend)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레반도프스키 득점 김다온 어시스트』
.
.
·경기 결과(Bundesliga 2R)
호펜하임 1 : 4 바이에른 뮌헨
[골] 김다온 : 전반 33분(더글라스 코스타)토마스 뮐러 : 전반 41분(더글라스 코스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후반 34분(김다온)
더글라스 코스타 : 후반 38분
김다온 ? 96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1.5)
MoM ? 더글라스 코스타(1골 2어시스트/평점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