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07)
506화 Loyalitat
2015년 8월 28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제1 연습구장.
수적 열세 속에서 호펜하임을 1:4로 꺾은 기쁨도 잠시, 회복 훈련이 끝난 다음 날부터 우린 곧바로 고민에 빠졌다.
햄스트링 인대가 파열된 마놀라스는 11월경 복귀가 가능했고, 제롬마저 퇴장 징계로 인해 한 경기를 뛸 수 없어 당장 다음 레버쿠젠 전을 센터백 없이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테도 이적을 눈앞에 두고 있어, 1군 경기에 기용한다고 한들 의욕을 보이기가 힘든 상황이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럴 때 2군에서 누군가 기회를 붙잡는 것이지만, 알다시피 우리 2군의 사정은 별로 좋지 못하다.
결국.
“이렇게 해 보지. 데이비드. 하비. 다온. 너희 셋이 먼저 수비를 서 보도록 해. 중간마다 교체를 하겠다.”
펩은 25일의 훈련부터,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 보고 그 속에서 최선을 찾으려고 했다.
오늘은 먼저 하비가 가운데에 서고 데이비드와 센터백의 좌우 측면에 자리를 잡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조합은 바뀌었고, 덕분에 훈련이 끝났을 땐 수비수 포지션에 들어선 모두가 녹초가 되어 버렸다.
체력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이었는데, 어떠한 조합이냐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천차만별이다.
그렇게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컸던 오전 훈련이 끝나고, 우린 점심과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비디오분석실에 모였다.
펩이 먼저 틀어 준 건, 25일부터 계속되어 온 우리의 훈련 장면이다.
“나는 무척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
“몇몇 가능성을 발견했지. 최종 명단을 발표한 뒤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기본적인 틀은 정해졌다.”
모레 경기에서 우리가 사용할 전술은 3-2-2-3이다. 쓰리백 앞쪽에 사각형을 만들어, 하프스페이스를 점유하고 수비적으로 좀 더 유기적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또 쓰리백 사이 앞쪽에 두 명의 젝서(Seschser/DM)를 세움으로써, 포백 혹은 파이브백으로의 손쉬운 전환도 가능했다.
처음 센터백 세 명의 조합을 꾸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훈련이, 점차 미드필드까지 묶는 것으로 이어져 결국엔 11명 전체가 움직이는 것으로 완성된 이유다.
아마도 처음에 펩은, 정말로 순수하게 수비수의 조합을 찾아보려고 했던 것 같다.
“좋아. 내일 선발 멤버다.”
“…….”
현재 이곳에는 단테 외에도 피에르가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오전 훈련 도중 루메니게에게 불려 갔고, 몇 분 뒤에 주차장으로 향하더니 차를 끌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점심 때 들은 이야기론 그의 샬케 임대가 결정되었으며, 호이비에르 역시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피에르는 로테이션 멤버로 뛸 실력을 충분히 갖췄지만, 애석하게도 여기엔 자리가 없었다.
오늘만 하더라도, 마리오 괴체와 제바스티안 로데와 같은 이들이 벤치에 앉고 말았다. 여기에 베르나르두까지 복귀를 해 버리면, 출전 기회는 더더욱 줄어들 것이다.
한창 기량이 성장할 시기이기에, 축구에 있어 최고의 훈련인 ‘실전’을 쫓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여기까지 하지.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 푹 쉬고, 내일 소집 시간에 맞춰 18명은 이곳에 모이도록. 이상.”
선발과 교체 명단이 모두 발표된 후, 우리는 뛰지 못하는 이들을 위로하며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나를 불러 고개를 돌렸다.
단장인 마티아스 잠머다.
“무슨 일이죠?”
“전에 말했던 건일세. 잠시 시간 되나?”
“……네.”
잠머는 나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한쪽에 장식된 발롱도르 트로피가 눈에 들어온다.
작센주(Sachsen州) 드레스덴(Dresden) 태생의 잠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지 동독 국가대표로서 활약을 했다.
당시의 잠머는 많은 동독의 선수들이 그랬듯, 독일 내가 동유럽의 타 리그에서 뛰었다.
게다가 미묘한 계약 문제까지 겹치며 인테르로 잠시 떠났다가 1993년이 되어서야 도르트문트로 정착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때부터가 잠머의 전성기였다.
“자네도 언젠가 저걸 획득할 걸세.”
“응?”
“하하하, 너무 정신없이 저걸 보길래 말이야.”
“제가 그랬나요? 이런! 몰랐는데 말이죠.”
“1996년은 내 인생의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었지.”
“들었어요. 정말 굉장하셨다고 말이죠.”
“운이 좋았지.”
1994/95와 1995/96 시즌 도르트문트의 2년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끈 잠머는, 이후 잉글랜드에서 펼쳐진 유로 96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하며 대회 MVP로 선정이 된다.
그리고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잠머는 독일의 마지막 발롱도르 수상자로 남게 되었다.
“사실, 2014년도 자네가 최고였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아닐세.”
“네. 그래서요? 저를 부르신 목적은요?”
발롱도르에 관한 이야기는 딱히 길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얼른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다시 한번 이유를 묻긴 했지만, 그것을 짐작해 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틀림없이.
“정말 재계약을 할 마음이 없나?”
“네. 당장은 그래요. 일단 이번 시즌이 끝난 뒤에 생각을 해 보려고요. 그것과는 별개로 클럽의 제안은 무척 고마웠어요.”
“……그렇군.”
내가 조건을 제대로 말해 두긴 했지만, 뮌헨은 형식적으로나마 에이전시에 재계약 관련 서류를 보냈었다. 정식 계약서는 아니고, 본인들의 제시 조건을 적은 세 장짜리 서류였다.
거기엔 현재에서 정확히 2배 인상된 주급과 일괄 상향된 인센티브 옵션들. 그리고 430만 유로의 계약금 역시도 포함되어 있었다.
서류에 적혀 있던 숫자와 각종 혜택들은 꽤 매력적인 것이었지만, 내가 마음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백지 수표를 제시한다고 해도, 제 입장은 똑같아요.”
“그래. 잘 알겠네. 괜히 번거롭게 했군.”
“아뇨. 이해해요.”
“하하. 그럼.”
“네.”
잠머에게 인사를 건넨 후, 난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피에르의 임대와 단테의 이적 등으로 인해 추가 확보된 자금이 있으니 한 번 더 찔러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흔들렸다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여 빠르게 협상 테이블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지만 백지 수표라 해도 거절하겠다는 말을 들었으니, 더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도 어려웠을 거다.
‘휴우- 예상했던 거야.’
작년 여름 재계약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나는 올해 이 문제로 꽤 시달릴 거라는 예상을 했었다. 그랬기에 먼저 감독 이야기를 꺼내 선을 그었고, 지금도 백지 수표라는 말을 해서 귀찮은 일을 사전에 막았다.
이런 계약 문제로 애매하게 나갔다간, 축구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긴다는 걸 많이 보아 온 나다.
부디, 오늘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같은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탁-!
짐을 챙긴 후 차에 올라타, 얼른 집으로 향할 준비를 한다. 루틴대로 남은 하루를 보낸 뒤에, 내일 오후 준비된 모습으로 피치에 들어설 것이다.
2015년 여름 이적 시장이 끝을 향해 달리는 지금, 누군가는 매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난 꽤나 평온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나를 조금 기쁘게 한다.
오직 하나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스스로를 만들기 위해, 나는 필사적으로 주변의 것들로부터 달아나 작은 성을 만들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그것을 다시 허물겠지만, 당장은 그 안에 틀어박혀 내게 중요한 것들을 지킬까 한다.
그중에는 물론.
– 여보~?
[응- 나 퇴근했어.]오늘도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하나뿐인 아영이도 있다.
맏이인 그녀는 항상 모든 사람들의 앞에서 듬직해야만 했고, 막내였던 나는 아영이와 같은 처지의 누나를 보고 살다 보니 지금의 이런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아영이도 누군가에게 칭얼거리고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고, 나도 누나처럼 중요한 이에게 듬직해지길 원했다.
그런 면에서도, 우린 꽤 잘 맞는다.
– 우흥~ 고생해쏘, 얼른 와아~
단지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내가 하루를 열심히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였다.
집으로 향하는 길, 나는 전화를 끊은 뒤에도 계속해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오늘도 난, 변함없이 행복하다.
***
[유벤투스의 젊은 윙어 킹슬리 코망의 임대 영입에 합의한 바이에른 뮌헨. 임대 기간은 2년이며, 2천만 유로의 완전 이적 옵션 역시 포함되어 있다. – 키커/2015.08.28.(오후)] [프랑크 리베리 시대의 종말인가? 아니면 또 다른 펩 과르디올라일 뿐인가? 프랑크 리베리의 복귀가 더뎌지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과르디올라와 리베리 사이의 불화가 있을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 SID/2015.08.28.(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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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칸 찰하노글루, “손흥민은 우리 모두를 배신했다.” – 빌트/2015.08.29.(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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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다온과 손흥민의 채팅방
– (김) : 뭐야? 뉴스 봤어?
– (손) : 오늘 아침에.
– (김) : 그래도 괜찮아?
– (손) : 뭐 어쩌겠냐? 다 그런 거지.
– (김) : 뭐, 그건 그런데..
– (손) : 그런데, 첫 골 축하는 안 해주냐?
– (김) : 와아~ ㅊㅋㅊㅋ~ ㅈㄴ 좋겠다아~ 우와~
– (손) : ㅅㅂ
– (김) : ㅋㅋㅋㅋㅋㅋㅋ
– (손) : 야, 넌 그것밖에 못해줘?
– (김) : 에이, 농담이지 농담. 축하해 진짜.
– (손) : 나쁜새끼.
– (김) : ㅋㅋ 그럼 뉴스는 다 거짓말이지?
– (손) : 당연하지. 그게 말이 되냐?
– (김) : 그렇기는 해.
– (손) : 암튼, 그렇게 됐다.
– (김) : 어, 형. 나중에 통화하자. 나 지금 경기장 가야돼. 아 그리고, 형 없으니까 걔네들 찢어버려도 되겠네? 특히 하칸? 걔 아주 말 심하게 했던데.
– (손) : 어. 죽여 그냥.
– (김) : ㅋㅋㅋㅋ 전화할게~
– (손) : 야, 그래도 살살해. 알겠지?
– (김) : 시룬뎁? (이모티콘)
– (손) : 아우- 하여간 이 새끼 진짜.
– (김) : ㅋㅋㅋㅋㅋ 뿅-!
***
2015년 8월 29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1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레버쿠젠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2-2-3/4-4-2 D6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베른트 레노
CB ? 필리프 람 / RB ? 로베르토 힐버트
CB ? 하비 마르티네스 / CB ? 조나단 타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키리아코스 파파도풀로스
RDM ? 김다온 / LB ? 웬델
LDM ? 사비 알론소 / DM ? 라스 벤더
RAM ? 토마스 뮐러 / DM ? 크리스토프 크라머
LAM ? 아르투로 비달 / RAM ? 카림 벨라라비
RW ? 아르언 로번 / LAM ? 하칸 찰하노글루
LW ? 더글라스 코스타 / ST ? 아드미르 메흐메디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슈테판 키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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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시즌, 클럽하우스에서 모여 경기 전 마지막 식사를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을 때 갑자기 실내에 설치 된 대형 스크린에서 이적 관련 뉴스가 흘러나왔던 적이 있다.
그건 바로 흥민이 형에 관한 것이었고, ZDF의 앵커는 토트넘이 3천만 유로로 뛰어난 한국의 윙어를 데려갔다고 말했다.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던 일이었지만, 뒤끝이 썩 좋지 못하게 갈라진 모양새라 그동안은 연락을 참아왔던 게 사실이다.
“휴우~”
웜업을 위해 20m 전력질주를 실시한 후, 나는 뒤를 돌기 전 잠깐 하프라인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다른 한국인인 승우가 있다.
[“뭐라는지 아냐?”] [“뭐?”] [“너는 한국인이지만, 흥민이 형처럼 예의 없이 굴지 말래.”] [“미친 거 아냐?”]이틀 전, ‘쾰너 익스프레스’가 흥민이 형이 이적 과정에서 레버쿠젠의 정식 팀 훈련에 불참하고 무단으로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동시에 레버쿠젠의 감독 로거 슈밑트의 인터뷰를 내보냈는데, 그 내용인즉슨 바로 이랬다.
[“손흥민이 중요한 시즌을 앞두고 그의 에이전트와 아버지로부터 좋지 못한 조언을 받았다. 무척 유감스럽다. 그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자세한 전후 사정이야 전혀 몰랐던 나지만, 기사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이게 무슨 개소리야?’] 였다.
세상의 그 어떠한 축구선수도 이적을 하고 싶다고 무단으로 클럽을 이탈할 수 없다.
클럽 내부 강령에 위배되기도 하거니와 선수를 보유한 측이 UEFA와 FIFA에 제소할 경우 선수 자격 정지와 같은 중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축구계에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던 악동들도, 이런 행동들을 하지 않았던 이유다.
그리고 더욱 가관인 건, 여기에 선수단 주장인 찰하노글루까지 가세를 해 흥민이 형을 악역으로 몰아세웠다는 점이다.
그 역시 라치오와의 챔피언스 리그 3차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그들의 홈구장에서 이렇게 말을 했었다.
[“이적 과정에서 흥민이 팀 훈련에 무단으로 불참했다. 휴대폰도 꺼져있고, 메시지도 받지 않는다. 나만 해도 수십 개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지금 윗사람의 잘못된 조언을 듣고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여기에서 중요한 건 찰하노글루가 흥민이 형이 연락되지 않는다고 말을 할 때, 무단이탈 뉴스를 접한 성용이 형이 번듯하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흥민이 형도 나처럼 휴대폰이 두 개이긴 하지만, 동료들이 과연 그것을 모를까 싶다.
이곳저곳에서 주워들은 말과 에이전시 또 승우의 이야기 등을 종합해 보면, 지난겨울에 이미 레버쿠젠은 흥민이 형을 판매할 생각을 굳힌 상태였다.
후반기 흥민이 형을 위한 전술적 비중이 줄어든 것이나, 선수교체의 상황 등이 그것을 증명한다.
결국 이 말은 감독 로거 슈미트 역시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며, 그가 흥민이 형을 감싸는 대신 오히려 비난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찰하노글루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비록 예전에 흥민이 형의 아쉬운 점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말하기는 했지만, 그야 같은 대한민국 출신으로서 안타까워했던 것이었다.
만약 누군가 흥민이 형을 까야 한다면, 그건 나와 같은 한국 선수가 해야지 다른 사람이 그러는 건 두고 볼 수 없다.
어차피 이제 더는 흥민이 형도 뛰지 않고, 승우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오늘은 조금 거칠게 나가야겠다.
‘특히 거기, 너.’
지금 나의 시선은 찰하노글루를 향하고 있다.
설령 단장과 감독 사이에만 커뮤니케이션이 되었다 하더라도, 주장으로서 2년 넘게 함께한 동료를 궁지로 몰아넣는 짓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일단 입을 닫고, 진실을 확인하는 게 먼저 아닐까?
만약 이곳에서 내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필리프나 제롬 모두 일단 헛소문이라며 나를 감싸려고 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동료애(同僚愛)라는 거니까.
그런데 어째…….
‘의리 없는 것들 같으니.’
좋은 조건을 받고 떠난 것을 축하하기에 앞서, 나는 저런 팀에서 흥민이 형이 잘 벗어났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러니 어서 승우도.
[야.] [?] [잘 좀 해봐.] [뭐래-] [빨리 안 뜰 거야? 너도 더 좋은 클럽으로 가야지. 그러니까 잘 좀 해 보라고.] [왜 또 지랄이세요?] [아- 이 새끼, 말 안 통해. 됐어, 인마. 가 봐.] [야. 우리 동갑인데 자꾸…….] [어허~! 헙-!]잔뜩 인상을 찌푸린 승우가 먼저 계단을 오르고, 천천히 그것을 뒤따르던 나는 위에서 잠깐 기다리다 하칸 찰하노글루를 향해 이런 말을 남겼다.
[야.]“?”
[오늘 불알 간수 잘 해라.]“뭐? 뭐라는 거야?”
[고자 되기 싫으면. 알겠어?]“???”
기회가 주어진다면, 있는 힘껏 녀석의 고간 사이로 축구공을 날려 보내려고 한다.
프리킥이 주어진다면 참 좋을 텐데.
‘좋아. 동기부여 완료.’
다소 엉뚱했던 곳이었지만, 나는 오늘 경기에서 있는 힘껏 뛸 또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