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08)
507화 Loyalitat (2)
독일의 많은 미디어들이 나를 표현할 때 가장 즐겨 쓰는 말은, [‘한국인답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 한국인들은 겸손하고 부지런하며, 자신의 감정을 잘 표출하지도 않고 피치 안팎에서 조용한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대체 어쩌다 이런 인식이 박히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것 또한 지독한 편견에서 오는 성급한 일반화라는 것이었다.
물론, 첫 번째 두 가지 항목에는 해당이 된다.
나는 내 스스로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으스대지 않으며, 훈련을 거르기는커녕 지각을 한 적조차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뒤의 두 개?
그건 내가 아니다.
촤아아아아-악!!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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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3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레버쿠젠
찰하노글루가 크리스토프 크라머(Christoph Kramer)의 패스를 트래핑함과 동시에, 나는 꽤나 감정이 느껴지는 동작으로 깊숙한 태클을 시도했다.
퍼스트터치가 다소 길었기에, 볼만 정확히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 무척 감정적인 상태로 피치에 나선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정신이 완전히 나가 버릴 정도로 돌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적당한 흥분이, 집중력을 높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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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태클- 김다온! 아, 네. 김다온 선수. 경기 초반부터 몸놀림이 무척 경쾌해 보입니다.”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지금은 굉장한 의욕이 느껴지는 태클이었습니다. 시즌 전 인터뷰에서도 밝혔습니다만, 이번 시즌 준비가 바이에른 뮌헨 합류 이후에 가장 좋다고 했거든요? 생각해 보면 첫 번째 시즌에는 이적으로 중도에 합류를 했고, 작년은 월드컵으로 뮌헨 팀 전체가 부침을 겪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올 시즌은 오직 클럽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거든요.”
(이후재)
“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김다온 선수는 2주 연속 분데스리가 이주의 Best 11에 선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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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클을 당한 찰하노글루가,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낭심으로 손을 가져다 대며 고환을 힘껏 움켜쥐는 동작을 취했다.
“왜? 쫄았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도발이었고, 그러자 찰하노글루는 머저리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면서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나는 그에 오히려 더 미소를 지었고, 이러한 내 모습에 찰하노글루는 비위가 상해 버린 것 같다.
바라던 바였다.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는 찰하노글루는, 사실상 레버쿠젠 공격력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선수가 심리적으로 불안해진다면, 자연스럽게 단점이 부각될 것이고 그건 레버쿠젠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흥민이 형을 보호하지 않은 것으로 빈정이 상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 하나 때문에 내가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은 그냥 경기를 즐기고 또 내 스스로 작은 목표를 만들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미안, 형. 나도 어쩔 수 없나 봐.’
문득 흥민이 형에게 미안함을 느꼈던 나는, 하늘을 잠깐 올려다본 후 스로인을 받아 든 찰하노글루에게 다시 들러붙었다.
‘이크-!’
조금 전 내 행동에 앙금이 남은 찰하노글루가 거칠게 팔꿈치를 휘둘러 온다.
여기에 맞았다면 파울이야 유도해 낼 수 있었겠지만, 내 몸 상태를 장담할 수 없어 슬쩍 피한 후에 다시 들러붙어 괴롭히기를 반복했다.
그는 포스트-업(Post Up)을 한 채, 귀찮은 모기를 떨쳐 낸다는 듯한 느낌으로 팔을 휘적거렸다.
이번에도 다시 한 번 찰하노글루의 팔꿈치가 얼굴 앞쪽을 스쳐 지났고, 한 차례 비슷한 장면을 경험했던 나는 주저하지 않고 얼굴을 감싸 쥐며 자리에서 쓰러졌다.
주심 플로리안 마이어가 곧바로 휘슬을 불었고, 피치에서 뒹군 나는 코를 빨갛게 만들 생각으로 손가락에 힘을 주어 코 부분을 꾹 눌렀다.
잠시 뒤 나는 엉덩이를 대고 앉은 채, 코를 한껏 찡그리며 지금 것은 퇴장감이었다고 어필을 했다.
“저한테 자꾸 왜 이러세요?”
“응?”
“프리시즌에서도 이러시더니, 고작 옐로카드? 제발요. 이것보다 더 나은 판정을 하실 수도 있었잖아요.”
지난 프리시즌 경기에서, 나는 루카 안토넬리가 내 어깨를 잡아챘을 때 플로리안 마이어에게 어필을 한 적이 있었다.
응당 경고가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 시즌 때에도 같은 판정을 할 거냐고 했었다.
분명 플로리안 마이어도 그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을 것인데, 난 지금 한 번 더 말을 해 둠으로써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나의 거친 파울을 한 번 봐주거나 혹은 특정 상황에서 레버쿠젠에 가혹한 판정을 내려 주거나 말이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려는 건 편파가 아니라, 경고누적 퇴장 상황에서 카드를 참는다거나 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후우- 기선 제압은 성공했어.’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날 매섭게 바라보는 찰하노글루는 이미, 오늘의 경기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거 알까?
‘아직 멀었어, 이 새끼야.’
어지간해서는 이렇게까지 집요해지지는 않지만, 한 번 먹잇감을 물면 놓아주지 않는 게 나라는 걸 말이다.
삐?익!
수비 진영에서 얻은 프리킥으로 경기가 재개되고, 축구공을 뒤로 밀어 보낸 나는 빌드업에 적극 참여하여 볼을 점유하는 일에 힘을 보탰다.
로거 슈미트의 4-4-2를 상대하려면, 볼을 많이 이동시켜 상대가 체력을 소진케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위르겐 클롭만큼이나 전방 압박의 강도가 높은 로거 슈미트의 축구는, 상대가 이것에 휘둘리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그날의 결과가 달라진다.
게다가 상대는 우리가 센터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는 중이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는 99.99%의 클럽이 공격에서나 할 법한 플레이를 수비 진영에서 해내고 있다.
쓰리백과 그 앞의 나를 포함한 두 명의 젝서(Sechser/DM)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가면서 쓰리백과 파이브백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상대의 공격 시도를 간단히 막아 냈다.
또 경기 초반 찰하노글루를 도발한 것 역시, 전반 15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레버쿠젠 기준)왼쪽으로만 패스가 향하면, 다른 곳으로 볼이 뻗어 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레버쿠젠의 팬들이 보기에는 마치, 찰하노글루가 볼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실례.’
이번에도 나는 여유 있게 찰하노글루의 드리블 시도를 막아 내었고, 볼을 빼앗은 직후에는 유니폼이 끌리는 것을 느끼면서 그대로 피치 위에 드러누웠다.
삐?익!!
{“우우—!! X까, 이 더러운 자식!!”}
{“감히 누구에게 그래!!”}
{“네 놈 열 명을 팔아도 걔 몸값은 안 나와!!!”}
금방 내가 피치 위에 드러누웠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정말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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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하하, 이 친구를 좀 보세요. 마치 그라운드 위가 안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편한 자세네요. 양손으로 팔베개까지 하고 말이죠. 늘 그랬지만, 보는 맛이 있는 친구입니다.”
(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 해설위원
“한국인답지 않죠. 다온은 겸손하지만, 조용한 타입은 아닙니다. 뮌헨 선수들에게 가장 목소리가 큰 사람을 물었을 때, 그의 이름이 쉽게 나오는 이유죠.”
(노르베르트 카이텔)
“보통의 시끄러운 친구들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다온에게 무척 흥미로운 기록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프로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퇴장이 없다는 거죠. 덴마크와 포르투갈 또 독일까지 세 개의 리그에서 200경기가량을 뛰었습니다만, 9번의 경고를 받은 게 전부입니다. 그것도, 16살 때부터 프로 생활을 한 친구가 말이죠.”
(야니크 코른베르크)
“그건 제가 두 가지 사실을 말해 주는군요. 우선 첫째, 이 친구가 얼마나 좋은 수비수인지와 두 번째로는 그의 영리함입니다. 이건 무척 보기 드문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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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 행동은, 파울을 범한 찰하노글루를 향해 보내는 메시지였다.
보통 축구선수들은 자주 맞부딪히는 이에게 의도적으로 거친 행동을 함으로써, [“까불지 말라.”]는 식의 메시지를 무언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음 약한 어떤 이들에겐, 실제로 꽤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다.
찰하노글루가 같은 것을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떤 식으로든 저 남자가 나의 행동에 속이 뒤집어졌을 거라는 것이었다.
또 말하는데, 난 지금 꽤나 즐겁다.
아니, 정말 무척 즐거웠다.
‘그러게 인마, 동료를 보호했어야지.’
비록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 축구를 해 오면서 알게 된 건 이 세계에서는 늘 이별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올해에만 바스티, 피사로, 페페, 바이저를 떠나보냈고, 며칠 안으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인 단테와의 이별도 참아 내야만 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뮌헨의 그 누구도, 누가 어떤 식으로 클럽을 떠났던 동료를 뒤에서 비난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클럽에서 가장 나쁜 방법으로 떠난 만주키치가 스페인에서 펩 과르디올라와 자신의 편에 서지 않은 몇몇을 비난할 때에도, 우리는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을 했다.
축구에서, ‘나(I/Ich)’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우리(We/Uns)’뿐이고, 특정 선수가 클럽에서 완전히 떠나기 전까진 모든 이가 ‘우리’라는 범주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일은, 누군가에겐 불로소득이 심한 직업으로 보이겠지만, 실제론 무척 고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같은 동료이자 같은 직업군에 속한 사람으로서, 서로를 향해 충성심을 보여 줘야 했다.
피치 위에서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의 원인에서 비롯된다.
나 역시 오늘 찰하노글루를 마음껏 놀리고 또 비난을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축구가 정해 놓은 규정 안에서 파울을 범하지 않고 적절하게 상대를 하고 있다.
“-!!”
이번에도 볼을 빼앗긴 찰하노글루가 바닥을 구르고.
“Scheisse(제기랄)!!”
타앙-!
분에 못 이긴 그가 손바닥으로 강하게 피치를 두들기지만, 현실은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의 세상에서 자신이 주인공이듯, 나 역시 이 세상의 주인공으로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나의 세계에서 단 한 명의 주인공만이 존재하는 건, 상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실제 현실에서 우린, 60억 개의 세상 속에서 모두가 단역으로 살아간다.
그러니.
‘더 견뎌 봐, 친구.’
이제 경기는 고작 20분이 지났으니까 말이다.
***
{“예에에에에에에에-!!!!!!”}
{“우오우워어어아아-!!!”}
알리안츠 아레나의 관중들이 환호하고, 마찬가지로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두 사내가 서로를 마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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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0분
바이에른 뮌헨 4 : 0 레버쿠젠
김다온의 어시스트 패스를 이어받은 레반도프스키가 득점을 만들어 낸 순간, 환호하는 관중들 틈에서 루메니게와 잠머가 손을 맞잡으며 기쁨을 나누었다.
지난 4년 동안, 바이에른 뮌헨은 단 한 번도 레버쿠젠을 상대로 세 골 이상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펩 과르디올라 부임 이후에도 레버쿠젠을 상대로는 2승 2무 1패의 성적을 기록했고, 이는 분데스리가 팀들을 상대로 한 전적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이었다.
그랬기에 지금의 이 득점은, 승리를 굳힌 것과는 별개로 의미를 가졌다.
“정말 멋지군! 그렇지 않나?”
“네. 정말 그렇습니다.”
“센터백 없이! 하-! 이런 축구를 펼칠 수 있는 감독이 과연 몇이나 될 거라고 생각하나?”
레버쿠젠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오늘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는 통곡의 벽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완벽히 공격을 저지해 내고 있었다.
시작은 3-2-2-3이었으나, 뮌헨은 수시로 전형을 바꾸어 가며 총 다섯 개의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5-4-1, 5-2-3, 4-2-3-1, 4-3-3, 3-4-3 등.
애초부터 포메이션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는 것처럼, 많은 이들의 상식을 뒤집을 만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 역시 놀라웠는데, 어떠한 순간에는 필리프 람이 중앙 미드필드로 뛰는가 하면 지금은 김다온이 순간 오른쪽 윙어 역할을 소화했다.
그러는 사이, 로번과 교체되어 뛴 괴체가 미드필드 포지션을 채웠다.
“후우~ 고작 시작이지만 느낌이 좋아.”
“Vier(Fear) 뮌헨의 부활이로군요.”
“허-! Vier(4)? 아니지. 이건 Funf(5)나 Sechs(6)뮌헨이야. 이제 적들은 진정한 두려움과 맞서야 할 걸세.”
시즌 초반부터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냐고 말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마티아스 잠머는 오히려 루메니게의 호들갑에 호응을 하고 싶었다.
업보 때문에라도 겸손하고 싶은 시기였지만, 현재의 뮌헨은 지난 2년과는 분명히 달랐다.
부상 선수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다고는 하나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오늘은 팀 내 유이한 센터백 모두가 없는 상태로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아무리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운다지만, 지금은 그 잇몸으로 강인한 레버쿠젠을 잘근잘근 씹어 대고 있다.
그러니 어찌,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잠머 역시 흥분을 감추고 있지 못했다.
‘Sechs Munchen? 아니야. 이건 Sieben(7)이야.“
오늘의 바이에른 뮌헨에 무척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마티아스 잠머.
그는 오늘의 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삐?익!!
“응?”
경기가 마지막 3분여를 남겨 둔 시점.
김다온을 뒤에서 잡아챈 찰하노글루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고, 피치에 대(大)자로 뻗어 있는 한국인 풀백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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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Bundesliga 3R)
바이에른 뮌헨 4 : 0 레버쿠젠
[골] 토마스 뮐러 : 전반 26분(더글라스 코스타), 후반 15분(P.K/아르투로 비달)아르연 로번 : 후반 26분(사비 알론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후반 40분(김다온)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2.0)
MoM ? 더글라스 코스타(1어시스트/평점 1.5)
***
[키커 최저 평점 – 하칸 찰하노글루(5.5) : 시종일관 이기적이었고, 왼쪽 측면에서 그 어떠한 공격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다온 앞의 그는, 오늘 오후 내내 어린아이 같았다.]***
2015년 8월 30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1층 로비.
오늘부터 전 세계가 A매치 주간에 돌입했고, 나 역시 본래는 비행을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난 그것을 두 시간 정도 늦췄다.
그 이유는 바로.
“에-이!”
“오-!”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던 단테가, 1층 계단 앞 소파에서 기다리던 날 발견하고 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제 경기가 끝난 뒤 단테의 볼프스부르크 이적이 발표되었고, 450만 유로의 이적료는 현재 그의 몸값인 600만 유로보다도 적은 것이었다.
폼도 좋지 못했고 감독의 계획에서 제외가 되어 나가는 모양새다 보니, 이적료가 저렴하게 책정된 것이다.
“이건 정말 놀랍네. 아무도 없을 줄 알았어.”
“그래? 저 밖을 좀 봐.”
“응?”
지금 저 밖엔, 꽤 많은 사람들이 있다.
차 안에서 기다리던 조셀리나와 아이들을 밖으로 끌어내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단테가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본래는 주장인 필리프가 내 자리에 섰어야 했지만, 그는 고맙게도 내게 양보를 해 주었다.
“네 덕분에 이곳에 쉽게 적응을 했어.”
“글쎄- 내가 아니었더라도 넌 괜찮지 않았을까?”
“그랬을 수도. 하지만 분명한 건, 네가 이곳에 있어서 내가 무척 즐거웠다는 거야.”
“하하, 그거 듣기 좋은 말이네.”
“진심이야, Amigo. 너는 내 최고의 친구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고. 내 마음 알지?”
“제기랄. 이리 와. 한 번 안아 보자.”
서로의 등에 손을 얹고 진한 포옹을 나누며, 우린 그렇게 잠깐 이별의 아픔을 달랬다.
“이곳에서 널 만난 건,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
“나도. 거기에서도 넌 잘할 거야. 알지?”
“그래야지. 돈을 바짝 벌어야 하니까.”
“큭큭큭큭, 그래- 그것도 무척 중요한 부분이지.”
단테는 이곳과 비슷한 수준의 주급을 보장받는 한편, 계약금을 거머쥐면서 제법 많은 돈을 챙겼다.
그와 그의 가족에게는 무척 잘된 일이었기에, 떠나보내는 와중에도 작은 위안을 느낄 수 있었다. 돈이 중요해지는 건, 바로 이런 순간이었으니까 말이다.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커리어를 포기한 만큼, 대가를 지불받는 것이 옳다.
“그럼, 다음에 만날 때는 적인 거지?”
“크크큭. 그렇지. 다행인 게 뭔지 알아?”
“?”
“너 때문에 고생하는 건, 내가 아니라는 거야.”
“하하.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말이야.”
“?”
“과연 정말 그럴까?”
“이런-! 한 방 먹었네.”
“큭큭큭큭.”
더는 밖에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단테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그곳에는 아직 뮌헨을 떠나지 않은 동료들 대부분과 나의 연인이자 조셀리나의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했던 아영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가온 아영이를 품에 안으며, 단테가 친구들과 인사를 할 때까지 곁에서 기다렸다.
[자기, 괜찮아?] [응? 어. 괜찮아.] [진짜?] [응. 진짜. 그러는 자기는?] [나도 괜찮아. 계속 연락할 거거든.] [하하하. 응. 자기는 무인도에서도 친구를 사귈 거야. 그거 알지?] [피이- 모르겠는뒈에-?]단테가 친구들 모두와 인사를 하고, 우리는 그가 에이전시와 함께 클럽하우스를 떠날 때까지 주차장에 서서 배웅을 했다.
왜냐하면 단테는 우리의 좋은 동료이자 또 친구였으며, 누구보다도 가까운 가족으로서 지난 시간을 함께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이별의 방법이 태업이나 배신이 아닌 이상 응당 당연하게 해야만 하는 행동이었다.
축구는 우리의 세상이고 또 우리의 삶이라서, 이곳에서 만난 모든 이들이 하나하나 소중하니까 말이다.
물론 그렇기에 라이벌이나 적도 생겨나는 거겠지만, 최소한 같은 팀에서 뛰었다면 이런 식의 이별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으쓱했고, 흥민이 형과 레버쿠젠의 관계까지 더해지면서 조금이지만 이곳 뮌헨이 더욱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게 바로 진정한 ‘Mia san Mia(Wir sind Wir)’가 아닐까?
물론 이것인 나의 미래를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이곳에서 배운 훌륭한 것들을 앞으로 머물 곳 어디에서는 발휘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벤피카에서 배운 것도 있었고.’
여전히 난 피치 안팎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그 배운 것들을 다시 피치 안팎에서 쓸 모습에 들떠 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축구를 사랑하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가 아닐까 한다.
‘Ate logo, Amigo.’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나는 영원한 인사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
※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 9월 일정
2015.09.03. 라오스 @ 대한민국 화성
2015.09.08. 레바논 @ 레바논 시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