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10)
509화 Loyalitat (4)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기성용. 오른쪽으로 넓게 측면을 엽니다. 김다온. 김다온.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크로스! 고오오오오올-! 황의조! 손흥민에 이어 오늘, 멀티골을 터뜨립니다!”
(박성문) – SBS Sport 해설위원
“이야- 이렇게 되면 어시스트 해트트릭이죠? 지금 김창수가 교체를 준비 중인데, 교체되어 나가기 전 세 번째 어시스트를 만들어 놓습니다.”
(배정세)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김다온의 몸값을 4억 유로라고 말했는데, 자신이 왜 그런 소리를 듣는지를 오늘 대한민국의 팬들에게 보여 줬습니다.”
.
·후반 21분
대한민국 10 : 0 라오스
스티브 다르비가 세웠다던 세 대의 버스는 전반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철거되었고, 경기는 사실상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처럼 흘러갔다.
A매치 득점을 추가할 기회를 붙잡은 공격수들이 계속해서 경기의 긴장감을 만든 덕에, 느슨했던 적 없이 결과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피치 위에서 가장 심심한 것은 골키퍼로 나선 순태 형이었는데, 내 기억엔 두 번인가? 볼을 잡았었다.
【“대한민국의 선수 교체입니다. 2번. 김다온 선수가 물러나고, 12번. 감창수 선수가…….”】
기립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오는 관중들에게 화답하며, 나는 천천히 걸어 사이드라인 쪽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라오스의 선수들도 또 심판도, 늦장을 피운다고 하여 문제 삼는 상황 역시 아니었다.
“고생했다.”
“화이팅.”
창수 형과 양손으로 하이파이브를 나눈 이후, 관중석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그런 뒤에는 손을 들어 한 번 더 박수를 보냈다.
상대가 강하건 아니면 오늘처럼 약하건, 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항상 재미있는 일이다.
[즐거워 보이는군.] […….] [응?]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걸어간 난, 삼파올리 감독님 곁에 서서 어깨동무를 했다.
그러곤 손을 들어 전광판을 가리켰다.
[이해하셨죠?] [?!] [충분히 즐기고 왔어요.] [큭큭큭큭. 그래- 가서 쉬게.] [Yes, Sir-]집에서 저녁을 먹었던 날, 엄마가 능글맞게 구는 나를 보며 굉장히 놀랐던 일이 있었다. 결혼을 하더니 달라진 건지, 아니면 아빠를 닮아 가는 건지를 모르겠다면서 말이다.
오히려 그 말에 내가 깜짝 놀랐는데, 왜냐하면 내가 아는 아버지는 항상 점잖으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의 말론, 젊었을 때는 아니었단다.
거의 지금의 나를 빼다 박았다나?
‘뭐, 그 유전자가 어디 가겠어?’
벤치로 돌아가 동료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주먹을 맞댄 후, 자리에 앉아 얼른 아이싱을 시작했다.
지금 내가 빠진 것도 5일 뒤에 있을 베이루트 원정 때문이고,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이 컨디션 그대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는 형들이 남은 경기 동안 자비를 베풀지 않기를 바랐다.
시간상 대한민국 역대 최다 등점차 기록을 깨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두세 골 정도는 더 넣을 수 있을 거다.
흥민이 형과 의조 형이 나란히 해트트릭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밀어붙일 만한 이유다.
이러한 내 바람대로, 형들은 계속해서 라오스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리고 다음 득점을 넣은 건.
‘형이 아니네.’
팀 내에서 유일한 동생이자, 동아시안 컵에서의 기세를 그대로 A팀으로 끌어오고 있는 창훈이였다.
“빵후이이-!!!”
창수 형이 창훈이를 부산식으로 부르는 것을 따라 하며, 난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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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2차전)
대한민국 13 : 0 라오스
[골] 황의조 : 전반 5분(김다온), 후반 21분(김다온)이청용 : 전반 8분(홍철)
손흥민 : 전반 12분, 후반 14분(정우영), 후반 44분(김창수)
권창훈 : 전반 30분, 후반 30분
김다온 : 전반 37분(F.K)
기성용 : 전반 45분(P.K/김다온)
남태희 : 후반 01분, 후반 36분(이재성)
이재성 : 후반 48분(권창훈)
김다온 ? 77분 출전(1골 3어시스트)
***
2015년 9월 4일. 4732 베이루트, 레바논. 베르둔 거리 ? 브리스톨, 라드완 센터. 레바논 축구협회(4732 Beirut, Lebano. Verdun Street ? Bristol, Radwan Center. Lebanon Football Association).
대한민국이 라오스를 상대로 무려 13골의 폭격을 퍼붓자, 다음 상대인 레바논은 자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뭐라고?”
“저희가 제안한 숙소를 거절했습니다. 대신 다른 곳을 숙소로 삼았다더군요.”
“어디?”
“포 시즌스.”
“??”
“네. 알고 계신 바로 그 포 시즌스입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쾅-!
레바논 축구협회장 지하드 엘 초호프(Jihad El Chohof)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자, 실내에 있던 사람들이 움찔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내가 분명 모두 예약을 했을 터인데!!”
이전 레바논 축구협회장이 그러했듯, 초호프 역시 많은 석유 재벌들과 친분이 깊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 대한민국 대표팀이 레바논에 머무는 기간 동안 레바논 시내의 모든 호텔들을 미리 예약해 두는 꼼수를 부렸다.
레바논의 재벌들 중엔 축구에 관심이 깊은 이들이 무척 많았기에,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글로벌 호텔 기업인 포 시즌스도 시즌권을 사용해 예약을 해 둔 호텔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수가 터졌다.
“U.A.E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객실을 받았다더군요.”
“뭐?”
“그리고 이걸 만수르가 먼저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뭐???”
대한민국 대표팀이 배정받게 된 포 시즌스의 객실은, 전 세계의 어떠한 포 시즌스건 이용할 수 있는 아부다비 투자청이 소유하고 있던 것이었다.
1인 1실까지는 어려우나 2인 1실은 충분히 가능한 수요였고, 대한민국 축구협회는 당연히 이를 수락했다.
“그리고 또 훈련장도 말인데…….”
“??”
“한국이 U.A.E에 캠프를 차린다고 합니다. 베이루트에서 머무는 기간은 단 하루뿐이며, 카밀 샤문에서 적응 훈련을 마친 후에 실전에 돌입한다더군요.”
“하-!”
만수르의 등장은 레바논 축구협회에 있어 시속 200km/h로 달려든 뺑소니 차량과도 같았다.
이들은 이번 일정이 정해졌을 때부터 대한민국의 경기력을 떨어트리기 위한 모든 계획을 수립했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수고를 들였다.
사전 답사를 마친 대한민국 축구협회가 장소 변경을 요구했을 때도, 정치적인 이점을 앞세워 그것을 차단했다.
“살만은 뭐라고 하지?”
“문제가 없다더군요.”
“…….”
아시아의 축구협회 중 대다수는 현(現) FIFA의 회장인 요제프 블라터와 그의 세력을 이어 갈 미셸 플라티니를 지지하지만, 대한민국 축구협회장인 장철주는 이들의 도덕적 결함을 지적하며 중립을 유지하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FIFA 회장 선거에서 낙선했던 장몽준을 후원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더해지면서, 대한민국은 AFC 주관 대회에서 불이익을 보고 있다.
일본이 아프가니스탄의 국내 동향을 우려해 중립 경기를 이끌어 내고 중국이 몰디브의 열악한 사정을 이유로 원정경기를 홈경기로 바꾼 것과는 달리, 대한민국이 숱한 이의 제기에도 베이루트 원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이유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AFC의 정치적 스탠스와 함께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늘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심지어 FIFA는커녕, 동네 축구협회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숙소와 훈련장을 배정받는 거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동지’라고 믿었던 이의 ‘배신’으로 모조리 틀어졌다.
이제 레바논 축구협회의 유일한 기대는, 그들이 일부러 망쳐 둔 경기장의 잔디 사정에 대한민국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빌어먹을.”
충격적인 소식만이 들려온 미팅을 끝낸 후, 창밖을 바라보며 장탄식을 내뱉은 초호프가 다시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만수르를 힐난하는 시나리오를 고민한다.
하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신을 지지하는 레바논의 부유층 중, 축구와 만수르를 선택하라고 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가 너무나도 명백했기 때문이다.
중동의 최고 재벌들에겐, 만수르가 운영하고 있는 아부다비 투자청과 시티 풋볼 그룹은 본인들의 부와 정치적인 입지를 위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이들은 이 두 개의 회사에 돈을 투자함으로써, 보다 깨끗한 돈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레바논 축구협회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초호프는 무척 궁금했다.
‘어째서? 왜?’
U.A.E와 만수르가 평소 친한파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중동의 커넥션을 무너뜨릴 만큼 중요했을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초호프는 답을 찾을 수 없다.
그저, 지난날의 수고가 무산된 것이 뼈아플 뿐이다.
오랫동안 계속해서 이어져 온 부(富)에 바탕을 둔 중동의 절대권력.
하지만 이것도, 김다온과 장철주라는 두 사람과 함께 조금씩 그 힘을 잃어 가고 있다.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늘 그래 왔듯 그들이 유일신으로 믿고 있는 알라(????)에게 기대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꾸란(??????)에, 선하게 살아가는 이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구절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말이다.
그리고 꾸란의 구절대로, 그들이 믿는 절대신은 ‘심판의 날을 직접 주관(??????? ?????? ????????)’할 예정이었다.
***
2015년 9월 6일.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 알 마크타 아레아. 더 리츠 칼튼 아부다비 그랜드 카날(The Ritz-Carlton Abu Dhabi Grand Canal. Al Maqta Area. Abu Dhabi, U.A.E).
처음 이번 A매치 일정을 전해 받았을 때, 내가 가장 의문을 느꼈던 부분은 어째서 아랍에미리트를 경유하느냐는 점이었다.
레바논의 척박한 그라운드야 주작 구장에서 얼마든지 훈련이 가능했고, 하루라도 더 한국에 머문 후에 레바논에서의 일정을 최소화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한 사정을 전해 들었을 때, 나는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으면서도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하하하,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표정이로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묻고 싶습니다.”
“만수르. 일단은 나를 그렇게 부르게.”
“…….”
전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CEO가 지금, 내게 자신을 편안하게 부르라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선, 이건 내 평소 신념과도 맞는 일이야.”
“네?”
“내 아버지는 항상 한국에 우호적이었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어. 그러니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그런 신념을 따른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
이것은 나 역시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만수르가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하고 씨티 풋볼 그룹을 만든 이후, 그의 영향력이 닿는 모든 축구 클럽이 번갈아 가며 한국의 중요한 날을 챙겨 왔다는 것을 말이다.
삼일절, 광복절, 추석, 설날.
씨티 풋볼 그룹에 한국 선수가 하나도 없음에도 이들은 늘 그런 날들을 챙겨 왔고, 심지어 맨체스터 시티는 따로 한국인 스태프를 고용해 공식 트위터 채널도 만들었다.
지성이 형이 뛰었던 맨유보다도 더,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깊었다는 거다.
하지만 난 그것과 이것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왜지?”
“누군가는 이걸 싫어할 테니까요.”
축구 외의 세계에서는 반푼이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것 역시 축구의 일부라고 본다면 이건 꽤나 정치적인 문제였다.
“하하-! 거기까지 이해하는 건가?”
“자랑은 아니지만, 뮌헨이 조금 그렇거든요.”
“큭큭큭, 이거, 자네가 더욱 마음에 들어지는군.”
“칭찬으로 이해할게요.”
“칭찬일세.”
현재 나는,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던 도중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에게 이끌려 비어 있던 객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신분을 먼저 밝혔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일단 자네의 궁금증에 대해서 먼저 답을 하지. 그래. 이건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이야. 하지만 그들에겐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지. 그리고 그것을 손에 쥔 것은 나고. 그저, 내 개인적인 변덕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야.”
“그렇군요.”
“그렇지.”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보디가드 중에 한 사람이 벨보이가 끌고 왔을 이동용 트레이를 앞쪽에다 놓아두었다.
“자넨 늘 이것을 마신다지?”
“네. 그것까지 조사하셨나요?”
“하하. 그렇다고 해 두지.”
내게 익숙한 비타민 음료병을 손에다 들며, 뚜껑을 열어 마른 목을 조금 축였다.
“크흠, 하지만 충분히 납득이 되지는 않아요.”
“뭐가 말이지?”
“당신이 한국을 도운 이유. 그리고 저만 따로 불러내어서 이곳에 온 이유가 말이죠.”
다른 부분이야 만수르의 말대로 변덕으로 받아들인다 치더라도, 어째서 내가 이곳에 앉아 있는 것인지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자유시간이 주어진 상황이라, 내가 없는 것을 누구도 신경 쓰지는 않을 것이다.
따로 휴대폰으로 연락이 들어오는 것도 없고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나는 궁금했다.
“바이에른 뮌헨과 재계약을 하지 않더군.”
“그건 제가 말할 수 없는 부분이네요.”
“이해하네. 어차피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
“아마도 자네에겐, 펩 과르디올라가 가장 중요하겠지.”
“?!?!”
“어떻게 알았느냐는 표정이로군. 그럼 난 지금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네. 그냥 입을 다물거나, 아니면 자네가 궁금한 것을 말하거나. 내가 어떤 행동을 할 거라고 보나?”
만수르의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처음에 든 생각은, 그가 나를 데리고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굳이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기엔, 그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나보다 훨씬 더 바쁜 사람일 텐데, 굳이 이렇게 번거롭고 귀찮을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내 대답은 무척 쉽게 나왔다.
“맨체스터 시티로의 합류를 권유하는 건가요?”
만수르는 엄연히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다.
그리고 그런 그가 날 만났다는 건, 엄연히 규정 위반이다.
FIFA와 UEFA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축구 단체들은, 특정 클럽과 계약에 묶여 있는 선수가 다른 클럽의 관계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탬퍼링(Tampering)으로 정의한다.
설령 그 관계자가 오랜 친구나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공개적인 만남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과거 조르제 멘데스와 조나단 베넷이 나를 끌어들이려고 할 때와 마찬가지로, 만수르 역시 같은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고밖엔 해석할 수 없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만수르가 얼굴에 띠고 있는 미소를 더욱 짙게 가져가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네. 난 자네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 씨티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 그리고 이번 호의는, 자네와의 이 만남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네.”
“……쉽게 인정하시네요.”
“부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 있나?”
내가 조금 이상한 것이겠지만, 솔직한 만수르의 태도를 보며 약간이나마 호감 같은 것이 생겼다.
하지만, 난 여전히 같은 입장이다.
“그건 무척 감사한 말이지만, 제겐 당신에게 밝힐 수 없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그래. 펩 과르디올라.”
“?!”
대체 어째서, 만수르가 이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일까?
내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자, 그가 푸근하게 웃어 보였다.
“놀라지 말게나. 나는 자네가 뮌헨과의 재계약을 보류하는 이유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건 바로 펩 과르디올라지. 자네는 그와 함께하고 싶은 게 아닌가?”
지금 만수르는 내게, 직접적인 단어와 문장을 감추고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말해 주고 있었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좀 더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 볼 수 있을 걸세. 그리고 그의 말을 전하겠네.”
“그? 아, 아뇨. 이해했어요.”
여기에서 만수르가 말한 ‘그’란, 틀림없이.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말고, 자네 스스로 최선의 길을 찾게. 그리고 그것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재회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바로 이게, 내가 오늘 자네를 부른 이유일세.”
“…….”
펩은 2015/16 시즌이 끝난 후 맨체스터 시티로 향한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그는 내게, 우리가 다시 만날 것을 확신하듯 말해 주고 있었다.
이번 A매치 주간이 끝나고 뮌헨으로 돌아갔을 때, 과연 나는 오늘의 일을 이야기해야 할까?
‘아니, 그건 아닐 거야.’
가까운 미래에 내가 다시 펩과 함께하든 혹은 아니든, 오늘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건 이번 계약 기간의 다음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결정된 이후의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 조건으로, 베이루트 원정에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사업가 중 하나로부터.
아무래도 난, 꽤 거물이 된 것 같다.
딸깍-
마치 다른 세상인 것만 같은 객실을 나선 후, 우리 선수단이 머무는 층으로 돌아온 나를 자철이 형이 반겼다.
“야. 괜찮아? 왜 귀신에 홀린 얼굴이야?”
“형.”
“어?”
“나 진짜 귀신에 홀렸나 봐.”
“뭐??”
평범한(?) 월드컵 예선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이번의 A매치 주간은 내게, 뜻하지 않은 힌트를 보여 주고 있다.
‘펩이 맨시티로 간다고?’
어쩌면 나의 미래는, EPL로 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작가의 말 ? 실제 라오스 전 성적은 8:0 승리입니다. 그리고 정치적 문제로 한국이 AFC 주관 대회에서 드러나지 않는 불이익을 받아 온 것 역시 사실이라 믿고 있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