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17)
516화 Unersetzlich
2015년 9월 18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이틀 전 그리스 원정에서 돌아온 펩 과르디올라는 오늘, 갑작스러운 미팅에 참여하게 되었다.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네. 부상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니까요.”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바이에른 뮌헨의 부상자는 프랑크 리베리와 홀거바트슈투버 단 두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한 달 만에 다섯 명의 선수가 추가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그중 두 명은 복귀했지만 나머지 셋은 다음 경기 출전이 불투명했다.
‘FC Krankenhaus(FC 병원)’.
레반도프스키가 분데스리가 5라운드 다름슈타트와의 경기에 뛸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쥐트도이체 차이퉁’이 바이에른 뮌헨을 빗댄 표현이었다.
“어차피 로테이션도 돌릴 생각이었습니다. 부상이 없었다고 해도, 레비는 휴식을 위할 예정이었어요.”
“그렇군.”
“네. 그렇습니다. 저와 팀을 걱정해 주는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지만, 괜찮다면 제 일을 하고 싶군요.”
“알겠네.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군.”
“아뇨. 진심으로, 정말 고맙습니다.”
“그래. 필요한 게 있다면 부르게.”
“그러죠.”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감독실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펩 과르디올라가 당장 내일 있을 다름슈타트와의 경기를 대비한 명단을 생각한다.
본래 계획은 있었지만,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전날 회복 훈련을 끝마쳤을 때 필리프 람이 휴식을 요청해 왔고, 부상이냐는 말에 대퇴부 쪽에 위화감을 느낀다고 대답을 했다.
곧바로 폴커 브라운 박사가 검진에 나선 결과, 약간의 타박이 있음이 밝혀졌다.
결국 펩 과르디올라는 오른쪽 풀백에서 뛸 자원을 찾아야 했고, 하피냐가 물망에 올랐지만 로테이션 멤버 다수가 출전할 예정인 경기에서 쓰기엔 약간 불안한 게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남는 대안은 김다온 하나.
하지만, 그는 이번엔 쉬어야 한다.
‘녀석이 빠진다면, 팀에 치명적이야.’
바이에른 뮌헨에 부임을 할 때부터, 펩 과르디올라는 많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더블 스쿼드’를 꾸리길 원했다.
그러나 클럽 내부의 정책과 정치적인 문제에 막혀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었고, 2015/16 시즌이 되어서야 비로소 각 포지션에 최소 두 명의 선수를 두게 되었다.
센터백 숫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코스타스 마놀라스와 홀거 바트슈투버가 복귀할 11월이 되면 이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가 될 것이다.
또한 이미 센터백 없이도 얼마든지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음도 입증했다.
하나 여기엔, 전제 조건이 붙는다.
바로, 김다온이 건강할 것.
김다온이 건강하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펩 과르디올라는 지금과 같은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흐음- 어쩔 수 없군.”
탁- 사각사각.
딱히 내키지는 않는 결정이었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하피냐를 다름슈타트 경기의 선발로 내세우기로 결정한다.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출전이었으며, 하피냐는 다수의 신입생으로 구성될 내일 경기에서 다른 베테랑들과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아 줘야 했다.
불안함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던 펩 과르디올라가 백업 명단에 김다온의 이름을 집어넣는다.
내일 최전방과 골키퍼를 제외한 어떤 위치에서건 누수가 발생하고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하다면, 김다온은 그 즉시 피치에 투입되어 양상을 바꿀 무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이름이 채워지자, 비로소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낀 펩 과르디올라가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펩?”
“전부 다 도착했나?”
“그래.”
“들어오게.”
점심 직후에 찾아오는 나른함을 떨쳐내는 커피 한 잔과 함께, 펩 과르디올라와 다른 코칭스태프들은 내일 경기의 마지막 준비 과정을 시작했다.
***
2015년 9월 19일. 85356 뮌헨-플루그하펜, 독일. 노르트알리 25. 뮌헨 국제공항.
지금부터 우린, 헤센(Hessen)으로 향한다.
“아- 난 이럴 때가 참 좋더라.”
“혼자 좌석을 독차지하는 거?”
“응. 넌 아냐?”
“글쎄- 혼자가 된 지 조금 돼서 말이야.”
“하-! 배부른 소리 하기는.”
람이 선수 보호차 이번 원정 명단에서 빼지면서, 베르나르두가 좌석 두 개를 독차지하게 되었다.
사치 부린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녀석을 지나쳐, 난 어김없이 혼자뿐인 자리에 앉는다.
[어디 보자…….]휴대폰을 꺼내 아영이에게 비행기에 탔음을 알린 후, 옆 좌석에 대충 던져 두었던 가방을 뒤적여 최근 읽고 있던 책을 꺼내 들었다.
영양학과 관련된 책으로, 아영이가 함께 공부하면 좋겠다고 권유해 같이 읽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는 날이라면 경기 영상을 보는 게 보통이지만, 오늘처럼 교체 명단에 들 때에는 되도록 독서를 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전력 분석이야 어차피 경기를 보면 되니까 말이다.
‘아, 맞다.’
독서 전, 남들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귀마개를 찾던 도중 앞쪽에서 인기척 같은 것이 느껴졌다.
처음엔 누가 앞쪽으로 가려는가 했지만, 인기척에 꽤 오랫동안 남아 있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조슈아?”
“어. 잠깐, 앉아도 될까?”
“……그래. 그렇게 해.”
가방을 통째로 집어 들어, 발아래에다 놓아둔다.
그러자 옆자리를 키미히가 냉큼 차지해 버렸다.
“무슨 일인데?”
“그게, 필리프가 없어서.”
“응?”
알다시피, 키미히는 람을 멘토처럼 여기고 따라다니고 있다. 본래는 내가 앉는 테이블에 함께했지만, 이적생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람의 곁으로 갔다.
현재는 나와 베르나르두가 다른 나라에서 온 녀석들을 챙기는 중이고, 키미히나 울라이히는 같은 독일인 친구들과 주로 어울리려고 한다.
어떠한 클럽이건 출신지에 따른 파벌은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는데, 그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파벌 사이의 알력이 팀 조직력을 와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는 오히려 적응을 빨리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
SL 벤피카의 루이장과 이곳 뮌헨의 람이 훌륭한 리더라는 건, 이런 파벌을 조정하는 능력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단 한 번도 출신이 문제 된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아, 그게.”
키미히는 내게 데이비드 알라바와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표현했다.
“그럴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서.”
“헷갈리는 거구나. 그렇지?”
“응. 내가 이상한가?”
“아니, 아니. 그렇지 않아.”
지난번 올림피아코스 원정 때의 사비도 그랬지만, 선수 조합 구성과 전술에 따른 혼란은 누구에게나 찾아갈 수 있다.
오늘 펩은 데이비드 알라바를 센터백으로 세우고, 키미히를 젝서(Sechser/DM)에 배치하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앞쪽에 로데와 비달을 두었다.
“네 기본적인 임무는 변하지 않아.”
“어- 포백을 보호하는 거?”
“응. 피치 위에서 헷갈린다면, 최소 그것만 해도 보통은 될 거야. 동료를 믿어. 여긴 모두가 대단하니까.”
피치 위에서 항상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나는 늘 강팀과 약팀의 차이점이 혼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느냐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만약 속한 팀이 상대적으로 약체라면, 피치 위에서 노력 이상의 무언가가 요구된다.
시즌 중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거나, 엄청난 운이 따라주어 믿을 수 없는 득점을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강팀에 속해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기초로만 돌아가도 충분해진다.
“넌 이미 해답을 알고 있어.”
“내가?”
“응. 예를 들어 볼까? 우선은 네 파트너.”
“?”
“로데. 비달. 둘은 어떤 선수지?”
지난해 펩은 내게, NFL의 쿼터백이 지니는 역량을 갖추는 걸 추천해 주었다.
덕분에 그와 관련된 서적들도 다수 탐독했고, 현재는 1년 전보다 더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다. 물론 그걸 피치 위에 적용하려면, 내게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우선 로데를 생각해 봐. 일단 걔는 부지런하지. 또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어. 헤더, 패스, 몸싸움, 돌파. 전부 다 적당한 만큼은 해 준다는 말이야.”
“그러……언가?”
“응. 걔는 네가 전진을 했을 때, 네가 자리를 비운 것을 보고 거기를 채워 줄 녀석이야. 하지만, 단점도 있지. 빠른 패스를 다루기 힘들어해. 보는 것도 또 받는 것도.”
로데는 육각형 형태의 미드필드지만, 기술보다는 부지런함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편이었다.
그러니 좁은 공간에 머물 때보다, 넓은 공간이 주어졌을 때 패스를 보내는 게 좋다. 또 다음 공격 루트를 선택하는 데도 애를 먹기에, 그 점 역시도 고려해 줘야 한다.
“그리고 비달을 봐. 그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어떤 의미에서는 로데와 비슷해. 하지만 조금 더 몸싸움을 즐기니까, 좁은 공간에 머물 때도 패스해도 좋아.”
“음- 그게 다야?”
“아, 그랬지. 네가 궁금한 건 데이비드였지.”
올 시즌 알라바는 가장 종잡기 힘든 친구였다. 어떨 때는 내가 아는 강인한 모습이었다가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패스를 하는 등의 실수를 범했다.
그래서 펩은 알라바에게 전진보다는 수비 진영에 머물 것을 지시했지만,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
키미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기에, 자신의 플레이를 정하기 어려워 대화를 요청해 온 것이다.
“이것만 기억해.”
“?”
“쟤가 말을 안 듣잖아? 그럼, 이렇게 외쳐줘. Arrete de dire conneries, connard.”
“뭐?”
지금 내가 키미히에게 알려 준 말은 불어로, [“지랄하지 마, 씨X놈아!!”] 다.
이것은 프랑크 리베리가 알라바에게 가장 많이 쓰는 문장 중에 하나로, 주로 저 친구가 경기 도중 통제력을 상실할 때 외치던 말이었다.
리베리와 영혼의 단짝인 알라바는 불어로 하는 욕을 거의 대부분 알아들었고, 이런 식으로 일갈을 들으면 이내 정신을 되찾고는 했다.
내게서 발음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들은 키미히가 이게 무슨 뜻인지를 묻는다.
“그냥, 잘 좀 하라는 거야.”
“그래?”
“응.”
알라바가 키미히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때의 표정이 무척 궁금했기에, 난 뜻까지는 알려 주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키미히도 바라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내가 하는 말은 이거야. 네가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할수록 좋은 건 맞아.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그래서 더 동료를 알아야 하는 거고. 무슨 말인지 이해해?”
“조금은. 정말 고마워.”
“별말을.”
고마움을 표현한 키미히가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고, 허리를 굽혀 가방을 뒤적인 나는 귀마개를 찾은 뒤 모든 것을 본래의 위치로 가져다 놓았다.
아직 출발 전인 비행기는 아까의 자리 그대로였는데, 다른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귀마개를 착용하고 독서에 빠지려는 찰나.
“나는?”
“으왓- 깜짝이야! 뭐?”
의자 위로 얼굴을 빼꼼 내민 베르나르두가 이런 질문을 던져 오고 있었다.
“나 말이야. 네가 보는 난 어떤 선수인데?”
“진심으로 지금 그걸 듣고 싶다고?”
“응. 잠깐만 이거 치울게.”
“이봐-!”
멋대로 가방을 집어 올린 베르나르두가 그것을 자신의 자리에다 놓아두며 내 옆으로 와 앉았다.
그러더니 내게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 왔다.
“지금 농담하는 거지. 응?”
“이 표정이 농담하는 걸로 보여?”
“하아- 그거 왜 있잖아.”
“응. 들을게.”
“아니, 그거 말고. 너무 친한 친구끼리 눈앞에서 서로 칭찬을 하거나 하면 닭살 돋고 역겨운 뭔가가 있지 않아?”
“아니. 모르겠는데?”
“…….”
뻔뻔하게 고개를 가로젓는 베르나르두의 뒤통수를 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어지간해서는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던 나는 어떤 식으로든 대답을 해야 했다.
하지만 정말 이런 건 싫은데.
친구 칭찬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친구 욕은 대놓고가 내 모토다.
“좋아. 알겠어. 넌 어떤 녀석이냐고?”
“응. 로데랑 비달을 표현했던 것처럼 해 봐.”
“그래. 일단 넌, 멍청이야.”
“엥?”
“너무 멍청이에 바보라서,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를 정도거든. 지난번에는 이런 일이 있었지. 훈련 때 내게 누가 바지를 빨리 벗는가 내기를 하자고 하고선…….”
“Ay-!! Amigo!! 그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잖아?”“
“왜? 네가 표현해 달라며?”
“이런-! 됐어! 나 안 해!”
토라진 베르나르두가 툴툴대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가방을 달라고 외치자 위쪽에서 검은색 물체가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삐진 거냐고 묻지만, 의자 사이로 본 녀석은 헤드셋을 착용하고 화가 난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Vamos, 베르나르두. 칭찬은 진짜 낯간지럽다고.”
“꺼져-! 너랑은 말 안 할 거야.”
“언제까지?”
“……비행기가 도착할 때까지.”
“그래. 그럼 뭐 한 시간이네. 좋아.”
도저히 못 할 것 같아서 짓궂게 놀리기는 했지만, 베르나르두의 칭찬은 백 개도 더 할 수 있다.
전에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베르나르두는 어지간해서는 볼을 빼앗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후방에서 뛰는 선수의 입장에선, 일단 그에게 볼을 보내 놓고 다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전방 압박이 강한 분데스리가에서, 이런 볼 간수와 탈압박 능력은 굉장히 귀중한 재능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메시만큼 뛰어난 드리블 실력을 지녔다고도 생각한다. 훈련 때 가장 볼을 빼앗기 힘든 것이 베르나르두고, 나 역시 그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무엇보다.
‘좋은 녀석이야.’
베르나르두는 인간적으로 흠잡을 구석 없이 완벽하다. 어떠한 사람이라도 녀석과 한 시간만 대화해 보면, 어느새 친구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0대 시절부터 함께한 사이인 만큼 내 앞에서야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이고 또 나도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다른 이들에게는 좋은 리더감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베르나르두가 람에 가깝고, 나는 바스티나 제롬에 가까운 셈인 거다.
단점?
뭐, 체격이 작다는 것 정도?
‘대체 이런 말을 어떻게 하라고.’
만약 언젠가 내가 베르나르두에게 이런 진심을 털어놓게 된다면, 그것은 무척 사적이고 감정적인 자리이거나 우리 둘 모두 은퇴한 다음쯤일 거다.
하지만 누군가 베르나르두를 깎아내리려 한다면, 내가 그 인간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거나 가장 앞장서서 친구를 지킬 것이다.
그게 나의 표현 방법이니까 말이다.
“…….”
어느새 비행기의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고, 이륙하기 전 나는 책을 잠깐 덮어 두고 눈을 감았다.
기체가 허공으로 떠오를 때의 이 느낌은, 아무리 비행기를 오래 타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봐.”
“응?”
“이 느낌말이야.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지 않아?”
“풉-! 푸핫-! 진심이야? 큭큭큭큭.”
“응? 왜? 내가 이상한 말 했어?”
“아니, 그건 아닌데. 큭큭큭.”
갑작스럽게 웃음이 튀어나와 버린 나는 그것이 진정되고 나서야, 베르나르두에게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뒤쪽에서 주먹 하나가 내밀어져 왔다.
“바로 그거지, Amigo. 그래서 우리가 친구인 거라고.”
“그래. 그건 맞는 말이야.”
그렇게 주먹을 맞댄 후.
“그런데 있지.”
“?”
“나랑 한 시간은 대화 안 섞는다며?”
“……지금부터 시작이야.”
“큭큭큭, 그래- 60분 뒤에 보자.”
“…….”
“큭큭, 병신새끼.”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내 친구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원정도 내겐 즐거운 시간이 되어 가고 있다.
이번 시즌 이후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또 제로니모와의 일도 있었던 만큼, 베르나르두와의 이런 상황 모두가 내게는 무척 소중한 것이었다.
부디, 오랫동안 변치 않길.
이런 나의 작은 바람과 함께, 적당한 고도를 찾은 비행기는 안정을 되찾았다.
띵-
익숙한 소리와 함께 안전벨트 사인의 불이 꺼지고, 조금 더 편하게 앉기 위해 벨트를 푼 나는 독서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