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18)
517화 Unersetzlich (2)
64285 다름슈타트, 독일. 니이더-람슈타터 슈트라세 170. 머크-슈타디온 암 뵐렌팔토어(Merk-Stadion am Bollenfalltor. Nieder-Ramstadter Straße 170. 64285 Darmstadt, Germany).
·후반 08분
다름슈타트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3-3/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크리스티안 마테니아
RB ? 하피냐 / RB ? 가리치 죄르지
CB ? 제롬 보아텡 / CB ? 아이택 술루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루카 칼디롤라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파비안 홀란드
DM ? 조슈아 키미히 / DM ? 페테르 니이마이어
CM ? 제바스티안 로데 / DM ? 제롬 곤도르프
CM ? 아르투로 비달 / RAM ? 마르셀 헬러
RW ? 베르나르두 실바 / CAM ? 토비아스 켐페
LW ? 킹슬레 코망 / LAM ? 콘스탄틴 라우쉬
SS ? 마리오 괴체 / ST ? 도미닉 슈트로-엥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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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 투입을 예감했던 건, 팀이 하프타임 때의 피드백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다음부터였다.
후반 3분 만에 펩은 나를 포함한 벤치 멤버들에게 몸을 풀 것을 지시했고, 그로부터 5분이 더 지난 현재 나는 교체 투입을 위해 사이드라인 앞쪽에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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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아- 역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김다온 선수 교체 카드를 꺼내 드네요. 전반전부터 계속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오늘은 전혀 바이에른 뮌헨다운 모습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특히 오른쪽 측면에서 베르나르두 실바가 종종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김다온 선수를 교체 투입함으로써 분위기 전환을 꾀하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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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 다름슈타트 98은 올 시즌 새로이 분데스리가에 합류한 승격 팀이다.
첫 세 경기에서 하노버-샬케-호펜하임과 같은 만만치 않은 팀들을 만나 무승부를 거뒀고, 급기야 지난 4라운드 레버쿠젠 원정에서는 이변을 일으켰다.
4경기 4득점에 3실점 승점 5점을 기록한 다름슈타트는 현재 리그 11위에 올라 있었고, 공수에서 생각 이상의 안정적인 전력을 뽐낸다는 평을 듣는다.
2012/13 시즌부터 다름슈타트를 이끌어온 디르크 슈스터(Dirk Schuster) 감독의 지도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데, 실제로도 그는 꽤나 인상적인 족적을 남겼다.
부임 당시 다름슈타트는 3부 리그에서도 꼴찌를 기록하던 팀이었고, 키커스 오펜바흐의 파산 신청으로 극적인 잔류를 이뤄 낸 뒤엔 매년 단계를 하나씩 밟아 올라갔다.
하부 리그에서부터 사용해 온 선(先)수비 후(後)역습 역시도, 분데스리가로 승격한 지금은 이점이 되고 있다.
흔히 하부 리그에서 공격 축구로 승승장구해 온 클럽들이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차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반면, 3부 리그에서부터 수비 조직력을 다져 왔기에 어지간한 분데스리가의 중위권 팀들보다 더 나았다.
바로 그것에, 우리가 고전하는 중이고 말이다.
다름슈타트의 수비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삐?익!
데드볼 상황, 경기를 중단시킨 펠릭스 츠바이어(Felix Zwayer)가 교체를 알린다.
대기심이 들어 올린 교체 판엔 내 등번호인 2번과 교체되어 나올 23번이 적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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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아- 지금은……? 네- 비달을 빼는 것 같죠? 이거 의외입니다. 저는 당연히 하피냐 선수와 김다온 선수를 교체할 줄 알았는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은 의외로 김다온 선수를 중앙 미드필드로 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최근 김다온 선수가 풀백이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들어서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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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교체는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이뤄진 것이다.
우선 첫 번째, 순수하게 비달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지켜 내는 것이 신통치 않았고, 약점인 짧은 패스의 성공률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메짤라(Mezz`ala)를 맡아 줘야 할 비달의 플레이가 반대편 전환 패스 하나뿐으로 단조로워지다 보니, 베르나르두가 고립되는 현상이 발생한 거다.
로데의 컨디션이 오늘 괜찮아 보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달의 부진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조슈아 키미히가 당황하고 있다는 거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불안해하던 녀석은 포백은 잘 보호했지만,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방황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방으로 찔러 줘야 할 타이밍에 백패스를 보낸다거나, 측면으로 벌려 줘야 할 때 드리블을 하거나 하는 식이다.
물론 여기엔 비달의 부진이라든가, 마리오 괴체의 펄스나인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뒤섞여 있을 거다.
마지막 세 번째는.
“정신 차려!!!”
“?”
“??”
“다들 병든 닭처럼 뛰고 있잖아!!! 집중해!! 발을 멈추지 말고 움직여!! 그리고 계속 패스를 보내라고!!”
바로 피치 위 보컬 리더의 부재다.
제롬이 열심히 역할을 해 주곤 있지만, 센터백인 그의 목소리는 전방까지는 닿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중원 혹은 전방에서 누군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비달이 스스로 부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는지 다른 동료에게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동료들에게 소리치고 그 목소리가 먹혀들길 바란다면, 잘하는 것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 평균은 해 줘야 한다.
“킹! 킹!!”
“?”
자연스레 킹(King)이라는 별명을 얻은 코망에게, 나는 패스를 기다리지 말고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뛰어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다름슈타트가 이중 삼중으로 수비벽을 세우고 있는데, 볼을 발밑에다 놓아두고 드리블로 성과를 만드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두조차 하고 있지 못한 것을 코망이 할 수는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그의 장점이 발휘되고 있지 않았다.
저 녀석은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빠른 친구다.
물론 첫 번째는 나다.
“에이, 헤이!! 여기야!!”
또다시 망설이는 키미히에게 소리쳐, 패스를 보내도록 만들었다. 그런 뒤엔 수비 뒤로 파고드는 코망을 겨냥해 빈 공간으로 전진 패스를 시도했다.
다소 패스가 강했던 탓에 그대로 골라인 아웃이 되었기는 했지만, 벤치에 있는 펩은 내게 박수를 보내왔다.
상대가 대놓고 오늘 가장 위협적인 베르나르두를 견제하고 있기에, 당분간은 코망이나 괴체를 이용하여 공격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동안 베르나르두는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벌 수 있고, 견제가 느슨해졌을 때 다시 공격을 진행해 볼 생각이다.
다름슈타트의 골킥.
하프라인 부근까지 날아든 축구공을 향해, 로데와 토비아스 켐페(Tobias Kempe)가 달려들어 경합을 벌인다.
삐?익!!
“아-! 뭐어-?!”
펠리스 츠바이어의 파울 선언에, 토비아스 켐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껏 불만을 표현한다.
손쉽게 다시 볼은 우리에게로 넘어왔고, 프리킥을 뒤쪽으로 보낸 나는 패스를 왼쪽으로 돌리도록 만든 뒤에 알라바에게 손짓해 전진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동시에 키미히의 위치도 끌어 올리면서, 나 역시 전방으로 움직여 왼쪽 하프스페이스에 자리를 잡았다.
간간이 이뤄지던 다름슈타트의 역습 때문에, 팀의 라인도 펩이 바라는 것보다 많이 낮아져 있는 상태였다.
이후로도 나는 계속, 수리공의 심정으로 플레이를 이어 가는 한편 팀의 부족하거나 누수가 있는 부분들을 끊임없이 조정해 나갔다.
그렇게 약 8분 정도가 더 흘렀을 때, 파비안 홀란드(Fabian Holland)의 뒤로 파고드는 베르나르두를 보았고 난 거기로 즉각 축구공을 보냈다.
한 번의 패스로 만들어진 기회.
파앙-!!
가까운 쪽 포스트로 찬 베르나르두의 슈팅이, 좋은 위치 선정과 반응을 보여 준 크리스티안 마테이나(Christian Matheina)의 선방에 가로막혀 골라인 아웃이 되었다.
머리를 감싸 쥔 베르나르두가 안타까워하다 내게 미안하다 손을 들어 올렸지만, 나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지금은 베르나르두의 실수가 아니다.
골키퍼가 워낙에 잘한 거다.
그렇게 후반전 첫 번째 코너킥이 만들어지고, 킥을 담당한 베르나르두가 로데에게 짧은 패스를 보낸 뒤에 다시 파고 들어가는 움직임을 택한다.
그리고 라인을 높이면서 전반보다 더 공격적으로 임하게 된 키미히가 가까이 붙었다.
몸을 바깥쪽으로 돌린 로데를 보며 다름슈타트의 수비가 키미히에게로 향하는 패스를 경계하는 사이, 아까 슬쩍 눈이 마주친 로데는 오히려 멀리에 있던 내게 패스를 보내왔다.
현재 나는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자유로웠고, 축구공이 발밑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화들짝 놀란 다름슈타트의 수비가 라인을 무너뜨리면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때맞춰 슬쩍 안으로 움직여 주는 괴체.
그래서 난 굴러오는 공을 강하게 굴절시켰다.
파앙-!
“??”
“?!”
페테르 니이마이어(Peter Niemeyer)와 루카 칼디롤라의 사이로 축구공이 움직이고, 그곳으로 파고든 괴체가 논스톱으로 오른발을 가져다 댄다.
슈팅 각도를 좁히기 위해 뛰어나온 마테이나의 판단은 이번에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보다 괴체의 슈팅이 더욱 훌륭했고, 가볍게 떠오른 축구공이 그의 오른손 위를 지나쳐서 골대 안쪽을 향해 튕겨지며 굴러 나갔다.
곧이어 축구공은 골라인을 넘어서며 그물에 안착했고, 시즌 첫 번째 득점을 터뜨린 괴체가 내게 달려와 뛰어올랐다.
“바로 이거야-!!!”
요즘 부쩍 남자들이 내게 안겨드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을 하며, 괴체를 살짝 안았다가 내려놓은 내가 녀석의 머리를 슬쩍 두드리며 잘했다는 말을 건넸다.
생각보다도 훨씬 더 쉽게 득점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부터 이렇게 되는 것이 옳았다.
최정예들이 투입된 다름슈타트보다, 로테이션 멤버가 절반 이상인 우리가 더 강해야 했으니까.
그렇지만 축구는 꼭 강한 자가 승리하진 않는다.
이것이 바로 내가 배워 온 것이다.
‘휴우- 이제 시작이야.’
후반 20분.
아직 경기는 25분이나 남아 있다.
***
17,000석을 가득 채운 다름슈타트의 팬들이 망연자실해하며 그라운드를 내려다보고 있다.
분명 조금 전까진, 전혀 달랐던 분위기였다.
{“…….”}
“…….”
다름슈타트의 감독 디르크 슈스터는, 자신의 팀이 바이에른 뮌헨이란 최강 팀을 상대로 승점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로테이션 멤버가 절반 이상이었던 데다가, 전반전 경기력을 놓고 봤을 땐 안 풀리는 시합으로 번져 갈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반전 초반까지도 그러는 듯했다.
그러나.
‘꼭 메시 같군.’
후반 09분 김다온이 교체 투입되면서, 순식간에 경기의 흐름이 뒤바뀌었다.
그는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중앙 미드필드로 출전했지만, 팀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며 3분이 멀다 하고 위협적인 장면들을 계속해서 연출했다.
견고해 보였던 다름슈타트의 수비 조직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후반 27분 김다온-제바스티안 로데-킹슬레 코망으로 이어진 두 번째 득점이 터졌을 때 사실상 경기는 결정지어졌다.
이후 만회 득점이라도 터뜨려 볼 요량으로 라인을 높였지만, 결국 슈스터는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삑-! 삐?익! 삐—-익!!
그렇게 허무히 끝나 버린 시합.
슈스터가 곧바로 몸을 돌린다.
“한 수 배웠군요.”
“저야말로. 무척 좋은 팀이었습니다. 특히 수비 조직력이 끝내줬죠. 분명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겁니다.”
“하하, 칭찬으로 알아듣죠. 그럼.”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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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Bundesliga 5R)
다름슈타트 0 : 4 바이에른 뮌헨
[골] 마리오 괴체 : 후반 20분(김다온)킹슬레 코망 : 후반 27분(제바스티안 로데)
제바스티안 로데 : 후반 29분
베르나르두 실바 : 후반 36분(김다온)
김다온 ? 40분 출전(2어시스트/평점 2.0/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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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르크 슈스터가 먼저 복도 안으로 들어서고, 잠깐 남아 그라운드가 있는 쪽을 바라보던 펩 과르디올라가 미소와 함께 돌아서서 복도를 향해 걸었다.
‘흥미 있는 결과였어.’
로테이션 멤버를 투입해 성과를 확인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분명한 소득을 얻은 부분도 있어 만족할 수 있던 펩 과르디올라다.
우선 우려와는 다르게, 하피냐의 폼이 좋았다.
전반전 미드필드와의 불협화음으로 역할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듯했으나, 김다온의 투입 이후에는 공수 모두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렇게 되면 하피냐를 오른쪽 풀백으로 투입하고, 람과 김다온을 모두 중앙 미드필드로 두는 것도 가능해진다.
당장 그것을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변수를 주어야 할 때의 옵션을 하나 더 찾았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다.
또 두 번째는 제바스티안 로데의 재발견이다.
그는 오늘 가장 좋은 선수 중 하나였다.
티아고가 부진하고 아르투로 비달이 많은 기용으로 지쳐 가는 지금, 로데가 오늘만큼 활약을 해 준다면 이들에게 시간을 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55분 동안 고전했지만 결국 ‘Vier(Fear) Munchen’답게 또 하나의 4:0 승리를 챙기면서, 결과를 만들어 낸 점 역시도 좋았다.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는 라커룸으로 들어가, 선수들은 독려하는 짧은 말만을 남겼다.
“잘했다-! 보완할 점도 보였지만, 오늘은 말하지 않으마. 좋은 시합이었고, 힘든 원정에서 4개의 득실과 승점 3점을 모두 챙겼다. 곧바로 퇴근할 준비를 서두르도록. 우리는 이제 뮌헨으로 돌아간다!”
1분이 채 안 되는 짧은 팀 토크에 선수들이 기뻐했고, 환한 미소와 함께 돌아선 펩 과르디올라가 감독실로 들어가 코칭스태프들과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
그들 역시, 오늘 경기가 만족스럽다.
“요즘 팀에 많은 옵션이 생긴 것 같군.”
“그래- 전부 다 한 녀석 때문이지.”
“……그를 계속 미드필드로 기용할 셈인가?”
“필요하다면. 하지만 본인은 오른쪽 풀백을 원해. 언젠가는 돌아가겠지. 지금 당장은 녀석의 목표가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것을 견딜 수 있게 해 주고 있어.”
“목표?”
“그래. 우리가 원하는 것과 같지.”
“…….”
김다온은 시즌 전 펩 과르디올라에게 어떠한 포지션에서든 뛰겠다며, 자신을 적극 이용해 달라는 의견을 보내왔다.
2013/14 시즌 트레블을 밟아나가는 과정 동안 더 많은 포지션에서 뛰었던 게, 김다온의 기억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근과 같은 기용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항상, 김다온을 오른쪽 풀백이라 생각해 오고 있다.
만약 부상 선수들이 없었고 데이비드 알라바가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다면, 펩 과르디올라는 굳이 김다온을 다른 포지션에서 뛰게 할 필요가 없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팀이 다른 곳에서 뛰는 김다온을 필요로 했고, 그는 100% 자신의 임무를 해내고 있다.
‘아니, 200%겠지.’
지난 한 해 약간 정체되는 것 같았던 김다온의 성장세가, 다양한 경험들과 함께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는 그것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볼 생각이다.
‘올해는 반드시.’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마지막 시즌.
곧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게 될 과르디올라는 아름다운 이별을 생각하고 있다.
***
2015년 9월 20일. 28209 브레멘, 독일. 파르크알리 48. 프로젝트 b 유한책임회사(Project b gmbh. Parkallee 48. 28209 Bremen, Germany).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 산업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 뛰어든 ‘프로젝트 b 유한책임회사’는, 흔히 축구 에이전시 중 하나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회사의 GM 마르크 코지케(Marc Kosicke)는 항상 자신을 회사의 CEO이자 축구 컨설턴트로 소개하곤 했다.
“뭐라고?”
– 다시 돌아갈 준비가 됐다고 했네.
“……이렇게 빨리?”
– 그래. 팀을 찾아줬으면 좋겠어. 분데스리가 말고, 다른 곳으로 말이야. 기왕이면 EPL이 좋을 것 같군.“
“…….”
이런 마르코 코지케에겐, 독일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감독이 고객으로 함께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두 개의 분데스리가 클럽에서 인상적인 족적을 남겼고, 눈물로 가득했던 이별 후 1년 동안의 휴식을 선언한 상태였다.
하지만 별안간, 축구계로 돌아온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척 반가운 말이긴 하나, 코지케는 궁금했다.
“어째서지?
– …….
“5월부터 난 10개도 넘는 클럽의 제안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야만 했네. 그런데 이제 와선 갑자기 돌아오겠다고?”
–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네.
“이런, 클롭. 그건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야.”
코지케는 자신의 고객이기 전에 좋은 친구이기도 한 위르겐 클롭에게 이유를 묻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지금인가?”
– 난 지쳤었네.
“…….”
– 도르트문트가 추락하는 것을 보며, 많은 회의가 들더군. 내가 클럽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네. 더는 축구 감독으로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는 부진을 거듭했다.
그리고 클롭은 거기에 책임을 느꼈었다.
친구가 괴로워하는 것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 왔던 코지케이기에, 그가 1년 동안 휴식을 취한다고 말할 때 기꺼이 방패가 되어 주기로 했던 것이다.
– 그런데 다시 불이 붙었네.
“어째서?”
– 한 녀석이 내 영감에 불을 지펴 주더군.
“한 녀석이라고?
– 그래. 자네도 잘 알 만한 녀석이지. 녀석이 뛰는 것을 지켜본 뒤부터, 머릿속에서 새로운 축구가 떠오르기 시작했네. 그리고 그걸 곧바로 적용시키고 싶어졌어. 난 준비가 됐네, 마르크. 축구 감독으로 돌아갈 준비가 말이야.
수화기 속 위르겐 클롭의 목소리는, 최근에 들었던 그 어떠한 것보다도 생기가 넘쳤다.
코지케는 그런 클롭이 반가우면서도, 그에게 자극을 준 이가 누구인지 궁금해 참을 수 없었다.
“그 녀석이 누구인지 물어도 되나?”
– 물론.
“누구?”
– ……다온. 뮌헨의 풀백 녀석이지. 한국에서 온.
“…….”
김다온의 이름이 나온 순간, 코지케는 순간 멍한 기분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것이 단순히, 자신에게 영감을 불어 준 이에 관한 대화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업적 감각이 뛰어났던 코지케이기에, 클롭이 무엇을 바라는지 대번에 이해한 것이다.
“돈이 많은 클럽이어야겠군.”
– 그래.
“그래서 EPL이라 한 거고 말이야.”
– 그렇지.
현재 김다온은 최소 1억 3천만 유로 이상의 이적료가 책정되어 있고, 이만한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클럽은 전 세계에서 소수에 불과했다.
자본이 뛰어난 EPL 중에서도, 이런 큰 돈을 쓸 수 있는 팀은 몇 없을 것이다.
“알겠네. 내 곧바로 알아보지.”
– 고맙군. 그럼.
-딸깍-
전화가 끊긴 후, 귀신이라도 본 것만 같은 멍한 얼굴을 하던 코지케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곤 스태프들을 호출한다.
위르겐 클롭과 같은 감독이 직장을 찾는다고 외부에 알린다면 손쉽게 그것을 찾을 수 있겠지만,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기에 비밀스러운 작업이 필요했다.
게다가 지금은 99%의 클럽이 감독 선임을 마친 후 시즌을 이어 나가는 초반이다.
추후 클롭의 평판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특정 클럽을 뒤흔들어 감독을 쫓아내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안 됐다.
사람들이 사무실에 들어서고, 코지케가 이런 첫마디로 내부에 긴장감을 조성한다.
“클롭이 돌아온다더군.”
“?!”
“!!”
잠깐 멈춰 섰던 게겐프레싱의 시계추가, 다시 째깍거리며 움직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