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22)
521화 Was kommt als nachstes (2)
2015년 9월 28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자신감을 피력하는 것과 선을 넘는 것의 경계선의 두께를 종이 한 장이라 정의한다면, 과연 그 종이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이번 경우에 난, ‘어감(語感)’이라 답하고 싶었다.
전자는 펩, 그리고 후자는.
부르르르-
“…….”
소파테이블 위에 놓아둔 휴대폰이 진동하며 화면이 밝아졌다. 그래서 난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었다.
딸깍-
▷사비 알론소 : 지금 통역이 실수한 거 아니지?
▷제롬 보아텡 : 딱히 달라질 것 있어?
‘와츠앱’에 만들어진 선수단 전체 채팅방에, 빠르게 글자가 새롭게 채워지고 있다.
동료들은 디나모 자그레브의 감독 조란 마미치(Zoran Mamic)의 사전 인터뷰에 적잖이 놀란 상태였고, 나 역시 잠깐 휴대폰에서 눈을 떼어 다시 TV를 바라보았다.
개인적으론 자그레브가 승부수를 던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외엔, 딱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약팀이 강팀 원정에서 심리전을 걸려고 하는 경우는 빈번한 일인데, 이번 경우는 조금 방법을 잘못 골랐다.
‘허세를 부리는 거야 그렇다 치지만…….’
모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리고 상대는 막 선을 넘었다.
.
(조란 마미치)
“아까도 말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EPL의 몇몇 개 팀이 강한 팀이죠. 그들은 조금 더 경쟁적인 조건에서 뛰며 공정한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뒤에야 진정한 강팀인지 아닌지가 드러나겠죠.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내일 그걸 알려 줄 수도 있을 겁니다.”
.
지금 막 디나보 자그레브의 감독은 우리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거다.
분데스리가 내의 경쟁력 부족에서 오는 [‘바이에른 뮌헨은 정말 이 시대 최고의 클럽인가?’]와 같은 주제로 끊임없이 비교되는 클럽을 차례차례 거론하면서 말이다.
무모한 배짱을 부리는 건가 싶다가도, 뭔가 수가 있는가 싶어 궁금했다.
하지만 내 감정의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건, 모두가 그렇겠지만 제대로 되갚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마저 남은 이성이 지금 이렇게 되는 것이 상대가 바라는 일일 거라 경고를 하고 있긴 하지만, 조금 더 원초적인 감정이 앞서는 지금은 ‘그래 봤자 자그레브잖아?’다.
비록, 그들이 16일 홈경기에서 아스널을 2:1로 꺾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마리오 괴체 : 너무 무모한데?
▷티아고 : 너무한 정도가 아니야.
▷하비 마르티네스 : 미친 녀석들.
▷마누엘 노이어 : 이 몸을 열받게 한 대가를 치를 거야.
▷마리오 괴체 : 당연히 그래야지.
▷조슈아 키미히 : 그런데 말이야.
▷티아고 : 뭐?
▷조슈아 키미히 : 다온이 너무 조용하지 않아?
“…….”
지금 나는 하나씩 올라가는 채팅을 보며, 할 말을 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내일은 필리프가 휴식을 취하는 날이고, 바스티의 이적 후 자연스럽게 클럽 내 두 번째 주장이 되어 버린 내가 주장 완장을 차게 됐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나를 찾는 채팅이 이어졌고, 먼저 전화를 해 보라는 실랑이를 지켜보던 중 토마스 뮐러가 통화를 자처하는 순간 화면으로 손을 가져갔다.
녀석의 전화를 받건 혹은 그렇지 않건, 여러모로 귀찮아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다온 : Na.
▷티아고 : 에-이! Amigo! 어디 갔다가 왔어?
▷김다온 : 그냥 쭉 지켜보고 있었지. 너희가 가장 바보 같아질 때까지 말이야. 그리고 그건 네가 이야기했기 때문이야, 토마스. 나한테 전화하겠다고? 꿈 깨셔.
▷토마스 뮐러 : 뭐?! 왜?!
▷제롬 보아텡 : 너 자신한테 물어봐, 토마스. 전에 쟤 휴식 일에 네가 전화를 걸어서 한 시간 동안 디스커버리 다큐멘터리에 관해서 이야기했잖아.
▷토마스 뮐러 : 내가 그랬다고?
▷김다온 : 괜찮아, 제롬. 어차피 폰 켜 두고 딴짓 했어.
▷토마스 뮐러 : 에-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데? 나 그 다큐멘터리 정말로 감명 깊게 봤거든?
▷김다온 : 기억하고 있네. 병신.
▷토마스 뮐러 : 젠장!!
그렇게 잠깐 시시껄렁한 채팅을 주고받으며 모두가 낄낄거렸고, 잠시 뒤 분위기가 정리되면서 모두가 내 말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김다온 : 음, 얘들아. 너희 뭐 잊은 것 없어?
▷티아고 : 뭐?
▷김다온 : 주장은 필리프잖아. 그리고 이 채팅방에는 빠진 사람이 없어.
▷티아고 : 하지만 걔는 내일 뛰지 않잖아.
▷필리프 람 : 그 말이 맞아.
▷토마스 뮐러 : 오우, 깜짝이야. 보고 있었어?
▷필리프 람 : 응, 처음부터.
람의 등장과 함께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졌고, 그렇게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는 시간이 10초 정도 이어진 후 이런 말풍선이 올라왔다.
뚜룽-
▷필리프 람 : 다온? 네가 한마디 해.
▷김다온 : 내가요?
▷필리프 림 : 응. 아까 펩이 선발 명단을 발표하고 나서 내가 말했잖아. 내일 경기가 끝날 때까진, 네가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이야. 예전부터 그래 왔던 거야. 그러니까, 주장? 우리가 내일 어떻게 해 줘야 할지 말 좀 해줄래?
순간 나는 생각했다.
김다온이 아니라, 필리프 람.
더 나아가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으로서 말이다.
만약 순수 나 자신만을 생각했다면, 저 빌어먹을 녀석들이 자신이 내뱉은 말을 후회하게 만들도록 아예 박살을 내 버리자고 말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꽤 좋은 호응을 얻었을 것이고, 남은 오후 내내 즐거워하다 기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침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그건 뮌헨이 아니지.’
주장이 되어 클럽을 대표하는 입장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는 건, 더 많은 감정을 다루고 더 많은 것들을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과격한 언사에 누군가는 전의를 불태우겠지만, 누군가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내일 선발로 나설 키미히와 지금 이런 채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게 분명한 코스타나 코망과 같은 친구들이 그렇다.
그들 역시 우리가 모욕당한 것에 분노하겠지만, 그런 분노를 에너지로 전환하자고 강요하는 건 여전히 적응 중인 그들에게 옳지 못한 행동이다.
벤피카의 루이장과 이곳 뮌헨의 필리프 람이 내게 해 주었던 일들도 그랬다.
클럽의 목표에 함께하되, 적응이 될 때까진 최대한 자유롭고 부담 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다.
그러니.
“…….”
톡- 톡톡톡- 톡.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하나뿐이다.
▷김다온 : Mia san Mia.
모두가 우리를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자그레브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저들은 경기력과 실제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자신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우린 증명할 이유가 없다.
왜?
▷김다온 : 우린 뮌헨이잖아. 굳이 상대의 도발에 이끌려 들어갈 필요가 있겠어? 품격을 지키자고 친구들. 내일 누가 이 이야기를 묻는다면, 아 그랬어요? 라고 대답하고 그냥 어깨 위 먼지를 털어 버리는 거야. 특별할 것 없어. 왜냐하면 우린 누군가에게 실력을 증명하기엔 빌어먹도록 좋은 팀이니까. 우린 증명할 필요가 없잖아. 오히려, 상대가 그렇게 해야지.
아, 그렇구나.
이제야 조금, 디나모 자그레브의 감독과 주장이 어째서 이런 식으로 인터뷰를 끌고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저들은 도발이라는 수단을 통해, 우리에게 부담감을 짊어지우려고 했던 것이다.
분노한 뮌헨을 받아들인다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서도, 부담감이 작용했을 때의 승리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 이런 영악한.’
하마터면 나 역시, 거기에 걸려들 뻔한 셈이다.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틀림없이.
‘응? 아-’
또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번쩍 스치고 지나간다.
람은 처음부터 이 모든 걸 알았던 게 아닐까?
난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
▷김다온 : 어때요? 이게 옳지 않아요, 필리프?
▷필리프 람 : 난 이만 쉴게. 내일은 집에서 편하게 발 뻗고 TV를 보면 될 것 같아. 그럼, 다들 주장의 말 들었지? Mia san Mia. 잘하고 와.
금방 올라온 람의 채팅은 내가 했던 말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기도 해서, 나는 숨기지 못하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내 스스로 모자란 것을 슬퍼하기보다는, 곁에 좋은 본보기를 두고 있다는 현실에 만족하고 싶다.
하지만 람과 다른 동료들에게 무척 미안했던 건, 내가 ‘Mia san Mia’를 택한 이유가 따로 있다는 점이었다.
“…….”
대충 채팅을 마무리한 후, 난 약간 굳은 얼굴로 소파에 드러누워 탁 트인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냥, 싫었던 거야.’
조금 전 나는 철저히 뮌헨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조금 더 정확히는, ‘람의 뮌헨 입장’ 말이다.
1년 뒤. 늦어도 2년 뒤의 내가 이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클럽에 나의 생각과 색을 입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더 떠나는 게 어려워질 테니까.
이건 무척 비겁하고, 바보 같은 행동일 뿐이었다. 그저 운 좋게 필리프가 낸 문제를 맞춰 버린 거다.
“후우~”
뜻밖의 곳에서 뮌헨에서 마음이 뜬 흔적을 찾게 된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그저 미안하기만 했다.
그래서 더욱, 질 수가 없는 거다.
오직 승리만이.
‘그들에게 덜 상처를 줄 거야.’
남은 경기 동안 정확히 똑같은 숫자만큼의 ‘승리해야 하는 이유’와 상대하게 되겠지만, ‘나의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더 간절하다는 걸 앞으로도 계속 보여 줘야 한다.
이번 시즌 내가 승리해야 하는 이유는, 이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
2015년 9월 29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1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디나모 자그레브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3-3/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에두아르두
RB ? 김다온 / RB ? 알렉산드루 마텔
CB ? 제롬 보아텡 / CB ? 필립 벤코비치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제레미 따라벨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요시프 피바리치
DM ? 조슈아 키미히 / CM ? 파울루 마차두
CM ? 티아고 / CM ? 아리얀 아데미
CM ? 마리오 괴체 / RAM ? 엘 아르비 힐렐 수다니
RW ? 베르나르두 실바 / CAM ? 도마고으 안토리치
LW ? 더글라스 코스타 / LAM ? 주니오르 페르난데스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파르코 퍄차
.
.
전날 파격적인 인터뷰로 모두를 놀라게 한 디나모 자그레브의 감독, 조란 마미치는 자신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경우라면,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미치는 이번 경기를 가장 주목받는 무대로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필립 벤코비치(Filip Benkovic), 아리얀 아데미(Arijan Ademi), 마르코 퍄차(Marko Pjaca)와 같은 젊은 재능의 몸값을 크게 부풀릴 기회였기 때문이다.
“형, 그래 나야. 어때?”
현재 디나모 자그레브는 조란 마미치의 형 즈드라브코 마미치(Zdravko Mamic)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과거 스포츠 에이전시였던 즈드라브코는 2003년부터 디나모 자그레브의 전무이사가 되었고, 클럽을 운영하던 중 회계 장부의 허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즈드라브코는 당시 디나모 자그레브의 스포팅 디렉터를 맡고 있던 동생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후 지속해서 횡령을 저질러 왔다.
예전에 에이전시였던 경험을 십분 활용, 클럽의 중간 단계에서 이적료의 일부를 가로채는 일을 했던 것이다.
처음엔 한두 번으로 끝날 것 같았던 일이었지만, 벌써 7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둘은 계속해서 선수를 키워 판매해 중간 마진을 챙기는 일을 병행해 오고 있다.
물론 선수 판매를 위해 높은 성적을 내려 최선을 다한다는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엄연한 범법 행위다.
“그래. 아무래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아.”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밀물처럼 들이닥치는 관중들을 바라보면서, 즈드라브코와 통화 중인 조란 마미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성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만약 자신의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인다면, 몸값은 몇 배로 뛰어오를 수 있다.
설령 대패를 한다고 해도 자신에게만 책임이 쏠릴 것이라, 선수들의 몸값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것도 장점이었다.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진출이 어려워는 지겠지만, 아스널을 홈으로 불러들인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긴 데다 올림피아코스를 상대로는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아스널전 승리로 조 2위의 가능성과 오늘처럼 버려도 되는 경기를 모두 손에 쥐게 된 마미치 형제가, 기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 나중에 또 통화해. 그럼.”
-딸각-
전화가 끊긴 후, 한 번 더 관중석을 쳐다본 조란 마미치가 웜업을 위해 들어서는 선수들을 마중한다.
감독이 웜업 때까지 나와 자신들을 독려한다는 생각에, 디나모 자그레브의 선수들은 크게 사기가 오른 모습이었다. 전날의 인터뷰도, 모두 그럴듯한 계획이 있어서라고 믿었다.
하나 현실 속에 감춰진 추한 진실인 마미치 형제는 그저, 더 많은 돈을 챙기고 싶을 뿐이었다.
‘후우~ 조금만 더 이 짓을 하는 거야.’
모든 축구선수가 품은 꿈의 무대이자 전 세계 최고의 축구 대항전 중 하나인 UEFA 챔피언스 리그에도 어김없이, 축구의 어두운 그림자는 존재하고 있다.
그게 비록, 건당 수십만 유로의 작은(?) 이권을 탐하는 이의 욕망이라고 해도.
선수들의 웜업을 위해 울려 퍼지고 있는 음악 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서글프게 느껴진다.
***
【같은 시각】
“아- 누구야, 이거??”
“누가 이딴 노래를 연습 때 틀라고 했는데?!”
“난 아냐! 난 절대 아니야.”
사건의 발단은 스피커에서 느린 템포의 발라드 노래가 흘러나오면서부터였다.
홈그라운드의 이점 중에 하나는 웜업 때 트는 노래를 우리의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는 점인데, 만약 경기장의 음악 담당 스태프와 친하다면 특별히 신청곡도 넣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먼저 의심을 받은 것은 제롬이었지만, 그는 결백하다면서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결국 다음은 나였는데, 동료들은 내가 독일 발라드를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또 너야?”
들켰다는 표정의 토마스 뮐러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노래 참 좋지 않으냐는 말을 하다 내가 걷어찬 축구공에 엉덩이를 맞고는 피치에 그대로 무릎 꿇었다.
‘쌤통이다, 이 녀석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쪽으로 걸어간 제롬이 위를 쳐다보며 양손을 들어 노래를 바꿔 달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얼마 뒤에 리듬이 바뀌었고, 우린 그제야 몸을 풀 기분이 들어 각자 축구공을 가지고 피치의 이곳저곳으로 움직여 나갔다.
그러는 사이 몸을 일으킨 뮐러는, 마치 주사라도 맞은 듯한 모습으로 엉덩이를 문지르고 있었다.
“이봐, 토마스-!!”
“??”
“다음에 또 이런 선곡을 했다간, 엉덩이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공이 날아갈 줄 알아.”
“다른 곳?”
“그래. 예를 들어, 엉덩이의 정반대 편이라든가.”
“엉덩이의 정반대…… 으잉? 여기?”
한 번에 알아들어도 될 텐데, 뮐러는 굳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엉덩이를 바라보았다가 그대로 고개와 손을 앞으로 가져오며 급소를 가렸다.
예쁜 짓을 할 때면 저런 모습이 귀여워 보였겠지만, 지금은 그냥 웬수 그 자체다.
“하아- 머리 아파.”
“큭큭. 확실히, 쟤 요즘 조금 이상해.”
“평소보다 더 심하지? 아냐?”
“응. 기회도 자주 놓치고.”
“…….”
올 시즌 뮐러가 간간이 골을 넣어 주고 있긴 하지만, 날려 먹은 기회 역시 만만치 않게 많았다.
날려 버린 내 어시스트만도 두세 개는 되었고, 지난 경기에서는 P.K를 허공으로 날려 버리는 등 아무리 뮐러라지만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 줬다.
뭔가 문제가 있는가도 싶었지만, 마무리 빼고는 전부 다 잘하고 있어 괜한 걱정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저 녀석 걱정은 나중에 하자.’
뮐러에게서 신경을 끄며, 나는 한쪽으로 가 5:2의 미니게임에 참여했다.
다섯 명이 밖에서 패스를 돌리고, 두 명이 안에서 축구공을 빼앗는 특이할 것 없는 것이다.
“내기할까?”
“좋지. 뭐?”
그리고 언제나처럼, 조미료를 더하기 위해 내기가 달라붙었다. 보통은 돈이지만, 나는 내일 회복훈련 때 팀과 스태프 전체에게 커피를 돌리는 걸로 조건을 바꿨다.
갑작스레 판이 커지게 되자, 동료들은 당황해하면서도 재미있겠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들도 있어 메뉴를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고, 또 회복훈련 전에 커피를 전부 클럽하우스로 가져오려면 일찌감치 서둘러야 한다.
또 많은 양을 한꺼번에 옮기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닌지라, 미니게임은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좋았어-!!”
“예에에-!!”
가랑이 사이로 볼이 통과되는 것을 무려 두 차례나 허용한 더글라스 코스타가, 이 끔찍한 벌칙(?)의 주인공이 되고야 말았다.
좌절한 녀석이 피치에 앉아 허탈해하는 동안, 마음껏 기뻐한 우리들은 코스타의 앞에서 메뉴를 하나씩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냥 커피를 마실 생각은 없다.
주문은 최대한 어려운 걸로.
“난 무유당 우유에 벤티 사이즈. 34도에 온도를 맞추고 아몬드 밀크 0.5샷 추가. 프로틴 파우더 네 스푼에 견과류 가루 조금. 코코넛 밀크도 0.5샷 추가해 주고 또…….”
독일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코스타가 저것을 알아들을 수 있을 리 없다.
듣는 나조차도 현기증이 올 정도인걸.
하지만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페퍼민트가 좋겠어. 민트는 꼭 줄기째로. 하지만 잎은 네 개만. 그리고 얼음은 잘게 부쉈으면 하고, 얼음의 높이는 컵의 30% 수준으로. 라임이 있다면 필링을 좀 해 달라고 하고 싶은데, 필링이 어렵다면 그냥 슬라이스 한 조각을…….”
Mia san Mia.
오늘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바이에른 뮌헨의 일상이 지나가고 있다.
***
작자 주 ? 마미치 형제는 2021년 4월, 이적료 횡령 혐의로 크로아티아 법원으로부터 각각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