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24)
523화 Was kommt als nachstes (4)
2015년 10월 4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20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도르트문트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3-3-1/4-3-2-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로만 뷔르키
RCB ? 제롬 보아텡 / RB ?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
CB ? 하비 마르티네스 / CB ? 스벤 벤더
L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마츠 후멜스
RCM ? 필리프 람 / LB ? 우카시 피슈체크
CM ? 사비 알론소 / RCM ? 일카이 귄도안
LCM ? 김다온 / CM ? 율리안 바이글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LCM ? 곤찰로 카스트로
CAM ? 토마스 뮐러 / AM ? 카가와 신지
LAM ? 더글라스 코스타 / AM ? 헨리흐 므히타랸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피에르-에밀 오바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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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Der Klassiker’.
나란히 시즌 무패를 기록 중인 우리와 도르트문트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만원관중뿐만 아니라 수많은 미디어 및 축구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찾았다고 한다.
오늘 경기를 중계하게 된 ‘Sky Sports German’은 며칠 전부터 대대적인 광고를 해 왔고, 그 초점을 양 팀의 감독인 펩과 토마스 투헬에게 맞췄다.
‘전술가(Taktiker)’들의 매치업이라며, 감독들의 지략에서 비롯될 화려한 경기력을 기대한다면서 말이다.
일단 양 팀 모두, 전력의 누수는 있다.
우리야 ‘늘 그래 왔듯’ 부상자들이 많은 상태이고, 도르트문트는 직전 경기에서 슈멜처를 잃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주호 형이 선발로 출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형은 교체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선발에는 들지 못했다.
아까 웜업을 나서기 전에 만나 슬쩍 전술을 떠보려고 했는데, 당연하게도 형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보았다시피, 로이스가 없다.”
“…….”
“투헬의 의도는 알 수 없다만, 기존과는 다른 전술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포백일 거야. 투헬은 쓰리백을 선호하지 않아.”
토마스 투헬의 체재 아래에서, 도르트문트는 4-2-3-1과 4-3-3을 병행하고 있다. 양쪽 윙어의 구성과 공격 정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정도이고, 기본적으론 4-3-3이라 보는 게 옳다.
그래서 오늘 역시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마르코 로이스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로이스는 올 시즌 도르트문트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 중에 하나였고, 공격 포인트는 득점 두 개가 끝이지만 키패스의 횟수는 가장 많았다.
므히타랸과 주로 조합되어 양쪽 윙어로 나섰는데, 사실상의 프리롤로 피치 전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주중 유로파 리그를 병행했기 때문인지, 오늘은 교체 명단에서 출발하고 있다.
설마 부상일까?
“상관없다. 우린 우리의 경기를 하면 되는 거야.”
펩이 하는 이야기가 백번 옳았다.
굳이 복잡하게 여길 것은 없다.
도르트문트 나름의 사정이 있을 거고, 우리는 우리대로 준비해 온 것들을 보여 주면 되는 것이다.
“계속해서 말해 왔지만, 이제 도르트문트는 전방에서 그리 강하게 압박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포지셔닝을 중시하지. 볼을 지키기는 수월해졌지만, 그만큼 더 많이 움직여야 할 거야.”
지금 펩이 한 이야기가, 오늘 경기의 기초이자 동시에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게겐 프레싱(Gegen Pressing)’이 사라진 도르트문트는 이제, 우리와 비슷한 ‘포지션(Position)’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선수는 특정 영역을 벗어나지 않으며, 볼이 일정 반경으로 들어왔을 경우에만 자리를 이탈하여 주변 동료와 함께 빠른 압박을 시도한다.
그리고 각각의 라인 간격을 굉장히 좁게 유지했는데, 올 시즌 어떤 경기에선 거의 우리만큼이나 최종 수비라인이 높게 형성되어 있었다.
이 말은 곧 뒤쪽에 공간이 많다는 뜻이며, 펩이 포백이 아닌 쓰리백을 가져 나온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레비가 상대 수비를 더욱 아래로 끌어내리게 되면, 2선에 있는 세 명이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식으로 공격을 만들어 내기 훨씬 수월하니 말이다.
설령 볼을 빼앗기거나 하여 도르트문트에 역습을 허용한다고 해도, 아래쪽에 여섯 명의 선수를 둘 수 있는 데다 람과 내가 언제든 측면을 커버할 수도 있다.
왼쪽과 같은 경우 데이비드가 벌려 측면으로 향하면, 내가 그대로 중앙으로 움직이는 것 역시 가능했다.
람을 오른쪽에 그리고 왼쪽에 나를 배치함으로써, 펩이 기대하는 효과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우린 여전히 많은 패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평소보다는 조금 유연하게 가도 좋다. 적은 숫자로 역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오늘은 때론 한 번의 긴 패스가 도르트문트를 곤경에 빠트릴 수 있다!”
큰 경기를 앞두고, 평소와는 조금 다른 열기가 라커룸에 내려앉아 있다.
팀 토크를 끝낸 펩이 우리들을 자리에서 일어서도록 만들었고, 선수 코치 가릴 것 없이 다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커다란 스크럼을 짰다.
평소에도 늘 하던 것이지만, 긴장과 적절히 섞인 기대감이 색다른 느낌을 갖도록 만든다.
“좋아-! 오늘 경기가 끝나면 각자 어디론가 떠나겠지. 기분 좋게 A매치를 치르고 오자. 오늘 승리하면 우리가 유일한 무패 팀이야. 그리고 도르트문트와 승점도 많이 벌릴 수 있어. 무엇보다, 여긴 우리 집이니까 절대로 패배할 수 없어. 승리하자! 언제나처럼 말이야!”
람이 경기 시작 전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고, 제각기 움직이는 동료들의 사이에서 나는 평소대로 자리로 가 라커를 보며 앉았다.
모든 물건들은 같은 위치에 있었고, 후반전 때 사용할 유니폼과 축구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우~ 좋아. 가자.’
오늘 아영이의 사진에 손 키스를 보내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관중석 한쪽에 앉아 있기 때문이었다.
이틀 전 독일에 도착한 처제들과 함께, 내 부인이라는 이점을 앞세워 암표를 정가로 구매하는 쾌거를 이뤄 낸 것이다. 물론, 내 사인이 적힌 유니폼과 카드를 주었지만 말이다.
금전적 가치로만 쳤을 때, 차라리 암표를 구매하는 게 훨씬 더 저렴했다는 건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돈을 아꼈다며 뿌듯해하던 아영이를 보고 있으니, 도저히 그걸 지적할 마음이 들지 않았었다.
“양 팀-! 입장합니다아-!”
덩달아 이 열기에 휩쓸렸는지, 평소보다 더욱 우렁찬 목소리의 진행 요원이 선수 입장을 알린다.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웅장한 느낌의 분데스리가 공식 인트로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피치에 들어선 나는 가장 먼저 아영이를 찾아 손을 흔들었다.
그녀 역시, 곁에 있는 동생들과 함께 반갑게 손을 흔들어 오고 있다.
‘하여간에.’
예쁘다니까.
언제 어느 곳에 있어도, 아영이는 주변의 그 누구보다도 눈부시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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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아- 김다온 선수의 부인이로군요. 권아영 씨입니다. 오늘 직접 경기를 지켜보러 온 것 같습니다.”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제가 한 가지 재미있는 기록을 알고 있는데요. 권아영 씨가 김다온 선수의 경기를 직관했을 때의 승률이 100%라고 합니다.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거든요? 이렇게 되면 오늘도, 바이에른 뮌헨의 승리를 조심스레 점쳐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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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로부터 열렬한 응원을 받고 있는 지금, 난 오직 행복한 기분만을 느끼고 있다.
***
【같은 시각】
@ 알리안츠 아레나의 귀빈석
축제와도 같은 분위기를 즐기고 있던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에게, 별안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떨어진다.
“뭐라고?”
“클롭이 EPL의 팀과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어디?”
“바로 어제, 리버풀의 감독이 해임되었죠.”
“…….”
펩 과르디올라의 다음을 이을 첫 번째 후보로 점찍어 두었던 위르겐 클롭이, 별안간 리버풀과 계약을 해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다.
곧바로 고개를 돌린 루메니게가 마티아스 잠머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어디에서 들은 이야긴가?”
“며칠 전, 클롭이 뉴욕에 있었다고 합니다. FSG의 본사가 있는 곳이죠. 그리고 아는 지인이 그곳에서 일을 합니다.”
“어디? FSG?”
“네.”
“허-!”
지난 3개월 동안,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어떻게든 위르겐 클롭과의 협상 테이블을 만들려고 노력을 해 왔다.
현재 펩 과르디올라가 수령하는 연봉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계약 조건과 내년 여름 8천만에서 1억 2천만 유로에 달하는 이적료 지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클롭은 철저히 자신의 원칙을 고수해 왔고, 급기야 스위스를 찾았을 때는 아예 자리를 비워 버렸다.
실망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루메니게는 시간이 많다고 여겨 다음을 기약했었다.
또한 겨울 휴식기에 전지훈련을 떠날 장소를 스위스로 정해 두고, 그것을 핑계로 클롭과 만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도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휴우~ 이렇게 되면…….”
이제 바이에른 뮌헨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은 카를로 안체로티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
카를로 안첼로티의 경력과 업적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실패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선수단 융화에 능한 감독이라는 기존의 평가와는 달리 몇몇 선수들과 문제가 있었고, 코치 라이센스가 없는 아들과 아무런 영양학적 지식이 없는 사위를 쓰는 것 역시 걸렸다.
실제로 사람을 통해 안첼로티의 에이전시에 조건을 물었을 때, 안첼로티는 가족들의 고용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천상 기다려야 되겠어.’
아무리 생각을 해도 안첼로티를 고용하고 싶지 않았기에,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시즌이 끝나갈 때쯤에 감독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누군가는 분명 감독직을 잃게 될 터인데, 그중 괜찮은 매물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약 루이 판 할이 맨유에서 해임된다면, 1년에서 2년 정도 짧게 맡기는 것 역시도 가능했다.
판 할은 과거 뮌헨의 감독 경험이 있는 데다, 펩의 축구와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면이 있어 전술의 연속성이란 측면에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 봐도, 클롭을 놓친 것에서 오는 안타까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삐?익!
어느새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멍하니 상념에 잠겨 있다.
클럽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
·전반 09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도르트문트
올 시즌부터 분데스리가에서 뛰기 시작한 선수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를 꼽으라면 나는 두 명을 말하고 싶다.
하나는 지금 저기 앞쪽에서 달리고 있는 더글라스 코스타고, 다른 한 사람은 내 옆에서 허리에 한쪽 손을 대고 있는 율리안 바이글(Julian Weigl)이다.
[아프냐?]“?”
지난 시즌까지 1860 뮌헨에서 뛴 율리안 바이글은, 클럽 역사상 최연소(18세) 주장 완장까지 달 정도로 팀 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던 선수였다.
그리고 그런 그를 토마스 투헬이 유심하게 지켜보고 있다, 도르트문트 부임을 하며 데려간 것이다.
현재까지의 평가는 분데스리가에서 10년은 뛴 베테랑처럼 뛰는 스무 살이었는데, 내가 종종 듣던 말과 비슷하여 괜히 미운 구석이 있는 그런 녀석이다.
높은 전술 이해도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볼 배급을 담당했고, 태클을 포함한 수비기술도 꽤 뛰어나서 중앙을 맡기기에 적합한 자원이었다.
다만 경험 부족인지, 거친 몸싸움에는 어김없이 약점을 드러내곤 했다.
금방 내가 거칠게 밀어붙였던 이유다.
[많이 아파해라. 다음엔 더 아플 거야.]“뭐라고? 난 중국어는 몰라.”
“한국어!!”
“?!!”
[뒤지실래요? 어디 세종대왕님한테 혼나려고. 팍-씨!]바이글을 살짝 위협한 후, 그에게서 멀어져 코스타를 백업하기 위해 앞쪽으로 움직였다.
측면 깊숙한 곳까지는 잘 파고들었지만, 협력 수비에 가로막혀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버렸다. 그러게 조금 일찍 볼을 보냈으면 좋은데, 저건 코스타의 단점이다.
종종 패스 타이밍을 놓치고 드리블을 고집하다, 동료들이 오프사이드에 빠지도록 하거나 공격 템포를 끊는다.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잘해 주고 있어, 펩도 딱히 단점에 대해 뭐라고 하진 않는다.
“더기-!!”
더기(Douggy)는 내가 직접 붙인 코스타의 별명으로, 언젠가 한국에서 ‘덕이’라고 불리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처음엔 이 별명을 완강히 거부했던 코스타였지만, 지난번 내 발목을 걷어차 버린 후부터는 내가 뭐라고 부르던 그냥 조용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더글라스 코스타로부터 패스를 건네받자, 스벤 벤더가 빠르게 전진해 압박을 시도해 왔다.
오늘 도르트문트는 오른쪽 풀백인 우카시 피슈체크를 왼쪽으로 돌리는 대신, 소크라티스를 오른쪽 풀백으로 돌리는 변칙적인 선수기용을 했다.
대신 스벤 벤더가 센터백으로 들어갔는데, 우리처럼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위치를 바뀌기 위함인 것 같았다.
“…….”
스벤 벤더가 접근하기 전 볼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았기에, 난 패스를 받음과 동시에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반대편 사이드를 정면에 두었다.
현재 페널티 박스 가운데엔 레비와 뮐러가 대기 중이었고, 반대편에서 뛰어드는 베르나르두도 보였다.
하지만 도르트문트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 수비수들이 제대로 커버를 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툭-
“!!”
“아악-!!”
벤더의 스탠딩 태클 타이밍에 맞춰 볼을 슬쩍 밀어내고, 축구공이 있던 자리로 뻗어진 그의 왼발 앞뒤로 내 발을 놓아둔 뒤에 의도적으로 걸려서 넘어진다.
이것이 파울을 유도하는 행위임을 알았던 벤더가 곧바로 아니라며 손을 젓지만, 주심 마르코 프리츠(Marko Fritz)는 이미 휘슬을 불었다.
의도적이었던 커다란 비명을 내지른 후, 피치에 납작 엎드려 있었던 내가 고개를 슬쩍 들면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왼쪽 45도 각도 30m 정도 되는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인지라, 크로스를 띄워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몸을 반대로 돌려 등을 피치에 대자, 주심에게 항의하던 벤더가 나를 슬쩍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이 보였다.
‘뭘 야려. 꼽냐?’
많은 의미가 담긴 미소를 한 번 날려 주자,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은 벤더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사비가 채웠다.
“잘했어. 일부러 넘어진 거지?”
“어땠어요?”
“하하. 10점 만점에 8.9점 정도 줄게.”
“겨우?”
“카드가 안 나왔잖아.”
“뭐.”
“하하. 내 손 잡아. 일으켜 줄게.”
“네.”
나를 일으켜 세운 사비가 머리를 슬쩍 두드리며 칭찬을 보내왔고, 유니폼에 묻은 흙과 잔디를 털어 낸 나는 하프라인을 향해 걸어갔다.
최종 수비 진영 세 사람 모두가 세트피스에 참여하는 동안, 람과 내가 하프라인에 서서 역습을 막아 내야 한다.
“괜찮아?!”
“네?!
“괜찮냐고 물었어!”
“네-! 완벽해요!”
“좋아-!”
시끄럽기도 하고 거리도 조금 있다 보니, 람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높였어야 했다.
삐?익!
마르코 프리츠가 다시 휘슬을 불고, 사비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보낸다.
수많은 선수가 궤적을 따라 움직이며 머리를 들이밀었는데, 정작 축구공은 그 어디에도 맞지 않고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나 버렸다.
‘에-이. 뭐야.’
방향만 살짝 바꿨어도 골이었을 것 같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이 감정을 또다시 바이글에게 풀었다.
“윽-!!”
녀석은 그리 강하지 않은 몸싸움에도 쉬이 밀려났고, 귄도안이 보냈던 패스는 오히려 내 발밑으로 들어와 후방에 있는 제롬에게로 연결이 되었다.
비디오 분석으로 보았을 땐 바르셀로나의 부스케츠를 연상케 했는데, 정작 붙어 보니 부스케츠에게 실례인 말이었다.
그는 비록 깡말랐어도, 어느 정도 버텨 내는 힘은 있거니와 기술로 압박을 손쉽게 벗겨 내곤 했다.
하지만 율리안 바이글이 수월히 볼을 배급하려면, 수비가 없는 공간으로 이동해 자유롭게 볼을 잡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달라붙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더더욱 바이글을 압박하는 일에 힘을 썼고, 결국 참지 못한 그는 잠시 후 도망쳐 버렸다.
전반 5분부터 귄도안과 위치를 바꿔 뛰었었는데, 이제 다시 본연의 위치인 중앙으로 돌아가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빌드업을 시작한 것이다.
‘겁쟁이 녀석.’
전반 12분.
이제 슬슬 탐색전이 끝나 가려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