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26)
524화 Was kommt als nachstes (5)
항상 우리의 약점이라고 지적받았던 부분들을 역으로 공략하고 있으니 기분이 조금 묘했다.
새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달까?
그리고 한편으론 참 흥미로웠다.
만약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난 어떻게 대처했을까?
‘저렇게는 아닐 거야.’
최근 미드필드에서 뛰는 일이 잦아졌고 그것을 또 나름 즐기곤 있었지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난 어쩔 수 없는 수비수였다.
‘집어넣어, 토마스. 이번엔 놓치지 말라고.’
우리의 일방적인 우세 속에서 0:0으로 이어지던 경기는,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토마스 뮐러가 골키퍼까지 따돌리며 만들어낸 득점으로 인해 균형이 무너진다.
최후방에서 보낸 제롬의 좋은 롱패스 하나가, 도르트문트의 진영을 완전히 허물어버린 것이다.
{“이예에에에에-!!!!”}
커다란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고, 난 코너 쪽으로 달려간 뮐러에게 다가가 녀석의 뒤통수를 가볍게 후려쳐주었다.
“그거 놓쳤으면, 알지?”
“바로 그것 때문에 오금이 저렸다고.”
“큭큭큭. 잘했어, 토마스.”
“그래.”
“가자. 아직 골을 더 넣어야 해.”
“응.”
.
.
.전반 21분
바이에른 뮌헨 1 : 0 도르트문트
토마스 투헬의 축구는 현재 펩의 3-3-3-1에 의해 멋지게 반격을 당하는 중이다.
최전방과 후방 사이 미드필드 진영에 도르트문트가 다섯 명의 선수를 둘 수 있는 반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여섯 명의 선수가 자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풀백을 공격적으로 끌어 올리는 방법도 있기야 하지만, 점유율이 우리에게 있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숫자를 채우기 위해 오바메양의 위치를 끌어내려야 했고, 이는 공격의 속도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
기껏 볼을 가져가고도, 후방 빌드업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하지만 최종 수바라인을 높인다는 건, 빌드업의 영역을 앞쪽으로 가져온다는 의미다.
레비가 펩의 지시대로 마츠 훔멜스를 밀착마크하고 있는 상황에선, 도르트문트가 후방 빌드업을 하려면 귄도안과 바이글을 낮춰야 한다.
다른 클럽을 상대론 전력상 앞서는 도르트문트가 볼을 점유하며 공격을 주도했겠지만, 우리를 상대론 같은 축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은 상성 그 자체로, 투헬의 축구가 먹혀들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삐?익!!
1:0으로 앞서나간 뒤로, 우리는 더욱 더 거세게 도르트문트를 압박해 나갔다.
박스 안과 주변에 버스를 세우지 않는 분데스리가 클럽은 실로 오랜만인지라, 공격수들은 모처럼 마음껏 넓게 주어진 공간을 뛰어다니는 중이다.
{“우오오오-!!”}
지금만 하더라도, 베르나르두-레비-뮐러가 세 명이서 간결하고 위협적인 역습을 슈팅까지 이어갔다.
훔멜스의 좋은 차징이 아니었다면, 뮐러가 또 한 번 득점으로 마무리를 할 수도 있었을 거다.
‘……시끄러워졌네.’
연이어 뒷공간을 털리게 된 도르트문트의 진영에 혼란이 찾아온 것처럼 보인다.
토마스 투헬은 계속해서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중이고, 마츠 훔멜스 역시 제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는 동료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좋게 표현하자면 즉각적인 피드백이 들어가는 중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런 식의 반응은 좋지 않을 때에 나온다.
“더기-!!”
“?”
그래서 나는 도르트문트를 더 밀어붙이고자, 더글라스 토마스를 측면으로 벌려 서게끔 했다. 저 친구가 측면에서 볼을 잡았을 때, 언더랩 방식으로 파고들 생각이다.
로만 뷔르키가 길게 골킥을 보내어 오바메양의 머리를 겨냥해보지만, 헤더는 따냈어도 세컨볼을 향해 달려가는 쪽은 우리가 훨씬 더 많았다.
므히타랸과 경쟁한 람이 먼저 발끝을 가져다 대며 축구공을 앞쪽으로 밀어 놓았고, 곧장 하비에게 보내어진 패스는 알라바를 거쳐 내게로 이어졌다.
그러자 곧바로 카가와가 압박을 해온다.
‘어딜.’
카가와가 다가오는 방향을 등지는 자세를 취하며, 어깨와 엉덩이를 활용해 거리를 확보한다.
유럽 축구에 경험이 많고 의지가 남다르기로 유명한 카가와지만, 나는 이미 이 남자를 몇 차례 상대해 보았고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오른팔로 자신을 밀쳐내려는 나를 카가와가 붙잡지만, 나는 그것을 가볍게 뿌리치며 전방으로 치고 나아갈 수 있는 자세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차례 드리블을 하여 하프라인까지 전진하고, 이후엔 망설이지 않고 코스타를 겨냥해 패스를 보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삼각형을 만들기 위해 엄호하는 행동을 취하지만, 말했듯이 나는 이미 언더랩을 선택한 상황이다.
“이봐-!!”
즉각적으로 반응해준 코스타의 패스가, 그와 일직선이 된 위치에서 정확히 발아래에 도착했다.
현재 앞쪽에서 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일카이 귄도안과 스벤 벤더였고, 약간 떨어진 곳의 후멜스와 바이글 역시 잠재적인 상대였다.
이대로 골대가 있는 방향으로 드리블해 치고 나아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내가 택한 것은 일직선이다.
툭-
길게 차 넣고 달리는 드리블에, 황급히 어깨를 밀어 넣어보았던 귄도안이 떨어져나간다.
오른팔을 휘둘러 그의 몸을 뿌리친 나는 계속해서 속도를 붙여나갔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한 축구공과의 간격은 빠르게 좁혀졌다.
“막아-!!”
시야의 오른쪽 끝에서 움직이는 스벤 벤더 역시, 나와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중이다.
누가 더 빠를까?
혹시 궁금해?
‘당연히 나지, 뭔 소리야.’
탁-!
“!!”
아슬아슬한 차이로 내가 먼저 오른발을 축구공에 가져갔고, 거의 교차하듯 내밀어진 벤더의 왼쪽 발이 내 발등을 밟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래서 난 발목이 꺾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 그대로 다이빙을 했고, 셀레브레이션을 하듯 피치에 엎어지며 슬라이드 한 후 그대로 몸을 돌려서 주심을 쳐다봤다.
“지금 파울 맞지? 쟤가 내 발을 걸었다고!”
.
(노르배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페널티킥입니다! 스벤 벤더의 파울을 선언하는 마르코 프리츠! 지금은 정말이지 맹렬한 돌파였습니다!”
(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rots German 해설위원
“지금은 저 친구의 발이 얼마나 빠른지를 지켜볼 수 있었던 순간입니다. 하프라인 아래 5m 정도 되는 지점에서 시작해, 페널티 박스에 접근하기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노르베르트 카이텔)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 선제골을 기록하고 불과 4분 만에, 득점을 추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습니다.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얼굴을 좀 보시죠. 그들은 무척,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
.전반 26분
바이에른 뮌헨 2 : 0 도르트문트
경기의 승패가 빠른 시점에 결정이 되려고 하면서, 토마스 투헬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X같은 상황이야! 우린 개 병신처럼 뛴다고!”
분데스리가의 팬들 사이에서 투헬은 과르디올라와 같은 ‘전술가(Taktiker)’로 알려져 있지만, 함께해 본 선수들은 그를 ‘독재자(Daktator)’에 비유한다.
그것도 썩 좋지 않은 의미로 말이다.
“X같은 심판! X같은 새끼들! X같은 팬!”
“이봐, 토마스.”
“뭐?!”
“중계 중이잖나. 진정해.”
“……빌어먹을!”
팀의 어시스트 매니저인 아르노 미헬스(Arno Michels)가 투헬을 만류하고, 슬쩍 고개를 돌린 도르트문트의 감독이 카메라가 자신을 찍는 걸 확인하며 입을 다물었다.
흘러가는 상황이 절망적인 것은 옳았지만, 잘 가꾸어온 자신의 이미지에 상처를 주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투헬은 표정을 가다듬은 후, 물병을 집어 들어 목을 축이고는 다시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아갔다.
투헬이 자신의 선수를 탓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는 건, 전술 대결에서 완패한 것에서 오는 좌절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그는 자신을 몇 번이고 나무랐다.
‘X병신 같은…….’
토마스 투헬.
그는 축구 역사상 유이한 UEFA A 라이선스 이론 시험 만점자 중에 하나다.
‘3-3-3-1은 예상했어. 그런데, 저런 식으로?’
올 시즌 펩 과르디올라는 3-3-3-1의 중앙 미드필드를 수비수-젝서(Sechser/DM)-메짤라(Mezz`ala)로 구성하곤 했다.
로테이션 자체는 바뀌더라도, 유기적으로 포백으로 전환을 하기 위해 이런 기조는 항상 유지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펩 과르디올라는 필리프 람과 김다온이라는 두 명의 ‘비범한 전술적 천재’들을 쓰리백 중앙 미드필드 좌우에 배치하는 변화를 주었다.
이로 인해 바이에른 뮌헨은 양쪽 측면 미드필드를 내려 쓰리백에서 파이브백까지 유기적으로 오가며 도르트문트의 역습과 공격을 막아내었다.
게다가 더 놀라웠던 건.
‘저 녀석.’
김다온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의 개수였다.
‘최소 세 개. 아니, 네 개인가?’
과거, 투헬은 펩 과르디올라가 3-3-3-1을 재해석하여 들고나온 것을 보곤 감탄을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은 김다온을 오른쪽 측면 미드필드에 배치하면서 포백으로의 변화를 유기적으로 가져갔고, 그 역할을 소화하는 김다온의 모습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오늘, 왼쪽 측면 미드필드에 배치된 김다온은 그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과연 저 일이 가능한가 싶을 만큼 말이다.
그는 지금 피치의 어느 곳에든 있었다.
우선 3-3-3-1의 측면 미드필드로서 넓은 공간을 커버하는 것은 물론이었고, 도르트문트가 볼을 점유할 땐 왼쪽 풀백으로 뛰는가 하면 역습 상황에서는 측면 풀백과 센터백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번번이 중요한 길목을 막아섰다.
뿐만 아니라 측면에 머물지 않고 중앙으로 적극적으로 이동해 율리안 바이글과 일카이 귄도안을 상대하기도 했는데, 전방에서의 이런 강한 압박은 보통 아흐터(Achter/CM)나 체너(Zehner/AM)들이 해줘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김다온이 이렇게 뛸 수 있었던 데엔, 주변에서 그를 뒷받침하는 동료들의 몫이 컸다.
만약 김다온이 전방압박에 참여해 왼쪽 측면을 비우게 되면, 더글라스 코스타가 내려앉고 데이비드 알라바가 움직여 왼쪽 풀백 자리를 채웠다.
동시에 거기를 따라 하비 마르티네스와 제롬 보아텡이 중앙으로 이동하고, 필리프 람이 그대로 아래로 내려섰다.
또 만약 필리프 람까지 동시에 전방압박을 하는 상황이라면, 사비 알론소가 센터백이 되어주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선수가 담당해줘야 하는 역할이 달라지는 복잡한 방식의 포지셔닝인데, 바이에른 뮌헨은 너무나도 쉽게 그것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저 녀석이 그렇게 만드는 거야.’
오늘 김다온이 담당하고 있는 여러 가지의 역할.
도르트문트가 볼을 점유하고 공격을 주도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김다온이 어떠한 판단을 하고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뮌헨 전체의 포지셔닝이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분을 의식하고 경기를 지켜보게 되자, 투헬은 수시로 김다온의 위치를 확인하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
유레카를 외칠 법한 바이에른 뮌헨의 전술적 핵심을 꿰뚫은 것이었지만, 불행히도 투헬에겐 그것을 공략할만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를 파훼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뮌헨 선수들과 같은 수준으로 도르트문트의 선수들 역시 전술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소 2년은 필요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펩 과르디올라와 함께한 1년 차에 4-1-4-1과 4-3-3에 거의 묶여 있었듯, 도르트문트 역시 같은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술적 역량이 뛰어나고 또 전술에 유연함이 큰 감독일수록, 하나의 클럽에 머무는 시간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나가던 투헬.
“응?”
바이에른 뮌헨이 전진을 하던 과정에서 필리프 람의 보기 드문 실수가 나왔고, 이는 곧바로 도르트문트의 빠른 역습으로 이어졌다.
하프라인에서 볼을 끊어낸 카가와 신지가 헨리흐 므히타랸과 포지션을 바꿔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드는 곤찰로 카스트로에게 패스를 보낸 것이다.
수비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는 후퇴만을 거듭할 뿐이었고, 페널티 박스 주변까지 접근한 카스트로의 크로스가 오바메양을 겨냥한다.
몸을 날린 하비 마르티네스를 지나쳐 제롬 보아텡의 뒤를 파고든 오바메양의 왼발에 축구공이 걸린 순간.
파앙-!
당연히 골이 된다고 믿었던 토마스 투헬이 두 손을 들어 올리려다 그것을 그대로 머리로 가져가 주저앉는다.
그는 현재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벤치를 쳐다보았고, 득점이라 생각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던 코치들 역시 망연자실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왜 저 새끼가 저기에서 튀어나온 거야?!”
“…….”
“누가 설명 좀 해봐! 대체 이게 무슨 빌어먹을 상황인 거냐고?! 왜 저 개새끼가…….”
뒤돌며 벌떡 일어선 토마스 투헬이 당장이라도 피치로 뛰쳐나갈 듯한 제스처를 취해보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그는 그저 허탈해할 뿐이다.
인터셉트 후 단 두 번의 패스만으로 만들어진 결정적인 득점 기회.
그건 완벽한 역습의 교과서와도 같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왼쪽 측면 미드필드인 김다온이, 오른쪽 센터백인 제롬 보아텡과 중앙 센터백 하비 마르티네스의 사이에서 튀어나와 오바메양의 슈팅을 막아냈다.
다리부터 몸을 날려 만든 뛰어난 세이브(Save) 후 피치에 드러누운 김다온의 주변엔, 환한 미소를 지은 보아텡과 노이어가 다가가 익살맞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반면 완벽한 득점 기회를 놓치게 된 오바메양은 지금, 얼굴을 감싸 쥐며 엎드린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
이제 투헬은, 더 욕을 할 기분조차 들지 않는다.
***
.전반 38분
바이에른 뮌헨 2 : 0 도르트문트
지금으로부터 대략 10분 전, 김다온이 몸을 날려 오바메양의 슈팅을 막아냈을 때 펩 과르디올라 역시 머리를 감싸 쥐며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투헬과의 차이점은 그가 무척 행복해하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지난 볼프스부르크 경기에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9분 만에 다섯 골을 만들어내는 것을 지켜보았을 때처럼, 천국과도 같은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완벽해. 퍼펙트. 페르펙또. 한국어로는 뭐지? 아무튼. 완벽해!”
몇 번이나 코치들에게 완벽함이라는 단어를 강조한 펩 과르디올라는, 오늘 뮌헨의 유기적인 포지션 전환에 큰 만족감을 표시하는 중이다.
“바로 저게 내가 바라던 축구야.”
“도르트문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큭큭큭. 그래야지. 저런 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현재로선 누구든 대처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펩 과르디올라는 지난 2년 동안, 오늘과 같은 축구를 하기 위해 선수들을 지도해왔다.
기존 뮌헨의 4-1-4-1에 ‘라볼피아나(Lavolpiana)’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나, 지난 시즌 초반 3-4-3을 사용한 것 역시도 3-3-3-1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한 실험의 연장이었다.
물론 이것 때문에 원로들에게서 ‘뮌헨의 것을 빼앗으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뮌헨을 바르셀로나처럼 만들려고 한다.’는 오해도 받았다.
결국 그것이 뮌헨과 이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그것이 슬프기보다는 만족스러웠다.
왜냐하면 현재의 뮌헨 팀 구성으론, 전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 개개인의 폼과 컨디션 여부에 따라 경기력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오직 전술만을 고려했을 땐 오늘이 현재의 팀 구성으로 보여줄 수 있는 축구의 최대치였다.
“후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
벤치에서 벗어나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다가선 펩 과르디올라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경기를 지켜본다.
과르디올라는 오늘 경기를 준비하며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람을 제외한 남은 선수들에게 포지셔닝을 모르겠다면 김다온을 바라보도록 지시를 내렸다.
선수들 스스로 피치의 흘러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면,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할’ 김다온이 힌트를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100% 맞아떨어졌다.
현재 김다온은 뮌헨의 선장이었다.
김다온의 지시 수단은 본인 스스로의 상황판단에 따른 역할 변경이었고, 그에 따라 남은 선수들이 자유자재로 위치를 바꿔가며 도르트문트의 공격을 차단해냈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아까와 같은 실수도 나왔지만, 그마저도 김다온이 허용하지 않았다.
오늘 그의 발자국은 분명, 오른쪽 사이드를 제외한 피치 전역에 찍혀있을 게 분명하다.
{“예에이이-!!”}
데이비드 알라바의 적극적인 태클이 도르트문트의 공격 시도를 저지해내고, 이에 관중들이 호응을 하자 과르디올라 역시 박수를 보내며 자신의 선수를 격려했다.
왼쪽 센터백인 알라바가 이렇게 측면 사이드라인까지 움직였다는 건,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가 포백으로 변했다는 증거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피치의 반대편을 바라본 펩 과르디올라는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한 필리프 람과, 그 앞에서 미드필드를 형성해 전형을 4-2-3-1로 바꾼 사비 알론소와 김다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도르트문트의 스로인 후 볼을 탈취해내자, 전형은 빠르게 바뀌어 2-4-4가 되었다.
그렇게 몇 번이고 공수가 오가는 동안, 바이에른 뮌헨은 단 한 번도 연결되는 포제션(Possession)에서 같은 전형을 이어나간 적이 없었다.
매번 선수들의 위치는 바뀌었고, 그리고 김다온 역시 매번 스스로의 색을 바꿔가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냈다.
그 모습이 마치 카멜레온 같았던지라, 펩 과르디올라는 그것을 상상하다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큭큭큭큭. 이거 정말이지, 즐거워 참을 수 없군,’
전술가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 과르디올라에겐, 오늘의 경기를 즐기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오늘 선수들의 경기력은 너무나도 훌륭했고, 준비 과정에서 지시한 내용을 100% 이행해 주었다. 만약 그럼에도 패배를 한다면 그건, 자신의 역량 부족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축구는 매 순간 변화하고, 새로운 개념의 등장으로 기존의 것들에도 많은 변동이 생긴다.
낡고 오래된 것들에 가치가 재부여 되기도 하며, 영원할 거라 여겨졌던 전술은 허무하게 무너져 역사의 뒤안길로 그대로 종적을 감춘다.
물론 그러한 것들 역시, 누군가가 페이지를 뒤적여 새로운 의미를 보태어 다시 세상으로 가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후우- 언젠간 이 전술도 낡아버리게 되겠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과르디올라기에, 그는 축구 감독인 동안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것이다.
축구는 영원히 잠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항상.
티잉-!!
“오-!”
“아아아악-!!”
35m도 더 되는 지점에서 쏘아올린 김다온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 모두를 얼어붙게 만든 이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 올라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나 버린다.
“이 병신아! 조금 낮게 쐈어야지!”
비록 골이 되지는 않았어도 분명 굉장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김다온은 조금 더 낮게 궤적을 만들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끊임없이 이마를 두드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과르디올라는 생각한다.
‘저 녀석 역시, 잠들지 않는군.’
축구는 그 스스로 잠들지 않기에, 마찬가지로 잠을 아끼는 이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약간 보여준다.
아주 조금일 뿐이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도 누군가는 이 세계에서 앞서나가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잠들지 않아.’
해가 하늘 높이 떠 있는 일요일 오후.
축구라는 이름의 불면증(不眠症)에 시달리고 있는 두 남자는 지금, 자신만의 꿈을 피치에 펼치는 중이었다.
.
.
.경기 결과(Bundesliga 8R)
바이에른 뮌헨 5 : 0 도르트문트
[골] 토마스 뮐러 : 전반 21분(제롬 보아텡), 전반 25분(P.K/김다온)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후반 01분(제롬 보아텡), 후반 13분(김다온), 후반 33분(김다온)
김다온 ? 95분 출전(3어시스트/평점 1.5/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