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30)
528화 Was kommt als nachstes (9)
(이용광) – KBS 축구 아나운서
“서울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KB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자메이카. 자메이카와 대한민국의 경기를 지금부터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제 곁에는 이영표 해설위원과 현재 울산대학교의 감독을 맡고 계신 유상철 감독님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영표) – KBS 축구 해설위원
“네, 안녕하세요.”
(유상철) – KBS 축구 특별 초대 패널
“안녕하십니까.”
(이용광)
“2014년 FIFA 브라질 월드컵의 8강 쾌거에 이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도 쾌조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현재까지 4전 전승을 기록 중이고, 이번엔 자메이카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릅니다.”
(이영표)
“그렇습니다. 자메이카는 지난 북중미 골드컵에서 미국을 준결승에서 잡고 준우승까지 차지했던, 그런 강호입니다.”
(이용광)
“네, 그렇습니다. 오늘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예고했던 대로 출전 명단에 상당한 변화를 주었습니다. 월드컵 예선에서 뛰지 않은 홍정호, 박주호, 정우영, 김민우, 석현준과 같은 선수들이 선발 명단에 나섰습니다.”
(이영표)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의 부임 후, 협회의 대표팀 2원화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유럽파의 체력적 부담을 덜고, 국내와 아시아권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선택이 주효하고 있는 겁니다.”
(이용광)
“유상철 감독님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현재의 대표팀 2원화에 대한 의견은 있으신지요.”
***
.전반 00분
대한민국 0 : 0 자메이카
FIFA 랭킹 50위에 올라 있는 자메이카는 우리보다 약 25단계 정도 낮았지만, 최근 전력의 많은 상승이 있었다고 평가받는 팀이었다.
과거 카를루스에어 SC와 Vfb 슈투트가르트를 감독했던 빈프리트 섀퍼(Winfried Schafer)와 함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팀으로 발전했다는 말을 듣고 있다.
선수들 대부분이 미국 MLS 팀에서 뛰고 있고, 수비 주축 대부분은 잉글랜드 리그 소속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이 있었다.
우리가 훨씬 더 좋은 팀이다.
【“동해~물과 백…….”】
.
(이용광)
“대한민국의 애국가 연주가 있었습니다. 자 오늘, 지금 보이는 김다온 선수에게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삼파올리 감독은 김다온 선수를 선발로 기용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고 할 수 있는데요. 다만 사용하는 전술은 쿠웨이트 원정과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이영표)
“그렇죠. 하지만 현재의 대표팀은 어떠한 전술이건 잘 소화할 수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삼파올리 감독과 벌써 4년 넘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만큼, 선수단 전체가 충분히 감독과 전술적 교감을 나누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용광)
“유상철 감독님도 벌써 2년째 울산대학교를 지휘하고 계신데, 어떠십니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게 되었을 때, 확실한 전술적 장점이 있습니까?
(유상철)
“어-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선수나 감독이나 서로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4년 정도가 되면, 익숙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용광)
“또 하나 질문을 드리자면, 김다온 선수를 두고 유상철 감독님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소속 팀인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골키퍼와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데 감독님도 그렇지 않으셨습니까?”
(유상철)
“하하. 네. 그렇기는 하지만, 저는 유럽 무대를 밟아 보지도 못했거든요. 하물며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클럽에서 뛰는 김다온 선수와의 비교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저보다 훨씬 더 좋은 선수라 생각을 하거든요.”
.
삐?익!!
휘슬이 울리고, 북중미와 아프리카의 사이 즈음에 있다는 자메이카와의 경기가 시작됐다.
오늘 상대는 평소에 즐겨 사용하던 4-4-2를 대신해 3-5-2를 들고나왔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최초의 포메이션이고 실제론 4-4-2에 근접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았다.
우리의 공격 방향에 따라 한쪽 풀백이 내려서며 기본적으로 포백의 체재를 갖출 것이고, 일방적인 수세가 되면 파이브백이 되어 5-3-2의 형태를 취할 거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세 명의 최전방 공격수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킨 것으로 미루었을 때, 공격 시에 소수의 인원으로 효과를 보려 한다는 의도가 있다고도 짐작이 가능했다.
반면에 우린, 유기적이고 잘 짜여진 움직임을 기대한다고 할 수 있겠다.
“다온아-!”
“…….”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 패스를 받은 뒤, 성용이 형과 함께 더블 볼란치로 나선 우영이 형에게 축구공을 보냈다.
오늘 삼파올리 감독님은 평소와는 달리 우영이 형에게 라볼피아나(Lavolpiana)의 역할을 맡기고, 성용이 형에게 조금 더 공격적인 롤을 주문하여 변화를 꾀하셨다.
이는 2선에 들어선 선수들(이재성-권창훈-김민우)의 특성을 고려한 부분인데, 셋 모두 드리블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항상 2선에 최소 한 명의 패스가 가능한 자원을 놓아두었다면, 오늘은 세 명 모두를 드리블러로 배치하여 조금 색다른 방식의 공격을 구상 중이었다.
이런 삼파올리 감독님의 의중이 드러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원톱으로 출전한 의조 형의 활약이다.
최전방에만 머물지 말고 펄스 나인(False Nine)으로서 활발히 피치를 누벼 줘야 했는데, 대표팀 소집이 가능한 자원 중에서는 동원이 형과 함께 가장 적합한 유형이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최근 도르트문트와의 ‘Der Klassiker’와도 비슷했는데, 당시에도 레비가 볼을 지켜 주고 2선의 자원 셋이 동시에 공격에 가담을 하곤 했다.
바로 이와 같은 부분이 재미있는 거다.
전술적인 이음이라고나 할까?
삼파올리 감독님은 내게 자신이 펩의 축구를 참고한다고 자주 얘기해 왔고, 펩 역시 대표팀에서 뛰는 나를 흥미 있게 보고 있노라고 말을 해 왔다.
같은 ‘뿌리(비엘사시즘)’를 공유한 감독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일종의 우애랄까?
난 사이에서 그것 역시 즐기고 있었다.
“여기-!!”
{“……!! 와아아아아-!!”}
.
(이용광)
“이재성의 패스. 김다온. 김다온 들어갑니다. 김다온! 파울- 파울입니다!”
(이영표)
“역시- 김다온 선수의 속도를 상대가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이죠? 지난번 쿠웨이트와의 경기도 그렇고, 김다온 선수가 최대 속력을 붙여 달려 나가기 시작하면 이를 막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
파울을 범한 랜스 리앙(Lance Liang)을 향해 윙크를 찡긋 보내자, 허탈해하던 그가 고개를 저으면서 일어섰다.
만약 이것이 월드컵 예선이었다면 조금 더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을 뒹굴었겠지만, 평가전인 지금은 단순히 발에 걸렸을 뿐인 파울에 아파할 이유가 없다.
엉덩이를 붙이고 피치에 앉아, 지금 내게 좋은 패스를 보내 준 재성이 형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운다.
2014 FIFA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 삼파올리 감독님이 찾은 최고의 선수 중에 하나랄까?
재성이 형이 오른쪽 윙어 포지션에서 뛰었을 때, 나는 베르나르두와 함께 뛰었을 때만큼이나 큰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볼을 지키는 능력이나 드리블에 관해서는 베르나르두가 훨씬 더 낫지만, 시야와 패스 능력에 한해서만큼은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다.
다소 투박하다는 게 단점이지만, 그야 프로에 데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패스 직이네.”
“뭐야- 창수 형한테 옮았냐?”
“사투리 아임미꺼?”
“큭큭큭. 미친놈. 손잡아 얼른.”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의조 형이 내민 손을 잡아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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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제가 김다온 선수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은 이유는 축구를 정말 즐긴다는 게 보이기 때문이거든요. 매번 웃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감정 표현이 굉장히 솔직한 친구랄까? 또 나이답지 않게 리더십도 있거든요. 저런 선수가 팀에 있으면, 굉장히 든든합니다.”
(이용광)
“2002년 월드컵 때는 어땠습니까?”
(유상철)
“뭐, 그때는 사실 다들 홈에서 조별예선에서는 탈락하지 말자는 마음뿐이라서, 그런 것을 신경 쓸 틈은 없었는데요. 하지만, 그 이후를 놓고 보면 지성이가 지금의 김다온 선수와 굉장히 흡사합니다. 팀을 굉장히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있죠.”
.
성용이 형에 의해 프리킥이 처리되고, 골문 앞에서의 경합 뒤 떨어져 나오는 축구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떨어지는 축구공을 그대로 걷어찰 수 있는 기회였지만, 자메이카의 선수가 잘 막아선 탓에 제대로 된 슈팅을 시도할 수 없었다.
오른발 바깥쪽에 맞은 축구공은 힘없이 앞으로 나아가다가 오른쪽으로 휘어졌고, 그건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났다.
“으아아아아아-!!!”
아깝게 느껴졌던 상황이라, 절로 하늘을 보며 괴성을 지르게 되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엔, 금방 내게 컨택을 해 온 자메이카의 공격수 자일스 반즈(Giles Barnes)가 있었다. 본래 잉글랜드 태생으로, 더비 카운티의 유스 출신이다.
결과적으로는 기량이 부족해서 MLS로 향했지만, EPL에서 35경기를 뛰었고 잉글랜드 2부 리그인 챔피언십에서는 100개가 넘는 경기를 뛰었다.
빠르고 기민한 포처(Poacher) 타입의 공격수로, 최전방뿐만이 아니라 10번(AM) 자리도 능숙하게 소화를 한다.
[Good Defense, Mate.] [??] [TV에서 봤거든. 영국인들은 전부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지 않아?]내가 건넨 말에 자일스 반즈 역시 미소를 지었고, 나는 한 번 더 아쉬워하다가 뒤로 돌아 수비 위치를 찾아 돌아갔다.
오늘은 지난번 쿠웨이트 원정과는 다르게, 경기 초반부터 공격에 집중을 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인 판단이 아닌 전술적인 지시로, 미리 팀과 약속된 부분이다.
삼파올리 감독님은 우영이 형이 센터백을 보호하는 역할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을지를 보고 싶어 했고, 그런 만큼 풀백을 더욱 공격적으로 활용코자 했다.
그리고 또 후반전에는 풀백이 아닌 10번 위치에서도 뛰어 볼 예정이었는데, 이 또한 일종의 전술적인 실험이었다.
‘일단, 그건 나중에.’
지금은 우선, 눈앞의 상황에 집중할 때다.
자메이카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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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광)
“스티븐스. 측면으로 벌립니다. 매톡스가 돌아서지 못하게 해 줘야 합니다. 아…… 하지만, 김다온 선수가 막아 냅니다! 훌륭하게 수비하는 김다온!”
.
자메이카는 우리에겐 꽤나 낯선 나라지만, 북중미의 복병으로 불리는 팀답게 개개인의 기량은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만난 팀들보다는 분명 나아 보였다.
한국 팬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팀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막상 그들과 마주해 보니 상대로는 나쁘지 않았다.
월드컵 예선에서 만나 왔던 팀들과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강하지도 않았고, 터무니없이 약하지도 않아 전술적 실험을 하기에 딱 좋았다.
게다가, 현재 팀 분위기는 최상이다.
“형, 여기!!”
“다온아, 뒤!”
“뺐어-! 들어가, 들어가-!”
기존까지만 하더라도, 대표팀은 일부 소수의 선택받은 선수만이 뛸 수 있는 곳이었다.
이는 그만큼 대표팀의 무게감을 더해 준다는 점에서는 나쁠 것이 없었지만, 열린 무대가 되어 버린 지금이 오히려 경쟁력이 더욱 불이 붙었다.
동원이 형이 제외된 것이나 현준이 형이 소집되고도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더는 유럽에서 뛴다고 하여 무작정 대표팀 붙박이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K리그에서 인상을 남긴 형들이 기용되고 있었는데, 그들의 기량은 이미 이원화 시스템을 통해 증명이 됐다.
그리고 팬들도 그것을 안다.
협회의 관계자와 삼파올리 감독님이 누누이 밝혀 온 것처럼, 이제 대표팀이 치르는 중요한 경기는 오직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만이 설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의미에서 더해지는 대표팀의 무게감이고, 난 그것을 충분히 즐기는 중이다.
재성이 형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전진을 거듭하는 동안, 어느새 나는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서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전술상, 의조 형 한 명만을 바라보고 무작정 크로스를 띄우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여기에서 나는 볼을 뒤로 돌려 템포를 늦추며 다른 기회를 노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희박한 확률에 기대어 의조 형의 머리를 통해 만들어질 결과를 믿어야 했다.
그러나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건 너무 식상하잖아.’
그래서 나의 선택은 세 번째, 눈앞에 있는 랜스 라잉과 커버를 위해 근처에 버티고 있는 두 명의 자메이카 선수 사이로 뛰어드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이런 나를 무모하다고 말을 하겠지만,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무언가를 얻을 수도 없다.
수비를 할 때라면 절대로 품지 않을 생각이겠지만, 공격으로 나섰을 때에는 항상 마인드 셋(Set)을 달리한다.
사실 내 머릿속엔, 최소 다섯 가지의 각기 다른 정신적인 준비 상태가 존재하는 것 같다.
어째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쭉 축구를 해 온 결과 그게 나라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다 덤벼.’
페널티 박스로 쇄도하거나 공격 진영에서 드리블을 택했을 때, 오직 나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을 한다.
그래서 이번 그 결과는.
삐-빅! 삐비-익!!
.
(이영표)
“파울이죠? 파울이에요-!”
.
오른쪽 측면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얻어 낸 아까운 파울이었다. 내 발이 30cm만 더 안쪽에 있었어도, 지금은 페널티 킥이 선언되었을 것이다.
조금 전에도 파울을 범했던 랜스 리앙인지라, 이번에 주심은 제대로 된 구두 경고를 주었다.
어지간해서는 11:11 구도를 유지해야 하는 평가전이기에, 주심이 카드를 아끼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제대로 파울을 잡아 주었다는 것이고, 구두로 주의를 주어 랜스 리앙을 억누르도록 했다는 부분이다.
“바닥이 자꾸 부르냐? 자꾸 넘어지네?”
“어, 얘가 나 보고 싶대.”
“큭큭큭, 뭐라던데?”
“이제 다음엔 형보고 찾아 달라던데? 기왕이면 얼굴부터 보면 좋을 거래.”
“큭큭큭큭큭.”
성용이 형과 얼빠진 대화를 주고받은 후, 몸을 일으킨 나는 재빠르게 세트플레이에 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파주에서 훈련을 시작한 이후로는 주로 세트플레이를 연구해 왔기에, 지금의 이런 위치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았다.
“그거 할까?”
“그러자. 내가 저기에 있으면, 다 슈팅하는 줄 알 거야.”
“그래.”
성용이 형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이번엔 페널티 박스 바깥쪽에 서서 굴러오는 축구공을 슈팅을 연결하기 좋은 포지션에 섰다.
보통 풀백이 서는 위치라 별문제가 없어 보이겠지만, 자메이카는 분명 이쪽을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내 옆으로는 재성이 형이 섰는데, 바로 이게 우리가 준비해 온 세트플레이였다.
삐?익!!
프리킥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성용이 형이 프리킥을 찰 것처럼 속임수 동작을 준 이후에 민우 형이 내 쪽을 겨냥하여 축구공을 굴렸다.
그러자 자메이카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곧바로 반응했는데, 현재 내게 뛰어오는 선수만 두 명이었다.
하지만 나는 슈팅을 할 생각이 없었고, 왼발을 크게 한 번 내디딘 후에 오른발을 뒤로 가져가며 스파이크로 축구공을 긁어 재성이 형이 선 쪽으로 밀어 보냈다.
그리고 재성이 형은 빠르게 달려들어 축구공을 앞쪽으로 밀어 넣었는데, 그건 수비 라인과 줄을 맞추어 섰던 의조 형의 발아래로 굴러갔다.
당연히 나의 슈팅으로만 생각했던 자메이카의 선수들은 이런 식의 전개에 몸이 굳어 버렸다.
“?”
“!!”
패스가 굴러오는 방향의 흐름을 그대로 살린 의조 형이 몸을 돌리면서, 첫 번째 터치를 그대로 슈팅으로 이어 간다.
현재 대표팀 내의 자원 중에서, 저런 식으로 움직이고 슈팅을 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은 의조 형밖에는 없다.
[“적을 알기 전에, 동료를 먼저 파악하라.”]고 강조해 온 삼파올리 감독님의 철학은, 대표팀의 각자가 무엇을 가장 잘하고 또 어떤 플레이를 선호하는지를 알도록 해 주었다.파앙-!
먼 쪽 골포스트를 바라보고 찬 의조 형의 슈팅이, 포스트의 안쪽을 한 번 부딪힌 후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선다.
중요한 것은 오프사이드의 여부를 확인하는 거였는데, 부심의 깃발은 들리지 않았고 사토 류지 주심은 휘슬을 크게 두 번 불어 오늘 경기의 선제득점을 알렸다.
“그러췌에-!!”
공들여 준비해 온 세트플레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형-! 형-! 준비한 거-! 준비한 거-!”
“어, 어! 가자, 가자!
다양한 종류의 골 셀레브레이션을 준비해 온 우린, 그중에 가장 화제가 될 만한 것을 첫 번째로 생각해 두었다.
손을 휘저은 의조 형이 코너플랫으로 달려가면서 손을 휘저었고, 이틀 전날 밤 함께 아이디어를 짠 재성이 형과 내가 곁으로 가 나란히 이너웨어를 카메라에 보여 주었다.
오늘은 KBS가 지상파로 중계를 하는 날이었고, 특별 해설위원으로 유상철 선배가 함께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인 18일이, 유상철 선배님의 44번째 생일이었다.
그래서 우린 이 문구를 적었다.
‘유상철 선배님.’
‘44번째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순서를 제대로 맞추는 게 무척 중요했기에, 우린 제대로 선 것이 맞는지를 확인한 후에 카메라를 보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예에-!!”
“축하합니다-!!”
조금 뜬금없는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2002년 월드컵을 보며 꿈을 키워 온 우리였기에 충분히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보나마나, 무척 쑥스러워하고 계실 거다.
.
(이영표)
“이야~ 이건…….”
(이용광)
“어떠십니까?”
(유상철)
“아, 네. 무척 고맙고 또 감사하네요. 제 생일이 코앞이긴 한데, 이런 식으로 축하를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어 주고 있고 또 미래까지 책임져 줄 선수들에게 이런 축하를 받으니, 말 그대로 감개무량합니다.”
.
과거는 추억이 되고 추억은 곧 빛이 발한다지만, 그 추억 속 누군가의 노고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이상 그들은 늘 자신의 헌신을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 그러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에, 형들과 함께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존경하기로 제안을 했다.
이건 내 스스로가 대한민국의 축구 선수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자, 가슴팍에 달고 있는 태극 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일이었다.
부디, 오래도록 모두가 기억해 주길.
2002년도 2014년도, 또 지금도.
‘그야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니까.’
1:0.
오늘도 역시 무척 순조로운 출발이다.
***
작가의 말 ? 글을 적는 도중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래서 본문을 뒤엎고 내용을 바꿨네요.
별것 아니지만, 그분에게 드리는 글입니다.
생면부지의 관계이나 저 역시 2002년 월드컵을 보며 기뻐했던 한 사람이니만큼, 고인이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영원히 평안하길 바랍니다.
고(故) 유상철 선수의 명복과 남은 가족들의 미래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슬픈 밤이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