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32)
530화 Was kommt als nachstes (11)
2015년 10월 18일. 래들렛 AL 2 1DR, 잉글랜드. 벨 레인, 런던 콜니, 쉔리. 아스날 트레이닝 그라운드(Arsenal Training Ground. Bell Ln, London Colney, Shenley. Radlett AL2 1DR, England).
유럽의 5대 리그로 불리는 곳에 속한 클럽을 통틀어, 아스날은 지난여름 이적 시장 유일한 ‘즉시 전력감의 필드 플레이어 영입이 없는 클럽’이었다.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건설 후 눈에 띄게 떨어진 자금력과 최근 부진한 성적이 종합된 결과였다.
하나 부실했던 이적 시장으로 인한 우려에도 불구, 아스날은 7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EPL 1위에 올라 있다.
사람들은 이런 놀라운 반전의 원동력으로 기량이 만개한 알렉시스 산체스와 유럽 올타임 어시스트 기록을 세우고 있는 메수트 외질의 활약을 꼽았다.
외에도, 벵거볼을 향한 찬사 역시 빠지지 않았다.
“상대는 바이에른 뮌헨이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많은 점유율을 들고 가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거기에 굳이 대응하지 않겠다. 수비를 단단히 하고, 역습 위주의 전략으로 가겠다.”
“…….”
아르센 벵거가 비디오 분석을 시작하고, 아스날의 선수들은 눈앞의 화면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5/16 시즌을 포함한 최근 4년 동안, 아스날은 무려 세 번이나 챔피언스 리그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만났다.
하지만 그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유프 하인케스의 마지막 해였던 2012/13 시즌에는 1승 1패를 기록했으나 원정 골득실에서 밀려 16강 탈락을 했고, 이듬해 펩 과르디올라 부임 때에도 마찬가지로 16강에서 만나 1무 1패로 탈락을 경험했다.
아스날로선, 동기부여가 생길 만한 부분이다.
“가장 주의해야 할 선수는 아무래도 다온이다. 어떠한 포지션에서 뛸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는군. 공격진의 레반도프스키와 뮐러의 컨디션 역시 좋다. 특별한 선수를 신경 쓰기보다는, 팀 전체를 경계하는 게 옳다고 본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인 것과는 별개로,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줄곧 이변의 희생양이 된 아스날이다.
첫 번째 경기였던 디나모 자그레브 원정에서 1:2 패배를 안았고, 홈에서 펼쳐진 올림피아코스 경기 때도 수비진이 붕괴되며 충격적인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아스날의 탈락이 사실상 확정되었다며, 16강 진출은 하늘에 기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후 리그에서의 6연승으로 비난은 많이 잠재웠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 다시 패배한다면 지금까지의 상승세는 단숨에 꺾여 버릴 게 틀림없었다.
비디오 분석을 포함한 미팅이 끝난 이후, 아르센 벵거가 자신의 사단과 함께 감독실로 돌아왔다.
딸깍-
“후우~ 앞으로 48시간 동안 수고해 줘야 할 걸세. 왜냐하면 이번 경기가 어쩌면 올 시즌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야.”
“네.”
“그럼요. 물론입니다.”
닐 밴필드(Neil Banfield)와 스티브 볼드(Steve Bould)가 먼저 고개를 끄덕이고, 나고야 그램퍼스 시절부터 벵거와 함께해 혼 보로 프리모라츠(Boro Primorac)가 코치들에게 오후 일정을 확인 받는다.
그러는 동안 생각에 잠긴 벵거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제기랄.”
마침내 거기에서 깨어난 벵거가 홀로 남아 앉아 있는 프리모라츠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무래도 보이지 않아.”
“또 졌나?”
“그래. 이번에는 0:2였네.”
“……좋지 않군.”
“아주 나쁘지.”
많은 축구 감독들이 그러하듯, 벵거 역시 머릿속으로 다가올 경기를 상상하는 버릇이 있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경기는 매번 각기 다른 양상으로 진행이 되었고, 거기에서 나타난 결과는 실제와 얼추 비슷했다.
“뮌헨은 우리를 꼭 쥐고 있네.”
“무슨 뜻인가?”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거야. 산체스가 뮌헨을 상대로도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 똑같이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네. 물론 그걸 선수들에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아직 시즌 패배가 없는 바이에른 뮌헨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오른쪽 측면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다온과 필리프 람에다가 토마스 뮐러나 베르나르두 실바까지 오른쪽에 둘 수 있어, 공수 모든 부분에서 약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최근 김다온이 왼쪽 미드필드와 같은 위치에 들어서며 약간의 희망을 품어 보았지만, 하루 전 브레멘 경기에서는 다시 오른쪽 풀백으로 돌아와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태클 성공률(13/13)과 1:1 수비 성공률(8/8)에서 100%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분데스리가에서 단 두 번밖에 나오지 않은 위대한 업적이었다.
오직 1968/69시즌의 프란츠 베켄바워와 베켄바워 이전 서독 대표팀의 수비 리더로 이름을 알렸던 빌리 슐츠(Willi Schulz)만이 같은 기록을 남겼을 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중앙수비수였고, 측면 수비수로서 이를 기록한 것은 김다온이 최초다.
게다가 측면 공격의 비중이 늘어난 현대 축구에서, 풀백이 단 한 차례도 수비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휴우~ 어려운 시합이 될 걸세, 보로.”
“뭐, 안 그랬던 적이 있나?”
“후후후. 그 말이 맞네.”
“그래.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의 방식으로 여기까지 왔네.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네와는 어울리지 않군. 선수들이 알면 실망할 거야.“
“두려워해? 내가 말인가?”
“아닌가?”
보로의 의문에, 벵거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두려운 게 아닐세. 나는 그저 아쉬운 거야.”
“아쉬워? 뭐가 말인가?”
“우린 뮌헨보다 훨씬 더 일찍 다온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네. 하지만 클럽에서 돈을 쓰지 않겠다고 했어. 결국 그는 이듬해 몸값이 뛰었고, 그대로 뮌헨으로 가 버렸지.”
“나도 아는 이야기로군.”
“그렇지.”
바다 너머로부터 김다온에 관한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벵거는 항상 뭔가 모를 쓰라림을 느껴야만 했다.
분명 큰 값어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원석이 알고 보니 블루다이아몬드였고, 그것을 손에 쥘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게 이런 감정을 피어나게 한 이유였다.
“그래. 그냥 그것뿐이네.”
“정말 그게 단가?”
“하하, 자네도 나이가 들더니 의심만 늘어났군. 마냥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네, 보로. 그래서 내 고집을 꺾고 아까와 같은 이야기를 한 거니까.”
자신의 오랜 친구를 걱정시킨다는 생각에, 우울한 감정을 떨쳐버리기로 한 벵거가 다음 업무를 시작하기로 한다.
보로 프리모라츠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켜 줬고, 혼자가 된 벵거는 노트 위에 선수들의 이름을 써 내려가며 내일 발표할 선발 명단을 구상했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자원 중 가장 최선을 택해야만 했기에, 선발을 정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
슥- 슥- 슥-
“……바보같군.”
노트 한쪽에 김다온의 이름을 적어 보았던 아르센 벵거. 그는 그것 위에 펜을 몇 번 가로로 그어 보이곤, 팀의 오른쪽 풀백인 엑토르 베예린(Hector Bellerin)의 알파벳을 적어 내려갔다.
EPL 9라운드 기준 수비수 랭킹 2위에 올라 있는 약관의 풀백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선수로 손꼽히고 있다.
FC 바르셀로나를 거쳐 아스날의 유스를 경험한 베예린의 성장을 두고, 아스날의 관계자들은 이런 농담을 던지고는 했다.
[“다온보다 100배는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었지 않은가? 이게 바로 효율이라는 걸세. 와하하하하-”]그들 나름대로 비용 절약에 대한 뿌듯함이야 있었겠지만, 벵거는 한편으론 클럽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김다온은, 아스날이 품기엔 너무 큰 선수가 됐다.
“이러고도 빅 클럽이라니.”
조금씩 승리자의 이미지와 멀어져가고 있는 현실의 흐름 속에서, 오랜 시간 아스날의 감독으로 부임해 온 벵거는 스스로 작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3차전 사전인터뷰
-> 2015.10.19. 진행
1. 아르센 벵거
From. BBC(잉글랜드)
On.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할 수도 있다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우린 앞의 두 경기를 승리했어야 했고, 그것을 해내지 못한 탓에 스스로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On. 부담감은 없는지
“후우~ 모든 경기가 다 중요하고 모든 경기에서 균등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그것이 적당한 긴장감을 만들어 주기에, 나쁠 것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이런 경기일수록 승리만을 생각하며 뛰어야 한다고 본다. 패배한 상황이라든가 그 이후를 보게 되면, 경기는 더욱 어렵게 풀려나갈 것이다.”
From. Sky Sports U.K
On. 좋은 기세를 이어 나갈 수 있다고 보는지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우린 정말로 최근 리그에서 잘 해내고 있다. 산체스, 외질, 엑토르. 거기에 다른 선수들도 모두 자신의 몫을 100% 해내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가 더 좋은 팀이 되었다고 느낀다. 그것을 내일 경기에서도 보여 준다면, 충분히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From. Goal.com
On. 점유율 다툼을 벌일 셈인지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펩 과르디올라는 볼을 점유하는 방법을 아는 남자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경기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지만, 승리할 확률이 가장 높은 방향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From. 가디언(잉글랜드)
On. 산체스와 다온의 대결 구도
“내 생각에는 현시점, 산체스가 EPL 최고의 측면 공격수라고 본다. 다온은 훌륭한 선수지만, 최근 산체스의 실력이라면 그를 곤경에 빠트릴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
.
2. 펩 과르디올라
From. 키커(독일)
On. 알렉시스 산체스와 메수트 외질
“둘 다 훌륭한 선수들이다. 어떠한 팀에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선수들이라, 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막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잘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From. 쥐트도이체 차이퉁(독일)
On. 선발 명단의 구성에 대해
“중요한 경기라 많은 변화가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몇몇 변화는 있을 것이고, 그것은 팀의 내일 전술과 선수들의 컨디션을 종합한 결과다. 명단은 내일 확인 가능할 것이다.
From. 빌트(독일)
On. 최근 아스날에 대한 감상은
“그들이 레스터를 2:5로 박살 내는 것과 맨유를 3:0으로 제압하는 것을 봤다. 시즌 전체를 통틀어서도 굉장히 빠른 축구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체스와 월콧 또 아스날의 오른쪽 풀백도 달릴 줄을 알더라.”
From. ESPN(미국)
On. 지난 경기 다온의 100% 수비
“정말이지, 놀라웠다. 현재 그 스스로도 좋은 컨디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기가 끝나고 다온에게 다가가 매일 밤 이런 수비를 한다면 발롱도르를 10번이라도 탈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줬다. (웃음)”
On. 다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라고 생각하나
“확실하게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빠른 것이 맞다. 이건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선수로 뛰었을 때를 포함한 것이다. 아스날의 오른쪽 풀백이 빠르다고 하지만, 다온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
2015년 10월 19일. 프랑스 상공(Over France).
뮌헨에서 런던까지는 2시간이면 충분했고, 어느덧 비행도 절반 이상이 흘렀다.
본래는 오래 전에 런던에 도착을 했어야 했지만, 오전 갑자기 런던에 강풍과 뇌우가 몰아쳐서 안전상의 이유로 일정이 반나절 정도 연기되었다.
그래서 기자 회견도 급하게 클럽하우스에서 치러졌던 것이다. 사비에게 듣기론 평소의 절반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다들 하루 앞서 런던으로 떠난 까닭에, 빠르게 기자를 파견할 수 있는 미디어만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이거.”
“으윽-! 진짜?”
“그렇지!! 바로 이거야!!”
“으아악- 대체 어떻게 알았는데?”
“당연히 네 표정 때문이지. 그렇게 못 감춰서 되겠어?”
“이런! 그렇게 티가 났어?”
억울해하는 토마스 뮐러가 주변을 돌아보며 물었지만, 사실은 순전 운으로 도둑 카드를 피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전용기 탑승 전에 이미 낮잠까지 충분히 자 두었던 우리는, 두 시간의 짧은 비행을 취미 생활과 카드 게임과 같은 여흥으로 보내는 중이었다.
딱-!!
“윽-!”
내게 딱밤을 얻어 맞은 뮐러가 이마에다 손을 얹으며 괴로워하고, 다시 하자는 녀석에게 이번에는 티아고가 조금 다른 게임을 제안한다.
때마침 조금 질리려고 했던 순간이라, 난 그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인디언포커. 알지?”
“그럼, 물론이지.”
“좋아. 그럼 섞는다?”
빨간색 다이아몬드가 그려진 카드만을 골라난 티아고가 셔플을 시작하고, 간이 테이블 위에 흩뿌려진 네모난 카드를 우리는 신중하게 골랐다.
가장 벌칙을 많이 받은 이는 딱밤 외에도 음료수를 돌려야 했기에, 꽤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는 중이었다.
“이거 할래-!”
탁-!
탁-!
각자의 이마에 카드가 붙고, 재빨리 주변 친구들의 패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블러핑(Bluffing)에 들어갔다.
현재 가장 높은 패는 토마스 뮐러의 J였는데, 티아고는 3이었고 베르나르두는 5라서 상대적으로 신경이 덜 쓰였다. 중요한 건 내 카드인데, 일단 반응을 조금 떠봐야겠다.
“얼른 죽어, 토마스. 지금 죽는 게 나아.”
“이 패로는 죽을 수 없지.”
“그러는 너야말로 어때? 응?”
“베르나르두. 내가 아까도 말했잖아. 너는 연기 정말 엄청나게 못한다니까? 애인은 포르투갈 최고의 배우로 두었으면서, 정말 그러기야?”
나의 타박에 베르나르두가 인상을 팍 찌푸렸고, 낄낄거린 나는 이번엔 티아고를 바라봤다.
그는 나를 쳐다보던 중이었고, 바로 다음으로 정면 아래에다 시선을 두었다.
‘눈치챘으~ 나 좋은 패잖아?’
만약 내 패가 나빴다면, 티아고는 처음에 확인을 한 후에 나를 전혀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나 지금은 베르나르두에게 시선이 갔어야 했을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티아고는 내 이마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중이었고, 지금은 뮐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어색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저게 연기라면, 티아고는 직업을 잘못 고른 것이다.
배우가 됐어야 할 테니까.
티아고가 내게 준 힌트로 미루어 보건데, 이제 남은 것은 뮐러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 녀석도 좋은 패를 쥔 것을 아는지, 꽤 당당한 모습이다.
일단, 다음 반응을 끄집어 내야 되겠다.
“좋아, 그럼. 아무도 안 죽을 거야?”
“…….”
“…….”
“큭큭큭. 배짱을 부리려고?”
“오- 그럼, 물론이지 토마스.”
“…….”
특유의 생글거리는 얼굴로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뮐러의 얼굴에서, 내가 어떤 패를 쥐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티아고와 베르나르두가 먼저 패배를 선언했다. 이제 둘은 벌점이 하나씩 추가됐고, 이 승부에서 진 사람은 딱밤과 벌점 두 개를 떠안아야 한다.
참고로 지금까지 쌓인 벌점은 내가 셋. 티아고와 베르나르두가 둘. 그리고 토마스 뮐러가 다섯이다.
시간상 이번이 마지막 판이 될 것 같은데, 만약 여기에서 내가 패배하게 되면 뮐러와 동점으로 다시 승부를 가려야 하고 내가 승리하면 그걸로 게임이 끝난다.
그것을 잘 알기에 배짱을 부리는 것이라, 뮐러는 지금 필사적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좋아, 그럼. 필살기를 써 볼까?’
그냥 이대로 패를 까고 승부를 본다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어떠한 방식으로든 패를 알아내는 것이 재미있어 계속 대치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또 마지막 승부라는 점에서도, 이런 식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좋았다.
“이봐, 토마스.”
“왜? 이제 패를 깔까?”
“아니, 그것 말고. 우리 협상할까?”
“협상?”
“응.”
협상이라는 말에 솔깃해하는 뮐러를 보며 어느 정도 확신을 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확인이 필요했다.
“내가 지면 우리 동점이잖아.”
“그렇지.”
“그냥 내가 포기할 테니까, 딱밤은 맞지 않기로 하고 음료값을 반반씩 지불하는 건 어때? 나쁘지 않잖아? 응?”
사실 정상적이라면, 내가 이런 제안을 할 이유는 없었다. 설사 이번에 진다고 해도 패배하는 게 아니기에, 그냥 승부를 보고 다음을 기약하는 게 나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쫓기는 쪽에서는 내 제안이 달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선수단만이 아니라, 원정에 동행한 이들 전체의 음료값을 내는 거라 비용이 상당할 거라는 점도 뮐러에게는 솔깃한 말일 것이다.
물론 여기엔 어디까지나, 내 패가 뮐러보다 높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그, 그럴까?”
“잡았다-!!”
유혹을 이기지 못한 뮐러가 내 패가 높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저지르고야 만다.
그는 제안을 받아들이려 했고, 재빨리 그것을 거부해 버린 나는 패를 까겠다고 외치며 이마에 가져다 댄 손을 테이블 위로 내려 놓았다.
탁-!
놀랍게도 조금 전까지 내 이마에 붙어 있던 것은 에이스 카드였고, 두 손을 불끈 쥐며 만세를 한 나는 뮐러를 뺀 나머지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마지막 순간에 튀어나온 뮐러의 진심에 웃음이 터져 버린 티아고와 베르나르두는 배를 쥐고 눈물을 닦고 있었다.
“비, 빌어먹을.”
“Na, 토마스. 당연히 내가 협상을 할 이유가 없잖아. 협상을 할 거면 비기고 나서 해도 되는 거고 말이야. 안 그래?”
“너-! 비겁해-!”
“비겁? 하-! 이건 똑똑하다고 하는 거야.”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동료들과 사람들에게, 런던에서 뮐러가 음료를 쏠 것임을 알렸다.
그러자 작은 환호성과 박수가 기내에서 울려 퍼졌고, 허탈해하며 의자에 몸을 파묻은 뮐러는 반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런 뮐러의 어깨를 토닥여 준 나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을 한마디를 남긴 채 자리로 돌아갔다.
“좋은 승부였어, 토마스. 넌 어려운 상대였다고.”
“…….”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재미가 이렇게 쏠쏠할 줄은 미처 몰랐다.
띵-
그리고 때마침 기내에서 알림음이 들려왔고, 뒤이어 전용기를 운전하는 기장님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저희는 이제 조금 뒤 런던에 도착…….”】
자리에 앉아 창밖으로 확인한 하늘 아래, 새하얀 구름 사이로 모습을 비춘 도시의 전경이 보였다.
월드컵 예선과 평가전 그리고 분데스리가 경기에 이은 나의 다음 여정은, 아스날 FC와 치르는 2015/16 챔피언스 리그 조별경기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