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33)
531화 Was kommt als nachstes (12)
2015년 10월 20일. 런던 N7 AJ, 잉글랜드. 혼지 로드.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경기 시작 1시간 전
아스날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3-3/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페트르 체흐
RB ? 김다온 / RB ? 엑토르 베예린
CB ? 제롬 보아텡 / CB ? 페어 메르테자커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로랑 코시엘니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나초 몬레알
DM ? 사비 알로소 / CM ? 산티 카소를라
CM ? 티아고 / CM ? 프랑시스 코클랭
CM ? 베르나르두 실바 / RAM ? 아론 램지
RW ? 토마스 뮐러 / CAM ? 메수트 외질
LW ? 더글라스 코스타 / LAM ? 알렉시스 산체스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시오 월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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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바르셀로나를 떠나 아스날로 이적한 알렉시스 산체스는 이적 합류 첫해인 2014/15 시즌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고, 올 시즌에도 그 기세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메수트 외질과 더불어 지난 5년 아스날이 추진한 이적 중에서 최고였다는 찬사를 들으며, EPL 전체를 대표하는 윙 포워드로 발돋움해 나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이 경기는, 잉글랜드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현시점 EPL 최고의 왼쪽 윙어라 부를 수 있는 알렉시스 산체스가, 분데스리가 최고의 오른쪽 풀백을 상대로 어떤 결과를 만들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이봐. 저거, 베이커 아니야?”
“허-! 정말이잖아? 그가 맞아.”
‘HITC 스포츠’의 마크 레이놀즈(Mark Reynols)가, 레녹스 베이커를 발견하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느닷없이 독일 ‘빌트’로 이직하며 잉글랜드를 떠났을 때, 이를 두고 관계자들 사이에서 꽤나 많은 말들이 있었다. 워낙 비밀스러웠던 남자인지라, 다양한 추측이 돌았던 것이다.
심지어 그것을 가지고 내기도 걸려 있었다.
EPL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자주 드나드는 런던의 한 펍에는, 판돈을 모아 둔 유리병이 존재했다.
“자네는 어디에 걸었었지?”
“여자. 자넨? 도박? 성적 정체성?”
“상사가 기사를 가져갔다는 것에 걸었지.”
“큭큭, 돈을 휴지통에 버렸군.”
레녹스 베이커의 등장에 일부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사이, 주목받고 있는 주인공은 보기 드문 밝은 얼굴로 한 남성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존-!”
“응? 오, 레녹스! 하핫-! 어쩐 일인가?”
“취재죠. 잘 지냈어요?”
“물론이지. 옆에 앉게. 이런, 세상에나.”
늘 주변으로부터 사교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 베이커지만, 그에겐 누구보다 깊은 교류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데일리 미러’의 소속 기자 중, 가장 인정받는 존 크로스(John Cross)도 그중에 한 사람이다.
현재는 미러의 차기 ‘Chief Football Writer’로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가 연재하는 칼럼과 TV 방송에서 패널로 나와 하는 이야기들은 축구 팬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특히 스스로를 열렬한 구너(Gooner)로 설명하는 사람답게, 아스날과 관련된 소식은 누구보다 정확했다.
“자네가 올 거라고 생각을 했었지.”
“하하, 정말인가요?”
“그래. 그래서 이렇게 옆자리를 비워 뒀지 않나. 자네가 처음 독일로 가겠다고 했을 때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어. 나 역시 어디 머저리들이 하는 말에 혹할 정도였으니까?”
존 크로스는 현재, 레녹스 베이커가 독일로 향한 이유를 아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이유를 들었을 때에도 난 자네가 반쯤 미쳤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야. 허-! 결국 이번에도 자네가 옳았더군.”
“과찬이네요, 존. 일단 이거나 좀 받으세요.”
“응? 뭔가?”
“곧 있으면 부인분의 생일이죠? 비싼 건 아니지만, 독일에서 직접 가져온 거예요.”
“이런, 세상에! 레녹스! 정말 고마워. 생각지도 못했어.”
“그러실 것까지야. 정말 별것 아닌걸요.”
“그 마음 씀씀이가 중요한 거지. 안 그런가?”
윙크를 찡긋 보내오는 존 크로스의 모습에, 레녹스 베이커가 다시 한번 환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자네가 그런 표정을 여자들 앞에서도 보일 줄 알았다면 진즉에 연애를 했을 걸세.”
“또 그 소립니까?”
“큭큭, 난 진심이야-! 왜 전에 말했던 내 사촌 있지 않은가? 여전히 생각이 없나?”
“Nope.”
“이런-!”
모처럼의 재회에 회포를 불던 두 사람.
그들은 곧 프로가 된다.
“그래서? 뭐 재미있는 소식은?”
“두 가지 정도요.”
“응? 뭐지?”
“과르디올라와 다온이 뮌헨과 재계약을 하고 있지 않아요. 심지어 그에 관한 뉴스조차 올라오지 않고 있죠.”
“잔여 계약은?”
“펩은 9개월, 그리고 다온은 2년 9개월이 남았네요.”
“흐음- 그거 이상하군.”
“그렇죠?”
“그래.”
세상의 모든 축구 감독들이 가장 싫어하는 순간은, 계약 기간이 문제가 되어 자신의 권위가 꺾여 버리는 것이었다.
많은 축구 선수들은 미래의 입지가 불안한 감독에게 충성하는 것을 꺼려 하고, 오직 충분한 계약 기간이 보장되었을 때에만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반년, 길어야 1년 정도 함께할 감독에게 굳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피치 위에서 100%를 다하는 것과는 별개로, 감독의 철학과 전술을 펼치는 것에 어려움을 가져온다.
그래서 99%의 감독들은 3년 계약 이후, 2년씩 연장을 해 꾸준히 3년의 임기를 보장받는 경우를 가장 선호하고 있다. 최소 2년이라도 말이다.
특히 펩 과르디올라 정도 되는 남자라면, 바이에른 뮌헨이 어떠한 식으로든 재계약 협상을 이어 가야 하는 게 옳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지난여름 이적 시장 기간, 과르디올라의 재계약 소식이 오피셜로 떴어야 한다.
“펩과 뮌헨 사이에 문제가 있나?”
“제가 알기론 사소한 것들 몇 개요.”
“흐음~ 그거야 누구나 다 그렇지.”
“네. 그래서 말인데요, 존.”
“응?”
“몇 달 전에 나온 뉴스를 기억해요? 풋볼 위스퍼스라는 블로그였는데, 가디언에서 기사를 실어 날랐다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지웠던 적이 있었죠.”
“아- 기억나네.”
2015년 7월, 수많은 루머를 양산해 내는 블로그 ‘Football Whispers’에 펩 과르디올라가 뮌헨을 떠나 맨체스터 시티로 향할 거라는 주장이 올라왔다.
그 근거는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수뇌부가 펩 과르디올라와 끈끈한 친분을 가진 인물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블로그는 과르디올라가 만수르와 두 차례 미국에서 만남을 가졌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당시 만수르는 아부다비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조작된 스케줄이라면 어떨까?
“확인해 보니까, 타임즈에서 시티 풋볼 그룹에 전화로 스케줄을 물었던 것 같더라고요.”
“……확실한 근거는 없군.”
“네. 바로 그거죠.”
뒤이어 레녹스 베이커는 김다온의 계약 부분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잔여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말이 없는 펩 과르디올라의 경우와는 달리, 김다온의 재계약 여부는 현재 독일 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줄어드는 2016년 7월부터는 클럽이 아닌 선수가 이적의 주도권을 쥐게 되기에, 뮌헨의 팬들은 하루라도 빨리 재계약을 바라는 것 같았다.
한데 이에 관해서도 외부에서만 이야기가 무성할 뿐, 정작 중요한 이들로부터의 코멘트는 없었다.
“여기에서부터는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듣겠네.”
“어쩌면 맨체스터 시티가 펩과 다온을 전부 데려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듯하군. 계속해 보게.”
“네.”
보통 클럽 핵심 선수의 잔여 계약 기간이 2년 이하로 줄어들게 되면, 관계자들은 이를 ‘시한폭탄(Time Bomb)이 켜졌다.’고 표현했다.
이는 분명한 불협화음의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선수 역시 잔여 계약을 3년 이상 남겨 두는 것으로 직업적 안정감을 찾고, 이를 통해 클럽에 대한 충성심이라든가 동기부여를 고취시킨다.
그리고 클럽 역시 이적에 관한 돌발변수를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최소 3년 이상 잔여기간을 남겨 두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30대의 경우 1년 단위의 계약 연장으로 잔여기간을 2년으로 맞추는 것이 보통이지만, 젊은 선수라면 3년 혹은 4년을 남겨 두는 게 일종의 관례였다.
그래서 클럽은 잔여 계약 기간이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드는 시기에 맞춰 재계약을 추진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재계약 협상이 없는 상황이라면. 더구나 그 대상이 김다온과 같은 의심할 여지 없는 월드클래스 수비수라면, 이는 분명한 이상 신호였다.
“뮌헨은 이미 토니를 잃었어요.”
“그렇지.”
“네. 또 바스티도 떠나보냈죠. 뮌헨 정도 되는 클럽이 이런 중요한 선수들을 허무하게 놓쳐 버리는 건, 그들의 명예와 관련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들에겐…….”
“목숨만큼이나 중요하지.”
“……네.”
레녹스 베이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 존 크로스는 이것이 특종이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자신에게 이야기를 해 온 것인지도 말이다.
독일에서 머무는 베이커는 잉글랜드 내의 정보 획득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유형이 아닌지라, 이렇다 할 정보원이 존재하는 것 역시도 아니었다.
즉.
“협력하자는 거로군.”
“뮌헨 내부의 사정은 제가 조사할게요. 대신 당신은 맨체스터 시티 쪽의 정보를 모아 줘요.”
“발표는?”
“그거야, 그때 가서 정하죠.”
“그러지.”
“네.”
“…….”
고개를 끄덕인 베이커가 경기장의 스케치를 시작하는 동안,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존 크로스가 질문을 던진다.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올 셈인가?”
“만약 다온이 EPL로 향한다면 그렇겠죠.”
“어디로 갈 셈인가?”
“글쎄요. 당장 움직일 것도 아니니까요.”
“데일리 미러는 어떤가? 자네라면 꽤 높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을 거야. 내가 직접 추천장을 써 주지.”
“하하, 기억해 둘게요. 고마워요.”
“농담이 아닐세. 난 진심이야.”
“네. 저도 진심이에요.”
푸근한 미소와 함께 대답하는 레녹스 베이커를 보며, 존 크로스는 이런 생각을 했다.
레녹스 베이커가 ‘빌트’를 떠나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오겠다고 한다면, 거의 모든 미디어가 이 남자를 영입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그리고 그때 레녹스 베이커의 선택지는 돈이 아닌, 얼마나 자유로이 김다온을 취재하느냐에 있을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흐음- 대단한 녀석인 것은 알지만…….’
고개를 돌린 존 크로스가 몸을 풀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을 바라본다.
팬심을 담아 아스날의 승리를 바라고 있는 그였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 줘야만 했다.
아니, 최근 몇 년 중 최고여야 한다.
‘세계 최고의 팀이라…….’
비록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FC 바르셀로나에 원정 골득실에서 뒤지면서 탈락을 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현시점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다온은, 동양인의 한계를 가볍게 비웃으며 나날이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고작 21살하고 10개월의 나이에, 지금까지 존재해 온 어떠한 아시아의 선수보다 우수한 커리어를 손에 쥐었다.
이미 대한민국은 온통 그의 사진과 광고 영상으로 도배되고 있고, ‘아디다스’는 매우 이례적으로 2016년 상반기 유럽 전역에 방송될 광고 메인 모델로 김다온을 지정했다.
패션모델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인이 유럽 전역 광고의 메인 모델이 된 것이다.
꽤 상징적인 의미가 담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미있군.’
스스로를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게 된 행운아.’로 묘사해 왔던 존 크로스.
그는 오늘의 경기를 언제나처럼 팬의 입장에서 지켜보기로 결정한다.
***
.전반 00분
아스날 0 : 0 바이에른 뮌헨
지난주 한국에 있었을 때, ‘아디다스 코리아’로부터 축구화 세 켤레를 선물받았었다.
모델은 현재 신는 것과 같지만, 디자인이 조금 달랐다.
정면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세로로 반을 갈라, 태극 문양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칠해져 있는 것이다.
뒤꿈치 쪽에는 뮌헨과 대표팀에서 사용하는 등번호인 02와 내 이름을 영어로 쓴 da-On이 새겨져 있고, 축구화의 바깥 부분엔 각기 다른 메시지가 적혀졌다.
왼쪽은 번개를 뜻하는 ‘Thunder’가 또 오른쪽에는 내가 특히 마음에 들어 했던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I`m Next.’
서울에서 만났던 아디다스 코리아의 이사님은 뒤에 ‘Top’이라는 문구가 숨겨져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축구화에 새겨진 세 종류의 알파벳 중 TOP만 대문자로 적혀졌다.
‘Thunder’의 T.
‘da-On’의 O.
그리고.
삐?익!!
오른쪽 발등에 새겨진 ‘Power’의 P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개를 합쳐, TOP가 되는 거다.
유치하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
“내가 가-!”
메수트 외질이 알렉시스 산체스에게 패스를 보내왔고, 나는 피치 오른쪽 측면에서 처음으로 ‘칠레의 원더보이’와 대치를 이뤘다.
이는 내가 그냥 가져다 붙인 게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산체스를 부르는 말이 ‘칠레의 원더보이’다.
El Nino Maravilla.
‘나는 이미 거기에서 졸업했거든?’
지난 시즌부터 조금씩, 나를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던 것 같다. 정확히는 골든 보이를 수상한 뒤부터인데, 요즘은 그냥 내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내게 ‘원더보이’는 이미 거쳐 간 것이라서, 아직 거기에 머물러 있는 산체스는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EPL에서 꽤나 날리고야 있다지만, ‘소년(Boy)’은 집에 가서 발이나 닦고 일찍 잠을 자라 말하고 싶다.
탁-
“큽-!”
사이드라인 방향으로 보디페인팅을 준 산체스가 안쪽으로 드리블을 시도하지만, 애초부터 난 치고 달리는 방식은 신경 쓰고 있지도 않았다.
애초부터 속도 싸움에서는 내가 월등했던 데다가, 산체스가 위협적이게 바뀌는 건 박스 주변으로 향할 때지 사이드라인에 머물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래부터 압박하는 수비에 강한 타입도 아니다.
속도를 살려 드리블을 해 가며 후퇴하는 수비수를 상대하는 것은 능하지만, 오히려 상대가 강하게 맞부딪히면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볼을 내어 준다.
‘이게 분석이란 거다, 인마.’
볼을 빼앗기고 즉각적인 압박을 가해 오는 산체스를 오른팔 하나로 밀어내며, 난 전방의 티아고에게 패스를 보냈다.
파앙-
그런데.
탁-!
‘어?’
패스를 보낸 직후 왼발에 걷어차이는 느낌이 왔고, 몸이 살짝 떠오르더니 시계가 갑자기 급격히 위로 올라갔다.
곧이어 엉덩이부터 지면에 맞닿으며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고, 반사적으로 낙법을 했던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산체스를 찾아 움직였다.
명백히 이것은 고의적인 발길질이었고, 그래서 난 산체스에게 삿대질을 하며 이렇게 외쳤다.
[Chinga tu marde!! 지금 날 걷어찬 거야? 앙?] [?!!] [왜? 스페인어로 말해서 놀랐냐? 더한 것도 해 줘? 병신 새끼!] [……헤-이!]의외로 내가 거칠게 반응을 하자, 슬쩍 놀라 뒤로 물러난 산체스가 주심을 돌아보며 오히려 어필을 시작했다.
전형적인 ‘약자한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타입이라는 뜻이었는데, 이런 유형의 인간은 덴마크에 있을 때부터 질리도록 봐 왔었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자신들보다 수준이 낮다는 저열한 인식이 박힌 인간들이 무척 많은데, 그럴 때마다 나는 정말 그런지를 시험해 보라고 행동하곤 했다.
[니미 똥이다, 이 새끼야! 나 지금 X나게 빡쳤다고! Vete a la verga-!! 한 번만 더 그 짓 해 봐?! 알겠어?!]나를 외면한 채 오직 주심만을 바라보며 억울해하는 산체스에게 욕설을 몇 번 더 날려 준 나는, 말리러 온 동료들을 못 이긴 척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 내 왼쪽 축구화의 안쪽엔, 걷어차인 선명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에이, 축구화 새건데, 진짜.’
물론 항상 새것을 신고 뛰기는 하지만, 말했듯 이 디자인의 축구화는 단 세 개뿐이다.
{“Boooo-!!!”}
{“어디서 성질이야?!?!”}
{“노란 원숭이 자식! 동물원으로 다시 보내 줄까?”}
아스날의 팬들은 이런 나의 행동에 당연히 야유를 보내오고 있었다. 아마 80% 이상이 인종이나 나의 가족과 관련된 욕일 건데, 여기에도 이미 익숙해졌다.
벨기에, 이탈리아, 잉글랜드.
이 세 개의 나라는 내가 경험해 본 가장 인종차별이 심한 국가들이라서, 이런 일은 매우 흔한 케이스다.
삐?익!
상황을 진정시킨 주심이 다시 경기를 재개하고, 한 번 더 축구화를 살폈던 나는 측면으로 움직여 볼을 받았다.
그러자 이전 포제션에서는 압박을 가해 왔던 알렉시스 산체스가 라인을 조절하는 척 옆을 보며 손짓을 하는 장면이 보였다. 저것 역시 나를 회피하려는 행동이다.
아마도 분명 나름의 분을 삼키면서 축구로 갚아주겠다는 둥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건데, 그것마저 안 됐을 땐 어찌 될지 지켜보겠다.
‘Pendejo(병신).’
다리 사이의 물건은 집에다 두고 왔느냐고 쏘아붙여 주고 싶었지만, 그러는 것조차 아까웠던 나는 전방을 바라보다 그대로 롱패스를 보냈다.
축구공은 정확히 레비의 머리로 향했고 뒤로 파고든 뮐러에게까지 이어졌지만, 아쉽게도 부심은 깃발을 들어 올렸다.
오프사이드.
삐?익!
.
(저메인 제나스) – BT Sports 해설위원
“바로 저런 부분입니다. 저 친구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아시아 출신과는 모든 면이 달라요. 무척 감정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죠. 굉장한 에너지를 보유했습니다. 누구를 상대로도 위축되지 않아요. 수비수로선 무척 중요한 덕목이죠.”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알렉시스 산체스. 전반 3분이 채 되기 전부터 크게 당황하고 맙니다. 주목받는 대결이었는데, 초반부터 달아오르는군요. 남은 시간이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기대됩니다.”
(저메인 제나스)
“분명한 건, 아스날 합류 후 산체스가 만난 수비수들 중 최고로 어려운 상대라는 점입니다. 다온을 상대로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그 자신의 대한 평가와 오늘 아스날의 결과가 달라질 겁니다.”
***
작가의 말 ? 신경치료 받고 왔습니다. ㅜ
지인이 일단 본인 병원에서 검사만 받아 보라고 해서 갔다가 속아서(?) 왔습니다. ㅜ
오늘 부족한 한편은 일요일 업로드하겠습니다. ㅜ
.
.
의사 쌤 : OO씨 아~ 한 번 해 봐요.
본인 : 아, 저 진짜 치과 무서운데
의사 쌤 : 그냥~ 치료가 필요한지만 보려는 거니까. 무서워하지 마시고 아~ 한 번 해 봐요.
본인 : 아~
(검사 도중)
의사 쌤 : 음~ 충치가 조금 있다. 이거 되게 간단한 거니까, 지금 그냥 바로 해 줄게요.
본인 : 이여 히여히효 아히헤혀(이거 신경 치료 아니에요)?
의사 쌤 : 간단하게 끝나는 거니까. 금방 해요.
본인 : 어…
의사 쌤 : 준비합시다.
본인 : 어여여. 햐까 햐까(잠깐 잠깐).
…
네.
통증은 크게 없습니다만, 치과 트라우마가 큰 바보 같은 저라서… 종일 멘붕인 상태였다가 밤부터 글을 작업해서 6월 10일 오전 12시 51분인 현재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금토는 2편이고. 목요일 오늘 분량 하나 부족한 건 일욜에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
독자님들도 위험하시다면 돈까스를 외치세요.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