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34)
532화 Was kommt als nachstes (13)
비달은 알렉시스 산체스가 알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이트클럽보다는 홀로 산책을 하는 것을 선호하며, 좀처럼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그와 동시에 산체스가 무척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이로 인해 약간의 고집 같은 것도 존재한다고도 말해 주었다.
이는 내게 계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강하게 붙잡았던 이유였다.
발을 걷어차인 이후로 나는 계속해서 산체스를 매도했고, 처음엔 참아 넘기던 그도 결국에는 발끈해 버렸다.
[넌 대체 뭐가 문제야? 앙?] [뭐가 문제냐고? 네가 빌어먹을 인간인 게 문제야!] [미친 새끼! 내가 살았던 곳에서 너 같은 녀석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어! 그거 알아?] [내가 그걸 무서워할 줄 알고? 앙?] [그래, 그래. 계속 그렇게 씨불여 봐.] [그럴 거거든!].
.
.전반 17분
아스날 0 : 0 바이에른 뮌헨
또 한 차례 펼쳐진 신경전이 끝난 후, 말리기 위해서 온 티아고가 무슨 일인 것이냐고 말을 했다. 이런 행동은 나답지 않다며, 조금 진정하는 게 좋겠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난 이렇게 답했다.
“내 연기가 좋았나 보네.”
“제발 그러지 말…… 뭐라고?”
“후우~ 대답해 봐, Amigo. 네가 볼 때에는 지금 내가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여?”
“……이게 전부 다 연기라고?”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 의도한 게 맞아.”
“왜?”
알렉시스 산체스는 매우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다.
달리 말해, 자신의 세계관이 뚜렷하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그러하듯, 산체스에게도 오기와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오기는 아마도.
“그럼 패스를 안 할 테니까.”
“뭐?”
“들었잖아. 저 녀석은 지금 내게 갚아주고 싶어서 못 견딜 지경일 거야. 어떻게든 날 제압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거리겠지. 그럼 그 방법이 뭐겠어? 둘 중 하나야. 1:1에서 나를 꺾는 것과 아니면 아까처럼 나를 걷어차는 거야.”
어떠한 쪽이던, 우리에겐 도움이 된다.
알렉시스 산체스는 아스날의 유일한 크랙(Crack)이지만, 이 남자는 속도와 리듬감을 살려 나가는 상황에 장점이 있지 대놓고 1:1을 펼치는 것은 생각만큼 대단하진 않다.
그렇기에 산체스가 화를 내면 낼수록, 그는 자신의 세계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내게 본보기를 보여 주고자 일단 축구공을 발밑에 놓아둘 확률이 많다.
이 말은 아스날의 공격 흐름이 산체스의 앞에서 멈춘다는 의미였고, 그렇게 되면 외질 역시 영향을 받는다.
“하-! 후자라면?”
“더 좋지, 뭐. 저 녀석에게 최소 경고 카드를 쥐여 줄 수는 있을 거야.”
“미친놈.”
“그거 칭찬이지? 고마워.”
괜한 걱정을 했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 티아고에게, 나는 씨익 웃으면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후우~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아.’
착각일 수도 있지만, 아스날의 공격 속도는 분명 느려졌다.
조금 전에도 산체스에게 패스를 보낸 외질이 위협적인 공간으로 뛰어들었지만, 산체스는 1:1을 시도했고 결국 볼을 빼앗기게 되자 분명한 짜증을 나타냈었다.
볼을 빼앗기자마자 내 유니폼을 잡아당겨 파울을 범한 산체스도 이번 신경전으로 화를 냈으니, 어떻게 보면 두 명을 동시에 화내도록 만든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는 없다.
난 조금 더 해 볼 생각이다.
[패?스!!!]어느 때보다도 큰 목소리로 산체스가 패스를 요구하자, 프란시스 코클랭이 홀린 것처럼 축구공을 보내왔다.
사이드라인을 등진 산체스는 패스를 받는 즉시 나를 쳐다봤고, 이후엔 시선을 내 다리가 있는 곳에 고정해 두며 드리블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다.
만약 패스가 그의 선택지에 있었다면, 시선을 내리기 전에 피치를 바라보는 행동을 했을 거다.
다시 만들어진 1:1 상황.
[알렉시스-!!] [패스를 해!]주변에서 패스를 요하는 아스날 선수들의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산체스는 귀를 닫아 버린 듯 요지부동이었다.
‘어서. 이제 네 선택지는 하나잖아.’
줄곧 산체스는 나를 상대로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파고들어 움직이려고 했다. 단 한 번도, 사이드라인 쪽을 드리블의 방향으로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더욱 기다리고 있다.
왜냐하면 그게, 최후의 보루기 때문이다.
산체스가 애초부터 사이드라인 방향을 옵션에서 제외해 두었던 건, 그쪽으로 볼을 보내었을 때 속도와 힘을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서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나와의 1:1 대결을 이겨 내지 못했다. 따라서 난, 이런 가정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쯤 산체스의 머릿속에서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에 관한 의문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가장 처음 사이드라인 방향을 배제해 둔 이유 역시 퇴색되었을 수 있고,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어쩌면 내가 잘못 판단했던 건 아닐까?
그래. 내가 실수한 게 맞아.
그러니 다른 걸 해 보자.
툭-
‘왔어-!’
이번엔 오른쪽으로 보디페인팅을 준 산체스가 사이드라인 방향으로 축구공을 차 넣었고, 기다려왔던 순간에 뛸 듯이 기뻤던 나는 슬쩍 비킨 후에 몸을 돌려세웠다.
보통 이러한 수비 상황에서 풀백은 공격수의 진로를 가로막아, 대치 상황에서 오는 불리함을 이겨 내려고 한다.
일단 공격수를 한 번 멈칫하게 만들어야, 몸을 돌리는 과정에서 오는 차이를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비켜서기로 한 이유는, 이렇게 했을 때 산체스에게 더욱 심리적인 데미지가 가해진다는 것을 알아서였다.
물론 그 전에.
‘넌 안 돼.’
산체스와의 1:1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브레멘 원정 때에도 말했지만, 요즘 들어 나는 정말 좋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 아픈 곳도 전혀 없고, 몸은 날아갈 듯이 가벼웠다.
처음에는 나보다 몇 발을 앞서 나갔던 산체스지만, 두 번째 드리블이 시작되었을 때 승패는 갈라졌다.
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팔을 뻗어 제동을 걸었을 때 산체스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으아아아아-!!]괴성에 가까웠던 그의 외침은 얼핏 제동을 이겨 내려는 의지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가벼워진 내 팔은 산체스가 발을 멈췄음을 내게 알려 주었다.
심지어 그는 볼을 가로챈 나를 다시 압박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머리를 강하게 양손으로 두드리며 자책이 분명한 문장들을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저런 행동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분명한 데미지가 들어갔다는 뜻이니까.
이제 산체스는 나를 상대로 1:1을 함에 있어,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판단하지 못할 것이다.
‘휴우~ 잘했어, 다온아.’
전반 22분이 흐르고 있는 지금, 난 목표한 바를 정확히 해낸 스스로에게 칭찬을 보냈다.
***
.전반 30분
아스날 0 : 0 바이에른 뮌헨
전반 25분이 넘어가면서, 경기의 흐름은 온전히 바이에른 뮌헨에게 쥐어졌다.
거의 8:2에 가까운 볼 점유율 차이를 만들며 아스날의 선수 전원을 하프라인 아래로 끌어 내렸고, 최근 5분 동안 두 차례의 유효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스코어는 여전히 0:0이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경기의 양상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었다.
“후후후후.”
사실 오늘과 같은 전개는 축구에서 그리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수비수가 상대 공격의 핵심 자원을 전반 25분 만에 무장 해제시키면서, 결국 거기에서 굴러간 나비효과가 여기까지 이끌었기 때문이다.
“…….”
몸을 살짝 옆으로 돌린 펩 과르디올라가 고민에 빠져 있는 아르센 벵거를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할까?’
만약 자신의 이런 경기에서 적장의 입장이었다면,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보통 이럴 땐,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사실상 가장 좋은 방법은 알렉시스 산체스에게 냉정을 되찾아 주는 것이었지만, 이런 경우는 알렉스 퍼거슨이라고 해도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차선은 하프타임 때 산체스를 교체하거나 포지션을 옮기는 것인데, 그것 역시 함부로 할 수는 없다.
도망쳤다는 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또 그게 사실이다. 이는 산체스 정도 되는 남자에겐 수치스러운 일이다.
최근까지 이어져 온 좋은 리듬이 한풀 꺾이는 것 정도는 최상의 결과고, 급작스러운 슬럼프가 찾아오지는 않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그러니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결론이 서게 되는데, 이 역시 감독의 입장에선 좌절스러운 순간이다.
팀의 분명한 문제를 알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만큼이나 스스로가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때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아스날 전체의 문제가 된다.
감독만큼이나 피치 위의 선수들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하프타임 때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선수단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게 감독의 입장에서 더욱더 화가 나는 건, 그렇게 될 거라는 것 역시 알고 있어서다.
말 그대로 악순환의 반복.
그러면 팀은 멈춰 선다.
‘승부와는 별개로, 당신의 처지에 대해서는 동정심이 생기는군요. 지금의 그런 고민은 감독이 아니면 모르는 거죠.’
전할 수 없는 진심을 마음으로나마 표현한 후, 과르디올라는 다시 피치를 바라봤다.
흐르는 볼에 달려든 김다온이 하프라인 앞쪽에서 드리블을 시작하려고 할 때, 알렉시스 산체스가 목덜미 부분을 손으로 낚아채 내는 파울을 범한다.
“이봐아-!!”
과르디올라가 즉시 목소리를 높이고, 주심이 옐로카드를 꺼내 들지 않자 대기심에게 다가가 어필을 이어 나갔다.
지금은 상식대로라면 경고가 옳았다.
하지만 오늘은 미묘한 홈 콜이 존재했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과르디올라는 한참을 더 이야기한 뒤에야 마지못해 돌아서서 자리로 돌아왔다.
경기 초반부였다면 즉각적으로 일어나 산체스에게 달려들었을 김다온은 지금,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누워 있다 사비 알론소의 손을 붙잡아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알렉시스 산체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그것을 본 과르디올라는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큭큭큭큭.”
한쪽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고개를 숙인 과르디올라는 즐거움을 감출 길이 없다.
‘저 대단한 녀석.’
사실 그가 보기에도, 전반 초반의 김다온은 이상했다.
평소에도 다소 감정적인 선수인 것은 맞았지만, 그 표현 방법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보통이라면 욕설이 아닌 다음 플레이로 갚아 줘야 했다.
그렇지만 오래가지 않아,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이 엄청난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산체스를 끊임없이 자극하여 그가 최고의 노력을 이끌어 내도록 만들고, 그것을 막아 내어 커다란 탈력(脫力)을 안겨다 주려 한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굉장히 중요한 전제가 있었는데, ‘알렉시스 산체스의 전의가 꺾일 때까지, 그와의 1:1 대결에서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록 세계 최고의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곤 하나, 알렉시스 산체스는 빅리그의 어떠한 클럽에서건 확고부동한 주전이거나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였다.
설령 그의 탈(脫)압박과 1:1 기술이 다른 재능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런 것이지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선수를 상대로, 김다온은 ‘이번에도’ 1:1 대결에서 패배하지 않았다.
지난 베르더 브레멘 경기까지 합치자면 120분 넘게 기록이 이어지는 중이었고, 모르기는 해도 이런 일을 해낸 선수는 전에는 없었을 거라고 믿는 과르디올라다.
‘누가 수비수는 축구를 지배할 수 없다고 했지?’
기존의 패러다임이 뒤집히려면 아직 더 많은 것들이 필요했지만,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 이제 확연하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포지션이나 인종과 같은 축구계에 오랫동안 존재해 온 편견이란 무거운 돌을, 대한민국에서 온 1993년생의 남자가 뒤집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돌이 뒤집힐 순간을 펩 과르디올라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며, 가장 좋은 1등석을 예약해 놓기를 원했다.
그러려면 앞으로도, 계속 김다온과 함께여야 한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최근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와의 만남을 통해 카를로 안첼로티를 한 번 더 추천한 과르디올라였지만, 그는 조금 더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기로 했다.
‘옳거니. 그게 좋겠어.’
금방 결정을 내린 과르디올라의 시선 끝엔, 다시 한번 산체스를 피치에 구르게 만든 김다온이 있었다.
물론 이번에는.
삐?익!
“뭐어-?!?!”
그를 소리치게 만든 파울 콜이 뒤따랐지만 말이다.
***
.후반 45분
아스날 0 : 2 바이에른 뮌헨
【“추가시간은 4분. 총 4분입니다.”】
후반 40분이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 빈 좌석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전히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행렬이 있었으며, 실망한 일부는 장내 아나운서의 추가 시간 알림이 있은 후에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들을 피치로 내보냈다.
{“Bloody Hell!! 똥 같은 새끼들!”}
{“내 시간만 잡아먹었다고!!”}
“…….”
침울한 표정으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아르센 벵거는 자신의 판단 부족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했다.
하프타임 때, 산체스를 제외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벵거는 과르디올라의 예측대로 악순환의 연속이 가져온 아이러니에 빠져 있었다.
산전수전을 몽땅 겪은 노련한 벵거마저도 혼란에 빠트릴 만큼, 경기 시작부터 김다온이 산체스를 상대한 방법은 분명 효과적인 것이었다.
‘본 적도 없어. 그런 것은.’
몸을 잠깐 뒤로 돌린 아르센 벵거는, 후반 20분쯤 교체되어 벤치에 앉은 산체스를 바라봤다.
지금까지도 산체스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러다 스스로 고개를 저으며 자책하는 것 같은 몸짓을 보여 줬다.
오늘 있었던 상황을 상상하는 중일 수도 있고, 머릿속으로 가상의 대결을 펼쳐 패배한 것일 수도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산체스의 좌절이 정말 엄청나다는 것이 쉽게 티가 났다.
‘완전히 박살이 나 버렸군.’
알렉시스 산체스가 더는 바이에른 뮌헨의 오른쪽을 공략할 수 없게 된 순간부터, 벵거가 준비해 온 모든 플랜은 박살나 버렸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오늘, 아스날은 준비해온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선(先) 수비를 해 뮌헨의 라인을 끌어들이고, 그 뒷공간을 공략해야 했는데, 월콧 혼자로는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시오 월콧(Theo Walcott)은 공격진에서 홀로 고립되는 경우가 잦았고, 가장 많은 5개의 오프사이드를 범하는 등 본인의 장점을 쉽게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의 센터백 구성이 제롬 보아텡과 데이비드 알라바라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둘 모두 스피드에서 큰 장점이 있었기에, 월콧의 존재 자체를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또한 수비적으로 나선 상태라, 풀백의 즉각적인 공격 가담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더더욱, 벵거의 입장에서는 알렉시스 산체스의 활약이 필요했던 거다.
오른쪽 윙어로 나선 아론 램지(Aaron Ramsey)는 ‘10번’에 더 가까웠기에, 산체스가 측면을 뒤흔들어 수비를 분산시켜 주어야 역습의 다양함을 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다온의 활약으로 인해, 벵거가 세운 게임 플랜은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다.
역습이 사라지고 수비만이 남은 아스날은 페트르 체흐 골키퍼의 숱한 선방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두들겨 맞은 끝에 두 차례 실점을 허락하고 말았다.
전체 점유율 21 : 79.
전체 슈팅 4 : 31.
유효 슈팅 2 : 17.
이 같은 숫자만 놓고 보면 0:2라는 결과는 오히려, 공세를 취한 뮌헨의 입장에서 불만스러운 것이었다.
삑-! 삐?익! 삐—익!!
결국은 이렇게 경기가 끝났고, 몸을 돌린 벵거가 과르디올라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눈다.
“당했군. 자네의 팀이 우리를 탈락시키게 되었어.”
“아직 3경기나 남았습니다. 체흐는 정말 놀랍더군요.”
“그가 우리의 체면을 살렸지. 그럼.”
“네.”
몸을 돌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벵거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오늘 경기의 결과도 결과지만, 조에서 유일한 전패 팀으로 최하위에 처진 현실이 빠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음 챔피언스 리그 경기는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다음 경기에서 아스날은 2015/16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물을 받아 들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조3위를 바라보고 유로파를 준비하는 게 현실적인 접근이다.
“…….”
굳게 입을 다문 채 ‘사색의 길’을 걷는 벵거는 지금,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주저앉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시대가 조금씩 끝나간다고 생각하면서.
.
.
.경기 결과(2015/16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3차전)
아스날 0 : 2 바이에른 뮌헨
[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후반 23분베르나르두 실바 : 후반 37분(티아고)
김다온 ? 95분 출전(평점 1.5/MoM)
***
[Sanchez Who? – ESPN(미국)/2015.10.20.(밤)]? 대한민국 출신의 젊은 수비수는 알렉시스 산체스를 전반 25분 동안 몰아붙였고, 이후 40분간 그를 어린아이처럼 보이게 했다가, 산체스가 쫓겨나고 남은 25분 동안은 팀의 득점으로 이어진 두 번의 결정적인 패스를 날렸다.
[Da-On`s Night ? Fox Sports(미국)/2015.10.20.(밤)]? 브라이언 맥브라이드, “단언컨대, 최근 10년 동안 새로이 나타난 수비수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