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42)
.
“킹-! 킹-!!”
“?”
“적극적으로 해!! Agressif! 알았지?”
보통 이런 압박 수비를 뚫어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습을 시도하려고 할 때, 강한 전방압박을 가해 앞쪽에서 볼을 탈취해 내는 것이다.
견고하게 구성되었던 수비라인에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이기에, 뒷공간에 많은 허점을 노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했듯 오늘 헤르타는 이비세비치까지 수비에 가담하는 중이고, 공격의 전개 속도 역시도 빠르지 못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차선을 택해야만 하는데, 중간중간마다 팀 내의 드리블러들에게 적극적인 돌파 시도를 요구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베르나르두나 코망과 같은 좋은 드리블 실력을 보유한 이들이 힘을 내주게 되면, 수비에 균열이 발생하고 거기로 레비와 뮐러가 뛰어들 수 있다.
또 그것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사비와 비달의 활약도 달라질 것이다.
전반 17분.
여전히 굳건한 헤르타의 수비 앞에서, 베르나르두가 패스를 포기하고 드리블을 통한 전진을 시도한다.
‘바로 그거야, Amigo.’
기다려 왔던 장면이다.
베르나르두는 분데스리가 내에서 ‘가장 볼을 빼앗기지 않는 선수’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 베르나르두의 가장 큰 장점은 드리블 능력이었고, 저 녀석이 본인만의 방식으로 영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제어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지금도 녀석은 블라디미르 다리다와 존 앤쏘니 브룩스의 사이에서, 곡예를 하듯 드리블을 하며 볼을 지켜 내고 있었다.
이에 슬금슬금 코망이 안쪽으로 접근을 하려 했지만, 내가 손을 뻗으며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Rester!!!”
코망은 가끔 경기 중에 외치는 독일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그게 문제가 되는 순간이 종종 있다.
차라리 직접, 간단한 단어 몇 개를 외운 이유다.
방금 내가 외친 말도 프랑스어로 멈추라는 뜻이다.
코망이 지금 좁혀 오는 건, 베르나르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사이드에 계속 머물러야, 야니 레개젤(Yanni Regasel)의 위치를 강제할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 베르나르두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면, 그건 레비이거나 아니면 내가 되어야 했다.
+1.
펩이 추구하는 포지션 축구의 기본 중 기본.
난 코망 대신, 베르나르두에게 접근했다.
“베르나르두!!”
“…….”
필사적으로 볼을 지키고 있던 베르나르두가 옆쪽으로 슬쩍 축구공을 굴려 보내왔고, 난 그것을 발아래에 두었다.
여기에서 발을 멈추고 템포를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지겠지만, 오늘은 그런 방법으론 상대가 수비를 공고히 할 시간만 헌납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달려 나가는 속도를 유지했고, 오른쪽 앞에서 포스트(Post)를 취하고 있던 레비를 바라봤다.
‘내가 뭘 할지 알지?’
최근 내가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본래부터 이 정도는 했다’와 ‘지난 시즌보다 훨씬 나아졌다’로 갈린 의견이 분분해졌다.
여기에서 참 재미있는 건, 누구도 내게 직접 물어본다는 간단한 방법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이런 식의 토론과 논쟁이 길어지는 것을 즐기는 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가 무엇이 되었건,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바로 이것이라는 거다.
요즘에도 심심하면 대결을 요청해 오는 레비 덕분에, 난 그 어느 때보다 지겹도록 1:1을 했다. 그리고 피치에서 만나는 공격수들 대부분은, 레비보다 쉬웠다.
툭-
“레비이-!!”
오른발 아웃프런트를 사용해 레비에게 패스를 밀어 보낸 후, 난 전력 질주를 하여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그리고 레비는 오른발을 감각적으로 사용하여, 가볍게 통통 튕겨져 구르던 축구공을 발의 바깥 부분으로 밀어내어 안쪽으로 띄워 올렸다.
볼을 소유하고, +1을 만들고, 또 세 번의 연결된 패스가 한 번의 포제션(Possession)에서 만들어지게 되자, 굳건했던 헤르타의 수비가 허물어져 버렸다.
룬 야르스타인(Rune Jarstein) 골키퍼와 마주한 나.
난 먼 쪽 포스트를 겨냥해 축구공을 밀어 놓는다.
툭-
“…….”
각도를 좁히며 나온 야르스타인 골키퍼의 왼발 위쪽을 통과한 축구공이, 서너 차례 피치를 두들긴 후 그대로 골라인 안쪽을 넘어선다.
그렇게 득점을 확인한 나는 주먹을 힘껏 휘두르며 돌아선 후, 멋진 연계를 보여준 레비와 베르나르두를 양팔로 각각 가리켰다.
“예에에-!! 멋지게 차 넣었는데?!”
“Vamos!! 진짜 끝내줬어!!”
자칫 헤르타의 페이스로 말려들어 갈 수 있었던 시점이었고 또 골을 넣기까지의 과정이 무척 만족스러웠던 탓에, 나도 크게 환호하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이렇게 되면, 헤르타가 세워 왔을 게임플랜은 사실상 망가졌다고 봐야 한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지금보다 잘 어울리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셀레브레이션이 끝난 후, 나는 자리로 돌아가며 알리안츠 아레나를 채운 팬들에게 더욱 크게 목소리를 내어 달라고 손짓을 보냈다.
***
.후반 37분
바이에른 뮌헨 4 : 0 헤르타
과거부터, ‘지휘’가 가능한 수비수의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해 왔다.
왜냐하면 이는 축구에 필요한 재능 중에서 가장 희귀하며, ‘후천적으로는 절대 학습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흔히 하나의 세대로 인식되는 기간(10년) 동안, 이런 재능을 지닌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여기에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나선다는 조건을 붙이게 되면, 그 숫자는 많아도 절대 두 자릿수를 넘지 않았다.
2015년을 기준으로 이전 10년(2006년~2015년)을 돌아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네스타와 파울로 말디니, 잉글랜드의 존 테리와 리오 퍼디난드, 벨기에의 뱅상 콤파니, 스페인의 카를레스 푸욜, 브라질의 치아구 시우바.
오직 이들 정도만이 진정한 의미로 지휘가 가능한 엘리트 수비수의 범주에 포함되는 이들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세르히오 라모스도 이 범주에 들 수 있겠지만, 일괄적이지 못한 라인 조율 능력과 종종 무너지는 멘탈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스스로가 이런 보기 드문 재능을 지닌 선수라 주장하는 한 남자가 있다.
‘저렇게까지 좋았다고?’
1993년부터 PSG를 위해서 일을 해 온 에릭 페쿠(Eric Pecout)는 현재, 클럽의 스카우트 총괄 디렉터로 영입 전반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클럽에 중동의 자본이 개입하기 시작한 뒤론, 알짜배기로 평가받는 영입을 주도한 걸로 명성이 높았다.
블레즈 마튀디, 모하메드 시소코(Mohamed Sissoko), 마르코 베라티(Marco Verratti)와 같은 선수들이 에릭 페쿠가 이끌어 낸 대표적인 이적이었다.
“저것을 좀 보게나.”
“네?”
“바로 저거. 지금 못 봤나?”
“……?”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젊은 남성을 보며, 에릭 페쿠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수의 재능을 꿰뚫는 안목과 넓은 시야도 타고나는 개념이기에, 지금의 이런 반응은 무척 아쉬웠다.
올해 24살의 개스통 웨덜레(Gaston Wathelet)는 PSG 스카우트 그룹의 가장 젊은 직원으로, 경험을 쌓기 위해 페쿠와 함께 독일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었다.
“이런-! 보게나, 내가 설명해 주지.”
“네.”
다소 위축된 개스통의 어깨를 두드리며, 에릭 페쿠는 지금까지 자신이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수비를 조율하고 있어. 말 그대로 말이야.”
“그게 대단한 건가요?”
“하-!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그렇지만, 모든 축구 클럽엔 조율을 하는 선수가 있잖아요. 누구 하나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니까요. 아닌가요?”
“아- 그런 오류에 빠져 있군.”
“오류라고요?”
“그래. 무척 쉬운 함정이지.”
“들을게요.”
“좋은 태도로군. 좋아. 말해 주지.”
개스통 웨덜레의 말대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축구팀에는 책임을 지는 선수가 있다.
그들은 수비라인에서 가장 많은 목소리를 내며, 라인의 간격을 조율하고 수비수들 중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얼핏 보기에, 이러한 역할을 맡은 수비수들은 모두 ‘커맨더형 수비수’로 정의가 가능하다.
“정말 그럴까?”
“…….”
“난 아니라고 생각해. 흉내를 내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흉내라고요?”
“그래.”
1990년대, 프랑스의 축구 팬들로부터 ‘Le President(대통령)’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사내가 있었다.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 우승과 UEFA 유로 2000 우승 당시 레블뢰 군단의 핵심이자, ‘철의 포백’의 리더 겸 정신적 지주였던 로랑 블랑(Laurant Blanc)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실력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초라한 클럽커리어로 인해 세계적으로는 저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는 명실상부 프랑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였다.
“그는 진짜였어.”
“네.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가 마르셀보다 대단하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후후후, 전형적인 초보의 실수로군.”
“…….”
계속해서 자신을 어린아이처럼 대하는 에릭 페쿠의 태도에, 개스통 웨덜레가 인상을 살짝 찌푸린다.
그리고 그의 생각에는 마르셀 드사이(Marce Desailly)야말로, 프랑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였다. 그리고 그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마리위스 트레소르(Marius Tresor)다.
하지만 PSG의 유능한 스카우트는, 두 사람은 결코 로랑 블랑의 위대함에 가까이 갈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두 사람도 조율을 할 수 있지. 그것도 높은 수준으로 말이야. 어떠한 빅리그 클럽에서건 수비의 구심점이 되어 줄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들은 동료들을 이끌 수는 있어도, 더 나아지게 만들 수는 없네.”
“??”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바위(Le Roc)’로 불렸던 마르셀 드사이와 ‘프랑스의 프란츠 베켄바워’로 평가받는 마리위스 트레소르 모두, 자신의 기준점에서만 바라본다는 한계를 끝까지 극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로랑 블랑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과 함께 피치 위에선 다른 10명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했고, 그것을 언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알았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세대 최고의 커맨더형 수비수는 알레산드로 네스타야. 다음으론 리오 퍼디난드와 뱅상 콤파니 정도를 둘 수 있겠군.”
알레산드로 네스타 역시, 2006년 화려했던 이탈리아의 포백을 능숙하게 이끌었다.
특히 마르코 마테라치(Marco Materazzi)를 완벽하게 제어하며, 커리어 후반 수비에 눈을 뜨도록 만들어 주었다.
“네스타와 함께 월드컵 우승을 하기 전까지, 마테라치는 그냥 폭력배였어. 그것도 그냥 시정잡배 수준의.”
“하하. 그거 재미있는 비유네요.”
“진심일세.”
“다른 선수들은요?”
리오 퍼디난드의 경우, 네마냐 비디치나 파트리스 에브라와 같은 선수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합류 직후부터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그 스스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감으로써, 동료들의 장점이 더욱 잘 발휘되도록 도운 케이스다.
그리고 현재 맨체스터 시티 수비의 모든 것이라 부를 수 있는 뱅상 콤파니는, 실제로 그가 뛰는 것과 뛰지 않는 것에 따른 차이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럼, 저 친구가 그렇다는 거예요?”
“그래. 지금 확신이 들었네.”
“풀백인데요?”
“말디니도 풀백이었네. 꼭 센터백만 지휘를 할 거라는 편견은 버리게. 스카우트가 편견을 가지는 건, 무척 위험한 일이니까. 절대 숨겨진 보석을 찾을 수 없지.”
“새겨듣죠.”
두 사람의 대화가 잠시 중단이 되며, 조용히 피치를 내려다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오늘 펩 과르디올라는 제롬 보아텡에게 휴식을 주면서 마놀라스와 하비 마르티네스를 센터백으로 내세웠다. 그래서 오늘 뮌헨엔 지휘를 내릴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 에릭 페쿠는 라인을 조율해 줄 선수 없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 정도로 생각을 했다.
한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김다온이 왼쪽 측면에서 뮌헨의 수비 라인 전체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무척 부드럽고 또 적절한 명령이었다.
‘흡사, 지휘자로군.’
김다온의 플레이에서 지휘자의 모습을 떠올린 에릭 페쿠는, 그가 연주하는 음악(플레이)의 마지막 장을 흐뭇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
.
.경기 결과(Bundesliga 14R)
바이에른 뮌헨 4 : 0 헤르타
[골] 김다온 : 전반 18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토마스 뮐러 : 전반 34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킹슬리 코망 : 전반 41분(베르나르두 실바)
제바스티안 로데 : 후반 26분(아르투로 비달)
김다온 ? 95분 출전(1골/평점 2.0)
MoM ? 베르나르두 실바(1어시스트/평점 1.5)
xxPEPRAUS (3)
[만약 펩 과르디올라가 올 시즌 후 뮌헨을 떠나게 된다면, 내년 여름 거대한 엑소더스(Exodus)가 발생할 수도 있다. – 까날 플뤼(프랑스)/2015.11.29.(오후)]? 최근 2개의 시즌에서 거둔 큰 성공과 함께, 현재 바이에른 뮌헨에는 펩 과르디올라의 추종자가 많……(중략). 바이에른 뮌헨은 어쩌면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잃게 될 수 있으며……(중략).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른바 ‘Pep Kids’로 불리는 클럽의 핵심 선수들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 후보로는 김다온, 베르나르두 실바, 요주아 키히미, 더글라스 코스타와 같은……(이하 생략).
.
.
[본인의 향후 거취에 대해 침묵하는 펩 과르디올라, “지금은 그것을 논하기 좋은 시점이 아니다.” – ARD/2015.11.29.(오전)]***
2015년 11월 30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단장실.
삐-이
딸깍-
“뭐지?”
“회장님의 호출이에요.”
“바로 가지.”
삐-이
딸깍-
스피커폰이 꺼진 후, 하던 업무를 멈춘 마티아스 잠머가 자신의 사무실을 나섰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사무실까진, 복도를 곧장 직진하면 됐다.
“좋은 아침이야, 수잔. 날 불렀다던데.”
“바로 들어가시면 돼요.”
“그런가? 고맙네.”
입구 테이블에 앉아 있던 수잔 그라이펠트(Susan Greifelt)를 지나쳐, 마티아스 잠머가 문을 열고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다.
그런 뒤 그가 바라본 곳엔, 마치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퇴근 직전의 모습과도 같은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이 있었다.
“카를?”
“이것 좀 보게나.”
탁-
“??”
의자에 몸을 파묻고 있던 루메니게가, 멍한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것을 테이블 위에 던져 놓았다.
그것은 얇은 종이 한 장이 끼워진 파일이었고, 이를 집어 든 마티아스 잠머가 가장 위에 적힌 글자를 확인했다.
‘응?’
이적 문의라는 말에, 잠머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왜냐하면 이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 종류의 서류였기 때문이다.
에이전시의 활동이 적었던 과거에는 선수 거래의 시작점으로 이런 서류들이 오갔으나, 요즘 이적과 관련된 서류는 동의서가 전부였다.
“이게 뭐죠?”
“이 빌어먹을 녀석들이 우리를 우롱하고 있네.”
“?”
“내용을 읽어 보게나.”
“…….”
루메니게의 제안에, 잠머가 바로 시선을 아래로 가져갔다.
@@@@@@@@@@
주체 : 파리-생제르맹 풋볼 클뢰브
대상 : 김 다온
문의 사항 : 5천만 유로(일시불) + 1억 2,160만 유로(3년 분할)에 선수를 넘길 의향이 있는지
@@@@@@@@@@
쾅-!!
“?!!”
바로 앞에서 들려온 소리에, 화들짝 놀란 마티아스 잠머가 고개를 다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곳엔, 분을 참지 못하는 뮌헨의 회장이 있다.
“보았나? 파리는 우리를 기만하고 있어!”
“네, 그렇군요.”
만약 PSG가 정식으로 이적을 문의하려고 했다면, 해당 업무의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파리에서 영입을 원하고 있으며, 김다온의 상태에 관한 질문을 던져 보통의 이적 협상 테이블을 차리려는 노력을 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였다.
하지만 PSG는 굳이 ‘이적문의서’라는 옛것을 보냄과 동시에, 이적료의 분할 금액 부분에 1억 2,160만 유로를 새김으로써 기만을 해 왔다.
왜냐하면 1216은 김다온의 생일이었고, 이 같은 PSG의 행동이 의미하는 것 역시 분명했다.
“그들은 우리가 주도권을 잃었다 보고 있군요.”
이번 일의 시작은 몇 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2015년 여름은 바이에른 뮌헨이 김다온에게 재계약을 제안할 가장 완벽한 시기였고, 이런 수준의 선수와는 얼른 협상을 해 계약 기간을 5년으로 유지하는 게 가장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굳이 서둘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 사람들은 재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의문을 표하지는 않았다.
하나 펩 과르디올라가 이번 시즌 후 뮌헨을 떠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의심은 시작됐다.
애초부터 김다온은 펩 과르디올라가 강력하게 원해서 이뤄진 영입이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모든 이들이 어째서 이 이적이 성사되었는지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부임설(說)’은, 김다온의 재계약이 없었던 것에 관한 설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PSG는 질문을 던져 오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자신들이 우리가 주도권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과 자신들이 다온을 영입할 수 있는 소수의 클럽임을 알리려는 거예요.”
“하-! 누가 판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카를.”
펩 과르디올라가 시즌 후 클럽을 떠날 거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이자 바이에른 뮌헨의 단장으로서, 마티아스 잠머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보아야만 했다.
뮌헨에 있어 최악은 ‘까날 플뤼’의 말처럼 거대한 엑소더스를 경험하는 일이었다.
물론 현재 남은 독일 출신 대부분과 레반도프스키와 같은 경우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들은 뮌헨을 향한 충성심이 남다르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 체재 아래에서 입지가 크게 줄어든 아르연 로번 역시, 오히려 그의 이탈을 반기면 반겼지 꺼리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몇몇은 불안했다.
우선 조슈아 키미히의 경우, 펩의 총애를 받고 있어 그와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길었다. 그리고 스페인 출신들 역시, 펩을 향한 열망이 컸다.
무엇보다.
“우린 다온의 이탈을 생각하고 있어야 해요.”
김다온은 모두가 알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의 애제자였다. 그리고 본인 역시, 스승을 크게 존경하고 있다.
“그가 계약을 거부한다면, 우린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
“그리고 그건 틀림없이, 또 하나의 뛰어난 선수를 추가로 잃는 결과를 가져오겠죠.”
“베르나르두 말이로군.”
“네.”
만약 김다온이 팀을 떠난다면, 베르나르두 실바 역시 빠르게 동기를 잃고 다른 클럽으로의 이적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도 이는 그럴듯한 추측이며,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 부임 조건으로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의 영입을 요청했을 거라고 보는 게 옳았다.
애써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루메니게와 잠머였지만, 주변이 시끄러워진 지금은 똑바로 고개를 들어 올려야 한다.
특히 이번 PSG의 ‘이적 문의서’ 사건은, 그들이 외면하고 있던 클럽 밖의 시각을 알려 주는 일이었다.
“후우~ 빌어먹을.”
지금 외부의 시선에서 보기에, 바이에른 뮌헨은 구멍이 숭숭 뚫려 버린 치즈와도 같았다.
펩 과르디올라의 이탈과 함께 불어닥칠 수 있는 주요 선수들의 이적 가능성이,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거함의 치명적 약점처럼 비춰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와 마티아스 잠머는 취약해진 스스로를 느끼고 있었다.
계약 거부라는 확실한 수단을 통해,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은 뮌헨을 취약하게 만드는 중이다.
보통이었다면 클럽을 위해 취약점을 과감하게 쳐 내었을 바이에른 뮌헨이지만, 이번 경우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부임 후 지금까지 빅 이어를 포함한 총 11개의 우승 트로피를 안겨다 준 감독과 21살 11개월의 나이로 최고가 된 풀백을 쳐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김다온의 경우, 파울로 말디니와 더불어 축구 역사상 유이한 커맨더형 풀백이다.
만약 그가 백인에 유럽 국적이었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주목과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응?”
“이 금액, 정말이지 놀랍군요.”
“……그렇지.”
다소 감정이 진정이 되자, 마티아스 잠머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PSG가 제안한 금액이 비로소 실감됐다.
3년 분할 납부 조항이 붙어 있다고는 하지만, 총액만 무려 1억 7,160만 유로(약 2,326억 원)다. 게다가 최초의 제안이니, 얼마든지 금액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클럽이라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제안을 받아들일 만한 액수다.
“하지만, 카를. 이 금액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겁니다.”
“……그렇겠지.”
“네. 우리가 계속해서 다온과 함께하길 바란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그와의 재계약을 이끌어 내야 해요. 그리고 주급을 얼마나 원하건, 그걸 쥐여 줘야죠.”
“…….”
울리 회네스의 퇴임을 계기로 뮌헨의 주급 체계를 개혁해 나가고 있는 루메니게였지만, 진정으로 김다온과 함께하려면 많은 예외를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PSG가 보낸 팩스 한 통에서 시작된 이 작은 소란은, 뮌헨의 핵심 수뇌부 두 남자에게 커다란 근심을 안겨 주고 있다.
***
2015년 12월 2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띵-동
“내가 갈게~!”
“응~!”
주방에서 분주한 아영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난 인터폰의 앞으로 가 곧바로 빨간색 버튼을 눌렀다.
쿵-
현관문 바깥에서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고, 밖으로 나선 나는 안으로 진입하는 검은색의 ‘Audi Q5’를 확인했다.
바로, 람이 가족들과 움직일 때 모는 차량이다.
손님용 주차장에 차를 대어 둔 람과 그의 가족들이 차에서 내리고, 난 크게 목소리를 높이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곤 앞으로 걸어가. 필리프의 아내인 클라우디아를 맞이했다. 그녀의 품에는 우리들 사이에서 천사라 불리는 율리안이 안겨 있다.
“할로, 율리안. 잘 지냈니?”
“…….”
“율리안. 엄마가 고개만 끄덕이는 건 버릇 없다고 말했지?”
“네에, 삼촌. 잘 지냈어요.”
“하하하. 그거 다행이다.”
율리안의 볼을 살짝 매만진 뒤, 난 클라우디아에게 아영이가 주방에 있다고 알려 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먼저 집 안으로 들어섰고, 나는 뒷좌석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던 필리프의 곁으로 걸어가 도와줄 것 있느냐며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