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43)
그러자 약간 웃어 보인 필리프가 다 했다며 몸을 빼고 차량의 문을 닫았다.
탁-
“휴우~ 배고파. 맛있는 건 준비됐어?”
“네. 아영이가 고생이죠.”
“하하. 너는 왜 돕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도왔어요. 아까 전화를 받고 나서야, 겨우 저도 옷을 갈아입은걸요.”
“큭큭큭, 잘했어.”
작게 웃어 보인 필리프가 미소를 지은 채로 내 등을 두들겨 보인다.
오늘은 펩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선수단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후, 필리프와 따로 가지는 두 번째 식사 자리다.
“그 이야기는 들었어? 프랑크가 뛸 수 있다나 봐.”
“네. 저도 들었어요.”
“정말 잘됐지 않아? 경기력이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팀에 큰 힘이 될 거라고.”
우리의 다음 경기는 5일 묀헨글라트바흐 원정으로, 지난 시즌 볼프스부르크의 위치를 이어받고 있는 팀이다.
그런 만큼,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아빠-!!”
필리프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서자, 주방에서 율리안 쪼로로 달려 나왔다.
아빠를 참 좋아하는 율리안은 곧장 달려와 품에 안겼고, 잠깐 아들과 놀아 주겠다고 말한 필리프가 엘리베이터가 있는 앞쪽으로 다가갔다.
매번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율리안은 필리프와 엘리베이터를 타 보고는 했다.
“아빠, 아빠. 우리 집에도 이거.”
“하하하. 그럼 아빠가 더 좋은 집으로 가야 되겠다.”
“우리 집 나빠?”
“아니, 그게 아니라…….”
여전히 사이가 좋은 부자를 잠깐 흐뭇하게 지켜보던 난, 주방으로 걸어가 아영이에게 도와줄 것은 없는지를 물었다.
[자기, 이거 간 좀 봐줘.] [응. 아~]지난번 필리프의 집에서 거하게 얻어먹었다 보니, 오늘은 아영이가 힘을 줘서 음식을 준비했다.
메뉴는 한식이며, 갈비찜과 잡채부터 시작해 가장 대중적이고 친숙한 음식들이 차려지게 되었다. 지금 난 갈비찜을 시식 중이었는데, 맛이 정말이지 완벽했다.
[맛있어] [진짜?] [응. 자기가 언제 음식 실패한 적 있어?] [나 라면 못 끓이잖아.] [그건 내가 잘하니까 괜찮아.] [휴우~ 이것 좀 날라 줘.]아영이가 불 앞에서 마무리를 하는 동안, 접시 등을 나르고 상을 차리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주방과 식탁 또 냉장고를 부지런하게 오가며, 난 준비해 둔 음식들을 하나씩 식탁에 늘어놓았다.
[고생했어.] [웅.]쪽-
수고한 아영이의 볼에 입을 맞춘 후, 엉덩이를 살짝 두들기며 다시 거실로 걸어갔다.
소파엔 람(Lahm) 가족이 사이좋게 앉아 있었고, 음식이 다 준비되었다는 말에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오-! 이거 정말 멋진데?”
“일단 반응은 합격이에요, 필리프. 아영이가 정말로 힘들게 준비했다고요.”
“하하하, 맛이 없을 수가 없겠네. 정말 고마워요.”
“전에는 저희가 얻어먹었는걸요.”
“늘 부인들이 고생하죠. 그럼?”
“네. 얼마든지요.”
그렇게 시작된 식사 자리는 무척 평범하면서도 또 화기애애했다.
아영이와 가장 친하다고 볼 수 있는 클라우디아라, 어느새 그녀도 힘든 수고를 잊고 수다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필리프와 나도 주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네. 그러니까요.”
여전히 미디어에서는 펩의 거취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중이지만, 우리는 이전만큼 거기에 휩쓸려 다니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팀 미팅 자리에서 펩이 했던 이야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선수단 내에서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전반기가 끝나고 모든 걸 말해 주겠다고 했다.
아마도 그날, 모든 진실이 밝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이 동기를 잃을까요?”
“그럴 수도. 아니면 반대일 수도 있어.”
“네. 그게 우리가 바라는 거죠.”
“그렇지.”
현재 우리의 전반기 남은 경기는 총 다섯 개다.
챔피언스 리그와 DFB-포칼이 하나씩 끼어 있고, 남은 셋은 전부 분데스리가다.
일단 람과 나는 그 경기에서 전부 승리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현재의 좋은 분위기를 쭉 끌어가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있었다.
“요즘 로번이 조금 슬퍼 보여요.”
“응. 안 그래도 대화를 해 봤어.”
“뭐라고 하죠?”
“좌절했지 뭐.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게 힘든 것 같아. 부상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그렇군요.”
“응. 네 쪽은 어때?”
“괜찮아요.”
“그래?”
“네. 베르나르두도, 더기도, 또 킹도. 전부 다 괜찮아해요. 오히려 걱정인 쪽은 스페인 친구들이에요.”
티아고와 베르나트는 펩이 팀을 떠날 거라는 소식에 가장 흔들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한두 차례 개인 면담도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게 딱히 효과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배신당한 기분인가 봐요.”
“뭐, 모두가 그렇지.”
“…….”
축구란 영원히 끝나지 않은 수업과도 같고, 그곳에서 우리에게 지식을 알려 줘야 할 선생님(감독)은 학생(선수)들이 계속해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몇 년씩이나 계속해서 같은 수업을 듣다 보면, 대부분은 거기에 지루함을 느끼게 되니까 말이다.
이는 가장 먼저 발견되는 부정적인 신호로, 대부분은 얼마 안 가 이별의 때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번처럼 여전히 학생들이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는 시기라면, 이런 식의 이별은 일방적인 상처를 안겨다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상처가 그러한 것처럼, 그것을 가지게 되는 과정은 무척 고통스럽다.
티아고가 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아마도 그는 다음 경기에서 제외될 것 같다.
피치 위에서 100%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에, 무리해서 투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넌 어때?”
“제가 어때 보여요?”
“흐음- 괜찮은 것 같아. 여전히 집중하고 있고, 경기력에 영향을 받지도 않았어.”
“정확해요.”
“그런데 말이야.”
“?”
“솔직히 다 털어놓은 것 같지도 않거든.”
역시나 주장이랄까?
평범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필리프는 계속해서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해 왔다.
전에도 한 번 비슷한 질문을 해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난 지금처럼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시치미를 떼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대답을 했다.
“전 똑같아요.”
“그래?”
“네. 오직 빅 이어만을 생각하고 있거든요.”
“흐음- 그때와 같은 대답이네.”
“그럼요. 이게 유일한 진실인걸요.”
“하하. 그럴 수도.”
미역국을 조금만 더 덜어 달라는 요청에, 난 그릇을 받아 국을 옮겨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나를, 필리프는 계속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하,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쳐다보면 얼굴에 구멍이 뚫리겠다고 표현하는 것 알아요?”
“그거 재미있는 표현이네.”
“그런 표정으로 잘도 믿겠어요.”
“큭큭큭.”
미역국을 담은 그릇을 다시 필리프에게 건네고, 식탁 위에 놓아둔 버너의 불을 줄인 나는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려 식사에 집중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빅 이어라.”
“?”
“나도 물론 같은 목표를 지니고 있지만, 네가 한 말에는 I는 있어도 W는 없는 것 같아.”
“…….”
I(Ich/나)는 있어도 W(Wir/우리)는 없다는 말.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내가 지금과 같은 노력을 하는 이유는, 분명 필리프가 가진 이유와는 전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난 거짓을 말할 수밖엔 없다.
“그럴 리가요. Wir sind Wir인걸요.”
“……그래.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
“네. 뭐 더 필요한 것 없어요?”
“하하. 내가 알아서 먹을게.”
그렇게 다시 식사가 시작되었지만, 어쩐지 입맛이 뚝 떨어졌다.
나의 멘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게, 양심의 가책으로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았다.
“죄송해요.”
“응? 뭐?”
“에? 아, 아뇨. 아무것도요. 잠깐 혼잣말이었어요.”
“싱겁긴. 이거 되게 맛있다.”
“네. 다행이에요.”
뮌헨을 위해 모인 오늘의 자리.
그렇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이곳과의 이별이 가까워져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
[빌트 독점 : 펩 과르디올라는 2014년 여름에 이미, 맨체스터 시티와 접촉을 했다. – Written by ? Lennox Baker/2015년 12월 5일(오전)]xxPEPRAUS (4)
독일 내에서 ‘빌트(Bild)’가 지니는 영향력은 매우 독특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쉽게 말해, ‘빌트’는 독일의 ‘더 선(The Sun)’이다.
자극적이고 무책임하며, 어떠한 때에는 기사가 아닌 하나의 단편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내용이 지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 그런 만큼, 쉽고 또 친숙하다.
처음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에도, 나를 담당했던 선생님은 ‘빌트’를 학습지 대용으로 활용했다.
‘빌트’에 실리는 문장은 고등 교육이 없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블루컬러들이 가장 즐겨 읽는 활자 매체 역시 서적이 아닌 이 매체다.
그렇지만 동시에, 빌트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측면 역시도 지니고 있다.
‘빌트는 알고 있다.’ 혹은 ‘빌트 독점’로 게재되는 기사의 경우, 어떠한 매체의 보도보다 높은 정확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빌트 독점’이라는 이름을 걸고 어떠한 기사를 낸다는 건, 그것이 거의 98% 정도는 사실이라고 보면 된다.
더구나, 기사를 실은 기자가 레녹스 베이커라면?
축구에 한해, 모든 음절이 진실이라 보면 된다.
그리고 이번엔.
‘제기랄.’
타이밍이 정말 최악이었다.
.
.
2015년 12월 5일. 뮌헨 상공(Over Munchen).
오늘 오전, 우리는 묀헨글라트바흐 원정 경기를 치르기 위해 클럽하우스에 모여 있던 상태였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원정 명단에 포함된 18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구단 버스로 공항으로 이동해 전용기에 올라타는 스케줄을 앞두고 있었다.
한데 식당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갑자기 번쩍거리더니, 고정되어 있던 채널이었던 ‘ZDF’의 아나운서가 속보라며 어떠한 내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이윽고 화질이 썩 좋지 않은 클로즈업된 사진 한 장이 띄워졌고, 여성 아나운서 비브케 하우어(Wiebke Hauer)가 이런 문장을 읽어 내려갔었다.
[“정말 놀라운 소식입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 요제프 과르디올라가 2014년 여름,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을 만났다는 내용입니다. 이 사진은 잉글랜드 데일리 미러가 최초로…….”]급격히 차가워지기 시작한 식당 온도의 이유는, 직전까지만 해도 왁자지껄했던 실내가 조용하게 바뀌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무의식중에 람을 바라봤고, 두 손을 입가에 모은 그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실망감이 드러나 있었다.
펩이 올 시즌 후 뮌헨을 떠난다는 것은 알았을 테지만, 2014년에 만수르를 만난 것은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뒤, 필리프는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은 마치, 추궁을 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당시까진 나도 한 방을 얻어맞은 느낌이었지만, 필리프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퍼뜩 뭔가가 떠올랐다.
[“어떻게든, 자네는 나와 함께하게 될 거니까.”]월드컵이 끝나고 뉴욕으로 투어를 떠났을 때, 난 호텔에서 티에리 앙리를 만났었다.
당시 앙리는 펩과 내게 아스날로 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었고, 프랑스어로 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 펩은 내게 위와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솔직히 그때는 이것이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 걱정은 다른 곳에 있었다.
하지만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자, 어째서 펩이 그때 굳이 그런 말을 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2014년 여름, 펩은 만수르를 만났다.
그리고 그때, 모든 게 결정됐을 거다.
더욱 이게 최악일 수밖에 없는 건, 2014년 여름은 우리가 2년 연속 트레블에 성공하고 또 독일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직후라는 점이다.
“자네들의 기분을 이해한다.”
“…….”
“나라도 실망스럽고 또 화가 날 거야. 틀림없이 그렇겠지. 솔직하게 말을 하겠다. 이것을 믿든 혹은 믿지 않던 그것은 자네들의 자유야. 하지만 내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주게. 이제 와, 변명을 할 이유도 없으니까.”
오전에 펩이 식당에 들어섰을 때부터, 거의 모든 인원이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일부는 목소리를 높여 직접적으로 묻기도 했고, 제롬과 리베리의 경우엔 앉은자리에서 분노하며 펩의 행동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하지만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이 다가와 더는 이어 갈 수가 없었고, 최악인 상태에서 공항으로 향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타기 전, 리베리와 노이어가 펩의 탑승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펩은 마넬 에스티아르테와 함께 택시를 탔고, 버스엔 대신 잠머가 올라탔다.
또 공항에선 루메니게도 합류했다.
조금 전까지, 루메니게와 잠머가 우리를 진정시키려고 진땀을 뺀 이유다.
“만수르를 만난 건 휴가 때였지.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꽤 오래전부터 프린스턴 대학에 출입을 했어. 이유는 축구를 더 공부하기 위함이지.”
아마도 이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슈피겔’이 이례적으로, 오피셜이 아닌 축구기사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기 때문이다.
‘슈피겔’은 펩의 성공 이유에 대해 말하며, 최고가 된 뒤에도 끊임없이 연구를 계속하는 태도를 높이 사는 부분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친구들이야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치키. 그는 현재 맨체스티 시티에서 일을 하고 있네. 하지만 그 전에, 오랜 친구이기도 하지. 내가 만수르를 만나기 전날, 치키에게 전화가 왔었네. 그는 깜짝 선물이 있을 거라고 했어. 나는 만수르를 만날 때까지 그게 무엇인지 몰랐지. 그저, 질 좋은 스페인산 레드와인이라고 생각했거든.”
펩은 만수르를 보자마자 그 이유를 직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곧바로 도서관 밖으로 나가, 자신의 계약 기간이 2년 남아 있음을 밝혔다.
“그는 나를 원한다고 말을 했네. 나름의 이유를 대어 가면서. 그래서 나는 그와 더 대화를 나눠 보기로 했지.”
“…….”
“자네들이 어떻게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겐 처음이 아닌 일이었네. 왜냐하면 며칠 뒤에는 티에리 앙리가 찾아와 나를 아스날로 데려가려 했거든. 그게 다가 아닐세.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도 마찬가지였지.”
확실히 느끼는 건, 펩은 말을 잘 못한다.
지금 굳이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말이다.
중요한 건, 그가 당시 뮌헨을 떠날 결심을 했느냐에 있다. 그것 외의 모든 말들은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알았는지 마넬이 슬쩍 펩을 건드렸고, 입을 다물면서 머리를 긁적인 펩이 루메니게를 바라봤다.
그러자, 다시 화자가 바뀐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네만.”
“?”
“펩은 첫 번째 시즌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네.”
“?!?!”
“쓰리백이라든가, 그리고 그가 스페인식 축구를 가져오려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내부에 있었어. 트레블을 차지한 후, 나는 펩과 재계약을 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었네.”
루메니게의 말은 지금의 일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만들고 있다.
“이런 내용을 밝힐 날이 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네. 왜냐하면 이건 내부의 일이니까. 자네들이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런 일들을 잘 감추는 것 또한 우리의 임무야. 하지만 이번엔, 미안하단 말을 해야 할 것 같군.”
다시 바라본 펩의 얼굴엔 묘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얼핏 볼 땐 슬퍼 보이기도, 또 다르게 보았을 땐 화가 난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조금 뒤, 다시 펩이 입을 열었다.
이번엔, 우리가 바라는 대답이다.
“내가 맨시티로 떠나기로 결정한 건 올해 여름일세. 이곳에 있는 루메니게와 잠머는 정말로 날 열심히 지켜 줬지만, 지지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더 오래도록 일할 자신이 없었지. 이곳은 환상적인 클럽이지만, 내게 허락한 인연은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떠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어.”
그러면서 펩은 평범한 이별을 원했다고 말을 했다. 겨울 휴식기 전지훈련지에서 계약 연장이 없음을 알릴 계획이었고, 거기에 정치적 내용은 없었을 거라고 말이다.
동시에 펩은 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번 시즌 뮌헨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찾아온 침묵.
“…….”
“…….”
간간이 들려오는 한숨 소리가 나타났다 비행기 엔진 소리에 묻혀 사라지길 몇 번이나 반복된 뒤에도, 누구 하나 섣불리 말을 꺼내 들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시간일 거다.
하지만 현실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멋진 뮌헨의 남자분들께서는 이제, 착륙할 준비를 해 주시길…….”】
뮌헨에서 묀헨글라트바흐로 떠나는 1시간의 짧은 비행이, 오늘따라 유독 야속하게만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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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Bundesliga 15R)
묀헨글라트바흐 2 : 1 바이에른 뮌헨
[골] 프랑크 리베리 : 후반 36분김다온 ? 95분 출전(평점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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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패 종료, 뮌헨. 빌트발(發) 충격 속에, 그들은 시종일관 무기력했다. – ARD]***
[경기 후 펩 과르디올라에게 쏟아지는 질문. 그는 자신의 미래가 뮌헨에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 포포투(잉글랜드)/2015.12.06.(오전)]? 펩 과르디올라, “나의 뮌헨 생활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정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맨체스터 시티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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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바이에른 뮌헨의 수뇌부들. 그 온도 차는 분명했다. – 키커/2015.12.06.(오후)]?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2014년 여름의 만남은 다소 곡해된 부분이 있다. 흘러가는 상황이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뮌헨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고 있다.”
? 마티아스 잠머, “펩이 클럽을 떠나는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다. 클럽 부임 후에 단 한 번도 정시에 퇴근한 적이 없으며, 누구보다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한다. 그런 헌신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프란츠 베켄바워, “이건 더러운 배신이다. 뮌헨과 같은 클럽이 2년째 배신자와 함께했다는 사실이 수치스럽다. 지난 5월 챔피언스 리그 4강 탈락 역시, 이런 일들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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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메니게와 잠머보다는 베켄바워의 말에 더 힘을 실어 주는 뮌헨의 팬들. – Sky Sports German/2015.12.07.(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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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뮌헨. – BBC(잉글랜드)/2015.12.07.(오후)]***
2015년 12월 8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선수전용 식당/카페테리아.
지난 5일에 있었던 묀헨글라트바흐 원정은 말 그대로 졸전이었다. 그날 우리는 뮌헨이 아니었고, 심지어 팀으로 보는 것조차 힘든 수준의 플레이를 펼쳤다.
그리고 평소라면 그런 모습에 불같이 노했을 펩 역시, 차분하고 무미건조한 말투로 잘못된 부분만을 짚어 줬다.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은 거야 당연한 일이다.
솔직히, 그날 경기가 어땠는지조차 모르겠다.
“할로.”
“할로. 잘 쉬었어?”
“하아~ 글쎄. 잘 모르겠어.”
“그래. 이따가 봐.”
“응.”
경기가 끝나고 뮌헨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펩은 6일과 7일의 스케줄을 전부 취소하겠다고 말을 했다.
회복 훈련에 참여하고 싶은 선수들은 6일 부에나벤투라와 함께할 수 있겠지만, 그날 출근을 하지 않더라도 벌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일단 나는 6일 클럽하우스로 나왔지만, 거기에서 만난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다.
외의 모든 선수들은 그제와 어제 클럽하우스에 오지 않았고, 아침에 만난 스태프의 말에 의하면 유령의 집처럼 을씨년스러웠단다.
누구도 웃지 않았고, 모두가 슬퍼했다면서 말이다.
이 말을 하는 그 역시 슬퍼 보였다.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똑같아.”
“똑같다고?”
“응. 그래- 펩은 우리를 배신한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들었잖아. 어차피 내부에서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그러니 펩 역시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 그리고 그거 알아?”
“?”
“펩이 떠난다고 해서 우리의 축구가 끝나는 건 아니야.”
“……하하.”
“왜?”
“네가 그 말을 하니까 조금 이상해서.”
이상하다는 제롬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다.
우리는 펩에게 분노할 수 있고 그를 용서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경기에서 패배하는 것에 대한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는 그고, 또 나는 나야.”
“그래? 난 아니라고 믿었는데.”
“나는 펩을 여전히 존경해, 제롬. 하지만 그건 그가 내게 새로운 축구를 알려 줄 수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게 가장 중요하고?”
“응. 우린 축구 선수잖아.”
“하-! 맞는 말이라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는데?”
“아무렴, 그렇고말고.”
“큭큭큭큭, 그래-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낫다.”
휴식이 부여된 지난 이틀 동안, 나 역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다. 아영이와 대화도 나누어 봤고, 또 나보다 현명한 이들에게 조언도 구해 봤다.
그런데 참으로 우스웠던 건, 전적으로 내 마음을 따르라던 아영이를 뺀 어떠한 이의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거다.
어쩌면 나는 이번 일에 대한 대답을 미리 정해 두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뀌는 건 없어, 제롬.”
“……그래-”
“여전히 펩이 우리의 감독이고, 우리의 목표는 참여한 대회에서 전부 다 우승하는 거야. 그러니, 그에게 서운한 것이 있다면 축구장 밖에서 해결하자고. 지난번 경기처럼 뛰는 건 정말 끔찍해.”
“지는 건 진짜 최악이지.”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니,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겨울 휴식기 때 이야기를 했었더라도, 딱히 반응이 다를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펩이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기에, 서운함만 더욱 컸을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펩이 프로답게 일을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에서 지지를 철회하고 일을 주도했을 것이 분명한 베켄바워 역시 프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쓰리백과 스페인식 축구가 싫다니.
‘병신 같아.’
덕 중에 최고는 양덕이라는 말처럼, 꼰대 중에 최고 역시 이쪽이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