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45)
544화 Starker Wille
2015년 12월 12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전반 01분
바이에른 뮌헨 0 : 0 잉골슈타트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3-3/4-3-3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라마잔 외즈칸
RB ? 필리프 람 / RB ? 토비아스 레벨스
CB ? 제롬 보아텡 / CB ? 마빈 마티프
CB ? 하비 마르티네스 / CB ? 호멍 브레즈리
LB ? 김다온 / LB ? 로베르트 바우어
DM ? 아르투로 비달 / DM ? 호저
CM ? 요주아 키미히 / CM ? 알모그 코헨
CM ? 베르나르두 실바 / CM ? 파스칼 그로스
RW ? 토마스 뮐러 / RW ? 매슈 레키
LW ? 킹슬레 코망 / LW ? 슈테판 렉스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루카스 힌터제어
.
.
예고대로, 팬들은 목소리를 내길 거부했다.
고요한 경기장.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슬프네.’
바이에른 뮌헨의 서포터 그룹이 2분 동안의 응원 중단을 결정한 이유는, 펩과 함께한 지난 2년에 대한 항의의 표현임과 동시에 그것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에 클럽은 하루 전 곧바로 성명문을 발표했고, 서포터 그룹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들의 응원이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의 바통은, 피치에서 뛰고 있는 우리들에게로 넘어온 상태다.
“그만, 그만-!”
베르나르두의 접근을 막으며, 난 매슈 레키(Mathew Lackie)와 몸을 부딪쳤다.
쿵-
호주 국가대표 출신이기도 한 레키는 작년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잉골슈타트에 합류했고, 지난 시즌 7골과 9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분데스리가 승격에 일조했다.
주로 빈 공간을 찾아내 그곳에 침투하여, 볼을 오래 끌지 않고 마무리를 하는 스타일이다.
좋게 말하자면 플레이 자체가 간결하고 오프-더-볼에 능하다는 것이지만,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을 하면 볼을 소유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을 감추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시야가 나쁘지 않고 연계 능력 역시 분데스리가 평균은 되기에, 섣불리 협력 수비를 펼치기보다는 주변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편이 낫다.
그럼 매슈 레키의 장점은 쉽게 발휘되기 어려워지고, 지금처럼 이렇게.
툭-
‘됐다!’
“?!”
축구공을 레키의 발밑에서 걷어 내어 볼 소유권을 다시 우리에게 가져올 수 있다.
“윽-!”
“이봐아-!!”
삐?익!!
볼을 빼앗긴 직후, 다시 축구공을 가져가려던 레키가 나의 발을 걷어차는 일이 있었다.
고의적인 것은 아니고, 압박 과정에서 나온 파울이다.
허탈해하며 어깨를 늘어트린 레키가 고개를 젓더니 내게 손을 뻗어 왔고, 난 그것을 잡아 몸을 일으킨 후 그의 머리를 슬쩍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대신 주심을 향해 소리를 질렀던 베르나르두가 가까이 다가왔다.
“기억하지? 쟤가 볼을 잡았을 때가 역습의 기회야.”
“응. 걷어차인 데는 괜찮아?”
“문제없어.”
“그래.”
파앙-
내 대답을 확인한 베르나르두가 축구공을 뒤로 밀어 보내고, 정확히 2분이 흐른 직후부터 알리안츠 아레나는 우리가 알던 그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유일한 차이라면, 곳곳에 저 글자가 보인다는 거다.
.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경기장 내에 PEPRAUS라는 글자가 많이 보이죠? 이번 사태를 두고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화가 무척 많이 났습니다.”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이번 시즌 후 뮌헨과의 작별이 결정된 과르디올라 감독입니다.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강력한 행선지로 꼽히고 있죠?”
(한희준)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맨체스터 시티행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보고 있습니다. 치키 베히리스타인이라든가 페란 소리아노와 같은, 어떻게 보면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인들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실제로 과르디올라 감독이 뮌헨의 지휘봉을 잡기 전, 맨체스터 시티가 정말 강하게 영입을 원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재)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배신자, 유다라는 별명을 붙이고 있습니다.”
.
{“배신자-!!!”}
{“꺼져 버려-!!”}
{“PEP RAUS!!!”}
{“PEP-!!”}
{“RAUS-!!”}
난데없이 야유가 들려와 고개를 들어 보니, 전광판에 펩의 모습이 잡히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펩은 무슨 생각일까?
힘이 조금 빠지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궁금한 건, 팬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도 같은 반응을 보일까라는 점이었다.
‘의미 없는 일이야.’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에, 난 곧바로 머릿속을 비워 내며 플레이에 집중했다.
오늘도 경기력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뭔가, 뚝뚝 끊긴다는 느낌이다.
전술이나 컨디션에 이유가 있다고 보기보다는, 멘탈적인 문제로 폼이 떨어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면 점유율은 여전히 높게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었고,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왼쪽 라인은 활기가 돈다는 것이었다.
일단은 이쪽에서, 뭔가를 해 봐야겠다.
‘볼이 넘어와야 해.’
잉골슈타트는 현재, 루카스 힌터제어(Lukas Hinterseer)를 뺀 전원을 페널티 박스에 밀집시키고 있다.
그리고 우린 컨디션이 괜찮아 보이는 뮐러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시키고 있지만, 결정적인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키 패스가 나오지 않는 중이다.
아니라고는 해도 필리프 역시 최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왔고, 그에 따라 컨디션이 다소 떨어져 있다.
여전히 볼을 쉽게 빼앗기지는 않지만, 평소와 같은 날카로운 판단력은 보이지 않는다.
빈 공간이 있음에도 제자리에 머무는 등. 적극성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30초 넘게 잉골슈타트 왼쪽 진영에서 볼을 돌렸음에도, 축구공은 뒤로 돌아 하비에게 돌아오고 만다.
“하비-!!”
왼쪽 사이드라인에 붙어 손을 들어 올리자, 방향을 전환키로 한 하비가 길게 패스를 보내어 왔다.
나는 그것을 간단히 발아래에 놓아두었고, 접근해 온 베르나르두에게 볼을 넘긴 후에 코망의 움직임을 살폈다. 녀석은 늘 그렇듯, 라인과 가까운 곳에 있다.
잉골슈타트의 수비는 당연히 거기에 맞춰 전형이 잡혀 있다. 그렇다면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바로, 저기.
“이봐-!”
레비가 포스트(Post) 플레이를 위해 아래로 내려온 순간, 난 왼쪽 중앙 미드필드 위치에선 베르나르두와 왼쪽 사이드라인 앞 코망의 중간 지점으로 뛰어 들어갔다.
오른쪽 풀백으로 뛸 때에도 중앙 지역에 힘을 보태지만, 지금처럼 왼쪽에 나섰을 땐 아예 이런 움직임이 권장된다.
반대발 풀백을 배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황인데, 현재 나와 파트너를 이룬 코망이 클래식한 윙어의 성향을 지니고 있어 궁합이 더 괜찮았다.
윙어가 사이드라인에 붙어 있게 되면 풀백의 위치가 강제되기에, 안으로 파고들었을 때 보다 넓은 공간이 주어지는 거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베르나르두는 볼을 멋지게 지켜 냈고, 나를 발견한 녀석이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리면서 오른쪽 발바닥으로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일종의 노룩(No Look)패스였던 셈인데, 이런 기술적인 플레이 때면 늘 그렇듯 당해 주는 사람의 리액션이 생명이었다.
그리고 알모그 코헨(Almog Cohen)과 메슈 레키는 멋진 씬 스틸러가 되어 주었다.
둘은 베르나르두가 드리블 돌파를 하려고 한다고 판단, 축구공이 아닌 녀석의 몸을 따라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이 멋진 장면에.
{“오오오오-!!”}
지금까지 대체적으로 무신경했던 알리안츠 아레나의 관중들은 숨길 수 없는 탄성을 토해 냈다.
‘이건 살려야 해.’
오늘 경기를 뛰는 내내, 확연하게 줄어든 데시벨이 신경 쓰였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 팬들의 함성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되새겨 주는 요소였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의 칭찬에 목마르다.
그건 나의 활력소다.
주목이 쏟아지면 쏟아질수록 나는 더 높은 집중력을 가지게 되고,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가 더해 갈수록 그것을 이겨 냈을 때의 달콤함을 갈망하게 된다.
난 최고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명확한 인식이다.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히바우두,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리오넬 메시, 크리스타이누 호날두.
지난 십여 년 동안 최고였던 이들.
이 남자들이 최고였던 데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실력과 그에 걸맞은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오랫동안 회자될 멋진 장면을 수차례 만든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그런고로.
‘가자.’
조금 욕심을 부려 보기로 한다.
이유는 무척 간단하다.
환호.
펩의 일로 분노하고 실망했을 뮌헨의 팬들이, 잠깐 동안 그것을 잊고 축구를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마음껏 소리를 지르게 만들고 싶었다.
이미 베르나르두가 내게 깔아 준 판을 뒤엎지 않기 위해, 나는 조금 더 집중력을 끌어 올려 본다.
실제로 집중력이 높아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패할 수 없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본 거다.
평소였다면 포스트플레이를 하는 레비에게 패스를 보내고 다음을 생각해 보겠지만, 지금 나의 선택은 패스가 아닌 드리블로 돌파를 하는 것이었다.
패스를 보내야 했을 타이밍에 한 차례 더 볼을 앞으로 차 두자, 잉골슈타트는 민첩한 반응을 보인다.
.
(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오우-!! 베르나르두 실바. 멋진 플레이입니다. 그리고 다온. 그는 계속해서 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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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두의 멋진 플레이 덕분에, 지금 이 위치에서 나를 막아 섰어야 했을 두 명의 미드필드가 사라졌다.
그래서 페널티 박스 주변까지의 접근은 별로 어렵지 않았고, 골에어리어 바로 앞에 접근을 해서야 호저(Roger)가 저지를 위해 앞으로 달려 나왔다.
센터백 사이로 내려앉아 다섯 번째 수비수가 되었던 그이기에, 이런 식의 전진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은 곧, 나 역시 이렇게 대면하는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드리블을 선택한 순간부터 그려 왔던 이미지.
‘발을 내밀 수 있겠어?’
무패행진을 이어 가는 동안, 우리를 분석했던 미디어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약점이 딱히 보이지 않는 완벽에 가장 가까운 팀’이라는 것이었다.
모든 포지션에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있고, 그 개성도 각기 다양해 분석이 어렵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또 덧붙였던 말 중에 하나는, 세트피스마저도 스페셜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페널티킥의 경우 뮐러와 알라바가 각각 95%가 넘어서는 성공률을 보여 주고 있고, 사비는 지난 시즌부터 현재까지 프리킥/코너킥으로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였다.
또 박스 주변의 프리킥은 나나 알라바가 해결할 수 있어, 수비수의 입장에선 늘 이를 신경 써야만 했다.
지금 호저가 빠르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 망설이는 이유 역시, 이 위치에서 우리에게 프리킥을 내어 주게 되면 곤란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전문 수비수의 입장에서 말을 하는 건데, 파울 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절대 좋은 수비를 할 수 없다.
파울 없이 수비를 하는 것이 수비수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목표라면, 파울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마음가짐이다.
얼핏 어울리지 않게도 보이겠지만, 두려움을 극복해야 결국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이치와 같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호저는 막상 앞을 막아섰으면서도 수비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볼을 빼앗을지 아니면 지연을 할지를 선택해야 했는데, 이도 저도 아니게 행동을 하다 보니 내게 더욱 많은 선택지가 생겨 버렸다.
‘그럴 줄 알았어.’
뒤늦게 발을 뻗어 온 호저였지만,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던 나는 그것을 가볍게 벗겨 내었다.
드리블의 속도를 살짝 늦추면서 오른발 안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호저의 몸이 내 오른쪽 어깨 뒤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난 오른팔을 뻗어 호저가 자연스럽게 밀려나도록 만들었고, 왼발로 축구공을 다시 앞으로 밀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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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카이텔)
“로거(호저). 따돌려집니다. 간단히 수비를 제압하는 다온. 그는 이제 골대를 보고 있습니다. 다시 수비가 앞으로. 마티프. 오~! 그마저도 통과합니다! 마법과도 같은 기술! 다온, 다온, 다오오오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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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저를 벗겨 낸 순간부터는 나는 시종일관 수비의 머리 위에서 플레이를 해 낼 수 있었다.
마빈 마티프(Marvin Matip)가 커버를 오리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고, 망설였던 동료와는 다르게 파울을 두려워하지 않고 발을 뻗을 거라는 점도 알았다.
그래서 난 마티프가 발을 뻗는 타이밍에 맞춰 가랑이 사이로 축구공을 밀어 넣었고, 골키퍼와 1:1이 된 뒤에는 왼발을 사용해 간단히 빈 공간으로 축구공을 밀어 보냈다.
득점이 되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골대 뒤로 움직여, 팬들의 앞에서 주먹을 힘차게 휘둘렀다.
비록 두고두고 회자가 될 마무리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겠지만, 베르나르두가 만들어 낸 환호성을 허무하게 날려 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내가 기억하는 알리안츠 아레나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관중석에 쳐진 철조망을 부여잡은 몇몇 이들은 얼굴이 빨갛게 되어 소리를 내질렀고, 뒤쪽에 이들도 주먹을 불끈 쥐거나 박수를 치며 기쁨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더 크게-!! 너희들도 뮌헨이라고-!!”
이 순간,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응원해-!! 소리 질러 달라고!!”
그리고 우린.
또 나는 이런 것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내가 계속해서 나일 수 있고.
계속해서 나아가기 위해.
저들의 목소리 없이는, 우린 풀밭 위에서 공을 따라 우루루 몰려다니며 그물 안으로 그것을 밀어 넣으려 노력하는 무의미한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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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아~ 역시 김다온 선수. 스타란 바로 이런 거거든요? 베르나르두 실바 선수의 멋진 플레이를 끝까지 연결해 득점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역시 엄청나지 않았겠습니까? 지난번 월드컵 때도 그렇고 또 그 이전에도, 김다온 선수는 늘 중요한 순간에 뭔가를 보여 줬습니다.”
(이후재)
“대한민국과 바이에른 뮌헨의 스타-! 김다온 선수의 올 시즌 리그 여섯 번째 득점. 시즌 여덟 번째 득점으로 바이에른 뮌헨이 1:0으로 앞서 나갑니다!”
***
{“Ich geb mein Herz fur dich-”}
: 나의 마음을 너에게 줄게
{“Fur bayern lebe ich-”}
: 나는 바이에른을 위해서 사니까
{“Ich lass dich nie im stich-!”}
: 나는 널 실망시키지 않아.
.
.
.후반 45분
바이에른 뮌헨 4 : 0 잉골슈타트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평소, 그라운드가 가장 잘 내려다보이던 자리에서 경기를 지켜봐 왔다.
이는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이 지닌 특권 중 하나였고, 루메니게는 그곳에서 좋은 기억들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루메니게는 자신의 앨범 한쪽 귀퉁이에 잊지 못할 순간을 추가해 놓는다.
‘이래서 축구를 싫어할 수 없는 거야.’
수만 명의 사람들로부터 응원을 받고, 몇백 배 이상의 이들을 기뻐하게 만들 수 있는 직업을 가진다는 건 오직 소수만이 가능한 일이다.
이는 반대로, 같은 숫자의 이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축구 선수 혹은 관계자들은 팬들의 반응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티켓을 구매해 주고 또 물품을 구매하고, TV를 시청해 주는 이들보다 무서운 사람들은 없기 때문이다.
{“Allez-! Allez-! Oh~ oh~”}
비록 자신의 특권을 누릴 수는 없었지만, 루메니게는 알리안츠 아레나에 마련된 자신의 사무실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봐 왔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 봤자,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게 분명했다.
사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두려웠다.
근래 본 적이 없었던 팬들의 분노.
‘Mia san Mia(Wir sind Wir)’를 철학으로 표방해 온 뮌헨이었기에, 팬들 역시도 개인보다는 클럽 그 자체에 대한 충성도가 굉장히 높았다.
그런 뮌헨의 팬들에게서 용서를 받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지만, 결국 모든 것을 해결한 것 역시도 축구였다.
딸깍-
중계 방송에서 들려오는 비판조차 싫었던 루메니게는, 지금까지 줄곧 볼륨을 낮추고 있었다.
그러나 전반 13분 김다온의 첫 번째 득점 이후 울려 퍼지기 시작한 80여 분의 열정적인 목소리 덕분에, 루메니게는 다시 용기를 되찾아 본다.
곧이어 루메니게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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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해설위원
“지금의 이 점수는 바이에른과 과르디올라에게는 완벽한 결과일 겁니다. 상대가 잉골슈타트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오늘 바이에른이 경기를 풀어 나간 방식입니다. 상대를 완전히 압도했어요. 숨조차 쉬지 못하게 했습니다. 슈팅의 숫자를 보세요. 전반 6분 이후, 잉골슈타트는 뮌헨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슈팅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득점의 과정은 아름다웠죠. 얼어붙었던 팬들의 마음을 녹여 버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
노르베르트 카이텔의 마지막 표현은 정확했다.
오늘의 득점은 하나같이 아름다웠고, 그것이 얼어붙으려고 했던 뮌헨 팬들의 마음을 녹아내리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뮌헨은 다음으로 이어 가기 수월해졌다.
‘모레쯤인가?’
뮌헨 팬들의 이번 분노는 펩 과르디올라가 팀을 떠나는 과정이 배신처럼 다가와서이지만, 그 근간에는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박혀 있었다.
그들은 이번 펩 과르디올라의 행동이 남은 시즌과 팀의 미래를 망쳐 놓을 것을 두려워했고, 그것이 그들이 사랑하는 클럽을 상처 입힐 거라고 생각했다.
묀헨글라트바흐 원정에서 보인 졸전 역시,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의 결과로 인해, 팬들은 자신들의 현재가 변함이 없을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거다.
그리고 모레쯤 새로운 감독의 이름을 듣게 되면, 현재의 분노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릴 수 있다.
‘결국은 또 저 남자였군.’
4:0의 스코어로 경기가 끝나고, ‘Sky Sports German’의 카메라는 MoM이 거의 확실한 남자를 비추기 시작한다.
잉골슈타트의 수비를 무너뜨리며 첫 번째 득점을 만들어 냈고, 이후 세 개의 득점 과정에 몽땅 관여하는 등.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더 중요했던 건, 그가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복잡한 문제를 풀어 나가는 방식이었다.
‘결국엔 축구로 풀어냈어.’
화면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다온을 보며, 루메니게 역시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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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Bundesliga 16R)
바이에른 뮌헨 4 : 0 잉골슈타트
[골] 김다온 : 전반 13분(베르나르두 실바)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후반 20분(제롬 보아텡)
필리프 람 : 후반 30분(토마스 뮐러)
토마스 뮐러 : 후반 33분(킹슬레 코망)
김다온 ? 95분 출전(1골/평점 1.5/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