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50)
549화 Ein Schachmatt
2016년 1월 18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제2 연습구장.
발롱도르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최대한 그것에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건 뭐예요?”
“나중에 설명해 줄게요.”
“?”
오늘 아침, 팀의 자체 ‘유튜브’ 채널 FCB.TV에서 일정이 끝난 후 시간을 내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이어 코스타와 코망에게 같은 질문이 이어졌고,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훈련이 모두 끝나고 뭔가 신기한 것들이 잔뜩 배치되어 있는 제2 연습구장으로 오게 되었다.
세팅되어 있는 여러 대의 카메라 앞에서, 프로듀서인 세라피네 드로셀(Serraphine Drossel)이 설명을 시작한다.
“좋아요, 여러분. 이미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으니까 편안하게 하시면 돼요.”
본래 FCB.TV는 클럽의 경기 영상을 편집해 업로드를 하고, 클럽의 특별한 소식이라든가 팬들이 그리워하는 원로들의 근황 등을 알려 주는 느낌의 채널이었다.
외에도 FCB NEWS를 통해 클럽 안팎의 자잘한 소식들을 팬에게 알려 주고, 트레이닝 일부를 촬영한다든가 ‘INSIDE’를 통해 보다 친근한 우리들의 모습도 알렸다.
프리 시즌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우리의 거의 함께한다고 보면 되었기에, FCB.TV의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 역시 클럽 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그러다 전임 올레 프렌츠(Ole Frenz)가 방송사로 이직을 하고, 새로운 여성 PD가 오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의 이것도 그중에 하나였다.
“우선 질문을 할게요.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을 빼고, 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구 선수라 생각하나요?”
“오-?”
예상 밖의 질문에, 우리는 대번에 관심을 나타냈다.
뭐라고 할까.
우리끼리 가끔 비슷한 종류의 대화를 나누기는 하지만, 이렇게 방송에서 이야기해 본 적은 없다.
“누가 먼저 말할래?”
“네가 먼저 해.”
갑자기 다들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고, 우선 코스타가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뮌헨 말고랬죠? 그럼, 가레스 베일이요. 그가 달릴 때면, 페라리처럼 보여요.”
“코스타?”
“음, 저도 일단 베일. 그리고 오바메양. 도르트문트의. 그리고 그 친구 이름이 뭐더라. 레버쿠젠에서 뛰고 음…….”
“카림.”
“아-! 맞다! 그 친구. Obrigado Amigo.”
확실히, 가레스 베일은 속도라는 측면에서 많은 이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었다. 나 역시 그가 빠르다는 것은 알고 있고, 오바메양과 카림 벨라라비 역시 동의한다.
결국 내가 답할 차례가 되었을 땐 이들을 빼고 말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는데, 딱히 대답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스날의 시오 월콧에게서는 딱히 인상을 받지 못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듣던 만큼 빠른 선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난.
“쥘레.”
“누구?”
“왜 호펜하임의 수비수 있잖아.”
호펜하임과 상대를 할 때마다, 몇 번이나 쥘레의 스피드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적이 있다.
올 시즌 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도 완전히 빠졌다고 생각했을 때 쥘레가 레비를 따라붙어 기어코 태클에 성공을 했었던 일도 있었다.
195cm의 키에 100kg에 육박하는 거구라 빠르다는 인식을 가지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가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빠른 센터백이었다.
“제롬보다도?”
“응.”
제롬도 당연히 빠른 수비수로 분류할 수 있다.
아마 팀 내에서도 상위권을 지킬 거다.
그렇지만 제롬의 장점은 짧은 제로백에 있지, 속도 그 자체로 세계 최고라 부르기는 어렵다.
“좋네요. 그럼 이젠 뮌헨까지 포함하죠.”
“같은 질문인가요?”
“네.”
“그럼 뭐, 쉽네요. 얘요.”
“네, 저도요. 얘가 제일 빨라요.”
질문의 범주가 뮌헨 내에까지 확장이 되자, 코스타와 코망이 망설이지 않고 나를 지목했다.
그러자, 세라피네가 약간 곤란해한다.
“이러면 흥미가 덜하겠는데요?”
“?”
“실은 오늘 제가 하려고 했던 부분이 세 분의 속도를 측정해 보는 것이었거든요. 아까 저 장비들이 뭐냐고 물었죠? 저것들 전부 속도 측정 장비예요.”
“전부요?”
“네. 전부요.”
현재 제2 연습구장 피치의 한쪽에는 스탠딩 형태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장비들이 잔뜩 세워져 있었다.
“간단히 몸을 풀 시간을 드릴게요. 어디까지나 팬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프로그램인데, 여러분들이 다치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코스의 길이는 30m예요.”
“재미있겠네.”
“그러니까- 나도 늘 궁금했었어.”
“내가 그래도 얘보다는 낫겠지.”
“뭐?!”
코스타와 코망이 서로 신경전을 펼치는 사이, 나는 위치를 옮겨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사실 처음엔 조금 귀찮은 것도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지만, 막상 이런 주제로 진행이 되자 승부욕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그것이 속도와 관련되었다면, 내겐 전력을 다할 이유가 된다.
스스로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것 중에서, 속도는 슈팅과 함께 첫손가락을 다투는 부분이다.
그러니, 자존심을 구기고 싶지 않다.
“후우우~”
후반기의 개막을 나흘 앞두고, FCB.TV와 함께하고 있는 지금의 이 시간은 승부욕과 전의를 끌어올릴 만한 좋은 여흥 거리가 되어 주고 있었다.
***
[38.8km/h!! 다온, FCB.TV에서 자신의 속도를 과시하다. – ARD/2016.01.18.(오후)]? 비록 비공식이기는 하지만, 김다온이 기록한 최고 속도는 가레스 베일의 36.9km/h를 월등히 앞서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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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FCB에서 가장 빠른 남자일까? – FCB.TV(YOUTUBE)/2015.01.19.(오후업로드)]? 1위 : 다온(38.8km/h)
2위 : 코스타(34.3km/h)
3위 : 코망(33.9km/h)
***
※ 2015 FIFA Best 11(2016.01.11.선정)
GK ?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
RB ? 김다온(바이에른 뮌헨)
CB ?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
CB ? 치아구 시우바(PSG)
LB ? 마르셀루(레알 마드리드)
MC ? 폴 포그바(유벤투스)
MC ?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MC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RW ?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LW ? 네이마르(바르셀로나)
ST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
2016년 1월 21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회장실.
분데스리가 후반기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늦은 시각까지 사무실에 남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홀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한두 가지의 일이 아니었다면, 2015/16 시즌의 전반기는 성공이란 점수를 매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딸랑-
잔에 얼음을 채운 루메니게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고, 술을 따른 후 소파에 편히 앉아 리모컨을 집어 든다.
딸깍-
멍한 표정으로 채널을 돌리던 그가 TV를 끈 후, 얼음이 살짝 녹은 위스키를 한꺼번에 입 안에 털어 넣었다.
“후우~”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수장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는, 오늘 오전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이다.
[- 내년 여름 재계약 이야기는 없을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 다온의 생각입니다. 원한다면 직접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의 감독과 함께하는 것에 회의적입니다. 최근의 일들이 영향을 미친 것 같군요.]김다온의 대리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100% 진실일 수도 혹은 잘 꾸며진 핑계일 수도 있었다.
축구에서 에이전시의 영향력이 커진 이후, 그들은 늘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런 종류의 심리전을 펼쳐 오고는 했다. 특히나 클럽이 불리한 위치라면 더더욱 말이다.
최초 계약 기간의 절반만이 남은 현재, 바이에른 뮌헨은 절대적인 을의 입장이다.
게다가 이미 바이에른 뮌헨은 내년 여름 김다온과의 재계약이 있을 거라고 공언을 해 왔다.
한데 이런 식으로 상황이 흘러가게 되면, 상상만으로도 귀찮은 일들이 펼쳐지게 될 게 틀림없었다.
미디어는 클럽과 김다온의 사이가 완전 틀어졌다며 떠들어 댈 것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그가 팀을 떠날 거라는 뉴스가 독일의 가장 유명한 미디어를 장식할 것이다.
그러면 그 속에서 선수단은 크게 흔들릴 테고, 오프 시즌부터 이적 시장 종료 직전까지 이어질 외풍은 클럽 곳곳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 놓게 된다.
무엇보다,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할 카를로 안첼로티에겐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을 거다.
‘보통이라면…….’
보통의 경우라면, 클럽은 이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감독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클럽에서 도려내고, 새로운 감독에게 힘을 실어 주어 팀의 구심점이 빠르게 잡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나 지금 말하고 있는 건, 22살에 풀백으로서 발롱도르 투표 2위를 차지한 남자였다.
그것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아래에 두면서 말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앞으로도 계속 김다온과 함께하기를 바라고, 32살이 된 필리프 람과 잦은 부상으로 폼이 널뛰는 알라바를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일은 필수적이었다.
“후우우~”
언제부터인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김다온과 클럽의 권력 구도가 뒤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 애써 외면해 오긴 했지만, 막상 오늘 일이 터지자 무기력하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려웠다.
축구선수 그 자체로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김다온은 2위 그룹 한참 위에 올라서 잇는 독보적인 최고의 위치를 지키는 중이었다.
그의 영입에 든 막대한 규모의 지출을 최근 .e.V.들이 알게 되었음에도, 거기에 관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경제적 이득이 뒷받침되어 주기 때문이다.
김다온이 합류하기 직전인 2012/13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로고가 새겨진 상품의 판매로만 약 8,160만 유로(약 1,099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유럽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막대한 수치였고, 당시 루메니게는 2013년 1월 미디어를 통해 [“이미 클럽의 영업 목표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알린다.”]며, 자신이 늘 꿈꾸던 클럽의 세계화에 한 발 다가간 사실에 기뻐했다.
실제로 2012/13 시즌은 루메니게가 오랫동안 공들인 마케팅 활동이 궤도에 오른 시기였고, 2013/14 시즌 8,000만 유로를 영업 목표로 설정하는 이유가 됐다.
그리고 해당 기간, 바이에른 뮌헨의 상품 판매 수입은 1억 1,070만 유로(약 1,491억 원)로 다시 뛰어오른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이 크게 도드라졌는데, 2012/13 시즌 대비 343%의 매출 상승을 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다온이 뮌헨에 합류한 직후부터, 많은 대한민국 기업으로부터의 스폰서 문의가 쇄도한 것 역시 바이에른 뮌헨의 총수입 증대에 결정적 원인이었다.
‘포브스’가 김다온의 경제적 효과를 1억 6천만 유로라는 구체적인 금액으로 평가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다온과 관련된 문제는 결코 단순하게 여길 수가 없다.
몸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판매를 하고 이적료를 챙기는 것으로 끝내기엔, 김다온이 클럽에 남았을 때 가져다줄 상업적 이득이 훨씬 거대했다.
결국 이제 루메니게에게 남은 건, 과거 PSG가 그러했듯 김다온에게 백지 수표를 내미는 것 외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또 만약 그가 특정한 선수의 영입 혹은 방출을 바란다면, 그것을 약속하는 것 역시 필요할 것이다.
마치 FC 바르셀로나가 리오넬 메시를 대하는 것처럼, 바이에른 뮌헨 역시 김다온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어느새, 김다온은 그런 존재가 됐다.
탁-
“후우~”
스스로 외부와 단절시킨 사무실의 안, 루메니게가 내쉬는 깊은 한숨은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까지 이어진다.
***
2016년 1월 22일. 22525 함부르크, 독일. 실베슈터알리 7. 폴크스파르크슈타디온.
.전반 26분
함부르크 0 : 1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3-3/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레네 아들러
RB ? 필리프 람 / RB ? 데니스 디크마이어
CB ? 제롬 보아텡 / CB ? 요한 주루
CB ? 홀거 바트슈투버 / CB ? 끌레베르 헤이스
LB ? 김다온 / LB ? 마티아스 오스트르촐렉
DM ? 사비 알론소 / CM ? 루이스 홀트비
CM ? 티아고 / CM ? 고이코 카차르
CM ? 베르나르두 실바 / RAM ? 니콜라이 뮐러
RW ? 토마스 뮐러 / CAM ? 아론 헌트
LW ? 킹슬리 코망 / LAM ? 이보 일리체비치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피에르-미켈 라소가
.
.
(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실바-!! 환상적인 플레이입니다-!! 바이에른 뮌헨! ……1:0! 함부르크의 진영을 공략하는 것에 애를 먹었습니다만, 기어코 해냅니다! 단 한 번이면 충분했군요.”
(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 해설위원
“시속 40km 사나이의 멋진 언더랩이었습니다. 함부르크 수비 사이에 빈틈이 생겨나는 것을 놓치지 않았죠. 순식간에 박스를 파고들었고, 아주 침착하게 패스를 보냈습니다.”
(노르베르트 카이텔)
“시즌 16번째 어시스트입니다. 이런 페이스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스스로 세운 분데스리가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이른 시일 내에 깨트릴 것 같습니다. 틀림없이 그렇겠죠. 어쩌면 우린 새로운 역사를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온. 그는 의심할 여지 없는 주파 코레아니쉬(Super Koreanisch/Super Korean)입니다!”
.
오늘 경기에서 함부르크가 택한 전술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선(先)수비 후(後)역습이었지만,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바로, 안티(Anti) 풋볼이다.
전반기에서 11위에 그치며 많은 사퇴 압박을 받은 브루노 라바디아(Bruno Labbadia)의 도전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는데, 그건 꽤나 잘 먹혀들어 가던 중이었다.
단순히 박스 앞에 수비를 놓아두는 게 아니라, ‘상대가 지공을 펼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안티풋볼은 주제 무리뉴의 스타일을 굉장히 잘 재현했다고 할 수 있었다.
평소의 속도를 낼 수 없던 몇몇 동료들은 거기에 쉽게 휘말려 들어 갔고, 잦은 실수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함부르크가 의도하는 흐름으로 흘러갔다.
다만 상대 역시 완벽했던 것은 아니라서, 난 아까부터 줄곧 요한 주루가 과잉 의욕 상태인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은 그게 먹혀든 득점이었다.
찰싹-!
“아-! 왜 때리는데?”
“바보! 쟤네가 널 말리게 하려던 걸 몰랐어?”
“그래도 결국엔 득점했잖아-!”
찰싹-!
“아-!! Amigo!!”
“잘 들어, 베르나르두. 쟤네는 지금까지 우리를 서두르게 하려고 했어. 하지만 이젠 0:1이 되어 버렸지. 그럼 쟤네가 무엇을 하려고 할까?”
“음- 공격?”
“응. 그걸 늘 생각해 두라고.”
주제 무리뉴 방식의 안티풋볼은 흔히 ‘극단적인 수비를 추구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지만, 정확한 표현은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색을 포기하는 것에 있다.
2009/10 시즌 바르셀로나와 뮌헨을 제압하며 이탈리아 클럽 최초의 트레블을 달성한 인테르의 경우에도, 그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74득점을 기록한 팀이었다.
그리고 이해 주제 무리뉴가 수비적인 전술을 사용한 경우는 FC 바르셀로나와 상대한 챔피언스 리그 4강이 전부였다.
극단적인 수비축구에 의해 점유율 축구가 무너지면 좌절한 요한 크라위프가 ‘안티풋볼’을 마냥 수비만을 하는 축구로 묘사했지만, 실제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서 말하는 안티란 오직 ‘점유율을 지배하는 축구’에만 해당하는 것이며, 넓은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는 실리(實利)를 추구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게 옳다.
다만 기존 본인들의 철학을 철회하고 새로운 축구에 도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엄격한 절제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데 요한 주루는 아까부터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고, 본인의 영역을 이탈해 이곳저곳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
‘멍청한 짓이지.’
얼핏 보기에, 우리가 애를 먹는 순간까진 요한 주루가 정말 굉장한 활약을 펼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라바디아의 입장에서는 이런 요한 주루의 모습이 마냥 좋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가 잘 짜여졌을 전술을 파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내가 판단한 함부르크의 전술적 허점은, 가장 좋은 폼을 보이고 있던 요한 주루였던 거다.
요한 주루에게는 안됐고 또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축구란 때때론 정해진 규범에 따라야만 한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크게 후회를 하는 일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뭐, 이래서 재미있는 것이지만 말이야.’
축구는 절대로 간단하지 않다.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가며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들이 존재하듯, 피치 위에서도 기본적으로 지켜 나가야 할 법칙과도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감독의 철학에 따르는 것이고, 그 철학이 내게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내가 받은 역할?
그야 간단하다.
난 펩의 축구에서 하나의 장기 말로 움직이지만, 판 위에서 하는 일은 상대의 철학을 어긋나게 만드는 일이다.
또 이를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펩은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나는 전적으로 펩에게 충성하는 것으로, 그의 배려에 대한 보답하고 있다.
‘이래서…….’
앞으로도 계속 펩과 함께하고 싶은 거다.
그와 함께, 나는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촤—악!!
“?!!”
깊은 태클로 축구공을 정확히 걷어 낸 후, 나는 조금 당황해하고 있는 니콜라이 뮐러에게 윙크를 날렸다.
짜식, 놀라긴.
이래서, 축구를 즐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