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56)
555화 Ein Schachmatt (7)
2016년 2월 23일. 10048 비노보 토리노, 이탈리아. 비아 스투피니기, 182. 유벤투스 센터(Juventus Center. Via Stupinigi, 182. 10048 Vinovo TO, Italy).
뮌헨이 최근 세 차례의 리그와 컵 경기에서 13득점 1실점을 기록한 것과는 달리, 같은 기간 유벤투스는 나폴리오 볼로냐를 상대로 단 1득점만을 기록했다.
두 차례 연속 ‘Doppio Regista(더블 레지스타)’ 형태의 4-4-2를 사용했지만, 경기력이 썩 좋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16강 첫 번째 경기를 하루 앞둔 오늘, 유벤투스의 훈련시설이 있는 비노보엔 평소보다 무거운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는 기자회견장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물병을 하나만 주게.”
“네.”
“그라찌에.”
물병을 건넨 스태프에게 고맙다고 말한 후,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가 자리에 앉았다.
바로 옆자리는 폴 포그바의 것이다.
그 역시, 물병 하나를 받아들었다.
탁-
“후우~”
조금 마신 물병을 앞쪽에다 놓아두며, 알레그리는 쏟아질 질문을 기다린다.
본래라면 주장인 잔루이지 부폰이 기자회견에 참석해야 했지만, 이번 챔피언스리그 스폰서 그룹의 강력한 요청으로 포그바가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폴.”
“…….”
“입조심하게. 괜한 문제를 만들지 말자고.”
“…….”
김다온의 생각대로, 그를 겨냥했던 폴 포그바의 포스트는 어떠한 인종차별의 의도도 들어 있지 않은 것이었다.
포그바는 아무런 악의적 의도 없이 호승심을 발휘했을 뿐이었지만, 한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논란은 결국 올려놓았던 포스트를 내리도록 만들었다.
그에게 이런 상황이 더욱 짜증 났던 건, ‘아디다스’ 역시 마찬가지의 권유를 했다는 점이었다.
자신을 찾아온 이탈리아 마케팅 담당자의 앞에서, 그는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몰고 가는 것이냐며 역정을 냈었다.
그러나 포그바에겐 가져갈 수 있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근래 있었던 김다온을 향한 인종차별 논란이 포그바가 포스트를 내리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
당연히 그는 현재까지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고, 알레그리의 말을 듣는 순간 감정이 완전히 상해 버렸다.
알레그리를 향한 질문으로 시작된 사전인터뷰 내내, 폴 포그바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스폰서가 자신을 인터뷰 대상으로 요청한 두 번째 이유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마자, 폴 포그바는 간신히 이어져 오던 감정의 끈을 완전히 놓아 버렸다.
“멍청해요.”
“뭐라고요?”
엘코 보른(Elko Born)은 명성 높은 스포츠 프리랜서 기자 중에 하나로, ‘BBC’, ‘Fourfourtwo’, ‘텔레그래프’와 같은 공신력 높은 미디어에 꾸준히 양질의 기사를 공급해 왔다.
특히 네덜란드 출신인 만큼 에레비디지와 독일, 벨기에 리그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
이런 그가 던졌던 질문은 바로, [“한때 원더보이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했었지만, 이젠 다온이 조금 앞서 나가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가장 재능 있는 젊은 선수 중에 하나로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질문의 의도는 최고의 젊은 재능인 이들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 보려는 것에 있었으나, 포그바는 이를 완전히 곡해해 버렸다.
“당신은 그가 나보다 더 나은 선수라 말하는 것 같은데,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오, 아니요. 제 의도는…….”
“그는 좋은 선수죠.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굉장한 수준이라든가, 최고라든가 하는 부분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1억 7천만 유로니 하는 것들도, 사람들이 환상을 좇기 때문이죠. 제가 더 좋은 선수입니다. 그리고 그걸 내일 경기에서 증명할 겁니다.”
잔뜩 날이 서 있었던 포그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내는 여러 의미에서 술렁거렸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와 유벤투스의 관계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반면 앉아 있던 기자들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났다.
포그바의 인터뷰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거라는 사실을 직감한 것인데, 이는 피라냐가 득실거리는 어항에 상처가 난 먹잇감을 풀어주는 것과 같았다.
당연하게도, 이후 질문 차례가 된 기자들은 접근하는 스탠스를 바꾸기로 한다.
따로 입을 맞춘 것도 아닌데, 본능적으로 특정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려고 한 것이다.
이에 다급해진 유벤투스 관계자가 어떻게든 해 보려고 했지만, ‘UEFA’가 정해 둔 규칙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필사적으로 손을 휘젓거나 하며, 포그바에게 적당히 하라고 몸짓을 보낼 뿐이다.
하지만 포그바는 그것을 못 본 척하며, 가슴속에서 튀어나오는 단어와 문장을 여과 없이 입 밖으로 내보냈다.
이 모든 것들을 그대로 자신들의 랩톱에 기록하는 기자들과 넋이 나가 버린 클럽 관계자들의 표정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는 토리노의 유벤투스 센터다.
***
[폴 포그바, “다온은 환상을 좇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존재.” – BBC(잉글랜드)/2016.02.23.(오후)].
.
[파격의 연속이었던 폴 포그바의 인터뷰. 이는 김다온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들이었다. – Sky Sports International/2016.02.23.(오후)]? “이 생각을 해야 한다. 그는 지금까지 계속 편한 환경에서 뛰었다. 벤피카, 뮌헨. 그들을 리그에서 견제할 수 있는 팀이 몇이나 되나? 특히 분데스리가는 뮌헨과 나머지 팀의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내 생각에, 그는 진짜 전사가 아니다. 진정으로 강인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원더보이를 빼앗긴 것은 나의 실수였다. 하지만 그게 그가 앞서 나간다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 (커리어의 비교) “말했지만, 그가 뛴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벤피카와 뮌헨은 리그에서 4:0이나 5:0을 수시로 만든다. 나도 그런 무대에서 뛰었다면 두 배는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을 것이다.”
? (우리가 말하는 커리어는 유럽대항전이다) “내일 내가 그것을 보여 주겠다. 바이에른 뮌헨은 우리 유벤투스를 뛰어넘을 수 없다.”
? (논란이 된 인스타그램 포스트) “한마디만 하겠다. 난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난 모든 사람들을 사랑한다.”
? (김다온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보면 되는가) “내가 왜 그를 인정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 (자신이 있는 건가) “축구는 빠르거나 강한 슈팅을 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축구는 훨씬 더 복잡하다. 나는 수를 읽을 줄 알고, 체스 게임에 능하다. 내일, 축구가 무엇인지 보여 주겠다.”
***
【한 시간 뒤】 뮌헨 상공(Over Munchen).
띵-
뮌헨에서 토리노까진 90분밖에 걸리지 않고, 우린 오전 간단한 훈련을 치른 후 원정길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 내 솔직한 심정은.
‘열등감 오지네, 진짜.’
폴 포그바의 사전 인터뷰는 당연히 이곳 독일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오죽하면 사전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클럽에 계속 문의를 넣었을 정도다.
나와 인터뷰를 할 시간을 조금만 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이다. 어떤 기자는 질문 딱 하나면 된다고도 했다.
당연하게도, 클럽은 기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정도 있고, 선수를 보호해야 할 의무 역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시합이 있을 때까지는 침묵을 할까 한다. 왜냐하면 그게 더 멋져 보이니까.
대신, 나는 소셜네트워크의 다른 포스트를 비공개로 돌리고 꽤 오래전인 것으로 보이는 흑백으로 된 체스 대국(對局) 사진 하나만을 올려 뒀다.
이건 당연히, 자신을 체스 플레이어라고 말한 포그바의 인터뷰에 대한 답변이었다.
‘날 힘밖에 없는 무식이로 봤어, X만 한 새끼가.’
원더보이 이후, 매년 꼭 한 번 정도는 포그바와 뭔가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
월드컵 때에는 황금을 쥔 꼬마가 어쩌고저쩌고하더니, 이번에는 체스가 어쩌고저쩌고했다. 어쩌면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은 축구가 아니라 코미디 쪽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포그바의 행동을 열등감의 발로라 여기는 것 또한, 그가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유도 질문을 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챔피언스 리그를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면 절대로 안 된다.
경험자로서 하는 말이다.
“이보게나.”
“?”
“잠깐 이야기 좀 할까?”
“그럼요.”
자리로 온 잠머가 나를 일으켰고, 함께 이동한 곳에서 그는 내가 어떤 대처를 바라는지를 물었다.
“조용히 가죠.”
“그래?”
“지금은 시합 전이니까요. 경기가 끝난 뒤에 대응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일을 거치면서, 난 클럽이 보여 준 모든 부분에 만족감을 느끼는 중이다.
며칠 전 UEFA는 마케팅을 이유로 나를 인터뷰 대상자로 점찍었지만, 펩과 내 의견을 물은 클럽은 이번 순서가 주장인 람에게 돌아가는 게 옳다는 것을 이해해 줬다.
인터뷰에 나설 선수를 결정하는 권한은 UEFA에 없기에, 펩과 나의 생각을 전적으로 존중했던 것이다.
또 포그바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기 무섭게 따로 팀을 꾸려 내부 단속에 나서는 한편, 공항으로 향하는 내내 ‘FCB.TV’를 제외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에 미디어들 일부가 불만을 드러냈지만, 클럽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유벤투스도 이렇게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굳이 최근 논란이 있었던 폴 포그바를 UEFA의 부탁이라고 하여 인터뷰 단상으로 끌고 온 것 자체가 잘못이다.
덕분에 미디어와 팬들은 포식을 한 기분이겠지만, 나나 팀도 덩달아 조금 번거로워진 감이 없지 않다. 평소였다면 조금 더 이 여정을 즐겼을 거다.
‘민폐야, 민폐.’
잠머와 헤어진 후 자리로 돌아와, 나는 창밖 아래로 가득한 구름을 내려다본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피부색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어째서 사람들은 단지 다른 것뿐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대신, 그것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일에 자신의 인생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일까?
몇 년 동안 당하는 입장에서 그것을 이해해 보려 노력을 해 봤지만, 결국은 그냥 포기해 버렸다.
애초부터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 곁엔, 전혀 다른 삶에서 성장한 나라는 사람을 누구보다 사랑해 주는 반쪽이 있다.
그녀를 보며, 난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게 최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내가 나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빚을 졌다면, 그건.
‘열 배로 갚아 주겠어.’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건만, 하루가 멀다 하고 이탈리아에서 들려오는 뉴스는 내게 승리해야 할 이유를 계속해서 더해 주고 있었다.
***
[폴 포그바의 인터뷰에 대한 모든 대응을 원천적으로 금한 바이에른 뮌헨 ? BBC(잉글랜드)/2016.02.23.(저녁)]? 마티아스 잠머, “일단은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먼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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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허용된 인터뷰 시간에서, 최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제롬 보아텡. – 텔레그래프(잉글랜드)/2016.02.23.(저녁)]? 제롬 보아텡, “자세한 일은 나도 잘 모른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건, 지금까지 다온을 화나게 한 이들 중에서 경기가 끝난 뒤에 웃었던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
2016년 2월 24일. 10151 토리노 토리노, 이탈리아. 비아 트라베스, 40. J 호텔(J Hotel. Via Traves, 40. 10151 Torino, To. Italy).
우리의 유벤투스 원정 숙소는 경기장에서 걸어서도 올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일까?
뿌?우!
뿌?우!
“Simili a degli eroi~/우리의 영웅들처럼.”
“abbiamo il cuore a strisce/우리도 줄무늬 심장을 지녔지.”
빠~~~앙!!
빵-!
빠앙-!!
유독 텃세가 심했다.
잠이 들려던 밤 11시경부터 시작해, 새벽 1시가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 주변에 몰려든 울트라스들이 피리를 불고 노래를 부르고 경적도 울려 가며 우리의 잠을 방해하고 있다.
“하아~ 저 빌어먹을 녀석들.”
– 포기해. 난 이미 포기했어.
“내일 컨디션 정말 환상이겠다.”
– 귀마개도 소용이 없을 정도야.
현재 나는 밖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창가의 커튼을 쳐 두고, 그 틈 사이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괜히 밖으로 나갔다간 큰일이 날 수도 있는데, 유벤투스의 울트라스(강성 서포터그룹)는 스포르팅의 울트라스보다도 더 악명이 높아 더더욱 그 가능성이 컸다.
스스로를 네오-파시스트이자 네오-나치로 묘사하는 유벤투스의 울트라스는, 실제로도 하켄크로이츠와 나치 경례를 경기장 내에서 사용해 문제가 된 적이 많다.
오래전부터 인터폴은 이런 세리에 A의 울트라스를 잠재적 테러 집단으로 규정. 꽤나 높은 수준의 위험 등급을 매긴 것으로도 알고 있다.
게다가 현재 유벤투스의 울트라스에 있어, 폴 포그바는 클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0번을 단 남자다.
“걔 때문에 더 이러는 거야.”
– 그래. 안 그래도 이런 말도 들리더라고.
“어떤?”
– ……안 할래. 너무 더러운 말이야.
폴 포그바의 포스트가 논란거리가 된 이후, 우리 부부의 소셜네트워크에 울트라스들이 침투하여 굉장히 더러운 댓글을 남겼다.
일부는 구글 번역기를 통했는지 한글로도 쓰여 있었으며, 당연히 전부 좋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일부 삭제된 댓글 중엔 우리 부부의 생명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정도도 있었는데, 그래서 아까 독일 경찰이 집 주변에 병력을 배치했다는 말도 들었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유벤투스 울트라스는 자동화기를 보유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 내일 장난 아니겠다.
“뭐, 경찰을 배치하겠지.”
– 그들을 믿어? 이런데도?
“그야, 경기 중이니까.”
한참 전에 클럽 측에서 경찰을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병력이 도착을 하지 않았다.
아마 그들 역시 저런 불법시위를 묵인을 해 주고 있는 것일 텐데, 세리에 A의 울트라스 대부분이 마피아와 관련이 있기에 연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 중이다.
그리고 또 아까 로비에 내려간 제롬의 말론, 일반 투숙객들이 프런트에 환불을 요구하는 소란도 있었다고 한다.
한데 여기에서 어처구니없게도, 호텔의 한 직원이 우리를 탓하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 버렸다.
딴에는 이탈리아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고 여긴 것인데, 당시 로비에는 펩이 있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 세리에 A에서도 뛰었던 펩은, 능숙하지는 않아도 이탈리아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안다.
– 그는 몇 개 국어나 하는 걸까?
“음, 다섯이 아닐까?”
– 다섯? 어떻게?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영어, 그리고 카탈루냐.”
– 아, 그랬지 참.
“응.”
따지고 보면 나도 꽤 할 줄 아는 말이 많다.
한국어는 당연한 거고, 포르투갈어와 독일어는 현지인 수준으로 할 수 있다. 또 스페인어와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원활히 가능했고, 불어 단어도 몇 개 알고 있다.
– 그건 네가 미쳤기 때문이야.
“그러는 넌? 요즘 영어 배우고 있지 않아?
–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
“큭큭큭큭. 멍청이.”
현재 나는 꽤 오래전부터, 바로 옆방의 베르나르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냥 옆인데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둘 다 귀찮다는 것에 동의를 한 상태다.
녀석도 지금 나처럼, 커튼을 쳐 두고 그 사이로 밖을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오-! 경찰이다.
“젠장, 이제 잠 좀 자겠네.”
새벽 1시가 넘은 현재, 이제야 무장한 경찰들이 등장해 울트라스를 내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아하니 완전히 정리가 되려면, 못해도 30분은 더 필요해 보인다. 저 많은 사람들을 몇 분 만에 해산시키기엔 무리일 테니까 말이다.
“일단, 난 다시 좀 씻을래.”
– 그렇게 해.
“응. 그럼 잘 자, Amigo.”
– 너도. 내일 봐.
“응.”
-딸깍-
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을 침대 위에 던져 둔 채 기지개를 켜며 몸을 쭉 폈다.
“흐그그그극-!”
울트라스의 접근 방법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내 입장에서 생각해서 그렇지 유벤투스 팬의 입장에서는 이번 논란이 불쾌한 일일 수도 있다.
애초부터 그들에게 인종 문제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안 되는 일인 만큼 말이다.
누군가에겐 내가 악당일 수 있다는 말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렇다면 철저하게, 악역이 되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만약 내가 내일 경기장을 찾을 유벤투스 서포터들의 밤잠을 설치도록 만들 수만 있다면, 오늘 두 시간 정도 고생한 것쯤은 쉽게 보답을 받을 테니 말이다.
“고마워 죽겠네, 진짜.”
최근 유벤투스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마치, 명절 때 찾은 시골집에서 만난 할머니 같았다.
배가 불러서 이제는 괜찮다고 말을 하는데 자꾸만 더 먹으라며 반찬 하나 더 얹어 주고, 배가 터질 것 같아 누워 있는데 과일이며 식혜며 주는 기분이다.
덕분에, 난 지금 엄청난 포만감을 느끼고 있다.
“사이다가 필요하겠어.”
정신적인 더부룩함과 함께 침대에 누워, 나는 비로소 조용해진 밤을 만끽하기로 했다.
수면이란 가장 단순하고 완벽한 수단으로.
수마(睡魔)는 곧바로 나를 집어삼켰다.
“…….”
.
.
[유벤투스와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경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 기관은 이례적으로 이 경기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과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할 거라 예상하고 있다. – ESPN(미국)/2016.02.24.(오전)]***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김군입니다.
555란 숫자가 좋아 여기에서 끊고 싶… 퍽-!!
(-_ -#) 이 아니라.
이번 달도 어김없이 제가 병원에서 수치 검사 받고 약 타는 날인데, 생일 때 조금 무리했던 탓인지 수치가 굉장히 나쁘게 나왔습니다.
일단 당장의 이상은 없는 줄 알았는데, 오후에 보니까 포진이 생기던 부위에 물집이 잡혔더라고요.
이런저런 병원 과정과 약 기운 등으로 제정신도 아니라서 2연재는 무리인 것 같아 1연재로 올립니다.
당장 계획은 추가 병원 일정으로 금(2연재) 토(1연재)인데, 목요일인 내일 컨디션에 따라 금토 모두 1연재가 될 수 있습니다.
송구스럽고, 죄송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