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57)
556화 Ein Schachmatt (8)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폴 포그바는 일찌감치 그 재능을 인정받으며, 16살의 나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게 되었다.
당시 그를 점찍었던 사람은 무려 알렉스 퍼거슨으로, 입단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맨유 내에는 포그바가 언젠가 월드클래스가 될 거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런 폴 포그바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의 축구 실력에 대한 자부심과 인간적인 자존심이 무척 강한 편이었다.
특히 알렉스 퍼거슨으로부터 직접 선택을 받은 뒤로는, 선수 스스로도 월드클래스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1/12 시즌 중반 이후부터 불거진 기용 논란과 극도로 부족했던 1군 경험은, 포그바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커리어를 종료하고 유벤투스로 이적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듬해, 포그바는 그 재능을 폭발시킨다.
처음에는 로테이션으로 간간이 출전하는 정도였지만, 시즌 중반 미드필드 공백으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MVP’ 라인을 밀어내며 새로운 주전으로 도약한 것이다.
그리고 20살이었던 2013년, 폴 포그바는 명실상부한 세리에 A 최고의 미드필드가 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3/14 시즌 세리에 A 전반기 평점 1위를 달성하기도 했고, 수많은 미디어들이 포그바가 다음 세대 최고가 될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탈리아 언론의 경우. ‘2013 골든 보이’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포그바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데 바로 이때부터, 폴 포그바의 커리어에 조금씩 아쉬운 경험들이 쌓여 갔다.
그 시작은 20살 이하의 나이에만 획득할 수 있는 골든 보이였다.
폴 포그바는 ‘골든 보이’를 주최하는 ‘투토스포르트’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해 투표에서 2위에 머물며 마지막 기회를 놓쳐 버렸다.
이탈리아 내 언론의 분위기가 워낙 편향되어 있었기에, 포그바는 당연히 자신이 수상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당시 후보에 올랐던 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슈트를 갖춰 입고, 토리노의 ‘투토스포르트’ 본사로 갈 준비를 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 발표를 한 시간여 앞둔 시점부터, 분위기는 굉장히 기묘하게 흘러갔다.
포그바의 에이전트인 미노 라이올라가 전화상으로 ‘투토스포르트’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고, 유럽축구에서 명성 높은 기자들의 트위터엔 다른 사람이 수상할 거란 멘션이 봇물 터지듯이 흘러나왔다.
이것은 축구를 시작한 후 폴 포그바가 처음 겪는 감정이었고, 20살의 그는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지 못했다.
포그바는 이를 올바로 관리받아야 했지만, 팔을 안으로 굽힐 수밖에 없었던 가족과 에이전트는 그를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다.
[“뽈뽀.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이름에서 유래된 ‘문어(Polpo)’라는 별명으로 ‘폴 포’그바를 부른 미노 라이올라는, 자신의 고객이 투표에서 밀려난 것에 엉뚱한 이유를 부여했다.
[“최근 축구는 아시아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어. 중국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으니까. 그들의 돈이 필요한 거야. 무슨 의미인지 알지? 이건 네 실력 때문이 아니야. 비즈니스였다고. 그러니 망할 골든 보이는 잊고, 다음을 바라보는 거야. UEFA 베스트, FIFA 베스트, 빅이어, 발롱도르. 무슨 말인지 알지?”]이날, 포그바의 마음속엔 어떠한 싹이 돋아났다.
[‘녀석은 실력으로 골든 보이를 가져간 게 아냐. 다들 환상을 좇고 있어. 검은 머리 동양인에 대한 신비로운 환상을.’]그에게는 다행히도, ‘골든 보이’에서 벌어진 일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포그바는 2013/14 시즌을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만들었고, 유럽 최고의 자본력을 지닌 클럽들과 연이어 링크가 되며 7천만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책정받았다.
특히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는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젊은 선수 중에 하나로 선정되어, 다시 한번 세계 축구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간이 흐르며 ‘골든 보이’의 아픔을 어느 정도 털어 낸 포그바에겐, 월드컵은 상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던 기회였다.
더구나 프랑스 대표팀은 우승 후보 중 하나였기에, 대회에서 높은 단계로 나아가면 모든 건 만회될 것 같았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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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불레) – beIN Sports 해설위원
“의심할 여지 없이, 폴 포그바가 이 경기를 망쳤습니다. 그것도 월드컵 16강전을요. 이건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보다도 더 큰 무대입니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이에요. 4년의 노력을 그런 멍청한 짓으로 망쳐 버렸다니……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그는 프랑스의 국민과 그와 함께한 동료들 모두에게 사과를 해야 합니다. 틀림없이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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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버렸다.
김다온이 등 뒤에서 접근한 순간, 포그바는 순간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거칠게 팔을 휘둘렀다. 본래의 의도는 손바닥 정도로 안면을 때리는 것이었다.
물론 그로 인해 경고 카드 한 장을 받게 되겠지만, 해묵은 감정을 스스로 떨쳐 낼 수 있다면 감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팔꿈치가 김다온의 코를 강타해 버렸고, 포그바는 즉시 퇴장을 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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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킬베인) – BBC 공동-코멘테이터
“오늘 경기로서 명확해지고 있네요. 포그바가 2013 골든 보이를 놓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바보 같은 행동으로 프랑스 전체를 실망시켰습니다. 반면 다온은 코가 찢어지는 부상에도 불구, 하나의 골을 기록하는 등 훌륭한 활약을 펼쳤죠. 최근 1, 2년 동안 다온과 포그바 중 누가 더 뛰어난 재능이냐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만, 이제 그것은 논쟁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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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프랑스는 대한민국에 1:2로 패배하며, 월드컵에서 짐을 싸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결과의 원인을 제공한 포그바는 프랑스 국민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비난과 극단주의자들의 살해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반면 김다온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Best 11’, ‘Best Young Player’,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최고의 골 Top 10’ 중 두 개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단숨에 세계 최고의 선수로 뛰어올랐다.
이후 가까스로 멘탈을 추스른 포그바는 세리에 A에서 여전히 맹활약을 펼쳤지만 전과 같은 주목은 없었고, 최고의 재능이라는 말도 쏙 들어가 버렸다.
계속되는 굴욕의 시간.
하지만 포그바는 스스로 더 좋은 선수가 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조용히 칼을 갈아 오고 있었다.
긴 이야기.
긴 악연.
유벤투스 FC의 10번을 달고 있는 프랑스의 미드필드는 다시 한번,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한다.
승리라는 가장 간단한 수단으로써.
그렇지만.
그게 과연 쉬울까?
이야기는 이제 다시 시작된다.
***
2016년 2월 23일. 10151 토리노 토리노, 이탈리아. 코르소 가에타노 시레아. 50. 유벤투스 스타디움.
.전반 00분
유벤투스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4-2(D6)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잔루이지 부폰
RB ? 김다온 / RB ? 슈테판 리히트슈타이너
CB ? 요주아 키미히 / CB ? 레안드로 보누치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안드레아 바르짤리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파트리스 에브라
DM ? 아르투로 비달 / DM ? 사미 케디라
RAM ? 토마스 뮐러 / DM ?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CM ? 필리프 람 / RAM ? 후안 콰드라도
CM ? 베르나르두 실바 / LAM ? 폴 포그바
LAM ? 더글라스 코스타 / ST ? 파울로 디발라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마리오 만주키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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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에 도착한 이후부터, 단 한 순간도 조용하게 흘러가지 않았던 것 같다.
시끄러웠던 어젯밤에 이어, 오늘 오전에도 팀의 프런트와 이탈리아 경찰이 충돌했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와 마티아스 잠머는 무성의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이탈리아 경찰을 강하게 비난했고, 반대로 이탈리아 경찰은 뭐가 문제냐는 모습이었다.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프런트의 분노는 곧 도착한 UEFA와 이탈리아 축구협회 관계자에게로 번져 갔다.
두 사람은 어젯밤에 찍은 영상을 그들에게 보여주며, 공식적인 제소가 뒤따를 것이라는 예고를 했다.
이러한 소동은 우리가 오전 훈련을 떠나기 전까지도 이어졌었고, 훈련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엔 버스를 향해 누군가 돌을 집어 던지는 일이 있었다.
즉각 버스는 방향을 바꿔 인근 경찰서로 향했고, 안에 갇혀 있던 우리는 다시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잠시 후 돌멩이를 들고 온 마티아스 잠머가 그것을 보여 줬는데, 거기엔 ‘배신자(Verrater)’를 뜻하는 독일어와 함께 동양인과 함께하지 말라는 이탈리아어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는 네오-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와 인종차별 구호도 있었다.
이후 호텔로 들어온 뒤에는 정상적인 스케줄을 가져갔고, 낮잠으로 컨디션을 조절한 후에는 따로 마련된 컨퍼런스룸에 모여 전력 분석을 시작했다.
그런 뒤에 각자 준비를 하고 이곳으로 왔는데, 유벤투스 스타디움은 말 그대로 ‘인종차별’의 성지처럼 느껴졌다.
몸을 풀기 위해 피치로 들어섰을 때부터 원숭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정말 놀랍게도’ 피치에 김치가 떨어지기도 했었다.
화나기보다, 어떻게 가져왔는지가 궁금할 정도였다.
아무튼 계속된 원숭이 소리는 내가 아닌 다른 흑인 동료들을 자극했고, 더글라스 코스타는 아예 충돌 직전까지 갔다.
보안요원들과 다른 동료들이 말리면서 다른 불상사는 없었지만, 지난 시즌까지 유벤투스 소속이었던 비달이 와 하소연을 해야 했을 정도로 이곳의 분위기는 정말이지 살벌했다.
지금만 해도, 한참 전에 시작되었어야 할 경기가 중단이 되어 버렸다.
이유는 내가 선 오른쪽 사이드라인 쪽에서, 물병과 마늘 등이 던져져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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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이 정도면 UEFA에서도 징계를 줘야죠. 어제부터 유벤투스 팬들의 행동이 도를 넘어섰거든요? 아무리 챔피언스 리그라지만, 이런 것들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상황이 이렇게 되니, 김다온 선수가 꼭 복수를 해 줬으면 합니다. 글쎄요. 모든 이탈리아 사람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제오늘은 편견을 심어 주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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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와 포그바에 시선이 너무 쏠려서 그렇지, 이번 매치업은 또 다른 감정이 뒤엉켜 있다.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추첨이 끝난 다음 날, 만주키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의미심장한 포스트를 올리며 그 나름대로의 칼을 갈았던 것이다.
한데 슬프게도, 지금은 그것을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오죽하면 내게 하소연을 했을까.
[“제기랄. 이번 경기는 둘 중 하나야.”] [“?”] [“너. 아니면 포그바. 둘 중 하나가 모든 영광을 다 가져가는 거지. 우리는 그냥 들러리밖에 안 돼.”]만주키치는 AT 마드리드 이적 후에 잘하는 듯했지만, 2월에 입은 발목 부상이 계기가 되어 설 자리를 잃고 한 시즌 만에 유벤투스로 다시 이적했다.
다행히도 이곳에선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것 같았는데, 역시 누구에게나 맞는 옷은 있는가 보다.
‘에이씨, 언제 시작하는 거야.’
끊임없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통로에서 경찰병력이 추가되는 것이 보였다.
애초부터 150명 정도가 배치되었다고 들었는데, 눈앞 통로에서 나온 사람만 열이 넘었으니 못해도 그 두 배 정도 되는 인원이 모이지 않았나 싶다.
한참 지나서야, 마침내 소요가 멈춘다.
이곳에 온 UEFA의 임원들은 이런 장면을 보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경기가 끝난 뒤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물론 당연히 이겨야겠지만 말이다.
삐?익!!
거의 10분 이상이 지나서야, 비로소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몸이 식지 않게 하기 위해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야만 했는데, 아무래도 정상적인 시간보다는 많이 늦춰져서 탐색전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도 같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선공을 가져왔다는 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볼을 돌리면서 감각을 살릴 수 있었고, 반대로 유벤투스는 다급해 보인다.
경기 시작 전 흘려보낸 10분과 더해, 오랫동안 볼을 점유하지 못했다는 느낌 아닐까?
아마도 우리가 초반 무언가를 이용할 수 있다면, 그런 상대의 심리 때문에 발생하는 허점일 것이다.
“비달-!!”
“!”
두 명의 젝서(Sechser/DM)를 투입하는 4-4-2의 경우, 경기를 접근하는 방식과 감독의 철학 또 라인의 높이에 따라 형태가 극명하게 변화한다.
분데스리가의 경우 4-4-2에서 4-2-3-1로 변화하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이는 리그의 특성이 피치의 끝과 끝을 활용하고 역습이 주요 전략이기 때문이었다.
반면 우리가 사전에 확인한 유벤투스의 4-4-2는 비대칭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 보아야 했다.
왼쪽 측면 공격을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맡기고, 폴 포그바를 체너(Zehner/AM)로 이동시켜 미드필드와 공격수 사이에 놓아둔다.
반면 오른쪽은 크랙(Crack) 타입 드리블러 후안 콰드라도(Juan Cuadrado)가 공격을 담당하고 풀백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다만 측면 전체의 공격력과 크로스 빈도는 빈약한 편이기에, 반드시 만주키치와 같은 키핑력과 연계가 좋은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측면에서 공격 가담하는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일단 한 번 템포를 조절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파울로 디발라는 펄스나인이자 프리롤로 움직이며, 주로 빈 곳을 찾아 들어가는 일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아래다.
두 명의 젝서.
4-4-2 Double 6라는 명칭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이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비와 공격진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 주는 두 명의 미드필드다.
이들의 조합과 위치에 따라 전술의 성패가 달라지는데, 오늘 사미 케디라와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는 위치가 너무 높다.
수비보다는 공격 쪽에 조금 더 기울었다는 뜻인데, 이는 아까 말한 것처럼 경기가 지연되며 볼 없이 너무 오래 피치에 있었던 게 원인으로 보인다.
그럼 이 둘이 너무 높으면 어떻게 될까?
이건 둘 중 하나다.
수비라인 역시 덩달아 높아지거나, 아니면 두 사람과 포백의 사이에 공간이 생기거나.
그리고 유벤투스는 이중 후자였다.
“다온-!!”
폴 포그바가 잠깐 왼쪽을 버리고 중앙에 치우쳐져 있고 에브라의 위치도 많이 낮았기에, 난 자유롭게 움직여 중원에 숫자를 보태어 줄 수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1이 되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비달로부터 패스를 전달받은 나는 중앙보다 조금 오른쪽으로 치우친 위치에서 정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비달이 선 곳에서는 티아고와 베르나르두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이 위치라면 뮐러를 볼 수 있다.
‘공간을 연주하는 사람(Raumdeuter)’이라는 별명답게, 뮐러는 공간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오른쪽 측면을 버리고 중요한 위치로 움직여 있었다.
바로 저런 부분이 뮐러를 특별하게 만드는 거다.
그는 축구를 굉장히 독특하게 이해한다.
빈 공간으로 공격수가 움직이게 되면 수비수가 거기로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늘 상상하는 것인데, 이후 동료들의 움직임에 관한 굉장한 예지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만약 뮐러를 위협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면, 그가 빈 공간에 위치했을 때를 놓치면 안 된다.
내가 중앙으로 움직였던 것도,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이동하는 뮐러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뮐러 역시, 내가 비달을 향해 소리치는 것을 확인한 후 바로 볼을 받을 준비를 했다.
‘몸을 돌리겠다고?’
양손을 아래로 내린 뮐러는 내게 패스를 어떠한 식으로 보내 주면 좋을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 그렇게 해야지.’
파앙-!
“!”
발등을 축구공에 가져다 맞춘 지금의 이 패스는 일반적인 것들보다 빠르게 움직여, 뮐러가 바라던 그대로 안착했다.
그러자.
‘그렇지-!’
토마스 뮐러가 절묘한 원터치로 몸을 돌려세우고, 그 움직임에 안드레아 바르짤리(Andrea Barzagli)가 가볍게 벗겨진다.
이제 그와 잔루이지 부폰 사이엔 아무런 방해도 없었고, 박스 안으로 파고들어 슈팅을 날리려는 찰나 불쑥 튀어나온 레안드로 보누치(Leandro Bonucci)가 태클을 해 왔다.
그리고 넘어지는 뮐러.
“에?이!!”
일제히 손을 들어 올린 우리가 파울임을 어필하지만, 주심은 손을 휘저어 경기를 그냥 진행시킨다.
넘어진 후 일어선 뮐러의 표정을 보니, 태클은 무척 정확했던 것 같다.
‘젠장.’
아쉬움을 삼키며 재빨리 수비 위치로 돌아간 나는, 반대편에서 진행되는 유벤투스의 공격을 지켜보다 볼이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측면으로 넓게 벌려 섰다.
이번엔 포그바는 전방 압박에 가담하는 대신 측면에 머물렀고, 내 쪽으로 패스가 온 뒤에야 수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난 오래 볼을 받아 둘 생각이 없었고, 다시 키미히에게 패스를 전달한 후 포지션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Lache.]“?”
[겁쟁이. 대결을 피하고 싶어? 내가 두려워?]“…….”
대체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뭔가 크게 불만이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설마 대결을 피한다고 생각한 걸까?
난 돌아서는 포그바를 불러 세웠다.
“이봐-!”
“?”
“체스라고? 네가 그렇게 머리싸움을 잘해?”
어쩐지 이 뒤에 옥상으로 따라오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여긴 피치였다.
그래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준비해 온 프랑스어로 말이다.
[골든 보이, 빅이어, 발롱도르.] [??] [나 2개. 너? 빵 개. 알겠어? 이 개새끼야?]마지막은 한국어였다.
나는 포그바를 똑바로 바라보며, 콧잔등을 매만졌다.
아영이가 소개한 솜씨 좋은 성형외과 의사님의 도움으로 거의 티는 나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가까이에서 보면 흉터가 조금 남아 있다.
[Tu ne peux pas me battre.] [?!] [Jamais.]포그바는 절대로 나를 이길 수 없다.
절대로.
며칠 동안 연습해 온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전달한 나는, 뿌듯함을 느끼며 뒤로 돌아섰다.
이제 겨우, 경기는 전반 3분을 향해 가고 있을 뿐이었다.